희생자 넋 기리기 위한 추모 물결
포항을 할퀴고 간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강한 비바람은 많은 이들의 삶마저 앗아갔다.
7일 포항시 북구 용흥동 포항의료원에 마련된 ‘포항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 피해자 8명의 빈소에는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비보를 듣고 달려온 가족과 지인들은 빈소안내판 앞에서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사랑하는 이를 허망하게 떠나보낸 유족들은 서로의 어깨에 기대 눈물을 훔쳤다. 지역민을 대표한 다양한 분야의 지역 사회 관계자들도 방문해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이날 오후 빈소는 ‘젊은’ 조문객들의 울음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하기 위해 내려갔다 돌아오지 못한 A씨(22)의 분향실에서는 그의 친구 B씨가 주저앉아 슬픔을 토했다. B씨의 서글픈 울음소리는 2층 조문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유족들은 울부짖는 B씨의 등을 토닥이며 울음을 참아냈다.
그는 “A와는 오랜 친구였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지난 4월 해병대를 전역해 ‘전투수영’ 교육을 받은 수영 가능자였으나,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빈소에는 중학생 C씨(14)의 친구들이 찾아왔다. 무거운 침묵과 슬픔이 감도는 장례식장 분위기는 아직 그들에게 낯설기만 했다. 유족들의 설명에 따라 어색한 문상을 마친 그들은 분향실을 나오며 그제야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C씨는 두 번째로 구조됐던 52세 여성의 아들로, 엄마를 돕고자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함께 차를 빼러 갔던 60대 부부는 영정 사진을 나란히 했다. 남편은 청색 한복, 아내는 흰 양장을 입고 있었다.
부부의 아들은 한 문상객을 끌어안고 “엄마가 물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노부부에게는 초등학교 2학년 손자와 유치원생 손녀도 있었다. 남은 어린 손자들과 가족들은 눈물 속에 그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한쪽에서는 50대 어머니를 잃은 아들이 슬픔에 잠겨 있었다.
타지에서 취업준비를 하다 실종 소식을 듣고 달려온 그는 “어머니는 항상 나에게 자상하고 따뜻한 분이셨다”며 “평소에 연락을 자주 하지 못하고 또 잘못 대해 드린 것 같아 그게 마음에 걸린다”고 한탄했다. /김민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