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범행도구 챙겨 사무실로 <br/>휘발유 구입 경로·흉기 출처 등 <br/>경찰, 현장감식 잔류물 다수 확보<br/>방화범 행적 파악에 수사력 집중
경찰이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과 관련 범행 계획 등의 사건 전모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한다.
특히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휘발유의 구입 경로와 시기를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12일 대구경찰청과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불이 난 법무빌딩 203호 사무실 현장 감식에서 연소 잔류물을 확보해 감정한 결과 휘발유 성분이 검출됐다.
이튿날 이어진 2차 감식에서는 휘발유를 담았던 것으로 보이는 유리 용기 3점, 휘발유가 묻은 수건 등 모두 4점의 잔류물을 추가로 확보했다.
그 결과 경찰은 숨진 방화 피의자 천모(53)씨가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휘발유 구입 경로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천씨 거주지 일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휘발유 구입 경로와 시기, 방법 등을 파악하고 있다. 또 동선을 추적해 주유소를 탐문하고 카드 결제 내역 등을 살펴봤지만, 현재까지 천씨가 휘발유를 산 장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천씨가 이날 오전 10시 47분쯤 사건 현장과는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인 월세 사는 아파트에서 흰색 천으로 덮은 뭔가를 승용차에 실은 뒤 차를 타고 나왔다.
이후 오전 10시 53분쯤 그는 이 물체를 들고 법무빌딩 2층에 들어섰고, 범행 현장인 203호 방향으로 간 후 23초 만에 불이 났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사건 발생 시점은 오전 10시 55분이다. 범행도구를 가지고 집을 나서 방화를 할 때까지 8분이 걸린 셈이다. 20여초 짧은 시간 안에 방화와 흉기 난동이 모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휘발유 구입 경로가 나오면 천씨가 범행을 언제부터 계획했는지, 범행에 얼마나 사용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진행된 부검에서는 사망자 7명 모두 직접적 사망 원인이 화재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소견이 나왔다. 또 사망자 중 변호사 등 2명에게서 흉기에 찔린 자상이 발견됐지만, 이는 직접적 사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소견이 추가됐다. 경찰은 현장 감식에서 발견한 등산용으로 보이는 11㎝ 흉기 1점도 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자상이 이 흉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흉기 출처도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경찰은 203호 사무실 관계자, 인근 사무실 피해자 등을 상대로 범행 당시 상황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목격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203호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탈출해 생존한 사무장을 상대로 조사했으나, 그는 범행 당시 옆방에 있어서 범행 장면을 목격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펑’하는 소리와 비명 소리가 들려 방문을 여니 시커먼 연기로 앞이 안보였다”며 “기어서 옆방으로 가 창문을 열고 아래 화단으로 뛰어내려 탈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만큼 사건 경위를 최대한 명확히 규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