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 코드·출입자 명부작성 없이 드나들어도 제한규정 없어<br/>마스크 벗은 채 ‘다닥다닥’ 붙어 담배 피거나 침 뱉기도 예사<br/>포항, 9천여 흡연구역 방역수칙 없어 감염통로 위험 커져
6일 오전 포항시 북구 흥해읍 KTX포항역 인근에 설치된 2평 남짓한 흡연 부스 안에는 5∼6명의 사람이 다닥다닥 모여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이들은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거나 아예 벗어버린 채 연기를 내뿜었다. 한 흡연자는 옆사람과 담소를 나누면서 바닥에 연신 침을 뱉기도 했다.
부스가 꽉차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부스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서 무리지어 담배를 피웠다. 흡연부스 주변의 바닥은 이용객들이 뱉은 가래침과 버려진 꽁초로 뒤범벅된 상태였다.
이날 확인한 흡연부스의 모습은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위험성을 잠재적으로 떠안고 있는 화약고처럼 느껴졌다.
특히 흡연부스는 QR코드나 출입자 명부작성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이곳에서 흡연하다가 감염병에 노출되더라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었다.
3살배기 딸을 안고 이곳을 지나던 시민 정모(35·여·북구 흥해읍)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불쾌해도 담배연기를 맡으며 지나갔지만, 요즘은 간접흡연으로 인해 혹시나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까 싶어 번거롭더라도 몇발자국 더 떨어져 흡연부스를 지나간다”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도 찝찝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돌아가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군인 김모(21·포항시 북구)씨도 “흡연부스의 경우 공간이 작아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론이고 방역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일 때까지만이라도 흡연부스의 동시 사용 인원제한을 도입하는 등 세부지침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일 포항시남·북구보건소에 따르면 포항지역의 실내외 흡연구역은 모두 9천545곳이 지정돼 있다.
이처럼 9천개가 넘는 흡연구역이 존재하고 있지만,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별다른 방역수칙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역당국과 의학계 등은 흡연자를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흡연시 입이 담배나 손가락에 닿게 되므로 비흡연자보다 흡연자가 감염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험한 데 흡연장소마저 밀폐된 곳이라면 감염 가능성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방역 당국 역시도 이미 오래전부터 코로나19 상황에서의 흡연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담배를 피울 때의 호기, 즉 숨을 내뿜을 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많이 배출된다는 것이 이미 조사가 돼 있다”며 “간접흡연 자체가 코로나19(전파)에 위험 행위이고, 흡연 장소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적모임을 최대 6인으로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하는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20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했지만, 흡연부스 사용에 대해서는 실내흡연부스 이용을 자제하고 실외 흡연부스 이용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해 마련된 흡연구역 관련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시민의 한사람이기 때문에 금연구역 외에 이를 제재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