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낭만주의적 아침(부분)

등록일 2022-01-17 20:23 게재일 2022-01-18 18면
스크랩버튼
최라라

어제 애인과 헤어졌더라도

슬픔은 바닥까지 환해야 할 것,

 

함부로 발설할 수 있는 비밀이 늘더라도

핏물 뚝뚝 떨어지는 상처는 꽃봉오리 맺어야 할 것,

 

알 수 있는 한 가지는

어제와 같은, 이라는 단서가 얼마나 비겁한 발견인지,

햇살은 가장 개방적으로 걸어가고

그 아래 숨어 걷는 그림자는 소심한 심장처럼 반짝거리지,

 

눈 감아도 보이는 곳에,

그러나 손잡을 수 없는 곳에,

 

애인과의 이별로 인한 슬픔과 비밀스러운 상처가 늘더라도, ‘낭만주의적인 아침’은 그 어둠들을 긍정하고 극복하도록 이끈다. 세계의 모든 존재자들이 이 햇살 앞에서 열리며 반짝거리기 때문이다. 하나 이 햇살은 “눈 감아도 보이는 곳에” 비추는 햇살인 것, 실제 현실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이상적인 이미지다. 그래서 시인은 알고 있다. ‘낭만주의적 아침’은 “손잡을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