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라라
어제 애인과 헤어졌더라도
슬픔은 바닥까지 환해야 할 것,
함부로 발설할 수 있는 비밀이 늘더라도
핏물 뚝뚝 떨어지는 상처는 꽃봉오리 맺어야 할 것,
알 수 있는 한 가지는
어제와 같은, 이라는 단서가 얼마나 비겁한 발견인지,
햇살은 가장 개방적으로 걸어가고
그 아래 숨어 걷는 그림자는 소심한 심장처럼 반짝거리지,
눈 감아도 보이는 곳에,
그러나 손잡을 수 없는 곳에,
애인과의 이별로 인한 슬픔과 비밀스러운 상처가 늘더라도, ‘낭만주의적인 아침’은 그 어둠들을 긍정하고 극복하도록 이끈다. 세계의 모든 존재자들이 이 햇살 앞에서 열리며 반짝거리기 때문이다. 하나 이 햇살은 “눈 감아도 보이는 곳에” 비추는 햇살인 것, 실제 현실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이상적인 이미지다. 그래서 시인은 알고 있다. ‘낭만주의적 아침’은 “손잡을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