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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무기화 시대의 국가 전략

등록일 2021-12-06 19:28 게재일 2021-12-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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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세계는 지금 자원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희귀자원의 무기화는 경제안보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미·중 패권경쟁은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경쟁으로 확산됨으로써 자원무기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G2가 영향력 확대의 수단으로 자원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어난 요소수 파동은 우리가 강대국의 자원무기화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준다. 한국은 에너지의 96%, 광물자원의 9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세계 4위의 자원 수입국이다. 특히 4차 산업의 핵심광물로 꼽히는 니켈·코발트·희토류 등을 거의 대부분(98%∼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자재 수입을 시작으로 상품의 생산 및 수출로 이어지는 우리의 경제구조에서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국가전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의 자원안보전략은 국내 및 국제적 차원에서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국내적 차원에서는 자원강대국의 수출통제로 인한 전략품목의 공급망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를 구축해야 하며, 주요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 및 대체품 개발로 자급률을 시급히 제고시켜야 한다. 이번 요소수 사태에서 정부는 중국이 수출을 규제한지 3주가 지난 뒤에 비로소 대책회의를 열었을 정도로 자원안보에 둔감했다. 우리에게 있어서 자원은 경제적 가치를 넘어 생존과 직결된 안보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자원외교의 다변화와 해외자원개발이 절실하다. 무역협회 발표에 따르면 금년 1월부터 9월까지의 수입품목 1만2천586개 중 3천941 픔목(31.3%)이 중국·미국·일본 등 특정국가 의존도가 80%를 넘었으며, 이 가운데 중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이 1천850개로서 전체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국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실정이니 자원무기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일어난 중국의 요소수 수출통제는 한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의 일환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따라서 강대국의 자원무기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수입노선을 다변화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수적인 전략품목들은 가격경쟁력이라는 경제논리로만 다루어져서는 안 되며, 안전한 공급망의 확보라는 안보적 차원이 더욱 중시되어야 한다. 또한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외자원 개발전략을 수립, 추진함으로써 필요한 자원을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이 해외자원개발을 통해서 석유·가스·구리·아연 등의 자원 확보율을 크게 제고시켰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국제분업의 경제적 효율성만 추구한다면 자원 강국의 자원무기화로 언제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2019년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의 수출 규제라는 뼈아픈 경험을 했으면서도 학습효과가 없었으니 2021년의 요소수 파동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었다. 역사적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동일한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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