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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사진과 영상으로, 로컬 콘텐츠를 만들다

박순원기자
등록일 2021-08-17 20:12 게재일 2021-08-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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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24프레임즈’ 대표 신동율
구미 ‘24프레임즈’ 대표 신동율
구미 ‘24프레임즈’ 대표 신동율

경상북도 구미시에 카메라를 든 청년이 산다. ‘24프레임즈’, 이름만 들어도 왠지 리드미컬하고 모던한 이미지다. ‘24프레임즈’의 신동율(31) 대표. 그는 ‘진부함을 거부하는 청년 작가집단’이라는 이름으로 창업했다.

외부에서는 ‘24프레임즈’를 가리켜 청년 특유의 열정과 패기, 투지가 돋보이는 스타트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저희의 중점 사업분야는 ‘행사영상 제작, 홍보영상, 비대면 중계행사’ 등을 전담하는 미디어콘텐츠 사업부와 ‘바디프로필, 제품촬영, 행사사진 촬영’을 전담하는 스튜디오 사업부로 나누어져 있어요. 문화 사업이 다른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경북 구미에서 내실 좋은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24프레임즈’의 신동율 대표에 따르면, 구미 지역 소상공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홍보영상 제작을 아이템으로 창업해 지역 공기관으로 사업의 외연을 넓혔다. 특히, 바디프로필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신동율 대표의 고향은 구미가 아니다. 그렇다고 경북도 아니다. 그는 감자와 추위로 유명한 강원도 출신이다. 강원도 출신의 청년이 어떻게 구미로 오게 됐을까. “아무래도 뜨거웠던 대학 시절의 열정과 많은 추억들이 깃든 도시가 구미에요. 그래서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늘 젊게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경쟁력과 제조업 기반의 산업도시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제대로 만드는 회사를 세운다면, 기존 광역시·도의 업체와 작업하던 소비자 입장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게 되어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리라 판단했죠.”

10년 전, 20살의 강원도 청년은 구미 금오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군대 시절 2년을 제외하고 10년을 구미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대학을 입학한 이래 구미는 제게 제2의 고향이 되었죠. 저는 학교 수업보다는 동아리 활동이 더 즐거웠어요. 대학 3학년 때는 총동아리연합회장도 맡았죠. 그 과정에서 영상제작과 행사기획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영상제작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행사기획사에 취직도 했었죠. 돌이켜 보면 좋은 시간이었지만 다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홍보·행사영상 등 제작 ‘미디어콘텐츠사업부’

바디프로필·제품촬영 ‘스튜디오 사업부’ 구성

열정·패기·투지 돋보이는 청년 스타트업 눈길

 

강원도서 대학 진학으로 10년 전 구미에 첫 발

대학 동아리 때 접한 카메라가 사업 아이템 돼

“지역 대표하는 가장 확실한 로컬팀 되고 싶어”

□ 쉽지 않은 길, 아이디어로 개척

강원도 삼척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 어쩌다 구미까지 와서 창업을 하게 된 것일까.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말대로, 신동율 대표는 1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주말도 없이 일했다. 하지만 노력한 대가가 따라와 주지 않았다고 한다. 요식업 분야에 취업하고 지점관리 현장에 투입되기도 했지만, 어쩌다보니 회사의 홍보영상을 찍는 업무를 하기도 했다. 결국, 대학 시절 함께 동아리 활동을 했던 친구들과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해 보자는 생각으로 중국에서 유튜브 영상 녹화 제작에 사용하는 마이크를 들여와 팔기 시작했다. 사무실도 없이 각자의 집에서 컴퓨터를 놓고 일했지만 즐거웠다고….이런 신 대표를 확 뜨게 만든 것은 제품 리뷰에 영상을 활용하면서다.

“국내 마이크 판매자들 대부분이 마이크에 대한 수치 자료를 제공하지만, 마이크의 핵심인 음질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우리는 판매 제품에 대한 리뷰 영상을 만들어서 올렸어요. 당시만 해도 제품 리뷰에 영상을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거든요.”

“영상을 만드는 제작사는 많죠. 레드오션이죠. 하지만 대도시와 달리 구미 같은 지방 도시에는 영상을 제작하는 회사가 거의 없어요. 대도시보다 기회가 적지만, 그만큼 경쟁자도 적죠. 그래서 우리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구미에서 충분히 영상제작으로 부가가치 높은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24프레임즈의 사무실 모습.
24프레임즈의 사무실 모습.

그렇다면 지금 신 대표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을까.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바쁨의 정도는 비슷해요. 하지만 ‘나만의 일’을 한다는 점에서 훨씬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이런 신동율 대표에게는 꿈이 있다. 사실 ‘24프레임즈’는 무형의 형태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이다.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은 큰 제조시설이나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기에, 현재와 같이 지방에 거점을 두고 있으면서도 서울과 경기도, 대구, 부산 등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일이 훨씬 많다.

“지방의 업체나 담당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서울의 일을 많이 하는 팀이니까 믿음직하다’는 이야기를 가끔 들을 때가 있어요. 저는 앞으로 거점인 구미나 경상북도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가는 일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봐요. 그래서 가장 확실한 로컬팀이 되고 싶어요. 지역 문화재와 관광시설, 기업, 경상북도나 구미시의 여러 프로젝트에서 가장 영상 콘텐츠를 잘 만드는 그런 회사요.”

□ 청년들이 찾고 싶은 로컬?… 지역 인프라부터 생겨야

사실 신동율 대표의 ‘24프레임즈’는 부침도 있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공기관에서 주최하는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또 대학축제와 지역 페스티벌 등 ‘24프레임즈’의 주요 일거리였던 행사들이 모두 올스톱되면서 벼텨낼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바디프로필 촬영’이다.

“카메라는 있는데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증명사진이나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것도 생각해 봤는데, 이미 사진관이 있어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죠. 구미에 뭐가 없을까 살펴봤더니 바디프로필 사진관이 눈에 띄었어요. 제가 워낙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그쪽에 사업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현재 ‘24프레임즈’는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스튜디오를 찾는 고객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매출도 늘었다. 여기에 스타트업의 홍보영상도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신동율 대표에게 청년들의 귀농·귀촌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정주여건과 대중교통, 기타 편의시설 등 사회 인프라적인 측면들에서 한참 모자란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가령 로컬에서 기업을 한다고 하면, 실질적으로 로컬 문화를 활용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어렵고,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비수요 또한 영향이 커요. 인스타그램이나 기타 플랫폼 광고를 진행하면, 경상북도와 경상남도를 모두 합쳐도 경기도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죠. 즉, 내가 판매하고자 하는 물건이 얼마나 해당 지역의 수요와 부합하는가를 면밀하게 조사해야 하죠. 이런 과정에서 청년들에게는 위험부담이 큰 지방보다는 기본 수요를 충족시키는 수도권이 더욱 메리트 있는 선택이 되고 있죠.”

“가장 큰 비전은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수도권에 비해서 문화나 인프라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이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영상이나 디자인 등의 콘텐츠는 필수인 시대가 되었죠. 내실을 다지는 향후 1~2년 뒤에는 그 결실이 있을 것이라 봐요.”

24프레임즈의 활동 모습.
24프레임즈의 활동 모습.

그래도 그는 구미에 정착한 것이 마음에 든다. 짧은 창업기간 동안 여러 차례 난관을 뚫은 신 대표는 과거에 느끼지 못했던 책임감과 사명감도 갖게 됐다. 일순간에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절벽에 서 있는 느낌이라고 한다. 이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직원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 대표는 자신의 생각을 하나씩 실천에 옮기고 있다. 바로 지역을 위한 나눔이다. 신 대표는 초등학교 때 집안형편이 어려웠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기억 때문일까. 신 대표는 경상도 지역 대학생들의 봉사단체인 대학생협의회 회원들과 지역 사회의 소외된 가정을 대상으로 연탄봉사와 청소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영상과 사진을 통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법도 찾고 있다.

“보다 좋은 영상, 보다 좋은 사진과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청년들이 구미에도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께서 알아주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창업일로부터 만 2년차가 지난 지금부터의 2년 동안 더욱 성장하겠습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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