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도지사에게 듣는다
경북매일신문에서는 지난 5월부터 경상북도의 시·군에 정착한 도시 청년들의 이야기를 연재했다. 멜빵총각이라는 이름으로 토마토를 재배하는 청년도 있었고, 독일에서 귀국한 바이올리니스트도 있었다. 이들의 정착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흐뭇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도시 청년들의 시골 정착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주>
- 경북에 정착한 도시 청년들은 도시청년시골파견제의 도움이 컸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사님은 도시청년시골파견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으신가요?
△ 경상북도를 청년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게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재능있는 청년들이 경북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 단순 정착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에 문화예술, 지역자원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과 사회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업을 통해 지역에 연고가 없는 청년들이 새로운 마을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그들과 상생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도시청년시골파견제와 비슷한 사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업이 성과와 평가를 대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청년에게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는 점 긍정적
道, 청년 네트워크·청년정책 플랫폼 구축·청년공동체 활성화 등 노력
양질의 일자리 창출 뿐만 아니라 주거·문화·복지 등 지원도 늘리기로
-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 균형발전을 위한 지사님의 견해는 어떠신지요?
△ 1949년 경북인구는 321만 명으로 전국 1위였습니다. 당시 서울인구는 144만 명이었는데, 1970년 서울에 역전되어 2위가 됐습니다. 대구와 경북 분리 이후 더욱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분리 직전인 1980년 대구·경북 인구는 495만 명이었는데, 2020년 505만 명으로 40년 동안 겨우 10만 명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인구는 무려 1천262만 명 증가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수도권 공화국입니다. 인구의 절반, 전국 상위 20위 대학 중 12개, 100대 기업 중 84개, 좋은 일자리의 80% 등이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청년들은 공부시켜 놓으면 취직하러 서울로 가버립니다. 지방소멸은 국가적 문제가 되었지만 수도권 중심 사고는 요지부동이며, 중앙정부의 모든 정책이 수도권만 살찌우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역대 정부마다 균형발전을 외쳤고 현 정부 역시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 정책을 내세웠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행정체계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확실한 지방분권이 되어야 합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도 규모를 키우고 지방분권을 강화하여 균형발전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시도한 것입니다. 장기과제로 넘기게 되었지만 판을 바꾸지 않으면 안됩니다. 날로 거대해지고 있는 수도권과 맞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합니다.
- 인터뷰를 진행한 대다수의 청년들은 로컬 정착을 위해 인프라 확장과 지역 네트워크 확대를 꼽았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우리 도에서는 청년을 위한 단순한 지원 정책을 넘어 청년들의 무한한 잠재력이 발현되어 실현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상호 네트워킹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청년들의 생각을 소통하고 삶을 공유하기 위한 청년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청년공동체를 발굴하여 지역사회와 적극적인 소통을 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청년연합회, 청년회의소, 4H연합회 등 청년단체들과 유기적인 체계를 구축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도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향후 청년정책에 대한 통합적인 정보 제공과 소통 창구의 역할을 수행할 청년정책 플랫폼을 구축하여 청년이 원하는 정보를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청년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 안타깝게도 경북의 다수 지역이 인구절벽과 소멸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청년인구 유출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와 도시 청년들의 관심도 많았으면 하는데요?
△ 경기도와 세종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청년인구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경북은 청년인구 유출이 타지역에 비해 많은 편입니다.
청년인구 유출 원인은 일자리, 주거, 문화, 교육, 복지 등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입니다. 우선은 일자리 문제가 청년들을 외부로 나가게 하는 주 요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2020년 전출 사유를 조사해보니, 32.7%가 직업을 이유를 꼽았습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청년 유출을 막는 첫 단추인 셈입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도시 청년들의 지역에 대한 관심이 중요합니다. 우리 도는 ‘도시청년 지역상생 고용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청년창업 지역정착사업’과 ‘자립마을 활성화 지원사업’을 구상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청년정착 지원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주거, 문화, 교육, 복지 등 종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중소기업 근로 청년들에게 교통비와 연 100만원의 복지카드를 지원해서 청년들의 문화복지 지원도 늘려갈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청년발전소’를 통한 청년활동가 양성과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 향후 경북을 찾으리라 예상되는 청년들을 위해 해주실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추진된 수도권 중심 발전 전략으로 인해 기업, 교통, 문화·예술, 생활 SOC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이에 청년들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일자리도 구하기 어렵고, 일상적인 문화생활도 누리기 어려운 곳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과밀해진 수도권에 비해 지방은 새로운 성공의 기회들이 창출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신생활방식으로 정립되고 있는 ‘메타버스’와 비대면 일상은 세계 어디서든 일하고,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물리적 제약을 풀어헤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주거 문제로 받는 고통도 줄여주기 위해 우리 경북은 월세 지원 등 많은 정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북에서 전국 최초로 만든 ‘이웃사촌 시범마을’처럼 청년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가장 멋지고, 빠르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전국의 청년들이 경북에서 꿈과 희망을 찾기를 기대합니다.
“청년의 성장,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를 때까지 기다림이 중요”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시작은 간절함·진정성
성과물·책임소재에 대한 조급함과 걱정보단
청년의 성장을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야말로
지역사회가 청년을 맞이할 가장 중요한 자세
파종과 추수 사이에는 ‘정성’과 ‘기다림’이 필요하듯, 청년을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주체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관심과 사랑이라는 ‘정성’뿐만 아니라 ‘기다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경상북도는 2018년부터 시행한 도시청년시골파견제를 통해 전국 최초의 청년유입정책 1.0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시작은 2017년 ‘청년U턴 일자리 지원사업’이라는 시범사업을 통해 문경에서 10명의 도시 청년들이 보여준 희망과 가능성이었다. 10명의 청년들은 6개월 이상 경제 활동을 포기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했다. 또 지역 공동체 일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다. 행정과 청년의 콜라보로 탄생한 노력의 결과물은 대단했다. 청년들은 인구소멸 문제로 골치를 앓던 시골 마을을 월평균 8천 명이 다녀가는 명소로 탈바꿈시키며, 지역의 인적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방소멸 위기에 처해있는 시골 마을에서 청년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청년공동체를 복원시키는 이상적인 그림을 실현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보이지 않는 정성과 기다림, 간절함과 진정성이었다. 현재 수도권, 비수도권 할 것 없이 전국의 지자체들은 인구감소에 따른 위기의식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청년유입 및 정착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해당 지자체로 이주해온 청년에게 경제활동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허점이 있다. 우선 국가 전체 인구는 그대로인데 지자체에서 예산을 투입하여 제로섬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제로섬 게임에서 뛰게 되는 선수가 실패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이라는 점이다. 첫 번째 문제도 문제지만 두 번째 문제가 더 심각하다. 두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를 문제의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이라는 시간 속에서 제한 시간 내에 청년을 선발하고 약정된 지원금을 지급하고 사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절차상 과정 속에서 그 누구도 청년의 삶을 면밀히 관찰할 여유도, 그들이 요구하는 내용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성공모델이 되기를 꿈꾸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주와 정착을 하게 되는 청년들은 행정에서 요구하는 시간 내에 그들에게 주어진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야만 한다. 그런데 미션 난이도에 대해서는 누구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지역에 이주해온 청년들이 낙오되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예산을 받은 청년들은 게임판의 경주마가 된 것처럼 빠른 시간 내에 성공모델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경주마가 된 청년 개개인의 삶 자체에 대한 책임감은 행정영역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단지 청년 개인의 능력부족으로 치부되고, 행정 낭비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중간지원 조직에서 청년들과 소통한 담당자 또는 지자체 담당 공무원이 떠안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 보니 청년의 비빌 언덕이 되어주어야 할 주체들은 관심과 사랑이라는 정성을 쏟기보다는 결과물에 대한 책임소재를 걱정할 수 밖에 없다. 또 청년이 지역사회 안에서 스스로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를 때까지 기다려주기보다는 성과물에 대한 관리감독자로서의 역할에 치중하게 된다. 대도시와 같은 인적·물적 인프라가 충분치 못한 지방도시에서는 청년을 바라보는 여유가 미덕으로 작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조급함은 청년들에게 그대로 전가되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청년시골파견제의 시작은 간절함과 진정성이었다. 청년을 맞이하는 지역의 자세도, 새로운 꿈을 찾기 위한 청년도,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유연한 행정도 모두 한 마음 한 뜻이었다. 그래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청년이 스스로 성장하여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지역의 경제를 이끄는 주역으로서 버텨낼 수 있는 힘을 기를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야말로 지역사회가 청년을 맞이하는 가장 중요한 자세가 아닐까.
이미나 (경북행복경제지원단 과장 / 교육학박사)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