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우리동네 하늘목장’ 공동대표<br/>여찬현·여국현
경상북도 성주에 형제가 운영하는 체험농장이 있다. 전체 부지만 50만㎡가 넘는다. 이름은 ‘우리동네 하늘목장’으로, 농업회사법인 (주)우리동네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프라인 농장의 한 곳이다. ‘우리동네 하늘목장’은 경관농업 중심의 지역 내 유휴시설을 활용해 농촌체험관광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만5천 명이 다녀갔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강타한 올해에도 매월 3천 명이 찾는 인기 장소다.
“원래 올해에는 5만 명을 목표로 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연 50만 명을 목표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하늘목장에 오시면 넓은 밀밭과 자작나무 숲이 기본으로 제공되고, 밀과 꽃이 어우러진 경관을 통해 힐링하고 치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죠. 또 꽃피는 3월부터 낙엽이 떨어지는 11월까지 계절별 다양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여기서 무엇을 하냐구요? 할 것은 많죠. 밀밭 촌캉스, 숲길 걷기, 캠프닉(캠핑과 피크닉), 텃밭, 지역농산물 먹거리 체험, 농산물직거래 마켓, 카페, 곤충체험 및 농산물 가드닝 체험 등이 있어요.”
이곳에서 (주)우리동네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농부 여찬현·여국현 씨를 만났다. 형제인 여찬현·여국현 대표는 전형적인 시골 사람이다. 도시 유학으로 고향을 떠났지만, 직장생활 이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전형적인 귀농인이다. 고향에 돌아오기까지 형인 여찬현 대표는 갖가지 일을 접했다고 한다.
“부모님 덕분에 초등학교 시절에 일찍 도시로 유학을 갔죠. 법조인이 되고자 법대를 갔지만, 전역 후에는 서울에 금융회사에서 일을 했어요. 그러다 창업이라는 것에 눈을 뜨게 되었고, 직장을 그만두고 대구로 내려와 IT분야 플랫폼 사업도 했었죠. 그러다 5년 전인가? 우연한 기회에 선배의 농업회사 일을 도와주다 농업에 관심과 눈을 뜨게 되었어요. 본격적으로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단순 농업이 아닌 농사업을 하기 위해 다시 고향인 경북 성주로 오게 됐죠.”
타지 생활 끝내고 고향서 의기투합한 형제
특색있는 농장 운영으로 체험객 인기 끌어
‘여기 너무 좋다’는 말 들을 때 가장 보람차
“로컬과 도시의 경계 없어지고 있다 생각해
멀리서도 찾아오는 체험농장 운영하고파”
□ 동생과 함께… 고향에서 새로운 창업을
물론 여찬현 대표 혼자 창업한 것은 아니다. 그의 곁에는 동생 여국현 씨도 함께다. 이들이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한 것은 지난 2019년 2월이다. 경북경제진흥원의 도시청년시골파견제의 도움을 받았다.
“형제가 함께 하는 사업은 일단 마음이 편해요.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어서 마음적으로 상당히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또 모든 일에 자기의 일처럼 책임감을 갖고 밤이든 새벽이든 회사일에 있어서 내일처럼 하죠. 서로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죠. 단점요?(웃음)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행동했던 것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있고, 형제라서 때로는 편하게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다 보니 업무 시스템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어 싸우는 일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 직원들이 눈치를 보게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서로 장단점을 알아가고 있어서 더 나아지겠죠?”
그런데 이들 형제가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었다. 더욱이 시골 출신의 형제들은 도시에서 적응을 하지 못한 듯했다. 서울과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경험한 여찬현 씨는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게 삶을 이어갔지만, ‘성취감’이 문제였다. 안정적인 직장생활보다는 조금 더 역동적인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창업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큰 손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아쉬움이 컸다. 동생인 여국현 씨도 힘든 타지 생활을 하다가 견디지 못하고 마침 부모님 곁에서 농사를 돕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믿을 만한 형이 함께 일하자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나 중심의 변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도시에서 생활을 할 때는 대기업이나 기존에 형성되고 만들어진 것들을 이용하기 위해, 내가 시스템에 맞쳐야 했죠. 그리고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틀에서만 일을 하죠. 하지만 로컬은 나를 중심으로 변화와 새로운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도 가지 않고, 소멸되는 곳이 때로는 기회고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인지 형제의 하루는 바쁘다. 원래 농업이라는 것이 주말이 따로 없다고 하지만, 꽃피는 3월부터 낙엽이 떨어지는 11월까지는 잠시의 쉴 틈도 만들기가 어렵다. 특히, 자연식 농업을 추구하는 형제는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라고 한다.
“저희 농장에 오시는 분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하죠. 다양한 콘텐츠 개발 및 농장 내 환경, 시설 정화를 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바빠야 해요. 또 배움도 있어야 하죠. 그래도 항상 힘들기보다는 즐겁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어요. 방문하는 분들이 ‘와 이쁘다, 여기 너무 좋다’라는 말을 할 때마다 뿌듯함도 느끼구요. 남의 일이 아닌 제 일을 하고, 제 머리에서 나오는 것들을 실행하고 현실화하는 것이 더 즐겁고 만족도가 상승하는 것 같아요. 아! 고향이라서 더 그런가요?”
성주가 고향인 여찬현·여국현 씨는 여타의 귀농인들이 겪는 텃세도 겪지 않았다. 고향이기 때문이다. 형제에 따르면, 성주에서도 물이 좋고 공기가 좋은 포천계곡으로 유명한 가천면에서 초등학교 6학년까지 생활했다. 2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지금도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
“성주는 과거보다 많은 것들이 변했죠. 그동안 가끔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시대의 변화와 함께 그 모든 것들을 지켜봤죠. 외형적으로는 더욱 현대화되고 살기에 더 좋아졌죠. 하지만 사시는 분들은 그대로에요. 정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 많아서 적응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었어요. 또 부모님이 계시니까 어른들도 저희를 자식처럼 여기시거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계세요.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아시는 분이고, 뉘집 아들인지 아셔서 다들 잘해주시죠.”
□ 귀농·귀촌?… 지역 특색을 고민하라!
문제는 귀농과 귀촌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모두 이들 형제와 같은 처지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도 귀농과 귀촌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망설이고 있다. 농촌 활성화는 지금 거의 모든 지역의 절체절명의 과제지만, 오겠다는 청년은 한정되어 있다. 농촌에서 사람이 떠나니 일자리가 사라지고, 일자리가 없으니 도시에 간 청년들이 돌아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의 농촌은 가까운 미래에 소멸 지역이 될 운명에 처했다.
“시골에서 자란 친구들은 다시 시골에 돌아오겠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아요. 도시의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져서 로컬에 오기가 쉽지 않죠. 또 결혼을 한 친구들은 아이를 키우고 교육을 하기에 부족한 것들이 많아서 더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청년들이 로컬에 오기 힘든 것은 기존 생활을 과감하게 버리지 못하거나 뚜렷한 비전 제시가 없고, 자기 주도적이고 자기가 무엇을 잘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들을 활용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죠. 즉, 지역에서 어떻게 자리 잡아가고 정착할 것인지에 대해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 제일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청년들이 지역의 특성이나 환경을 잘 분석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여찬현·여국현 대표는 로컬에서의 비전을 가지고 있을까. 향후 5년이나 10년 이후에도 로컬의 삶에 만족할 수 있을까. 이것이 궁금해졌다.
“이미 로컬과 도시의 경계는 없어지고 있다고 봐요. 교통의 발달과 인프라가 확장되면서 도시와 지역의 경계는 점점 옅어지고 있죠. 그래서 로컬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구요. 전 코로나19가 해결되더라도 이러한 모습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봐요. 사람이 없어지는 곳에 좋은 콘텐츠 및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하지 않고 남들이 꺼려하는 곳이지만, 생각을 바꾸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로컬은 앞으로 비전이 있다고 보죠.”
“도시에 대한 향수요? 제가 촌사람이라 그런 생각은 없는 것 같아요. 아마 혼자서 농사를 지었다면, 도시에 대한 향수가 컸을 수도 있죠. 하지만 매주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함께 일하는 청년들이 치열하게 농장을 만들고 새롭게 변화를 하다보니, 도시에 대한 향수는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도 경북 성주는 인근에 대도시와도 가깝고 주변에 인프라도 좋아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죠. 처음 농장을 만들 때 시골의 시골스러움과 도시의 편안함을 함께 불어 넣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 생각을 반영하면서 만들고 있죠.”
마지막으로 이들 형제의 꿈을 물었다. 형제들은 대답했다. 지금과 같은 농장을 전국에 10개 이상 만들겠다고 한다.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