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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진짜 힘들었지만 경험 키워 기업체로 키울겁니다”

박순원기자
등록일 2021-06-29 19:52 게재일 2021-06-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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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에 청년이 산다<br/>성주 농부 최영준·최민규 씨
12년차 농부 최영준(35·오른쪽) 씨와 3년차 농부 최민규(26) 씨가 성주군 방울토마토 하우스에서 수확한 방울토마토를 들고 있다.

참외로 유명한 성주군. 초여름 더위를 자랑이라도 하듯 곳곳에서 노오란 참외가 반겨주는 곳이다. 느릿느릿 다니는 아이보리색 마을버스도 참외밭을 지나고, 좁은 시골길의 참외 비닐하우스 주변으로는 농군들이 땀을 흘린다. 휴대폰 와이파이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물소리 큰 개천 주변에서 청년 농부 최영준 씨와 최민규 씨를 만났다. 

24살 때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최영준 씨는 올해 12년차 농부다. 성주가 고향인 영준 씨는 특산품인 참외를 비롯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한다. 12년차 농부답게 트랙터 등 농기계에 익숙한 것은 덤이다. 올해 26살인 최민규 씨는 시골에서 보기 힘든 20대 농부다. 민규 씨는 3년 전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성주에 정착했다. 대구 수성구에 본가가 있지만, 성주에 연고는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를 도와주는 일종의 품앗이, 작목반 소속이다.

그런데 성주 출신인 35살 청년 농부와 갓 대학을 졸업한 26살 사회 새내기를 이어준 것은 무엇일까. 그것도 시골 술자리에서 처음 만났다는 둘 사이에 말이다.

“사실 촌에서 정착한다는 것이 보기는 쉬워보여요. 매스컴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지원도 많이 하죠. 생각해보세요. 귀농해서 농사만 짓는다고 하면 정부에서 1억씩, 2억씩 빌려주고 한 달에 100만원씩 지원금도 주거든요. 그런데 처음에는 진짜 힘들어요. 또 객지에서 온 사람들한테 경계심도 많아요. 그런게 많거든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끼리 무엇인가를 해보자.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생각했죠. 내가 힘들어도 다른 사람이 일을 하니까 더 힘을 내고, 같이 하는 것. 이런 식으로 일을 하니까 오히려 교우관계도 좋아지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게 됐죠.”

이렇게 해서 모인 이들이 모두 7명이다.

이들은 서로와 서로를 멘토와 멘티 관계로 묶고 있으며, 개인마다 다른 품종을 재배하면서 품앗이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3년차 농부 민규 씨에서 12년차 농부 영준 씨는 일종의 스승이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수확이 한창인 하우스 안에서도 영준 씨는 끊임없이 민규 씨에서 조언을 한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요. 공부도 필요하죠. 또 자기 고집만 있어서도 안되요. 공부도 없고 고집만 있는 사람이 촌에서 살아남는 것은 못봤거든요.”

농부로 12년차 최영준 씨, 3년차 최민규 씨, 술자리서 처음 만나 멘토와 멘티 관계로

방울토마토·참외 등 재배하며 서로 품앗이 작목반 활동… “서로 뭉쳐야 농사 더 잘돼”

3년차 농부 최민규 씨의 브랜드 ‘멜빵청년’.
3년차 농부 최민규 씨의 브랜드 ‘멜빵청년’.

□ 시대가 변한 농촌… “농사도 이제 창업이죠.”

얼핏 궁금증이 일었다. 35살과 26살에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들은 왜 이른 나이부터 농사라는 꿈을 찾고 있는 것일까. 사실 26살 민규 씨는 처음부터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것도 연고도 없는 성주에 말이다.

“한농대는 학년이 올라가면 실습을 해요. 제가 실습을 한 곳이 성주였어요. 그리고 자유롭고 비전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던 중에 군대 문제가 겹쳐 영농후계자로 군대를 다녀와 2018년부터 농사를 시작했죠. 원래는 참외로 농사지으려고 했지만 농사지을 마땅한 땅이 없었고, 그 당시 나와 있던 대형하우스를 사게 됐어요. 첫 회에 이것저것 많이 하려다보니 잘 되지 않아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높은 방울토마토를 선택하게 됐구요.”

민규 씨의 이야기를 흐뭇하게 듣고 있던 영준 씨도 말을 보탰다.

“저도 그랬어요. 우선 농사라는 것이 자유롭거든요. 내 사업체니까요. 저도 한농대 졸업하고 공장도 다녀보고 장사도 해봤죠. 하지만 어느 순간 ‘이게 아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농업에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죠. 한편으로는 다른 회사에 다니는 것보다는 좀 자유롭지 않을까도 생각했구요. 해보니까 정말 자유롭더라구요. 그리고 농사라는 것이, 땅이라는 것이 일종의 제 사업체다보니까 내가 열심히 하고 노력하면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는 거잖아요. 저는 생각을 해요. 이 부분을 빨리 깨우친 사람은 시골에 들어온다구요.”

영준 씨와 민규 씨의 말대로일까. 12년차 농부와 3년차 농부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었다. 

3년차 농부인 민규 씨는 스스로 ‘멜빵청년’이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갔던 유럽 연수에서 보았던 네덜란드 젊은 청년들의 멜빵바지를 본 이후다. 민규 씨는 멜빵바지를 보고 토마토를 따는 네덜란드 청년들을 보고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젊다는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지금은 자신이 수확하는 방울토마토의 박스와 스티커, 명함을 패키지로 구성했다. 보통 아버지가 하시는 과일가게와 성주 로컬푸드, 개인적 거래도 물량을 소화하고 있고 수익도 나고 있다.

12년차인 영준 씨는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세 아이 모두 성주에서 태어났다. 민규 씨가 귀띔한 것에 의하면, 영준 씨는 참외와 콩, 논농사까지 2만평 가까이 하고 있다. 각종 기계에 대한 자격증도 있으며 연수익은 1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어려움이 없었을까. 

“올해 12년째 농사를 짓고 있지만, 어린 나이에 정말 힘들었죠. 처음 3년 동안은 아무 생각이 없을 정도였어요. 사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농자금이 대부분 빚이에요. 농업인들은 수확을 한 이후에 이를 갚아야 하죠. 그런데 경험이 없다 보니까 나중에는 생활비도 힘들더라구요.”

“저도 첫 해 농사를 끝내고 1천만원 적자를 봤어요. 기반을 마련한 것도 아니고 트랙터를 팔고 대출도 쓰고 정말 힘들었죠. 수확량도 너무 적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원래 첫 수확은 적게 나오는 것이더라구요. 1화방이 익고 2화방이 익은 후 3화방이 나와야 수확이 많이 나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거죠. 그래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거죠.”

최민규 씨의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방울토마토.
최민규 씨의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방울토마토.

□ 젊은 농촌… 뭉쳐서 사는 곳

이야기를 하면서 영준 씨와 민규 씨를 살폈다. 10년 이상을 농촌에서 살아온 영준 씨는 특유의 검게 탄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3년 차인 민규 씨는 아직 앳된 모습이었다. 앳된 모습의 민규 씨에서 여자친구와 이후의 이야기를 물었다. 아울러 영준 씨에게는 세 아이의 아빠로서 시골은 어떤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여자친구가 다른 곳에서 양봉업을 하고 있어요. 아마 결혼을 하면 성주에서 살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둘다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부모님도 마찬가지구요. 요즘은 아버지가 많이 격려도 해주세요.”

“시골이 아이들 교육에 어렵다는 이야기도 알고, 문화적으로도 대도시에 비하면 누릴 것이 없는 것은 맞죠. 하지만 이제 농촌도 변하잖아요. 성주에서 조금만 나가면 대구에요. 차로 이동하면 얼마 걸리지 않아요. 그리고 앞으로 농업은 고소득 직종이에요. 충분히 저희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의 마무리가 다가오는 시간, 영준 씨와 민규 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10년과 20년 후의 모습은 어떠할까하고 말이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지금은 7명이 뭉친 작목반이죠. 그런데 언제까지 저희가 작목반일까요. 지금 저도 그렇고 민규도 마찬가지고, 다른 청년 농부들은 모두 재배하는 품목이 달라요. 어쩌면 일종의 경험을 쌓고 있는 것이죠. 10년, 그리고 20년 후면 농업 인구가 많이 줄어들거에요. 농사는 지어야 하는 데, 농업인구는 적다면? 아마 농업도 일종의 기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희가 다르게 재배하고 있는 품목이 하나하나의 계열사가 되는 거죠.”

그리고 이들은 ‘귀농’에 대해서도 꾹 참아왔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귀농과 귀촌도 철저하게 준비가 필요해요. 어느 지역의 땅값이 얼만지, 어느 지역에 어떠한 품종이 잘 자라는지 등등 많은 공부가 필요하죠. 지금 보면 대부분의 귀농이 개인주의적이에요.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농사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더라구요. 경험도 필요하고 뭉쳐야 더 잘되더라구요. 뭉치면 시너지 효과거 엄청나죠.(웃음)”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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