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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啐啄同時)’ 들어본 적 있나요

등록일 2020-12-15 19:45 게재일 2020-12-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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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식포항침례교회담임목사
조근식포항침례교회담임목사

‘줄탁동시(啐啄同時)’. 이 말은 안과 밖에서 함께 일이 이루어진다는 말로서 어미닭이 알을 품고 있다가 때가 되면 병아리가 안에서 껍질을 쪼게 되는데 이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닭이 그 소리에 반응해서 바깥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줄탁’은 어느 한 쪽의 힘이 아니라 동시에 일어나야만 세상 밖으로 새 생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껍질 안의 병아리가 힘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껍질 바깥 어미 닭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병아리는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된다. 껍질을 경계로 두 존재의 힘이 하나로 모아졌을 때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이 비유는 결국 이 세상은 혼자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타인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국태민안은 여야나 정부와 국민이 줄탁동시 할 때 가능하고, 행복한 가정은 부부(夫婦)가 줄탁동시 할 때 이루어지고 훌륭한 인재는 사제(師弟)가 줄탁동시의 노력을 할 때 탄생하며 세계적인 기업은 노사(勞使)가 줄탁동시 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아름다운 관계개념의 줄탁동시의 신비로운 변화의 체험을 위해서는 몇 가지 깊이 새겨야 할 묵상이 요구된다.

첫째는 줄(啐)을 통해 ‘내가 먼저’라는 이치다. 즉, 받고 주는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원리, 그것은 물질도, 사랑도, 섬김도, 용서도 다 마찬가지다. 내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 먼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줄’의 지혜이다. 둘째는 탁(啄)을 통해 경청의 지혜가 필요함을 깨닫는다. 병아리가 안에서 어떤 부위를 공략하여 쪼고 있을 때 밖에서 어미 닭은 어느 부위인가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 병아리의 쪼는 것을 잘 듣고 있어야 하듯 인간관계도 탁(啄)의 이치는 경청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들을 줄 알되 바로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셋째는 줄(啐)을 인지할 때 탁(啄)의 타이밍이다. 즉 때를 놓치면 안 된다. 배고플 때 밥 한 그릇, 목마를 때 물 한 사발, 어떤 것이 필요할 때 채움의 타이밍이 절실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어두워진 현실 앞에 정치적인 오리무중의 상황이 하루하루 힘든 씨름에 혼 힘을 다 빼앗긴 모든 백성들이 다시 여와 야, 안과 밖, 어두움과 밝음, 너와 나의 줄탁동시를 통해 우리는 생명처럼 신비로운 감동을 다시 경험하며 새해를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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