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못 볼 날 오는가
1999년 항구도시로 유입, 전체 산림 4분의 1이 사라져
매개충 유인트랩 이용·발생지 처리법 등 눈여겨 볼만
글 싣는 순서①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이해
② 경북지역의 피해 상황
③. 포르투갈의 재선충 피해와 방제
④ 스페인의 재선충 피해와 방제
⑤ 소나무재선충병 극복 가능한가
□ 포르투갈, 재선충 악몽의 시작
포르투갈은 지난 1999년 유럽지역에서는 최초로 소나무재선충병이 발견된 국가다. 포르투갈 당국은 최초 유입 경로 파악에 있어 일단 중국이나 미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측했으나, 선충에 대한 분자생물학적인 유전자 검증 결과 중국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입된 지역은 수도 리스본에서 1시간 거리인 항구도시 세투발(Setubal). 포르투갈 세투발주(州)의 주도(州都)로 리스본에서 남동쪽으로 30㎞ 떨어진 어업의 근거지다. 항구도시인 관계로 각종 수출입이 활발하게 이뤄졌는데, 이곳을 통해 들어온 목재 중에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최초 발생지의 약 3㎞의 소나무를 전부 제거하는 방법으로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관리프로그램을 시작했으나, 유럽국가에서 최초로 발생해 대응이 신속하지 못한 관계로 박멸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소강상태를 보이다 2008년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산림면적은 315만5천여㏊로 국토전체 면적의 36%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산림이 중 소나무숲 면적은 현재 71만5천여㏊로 전체산림 면적의 약 4분의 1 가량이고 최근 10년 동안 60만㏊에 해당하는 면적의 소나무가 산불과 재선충병 감염 등으로 사라졌다. 또한 재선충으로 인한 소나무의 감소로 종이원료의 부족에 시달려 해마다 200만㎥의 목재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 산림협회의 재선충과의 사투
2008년 전국적인 재선충 확대에 따라 포르투갈 정부와 유럽연합은 프로토콜을 형성하고 2010년 정식으로 NAP(National Action Plan)라는 지침을 마련해 재선충 관리에 들어갔다.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것은 바로 포르투갈산림협회 FNAPF(National Federation of Forest Owners Association)다. 2008년 4월 1일 재선충병의 전국적 확대를 계기로 설립됐으며, 1만5천여명의 산주들이 가입돼 있다.
포르투갈의 재선충병 방제에서 산림협회가 주도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포르투갈의 산림의 99%, 즉 거의 대부분이 사유림이라 국가 차원에서의 통제가 사실상 힘들기 때문. 더구나 포르투갈이 현재 IMF 구제금융의 영향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어 정부차원의 관리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국경지역 20㎞가 전부다.
이에 산림협회는 지난 2013년 정식 NAP가 끝난 시점부터 유럽연합의 자금을 받아 CAULE라는 단체와 제휴를 맺고 필드에서 재선충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방제방법은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확산방지나 예방적 방제보다는 이미 감염된 나무를 베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구역을 나눠 증상을 보고 파악한 뒤 나무에 마킹을 하고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수행하며, 이후 현장에서 베어낸 나무를 파쇄를 거쳐 지역 목재가공업체로 보내는 방식으로 소나무를 재활용하고 있다. 이는 포르투갈의 매개충이 우리나라에서 주로 나무 둥치를 중심으로 산란하는 것과 달리 잔가지를 중심으로 산란하고 있기 때문에 큰 부분은 가구 등으로, 껍질은 가열처리 후 거름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포르투갈의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대체수종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때 편백나무가 대체수종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기후 여건상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고, 정서적으로도 소나무를 포기하기는 어려워 방제를 통한 재선충병박멸을 목표로 잡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소나무를 고집하지 않고, 산주가 감염된 소나무를 베어낸 후 대체수종으로 유칼립투스나무 등을 심어 산림의 재생에 힘쓰고 있다.
대체수종의 90%가량을 차지하는 유칼립투스 나무는 잎은 약재로, 목재는 건축재 등으로 쓰이며 소나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빨리 자라기 때문에 산주들이 적극적으로 심고 있다.
이 외에 나머지 10% 정도는 자연적으로 재선충병에 저항력을 가진 엄브렐라 소나무를 심고 있다.
포르투갈산림협회 바스코 데 캄포스(Vasco de Compos) 회장은 “소나무는 포르투갈 지역경제의 큰 축이었다”며 “재선충 이후 산림 수종의 구성비율도 달라졌고, 문화적 경제적으로 모든 것이 변했다”고 말했다.
□ 정부기관 `국립농축산조사연구소`
현장의 업무를 산림협회가 맡고 있다면 포르투갈의 농림부 산하기관인 국립농축산조사연구소(National Institution of Agrarian & Veterinarian Investigation)는 농축산 쪽의 과학적 조사와 커뮤니티, 정책적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수종으로는 소나무가 가진 목재의 가치를 대신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저항성을 갖고 있는 소나무 품종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업무는 △성공 전망 제시와 조사 △소나무수량관리와 매개충 모니터링 △감염지역 박멸 △침엽수 제품의 처치 △산림개발행위의 통제 △기술 연구 등이다.
특히 국립농축산조사연구소의 정책에서 매개충 유인트랩의 이용과 소나무류의 운송, 발생지의 처리법은 주목할만하다.
포르투갈은 하늘소 성페로몬과 소나무에서 추출한 카이로몬을 섞어서 만든 유인물질을 트랩 안에 두는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트랩을 나무의 윗부분에 설치하고 있다. 이는 매개충인 하늘소가 나무를 옮겨다닐 때 높게 날아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보통 설치하기 쉬운 사람 키 높이 정도의 위치에 두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 같은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2008년 전국적으로 재선충병이 확산한 원인을 인위적인 수송에 따른 것이라 판단해 지난해부터 모든 나무류에 대한 운송은 살충제를 묻힌 그물을 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규발생지의 경우에도 100m 이내의 소나무는 모두 제거하는 방법을 쓰고 있으며 200m 이내까지는 집중조사를 통해 확산 여부를 모니터링 하는 것도 감염목만 제거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방법이다.
국립농축산조사연구소 페드로 나베스(Pedro Naves) 박사는 “경제·산업·고용창출 측면에서 소나무가 많이 중요해 대체수종만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며 “최초발생부터 15년 가까이 되면서 재선충이 관심을 잃어가 어려움이 많고 자금조달도 어렵지만, 연간 5천~7천점의 시료에 대한 분석을 지속하는 등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