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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걸리면 100% 고사, 감염목 완전제거만이 해답

전준혁기자
등록일 2015-11-09 02:01 게재일 2015-11-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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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못 볼 날 오는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최초로 발견된 우리나라의 소나무재선충병은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난 현재, 그 피해가 수그러들기는커녕 전국 각지로 더욱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경북도에서도 재선충병이 경주와 포항의 경우 전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해 1급 극심지역으로 분류, 도 전체 피해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피해지역이 확대되고 있는 2급 심각지역인 안동·구미·청도는 물론 14개 시·군에서 발생해 지난 2014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년간 33만본의 피해수량을 기록, 매년 약 30만본의 신규감염을 나타내고 있다. 재선충병을 완전하게 박멸해 소나무를 안전하게 지킬 방법은 없을까. 본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공동기획취재를 통해 재선충병의 실태와 방제와 관련한 국내 현황과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럽 현지의 상황을 5회에 걸쳐 알아본다.글 싣는 순서

①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이해

② 경북지역의 피해 상황

③ 포르투갈의 재선충 피해와 방제

④ 스페인의 재선충 피해와 방제

⑤ 소나무재선충병 극복 가능한가

해송·잣나무 등에 선충 침투

공생관계 매개충이 전파 도와

파쇄·훈증 등 방법으로 방제

감염목 제거 예산 지원 `절실`

□ 소나무재선충병이란

소나무재선충병(Pine Wilt Disease)이란 감염되면 기주식물인 소나무를 100% 고사시키는 가장 치명적인 식물전염병의 하나다. 산림청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2013년 5월~2014년 4월) 218만본이 감염되는 등 정점을 찍었고 올해는 (2014년 5월~2015년 4월) 174만본으로 감소추세에 있으며, 소나무류 중에서도 소나무와 해송, 잣나무가 그 대상 수종이다.

병이라고는 하지만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와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퍼지는 것은 아니며, 소나무재선충이라는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선충이 침투한 뒤 소나무를 말라죽게 한다.

기주수목(소나무)-매개충(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병원체(소나무재선충)라는 연결고리에 의해 감염돼 확산하며, 그 중 병원체인 소나무재선충은 크기 1㎜ 내외의 실 같은 선충으로서 매개충의 몸 안에 서식하다가 새순을 갉아먹을 때 상처부위를 통해 나무에 침입한다. 침입한 재선충은 빠르게 증식해 수분,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아 나무를 죽게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치료약이 없어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

재선충이 알에서 성충까지 성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일이며, 수명은 약 35일이다. 1개의 성충이 80개 내외의 알을 낳게 된다.

참고로 선충은 거의 모든 지역과 동식물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약 백만종이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소나무재선충과 같은 식물기생선 선충은 모든 작물에 피해를 미치고 있어 식량작물 11%, 경제작물에 14%의 손실(세계평균)을 입히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소나무재선충은 스스로 나무를 옮겨다니며 전파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매개충이라는 전파경로가 존재한다.

□ 매개충,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매개충이란 나무를 옮겨다니며 내부에 지니고 있던 소나무재선충을 옮기는 역할을 하는 곤충이다. 매개충의 조건은 소나무류를 가해하는 해충으로 고사 또는 쇠약한 소나무류에 산란을 하게 된다. 즉 성충이 건전한 소나무류 가지를 후식(성충이 된 후 짝짓기를 할 수 있을때까지 성숙을 위해 소나무를 섭식, 가해하는 기간)하는 과정에서 몸속에 있던 소나무재선충이 침투하게 된다. 매개충으로는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두 종류가 있으며 섭식특성으로는 솔수염하늘소는 소나무를, 북방수염하늘소는 잣나무를 선호한다.

남부산림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솔수염하늘소(Monochamus alternatus)는 소나무재선충병을 유발하는 소나무재선충(Bursaphelenchus xylophilus)의 주요 매개충으로 소나무·해송을 기주로 하며, 죽어가는 나무나 완전 고사목 수피 아래 산란해 목질부속에서 유충과 번데기 시기를 거쳐 성충이 되고 나서 우화·탈출한다. 또한 2006년 12월 잣나무를 기주로 하는 북방수염하늘소가 소나무재선충병의 또 다른 매개충으로 보고되면서 이들 매개충의 밀도 제어를 위한 생리·생태적 특성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하늘소는 우화 시 1만5천마리 가량의 재선충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동거리는 100m 이내로 짧지만 3~4㎞까지도 이동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솔수염하늘소의 우화시기는 5월~8월, 북방수염하늘소는 4~7월이며, 1년을 주기로 1세대가 반복된다.

특이한 점은 매개충은 죽은 소나무에만 알을 놓을 수 있으며, 스스로는 소나무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재선충이 어떻게 보면 매개충과 공생관계로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 현미경으로 본 소나무재선충
▲ 현미경으로 본 소나무재선충

□ 기주수목인 소나무에 대한 방제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에 대처하고자 감염된 소나무나 고사목 자체를 벌목해 파쇄·훈증하는 방제방법을 쓰고 있다. 앞에 언급했듯이 기주수목(소나무)-매개충(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병원체(소나무재선충)라는 연결고리 중 하나만 제거를 해도 재선충병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매개충과 병원체에 대한 방제는 그 효용성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일단 병원체인 소나무재선충은 이를 죽이는 살선충물질이 연구소 내에서는 직접접촉에 의해 높은 증식억제 효과를 발휘하나 현장에서는 나무를 통해 주입하게 되므로 효과가 낮다. 99%의 재선충을 죽이더라도 단 1%가 재증식하는 것은 순식간이라 병원체에 대한 방제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소나무와 주위환경에 독성이 없어야 하고, 나무 전체에 약의 유효성분이 전달돼야 하나 이미 감염돼 물과 양분의 통로가 막힌 소나무는 살선충 물질이 전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개충에 대한 방제도 마찬가지. 최근 페로몬유인트랩이나 항공·지상방제를 통해 매개충을 죽이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이도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매개충의 개체수를 줄이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지 본질적인 방제법이 될 수는 없다. 재선충과 마찬가지로 단 한 마리만 남아 있더라도 방제는 실패한 것이기 때문이다. 매개충은 대부분 기간에 2㎝ 이상의 잔가지는 물론 둥지에 이르기까지 나무 안에서 애벌레와 번데기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어 우화 이후 성충활동 시기인 3~4개월 남짓의 시간에 이들을 죽이기는 현실성이 없다.

따라서 실질적인 방제방법으로 기주수목인 감염목을 제거하는 방법이 널리 쓰이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천문학적인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고사목을 제거해오고 있음에도 매년 재선충병이 확산하고 있자, 발견된 감염목을 전량 즉시 제거하지 못하는 현재의 시스템과 예산 부족에 허덕이며 국비지원만을 바라는 지자체의 재정상황으로는 재선충병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전체적인 메뉴얼의 개편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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