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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주변 10군데서 주민 직접 참여 방사선 감시활동

황성호기자
등록일 2015-07-15 02:01 게재일 2015-07-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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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방폐장 방폐물 16드럼 처분 `첫 가동`
▲ 논란이 지속돼 온 경주방폐장이 지난 13일 방폐물 16드럼을 첫 처분함으로써 운영을 시작했다. 경주방폐장을 운영하는 원자력환경공단은 방폐물을 처리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제공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가운데서 끊임없이 논란이 지속돼 온 경주방폐장이 지난 13일 드디어 운영을 시작했다. 1989년 영덕에서 이 사업이 첫 추진됐으나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로 무산된 후 안면도와 부안 등을 거치며 국민갈등의 한복판에 섰던 방폐장은 2005년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에 유치됐고, 10여년간의 공사 후 이날 첫 운영에 들어갔다. 이날 현장을 지켜본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의 경위야 어떻든간에 방폐장이 안전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경주방폐장을 운영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방폐물을 처리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중·저준위 폐기물 9단계 까다로운 사전심사 거쳐야

지하 처분시설 위치 수면보다 30m 높여 쓰나미 대비

□중저준위 방폐물, 안전 최우선

경주방폐장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중·저준위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이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원전이나 병원 등에서 사용한 작업복, 장갑, 부품 등 방사능 함유량이 낮은 폐기물로 전국 원전과 병원 등에서 발생한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발생된 대부분의 이 폐기물을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해 왔으나 앞으로는 모든 방폐물은 경주 처분시설에 모여 적합성 검사를 받은 후 지하 깊은 곳에 저장된다. 전국 각지에서 들어오는 방사성폐기물은 1차적으로 인수저장시설로 옮겨져 관리·검사를 받게된다. 사전 심사인 첫 단계부터가 까다롭기 그지없다. 폐기물은`총량검사-중량검사-육안검사-표면방사선량률측정-표면오염측정-엑스선검사-드럼 핵종분석-압축강도 검사-처분용기방출`등 9단계나 거쳐야 한다. 이후 결과에 따라 처분시설에 분류·저장된다.

특히 원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경우 발생 현장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자체 검사와 원자력환경공단 예비검사까지 받아야 한다. 두 차례 검사를 통과해야만 해당 폐기물은 경주 방폐장 인수저장 시설에 들어올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날 초청받은 주민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곳은 방폐물 최종 저장고인 지하처분시설이었다. 원자력환경공단 측은 안내를 통해 지하 저장시설은 입구 위치를 수면에서 30m 이상 높이에 지었다고 설명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최고 높이 16m의 쓰나미를 염두에 둔 설계라는 것이다. 입구를 지나 차를 타고 약 1.9㎞, 높이 130m를 내려가자 중앙복도를 중심으로 양 옆에 마주보는 형태로 총 6동의 사일로(저장고)가 눈앞에 나타났다. 각 사일로의 크기는 안전성을 감안해 둘레 25m, 깊이 50m. 48㎜ 철근을 사용했으며, 1~1.6m 두께의 콘크리트로 양성돼 어떠한 충격에도 견딜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일로 상부에는 처분용기 하역을 위한 트롤리(크레인)가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 트롤리는 200L 드럼 16개 또는 8개를 담은 처분용기를 들어서 쌓는 역할을 한다. 각 사일로의 수용용량은 1만6천700드럼으로 약 10만드럼을 수용할 수 있다.

환경공단 관계자는“사일로는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면서 전 과정이 안전을 가장 우선에 두고 사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폐쇄 후 방폐장 주변 방사선량은 연간 0.01mSv 미만으로 관리되며 이 수치는 일반인 연간 허용 방사선량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주민과의 소통에 역점

원자력환경공단은 이날 방폐장을 조성하는 데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 지역주민 공감과 국민 수용성이라고 거듭 밝혔다.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는 곳이라는 점은 명확히 알리면서도 국민 거부감을 최소화하도록 했다는 것.

처분장 전체를`청정누리공원`이라는 테마광장으로 조성한 것도 그런 차원이라는 것이다. 실제 원자력환경공단은 50만㎡ 규모 테마공원을 통해 혐오시설로 낙인찍혔던 방폐장을 지역친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처분장 운영 현황도 투명하게 공개된다. 지역주민이 방사선 관리 활동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부지주변 열 군데에서 실시간으로 방사선을 감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매년 부지 주변과 비교지점에서 시료 650여개를 채취해 방사선 감시활동도 벌인다. 최근에는 방문객과 국민 아이디어를 받아 방폐장 안전을 더 개선하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1만5천명 이상 방문객에게 시설을 공개하고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안전개선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경주 방폐장 운영은 원자력발전에서 폐기물 처분까지 전 주기를 완성했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면서“국민들께서 안심할수 있도록 방폐장을 철저하게 관리해 신뢰를 쌓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인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인터뷰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경주시 양북면에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에서 지난 13일 처음으로 방폐물을 처분했다. 투명한 방폐장을 운영한다는 취지로 처분 과정을 주민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에게 공개해 눈길을 모았다. 이날 “방폐장 운영의 최우선 가치를 국민 생활 안전에 두겠다”고 거듭 밝힌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을 14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원전가동 37년만에 처분까지 완료

안전한 운영으로 경주시민에 보답”

-방폐물 최초 반입의 의미와 현재 운영 준비상황은.

△원전 가동 37년만에 원자력 에너지의 발전부터 폐기물 처분까지 국민안전 확보에 필요한 후행핵주기 대책을 모두 완비한 큰 의미가 있다.

경주방폐장의 민주적인 부지선정 절차와 건설경험은 올해 IAEA 원자력협약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중저준위 방폐장의 소중한 경험은 향후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마련에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올해 최종 처분량은 얼마이며, 방폐물 반입은 언제부터 이뤄지나.

△올해 방폐장에는 13일 16드럼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3천8 드럼을 지하 처분시설에 처분할 예정이다. 8월부터는 원전방폐물 3천(한울, 한빛, 월성), 원자력연구원 800, 공단 400드럼 등 총 4천233드럼의 방폐물이 반입될 예정이다.

당초 한울원전 방폐물을 올 6월에 반입할 예정이었으나, 한울원전의 계획 예방정비가 6월 중순에 완료됨에 따라 8월로 연기됐다.

-2단계 처분시설 추진일정은.

△처분시설 2단계 건설사업은 방사성폐기물의 누적량 증대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임시 저장용량 한계시점 도래에 대비하기 위해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추가 건설하는 사업으로 2012년 부지특성조사를 실시했으며 2016년 건설·운영허가 취득 및 본공사에 착수해 2019년 준공 예정이다.

-국민의 신뢰와 믿음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안전한 방폐장 운영은 당연한 것이며, 할머니, 할아버지, 젊은 사람들까지 와서 방폐장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자손녀들과 함께 할때 신뢰가 형성되는 것으로, 공단은 경주의 문화와 자연에 과학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 미래세대에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경주 시민들에게 보답할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면 신뢰는 자연스럽게 쌓일 것으로 기대한다.

▲ 경주방폐장 전경
▲ 경주방폐장 전경
저장공간 사일로, 지하 80~130m에 위치

IAEA `세계서 적용가능한 우수사례` 인정

경주방폐장은

국내 최초 방폐장인 경주방폐장 1단계사업은 아시아 최초 동굴처분장 형태로 건설됐다. 원통 형태로 건설된 저장공간인 사일로는 지하 80m~130m에 위치해 있어 방사능 유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했다.

이외에도 3단계의 다중 방호시스템이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못나가도록 설계됐다. 지하뿐만 아니라 지상에도 총 8대의 환경방사선감시기가 설치돼 정기적으로 주변 토양, 곡류 등을 채취하고 분석해 방사선 영향을 감시한다. 1단계 방폐장은 10만 드럼의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경주 방폐장 안전 시스템은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방사성폐기물 안전협약 검토회의에서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1단계 준공이 다른 국가에 적용할 수 있는 우수 사례로 선정된 것이다.

중저준위방폐장은 1986년 부지 확보에서부터 지난 13일 경주 방폐장에 최초처분을 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008년 8월 본공사를 착수한 뒤에는 지하수와 암질 문제로 공사기간도 두 차례 연장했다.

2014년 6월 1단계 동굴처분시설을 완공했고 12월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사용을 승인했다.

2019년까지 표층 처분방식으로 12만5천드럼을 처분하는 2단계 시설을 짓기로 했다.

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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