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가 더 바쁜 사람들
바야흐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다. 대부분의 시민은 오랜만에 만날 부모님과 친지 생각으로 들뜰 시기지만, 오히려 이 기간에 더욱 업무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지는 설을 맞아 명절에 휴일도 잊은 채 다른 시민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3명의 사연을 소개한다.
□포항톨게이트 요금정산원 김미재씨
끝없는 귀성 차량을 마주하며 추위도 잊은 채 끊임없이 미소 짓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정산원들. 정산원 한 명당 하루 평균 2천명의 운전자를 상대하며, 명절에는 평균 3천명 이상이 이들을 스쳐간다. 통행객의 즐거운 귀성길을 바라며 명절도 잊고 근무하는 포항 톨게이트 요금 정산원 김미재(48)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이번 명절 연휴에도 근무하게 됐는데.
△근무 특성상 365일 24시간 내내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분들이 휴가를 가거나 명절에 고향으로 떠나면 톨게이트는 도로 바빠지는 곳이다. 한마디로 남들과 `반대 인생`을 살고 있는 느낌이다. 남편,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챙겨주지 못하거나 잘 돌봐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번 명절에도 평소처럼 근무하게 돼 더욱 미안함이 앞선다. 하지만 이런 아내·엄마를 뒤에서 든든하게 응원해주는 가족들이 있어 힘이 나고 무척 고맙다.
-톨게이트에서 근무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많은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그만큼 어려운 점도 많다. 대표적인 감정노동직업이 아닐까 한다. 제일 곤란할 때가 통행권을 분실하거나 하이패스 오류 등 고객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줄이 길어지면 짜증을 내는 고객분들이 생긴다. 지갑 등을 찾느라 고객이 요금을 늦게 건네주는 경우에도 정산원들이 처리가 늦어 그렇다고 오해해 화내시는 분들이 가장 많다.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전혀 없다. 올해로 근무한 지 11년차인데 지금 드는 생각은 `재밌게 일했다`라는 생각이다. 매일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직업이다.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나므로 그만큼 보람도 느낄 수 있다. 한 평 남짓한 부스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잠시 소통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지 않나. 가끔 그 짧은 순간에 힘내라는 말 한마디를 건네주시거나, 음료·과자 등 간식거리를 전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그분들에겐 사소한 일인지는 몰라도 우리에겐 추억이고 보람이 된다. 또한 일을 하며 힘들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힘들 수 있으나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즐겁게 하려고 한다.
-이번 설 귀성객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고향에 돌아오시는 분들이 도착해서 처음 마주치는 사람이 우리 톨게이트 요금 정산원들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까닭에 시민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항상 전하는 말이 있다. 바로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이 되십시오”인데, 연휴에 발생하는 교통사고로 즐거워야 할 명절에 가족들이 슬픔과 비통에 빠지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아무쪼록 모두에게 사고 없는 즐거운 귀성·귀경길이 되었으면 한다. 한 가지 더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기도 하니, 톨게이트 요금 정산원들도 누군가에게 아내, 어머니, 며느리 등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대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포항북부소방서 대응구조구급과 유병용 팀장
설 연휴 명절을 맞이한 5일간의 연휴가 시작됨에 따라 각 소방서는 시민들이 안전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포항북부소방서 대응구조구급과 유병용(54)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방관들의 명절 근무는 어떻게 이뤄지나.
△소방관들은 명절개념이 따로 없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국민이 편하게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평시와 똑같이 화재예방과 구조구급 활동을 시행하고 있지만 오히려 명절과 같은 특수상황에는 경계근무기간에 들어가 더욱 힘든 업무가 이어진다. 이번에도 설을 맞아 17일부터 23일까지 경계근무기간이라 연가와 병가 등이 제한되고 장거리 여행도 통제되는 등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간다. 따라서 보통 명절이 끝나고 경계근무가 해제되면 연가나 장거리 여행을 신청하고 쉴 수 있다.
-명절 때 특별히 업무를 수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화재나 구조상황 등 각종 응급상황이 명절 기간에 특별하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족들이 모이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농·어촌 지역에 난방을 많이 하게 되고, 이 때문에 화재가 가끔 발생한다. 또한 각종 쓰레기도 많이 생기면서 이런 부산물을 소각하다 생기는 화재도 종종 있다. 교통량도 몰리며 차량사고로 인한 구조사항도 평상시보다는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이번 설 명절도 겨울철인 관계로 시민들께서는 안전을 제일 우선으로 생각하고 각종 집안 화기 취급에 주의를 기울여주길 당부드린다.
-명절에도 업무를 보게 되면서 가족들의 불만은 없는지.
△소방 자체가 권력기관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부득이하게 명절에도 업무를 보게 되지만 이런 부분은 다들 각오를 하고 있고 가족들도 이해를 해주는 편이다. 오히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그 부분은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사기를 먹고사는 것이 소방관인 만큼 가족들의 이런 이해는 큰 힘이 된다.
-소방관을 꿈으로 가지고 있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선배로서 본분을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한데, 따로 한마디를 하기가 부끄럽다. 굳이 이야기를 하자면 소방관이 힘들기는 하지만 자부심과 사명감도 그만큼 크다.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고 남을 돕는다는 서비스정신이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언론을 통해서 각종 장·단점이 많이 보도되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꿈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는 소방직이 교도관 등 다른 제복을 입은 직종과는 달리 국가직이 아닌 지방직이라 힘든 것이 많다. 지자체별 예산의 문제도 있고 해서 수당부터 장비, 인력, 복지 등이 천차만별이다. 이런 부분이 조속히 개선돼 앞으로 소방관이 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포항시 민원전화 빨리콜센터 박찬미씨
포항시 빨리콜(054-270-8282)은 지난 2010년 운영을 시작한 이후 포항국제불빛축제, 명절 연휴 등에서 민원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통합민원전화센터다. 이번 연휴에도 고향을 찾은 귀성객 및 시민들을 위해 수화기를 잡는 콜센터 소속 박찬미(28)씨의 사연을 소개한다.
-`빨리콜`에 대한 호평이 자자한데.
△그동안 국제불빛축제기간, 명절 연휴 응급전화 등 많은 문의가 이어져 근무하는 분들 모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를 고객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뿌듯한 기분이 든다. 각종 생활민원, 축제일정, 대중교통 현황 등 상당히 다양한 문의가 들어오는데 고객들에게 정확하게 답변하고 나면 꼭 `만능 해결사`가 된 기분이며, 더욱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다.
-콜센터에 근무하며 가장 힘든 점은.
△지금은 `갑·을`논란 처럼 서비스직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예전보다는 심하지 않지만, 여전히 욕설을 하거나 화부터 내는 등 다소 난폭한 분들이 전화를 하면 가장 힘들다. 현재 2년 반정도 센터에서 근무를 했는데, 아직도 이런 전화를 받으면 한동안 마음을 다잡기가 힘든 날이 많다.
이 밖에 어려운 점이라고 하면 메뉴얼에 없는 내용에 대한 문의를 받을 때다. 신문이나 뉴스를 보고 전화했다며, 다른 도시는 이러한데 포항은 왜 이런걸 안하냐 는 등의 질문도 답변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대한 성심성의껏 뉴스를 찾아보고 답변이 가능한 부분 내에서 알려 드리고 있다.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나.
△한번은 추석에 가족이 아파서 정말 급하게 약국이나 병원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비상 근무를 하고 있었던 지라 당시에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었다.
이 일을 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인터넷 검색만 해보거나 발만 동동 굴렀을지 모른다. 그때 든 생각이 `누군가의 가족 역시 이렇게 도움이 필요할 수 있겠구나`하는 것이었다. 이후 긴급한 문의의 경우 더욱 신경써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며,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가슴이 찡하면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명절에 출근한다면 가족들이 서운해 하지는 않나.
△일이라는 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 가족들이 서운한 티를 안 내는 것 같다. 하지만 오붓하게 가족들과 즐거운 명절을 보내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들곤 한다. 그래도 지난해 명절 연휴 동안 계속 근무했었는데, 올해는 당직서시는 분들이 콜센터를 봐주셔서 연휴 내내 근무하지는 않아 가족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연휴 기간 동안 어머니를 많이 도와드려야겠다.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com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