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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평화 푸른 양띠해 행복이 넘치길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5-02-18 02:01 게재일 2015-02-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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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찬·황연화 교수의 청양의 해 기념 휘호`청양도`. 한지에 수묵 채색. 부부 교수 이면서 부부 화가인 권정찬·황연화 교수는 푸른색은 예로부터 지혜와 넓은 하늘, 평화 등의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어 푸른 양띠의 해도 더불어 좋은 의미로 해석된다며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 일이 가득할 것이라고 했다.

문경 출신 여류화가 황연화 중원대 교수는 1967년 양띠다.

맑고 여성스러움이 가득 베인 독특한 수묵 채색화로 널리 알려진 황 교수는 2015년 부푼 희망을 조심스렇게 내놓았다.

“이제 유럽으로 진출하려는 남편을 내조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일이 아닐까요?”

남편 권정찬(경북도립대학 교수) 화백의 제자로서 제자에서 연인으로, 또 부부의 인연으로 발전한 그는 양띠생으로 청양의 해인 올해는 남다른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양띠 여류화가 황연화 중원대 교수권정찬 화백과 제자서 연인으로,

또 백년해로 인연맺은 각별한 사이 눈길

배움에 목말라있는 동양화 전공 부부화가 서로 격려하며 아름다운 동행

황·권 교수 부부는 부부교수이면서 부부화가다. 두 교수 다 동양화를 전공해 여러모로 같은 길을 가는 두 사람이다.

황 교수는 역사를 좋아하는 남편을 닮아 역사학 박사학위를 중국에서 취득했다.

대학시절에 민화를 연구하고 동양화의 기초를 가다듬은 그는 중국유학 시절 중국 정통공필화를 배우고 패턴디자인과 전통규방공예를 익혀 서울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한 다재다능한 여류화가다. 화단에서는 여러 차례 수상과 개인초대전, 각종 심사위원 등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부부일 것이다.

그들 부부에 얽힌 일화가 얼마나 부부로서 서로를 위하는 지 알 수 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 동양화가로서 해외에서 많은 초대개인전 등으로 최고의 예우를 받은 대표적인 화가다. 서울 인사동만 가도 대구의 작가로 꼽으라면 정점식 화백 이후 권정찬 화백이라고 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그래서 서울과 수도권 몇 몇 대학에서 섭외가 있기도 했지만 부인을 위해 포기했다.

황 교수 역시 국내 몇 안 되는 역사학자로 미술사를 전공, 유명한 국립대학에서 몇 차례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남편을 혼자 두고는 멀리 갈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충북 괴산에 위치한 중원대학과 예천의 경북도립대학을 사이에 둔 문경에 작업실과 보금자리를 두고 있다.

황 교수의 권 교수에 대한 호칭은 아빠나 여보가 아니다.“선생님”. 그러다 보니 가끔 권 교수가 부인이 아닌 제자로 착각(?)해 지나치게 나무랄 때는 서운하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지극하다.

작품의 변화도 어느 작가보다 많은데다 남편의 하나를 알려면 뿌리를 뽑는 성격에 걱정도 컸다.

너무나 배움에 적극적이라 간혹 종교 맹신주의자로 될까 걱정도 했을 정도라고 한다.

“풍수지리, 체질의학, 도, 종교, 고미술, 역사, 꿈…. 정말 무서울 정도로 파고들더라고요. 한 예로 풍수를 배운다면서 시신은 왜 만져요? 해부학을 익힌다나요. 하지만 작품을 위해 한다니 말릴 수도 없고….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서화가 석재 서병오 선생도 자신처럼 다재다능했다고 우기니, 긍정할 수 밖에요.”

하지만 권 교수의 늘 일기를 쓰고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는 모습은 입시생 같은 자세라 보기가 좋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밤새 꾼 꿈을 적는 일기는 좀 그렇지만요…. 발명가적 자세는 권 교수님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재를 개발하고 조형을 만들고 모든 것을 앞서려는 자세. 뒤 따라 가는 것은 싫어해요. 남이 뭐라 하든지 그대로 가요. 좋은 모습이죠.”

남편인 권 교수는 부인이 스승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오랜 세월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만큼 부인을 너무 잘 아니 처음에는 대수롭잖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먼저 자문을 구한다. 황 교수는 남편 그림의 매너리즘과 세속적 화풍에 경고와 가감 없는 조언을 한다. 그러면 권 교수는 대뜸“당신이나 잘하시오!”라고도 하고, 처음 권 교수를 만나 작품을 할 적에는 곁에도 못 오게 하고 누구도 접근을 싫어했다.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정신적 몰두 속에 작업을 하는 분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제 부인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는 데 고마움을 느껴요.”

황 교수에게 남편은 호칭 그대로 선생님이다. 그리고 자신이 남편의 스승 역할이라면 남편은 자신의 후견인이다. 전시회를 기획하고 작품을 조언하고 도구를 챙겨주고 프로그램을 같이 짜는 등 그림 외적 지원으로 헌신한다. 또한 작품도구, 물감 등은 공동으로 사용하니 수월하다. 2층 다락방과 작업실에는 일반 작가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고급 채색물감들이 가득 진열돼 있다. 권 교수가 80년대 중반부터 사용하던 것들이다.

올해는 연초에 이미 황 교수가 먼저 개인전을 열었다. 옛날 책이나 글씨 종이 등을 바탕으로 한 새로움을 보여 주려 했다. 전시기간 중 많은 올해 설계를 했다.

다만, 걱정이 하나 있다.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9월에 있을 남편 개인전이 걱정이다. 새로운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하니 두렵기 까지 하단다. 하지만 워낙 철저히 준비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남편이니 옆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부인이기 전에 스승으로서의 시각으로.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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