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땅도 우직한 주인 만나면 기름진 땅이 되듯어렵게 장만한 터에돌 골라내고 정성 들여푹 삭힌 거름치고해마다 때 놓치지 않고갈아엎고 갈아엎기를 여러 해부드러운 붓끝이마침내 길 잘들인 쟁기가 되어기름진 땅을 일군 농부비탈진 땅에홑청 치마저고리 입고수건 두른 여인들이삼삼오오 모여 품앗이 밭을매고 있다밭둑길 멀리 젖먹이 막내 등에 업고물 주전자 들고 오는어린 누이도 보인다박수근의 그림을 특유의 따스하고 감성적인 시선으로 읽어내고 있음을 본다. 가까이서는 그림의 내용이 잘 판별되지 않는 박수근 그림의 특징을 시인은 꼼꼼히 들여다보며 그림 바깥의 그림을 보고 있다. 그림 속의 밭 매는 여인들의 내면까지도 읽어내는 심미적인 시인의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시인
2018-11-08
비탈이나의 뿌리를꽉 움켜쥐고 있다나는죽어서도 죽지 못하고서 있다꼿꼿이 살아서비탈의 손을잡아 주어야 한다이렇게몇 억 년 함께 산다, 우리는고사목은 수령을 다한 나무가 죽은 채 생전의 모습 그대로 서 있는 것을 일컫는다. 시인의 시각은 고사목이 죽은 나무가 아니라 살아있는 나무고 영원히 살아있는 나무라는 인식과 함께 이제는 잎과 열매를 매달지 못하지만 영원을 향해 꿋꿋이 서서 살아있는 것이라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깊이 공감되는 작품이다. 시인
2018-11-07
내 별호가 혹은 호명되는 이름이이렇게 길거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아버지는 앞으로 내 이름이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내가 태어난 근황과 이름을 작명해서아버지와 가까이 지내는두타산 정상에 사는 얼레지에게만슬쩍 귀띔했을 뿐아버지가 두타산 무릉계곡 근처선녀탕을 지나 용추폭포라는 작명가 집에서한나절 고민해 지어온 내 이름두타산청옥산이기령무릉계곡소비천골신흥리입술고둥아재비달팽이, 라고이름은 사람이나 사물이 다른 존재들과 구별하기 위해 지어진 기호다. 그런데 시인의 아버지가 지어붙어준 이름이 예사스럽지 않게 길고 특별하다. 고향이 지명들과 사물들의 이름이 조합되어 길고도 정겨운 이름이다. 아버지는 딸아이에게 왜 이렇게 긴 이름을 붙여주었을까. 수려한 산과 계곡, 귀엽고 착한 곤충이나 벌레처럼 선하고 착하게, 곱게 이 세상을 살아가라고 붙였으리라 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
2018-11-06
회색양말 신고 나갔다가 집에 와 벗을 때 보니색깔이 비슷한 짝짝이 양말이었다이젠 아무래도 좋다는 것인가비슷하면 무조건 똑같이 읽어버리는 눈작은 차이를 일일이 다 헤아려보는 것이 귀찮아웬만한 것은 모두 하나로 묶어버리는 눈무차별하게 뭉뚱 그려지는숫자들 글자들 사람들 풍경들 앞에서주름으로 웃는 눈웃음으로 얼버무리면 마냥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이젠 아무래도 좋단 말인가빨래바구니에 처박히자마자저마다 다른 발모양과 색깔과 무늬와 질감을 버리고빨랫감 하나로 뭉뚱그려지는 양말들제 짝이 아닌 회색양말을 신고 다닌 사소한 일상의 일에서 시인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 버리는 무관심한 삶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일인가를 느끼며, 나이가 들며 이런 일들에 무덤덤해져 가는 일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를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8-11-05
나 크레인 몰고 너에게 가서아침 햇살이 오후의 빗줄기를 피해담장 밑 빈 병 속에 숨어 있다 말하리라(---)이리저리 H빔이 날아다니는 하늘가오늘 하루 검게 그을은 무쇠의 손길로달려가 너의 닫힌 가슴 두드리리라땅속 깊이 박힌 몸 뽑아 멀리 달아나리라현대사회를 흔히 기계문명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한다. 이를데없이 비정하고 냉혹하다고 말하지만 시인의 인식은 다름을 본다. 기계 구조물의 차갑고 경직된 분위기를 감싸안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인간에게 온갖 편리함과 여러 가지 도움을 제공해주는 기계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공감이 가는 작품이다. 시인
2018-11-02
아침에 남편과 아내는아파트에서 나와 각각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마자지하도로빨려들어가고표정을 지우고 각각지하도를 걸아가자마자지하철로빨려들어가고머리를 비우고 각각지하철을 타자마자터널로빨려들어가고가슴을 놓아두고 각각터널을 나가자마자연결통로로빨려들어가고오장육부로 덜어놓고 각각연결통로를 뛰자마자회전문으로빨려들어가고이목구비를 벗어놓고 각각회전문을 돌자마자엘리베이터로빨려들어가고사지를 내려놓고 각각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마자컴퓨터로빨려들어가고현대사회의 속도감과 반복되는 일상의 단순함, 단절과 건조한 생활상을 고발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하루 종일 감동없이 이런저런 공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현대인들이 반복되는, 부끄러운 초상을 말하면서 그 뒤에 혹은 끝에 우리에게 돌아오고 남겨지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펴고 있다. 깊이 공감되는 작품이다. 시인
2018-11-01
출판기념회 때한 권의 시집을 받던 날첫눈이 내렸습니다잠들기 전에 깊은바다에 익사한 가슴에이순이 넘은 그의 생애가흰 눈처럼 맑게한 권의 시집으로써푸른 날의 울음을 대신할 수 없지만오늘날 무명가수보다박수를 받지 못하는 시대에알몸으로 장막을 칠 수 없었습니다눈시울에 젖어드는그의 무거운 언어는 가장어두운 곳에서소리 없는 예지로 영혼의심지를 적시고 있었습니다어느 시인의 시집을 받아 읽은 소회를 그윽한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이장희 시인은 영덕 출생으로 치열하고 융숭한 시정신으로 서정성 높은 시를 세상에 던져 넣는 원로 시인이다. 그가 받은 한 권의 시집 속에서 시인은 이순(耳順)을 넘긴 시인의 맑고 올곧은 목소리와 어두운 곳에서도 형형히 빛나는 시인의 눈빛을 발견하고 그를 기리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8-10-31
기억으로 한채의 집을 지을수 있음을가뭇없이 물위에 부유하는물새 둥지가 있었네천년의 까마귀 날개로 여는연꽃늪사무친 절규로 질척이며알알이 영그는 사랑스토리백일홍 약속붉은 꽃망울 하르르어깨 나란히 펴고 비상하네더 이상 너의 시간속에살지 않기에우두커니 기대앉은 잉여의 시간속나는신라 천년의 연꽃 연못 서출지에서 시인은 진흙 속 천년의 시간을 읽고 있다. 연꽃 진 자리에 해를 향해 꼿꼿이 선 연밥과 연못 둘레에 곱게 피어난 목백일홍이 어우러진 서출지에서 설화 속 까마귀와 사랑을 떠올리며 영원의 시간 속으로 걸어가는 시인을 본다.시인
2018-10-30
칠갑산에 오르면금강 줄기를 타고 가다아득히 시야 끝에서 은빛으로 반짝이는 강고향을 떠나서도 언제나머리 위에 높이 떠 있는 강얼음 풀리면 그대가슴을 향해 흐르리시인은 우뚝 솟은 칠갑산과 유유히 흐르는 고향의 금강을 바라보며 50년대 한국전쟁 직후의 상처와 아픔투성이었던 산하를 떠올리고 있다. 고향을 떠났어도 잊혀지지 않고 늘 높은 강으로 시인의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고 간절한 그리움의 강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시인
2018-10-29
물이 빠져나간 거대한 연못언젠가 눈에 박힌 그 풍경 나가지 않네장화 신은 발들이연못 바닥을 저벅저벅 걸어다니네울컥 고이는 발자국을검고 끈적한 진흙이 삼켜버리네(…)장갑 낀 손들이바닥에 흩어진 잔해를 끌어모으네이토록 태울 게 많았던가번제를 올리듯 어떤 손이 불을 붙이네타오르면서 타오르지 않는 불의 중심명치끝이 점점 뜨거워지네눈이 너무 매워 움직일 수가 없네뇌수에서 썩어가던 기억의 잎과 줄기가몇줌의 재가 되어가는 동안장화 신은 발들이 불을 둘러싸고 서 있네그들이 주고 받는 얘기가 들렸다 안 들렸다 하고누구일까, 내 몸을 제물 삼아마른 연못에서 불을 피우는 그들은우아하고 고운 꽃을 피워올린 연(蓮)은 꽃잎 진 자리에 연밥 대궁을 올리고 가을 햇살 아래 마르다가 연못 바닥에 주저앉게 된다. 시인은 그 마른 연못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고 있다. 상처를 거름 삼아 다시 일어서고 마는 연꽃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네 삶의 모습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시인
2018-10-26
내 아무 가진 것 없어도그대 눈썹 위에 머무는넓고 깊은 생각으로 사느니무너지고 스러지는 것들모두가 당신의 뜨거운 몫인 것을위대하도다당신이여죽어서도 내 그리움의꽃으로 피어 있을 당신이여탐욕없는 지애비그래서 나는 행복하느니그대울 엄마 같은 하얀 목련꽃무거운 이승의 끝까지남은 저승의 끝까지거듭 사랑하노라필자의 고등학교 시절 국어선생님이었던 시인의 절절한 애부가(愛婦歌)를 듣는다. 한 생을 청빈한 선비로 살아온 시인이 이승에서 목련꽃 같이 순정하고 고운 여인을 사랑하며 해로하다가 죽어서도 그리움의 꽃으로 사모하겠다는 사랑고백의 목소리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아침이다. 시인
2018-10-25
가슴속에 뭣이 들었기에그토록 온몸으로 슬피 울 수 있을까덩치만 컸지소리꾼 같이 잘도 운다나도 속을 텅텅 비우면저토록 온몸으로 슬피 울 수 있을까속을 비운 북이 온몸으로 울 듯이 시인도 자신을 옭아매는 욕망을 비워내면 저 북처럼 울음을 토할 수 있을까 라는 고백을 하고 있다. 지역의 중견 언론인으로 한 생을 살아온 시인의 겸허한 자기성찰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
2018-10-24
보다 나은 기계의 효율에 기여하기 위하여보다 강력한 인간의 혹사를 강요한다기계의 노예가 된 영혼 속에는또 다른 기계가 들어와 둥지를 틀고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는 거대한 눈에 갇혀기계보다 더 기계 같은 군상들 사이에서 혼돈한다밤새워 바치는 숨소리마저기계의 정확성과 흡사하지 않으면살아남지 못하므로정복당한 마지막 종족처럼사소한 유전인자마저 닮아가야 한다게으름이나 시비는 절대 용서될 수 없는기계끼리의 강력한 연대만이지배하는 사회!기계보다 더 기계 같은 인간들이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기계를 내세워벌이는현대전이다인간이 만든 기계지만 그 기계에 예속당하고 조정받거나, 보이지 않는 권력에 의해 혹사당하는 우울한 우리사회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음을 본다. 인간 삶의 조건이 기계에 의해 조성된다는 안타까운 현대사회의 단면을 비판하면서 그 극복을 휘한 단호한 시인의 현실대응의지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
2018-10-23
차마 다 터뜨리지 못한 울음처럼늙은 달이 온몸을 밀어올리고 있었습니다그의 필생의 호흡이 빛이 되어대웅전 주춧돌이 환해지는 밤오리, 다람쥐가 돌 속에서 합장하고게와 물고기가 땅끝 파도를 부르는생의 한때가 잠시 슬픈 듯 즐거웠습니다열반을 기다리는 달이여그의 필생의 울음이 빛이 되어미황사는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홀로 충만했습니다시인은 아물지 않는 상실감의 대상인 어머니를 통해 심안의 세계에 들고 있음을 본다. 열반하는 늙은 달에는 어머니의 굴곡의 삶과 눈물이 비쳐져 있다. 시인은 미황사에서 쏟아지는 달빛을 받으며 자연과 사물과 그리운 어머니와 소통하며 운명적으로 길들여진 슬픔을 가만히 꺼내보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
2018-10-22
거사도 보살도 들이지 않은운문 강원(講院) 앞밭에 씨앗을 놓는다저들의 수행이 알타리무우 아래로 구르는 시월을 향한묵언(默言)의 씨앗 놓기는 느리고 길었다오래 닫힌 몸에 씨앗을 받아들이는 그녀들곧 수태할 것이고산란할 것이다알토란 두 고랑방울토마토 두 고랑근대 두 고랑알타리무우 두 고랑두 고랑 먼동두 고랑 노을필자는 몇 해 전 늦여름 청도 운문사 기행 중에 절집 앞 제법 넓은 사찰의 밭에서 일을 하는 비구니 스님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말없이 쟁기를 끌고 이랑을 만들고 가을 무씨를 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밭은 가생이에 토란, 방울토마토, 근대가 두 고랑씩 자라고 있는 것을 봤다. 이승의 가슴 아픈 인연들을 뒤로 하고 입산한 구도자들이지만 노을지고 새벽 먼동이 틀때면 두고온 가족, 사랑하는 사람, 잊지못할 인연들이 그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쓴 시다. 시인
2018-10-19
덫에 걸려 죽은 쥐를 쓰레기 소각장에 버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던가방 안의 쓰레기통을 비우고 마당을 돌아다니는 과자 봉지와 종잇조각, 비닐 끈을 주워 소각장에 모아놓고 불을 놓았다(쥐는 그새 거죽이 말라붙은 채 썩는 내를 소각장 주위에 날리고 있었다)불이 타들어가 쥐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자 쥐의 몸 안에서 무엇인가 나오기 시작했다꾸물꾸물 허연 것들이 모습을 보이는가 싶자우르르 와르르 터저나오는 구더기벗어날 길 보이지 않는 구더기 사태내 몸 안에서 쏟아지는 구더기들강원도 산속에서 생활하며 시를 쓰는 시인의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 시의 모티브는 쥐의 죽음이지만, 우주, 자연계, 인간세계의 모든 죽음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라는 인식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죽음이란 숙명이며 거부할 수 없는 것이고 한없이 가벼운 것이라는 냉정한 인식을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산(山)에서 터득한 것은 아닐까. 시인
2018-10-18
믿기지 않겠지만 나는잘 만들어진 코르크마개다역시 믿기지 않겠지만 나는잘 봉인된 내 할아버지다믿거나말거나 나는깊은 맛으로 숙성되는 내 아버지다믿을 수 없겠지만나는 지금코를 막고 썩어가는네 아들이다시적 화자는 코르크 마개가 되고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아들도 된다는 표현을 하면서 왜곡되고 거짓투성이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이 추구하는 것은 참됨이고 진실이다, 유사함과 거짓이 판을 치는 불구의 세상을 향해 기발한 비유로 회초리를 대는 시인의 현실인식에 깊이 동의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
2018-10-17
큰 산방패가 된 산떠도는 넋들의 안개에묻은 산비 묻은 산무덤산 무당산그러나 저 보아라 오늘솔개가 도는 하늘 밑무등은 무등일 뿐으로 평등하다지어미 지아비이 악물고황토에 심은 산이 삶을 떠나보낼 때머나먼 강둑에 삽을 깔고 앉아 목 터져라부른 산당당하게 늘 그 자리에서 푸르름을 잃지 않고 서 있는 무등산을 바라보며 시인은 변함없이 꿋꿋이 삶의 중심을 세워가는 민중들을 생각하고 있다. 어떤 난관이 닥쳐와도 흔들리지 않고 무덤덤하게 제자리에 서 있는 산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역설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시인
2018-10-16
인사장 한 장 남았다어디 가면 돌확을 구할 수 있냐던허름한 시골집 하나 구해서연못을 파고 살고 싶다던가슴 죄다 파내고 살고 싶다고 했다내 오랜 친구지금은 어디로 갔나그의 아버지 문상(問喪)온 지인들에게 보냈던2007년 1월 5일자 소인의 감사 인사장엔문상조차 부담스러워홀로 삭히기를 원했던 그 친구문인협회 월례회 때 만나기로 한그 약속은 어디로 갔나오랫동안 정을 나누며 문학을 얘기했던 친구가 종적없이 사라지고 그가 남긴 건 십여 년 전 그의 부친상을 치르고 난 뒤 보내온 인사장 한 장이라고 말하며 시인은 세상 사는 일의 허망함과 친구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펴 보이고 있다. 쓸쓸한 세월이 쏜살같이 빠르다.시인
2018-10-15
달빛에 바쳐진 아이라고끝없는 들판에서 나는아버지를 이야기 속에 가둬내 설화를 창조하였다호롱불에 위험하게 흔들리던옴팍집 흙벽에는 석유처럼 가계가속절없이 타올랐다지평을 향한 생이 만든겨울밤의 환각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가슴 아픈 일화가 이 시의 모티브다. 어린 시절 아픈 아이를 들쳐업고 읍내 병원으로 달리다 잠시 아이를 내려놓고 쉬었던 들판, 어린 눈 속으로 가득 들어오던 시린 들판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제 그 아이도 그 때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고 시인이 되었다. 시인은 아버지와 얽힌 설화같은 삶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어려운 앞날을 헤쳐나갈 것이라는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8-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