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만나는복사나무에 복숭아가 익어서꽃 필 때까지 기대한열매가 탐스럽게 익어서따서 한 입 베어 무니 벌레가 나오고예닐곱 개의 복숭아를시험해보아도 다벌레가 들어 속살을 파먹고 있다(…)벌레에게는 복숭아가 전부이지만나에게는 여러 먹거리 중의 하나하지만 벌레나 나나태고로부터 전해지는복숭아를 탐하는 맛망울을함께 지니고 있다는상념이 불쑥 떠올라 지워지지 않는다산책길에서 복숭아를 따서 먹는데 그 때마다 벌레가 나오자 시인은 자신과 벌레를 동일한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경쟁관계를 느끼기도 한다. 같은 처지의 존재의식을 바탕으로 동병상련의 관게로 여기며 또 하나의 인연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본다. 우주, 대자연 속에서의 인간의 존재를 생각케하는 시다. 시인
2019-01-06
젊은 날엔젊은 그 자체가 그리움이었다그 그리움 안개 속처럼 아득하더니그리움도 세월 더한 끝에선먼 수평선 고깃배로 살다가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었습니다청춘의 시간들 그 자체가 그리움이었다는 시인의 말은 깊은 울림을 거느리고 있다. 그리움의 끝은 이별에 닿아 있고 사랑과 열정의 순간들 끝에는 쓰라림과 아픔이 닥쳐오는 것이다. 인간은 끝없는 그리움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는 존재가 아닐까. 시인
2019-01-03
피라미드에 누운 관 속 파라오보다더 깊은 잠 속에시간을 벗어나는 부활을 기다리며내 혼이 누워 있는데세이렌인 당신은 노래를 불러현생의 꿈으로 유혹한다구름 위로 쇠 배들이 날아가고땅 위로 쇠 마차들이 굴러가고바다 아래 쇠 집들이 항해하는이상한 시간 감옥에서나는 당신과 몸을 섞어 머리가백발이 되는 꿈을 꾼다정액이 모두 빨린 시체가 되는꿈을 꾼다쇠배, 쇠마차, 쇠집으로 비유되는 현대문명의 구속성과 가혹성을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꿈꾸는 시인의 목소리는 결연하기 짝이 없다. 미이라가 되어서라도 문명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염원하며 자신이 생산해내는 시를 통해서 구원에 이르려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
2019-01-02
축 처진 어깨로 소주 한 병 들고어머니를 찾아갔더니왜 이리 힘이 없노뭔 일이 있지아무 일도 없어요 어머니말 안 해도 내 다 안다머슴아가 일자리 좀 잃었다고그까짓 일로….어깨 좀 펴고집에 가서 니 댁한테는그런 모습 보이지 말아라살다 보면 그런 일도 다 있는거란다어머니는 산소에 누워아무 일도 아니라고정말 아무 일도 아니라고따뜻하게 내 어깨를 감싸 안는다어머니의 자식 걱정, 자식 사랑은 시공을 초월하는 것이다. 실직하고 돌아가신 어머니 산소 앞에선 나이든 시인에게 어머니는 포근한 사랑의 말로 자식을 보듬어주며 다시 일어서라고 격려하고 있음을 본다. 거룩한 본능이 아닐 수 없다. 시인
2019-01-01
순간,나는 플라타너스가 엄청난 저항 세력인 것을 깨달았다한미 FTA 반대집회가 한창일 때였다경찰의 곤봉이 햇살에 반짝이자은행잎은 노란 색깔로 몸을 바꾸었지만플라타너스 이파리는 바닥을 구를지언정끝내 색깔을 바꾸지 않았다피부는 온통 버짐투성이개미들이 피부 속으로 기어들어올 때에도플라타너스는 꼰대발 서서빌딩의 키를 이기는 데만 골몰했다시인은 플라타너스가 잎새의 색깔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며 그것을 저항의 표상으로 읽어내고 있다. 변절과 전향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우리 시대에 실종되어버린 올곧은 정신, 변함없이 자신을 지키는 강단진 생의 자세의 회복을 염원하는 시인정신을 본다. 시인
2018-12-30
꿈속에서 만나 엉엉 울기도 합니다적막만이 조타실에 우장막을 쳤습니다당신이 불러주던 노래가청포도 잎사귀에 스며든비바람 타고 와 침실 스커틀을 두드리고 있습니다따뜻한 당신 손을 잡고 달맞이꽃 핀여름밤 둑길을 걷고 싶은 꿈을 꿉니다당신을 꿈꿀 수 있는 밤이 있어외롭지만은 않은 바다의 날들입니다태평양 여름 바다 한가운데서친애하는 당신에게장마의 나날을 부칩니다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선상의 선원의 체험을 풀어내고 있다. 시인의 삶과는 다소 동떨어진 바다의 선원들의 얘기지만 바다는 시인에게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하며 그 바다를 통해서 생명의 원초적인 태동과 전개의 태(態)를 인식하는 시인의 깊은 시안을 본다. 시인
2018-12-27
왜 이토록이나 떠돌고 헛돌았지남은 거라고는 바람과 먼지저물기 전에 또 어디로 가야 하지등 떠미는 저 먼지와 바람차마 못 버려서 지고 있는 이 짐과허공의 빈 메아리그래도 지워질 듯 지워지지 않는무명(無明) 속 먼 불빛 한 가닥평생을 언론에서 일하며 주옥같은 시를 생산해 온 시인이지만 자신의 삶을 떠돌고 헛돌았다고 말하며 지난 삶을 성찰하고 있음을 본다. 평생 얻은 거라고는 바람과 먼지 같이 가볍고 허망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고 말하며 허공의 빈 메아리처럼 살았다고 고백하는 겸허한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
2018-12-26
마디마디 바람을 이겨낸 흔적대궁 속에 행간으로 얽어 짠 고치를소보록하게 감추고펼쳐진 잎들은 갈라져 있다여린 잎들이 날개처럼 제 기호를 찾을 때 세상의 한 창가에서어깨를 펴고 먼 곳을 날아보리여러 날 비상할 꿈을 꾸었는지테이블에 올려놓은열 손가락거칠지만 아름답다세월을 푸르게 건너실(絲)패 같이 단정한 품에서바람을 받아내는 방패연한가닥 외줄에 날아오른다이파리가 새의 날개를 닮은 관음죽은 화분 속에 갇혀있지만 현실을훌훌 날고 싶은 욕망을 가졌다고 믿는 시인은 갑갑하고 굴레에 갇힌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싶은 심정을 피력하고 있다. 푸르른 창공으로의 비상을 꿈꾸는 시인의 깊은 시심을 읽는다. 시인
2018-12-25
기르던 사과나무에 꽃이 지거든미련 없이 여행을 떠나라꽃을 피웠던 힘으로 사과는열릴 것이니쓰다만 편지는 가슴에 쓰고오지 않은 시간에 대해누구와 약속도 하지 마라산그림자가 마을을 보듬는 저물녘가슴에서 별이 지거든용서할 일은 흐르는 강물에 풀어누구나 괴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귀띔해 주어라산봉오리 징금다리 삼아건너던 걸음이느티나무 아래 민박 들거든낯선 바람에게 길을 물어라가장 투명한 말로 답할 것이니기다림이라는 시간에 속지 말고사과꽃이 다시 피기 전에미련 없이 여행을 떠나라자연의 순환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천리(天理)가 아닐까. 시인은 사과꽃 진 자리에 사과가 열리고 어둠을 따라 별이 피어나는 변함없는 자연의 운행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음을 본다. 생을 성찰하고 순리를 따라 살아야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8-12-23
물이 들면갯벌의 부두로 서해의 물이 들면땅 끝에 선 사람들은 만선의기다림만이 남아끼루룩 갈매기 울음을 닮아가는데어디로 떠나갔을까갈매기가 없는 바다 위로 지친닻을 내리는흉어들 목선들, 잡치 몇 상자돈이 될만한 것은 없구나낡은 갑판 위엔깊고 검은 주름의 얼굴들어깨를 늘이고먼 바다를 보는 걸까아니면 하늘흰구름 저 퍼어런 하늘굴비로 유명한 법성포 포구에서 시인은 흉어의 바다와 깊고 검은 주름의 얼굴들과 처진 어깨들을 바라보고 있다. 대처로 떠나지도 못하고 가난에 갇혀 지치고 힘겨움에 빠져있는 어부들이 곤고한 어깨들과 포구에 정박된 배를 떠올리며 결코 약해지지 않으려 하는 어부들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8-12-20
절구통만한 먹이를 문 개미 한 마리발 밑으로 위태롭게 지나간다 저 미물잠시 충동적인 살의가 내발꿈치에 머문다하지만 일용할 양식 외에는 눈길 주지 않는저 삶의 절실한 몰두절구통이 내 눈에는 좁쌀 한 톨이듯한 뼘의 거리가 그에게는 이미 천산북로이므로그는 지금 없는 길을 새로 내는 게 아니다누가 과연 미물인가 물음도 없이그저 타박타박 화엄 세상을 건너갈 뿐이다몸 자체가 경전이다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렇게노상 엎드려 기어다니겠는가직립한다고 으스대는 인간만 빼고곤충들 짐승들 물고기들모두 오체투지의 생애를 살다 가는 것이다그 경배를 짓밟지 마라절구통만한 먹이를 물고 오직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개미들의 올곧은 결행과 몰두를 보면서 시인은 자신의 삶의 태도를 반성하고 있다. ‘몸 자체가 경전이다’라고 말하며 어떤 고난과 난관이 닥치더라도 당당히 뚫고 나가는 개미들의 집념과 몰입에 경외감을 표현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
2018-12-19
작은 웃음 한 번으로도쉬이 햇살 불러모아낭랑하게 노래부를 수 있는 시절을위하여이슬 한 올 마른 풀포기 하나라도가벼이 포기할 순 없다작고 여읜 어깨들의 지순한 절망들을순결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고개 끄덕일 순 없다힘이 힘으로 끝맺어서는 안 된다안 된다 사랑이여사랑의 이름으로 용서함은어둠이 어둠으로 살아 있고죽음이 죽음으로 끝내 살아 있는 한1980년 광주의 아픔을 잊지 못하는 시인은 사소한 참음으로 끝나거나 사랑의 이름으로 용서하는 것마저 있을 수 없음을 역설하고 있다. 아직도 어둠이 짙고 죽음이 깊은 그늘로 짙어져 지워지지 않으므로 그날의 비극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외치며 힘이 힘으로 단단히 버티며 일어서야 한다는 결의에 찬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
봄과 여름에 정든 모습들 모두 어디로 갔느냐바다는 더 조용하고 소문에는그해 전쟁도 이미 끝나 겨울에아이들은 더러 먼 친척을 따라떠나가고 날마다골짜기를 덮으며 눈 내려서추위에 그슬린 주먹들로 깨진유리창에 매달린 얼굴들도그렇게 쉽사리 서로를 용서하지않았다한국전쟁 이후 혼혈아들이 있는 고아원 풍경을 애틋한 심정으로 보여주고 있는 시다. 피부 색깔이 다른 아이들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그들 아버지의 나라 미국과 흑인들의 옛집 켄터키를 떠올리며 우울한 시대에 불행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더러는 차갑고 막막한 세상의 구석으로 떠나고 어둠과 그늘 속에서 어둠과 그늘이 되어 살아갈 아이들을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8-12-18
불볕에 말라버리지 않도록여름 무성한 잡초 위에버려지지 않도록깊이 묻은 말들갇힌 곳에서 너는 자유로워라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땅 속에서너는 이제 네 몫의 말과 노래를돌려 받고모두 떠난 뒤산새 한 마리가 남아 지키는 고향산골한동안 잊었던 귀 익은 고향 사투리깨진 사금파리로 묻혀 있는 그 곳너는 이제야 비로소 너를 위해눈을 뜨거라갇힌 곳에서너는 이제 우리 몫까지 자유로워라갇히지 않아 부자유스런우리를 위해오래전 우리 곁을 떠난 시인이 생전에 곁을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목소리를 듣는다. 귀 익은 고향 사투리와 깨어진 사금파리도 같이 묻힌, 무성한 잡초 덮인 무덤 속에 갇힌 고인이 진정으로 자유롭기를 염원하고 있다. 오히려 힘겨운 생을 살아가는 자신을 갇히지 않아 부자유스럽다고 말하며 눈물 흘리며 애도하던 시인도 이제는 그의 시처럼 무덤 속에서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
2018-12-17
그대 곁에 머물며나는 참으로외롭고 행복하였다그대가 아직부성한 잎사귀일 때모르는 척, 먼 산 보듯애태우던 행복마침내 불같은 한 송이꽃이 되었을 때나의 외로움은 깊어문득 저기 홀로 걸어가야 할길로 이어짐을 알았다청춘의 시절 한 때 같은 문학모임에서 서정성 높은 시편들을 세상에 내놓으며 활동했던 시인은 지역의 여성운동에 투신하며 문학판을 떠났다. 시인이 말하는 외로움과 꽃과 행복은 무얼까. 모든 존재는 생래적으로 외로움을 안고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무성한 잎과 꽃을 피우는 청춘의 시간들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끼고, 그 외로움이 행복이었다고 말하며 깊이, 간절히 외로움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시인의 마음 한 페이지를 읽을 수 있는 시다. 시인
2018-12-14
저기 물굽이 구랑비리 돌아돌아저문 강을 따라가면물살 찰랑이는 자라바위 위에한 사십년 웅크려앉은 사람아버지, 이제 그만 일어나시지요(중략)약속은 없었어도흐드러지게 피어난 무슨 무슨 꽃들몸팔러 간 누이야칼꽃 물고 미쳐서라도 오겠고척추 부러진 형이야앉은뱅이꽃으로 기어서라도 오겠지만아버지, 우리가 먼저 달려가살 섞어야만마침내 눈부신 꽃사태 아닌지요저기 저역사의 물굽이마다물살 찰랑이는 자라바위로한 사십년 웅크리고 앉은 사람들아버지, 이제 그만 일어나 가시지요이 땅 어느 산굽이 강기슭에 비바람 눈 맞으며 꼿꼿이 선 나무와 바위가 없겠는가. 지리산, 섬진강은 유독 한 많은 역사의 아픔을 품고 밝은 솔바람과 맑은 물줄기를 간직하고 유유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 자락에서 시를 쓰며 살고 있는 시인은 가슴 아픈 사연을 품고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눈부신 꽃사태라는 반어와 역설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주 감동적인 시가 아닐 수 없다. 시인
2018-12-13
가장 가까운 그대의 가슴에도가 닿지 못하면서 우리는자꾸 쓸데없는 길만 놓고 있구나땅이고 하늘이고 바다고가리지 않고 길을 놓아바람처럼 빛처럼 빠르게 달려도단 한걸음 밖에 서 있는그대에게는 가지 못하면서아아, 우리는 너무나 많은길 속에 갇혀 있구나인간은 수많은 길을 오가며 소통한다. 때로는 길을 만들기도 하고 사물과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시인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가 닿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자성하는 목소리를 듣는다. 진정으로 가슴과 가슴을 터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에게 소통과 공유, 관계를 형성해가는 삶을 염원하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
2018-12-12
그러나 당신의 조붓한 가슴에는 꽃향기 머금은 숨결 일지 않고끝내 달빛도 빛나지 않았습니다산나리꽃 같은 당신 순정에 산산이부서지는 그리움이고 싶었습니다온몸을 태우고도 남을 뜨거움 솟구쳐 눈시울 적시는 찬란한 사랑이고싶었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상처받은 영혼과 죽은 신과 꺼져가는사랑을 나의 사랑으로 깁는 혁명이고 싶었습니다지고지순하면서도 혁명같이 단호하고 뜨거운 사랑을 염원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은 그리움과 사랑은 혁명같은 폭발력을 잠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처받은 영혼과 죽은 신과 꺼져가는 사랑을 되살리고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시인은 사랑의 이러한 상상하기 힘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확신하면서 그런 사랑에 목말라하고 기다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인
2018-12-11
너무 멀리 내닫던 바다는 붙잡혀고래고래 고함치던 날도 있지않았겠나철퍼덕 철퍼덕 쇠사슬 끌며 멍텅구리배가 붙박혀 새우나 건질거냐저 망망한 파도도 한 번은손놓고 싶지 않았겠나뒤집어 놓을 불같은 밭떼기는어디 있느냐무릎 아래 자식새끼 땀띠처럼하얗게 앵겨 붙어있다대처로 넘나들던 아버지가지런히 뼛골 말리고 계시다멀리 내닫는 파도를 가두어 밀고 또 밀며 햇살에 발효시켜 새하얀 결정체 소금을 만드는 염전에서 시인은 아버지의 힘겨웠던 한 생을 떠올리고 있다. 평생 애써서 키운 무릎 아래 하얀 소금알갱이 같은 아이들을 두고 아버지는 어는 산자락에 누워 뼛골을 말리고 있는 걸까. 하얗게 소금 알갱이로 발효되는 있는 걸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나는 시다. 시인
2018-12-10
살아야 한다또다시 살아서 죽어야 한다망망한 서울의 바다개처럼 끌려간 시위대들이어둠속으로 사라진 바다거리엔 바람이 피를 흘리고용서할 수 없는 밤은또다시 깊어죽어서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죽어도 살아서 죽어야 한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재갈매기들이삼각파도를 입에 물 사라진바다죽어도 살아서 죽어야 한다그의 많은 시들에서 발견되는 삶의 순결성 지향과 추구는 이 시에서도 발견된다. 우리네 삶에 뿌리깊게 스며있는 지나친 욕망, 이기심, 분파주의, 극단적인 폐쇄성 같은 나쁜 경향들을 경계하고 이러한 부정적인 속성들을 탈피하고 사람다움을 회복하고 일으켜세워야 한다는 시인 정신이 반어적이고 역설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죽어도 살아서 죽어야 한다는 시행에서 그런 염원이 강하게 서려있음을 느낀다. 시인
2018-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