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몸 빈 가지 꽃 피는 게 봄인 줄을 알겠다언 강물을 헤치고 달려와물관부를 힘차게 타고올라성긴 꽃망울을 재촉하는 것이 봄인 줄을 알겠다봄언저리에 기대어 사나흘 머무르면내 몸 어디서 쑤욱쑥 새순이 돋고새순 돋은 자리 흐르는 푸른 물소리마음 속 푸른 물갈퀴가 굳은 마음의 혈관을 흔들어대며푸른 항해를 시작하는내 한뎃잠 오래 얼어버린 마음은 알겠다(∼)오래된 절망이 새순으로 눈뜨는 것이봄인 줄을 알겠다빈 몸 빈 가지에 봄꽃이 이는 것을 보고 시인은 차오르기 시작하는 생명력을 발견한다. 절망과 좌절에 빠진 상처투성이의 자신을 위로하고 치유하며 새로운 희망과 포부를 품고 일어서야겠다는 다짐을 내비치고 있다. 봄은 강한 생명력을 내뿜으며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기 때문이리라. 시인
2019-03-07
때론 보이지 않을 때 열려 오는 귀가 있다달 없는 밤 냇가에 앉아 듣는 물소리는세상의 옹이며 모소리를 둥근 율(律)로 풀어낸다물과 돌이 빚어내는 저 무구함의 세계는제 길 막는 돌에게 제 살 깎는 물에게서로가 길 열어주려 몸 낮추는 소리다누군가를 향해 세운 익명의 날(刀)이 있다면냇가에 앉아 물소리에 귀를 맡길 일이다무채색 순한 경전이 가슴에 돌아들 것이니냇가의 모난 돌들이 수많은 시간 동안 물 흐름에 깎이고 모지라져서 둥글고 매끈한 조약돌이 되듯이 세상의 옹이며 각진 모서리를 둥글고 부드러운 곡면으로 만들어 놓는 그 무엇은 없는 것일까를 궁리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는다. 귀 열고 마음을 열면 가득 물소리 경전이 흘러들 것이라는 시인의 말에 깊이 동의한다. 물은 겸허하게 낮은 데로 향하며 끊임없이 제 길을 가는 경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시인의 생을 바라보는 혜안이 깊고 그윽하다. 시인
2019-03-06
텔레비전 브라운관에 새 둥지 하나잡혀있다온갖 뾰족한 것들 얼기설기 얽혀 지어진 둥지에연약한 알 하나 있다더 없이 아늑한 둥지 만들기 위해안 가본 곳 없이 헤매었을 어미가찰나 핏방울 맺힐 시퍼렇게 날 선 찰사 조각과일각 돌고래 긴 이빨 같은 못 모아콘크리트 건물 가녘에 지은작은 북빙양아직 펴 보지 못한 어린 것의 날갯죽지에살얼음이 언다자칫 작은 실수로도사정없이 제 새끼 꿰뚫을 날카로움 피하느라우윳빛 어미 가슴에 조금식 핏물이 밴다쩍쩍 갈라진다검고 탁한 브라운관에둥지 하나 갇혀있다포근하고 따뜻한 둥지에서 어미의 체온으로 알을 품어야 부화되고 새 생명체로 태어나지만 시인이 설정한 둥지의 환경은 위태롭기 짝이없다. 시인은 새의 둥지를 들어 인간의 유년시절을 보내는 가정을 떠올리고 있다.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없는 불안정하고 폭력적인 둥지가 아직 우리 시대, 우리 주변에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
2019-03-05
지는 해를 따라가서우리나라의 모든 여자들이강가에 앉았다 그들의 자손인 애인도 거기에 앉았다여자에게서 여자에게 귀에게서 또 다른 귀에게 말하여준다칼들이 칼에게 넘어진다. 춤을 춘다칼이 칼들에게 찔린다. 칼이 갈들에게 쫓겨서 떠나가는 뒷모습을 속엣말로 다 말하여준다. 우리나라의 강가에서 떨어진 낙엽들은늦은 눈들이 가려주었고죽은 꽃 하나를 사들고 서 있는 애인이 웃었다견디다가 무너지리라. 분수(噴水)시인은 노을이 지는 일몰의 풍경을 비극적인 필치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 비극성을 우리나라 모든 여자들에게 적용시키고 있음을 본다. 끈질긴 생명력과 열정으로 어떤 경우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는 강한 여성성을 말하고 있다. 여자는 한(恨)과 슬픔을 가슴에 안고 사는 존재이면서 미(美)와 끝없는 포용력을 가진 존재라는 시인의 인식이 잘 나타난 시다. 시인
2019-03-04
기린 울음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동물의 왕국에서큰 나무 잎새를 말아 넣는 기린이어딘가 기형적으로 보이는 것은한 번도 그 울음소리를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함부로 토해내지 못한 말들이차곡차곡 쌓여길어졌을목‘기린’ 하고 부르는 혀끝이자꾸만 안으로 치닫는 것은방목할 수 없는 그리움이내 안에도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오늘도 석양의 지평선에서음머 - 하고 터뜨리고 싶은그 소리의 가없음으로타는 노을한 번도 울음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기린은 울지 못하거나 울지 않는게 아니라 그 어떤 아픔에서 터져나오는 울음소리를 삼키고 있을거라는 생각을 시인은 전제하고 있다. 기린은 울음소리를 토하지 않기에 그것이 몸속으로 쌓이고 쌓여 기형적으로 목이 길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시적 발상이 흥미로운 시다. 시인
2019-03-03
어머니의 젖무덤은오래된 무덤이다봉분이 다 가라앉아평지와 구별되지 않는다결혼 생활 오십여 년에희망이나 바람 따위모두 그 무덤에 묻혔다이 땅의 여자들두 개의무덤을 가지고 다닌다(하나는사랑을 잠재우기 위해다른 하나는 자신을묻기 위해)어머니의 젖무덤은 오래된 무덤으로, 생명의 진액을 소복하게 저장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이나 바람은 드러내지 않고 끝끝내 가슴 속에 품고 돌아가셔서 평평한 봉분(무덤) 속에 묻었다고 말하는 시인의 가슴은 눈물로 젖어 있다. 이 땅의 여자들이 가진 두 젖무덤을 사랑과 헌신, 희생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표현하는 시인의 깊고 그윽한 목소리를 듣는다.시인
2019-02-27
남산에 다녀오다 소나기 만났다눈도 제대로 뜰 수 없는 국지성 호우아무리 찾아도 비 피할 만한 처마 하나 없다요즘 집들은 네모지고 까칠하기만 해한 점의 빈 공간 허락지 않는다밀이나 코 말릴 멍석 놓여있거나겨우내 소들 먹일 짚 쌓여있거나호미나 삽 괭이가 걸려있거나숨바꼭질할 수 있는 처마빗물 하나 고일 데 없고마음 하나 스밀 데 없는 회색빛 건물 아래비바람 튕겨 나간다비 그을 데 없는 아파트 홀딱 비를 맞는다현대사회의 각박함을 야유하고 있는 작품이다. 시인은 도심 속의 건물들이 네모지고 까칠하여 한 점의 공간도 허락지 않는 긴장되고 불안한 공간이라고 지적하면서 여유롭고 넉넉한 여백과 푸근함과 편안함을 주는 공간을 옹호하고 염원한다. 시인
2019-02-26
외다리 외팔로중앙동 거리를 뛰어다니던 신문팔이가 있었다한쪽 다리 가슴에 품고 선 두루미처럼그도 한쪽 팔다리 숨기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아직 모락모락 김이 나는 갈피 사이에서밤을 설친 두루미들이 날아오랐다침묵을 끌어안고 녹인한쪽 팔다리에 훈김이 솟고신문팔이 어깨 위로 날개가 돋았다푸드덕 활자들이바다 너머로 일제히 솟구쳤다거리의 신문팔이를 제재로 소외되고 웅크린 이웃들의 삶을 따스한 시선으로 조명하면서 두루미가 날아오르듯 그 불우한 환경과 상황들을 딛고 일어서는 희망의 메시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도 희망을 가지고 이겨나가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세상 속으로 던져넣고 있다. 시인
2019-02-25
녹슨 바늘을 집어라 실을 꿰어라서른세 개의 압정에 박혀 나는 아직 팽팽하다나를 처음으로 뚫고지나갔던 바늘 끝이 씨앗과 꽃잎과 물결과 구름은그 통증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기다리고 있다헝겊의 이편과 저편, 건너가면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언어들로나를 완성해다오오래 전 나를 수놓다가 사라진 이여고운 색실을 땀땀이 꿰어 아름다운 세상을 일으켜 세우던 수틀을 회상하면서 시인은 섬세한 수틀에서 이뤄지던 꽃잎과 물결과 구름 같이 자신의 시가 만들어가는 절제되며 깊은 의미의 망을 이뤄가는 것을 꿈꾸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시인
2019-02-24
보라 저 눈 트는 꽃잎보라 저 걷고 있는 나무어느 길손에게잃어버린 노래를 물으랴나 평생 헛된 꿈만 꾸고 살아왔구나종 울고 해 기울어서 일어나길 떠날 채비 이제야 하느니가자 저 바람 속으로가자 물보라 지는바다의 저 어질머리가자 님의 가슴 속으로시인은 ‘평생 헛된 꿈만 꾸고 살았’다고 한 생을 성찰하며 부질없는 욕망과 바다의 어질머리 같은 불안하고 흔들리는 지난 삶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있음을 본다. 이별은 방황이나 흔들림에게 정착과 머묾의 안정을 가져다 준다는 생의 소중한 진리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9-02-21
언덕 너머 개울에서 헤어지는구나겨울이여그동안 이 촌락에 와서한가한 적막이 되어 그 큰 덩치로더 있던 겨울이여떠서는 잡념도 내게 보내주고잡소리도 세상에서 움켜다가저 산곡에 쥐어주더니오늘은 떠나는가한동안의 정의(情誼)도 다 작파하고개울에 와서 훌훌이 헤어지는구나시인은 겨울과 작별, 혹은 겨울을 친친 두르고 있던 적막과의 작별을 고하고 있다. 결빙과 닫힘, 차가움과 단절의 계절과 작별하고 언덕의 버드나무에 돋는 새순을 떠올리고 있다. 이제 곧 다가올 생명의 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
2019-02-20
아직 해는 도착하지 않았습니다만이곳으로 올 것만은 확실합니다이삼 초 간격으로 달라지는 하늘빛을 보세요마치 적군의 진격을 목전에 둔 마을여인들의 공포 같은빛의 움직임해가 정격 포즈로 하늘을 완전 점령하고 나면이 발굴지를 덥석 집어 제 식민지를 건설합니다사탕수수도 목화도 자라지 않는 이 폐허해는 이곳에 아찔한 정적을 경작하고햇빛은 자유 데모보다 더 강렬하게폐허의 심장을 움켜쥐지요고고학 발굴 현장의 새벽을 묘사하고 있는 이 시에서 햇빛은 여인들을 공포에 떨게하는 적군 같이 공격적이고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되며 부정적 의미로 읽혀지는 것이 통상의 시에서 발견할 수 없는 특별한 경우가 아닐 수 없다. 햇빛은 폐허의 현장을 비추는게 아니라 해가 비쳐서 폐허로 바뀐다는 것으로 보아 해는 죽음의 이미지로 쓰이고 있음을 본다 시인
2019-02-19
무거운 문을 여니까겨울이 와 있었다사방에서는 반가운 눈이 내리고눈송이 사이의 바람들은빈 나무를 목숨처럼 감싸안았다우리들의 인연도 그렇게 왔다눈 덮힌 흰 나무들이 서로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복잡하고 질긴 길은 지워지고모든 바다는 해안으로 돌아가고가볍게 떠올랐던 하늘이천천히 내려와 땅이 되었다방문객은 그러나, 언제나 떠난다그대가 전하는 평화를빈 두 손으로 내가 받는다.눈 내리는 날 시인에게 찾아왔다가 가버린 방문객은 누구일까. 아마도 하얗게 내려와 온 세상을 같은 색깔로 칠했다가 녹아버린 흰눈이 아닐까. 시인은 눈 내리는 순간 받은 따스함과 평화로움을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9-02-18
구름은 허공이 바다라는 걸 말하기 위하여 갖은 재롱을 부린다 먹구름은 바다가 간만의 차가 심한 사리 때의 파도이다 새털구름은 잔잔한 조금 때의 파도이다 그 바다에는 밀림보다도 빽빽한 생명의 주소록이 있다 선운사는 그것을 지상으로 옮겨놓은 허공의 약도이다 동백숲은 저 높이서도 밀물과 썰물의 눈에 쉽사리 띄도록 떼지어 청등 홍등을 번갈아 켜는 허공의 부표이다 허공은 하루에도 몇 차례 선운사에 내려와서는 지상의 기색을 살핀다 그 흔한 춘란 한 포기도 허공의 걸작이다시인은 허공과 바다와 선운사라는 제재를 들어 생명세계의 유기적 연관을 얘기하고 있다. 서로 다른 공간과 사물인 듯 하지만 서로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긴밀하게 서로 작용하며 아름답고 건강한 생명작용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있다. 시인은 선운사 동백과 바다와 허공의 구름을 들어 삼라만상의 생명 원리를 밝혀주고 있다. 시인
2019-02-17
봄이 오는 강변, 빗속에의자 하나 앉아 있습니다의자의 무릎 위엔 젖은 손수건이 한 장가까운 사이인 듯, 고개 숙인 나무 한 그루가의자의 어깨를 짚고 서 있지만의자는 강물만 바라보고 앉아 있습니다영 끝나버린 사랑은 아닌 것 같은데의자는 자꾸만 울고나무는 그냥 듣고만 있습니다언제나 그칠까요와락, 나무가 의자를 껴안는 광경까지보고싶은데손수건이 많이 젖었습니다그새.봄이 오는 강변의 의자 하나 나무 한 그루가 있는 풍경을 보여주며 시인은 사랑하는 일의 힘겨움과 이별의 눈물겨움과 아픔을 얘기하고 있다. 사랑은 이렇듯 서로 나란히 앉아 말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가슴 아픈 것인지 모른다. 시인
2019-02-14
그동안 날 보고 무얼 했냐고 묻는다면나는 당신을 말없이 바라볼 수밖에그동안 어딜 갔다왔냐고 묻는다면나는 내 속을 돌아다녔다고 말할 수 밖에그래,그속에서 무얼 보았느냐고 묻는다면그 물음에 내가 꼭 답을 해야 한다면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요,라고 말할 수밖에하지만 한 가지말하고 싶은 것은삶의열려진 세계로 기어나오기 위해서는우리네쓸쓸한 마음을 지나쳐 가야 한다는 것사십 세지나온 날들의 길 위에서평생을 이 땅의 참교육 구현을 위해 애써온 시인이 인생을 관조하는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의 말처럼 어쩌면 인생이 쓸쓸한 터널을 지나는 것은 아닐까. 그 쓸쓸함을 적극적으로 껴안고 나가면 생의 길이 보이고 열리는 것은 아닐까. 시인
2019-02-13
둥굴레 새싹이새싹의 대가리 힘으로땅을 뚫고 밖으로 고개를 내민 게 아니다땅이 제 몸 거죽을 열어 비켜주었으므로저렇드키, 저렇드키연두 태어난 것땅이 비켜준 자리누구도 구멍이라 말하지 않는데둥굴레는 미안해서초록을 펼쳐 가린다봄이 되어 둥굴레 새싹이 땅을 뚫고 나오는 것을 본 시인은 생의 중요한 이치 하나를 깨닫는다. 제목처럼 ‘비켜준다는 것’이다. 자기 외의 다른 생명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생의 여건이나 상황을 남을 위해 배려하다는 아름다운 양보와 배려의 정신을 세상을 향해 던져넣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9-02-12
한눈에 보아도 목욕탕 때밀이 남자수도꼭지 앞에서 빨래를 치대던그의 등에도 또 다른 땀방울이글썽이고 있었다아직도 밀린 빨래가 끝나지 않았는지제 가슴 어딘가 손때처럼 붙어있는어떤 슬픔을 마저 씻어내야 하는지고개 푹 숙인 채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나는 벽을 향해 돌아앉아그냥 면벽하고 말았다하루 노동 끝에 무엇 하나 걸치지 않고욕조 끝에 팔꿈치 대고 앉아가장 인간적인 자세로턱을 괴고 졸고 있는군살 하나 없는 당당한 생을 보라뭔가 머물렀던 벽면에 콕 박혀있는내 앞에 어른거리다 멀어져만 가는또 하나의 반가사유상면벽한 벽면에 어떤 칠이라도덧칠하지 않기를목욕탕에서 때밀이하는 사내가 일을 마치고 빨래를 하는 모습과 반가사유상처럼 앉아 졸고 있는 모습을 보며 시인은 연민과 함께 최선을 다해 자기의 생을 살아가는 그 사내에게 찬사와 경의의 마음을 보내고 있음을 본다. 세상에는 이렇게 근사하지 않고 고단하고 힘겨운 일을 하면서도 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건강한 삶을 엮어가는 사람들이 도처에 많은 것이다. 시인
2019-02-11
처마 끝에 명태를 말린다명태는 꽁꽁 얼었다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문턱에 꽁꽁 얼어서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어느 어부의 집 처마 끝에 고드름을 매단 채 꽁꽁 언 명태가 있는 풍경을 그리고 있다. 그 명태는 가슴에 고드름을 매단 채 서럽게 살아가는 시인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일제 강점기의 차갑고 암울한 시대를 살아간 시인의 자화상을 보는 듯한 작품이다. 시인
2019-02-10
바퀴는 정직하다어느 바퀴살 하나 꾀부리지 않고있는 힘 다해 제 길을 간다진창이 있어도목 노리는 칼날이 있어도두려워 않고 간다굴러가는 바퀴를 보고 있으면주춤거린 나의 세월도용서된다바퀴처럼 향할 용기가 아직은남아 있기 때문이다어떤 난관과 위협이 있어도 바퀴는 꾀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제 길을 간다는 것을 말하며 시인은 자신의 삶의 태도에 대한 반성과 함께 강한 현실 대응의지를 피력하고 있음을 본다, 현실의 어떤 힘겨운 장애물이 닥치더라도 당당히 뚫고 헤쳐나가겠다는 강단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시인
2019-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