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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쫀드기 쌤 찐드기 쌤

▲ 김현욱 시인최종득 시인을 처음 만난 건 2004년 경남 진주에서였다. 진주교대 어린이문학연구회 콩세알 겨울 연수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일면식도 없던 내가 버스표를 끊은 것은 순전히 최종득 시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 무렵 최종득 시인은 월간 `어린이문학`에 `멸치가 먼저다`라는 작품으로 신인 추천을 완료했다.마침, 나도 `어린이문학` 합평란에 동시 몇 편을 처음으로 응모했는데, 정세기 선생님으로부터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분`이라는 격려를 받으며 고무되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맞았는지 그때부터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같은 지면에 추천을 받은 최종득 시인의 `동생 보는 날`, `멸치가 먼저다` 등을 읽으면서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한껏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인연이란 이렇게 동시다발적이다.“삶은 멸치 말리는데/ 빗방울이 후드득.// 마루에서 젖 먹이던 엄마/ 아기 떼어 내려놓고/ 허리 아파 보건소 가던 할머니/ 되돌아 줄달음치고// 멸치 다 걷고 나서야/ 엄마는 젖 다시 물리고/ 할머니는 보건소 길 다시 간다.// 바닷가에서는/ 사람보다/ 멸치가 먼저다.//”(`멸치가 먼저다` 전문)최종득 시인의 첫 동시집 `쫀드기 쌤 찐드기 쌤`(문학동네, 2009)에 실린 작품이다. 2004년 `어린이문학`에 추천되었던 `멸치가 먼저다`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마지막 연이 주었던 묵직한 메시지는 그대로다. 이밖에도 최종득 시인이 가장 아끼는 작품 `동생 보는 날`도 기억에 남는다. 모든 시인에게 처음으로 지면에 활자화된 작품은 기억에 남기 마련이지만, 최종득 시인에게 `동생 보는 날`은 각별하다.처음 만난 최종득 시인은 한없이 맑고 따뜻한 성품의 시인이었다. 임원을 맡아 묵묵히 연수회를 진행하면서도 선배와 후배들을 알뜰히 챙기고 그 와중에도 서울에서 온 선생님들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던 그의 성실함과 어린이문학에 대한 열정은 내게 큰 감동을 주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 자리에 참석한 학생, 선생님들 모두가 어느 순간 순하디순한 채식동물처럼 보였다는 것이다.다툼, 질투, 험담, 자만…. 그런 것들은 전혀 모른다는 듯 환하게 웃고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누던 그들의 모습에서 그동안 내가 가졌던 어린이문학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깰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몇 년 뒤 모 신문사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을 때, 최종득 시인과 콩세알 연수회에 함께 했던 선생님들께 지면을 할애하여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돌이켜보니, 최종득 시인에게 진 빚이 많다.최종득 시인의 첫 동시집 `쫀드기 쌤 찐드기 쌤`이 세상에 나온 건 2009년이다. 그해 최종득 시인을 두 번째로 만났다. 역시 경남 진주에서였다. 첫 동시집 출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원고를 검토하는 자리였는데 남호섭, 오인태, 이지호 선생님이 오셨다. 진주교대 강의실에서 동시 한 편을 한 편을 읽어나가며 고치거나 빼거나 더할 것은 없는지 긴 시간 동안 머리를 맞댔다.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최종득 시인의 첫 동시집 가제가 `벼꽃 필 무렵`이었다는 것이다. 원고를 다 읽고 동시집 제목으로 많은 얘기가 오갔다. 나는 겁도 없이 `쫀드기 쌤 진뜨기 쌤`이라는 작품이 최종득 시인의 동시집 전체를 아우른다고 말했다. 동시집 제목으로 `쫀드기 쌤 진뜨기 쌤`을 추천했는데 약간의 우려(?)는 있었지만 선생님들은 동의하셨고, 무엇보다 최종득 시인이 그 제목을 좋아했다.동시집이 나오고 나서 반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교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최종득 시인을 “쫀드기 쌤, 찐드기 쌤”이라고 불렀다. 언뜻 보면 버릇없고 선생님을 함부로 부르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정작 본인은 싱글벙글 웃기 일쑤였다. 최종득 시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을 편하게 여기고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2017-11-27

학년 말 분위기(中)… 두 개 학교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모든 걸 내려놓음으로써 새로움을 준비하는 자연의 분주함에 고개가 숙여지는 요즘이다. 은행잎은 바람의 도움 없이도 이젠 스스로 내려올 줄 안다. 바람 없는 날 은행잎들이 떼로 이륙하는 모습은 장관을 넘어 숙연하게 만든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가 아니라 가장 전성기일 때 놓을 수 있는 자연의 용기는 인간들에게는 멀기만 한 이야기이다. 학년 말, 학교에도 더 큰 세상으로의 비상을 위해 떠날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분명 그 학생들도 처음에는 자연과 닮았었다.꿈이 많고, 고마움과 감사함을 알던 그들의 모습은 자연 그 자체였다. 늘 웃음이 떠나지 않던 그들이 있어 세상은 따뜻하고 행복했다.하지만 이젠 `자연(自然)`이란 말은 우리나라 학생들은 물론 교육계에 너무 낯선 단어가 되어버렸다. 인위(人爲)가 판치는 학교에서 사어(死語)가 되어 버린 자연의 뜻을 사전에서는 여러 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그 여러 가지 뜻 중에 공통적으로 붙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있다. 이 수식어를 보면서 인위(人爲)적이라는 말이 왜 자연의 반대말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인간`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지금까지 인간은 자연을 거스르는 쾌감으로 살았다. 그리고 그것을 발전이라고 떠벌렸다. 쾌감에 도취된 인간들에게 자연의 경고는 무용지물이었다. 아프지만, 정말 많이 아프지만 포항의 지진 또한 분명 자연의 경고다. 하지만 호들갑만 떠는 인간들은 이번에도 얼마동안 난리법석을 피우다가 잊어버리고 말 것이다. 진리, 그것도 절대 진리라는 것을 믿지 않지만, 그래도 필자가 믿는 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 인과응보(因果應報)”이다.인간이 자연을 거스름으로써 겪는 큰 아픔 중 하나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나라 학생들에게서 더 이상 자연적인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자연성(自然性)을 잃은 학생들은 이제 인위적인 학교에서 뭔가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학교 안보다 학교 밖에서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으려 애쓴다. 수십만원 하는 학원비는 아깝게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학교에 내는 몇 천원에 대해서는 거부 반응부터 보이는 게 교육 현실이다.요즘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내신과 졸업장 때문이다. 학생들은 진짜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단지 학교는 학원숙제를 하는 곳, 또 학원 공부를 위해 에너지를 보충하는 공간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고 생각하는 순수한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심지어 학교 시험공부도 학원에서 하니 할 말 다했다. 지난 주 지진 때문에 수능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피해 소식을 들으면서도 안타까웠지만, 어느 수험생 학부모의 인터뷰를 보면서는 숨이 멎었다. “수능 끝나고 논술 학원 등 학원 수강신청을 해놨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내신을 위한 학교 시험을 끝낸 중3과 고3 교실의 모습이 어떤지는 잘 알 것이다. 이들 교실에서 수업이 이루어질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고 이들 학생들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갖추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교육 당국은 `학년 말 내실 있는 학사 운영`과 관련된 공문만 보낼 뿐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지금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보면 한 학교에 두 개의 학교가 존재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차라리 이럴 거면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의 학사 일정을 다른 학년과 달리 하면 어떨까. 굳이 모든 학년의 학사 일정을 똑같이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수업 일수 등 탄력적인 학사운영이 필요할 때다. 교실이 영화관과 수면실로 바뀌는 지금의 학사운영은 학생들을 자연과 더 멀어지게 할 것이 확실하다.

2017-11-23

지역방송과 로컬리티

▲ 김은주방송작가 얼마 전 포항의 한 고등학교에서 직업특강을 한 적이 있었다. 라디오 작가로 일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혹시 라디오 자주 듣나요?” 라는 질문을 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라디오를 듣지 않는다고 했다.반면 나의 학창시절에 라디오는 빠질 수가 없었다. `별밤`과 `두시의 데이트`를 즐겨 들었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팝송과 가요를 공테이프에 녹음하고 나중에 그걸 듣고 또 들었던 시절이었다. 가끔 엽서에 사연을 보내 소개가 되면 세상 다 얻은 것처럼 기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라디오를 얼마나 열심히 들었던 지 프로그램 사이에 나가는 광고 방송을 다 따라부를 정도로 라디오와 함께 한 학창시절이었다.그런데 가끔 방송을 듣다 보면 서울에 비가 내리는 날엔 하루 종일 비와 관련된 가요와 팝송을 들어야만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비라도 내려주면 감사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일부러라도 비가 내리는 서울지역에 감정이입을 해야만 했다. 서울 이외 지역에 대한 배려는 전무했던 시절이었다.지금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서 실시간으로 청취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지만, 그때는 엽서와 손편지를 보내야 사연이 도착했던 아날로그 시대라 `내가 살고 있는 곳엔 해가 쨍쨍해요`라고 사연을 엽서에 적어 우표를 붙이고 방송에 소개되는데 2박 3일의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얼마 전 모 프로그램 진행자가 서울에 비가 내린다는 멘트를 길게 하니, 실시간으로 청취자 한 사람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비가 오지 않는다`는 반박을 했고, 해당 진행자가 사과 방송을 하는 걸 들었다.그래 지금은 이런 시대다. 지역방송에서`로컬리티(locality·지역성)`는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아이템이다. 방송작가로 일하면서 영화 `라디오 스타`처럼 마을 잔치 소식이나 소소한 사연을 소개하는 지역색이 살아있는 그런 방송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지금도 그 다짐은 유효하다.지역의 이야기는 지역에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주변부의 이야기다. 그래서 애써 이야기해야 하고, 이런 역할을 지역방송이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하고 있는 방송이 포항, 경주, 울릉, 영덕, 울진 지역에 방송되기 때문에 각 지역마다 골고루 분배해서 아이템을 잡고 방송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방송국이 포항에 있다고 포항방송국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런 점에서 내년에 지방분권을 개헌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중요하다. 참여정부 시절 지방분권은 수도권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밀려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했던 중앙정부에 대해 지방의 반발은 미약하다 못해 전무한 수준이었다.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중앙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긴 했지만 선언적 수준에 그쳤고, 그마저도 파급력은 크지 않았다. 그런 상황들을 보면서 `과연 지역이 지방분권을 바라긴 바라는 걸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저 중앙정부의 눈치보기에만 급급했던 지자체나 지방의회,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번 지방분권 개헌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지역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 지역의 요구나 목소리를 모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적기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현재 공영방송 파업이 두 달을 넘기고 있다. 이제 끝이 보이긴 하지만 파업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공영방송이 정상화 되고, 방송이 그 어떤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지역방송이 지역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 방송의 공공성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응원의 마음을 보태 주시길 바래본다.

2017-11-22

학년 말 분위기(上)… 교육유공자 표창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학년말은 학년말인 모양이다. 얼마 전까지 긴급 딱지가 붙은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요구 자료가 공문 함에 넘쳤다. 보고 날짜가 다가오면 독촉 공문까지 보내는 친절한 공무원들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국회의원들은 평소에는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에 자료 만들기를 몇 번이나 멈추었다. 그리고 뉴스를 보면서 나라 일하는 사람들이 바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치워진 캐비닛도 찾아야 하고, 유통기한이 한창 지난 지지난 정부의 쓰레기통도 뒤져야 하니까 말이다. 과연 무엇을, 또 누구를 위한 국감인지 당리당략에 빠져 헤어나질 못하는 그들을 보면서 국감자료를 준비하느라 고생한 사람들만 안쓰러워졌다. 국감 공문이 비워진 자리에 이젠 교육유공자 표창과 관련된 공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공문들은 필자에게 지금이 학년말이라고 교육계의 시간을 알려주었다. 상(賞) 잔치라고 할 만큼 표창이 풍성한 학년말이다. 표창 내용을 보면서 교육 분야가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그중 참 재밌는 표창 이름이 있다. `공교육 정상화 유공자 표창` 세부 표창 계획에는 추진 목적이 두 가지 있는데, 이 또한 재미있다.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사교육 경감을 위해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유공자를 발굴 표창해 업무 관계자의 사기 진작 도모, 정상적 교육과정 운영, 선행교육 유발 관행 근절 등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한 자를 발굴, 자긍심 고취 및 공교육 활성화 도모.”이 공문을 보면서 이 나라 교육은 `사교육과 공교육`으로 나뉘어져 있음을 확인했다. 대한민국의 사교육은 이미 공교육을 넘어선지 오래다. 자칫 이 공문만 보면 공교육을 망친 것이 사교육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은 큰 오해다.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몬 것이 누구인지를 우리는 분명 알아야 한다. 왜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를 굳이 말하지도 않아도 다들 알 것이다. 그것은 교육수요자들이 공교육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공교육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제 얼굴에 침 뱉는 격 밖에 안되지만 과연 우리 학생들 중에서 학교 교육에 만족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교실 붕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과 같은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무너진 공교육을 재건하기에는 역부족이다.그런데 이런 현상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해결의 출발점이 틀렸기 때문이다. 책임 떠넘기기의 달인들이 모인 정부는 절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법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정부는 지금의 공교육 붕괴가 사교육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큰 교훈은 “한 번 떠난 고기는 돌아오지 않는다”이다.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은 그대로인데 이름만 달라졌다고 고기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최고조에 달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 원인은 절대 사교육에 있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급변하는 교육정책, 그리고 전 정부의 모든 것을 부정해 버리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성적 지상주의를 부추긴 것은 분명 학교 선생들이다. 필자 또한 학생들에게 4대문 안에만 들어가라고 다그쳤다. 그곳이 학생들을 죽이는 사(死)대문인지도 모르고. 올해도 어김없이 그 사(死)대문 안에 들어가기 위해 50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능을 친다. 수능 비극이 올해는 제발 들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분명한 것은 대학이 서열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교육 제도를 가지고 온다고 해도 중·고등학교 교육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감이 단풍보다 더 고운 늦가을 표창을 받으실 선생들께 미리 축하드리고, 그에 앞서 대학 서열화의 희생양인 수험생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전한다.

2017-11-16

교육부의 청와대 따라하기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정치하는 사람들이 거꾸로 가니 시대도 거꾸로 가고 있다. 지금 사회 돌아가는 정황을 보면 이름만 다를 뿐 왕정시대가 다시 열렸음이 확실하다. 역성혁명으로 왕이 바뀌면 왕정 초기에는 전대(前代) 왕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사활을 건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숙청(肅淸)이다. 숙청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두 가지 뜻이 나온다. 하나는 어지러운 상태를 바로잡음이고, 또 하나는 정책이나 조직의 일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대파를 처단하거나 제거함이다. 그런데 숙청의 뜻은 전자보다 후자의 뜻으로 남북은 물론 전 세계에 사용되고 있다. 숙청은 충신을 하루아침에 역적으로 만들어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충신에서 역적으로 바뀌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와 기준이 없다. 그 기준은 간단하다. 그것은 `과거 사람인가, 아니면 현재 사람인가`이다. 과거 정부에서 힘 깨나 썼던 사람이라면, 또 그들이 정몽주 부류의 사람이 아니고 더 이상 쓸모없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역적이 된다.폐주(廢主)와 관련된 영화를 보면 꼭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 이 원한(怨恨)을 꼭 갚아야 한다!” 한을 이식받은 사람은 절치부심(切齒腐心)한 끝에 자신이 섬기던 주군의 복수에 성공한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원한의 고리가 끊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恨)의 가장 큰 특성은 대물림 되면서 복수의 감정을 더 키운다는 것이다. 악의 순환 고리에 연결되어 있는 어느 한 쪽이 멸종되지 않는 이상 한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숙청 왕국의 또 하나 특징은 새롭게 권력을 잡은 자들이 새 주군(主君)의 마음을 얻기 위해 주군 따라 하기에 열을 올린다는 것이다. `정치권력은 마약과 같아` 한 번 맛들인 사람들은 절대 헤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권력 욕망이 강한 자일수록 주군과 자신을 동일시한다.지금 시대가 다시 왕정 시대로 퇴화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를 교육부에서 찾을 수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하고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고 쇼를 한 적이 있다. 혹시 `광화문 1번가`라고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국민인수위원회라는 그럴싸한 말에 속아 필자는 대안학교 학생들이 당하고 있는 불합리하고, 불평등적인 상황을 장문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광화문 1번가에 속은 것이 억울해 광화문이라는 말만 들어도 뒷머리가 아프다.그런데 교육부에서 그 `광화문 1번가`와 비슷한 `온-교육`이라는 사이트를 열었다. 그리고 이런 홍보 글귀를 달아 놓았다. “`온-교육`이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국민과 활발히 소통하는 `국민의 교육부`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11월 3일까지 의견접수를 받아 교육부 장관이 직접 11월 15일에 영상 답변을 하겠다는 배너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또 속는 셈치고 글을 올렸다. 그런데 교육부 장관의 답이 어떨지는 안 봐도 뻔하다. 왜냐하면 `광화문 1번가`의 쇼를 필자는 너무도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온-교육`을 이용할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의 소리를 듣기보다는 `교육 분야 6대 국정과제`를 홍보하는 수단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6대 국정 과제 중 첫 번째 과제인 `유아-대학,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눌러 보면 세 번째로 `고교 무상 교육 실현`이 나온다. 물론 고교 무상 교육도 실현되어야 한다. 그보다 앞서 의무교육 대상인 대안 중학교 학생들에 대한 지원부터 해야 하지 않을지. 사람들은 말한다. “이 선생이 아무리 떠들어 봐라. 그들이 눈 깜짝 하나. 그들의 관심은 내년 선거인데, 대안교육은 표가 적잖아. 괜한 수고하지 마라.” 왕정(王政) 대한민국, 그리고 교육, 참 우습다.

2017-11-09

상상력과 현실의 거리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만, 자신에게 위로감을 주는 존재가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좀처럼 믿지 못할 일이라며 의아해 할 것이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2013)에서는 AI와 사랑에 빠진 한 남성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분)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이다.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편지글을 쓰기 위해 의뢰인과 그 상대방의 감정을 탐구하는 인물이지만, 정작 자신의 아내(루니 마라 분)에 대한 이해도는 높은 편이 아니어서 아내와 별거를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절절한 마음을 한 통의 편지글로 전하고, 그 편지를 읽는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은 너무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사는 테오도르를 보면서 관객들은 안타까워한다.테오도르는 어느 날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느낌을 가진 인공 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분)를 알게 된다. 자신의 말을 정성스럽게 들어주고, 자신을 깊이 이해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위로도 해주는 사만다는 어느새 그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사만다는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만, 휴대폰 크기의 기기 속에 존재하는 여성성을 지닌 AI로 등장하고 있다. 관객들은 육체 없는 여성으로 등장해서 테오도르라는 남성을 행복감에 빠지게 해주는 사만다를 보면서, SF영화라는 장르에만 등장할 수 있는 어떤 존재일 뿐이라는 위안과 함께, 왠지 모를 혼란스러움에 빠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육체도 정신도 가진 AI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는 `그녀`보다 더 먼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A. I.`(2001)에 등장한다. 하비 박사가 만들어낸 감정을 가진 최초의 인조인간 데이빗(할리 조엘 오스먼트 분)은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둔 헨리 스윈튼(샘 로바즈 분)의 집에 입양된다. 데이빗은 스윈튼 부부의 아들 역할을 하며 인간사회에 적응한다. 육체 없는 여성인 사만다와는 달리 데이빗은 육체와 정신을 가진 소년으로 등장해서 스윈튼 부부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이 회복해서 돌아오자 데이빗은 숲 속에 버려지고 만다. 데이빗의 유기는 비록 육체와 정신을 가진 로봇이지만, 그야말로 사물에 불과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의 일원으로 생활하던 로봇을 처리하는 문제.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 같다.두 영화는 AI가 인간의 결핍을 채워주는 어떤 존재라는 점을 시사해 준다. 사만다와 데이빗이 육체라는 형상을 갈망하고, 진짜 인간이 되는 것을 욕망하는 데 대한 이야기는 뒤로 하고라도, 이제 AI는 영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바둑을 두는, 신문기사를 쓰는, 시나리오를 쓰는, 사진 편집을 하는, 작곡을 하는, 연주를 하는, 그림을 그리는 AI 등 현실세계에서 AI의 역할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인다.지난 달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문화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전망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넥스트 콘텐츠 콘퍼런스 2017`이 열렸다.이 행사에 참석한,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AI인 `벤자민`을 제작한 굿윈은 “작사가가 다음 가사가 떠오르지 않을 때 AI는 1천개의 가능한 가사 후보를 보여준다. 시력을 높여주는 안경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사만다가 테오도르의 연인이 된 것처럼, 데이빗이 스윈튼 가의 아들이 된 것처럼, 벤자민은 영화 `선스프링`의 시나리오를 썼다. 상상력과 현실의 거리가 이렇게 가까울 줄이야.

2017-11-07

교육부의 허언(虛言)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교육부 홈페이지 상단 중간 배너를 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 이 문구를 보고 필자는 피가 거꾸로 쏟는줄 알았다.대통령이나 국회의장은 야구 시구 연습하느라 교육부의 이런 황당한 거짓말을 체크할 시간이 없었다손 치더라도 필자와 그동안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한 교육부 관계자들은 정말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교육부 홈페이지 메인에 올리는 것은 막았어야 했다. 꼭 홈페이지에 올려야 했다면 분명 다음과 같은 단서를 꼭 달아야 했다. “헌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대안학교 학생은 제외입니다.”필자는 지난 4년 동안 국회는 물론, 교육부와 인권위원회까지 모든 중학생들이 대한민국의 헌법 안에서 행복하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읍소(泣訴)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꾀꼬리처럼 필요성은 알지만 기회를 보자는 말만 4년째 반복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어렵다면 제발 사회배려대상 학생들만이라도 법이 정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매달렸다. 필자의 간절함이 부족했는지 교육부는 황당한 말을 했다. “혹시나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이 사회배려대상 학생들만 모아서 학교를 개교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 정도의 검증 시스템도 갖추고 있지 못하는 곳이 바로 이 나라 교육부라고 생각하니 지금도 울화가 치민다. 그런데 교육부 장관은 다음과 같은 취임사를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급격하게 무너진 교육사다리를 복원해 누구에게나 공평한 학습사회를 구현해 나가겠습니다.”필자는 지난 주말 2018학년도 산자연중학교 입학 전형에 응시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 및 학부모 면접을 봤다. 전국에서 산자연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찾아오신 학부모들과의 면담 자리라 필자는 더 정중히 학부모들을 맞이했다. 배정학교를 마다하고 대안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이라 저마다 지원 사유가 분명했다. 자연 속에서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찾고 싶어 지원했다는 학생, 몽골에 가서 꼭 나무를 심고 싶어 지원했다는 학생, 다양한 특성화교과를 배우고 싶어서 지원했다는 학생 등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기가 구체적이었다.그 중에서 필자의 마음에 오래 남는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서울에서 온 학생으로 제일 어려운 과목과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수학이라고 하였다. 그 학생은 “일반 학교에서는 수학을 진도에 맞춰 무지 빨리 배우잖아요. 저는 그게 싫어요. 저는 학교와 학원 진도가 아니라 제 스스로 수학을 천천히 공부하면서 깊이 공부하고 싶어요.”라고 지원동기를 말했다. 그 학생은 우리 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히 분석하고 있었고, 나아가 문제에 대한 해결책 또한 정확히 제시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지원목표가 다양한 것과는 달리 학부모들의 지원동기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그 공통점을 대표하는 말은 “아이를 공부만 하는 괴물로는 절대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이다.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이 말을 들으면서 필자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면접을 마무리하기 위해 던진 질문이 모든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려놓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필자가 꼭 하는 질문이 있다. “학교에 마지막으로 주실 말씀이 있습니까?” 그러면 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분노에 찬 어조로 학부모들은 말한다. “중학교는 의무 교육 아닙니까. 의무 교육은 무상 교육 아닌가요. 우리 아이는 교육부 소속이 아닌가요? 우리는 이 나라 국민도 아닙니까? 대통령도 이런 사실을 압니까?” 이에 대한 답을 이젠 대통령과 교육부가 해야 할 것이다.

2017-11-02

`행복하라`는 숙제, 잘 하고 계신가요?

▲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박사가을 학기 들어와 시민대학 강좌를 시작했다. 필자가 개설한 `고전 읽기 세상 읽기`는 10주 동안 4권의 책을 함께 읽으며 생각을 나누는 자리다. 이제는 수업에 참여하는 분들과 강의실 밖에서도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 `뒤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린다`고 하면서도 책을 펼치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 노력하시는 모습들을 보며 감동을 받는다. 수강생들 대부분은 현업에서 은퇴하신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다. 젊었을 때 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양하게 시도하며 즐겁게 노년을 보내고 계신다. 그분들과 만나며 행복한 삶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우리가 읽은 첫 책은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이었다.행복은 신에게서 운 좋게 받는 선물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하여 쟁취하는 것이라고 러셀은 말한다. 행복한 사람은 우주 속에 소중한 존재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폭넓은 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행복을`선택`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많을수록 행복을 경험할 기회가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기에 좋아하는 것들을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에 비해서 훨씬 더 즐겁게 산다”는 것이다. 시민대학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이처럼 책과 함께 노년의 시간을 `배우는` 즐거움으로 채워가고 계신 행복한 분들이다.지난 10일은 `행복수명 데이`였다. 10×10=100으로 백세까지 행복하게 사는 노년의 삶을 위해서 우리의 상황을 점검해 보자는 의미로 지정한 날이라고 한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서울대 노년·은퇴설계연구소가 개발한 경제, 건강, 활동, 관계로 구성된 지표로 진단했는데, 한국 노인은 행복수명이 74.6세로 나타났다. 기대수명은 83.1세였기에 8년 6개월간 마지막 여생이 불행할 수 있음을 시사해 주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더 나은 삶의 지수`를 보더라도 한국은 나이가 들수록 삶의 만족도가 급락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년의 삶의 양극화 문제는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북구라파 노인들이 여유 있게 지내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국가 차원의 노인 복지 강화가 시급한 과제다.그러나 동시에 개인적 차원에서도 행복한 여생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내적 성장에 가치를 두는 삶은 물리적인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 우리의 행복수명을 늘리는 것은 지금부터 경제, 건강, 활동, 관계의 축을 잘 관리해 가는 일이다. “저물어 가는 것이 아니라 여물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저 시간에 맡겨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율의지를 갖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시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일상을 구성해 나가는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이기에 미리 준비하고 훈련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쓴 `인생수업`은 사랑하고 웃으며 배우는 삶의 자세에 대해 말한다. 우리의 삶에 유일한 의무가 있다면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라`는 것 외에는 없다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행복을 위한 좋은 습관을 길들여 가는 것이다. 시민대학의 어르신들처럼 새로운 곳에서 낯선 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하며 충만한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배움에는 시간의 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책읽기는 더구나 입학과 정년이 따로 없다. 먹고 살기 바빠서 책을 못 보고, 시간이 많이 남아서 책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있고 의미를 알아야 책을 찾아 읽게 되는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관심 분야를 넓혀가며 배우는 즐거움을 체화해 가고, 또 책을 통과해서 나오는 인생 경험과 지혜를 나눠주는 노년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아름답다.우리에게 던져진 `행복하라`는 숙제, 잘 하고 있는지 독서의 계절에 다시 생각해 본다.

2017-10-31

대안학교 교사로 사는 것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의 목적이 인간에게 이로운 것, 곧 인간의 행복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나라엔 정치가 없음이 확실하다. 국민들이 정치 때문에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 행복을 빼앗아 가는 것이 정치이니 탈(脫)원전보다 이 나라에 더 필요한 것은 탈(脫)정치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만 있고 현재와 미래는 없는 대한민국 정치는 정치(政治)가 아니라 정치(情癡)이다. 정치(情癡)의 뜻을 사전에서는 “색정에 빠져서 이성을 잃음. 또는 그런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기에 정치 관련 이야기만 들으면 두통이 도진다.정치 두통에 시달린 지 오래인 필자는 지난 주말 오랜만에 맑은 정신을 찾을 수 있었다. 필자를 정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게 도와준 것은 제48회 전국교육자료전이다.전국교육자료전은 우수한 교육 자료를 교육현장에 소개하고 교육자료 제작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을 유발하며, 교육방법 개선과 교육자료 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1970년도부터 개최하고 있는 대회다. 대회 주제는 `연구하는 선생님, 배움이 있는 수업, 생동하는 교실`이다. 대회 분야는 국어 교과에서부터 인성교육·창의적 체험활동까지 총 13개다. 가을보다 더 찬란한 자료들이 전시된 한국교원대학교에서 필자는 잠시 어지러운 세상을 잊을 수 있었다.전국교육자료전은 지역 교육청 대회에서 1등급을 받은 교육 자료를 대상으로 경쟁을 펼치는 대회다. 필자는 이번에 인성교육 분야에서 경북 1등급을 받아 전국 대회에 나갔다. 필자의 팀이 개발한 자료는`인코봇`이다. `인코봇`은 `인성 코딩 로봇`의 약자이다. 인코봇은 인성 교육과 소프트웨어 교육, 즉 코딩 교육을 융합한 자료다.“선생님, 왜 눈물이 나려고 하죠!” 심사를 받기 위해 필자의 팀이 개발한 교육 자료를 전시하면서 팀원 중 한 분이신 정보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그동안의 고생을 너무도 잘 알기에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전국 대회가 열린 한국교원대학교 체육관에는 정보 선생님과 같은 분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분위기는 엄숙하기까지 했다. 선생님들의 비장한 모습은 오만과 편견으로 국민들의 행복을 짓밟는 국회와는 차원이 달랐다.지역 대회를 거쳐서 올라온 작품들이어서 그런지 출품된 자료들은 하나 같이 필자의 심장을 뛰게 했다. 출품된 자료 중에서는 특허까지 받은 자료도 있었다.선생님들의 열정과 의지는 화려한 가을 잔치를 하고 있는 낙엽보다 분명 더 찬란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모든 자료들이 대회와 상을 위해 준비된 자료라고 생각하니 씁쓸했다. 최고상을 받기 위한 선생님들의 기 싸움도 대단했다. 심사가 끝나고 분야별 최고상을 알리는 번호판이 붙을 때마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물론 필자도 그 무리 속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가히 보기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최고상을 받은 작품을 앞에 두고 저마다 한 마디씩 하는 모습은 마치 상에 굶주린 맹수들 같았다. 그 말들 중에는 격려와 축하의 말도 있었지만, 대부분 자신들의 작품과 비교해서 하는 부러움의 비난이었다.거기서 또다시 깨달은 것은 세상일은 모든 것이 자기대로 해석된다는 것이었다.`과연 객관적인 평가와 판결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대안학교 프로그램이 일반 학교에 얼마나 일반화가 가능할까요?”라는 심사위원의 질문이 문득 떠올랐다. 순간 아직 우리 사회에서 대안학교는 `외딴 섬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 교육 관료들에게 묻고 싶어졌다. “고정관념으로 무장한 이 나라에 교육에서 편견 없는 평등 교육이 가능한가?”라고.

2017-10-26

예술과 체육

▲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포항전국사진공모전 시상식장에서 뜻밖의 선배를 만났다. 그는 공모전에 출품하여 입선을 했고, 사진협회 가입에 필요한 점수를 확보하여 곧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가입할 것이라 하였다. 말하자면 정식으로 사진예술가가 되는 것이다. 잘 아는 사이라고 믿어왔던 그 선배의 평소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면모에 잠시 어리둥절하였으나 직장에서 퇴직한 후 현재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공감이 되었다. 아침시간에는 수영장에서 운동하고, 낮에는 카메라 포커스에 집중하다가 저녁에는 탁구와 하모니카를 배우러 다닌다고 한다.평소 예술과 체육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으며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퇴직을 한 현재의 일과는 대부분 예술 활동과 체육 활동이다. `국영수`가 가장 중요하다 믿었던 학생 시절을 지나 평생 직업으로 교사를 하는 동안 예술, 체육과는 너무나 동떨어질 삶을 살아왔던 그 선배는 이제 노후를 예술가며 생활체육인으로 살아갈 것이라 하였다.그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시절 학교울타리 옆 하숙집이었다. 당시 나는 화실에서 미대입시생 가르치는 일로 학비며 생활비를 마련하다가`80년의 봄`을 맞으며 대학생 과외금지령이 내려지는 바람에 화실을 접고 잠시 학교 가까이서 하숙을 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때였다. 낭만을 예술가의 필수 항목으로 알고 있던 필자의 눈에 비친 그 선배는 너무나 반듯한 생활에 ROTC 복장까지 한 모범생이었으니 그에게 예술인의 피가 흐른다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후에 나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미술교사를 했고, 그도 캠퍼스커플인 포항여고 출신의 형수를 따라 포항에 정착했다. 전공은 다르지만 같은 교직에 있다 보니 더러 만날 기회가 있었고, 몇 년간은 같은 학교에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면에서 반듯하여 사표가 되는 교사였지 낭만적인 예술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퇴직 후 인생 2막의 시작에서 예술의 꿈을 펼치고 있다니 예술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는 필자로선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언제부턴가 웰빙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더니 요즘은 웰다잉이 화두가 되곤 한다. 말 그대로 번역하면 `잘 살기`와 `잘 죽기`일 것이니 서로 반대의 의미일 듯하다. 그러나 의외로 그렇지 않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거룩한 죽음이 있는가 하면 죽음보다 못한 삶도 있고, 갠지스 강변처럼 삶과 죽음의 공존이 일상인 곳도 있으니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던 분의 마지막 말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인간수명의 증가로 요즘은 100세 시대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느낀다. 보통 60세 전후면 직장에서 정년을 맞이하는데, 100세까지 웰빙하고 웰다잉하기 위해서는 뭔가 가치 있는 일을 새롭게 찾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예술이라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예술 환경의 조성은 인간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다. 필자는 최근 포항에`예술의 전당`건립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말한 바 있다. 사실 필요성을 느낀 것은 최근이 아니라 오래된 일이다. 그러므로 지난 수년간 늘 관심을 가지고 다른 도시의 경우는 어떠한지를 살폈고, 우리 시에는 어떠할까를 고민해왔다. 랜드마크가 될 건축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므로 신중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고, 면밀한 타당성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일의 성사를 위해서는 포항시와 시의회 등 행정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함은 물론이며, 수요자이며 수혜자가 될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결국 모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말이니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우선 예총의 8개 예술단체 협회장들이 동의하였고, 1천명 예총회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적자운영을 우려하며 따갑게 충고하는 시민의 목소리도 있다. 분명히 유념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투자와 셈법은 조금 달라야 한다. 문화예술이 시대의 물결이며, 예술의 가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많은 선행학습이 이루어진 후에야 비로소 가능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2017-10-24

유희적 본성의 원천 `호모 루덴스`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인류가 지구상에 어떻게 등장했으며, 오늘과 같이 다양한 문화와 과학의 발전을 가져왔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 근대 자연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진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종교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우주만물이 창조의 산물이란 주장 또한 창조과학의 뒷받침을 받으며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가고 있다.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해 대립되는 주장을 무·유신론자의 이분법적인 판단과 결론으로 얻기 보다는 45억년 전 우주에서 지구가 최초로 탄생한 이후 인류의 먼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출연은 그저 먼 시대의 일로만 여겨진다.생김새가 사람보다 원숭이에 가까웠지만 두발로 서서 걸어 다녔던 직립보행(直立步行)을 근거로 최초의 인류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갈 무렵인 약 20만년 전 신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은 인류와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커다란 계기이며 사건이 됐다. 사냥을 하던 구석기 시대와는 달리, 농경과 목축이 가능했던 신석기 시대로의 변화는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일어났으며, 이후 인류는 계급사회와 문명시대로 들어가게 되었다.지혜로운 사람이라 불렸던 호모 사피엔스는 두뇌가 1천600cc로서, 현생 인류와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스웨덴의 식물학자였던 린네는 자신이 고안한 분류법에 따라 현생인류 종에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는 라틴어 학명을 붙여 줬다. 생물 학명은 라틴어로 속명과 종명을 쓰고 뒤에 학명을 명명한 사람 이름을 붙이게 되어 있는데, 현생인류 학명은 `호모 사피엔스 린네`이며 보통 린네는 생략하고 부른다.한편 네덜란드의 역사문화학자인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의 유희적 본성에 주목했다. 1938년에 출간한 기념비적 저작 `호모 루덴스-유희에서의 문화의 기원`에서 그는 모든 문화현상의 기원은 놀이에 있고 인간은 놀이를 통해 역사적으로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고 주장한다.종래에는 유희가 문화 속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문화 쪽이 상위개념이라고 생각했으나 하위징아는 이런 견해를 역전시켜, 문화는 원초(原初)부터 유희되는 것이며 유희 속에서 유희로서 발달한다는 획기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놀이에서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파격적 주장인 셈이다. `호모 루덴스`란 놀이하는 인간, 유희인이라는 뜻인 바, 결국 인간은 놀고 즐기는 존재라는 것이다.쉽게 말해서 `노는 인간`, `놀이하는 인간`, `노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이라는 말이다. 인류역사의 발전과정에서 문화를 발전시켜온 것은 놀이하는 인간이었으며 놀이는 인간 문화의 핵심이며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든다는 의미다.지금 한국사회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는 한복판에 서 있다. 놀이문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국가정책에 반영할 정도로 놀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끈 기술 요소 대부분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자유와 부단한 노력 등의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이는 하위징아가 얘기하는 놀이와도 유사하다.가까운 예로 문화적, 산업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게임도 그 연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이제는 잘 노는 사람이 생산성도 더 높은 시대가 된 셈이다. 게임사들이 창의적이고 새로운 게임산업을 만들어 나가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즐기면서 생활의 윤택함을 만끽하게 되는 것이다.21세기 창의력 열풍이 불고 있는 시대, 이 시대에 맞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의 인간형을 찾아가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를 앞서가는 일은 아닐 지 다시 한 번 깊이 음미해 볼 일이다.

2017-10-19

외고 입시전형 `영어 등급제`의 오류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선생님, 외고 입학 설명회를 다녀왔는데 우리 학교는 외고를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무거운 표정만큼이나 무거운 톤으로 학부모님이 말씀하셨다. 필자는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설명회에서 영어 등급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던데, 우리 학교와 같은 소규모 학교에서는 학생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등급이 안 나오잖아요. 지금 외고 입시제도는 소규모 학교 학생들은 아예 지원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아요. 세상에 이런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제도가 어디 있나요. 이럴 거면 외고는 정말 없어지는게 맞는 것 같아요. 학생들의 특성은 하나도 보지 않고 오로지 영어 점수 하나로만 뽑는다는 게 말이 되나요? 소규모 학교 학생들에게는 지원의 의미조차 없는 외고 입시, 그 실체를 알겠어요. 이제 정부의 입장을 조금은 이해하겠어요.”가을 들녘의 분주함이 적폐 국감으로 인해 극도의 피로에 빠져 있는 국민들을 그나마 위로하는 요즘이다. 만약 욕심만 버린다면, 그리고 인정하고 감사하는 마음만 있다면 결실의 순간은 언제나 즐겁다. 그런데 이건 언제까지나 가정(假定)에 불과하다. 겸허한 자연이라면 모르겠지만, 오만한 인간에겐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결실의 계절을 맞은 자연과 함께 중고등학교도 결실 시즌을 맞았다. 그런데 자연의 결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것을 대변해주는 말이 입시 지옥이다. 입시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줄 세우기 식 점수로 선발하는 입시는 지옥일 수밖에 없다.어느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저 드디어 꿈이 생겼어요. 저 이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요.” 물론 성적으로만 보면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없다. 하지만 학생이 갖고 있는 능력을 본다면 학생은 그 학교에 합격하고도 남을 학생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학생이다. 누군가는 말할지 모른다. “가고 싶은 학교가 있으면 처음부터 열심히 하지!” 필자는 이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무엇을 열심히 하라는 말입니까?”라고.가고 싶은 고등학교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점수 때문에 갈 수 없는 것이 입시 교육에 올인하는 이 나라 교육 현실이다. 학령기 인구 절벽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나라 입시 문턱은 높다. 그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점수뿐이다. 현대인들을 흔히 숫자의 노예라고 한다. 현대인들은 한창 꿈 많고 행복해야 할 학창시절부터 숫자에 짓밟힌 삶을 살았다. 그런 삶을 산 사람들이 성인이 되었다고 숫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현 정부 출범 초부터 전국을 시끄럽게 한 외국어고등학교! 정부와 일부 시도교육청의 소통 없는 외국어고등학교 폐지에 수월성 교육이 아니라 다양성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반대했던 필자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외고 입시 요강을 분석하면서 필자는 필자의 생각을 더 굳혀 가고 있다. 외국어고등학교 1차 전형 자료는 오로지 영어 성적 하나다. 2학년 성적은 그나마 성취도를 본다지만, 3학년 성적은 생뚱맞게 등급을 본다. 결국 3학년 영어 석차 하나로 학생을 뽑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2차에서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을 본다지만, 점수로 걸러진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가능성을 보일 기회조차 없다. 국회 앞에는 외고 폐지를 위해 1인 시위를 하는 교육감들이 있다고 한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다. “고교 입시 경쟁, 사교육 주범인 자사고·외고 등 특권학교 즉각 폐지하라.” 이 말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어 교과 등급 확인서` 하나만 놓고 보면 외고는 입시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외국어고등학교는 다양성 교육이라는 교육 본연의 목적으로 돌아가 전형 방법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영어 등급제`를 보완해야 한다.

2017-10-18

따뜻한 이웃으로 살기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딸 친구를 유인해서 살해한 파렴치한 아빠의 이야기는 우리를 한없이 우울하게 만든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다툼 중 이웃의 목숨을 앗아간 이야기도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이웃이기 때문에 기꺼이 놀러가는 믿음, 이웃이기 때문에 어린 자녀들이 콩콩 뛰어다녀도 조금은 이해해 주리라는 믿음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가. `이웃`의 사전적인 의미는 `나란히 또는 가까이 있어서 경계가 서로 붙어 있음`, `가까이 사는 집. 또는 그런 사람`이다. 물리적인 거리만큼이나 심리적인 거리도 가까운 사이가 이웃이기 때문에 멀리 사는 친척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이 낫다는 말도 생겨났을 것이다. 서로 이웃에 살면서 정이 들어 사촌 형제나 다를 바 없이 가까운 이웃이라는 뜻을 지닌 `이웃사촌`, 나란히 또는 가까이 있어 경계가 서로 붙어 있다는 뜻을 지닌 `이웃하다`라는 말들은 왠지 모르게 정이 가득 묻어나는 말들이다.이처럼 `이웃`은 가까움, 정으로 뭉쳐진 유사가족공동체 등 따뜻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말이다. 모든 말들은 말에 걸맞는 의미와 함께 자기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긍정적인 의미와 이미지를 지닌 말인 `이웃`이 살인이라는 말과 조합되는 동시에 `이웃`이라는 본래의 의미와 이미지를 상실하고 만다.`이웃`이라는 말이 본래의 의미와 이미지를 살려주는 소식들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최근의 기사를 검색해 보면 포항 지역에도 이웃사랑의 미담들이 넘쳐난다. 추석 연휴 후 이강덕 포항시장이 중앙동에 위치한 `만남의집` 무료 경로식당을 방문해 경로식당을 찾은 어르신에게 직접 삼계탕 배식봉사를 했다고 한다.최근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가 주최하고 경상북도와 포항시, DGB대구은행 사회공헌재단, 농협경북지역본부,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이 후원하는 `제8회 희망나눔 1m1원 자선걷기대회`가 포항 환호해맞이공원 일원에서 열렸다. 건전한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자선걷기대회는 공원의 산책로 5㎞를 걸으며 1m에 1원씩(총 5㎞, 5천원) 경북 도내 4대 취약계층 위기가정을 후원한다고 한다.추석을 맞아 베푸는 미담들이 많다. 포항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김흥식씨는 직원들과 함께 이웃사랑 성금 200만원을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고 한다. 또한 포항시 죽도동 소재 죽도숯불촌 대표 김성우씨도 추석을 맞아 죽도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지역 내 취약계층인 독거노인을 포함한 불우이웃에 전달될 백미 100포(200만원 상당)를 기탁했다고 한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공장장 이형철씨는 포항 남구청에서 `추석 이웃사랑 선물나눔` 전달식을 가지고, 포항시 남구 거주 저소득 및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선물 250세트를 전했다고 한다.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미담들은 수도 없이 많다.우리 사회의 이웃사랑 방식의 특징을 살펴보면, 명절을 기점으로 물품 내지는 돈 전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방식의 이웃사랑도 매우 중요하다. 덧보태 중요한 것은 내 이웃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읽어내는 기술, 어떻게 하면 내 이웃이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러시아의 변방 리투아니아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독일 철학을 공부했고, 프랑스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네 문화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의 말을 기억하고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타자와 윤리의 철학자`로 불리는 그가 말하는 타자는 단지 공존해야 할 `다른 자아`가 아니라, 주체를 구성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무한자이다. 이웃은 `나`에 의해 그 존재의 의미를 부여받는 존재가 아니라, 윤리적 책임을 갖도록 명령하고 호소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결국은 따뜻한 이웃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어야 한다.

2017-10-17

교육 혁신 성공 “선생님과 춤을!”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달력을 넘기다 인디언의 달력이 생각났다. 그들이 지어 놓은 달력의 이름을 볼 때마다 필자는 한 편의 시를 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늘 한다. 인디언 식대로 지금의 달 넘김을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풀이 마르는 달(9월)`이 지고, `산이 불타는 달(10월)`이 폈다.10월을 나타내는 인디언들의 말 중에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달`이라는 표현이 있다. 10월 숲에 가서 가만히 귀를 열면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필자는 인디언의 이야기를 알기 전에는 그 소리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그 소리는 바로 나뭇잎이 나무에게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소리였다. 나무들이 혹한(酷寒)을 이겨내는 것은 바로 나뭇잎과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세상이 확 바뀔 것처럼 야단법석이던 2017년도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하는 2017년 한가위였다.삼류도 못 되는 이 나라 정치에 뭘 기대하겠냐마는 화사한 2018년의 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과거의 덫에 빠져 있는 정부에게 아라파호 족의 3월 달력의 이름을 선물한다. “한결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여중생 살인 사건과 같은, 화나고, 슬픈 이야기들이 세상을 더 참담하게 하지만, 그래도 세상이 돌아가는 이유는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4월)”과 같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필자는 지난달 30일 영천에서 열린 제9회 전국풍물경연대회에서 그런 사람들을 보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산자연중학교 사물놀이반 학생들과 지도 교사다.산자연중학교는 비록 초중등교육법에 의해 설립된 학교이지만 각종학교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그 어떤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은 입으로만 평등을 외치는 현 정부에 시위라도 하듯 자신의 꿈과 끼를 위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순서를 기다리던 산자연중학교 1학년 지원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선생님,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걱정하지 마, 얘들아. 선생님만 보고 있어.”인솔 교사이신 젊은 여자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다독이셨다. 드디어 순서가 되었다. 아이들의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의 표정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선들이 한 곳으로 모였다.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간 곳에서 필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그곳에는 조금 전에 학생들을 다독이시던 선생님이 계셨다.평소 수줍음이 많으시던 선생님은 주변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으시고 열심히 춤을 추고 계셨다. 선생님의 춤사위에 맞춰 학생들은 신나게 악기를 연주했다. 악기 소리가 높아질수록 선생님의 춤사위도 더 빛이 났다.무대가 끝나고 학생들이 선생님께로 우르르 몰려와 말했다. “선생님, 정말 춤 잘 추시던데요!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눈에는 감사와 희망의 눈물이 가득했다.새 정부 들어 새로운 교육 제도들이 교육 수요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제도만으로는 교육 혁신을 성공할 수 없다.지금부터라도 교육 당국은 무너진 우리나라 교육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는 산자연중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의 희망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갑질 정부로부터 엄청난 천대를 받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정부는 과거타령은 그만하고 교육 혁신 성공을 위해서라도 2018년 예산에는 이 나라 교육의 희망인 대안학교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꼭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2017-10-12

시소가 무너졌다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나뭇가지의 무거움을 덜어주기라도 하듯 잎들이 일제히 이륙을 시작했다. 지금 나뭇잎들의 모습을 보면 늘 생각나는 시가 있다. 이 시는 다른 어떤 것보다 필자에게 가을을 제일 먼저 말해준다. 바로 이형기 시인의 `낙화`다.“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중략) 나의 사랑, 나의 결별 / 샘터에 물고이듯 성숙하는 / 내 영혼의 슬픈 눈”이 시를 아는 사람들은 `계절이 다른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그런데 필자는 피고 지는 이치를 생각하면 꽃이나 잎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무가 있는 거리마다 욕심을 놓은 잎들로 가득하다. 바람이 지날 때면 그들의 합창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절대 자신의 것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 인간들에겐 낙엽의 합창이 절대 들리지 않을 것이다.오로지 자신의 앞모습만 보이려고 애쓰는 인간들은 `때`를 모른다. 때를 모르는 인간들에게는 철이 없다. 그래서인지 인간 세상은 시끄럽다. 그 시끄러움은 인간 세상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그 오염에 인간 사회를 지탱하고 있던 시소가 무너지고 말았다. 무엇이든 균형이 깨지면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러운 건 바로 균형, 즉 시소가 무너졌기 때문이다.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하게 균형이 무너진 곳은 정치다. 얼마 전 지인이 필자에게 현 정부의 모습을 한 마디로 표현할 단어가 없느냐고 물었다. 필자는 주저하지 않고 기고만장(氣高萬丈)을 이야기했다. 정말 지금 정부의 모습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 같다. 그 기차가 향하는 곳은 과거다. 과거로 돌진하는 폭주 기관차에 지금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무너지고 있다. 분명 현 정부는 적폐(積弊)를 청산하겠다고 했고, 가장 대표적인 적폐로 갑질을 꼽았다. 그런데 그 정부가 새로운 갑이 되고 있다. 조금만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조사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현 정부의 갑질은 자신의 식구들에게도 가해지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하고 국민들이 싫증나도록 본 모습이 있다. 그것은 넥타이를 풀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청와대의 모습이었다. 언론들은 청와대가 격식을 파괴했다고, 그 모습은 지금까지는 보지 못한 모습이라고 흥분해 보도했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참모들의 당연한 의무입니다.”라는 대통령의 말을 가감 없이 내보냈다. 국민들은 그 모습에 열광했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자유토론을 말하던 청와대가 최근 민낯을 제대로 드러냈다. 청와대는 얼마 전 소신 발언한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경고를 보냈다. 그냥 경고가 아니고 엄중 경고를! 그 경고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소신 발언한 장관은, 그것도 가장 힘이 있어야 할 국방부 장관은 금방 반성문을 썼다.필자는 학생들과 함께 본교의 특성화 교과인 산지여정 수업을 위해 전라도 구례와 신안을 돌고 있다. 산지여정은 학생들이 자신들이 먹는 먹거리 생산지를 직접 방문해 먹거리 생산 전 과정을 체험해 보는 수업이다. 이번 산지여정 수업의 먹거리 주제는 밀과 소금이다. 우리 밀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 학생들은 구례에서 우리 밀 살리기 대표로부터 특강을 들었다. 그 특강 내용은 이 나라 시소를 무너뜨리고 기고만장해 있는 현 정부에 오히려 맞는 내용이었다.“너무 귀를 닫고 살고 있어. 현장의 소리는 전혀 안 들어. 우리 농민들이 다 죽어간다고 아무리 말 해도 도대체 듣지를 않아.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벌써 다 잊어버린 것 같아!”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이 사회 시소가 하루빨리 복원되기를 기원한다.

2017-09-28

죽음의 다이빙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이름만 들어도 참 아프다. 목적이 너무도 분명해서, 또 그 목적이 다른 것도 아니고 죽음이라서. 득도한 성인이라도 이런 상황을 맞이한다면 마음이 몹시 심하게 흔들릴 것이다. 왜냐하면 죽음은 곧 두려움이기에. 종교, 철학, 문학 등 많은 분야에서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 있는 그 어떤 방법도 나오지 않았다.하지만 죽음을 향해 의연히 뛰어내리는 주인공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이겐스 호`이다. 20여 년 간 토성 탐사라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연료가 다되어 최후의 운명을 맞이한 카시니 호! 그 동안 토성 연구를 위한 귀중한 자료를 어렵게 수집해 지구로 전송해 준 것만으로도 카시니 호는 인류로부터 큰 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탐사선이 더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마지막 임무 때문이다. 카시니 호에 주어진 마지막 임무는 죽음의 다이빙이다. 카시니 호는 혹여 있을지 모를 토성의 오염을 막기 위해 대기권으로 장렬히 다이빙을 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라는 임무를 받고 2017년 9월 15일 수행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일이기에 그 가치는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 같은 단어도 상황과 쓰임에 따라 의미가 확연히 달라진다. 죽음의 다이빙 또한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죽음을 향해 무모한 다이빙을 하는 국가는 물론이고 단체,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공통점은 무한 집단 이기주의와 고집(固執)이다. 그들에겐 귀가 없다. 그리고 눈도 하나만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말을 절대 듣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본다. 그들에겐 오로지 자신들만의 야망을 채우기 위한 탐욕심(貪慾心)뿐이다. 뉴스는 불나방이 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북쪽의 모습을 연일 보여 주고 있다. 우리나라 특성상 전문가들이 설치기 시작하면 되는 일도 안 되는데, 뉴스들마다 미사일 전문가, 대북 전문가 등을 초청해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다. 전문가들의 역할은 문제 분석에서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것일텐데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문제를 더 꼬이게만 한다. 북쪽이 더 설치는 것은 어쩌면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놀아나는 우리나라 전문가들의 모습에서 묘한 재미를 느껴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북쪽이 하는 미사일 놀이는 분명 “죽음의 다이빙”의 다른 모습이며, 주변 열강들에게 군사력강화라는 좋은 빌미만 제공하고 있다.그런데 북쪽 뿐만 아니라 남쪽에서도 “죽음의 다이빙” 놀이가 한창이다. 북쪽이 태평양을 향해 죽음의 다이빙을 하고 있다면, 남쪽은 과거를 향한 죽음의 다이빙을 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맹목적(盲目的)이라는 것과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지금 정부에서 하는 과거 관련 수사를 사람들은 퍼즐 수사라고 한다. 퍼즐은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다. 흐트러진 조각들을 결론대로 끼워 맞추면 된다. 지금 정부가 하는 퍼즐 수사의 결론은 과거는 모두 적폐(積弊)이고, 그것은 모두 청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웃기는 건 과거도 다 같은 과거가 아니라는 것! 자신들이 야당이었을 때의 과거만이 적폐라고 하니 웃기는 일도 이렇게 웃기는 일이 또 있을까. 세계가 적폐국가로 주목한 나라에는 인도적 지원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것은 다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정부를 과연 우리는 믿어야 할까? 많은 국민들은 현 정부만큼은 퍼즐 수사라는 정치 수사의 고리를 끊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오히려 더 추한 악의 굴레를 만들고 있는 정부의 퍼즐 수사를 보고 크게 실망하고 있다.제발 과거로의 퇴행은 이제 그만두고 “죽음의 다이빙”을 하는 각오로 미래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힘을 모으면 어떨까! 아니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이 중국의 말도 안 되는 횡포로 우리 기업들이 엄청난 손해를 보며 중국에서 철수하는 일 따윈 없을 것이다.

2017-09-21

우리 아이 언어 환경

▲ 김현욱 시인매년 1월이나 2월쯤에 전국의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 예비 신입생 면접을 한다. 해당 학교 선생님들이 예비 신입생들의 취학통지서를 수합하면서 반 편성 할 때 참고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을 던진다. 예전에는 수리력 측정을 위해 수 세어보기나 간단한 숫자 읽기, 언어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이름이나 주소, 가족 관계 등을 묻고, 낱말 카드나 간단한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어보게도 하였지만, 요즘에는 공교육정상화법과 관련해서 몇 가지 질문으로 제한한다. 물론, 이런 간단한 면접으로도 아이의 언어 능력이나 기본 생활 태도 등을 엿볼 수 있다. 몇 년 동안 1학년 예비 신입생 면접을 하면서 느낀 점은 아이들마다 그 수준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특히, 언어 능력의 차이가 면접 태도를 포함한 기본적인 생활 습관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았다. 어떤 아이는 또렷한 발음으로 이름이나 주소, 가족 관계 등을 막힘없이 대답하지만, 또 다른 어떤 아이는 선생님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거나 주소, 가족 관계는커녕 자신의 이름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최영은 교수는 어휘 인식 실험을 통해 평소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말이나 사용하는 단어의 종류가 아이의 어휘습득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언어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마다 언어능력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남다른 교육비법이나 특별한 자극에 있는 게 아니며, 아이가 속한 언어 환경, 즉 부모가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하는가, 얼마나 다양한 어휘를 들려주는가에 달려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부모의 언어능력과 언어습관이 우리 아이의 살아 있는 언어 환경이다. 부모가 의도치 않아도 아이는 자연스럽게 부모가 어떤 단어들로 어떻게 말하는지 습득하고 언어능력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자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평소 대화를 자주 나누는 것도 자녀의 언어 능력을 향상하는 방법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책 읽어주기`다. 경희대학교 도정일 교수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어휘를 늘리기 위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모가 자신은 잘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어휘`를 동원해 자녀와 대화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는 저마다의 `언어 한계`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한계가 내가 사는 세상의 한계를 규정한다`고 말했다. 그 누구도 자기 언어의 한계를 벗어난 `세상`을 이해하거나 상상할 수 없다. 자녀의 언어 한계를 넓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앞에서도 밝혔듯이 책 읽어주기이다. 어릴 때부터 아이가 그만 읽어줘도 된다고 할 때까지 부모는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어야 한다. 그림책부터 시작하는 책 읽어주기는 우리 아이의 언어 능력과 상상력을 발달시키는 훌륭한 언어 환경이 된다. 부모와 자녀가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그림책 읽어주기를 통해 우리 아이의 언어 환경을 개선하고 나아가 언어 한계를 넓힐 수 있다.큰 돈 들이지 않고도 우리 아이의 언어 환경은 개선할 수 있다. 휴일마다 도서관을 찾아다니고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면 된다. 부모가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즐기면 금상첨화다. 매년 신입생 면접 때마다 언어 환경이 다른 아이들을 만난다. 아이들에게 좋은 집, 좋은 환경은 평수가 큰 집, 이름난 새 아파트가 아니라,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즐기고, 책 읽어주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 집이다.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차용해본다.`우리 아이가 처한 언어 환경이 우리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규정한다.`

2017-09-19

과거라는 판도라 상자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자연의 경고에 세계가 혼란스럽다. 하비(Harvey)와 어마(Irma)! 이들은 미국을 강타한 슈퍼 허리케인들이다. 시속 253㎞! 숫자로만 보면 레이싱 경주 대회의 속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바람의 속도라면 어떨까?지난 주 인터넷에서 본 사진 중에서 필자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 사진이 있었다. 그것은 하비를 피하려는 피난 행렬을 찍은 사진이었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차량들의 모습은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망연자실한 사람들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이제 재난 영화들의 내용이 잠차 현실화 되고 있다. 그 현실이 얼마나 끔찍한지, 그리고 자연 앞에서 인간들이 얼마 나약한지를 우리는 하비와 어마를 통해 봤다.굳이 전문가 이야기를 빌리지 않더라도 하비와 어마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 우리는 잘 안다.그것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는 이기적인 인간들이 만든 인재(人災)이다. 자연은 좋게 말로 할 때 더 이상 자연을 파괴하지 말라고, 그리고 최대한 빨리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배려는 없다고 인간들에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욕심 채우기에 급급한 인간들은 자연의 엄중한 지적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인간은 금방 잊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연은 자신들이 보내는 경고를 무시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분명 오래 기억할 것이다. 오늘도 자연은 계절너미를 통해 인간에게 순리(順理)란 무엇인지, 또 순리대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자연은 순리가 가능한데, 인간은 왜 불가능할까. 순리와 같은 말은 자연스러움이다. 자연스러움의 반대말은 인위적이다. 인위(人爲)란 자연이 아닌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진 일을 말한다. 사람들이 하는 일 중 가장 인위적인 것은 거스름이다. 거스르는 것이 곧 발전이라고 착각한 우둔한 인간들은 경쟁적으로 거스르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한 개발지상주의다. 개발을 하려면 희생이 필수적이라는 변명과 함께 인간들은 오늘도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초등학교 4학년 나경이가 말한다. “아빠, 아파트도 많은데 왜 또 산을 깎아서 아파트를 지어? 분명 학교에서는 자연을 보호하라고 하면서 왜 어른들은 안 지켜?”아이에게 어떤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필자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필자를 포함한 많은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었던 동네 산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산보다 더 높은 아파트 단지가 세워지고 있다. 입주민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숨이 멎는 통증을 느낀다. 그걸 지켜보는 아이의 마음이야….인간의 인위적 모습을 가장 잘 고발하는 것이 뉴스다. 그래서 새 정부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두통에 시달린다. 필자는 새로운 정부를 생각하면 “과거”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정부의 국정 운영 목표는 과거에 맞춰져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관료들의 입에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비정규직 제로와 같은 선심성 말로 아픈 사람들을 더 아프게 할뿐, 과연 현 정부가 지금과 미래를 위해 하는 게 뭐가 있는가?나랏일 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갑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국민이 점점 많아짐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과거도 중요하지만 이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떨까.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열고 있는 과거의 판도라 상자 속 악귀들이 하비와 어마보다 더 강력하게 자신들을 복수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7-09-14

대통령 밖 청소년들!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429조(兆)! 숫자에 약한 필자이지만 듣기만 해도 엄청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 숫자다. 거기다 이것이 돈을 나타내는 숫자라는 소리에 입을 다물 수 없다. 나라의 한 해 살림살이 규모에 대해 말할 정도의 경제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429조를 한 해에 쓸 정도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그만큼 탄탄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더군다나 정부 예산의 거개(擧皆)가 국민들 세금으로 충당된다고 본다면 국민들이 내년 한 해에만 얼마나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할지 걱정이다. 비정규직 제로, 최저 시급 인상 등 국민들은 세금이 자신들의 주머니 들어온다고 기대를 하고 있는데, 푼 것을 다시 세금 명목으로 거두어들인다면 생색내기 정부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언론은 2018년 예산이 올해 대비 7.1%(28조 4천억 원) 늘었으며, 그중 복지예산이 12.9%, 교육 예산이 11.7%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만약 정부안대로 예산이 통과된다면 교육 관련 예산은 64조1천억이다. 64조1천억 원! 교육부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위에서 잠시 말했듯이 필자로서는 상상이 어려운 액수다. 필자가 상상하기 어려운 이유는 금액이 큰 탓도 있지만, 저 엄청난 예산 중에서 대안학교 중학생들을 위한 금액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분명 대통령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보육과 교육, 환경, 안전 분야에서 국가의 책임을 더 높여가고 있습니다.”라고 직접 말했다.대안학교는 엄연히 초중등교육법에 제2조 5항에 근거를 두고 있는 학교이다. 그리고 대안학교 중학교 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들 또한 분명한 이 나라 중학생으로서 법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자 도리이며, 헌법은 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는 당연(當然)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을 우리는 불합리(不合理)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지금까지 각종학교 학생들은 법은 물론이고, 교육부와 교육청으로부터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그 외면이 바로 교육계의 대표적인 불합리요, 부당(不當)함이라고 필자는 세상을 향해 외쳤지만, 교육 당국은 그것을 소음으로 취급해 버렸다.필자의 외침이 각종학교 이기주의에서 나온 것이라면 세상은 분명 필자를 향해 돌을 던졌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외침은 각종학교만의 외침이 아니다. 지난 19대 국회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던 박혜자 의원은 10명의 국회의원들과 함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리고 개정법률안의 제안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그동안 각종 학교는 교부금 배부 기준에 포함되어 경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으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개정(2010년 2월12일)으로 각종학교인 사립학교는 교부금 산정 기준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경비를 지원받기 어려워져 학교 운영이 곤란한 실정임. 그러나 6년의 초등교육과 3년의 중등교육은 의무교육에 해당되므로 관계 법령에 따라 학력이 인정되는 각종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 할 수 있음. 이에 의무교육 과정에 해당되고 학력이 인정되는 각종학교를 교부금의 기준재정수요액 산정에 포함하여 경비를 지원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의무교육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안심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각종학교도 안정적으로 학교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임(안 제6조제3항 신설).”제안이유에서도 “각종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고 했다. 이 말은 대통령의 `교육 국가 책임론`과 맥을 같이 한다. 더 이상 국가와 대통령의 무관심으로 공교육을 포기하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기를 바란다.만약 그런 학생이 생긴다면 우리는 그런 학생을 `대통령 밖 청소년`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2017-09-07

낄끼빠빠

▲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대만은 막연히 생각해오던 것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두 시간 남짓 비행 후 타오위엔 국제공항에 도착하였고, 거기서 약속된 가이드를 만났다. 무덥고 습한 날씨였으나 그의 토요타 승용차 안은 쾌적하였고 고속도로를 30분쯤 달리니 타이베이 시내투어가 시작되었다. 중년의 가이드는 능숙한 솜씨로 운전을 하며 연신 대만을 안내하였다. 그는 달변이었고 대만의 역사와 문화 등에 해박하였는데, 우리나라 사정도 잘 알고 있는 듯 “낄끼빠빠”라는 요상한 신조어를 자연스레 사용하였다.얼마 전 무심히 TV를 보다가 어떤 출연자가 “낄끼빠빠”라는 말을 하였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던 적이 있다. 요즘 방송에서는 필요한 말이나 상황을 친절하게 자막으로 알려주기도 하는데 “낄끼빠빠”라는 말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검색을 해보니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는 신조어로 눈치껏 행동하라는 뜻임을 알게 되었다.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 된 후 음성통화보다 카톡으로 소통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보니 편리한 점도 있으나 난무하는 정보로 인한 피곤함 또한 만만치 않다. 카톡에 자주 쓰는 언어가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하였는데 어느새 그곳에서 통용되는 어법과 감정표현의 이모티콘들이 익숙해지고 처음의 거부감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놀랍다.스마트폰의 문자는 그렇다 치고 젊은 사람들의 대화, 특히 오락방송의 경우를 보면 엄청난 신조어의 물결에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시대의 변화에 아주 둔감한 편은 아니라고 믿고 있는 나로서도 전혀 해독이 불가한 말들이 난무하여 혼란의 늪에 빠지곤 한다.어감이 곱지도 않고 알아듣지도 못할 언어들이 우리 삶의 공간을 가득 메워 가끔 글이라도 써야할 일이 있으면 맞춤법이나 어휘에 대한 혼돈으로 사전을 검색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신조어`를 검색해 보면 신조어 목록이 나오는데 매우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음에 놀랐고, 그 대부분의 것들은 내가 모르는 말이라는 사실에 또 놀랐다. 심지어 `이 문서에는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중략) 이 문서의 내용은 출처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네티즌들이 주로 쓰는 말이지만 한국어 사전에는 공식적으로 등재되지 않은 말들입니다`라고 적혀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문득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슈가 되었던 세대 간의 갈등 문제가 떠오른다. 언어는 가장 기본적인 소통의 도구일텐데 부모세대와 자식세대 간에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 한마디로도 그 사람의 품성과 수준을 가늠할 수 있던 시대는 이미 지나버렸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가? 고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우리는 인간이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 자연적 기원 속에서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에 의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음을 자연과학의 발달을 통하여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고 호모사피엔스가 현생인류로 진화된 이유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이 `이타심`과 `언어의 사용`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게 하였고, 언어 사용으로 삶을 기록하여 후세들이 시행착오와 위험 요소를 극복할 수 있게 하였던 것이다. 그들이 사용한 언어는 스스로의 생존 뿐 아니라 후세에 대한 애정으로 기능하였으니 아름다움을 넘어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신조어는 사회현상의 반영이니 당연히 새로 나타기도 소멸하기도 할 것이다. 먼 나라의 꽃씨가 바람결에 날아와 그 토양에 적응하여 뿌리내리고 토종 꽃들과 어우러져 살 듯 새로운 말들도 우리의 사전에 등재되어 연면히 후세까지 이어지기도 할 것이다. 굳이 그것들을 배척할 이유는 없다. 다만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사용할 언어로 명쾌하고, 유쾌하고, 배려심도 있고, 이왕이면 그 어감 또한 아름다워 누구나 말하는 것이 즐거운 신조어들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2017-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