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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만화책만 보는 아이 어떻게 할까?

▲ 김현욱 시인독서 강연을 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우리 아이는 만화책만 봐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란 말이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학부모든 교사든 이구동성으로 묻는다. 요즘은 모출판사의 Why 시리즈나 Who 시리즈 같은 수준 높은 학습만화가 많다. 작품성이 뛰어난 역사만화, 인물만화도 많이 나왔다. 만화 마니아들은 어떤 만화는 웬만한 문학 작품보다 작품성과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추켜세운다. 인정한다. 만화라고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학부모나 교사들이 걱정하는 것은 아이들이 `만화만 본다`는 것이다.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어릴 때부터 만화나 무협지를 읽고 꿈을 키운 이도 많다. 무조건 `만화는 안 돼`는 어리석은 일이다. 독서수준이 낮거나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가 만화책이라도 보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잔인하거나 괴기스럽거나 야하거나 현실을 벗어나 허무맹랑한 만화만 아니면 무조건 금지할 필요는 없다. 학습만화는 분명 배경지식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준다.만화책의 단점이라면 빠른 장면 전개와 화려한 이미지 등으로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요즘은 텔레비전이나 유튜브, 인터넷,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줄글책을 읽어낼 아이들의 인내력이 바닥이다. 그럴수록 아이들은 점점 책과 멀어지게 된다. 또한 만화는 만화의 특성상 시공간의 분위기와 맥락을 제대로 담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만화는 아이들에게 단편적인 지식이나 의미밖에 줄 수 없다.무엇보다 만화는 중독성이 있다. 한번 빠지면 아이들은 만화책만 찾게 된다. 마치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영상을 보듯이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들게 때문이다. 특히, 저학년 아이들이 그렇다. 어릴 때부터 만화책에 자주 노출되면 줄글책을 좀처럼 읽으려 들지 않는다. 만화의 특징은 빠른 전개, 과감한 생략과 과장된 비유다. 어린 아이들을 그런 맥락을 곱씹어 생각하지 못하고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어릴수록, 저학년 일수록 폐해가 크다.이러한 만화의 단점을 보완하려면 우선 어릴 때부터 그림책을 읽혀야 한다. 아니 그림책을 꾸준히 읽어줘야 한다. 저학년 때일수록 교사는 좋은 그림책을 많이 소개하고 꾸준히 읽어줘야 한다. 빠른 전개, 생략, 과장이 만화가 가진 특징이라면 그림책은 꼼꼼한 묘사와 차분한 설명이 특징이다. 대개의 그림책은 글의 양이 많지 않아서 줄글책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요즘 그림책은 그 작품성과 예술성이 상상을 초월한다. 어른들이 읽다가 감동받아 눈물을 흘릴 정도다. 그림책의 그림은 만화의 그림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림책은 아이들을 상상하게 하고 꿈꾸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의 여백과 여운이 있다. 그림책은 아이들의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또 다른 방법으로는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관련 도서를 넌지시 권해주는 것이다. 그리스로마 신화 만화에 푹 빠진 아이들이라면 그리스로마 신화 책을 권해주는 것이다. 잘 아는 내용이라 자연스럽게 줄글책으로 연계될 수 있다.`무조건 만화는 안 돼`는 부작용을 낳는다. 좋은 만화도 많다. 만화책에 푹 빠져 있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 아이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 지 옆에서 잘 살펴보고 조언해주고 좋은 책을 소개해줄 수 있어야 한다. 단번에 바꾸려하지 말고 천천히 찾아주고 권해주면 좋다. 만화책은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는 책이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최소화하면 된다.우리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책을 즐겨 읽는지 살펴보고 관련 책을 소개해주면 자연스럽게 만화책에서 줄글책으로 넘어갈 수 있다. 만화책만 보는 우리 아이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 조언해주고 격려해주고 안내해 줄 현명한 부모와 교사가 필요할 뿐이다.

2018-01-29

적폐와 선거, 그리고 초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모든 일은 시작은 언제나 순수하다. 시작하는 일의 성공 유무는 처음 가졌던 그 순수함을 얼마나 변질 없이 그대로 유지하느냐이다. 누구나 위기를 맞거나, 각오를 새롭게 할 때 구호처럼 쓰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이다.정부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초심을 잊은 듯해서 잠시 이백의 이야기를 인용한다. 상의산(象宜山)에서 공부에 대한 회의를 느낀 이백이 산을 내려오다가 물가에 앉아서 바윗돌에 도끼를 갈고 있는 노파를 보고 그 모습이 하도 의아해 물었다. “할머니, 왜 바위에다가 도끼를 갈고 계십니까?” “바늘을 만들려고!” “이렇게 큰 도끼를 바위에 간다고 바늘이 됩니까?” “그럼, 중간에 그만 두지만 않는다면!” 이 말을 들은 이백은 다시 산으로 올라가 학문에 정진했다고 한다.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초심불망(初審不忘) 마부작침(磨斧作針)이다.처음 적폐청산을 외쳤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왜냐하면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우자는 순수한 뜻에 공감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최소한 필자의 지인들만큼은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억지에 가까운 일들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그리고 말한다. `자신들의 반성은 전혀 없이 정권 힘만 믿고 숙청의 칼춤을 추고 있으니 시작부터 불온한 적폐 청산에 놀아난 것이 부끄럽다`고.도대체 누구를 위한, 또 무엇을 위한 적폐 청산인지 그 저의(底意)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처음 시작할 때의 뜻과는 많이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그 변질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적폐는 선거 승리용 수단이자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적폐는 정치 복수를 넘어 정치 살인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지금 정부와 검찰이 적폐와 관련해서 발표하는 이야기는 전혀 신선하지 않다. 선거용 적폐 시리즈에 화만 더 할 뿐이다. 예전에는 술만 권하는 사회였는데, 이젠 욕을 마구 하게 만드는 사회가 되었다.현 정부에서 하는 일 치고 순수하게 국민을 위한 일이 얼마나 될까. 적폐 청산도 순서가 잘 못 되었듯 정부에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정책들도 순서가 잘 못 되었다. 국민이 먼저가 아니라 선거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국가 미래야 어떻게 되었던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인기 영합(迎合) 정책들만 쏟아내고 있으니 답답하고 미래가 불안할 따름이다. 최저임금제도나 지금은 말이 쏙 들어간, 정말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설레게 했던 `비정규직 제로` 같은 정책들에 대해서 필자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그런데 필자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교육정책들이다. 고교무상교육이나 대학교 입학금 폐지 같은 정책들은 분명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보다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의무교육 대상인 대안학교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대통령이나 장관은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 그래놓고서는 그들은 시간만 있으면 말한다. 사회 약자에 대한 배려와 교육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그래서 필자가 확신하는 것이다. 적폐 청산은 물론 정부 정책은 선거용이라고.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지자체장 출마 예정자들에 대한 소식들이 들린다. 그 중에는 지방선거에서 계속 고배를 마시던 구(舊) 야권 인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그들의 출세 소식을 듣고 필자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지금 장관정책보조관, 대통령 비서실 선임행정관 등 모두 공무원이 되어 있다. 그들이 공무원을 포기하고 다시 선거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에 그들의 능력이 부러울 따름이다. 진정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2018-01-25

엄마 닮은 꼴

▲ 김은주 방송작가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큰 아이의 아이돌 사랑은 남다르다. 얼마 전에 콘서트에 간다고 수천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광 클릭으로 티켓을 사수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탁월한 능력을 자화자찬하며, 엄마인 나에게 칭찬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우와 정말 대단하다”는 엄마의 영혼 없는 멘트에도 아이는 연신 싱글벙글 이었다. 하지만 이어서 “그런데 고등학생 되는데 아이돌 따라다니는 건 좀 그렇지 않나?”라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는 응수하였다. “엄마, 엄마도 이문세 아저씨 좋아하잖아?· 내가 큰 아이 나이 때, 중 3때로 기억한다. 동지여중을 다녔던 나는 버스를 타고 예전에 경북서림 앞에서 내려 시내 우체국을 지나 용흥 고가 근처에 있던 동지여중까지 걸어서 등교를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지금은 사라진 우체국 앞 레코드 가게에서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의 전주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16살 아이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전주에 끌려 레코드 가게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한참을 거기에 서서 그 노래를 듣고 서 있었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등교 시간에 말이다. 그날 이후 나는 이문세 마굿간 팬클럽이 되었다. 문구점에 가서 그의 사진을 사서 책받침으로 코팅을 하고 4집부터 팬이 된 나는 1, 2, 3 집 테이프를 모두 구입해 이문세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나는 이렇게 얼굴 긴 사위는 안본데이” 하지만 남편은 이문세씨와 비슷하게 얼굴이 길다. 운명이다 생각하고 산다. 팬클럽이 된 나는 팬레터까지 쓰게 되었다. 내용 전체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 내용은 분명히 들어 있었다. “제가 나중에 더 크면, 문세 오빠네 가정부라도 할게요.” 이정도면 지금의 사생 팬들과 버금가는 수준 아니겠는가? 인정한다.내가 중고등학생이었을 때 포항에서 가수들의 콘서트를 보기도 어려웠고,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콘서트 장을 가겠다는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가끔 방송국에서 하는 공개 방송은 문화의 불모지에 살았던 지역 소녀에겐 오아시스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신촌블루스와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현식씨가 출연한 별밤 공개방송이 있었다. 그때 당시 여성, 여고생들을 가리지 않는 인신매매가 성행했었다. 여고 앞에 봉고차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태워서 인신매매를 해 성매매 업소가 있는 섬 등지로 데리고 갔던 시절이었다. 나는 친구 2명과 함께 공개 방송이 열리는 효자 아트홀로 갔고, 간암 투병 중이었던 김현식씨는 항암치료로 머리에 붕대까지 감고 노래를 하는 투혼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공연이 길어질수록 막차 시간은 다가왔고,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김현식씨를 향해 아쉬움을 가득 담은 채 손을 흔들며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저녁 늦게 까지 오지 않는 딸을 걱정한 우리 집은 난리가 났다. 연락을 하지 않고 어딜 가지 않았던 모범적인 딸이 밤늦도록 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를 하고, 급기야 인신매매에 잡혀갔다고 결론을 내리던 찰나에 포항시외버스터미널 앞 공중전화 박스에서 뒤늦게 연락을 한 딸의 전화에 목을 놓아 울었던 우리 엄마 음성이 아직도 생생하다. 또 다른 우연은 그로부터 15년이 지나 방송작가로 처음 시작했을 때, 나와 처음 같이 일했던 피디가 그때 김현식씨가 출연했던 별밤의 담당 피디이었다는 사실이다. 우연 치고는 대단한 우연 아닌가?그리고 며칠 전엔 이문세 콘서트를 보기 위해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대구로 갔었다. 우리에겐 이문세 콘서트는 꿈 많던 여고시절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콘서트에서 나온 노래를 전부 다 따라하며, 손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누군가의 팬으로 30년 넘게 살아간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지금껏 바쁘게 살아온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해 준 그 시간이 새삼 따뜻하게 다가와 행복하다. 그리고 딸에게도 30년 넘게 팬으로 살아갈 수 있는 누군가가 함께 하길 바래본다.

2018-01-23

장수의 비결이 따로 있을까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주 중국 중경 상해 임시 정부 청사를 돌아보고 왔다. 단체 여행길에는 룸메이트를 잘 만나는 것도 커다란 행운이다. 나는 어느 여행이나 주최 측의 방 배정에 무조건 따르면서도 누가 메이트가 될지 항상 궁금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최고령인 87세 K선생님과 한방을 쓰게 됐다. 가끔 어느 모임에서 뵙는 분이지만 잘 모르는 분이다. 주변에서는 노인(?)이 노인을 보살피게 됐다고 격려까지 해줬다. 선생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걸음걸이만 약간 느릴 뿐 여행일정을 잘 소화했다. 노인과 날씨는 예측할 수 없다지만 현 상태로 봐서 선생은 90은 거뜬히 넘기고 백수 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점차 늘어나 남자 78세, 여자 82세로 나타나 있다. 오늘날 모두가 건강과 장수에 관심이 많은 결과이다. 건강 관련 책들이 여기 저기 쏟아져 나와 모두 건강 전문가가 된 듯하다. 나는 이번 80대 후반인 그분과의 여행을 통해 그의 건강 비결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함께 여행한 일행이 찬탄해 마지않았던 건강 비결은 잘 먹고 잘 자고 매사에 잘 적응하는데 있었다. 짧은 일정이지만 내 나름으로 판단한 그의 건강과 장수 비결은 다음과 같다.먼저 선생은 무엇이나 잘 드셨다. 중국 고급 호텔의 아침 뷔페 식단은 종류도 많고 풍부했다. 우선 선생은 아침부터 쟁반에 담아온 식사량이 젊은이 못지않게 많았다. 채소에서부터 다양한 육식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담아온 그의 식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후식으로 계란과 떠먹는 요구르트, 커피까지 드셨다. 그는 `젊었을 때는 참 많이 먹었는데` 하시면서 식사의 속도도 나 보다 빨랐다. 흔히들 소식(小食)이 장수한다고 하지만 그분의 식사량은 젊은이 못지않았다. 그의 장수 비결은 모든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데 있는 듯 했다.어느 여행길이나 식사 시 반주가 있기 마련이다. 중국의 기름진 요리에는 독주인 고량주가 수반됐는데 그의 주량은 우리 일행 17명 중 가장 많았다. 젊은 시절의 주당들도 나이가 들면 금주하기 마련인데 선생은 젊은이 못지않게 술을 즐겼다. 호텔에 돌아와서도 그는 집에서 가져온 과실주 한 컵을 보충하셨다. 호텔 방에서 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의 애창곡 `고장 난 벽시계`를 구성지게 불렀다. 다음날 조선족 식당에서도 그는 김정구의 `두만 강 푸른 물`을 자청해 불러 일행의 갈채를 받았다. 술은 건강을 해친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뒤엎은 셈이다. 그의 취흥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이번 여행에서 저녁 일정이 없을시 중국 텔레비전(CCTV)을 함께 보았다. 우리식 연예 프로그램에는 중국의 미인 가수들이 수없이 등장했다. 선생은 `중국 미인도 대단하네`하면서 감탄하면서 시청했다. 주변의 어느 노인은 미스 코리아를 보아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어른은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이드는 성적인 욕망인 리비도가 생명의 원천이라고 했는데 그는 아직도 청년기의 욕망을 지닌 듯 했다. 중국 사천 성 성도의 유명한 금리 거리, 어느 식당에서 맥주 몇 병을 주문하니 중국 미녀 악사가 전통 악기까지 연주해 주었다. 선생은 악사의 가락에 맞추어 춤까지 덩실덩실 추었다. 노인은 일주일에 한번 씩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니 부럽기까지 하였다.흔히 인명(人命)을 재천(在天)이라고 한다. 주변에서 건강을 유별히 챙기던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웰빙 식을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던 친구가 두문불출이다. 이번 80대 후반 노인의 건강을 보면서 장수비결은 별다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즐겁게 사는 것이 건강의 첫째 비결이 아닐까. 건강은 섭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 행복 심리학에서 말하는 긍정의 마인드가 장수의 첫째 비결임은 틀림이 없다.

2018-01-22

버퍼링 사회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회가 버퍼링(Buffering·일시정지 현상)에 걸린 것 같다. 지금 사회를 정의할 수 있는 최적의 말은 과유불급 뿐이다. 언론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가 특정 인물 띄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우상화(偶像化) 작업을 방불케 한다. 그의 말은 곧 진리요 법이다. 그의 행동 하나 하나는 무조건 찬양의 대상이다. 작년 5월 이후부터 언론은 식당, 영화관, 산 등 장면만 다를 뿐 마치 정지된 모습을 반복해서 내보내는 것 같다. 그 정지된 화면 안에는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웃고 있는 한 사람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청문회다, 뭐다 요란 떨면서 각료가 된 사람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말 잘 듣는 신하들과 언론을 배경에 둔 한 사람에게 올인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생방송 뉴스를 보면 뉴스도 버퍼링에 걸린 것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그것은 필자의 착각이 아니라 이 나라의 현실이다. 적폐에 의존한 한 사람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서 발생한 버퍼링은 정말 집요하다.안보교육을 우편향 적폐라고 하면 이 나라의 안보교육은 좌편향으로 가야 하는가? 이념의 시소가 무너진 지 오래인 이 나라에서 좌우 균형잡힌 이념교육을 말하는 이상주의자는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념에 있어서만큼은 균형은 없다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이념은 맞고 틀림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싫고 좋음의 대상이다. 정권이 좋아하면 맞는 것이고, 정권이 싫어하면 틀린 것이다. 지금 돌아가는 나라의 모습이 그것을 증명해준다.블랙리스트가 사건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옥살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블랙리스트라는 말을 만든 사람들이 지금은 대놓고 블랙리스트 사건을 저지르고 있다. 엄연히 임기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쫓아내는 것, 그 자체가 블랙리스트 사건이 아니고 뭔가. 사람들은 말한다. “새로운 정부와 그 정부에 속한 검찰들이 지금까지 한 것은 신(新)블랙리스트를 넘어, 살생부를 만들고 그것을 집행한 것 외에 과연 한 일이 무엇인가?”라고.버퍼링 걸린 사회에서 유일하게 진행 중인 것은 한 사람에 대한 신화 만들기다. 그 신화의 내용은 그의 손길만 닿으면 죽은 경제도 다시 살아나고, 모두가 같이 잘 사는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내용은 없지만 지금 형세대로라면 어쩌면 그것도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에 대한 언론 속 패널리스트들의 말과 글은 조선 초기의 아부 문학인 악장(樂章)을 연상케 한다. 그 내용은 조선시대 보다 아유(阿諛)가 더 심하다.필자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펜을 들고, 그리고 써라!”라는 마틴 루터의 명언을 컴퓨터 시작 화면에 띄어 놓고 명상하듯 읽은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필자의 글이 세상을 바꿀 만큼의 힘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글 쓰는 사람은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라는 나름대로의 소신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필자는 루터의 명언을 지워 버렸다. 왜냐하면 글의 대홍수 시대여서 그런지 글은 넘쳐나는데 세상은 전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무술년을 맞아 글쟁이들은 하나같이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희망가`가 아니라 출세를 위한 `충성가`(忠誠歌)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특히 정치는 더 그렇다. 지금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왜 필자는 4년 후의 이 나라 모습이 떠오를까. 지금 이대로 간다면 4년 후에는 분명 좌편향 적폐청산 살생부가 만들어질 것이고, 이 사회는 더 큰 혼돈에 빠질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복수혈전은 멈춰져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용서와 화해에 바탕을 둔 상생의 길을 가야할 것이다.

2018-01-18

하위권 경북성평등지수 높이려면

▲ 김명화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여성가족부는 성평등 정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매년 연말 `지역성평등지수`를 산출해 발표하고 있다. 남녀의 격차를 측정하는 이 지수는 지역의 성평등 수준과 특성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분야별 성평등 수준을 비교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성평등 수준이 취약한 분야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 우선 순위 설정 등을 지원하는 기능을 하며, 성평등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을 제고시키는데도 효과적인 정책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2016년 지역성평등지수 발표(2015년 기준) 결과에 따르면, 경북은 완전평등을 100.0이라고 했을 때 71.6점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개선도가 높게 나타났지만 여전히 하위권에 포함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순위와 점수가 모두 낮은 의사결정 분야는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지역성평등지수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측정되고 있고, 지역의 특성, 문화, 환경, 의식 등에 영향을 받으며, 정책의 효과가 발생하는데도 시간이 소요되므로, 특정한 한 두 개의 정책만으로는 획기적으로 상승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중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여 성평등지수를 구성하는 지표에 대해 목표치를 설정하여 관리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순위, 수준 등을 고려한 선택과 집중 전략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하위권이면서 성불평등이 심각한 지표인 의사결정은 최우선 관리가 하위권인 복지, 중하위권이면서 지표점수가 70점 미만인 경제활동 분야는 중점관리가 필요하다.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먼저, 의사결정 분야에서는 이 분야의 주요지표인 광역 및 기초의원 성비, 5급 이상 관리직 공무원 성비에 대해 신속한 조치를 통해 성평등 수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여성 관리직 진출을 위한 교육, 홍보, 의식 전환 정책도 요구된다. 특히 여성의원 비율은 정당 및 정치 요인이 작용하는 영역이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많지 않겠지만, 여성계와 협력해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을 촉구해 나가야 하며, 여성들의 정치참여 역량을 키우고 참여형 여성인재를 발굴·육성하려는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경제활동분야는 남녀임금격차, 상용직근로자 성비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남녀임금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요구되는데 관계부처, 도내 교육훈련기관, 기업 등과 협력하여 중장기적 계획 속에서 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기 위한 맞춤형 일자리 창출 및 취업지원, 일-가정 양립 지원 등의 정책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이며, 사회적경제 등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분야에 대한 관심도 넓혀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복지 분야의 경우 도·농복합지역, 노령화, 특히 노인여성인구의 증가로 인한 구조적 문제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이지만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분야이자 도민들의 요구도 큰 분야이기 때문에 복지정책의 전반적 점검과 함께 저소득층의 자립과 자활 지원, 여성노인 복지 정책 강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적연금 가입자 성비가 제고되려면 여성의 경제참여율이 증가되어야겠지만 우선은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관련기관과 협조하여 연금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이 외에 성평등지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으로 종합계획 수립 등을 통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개선해 나가려는 접근이 필요하며, 젠더 거버넌스 구축과 양성평등 의식과 문화 확산 노력이 요구된다. 성평등지수는 지역의 경제, 사회, 문화 구조와 환경적 특성에 영향을 받으며 유관부서와 연관되는 업무가 많다. 따라서 여성정책을 다루는 부서 하나만의 노력으로는 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성평등 지수 제고를 위한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해서 활용하려는 전략도 필요하다.

2018-01-16

배려의 건배사

▲ 박창원 수필가연말연시에 송년회, 신년회 모임이 이어지면서 주변에서 건배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며칠 전 저녁시간에 약속이 있어 어느 식당에 갔더니 우리 말고도 다른 방에 몇 팀이 와 있었고, 조금 지나자 여기저기서 건배사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 방에서는 건배사를 돌아가면서 순서대로 하는 듯 계속해서 군대의 기합소리를 연상케 하는 짧고 강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냥 `위하여!` 하는 소리는 들어줄 만한데 이 소리를 세 번이나 붙여서 하는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는 영 거북했다. 다른 방의 손님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자기들 전용 식당이라면 모를까 방마다 다른 손님이 있는 상황에서 일사불란함과 세를 과시하는 듯한 건배사는 교양인이 취할 태도가 아닌 듯해서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씁쓸했다.인류가 술로 건배를 시작한 것은 2천 년도 더 된 아주 까마득한 옛날이다. 고대 그리스 철인(哲人)들은 토론에 앞서 술을 주변에 뿌린 뒤 술을 나눠마셨다. 마시기 전에 주신(酒神)에게 바치는 예로 술잔을 높이 들고 주문을 외웠다 하는데, 이게 건배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다른 설도 있다. 옛날엔 적을 제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술에 독을 넣어 마시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기가 권한 술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주인이 먼저 한 모금 마신 후, 손님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건배를 제의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하는데, 여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우리 사회의 건배사 풍습은 2000년대 들어와 일반화된 것이다. 그 전에는 술자리에서 건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 마실 때 앞사람이나 옆사람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작(對酌)의 방식으로 했기 때문이다. 건배를 하더라도 그냥 술잔만 부딪쳤지, 건배사를 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21세기에 건배사 풍습이 빠르게 퍼진 것은 회식문화의 확산과 관련이 깊다.처음 도입된 건배사는 단순한 `위하여`였다. 누가 가장 먼저 사용했는지는 모르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술자리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건배사는 `위하여` 이다. 우리는 앞에 기원의 의미를 붙여 `위하여`라고 합창하면서 조직원들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북돋우는 한편 모임에 오락성을 더하게 되었다. 건강을 위하여, 사랑을 위하여, 조직을 위하여, 나라를 위하여…. 끝도 없이 `위하여` 는 계속된다.하지만 어떤 사람에겐 단순히 `위하여`로는 뭔가 부족했던 것 같다.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를 힘차고 절도 있게 반복하는가 하면, 동작을 입체적으로 구성하여 `위`에는 술잔을 위로 들고, `하`에는 아래로 내리고, `여`에는 입에 갖다 대는(`여`는 경상도 방언에서 `넣어`의 뜻) 방식으로 유도하기도 한다.`당신-멋져`, `나이야-가라`처럼 건배 제의자와 좌중(座中)의 역할을 나눠 하는 방식도 있고, `드숑-마숑((드세요-마셔요)`이나 `소취하-당취평(소주에 취하면 하루가 즐겁고-당신께 취하면 평생이 즐겁다)`처럼 우리말을 불어나 중국어처럼 꾸민 재치 있는 건배사도 있다.기발한 건배사 한 마디는 딱딱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기발함이 지나쳐 듣기가 민망한 건배사로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당나발(당신과 나의 발전을 위하여)`이나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같은 경우다. 뜻이야 어떻든 어감이 거북살스럽기 때문이다. 성희롱의 소지가 있는 건배사를 내뱉는 경우도 마찬가지다.현대인에게 회식이나 술자리는 사흘들이 있는, 거의 일상사나 다름없다. 그 자리에서 하는 건배도 필수 의식처럼 돼 있다. 그러나 좋은 자리, 즐거운 분위기를 위해서는 건배사도 격이 있어야 한다. 거창한 건배사를 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함께 자리한 사람이 들어서 거북하지 않으면서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매너가 필요한 것이다.사람이 남을 위해서 온 몸을 던지며 살기는 어려워도 남을 조금 배려하면서 살아 갈 수는 있지 않은가.

2018-01-15

몽골 혹한서 자라는 학생들의 열정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영하 37도. 숨이 그대로 얼어붙는 기온. 아무리 값나가는 방한용품이라도 모두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숫자. 그것은 바로 몽골 1월 기온이다. 필자는 4년째 새해의 시작을 몽골에서 하고 있다. 5월에 있을 학생들의 몽골 해외이동수업 답사를 매년 하기 때문이다. 몽골은 최근 며칠 동안 춥다고 움츠렸던 필자의 투정을 일순간에 얼려버렸다. 몽골에서 만난 신부님의 말씀은 자체가 진리였다. “몽골은 혹한이라는 말 대신 인내(忍耐)라는 말을 씁니다. 몽골에서는 유목민도 인내하고, 동물도 인내하고, 모두가 인내합니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입니다.” 이번 답사를 통해 몽골 초원의 언어가 `인내`라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답사의 중요한 점검사항 중 하나는 2017년 5월에 학생들이 심은 나무들이 극한의 영하 날씨에도 뿌리를 내리고, 사막화방지라는 학생들의 꿈을 실현해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몽골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아무리 가까운 지역이라도 기본 편도 3시간 이상 걸린다. 올해로 3년째 몽골에서 사막화 방지 작업을 하는 3학년 학생들의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계발을 위해 답사 2일차 되던 날 몽골에서 세 번째로 큰 다르항이라는 지역을 방문했다. 그곳에는 몽골 청소년들의 꿈을 위해 대가 없이 노력하는 신부님이 계셨다. 신부님을 뵙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듣고 답사까지 하느라 예정했던 시간보다 많이 늦어졌다. 짧은 답사 기간이지만 생명·사랑·나눔의 숲만큼은 꼭 봐야한다는 필자의 간절함에 몽골 가이드는 눈길을 헤치며 밤이 들기 시작한 사막 길을 내달려 주었다.늦은 시간이었지만 현지 주민들이 필자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혹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반가히 맞아 주시는 그 분들을 보면서 필자의 초조함은 금방 사라졌다. 현지 주민들은 찾아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 학생들이 심은 나무들이 너무도 잘 자라고 있다고 했다. 허리까지 들어찬 눈에도 하늘을 얼려버린 영하의 기온에도 올곧게 뻗은 어린 나무들의 모습은 마치 한국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의 열정과 함성을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뭉클함이 무엇인지를 느끼는 순간 필자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이 떠올랐다. 희망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아무리 혹독한 추위도 학생들의 열정은 어쩌지 못했다.그런데 숙소에서 무심코 켠 TV의 한 장면이 필자의 감동을 일순간에 날려버렸다. 다른 나라에서 듣고 보는 한국 이야기는 필자의 입에서 비속어를 저절로 나오게 했다. 그것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본다는 생각에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필자가 본 화면 안에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마치 좌청룡 우백호 마냥 정부 관료들이 앉아 있었다. 뉴스는 청와대 신년인사회 모습을 자막까지 띄워가며 보여줬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참 아부가 난무하는 정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특히 좌청룡의 3과 관련된 건배사는 정말 최악이었다, 3% 성장, 3만 달러 시대, 30년만의 올림픽 등! 과거를 모두 적폐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과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시 인내를 잊고 들고 있던 휴대폰을 던져버렸다. 그들의 모습은 아부와 권력에 대한 탐욕 그 자체였다.휴대폰이 날라가는 순간 적폐보다 병폐(病弊)부터 청산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번뜩 들었다. 청산되어야 할 가장 대표적인 병폐는 바로 지금 정부가 보여주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내로남불 격의 생각과 신년회에서 보여준 아부와 뻔뻔함 등이다. 그 날 새벽 몽골에서는 한국의 개짖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2018-01-11

2018년에 그리는 꿈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교수·한국어문학부새해가 시작되고 훈훈한 덕담을 주고 받느라 분주하다. 해돋이 구경을 간 부지런한 사람들은 새해에 처음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들뜬 감동을 태양의 온도만큼이나 뜨거운 언어들로 전해왔다. 그 모든 언어들을 버무려서 한마디로 비벼내면 `희망찬 바람`으로 들린다. 모두의 간절한 바람처럼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세상사가 어디 좋은 일들로만 기득하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고준희 양의 소식을 가슴 졸이며 기다리다 새해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준희 양의 소식에 조바심을 내었다. 결국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까움에 빠지게 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화재로 인한 삼남매의 죽음 소식은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이즈음 일부의 젊은 부모들이 생활의 어려움, 부부 사이의 불화 등을 이유로 자식들의 목숨을 해치는 소식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한 판단과 행동으로 어린 생명들이 무자비하게 희생되는 보도들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6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아동 학대 사건 1만8천700건 중 만 6세 미만 아동 학대 건수는 21.5%인 4천16건에 이른다. 통계 자체가 신고된 건수에 한정해서 집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취학 아동 실제 학대 건수는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교육부와 복지부가 2016년부터 어린이집·유치원 등 미취학 아동 보육기관에 이틀 이상 결석을 하면 장기결석자로 보고, 이들을 관리하는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매뉴얼들은 권장사항일 뿐이기 때문에 준희 양처럼 치료를 목적으로 장기 결석을 해도 그 내막을 알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미취학 아동은 신고 사각지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효성 있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법 마련 이면에 더 심각한 문제는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어른답지 못한 이들은 결코 어른아이는 아니다. `어른아이로 산다는 것`(지민석, 2017)이라는 책을 보면, 어른아이는 세상 풍파와 맞닥뜨리며 어른 행세를 하며 살아가지만 아직 마음 한구석에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동경하는 아름다운 어른이다.`~답다, ~다운`이라는 말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공자이다.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노나라 태생인 공자가 노나라의 어지러움을 피해서 제나라로 갔다. 제나라의 경공은 공자를 환대하며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를 물었다.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즉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말로 각자가 자신의 분수와 명분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말로 답했다.제나라가 공자의 말을 우습게 여기고 받아들이지 않아서 화를 면치 못한 후일담은 뒤로 하고,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에게 화를 당하는 어린이들을 볼 때, 공자의 이 말처럼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말도 흔치 않다.각종 뉴스를 통해서 제 자리에서 각자의 몫을 하지 못할 때 생기는 혼란스러움이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보고 있다. `어른`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결혼을 한 사람, 한 집안이나 마을 따위의 집단에서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우리 사회가 2018년에 우선적으로 그려야 할 꿈은 결혼을 한 사람이 낳은 자신의 자식을 잘 키워내는 어른이 되는 것이면 어떨까 한다.

2018-01-09

견공예찬

▲ 류영재포항예총회장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가 저물고 2018년 새해가 밝았다. 송년행사가 겹쳐서 바쁘던 중 감기몸살이란 불청객을 맞았다. 빨리 회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주사도 맞고, 수액도 맞으며 기력을 되찾으려 애썼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새해 해맞이를 아파트 베란다에서 할 수 밖에 없었다.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황금개띠 해라 무술생인 필자에게 각별할 수도 있는데, 하필이면 이때 집에서 해를 맞으니 건강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 계기도 됐다.어쨌거나 이번 송구영신은 `장군이`와 함께 했다. 장군이는 개를 싫어하던 필자와 함께 생활한 지 벌써 5년이 지나 이제는 어엿한 가족 행세(?)를 하는 반려견이다. 손자 자랑은 만원내고 하고 개자랑은 십만원 내고 한다니 자랑할 처지는 아니나 개띠해가 됐으니 견공 얘기를 해볼까 한다.여러 동물들 중 개는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하며 우리 문화에서 주인에게 복종하는 충복의 이미지가 강해 집지키는 일은 물론이며 어려움에 처한 주인을 기적처럼 구해낸 미담도 여러 가지 전해지고 있는 영물이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잡귀를 막는 용도로 대문에 붙이는 그림인 `문배도`에 개 그림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개에 대한 비하 또한 만만치 않다. “개만도 못한….”이라며 개를 원천적 비하대상으로 여기거나 개판, 개소리, 개털 등 개를 빗대서 욕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요즘 청소년들은 아무 말에나 앞에 `개`자를 붙여 그 의미를 강조하기도 한다. 접두사로 개자를 붙여 부정적인 의미를 더욱 강하게 하는가하면 긍정적인 곳에도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억지로 그 어감을 강조하는 언어파괴의 경우도 있다.혼밥, 혼술 등 개인주의 경향이 뚜렷한 오늘날, 외로움을 반려동물과 함께 나누는 인구가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반려견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곳곳에 펫마트가 성업 중이고 반려동물 이야기를 다루는 TV프로그램도 다양하여 지상파의 `TV동물농장`이나 케이블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등은 상당한 시청률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세태가 반영된 듯 올해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는 `개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 개훈련사가 초대된 모습도 볼 수 있었다.개의 해에 `58년 개띠`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밝혔듯 필자 또한 그 유명한 개띠라 우리나라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겪으며 청춘을 보낸 세대이다. 흔히 말하는 베이비붐 세대여서 `개 떼처럼 많다`보니 삶에 휘둘리느라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치열하게 살았는데, 뒤돌아보니 과연 그랬구나 싶기도 하다. 민주화 과정에 난무하는 최루가스를 맡으며 보내던 대학시절에도, 눈부신 경제성장의 현장에서도, IMF라는 절망의 늪에서도 스스로의 안위와 더불어 언제나 가족과 나라의 미래에 대한 염려가 습관처럼 내면에 함께하던 세대가 아니었던가.제임스 서버의 `견공예찬`은 출생 후 6주일간만 새끼에게 지극정성을 다하고, 그 이후에는 완전히 남처럼 매몰차게 대하는 견공을 예찬한 단편이다. 평생을 자식에게 헌신하는 사람과는 달리 삶의 환경이 다른 견공들의 생존방식을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가르치는 지혜에 공감해야 동의할 수 있는 이야기다. 요즘 청소년들의 나약한 모습을 보면 80여 년 전 작가의 안목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2년이 되도록 취업을 못하여 마음고생 중인 딸아이가 걱정인데, 동년배인 가까운 후배의 아들이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길래 비결을 물으니 대답이 재미있다. 방치, 아들을 방치했다고 한다. 아버지 믿고 있다가는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으니 알아서 했을 것이라고….개띠 해 아침에 개로부터 비롯된 교훈이 많다. 개에게는 명품 가방도 넓은 아파트도 필요 없다. 그저 마음만 열면 개는 충심으로 당신을 따를 것이다.

2018-01-08

`미투(#Me Too)`가 바꾸는 세상

▲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기초교양대학·정치학 박사`미투(#Me Too), 나도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많은 여성들이 해시태그(#)를 붙여 SNS로 공유하면서 페미니즘 열기가 뜨거웠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성추행 사실을 고발한 우버(Uber)의 수전 파울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고, 시사 주간지 `타임`도 권력을 가진 남성들의 성추행을 폭로한 여성들을 `침묵을 깨뜨린 사람들`(Silence Breakers)로 명명했다. `타임` 표지는 수전 파울러를 비롯해, 애슐리 주드, 테일러 스위프트 등과 나란히 앉아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팔만 찍힌 누군가의 모습을 같이 실었다. 침묵하지 않고 `미투`라고 부당한 현실에 맞서는 또 다른 이는 누구인가? `미투` 운동은 2007년 타라나 버크라는 흑인 여성이 제기한 캠페인이었다. 그는 사회경제적 차원의 인권을 보장 받지 못한 여성들 가운데 성폭력 피해를 당한 이들의 치유와 연대를 위해 `미투`를 시작했다고 했다. 은밀한 폭력에 움츠렸던 여성들이 세상에 목소리를 냄으로써 공고한 권력구조에 균열을 냈다. `미투`의 확산은 미국 연예계 등 성희롱을 일삼아온 거물들의 사퇴를 이끌었고 최근 수십 년간의 움직임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다. `미투`로 인해 여성 10명 중 8명은 “앞으로 젠더 문제로 내 자신이 불공정하게 취급된다면 목소리를 낼 것 같다”고 했다.메리엄 웹스터 사전이 꼽은 `올해의 단어`도 `페미니즘(feminism)`이었다. 2017년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가 바로 페미니즘이었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여성 권리만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페미니즘의 사전적 정의는 양성의 정치, 경제, 사회적 평등을 주장하는 이론이자 조직적인 활동을 일컫는다. 우리 사회가 여성 혹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특정 성을 배제하거나 우대하는 불편한 진실에 침묵하지 않고 모든 성이 평등하다고 믿고 행동하는 사람이 페미니스트다. 강요된 침묵을 깨고 성평등한 사회와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 모두를 페미니스트라 칭할 수 있다.가장 오래된 불평등이 성차별이다. 세계경제포럼은 전세계적으로 양성평등을 실현하려면 앞으로 100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형식적 측면에서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으나 문화적 측면에서의 변화는 더디고 느리다. 법적, 제도적인 성평등과 의식적, 관습적인 불평등이 공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부가 존재하고 성평등을 위한 법과 정책도 마련되어 있다. `공식적`으로 남녀차별은 금지되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성차별은 잔존하고 있다. 민우회 조사를 보면 여성 93%가 한국사회는 성평등이 구현되지 않았다고 답했다.가정과 사회, 학교와 직장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거나 소외되었다는 것이다. 2017년 서점가를 휩쓴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베스트셀러가 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소설속 여성들이 전생애를 통해 경험하는 일들이 바로 나의 문제이자 한국 여성 전체가 보편적으로 겪는 차별이기 때문이다.한국사회는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미투`라고 말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아직까지 성폭력 사실을 쉬쉬 숨기는 것이 현실이고 피해 여성에게 침묵을 강요하기도 한다. 가부장적 문화에서 지위와 권력이 야기하는 성희롱과 성폭력 문제에 개인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혼자만의 공간에 갇혀 있을 경우 성불평등이 낳은 문제들은 해결되기 어렵다. 약자에게 가해진 부당한 폭력이라는 점을 공론화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성평등 사회로의 변화를 촉구하는 연대가 필요하다. 지난 해에 이어 2018년에도 페미니즘 열풍이 계속되어 그 대열에 남성 페미니스트도 여성들과 나란히 함께 하길 소망한다.

2018-01-02

대통령은 없다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선생님, 학생이 갑자기 소리가 조금씩 나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시험 감독 중이시던 선생님께서 교무실로 전화를 하셨다. “네 선생님, 학생들 놀라지 않게 해 주세요. 금방 가겠습니다.” 서둘러 간 교실의 모습은 평온했다. 학생들은 아무 일이 없다는 듯 시험에 집중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한 학생을 데리고 특별실로 왔다. 그리고 시험을 계속 보게 했다. 처음에는 틱이 조금 나오더니 금방 안정을 찾고 최선을 다해 시험을 보았다.그 학생을 보면서 필자는 죄책감이 들었다. 학생이 푼 것은 단지 특정 교과의 시험문제가 아니었다. 학생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을 스스로 찾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대견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학생의 모습은 필자를 더 부끄럽게 했다. 필자에게는 “대안학교 학생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라는 필자가 꼭 풀어야할 문제가 있다. 그런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이 나라에는 조례가 참 많다. 모든 지방자치 단체에는 공통적으로 `학교밖청소년 지원 조례`가 있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은 절실하며 꼭 필요하다. 그리고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 대안학교에 대한 지원이다. 왜냐하면 대안학교는 학교 밖 청소년이 되지 않기 위해 잠재적 학교 밖 청소년들이 최후의 보루(堡壘)로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례에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경상북도 학교밖청소년 지원 조례, 제7조(교육지원) 2항 도지사는 `초·중등교육법` 제60조 3의 대안학교로의 진학을 지원할 수 있다.”그런데 참 아픈 것은 학생들은 어떻게 해서든 공교육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안학교를 찾지만, 그 학생이 국가보훈대상자든, 사회배려대상자든 상관없이 이들 학생이 대안학교 학생이 되는 순간 정부는 이들 학생으로부터 등을 돌린다는 것이다. 조례에는 제60조 3의 대안학교로의 진학을 지원한다고는 나와 있지만, 대안학교는 정작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말 웃기는 것은 이 학생들이 학교 밖 청소년이 되면, 그 때서야 교육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지자체 등 범정부 기관이 나서서 이들을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려고 애쓴다는 것이다.최근 전학과 입학에 대한 문의 전화가 많다. 전입학을 원하는 이유 중 상당수는 학교 부적응이다. 학부모님들은 하나가 같이 말씀하신다. “어떻게 해서든 아이를 학교에 꼭 보내고 싶어요. 산자연중학교가 아니면 우리 아이는 학교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 소리는 간절함을 넘어 절규에 가깝다. 그 절규에 답을 해야 하는 필자는 늘 죄인이 된다. 왜냐하면 그 학부모님과 학생들이 받고 있는 정신적 고통을 잘 알기 때문에. 또 그들에게 학비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러면 그들은 학비 부담 때문에 갈등을 하다가 결국엔 전입학을 포기하고 학교 밖 청소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모든 아이는 우리 아이입니다.”라는 말은 얼마 전까지 교육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있었던 교육부의 구호이다. 구호의 특징은 희망이 담겨있다는 것과 선동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되풀이해서 보거나 들으면 그렇게 믿게 된다는 것이다. 비록 현실은 그렇지 않음에도 말이다. 필자를 포함한 대안학교 구성원들은 교육부의 구호가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단순히 바라는 데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대안학교 학생들이 겪고 있는 불합리함과 불공평함에 대해 정부와 국회, 교육부와 교육청, 인권위원회 등에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는 그 어떤 답도 들을 수 없다. 광화문 1번가에서도 그랬고, 온-교육에서도 그랬다. 청와대든, 교육부든, 교육청이든 그 누구도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은 없다. 그래서 감히 말한다. 높은 여론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대안학교에 있어서만큼은 분명 대통령은 없다.

2017-12-29

남자의 인생, 그리고 국민연금

▲ 장복덕 포항시의회 의원트로트 세대로서 좋아하는 남자가수를 꼽으라면 어딜 가더라도 `나훈아`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것은 타고난 가창력과 꾸준한 자기계발, 더불어 혼신을 다해 어딜 가도 돈값을 하기 때문이다. 나훈아가 부른 노래는 2천500여 곡으로 그 중에 800여 곡을 자작곡으로 부르고 히트를 시켰다고 하니 보기드문 싱어 송 라이터이며 아티스트가 아닐까 싶다. 중학교 시절 유행했던 노래가 `해변의 여인`이었는데 마침 송도해수욕장의 개장식에 나훈아가 출연하면서 어린 생각이었지만 특유의 열정과 무대 매너에 반해 열혈 팬이 됐다.고등학교 때는 용돈을 모아 나훈아 리사이틀을 기다렸고 우습게도 나훈아를 위해 전달될 수도 없는 수많은 작사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 속에 담아 둔 나훈아가 11년의 침묵을 깨고 신곡을 발표했고 콘서트를 통해 대중을 만나고 있으니 팬으로서 반갑고 다행스런 일이라고 생각한다.타이틀곡인 `남자의 인생` 가사는 어린 학생의 일기같이 읽혀지지만 수많은 경험에서 채득한 남자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고 자신이 이루지 못한 회한도 담겨 있는 듯하다. 무릇, 어느 대중가요 가사처럼 결코 나훈아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지도 모른다.우스갯소리지만 남자들은 예비군을 마칠 때 힘이 빠지고 민방위를 마칠 때는 허탈하며 그보다 더 힘이 빠지고 허탈할 때가 국민연금신청서가 날아올 때라고 한다.매번 배달되는 국민연금공단의 안내서를 보고는 늘 무덤덤했지만 이번의 안내서를 보고는 놀란 것이, 언제까지 국민연금을 청구하라는 것이었다. 그 나이인줄 모르는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그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고 하루 종일 “벌써”라는 말을 되뇌었으니 말이다.주변을 둘러보면 나이를 잊고 자기 관리를 하며 나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성공한 사람도 많다. 성공은 금전적 성공도 있고 사회생활의 성공과 인간다운 성공도 있을 테지만 그 어느 곳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나이들어 더 슬픈 일일진데 나훈아 또한, 부를 얻고 명예를 얻었지만 얻지 못한 또다른 것에 멍울진 가슴일 것이다. `남자의 인생` 가사를 보면 “지는 노을에 가슴이 짠하고, 서른아홉 정거장을 거치면서 운 좋으면 앉아가고 아니면 서고 지쳐서 집에 간다”고 하듯 세상의 아버지들이 겪고 있는, 가슴 속 퍼내지 못한 애환을 에둘러 피상적인 삶으로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꽃길만 있다면 어느 누구가 땀을 흘리고 열정을 쏟겠는가?그래도 얼굴의 주름숫자만큼 열심히 살아 온 인생이니 모두를 얻지 못해도 보람은 있을 것이다. 필자가 나훈아와 같은 나이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에 충실하며 앞만 보고 달려 왔고 잇속을 생각하지 않으며 살아 왔던 것에 비춰보면 내 것은 하나도 없지만 열심히 살아 온 것에 방점을 찍는다.아직은 인생을 논할 만큼 살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 바람따라 가야지 바람을 이기려하면 안된다고 했다. 자칫, 바람과 함께 모든 것이 사라지기 때문이다.늙어 인생은 목소리 키워 되는 일이 없고 힘으로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바람이 옮겨 놓은 자리가 내 자리이고 쉼터이며 그 곳이 꽃길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남자의 인생에 이런저런 애환들이 한 둘이겠느냐 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삶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자.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여 아픔 없고 고통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비록 쥐꼬리 국민연금을 받을 지라도, 이뤄 놓은 성공이 없고 운이 따라주지 않더라도 아직은 저만치 꽃길이 있으니 말이다.

2017-12-28

45cm 교육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방법을 아는 나무는 기존의 것을 훌훌 털어버린다. 털어버림에 있어서는 조금의 욕심이나 미련 따위는 없다. 남겨놓은 것이 없기에 아무리 혹독한 추위에도 나무는 의연(毅然)하다. 폭설을 이고 선 나무가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기꺼이 빈 가지를 내어주는 자세 때문이다. 그 모습을 숫자로 나타내면 0이다. 0은 나무에게 넓고 깊은 둥근 나이테를 선물한다. 0의 의미를 아는 나무는 비록 설익은 이야기라도 부정하지 않고 나이테 안에서 수십 번 곱씹어 자신의 자양분으로 만든다.남김없이 기존의 것을 훌훌 털어버린 나무는 인간들에게 비움으로써 채운다는 텅 빈 충만의 교훈을 수 백 년째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채워도 늘 허기진 인간들에게는 씨알도 안 먹힌다. 인간들이 영원할 수 없는 이유는 지난 이야기를 절대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이 절대선이라는 착각에 빠져 지난 시간을 송두리째 잘라 버리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인 태도 때문이다. 그러니 인간은 언제나 그 자리다.얼마 전 MBC 라디오 아나운서가 뉴스 마지막 멘트에서 말했다. “적폐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는데, 여러분 정말 적폐 청산 때문에 피로하십니까?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아야 지금이 섭니다.” 필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비속어를 내뱉고 말았다. 그리고 묻고 싶었다. 바르고 그름의 기준이 무엇이냐고.얼마 전까지 필자는 즐겁게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방송사 사정으로 재방송을 보내드립니다”라고 말하며 바로 음악을 틀어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새로운 사장이 선출되면서 마치 자신들이 이 세상을 바꾸기라도 한 것처럼 떠들어대는 방송인의 잡음 같은 멘트를 들어야 하니까 말이다. 과연 이 나라 구조상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이 존재할까?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고도 언론은 공영(公營)을 말할 수 있을까?방송은 물론 검찰, 경제, 심지어 교육까지 이 나라 모든 요소들이 정치, 특히 정부에 너무 밀착되어 있다. 너무 가까우면 전체를 볼 수 없다. 적폐 청산 운운하는 사람들은 분명 시간의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때가 되면 0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자세는 물론 부분과 전체를 볼 수 있는 거리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나라의 모든 요소들은 거리감을 상실했다.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이성을 잃은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 나라 정치 검찰, 정치 언론인, 정치 경제인, 그리고 정치 교육인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너무 안쓰럽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정(情)과 한(恨)이 많은 민족이어서 그런지 우리는 늘 거리 조절에 실패한다. 적폐, 고독사(孤獨死), 불신, 학교폭력 같은 말들은 거리감 상실에서 오는 말들이다. 그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인간관계 거리에 대해 연구한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인간 간의 거리를 다음과 같이 네 유형으로 나누었다. “친밀한 거리(45.7cm미만), 개인적인 거리(45.7cm~1.2m), 사회적인 거리(2m~3.8m) 공적인 거리(3.8m이상)” 과연 우리는, 우리 사회는 어떤 거리에 놓여 있을까.세상에 제일 어려운 측량 단위는 `적절함`이다. 적절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나무의 0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 그리고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 사회 불신으로 기부가 줄었다는 연말, 최소한 학교만이라도 45cm의 의미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그 거리는 바로 나와 네가 아닌 우리의 거리이다.

2017-12-14

나는 그대들을 사랑합니다

▲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기초교양대학·정치학 박사“`나`는 그대들을 사랑합니다. `그`대들도 나를 사랑합니까? `네`네네.” 지진으로 인한 이재민과 수험생들을 위로하고자 포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포항여고 학생들이 `나그네`를 화두로 나눈 말이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수능 역사상 유래가 없는 일주일 연기 결정이 내려졌었다. 이는 여진으로 인한 안전성과 시험의 공정함을 위해 전체 수험생 59만 명 중에서 1%인 5천600명의 포항지역 학생들을 배려한 결정이었다. 대통령의 판단은 위기시에 무엇이 우선되어야 할 가치인지를 보여주었다. 수능시험이 끝난 다음 날 포항으로 내려간 문 대통령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소수자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는 삶을 살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였다. 재난 현장 곳곳을 돌아보며 이재민과 함께 식판을 들고 식사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더 특별하게 비쳤던 이유는 무엇일까?군림하는 권력의 연출된 이미지가 아니라 진심으로 국민의 삶을 보듬는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월호가 국민들의 가슴에 트라우마로 남은 것은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순간에 대통령이 부재했고 끝내 그들의 아픔에 외면했기 때문이었다. 자연재해와 사회적 재난은 소외된 계층에게 더 가혹하다. 정치적 셈법에서 늘 뒷전으로 밀려나고 최소한의 삶의 평안과 안전을 보장받기가 쉽지 않다. 가난하고 힘이 없는 이들은 먹고 살기 바빠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하기에 사각지대에 놓인 힘든 국민들의 소리를 먼저 듣고 헤아리는 것이 민주주의 체제의 권력이어야 한다.`애민(愛民)`의 마음은 정치의 기본이다.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통해 백성을 정성껏 보살피는 것을 목민관의 기본 본무로 제시하였다. 백성들의 편안한 삶을 지키는 것을 정치의 근본으로 보아 자신을 다스리는 `율기(律己)`로부터 시작하여 `봉공(奉公)`과 `애민(愛民)`의 정신에 바탕을 두어 각 분야의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였다. 특히 `진황(賑荒)`편은 갑작스럽게 재난에 처한 백성들을 구제하는 목민관의 역할과 소임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보여주었다. 당쟁에 빠져 민생을 돌보지 않는 당시 정치사회를 비판하며, 권문세가가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백성을 우선적으로 살피는 지도자의 실천적 자세를 강조한 다산의 가르침은 지금도 유효하다.한국 사회는 일 년 전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권력을 요구하였다. 사적인 연고와 수직적인 권위에 의존했던 부당한 권력을 비판하며 추운 날씨에도 광장으로 모였던 것이다. 국민을 바라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시대를 이끌어가라는 것이 촛불로 탄생한 현 정권의 책무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촛불집회를 형상화한 임옥상 작가의 `광장에, 서`라는 작품을 청와대 본관 벽에 설치한 것은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여망에 기반한 정치를 하겠다는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하겠다. 권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패할 수 있고 주변에 정치세력을 키울 수 있다. 이에 끝까지 촛불정신을 잊지 않고 국민의 곁을 지키는 겸손한 권력이길 바란다.한 해를 마무리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새삼 살피게 되는 12월이다. 추운 계절을 따스하게 나도록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때다. 포항 강진으로 입시 일정이 미루어진 상황에서 수험생들을 배려하여 공부방을 내주고, 또 재해를 입은 이웃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애쓴 국민들의 마음이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되고 있다. 권력은 공기와 같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위기를 만들고 상호관계를 지배한다. 서로 돕고 마음을 나누는 상부상조의 공동체는 공적 신뢰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멸사봉공의 자세로 진심으로 국민을 위하고 있다는 믿음이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나그네` 삼행시를 같이 하며 밝은 표정으로 대통령을 맞이했던 미래 세대들에게 계속해서 희망을 주는 `애민`의 정권이길 기대한다.

2017-12-12

지진이 바꿔놓은 일상

▲ 박창원 수필가지난 11월 15일에 발생한 포항지진은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규모 5.4의 본진 이후 수십 차례나 이어진 여진 공포 속에 시민들은 이제 지진을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 앞에 다가온 현실로 받아들이는 한편 생활의 변화를 통해 점차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벽에 걸린 액자를 방바닥에 내려놓거나 여차하면 피난할 수 있도록 지하주차장 대신 지상이나 도로변에 주차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비상 배낭을 싼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일시적이긴 하겠지만 도시 지역에서는 고층 아파트보다 저층 아파트나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고층이 지진 때 흔들림이 심한 것도 문제지만 비상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여 대피하다 보니 겁도 나고 힘이 들어서다.지진으로 기운 아파트, 기둥이 부러진 필로티 건물, 외장용 벽돌이 와르르 떨어진 대학 건물을 보면서 건축에서 내진설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 아마 새로 집을 짓는 사람들은 내진설계를 최우선으로 내세울 것이며, 콘크리트 외벽에 장식용 외장재를 함부로 붙이지 않을 것이다.진앙지에서 10Km 정도 떨어져 큰 피해를 입지 않은 필자의 집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날 이후 우리 가족은 빈방의 등을 하나 켜고, 방문을 조금 열어놓고 잔다. 야간에 지진이 났을 때 조명이 필요해서다. 거실에 책장이 셋 있는데, 이것들을 나사로 서로 결박했다. 책장이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안정성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책장 맨 윗칸을 비웠다. 또 책장에는 책 외에 각종 상패와 장식품도 진열해 뒀으나 이것들도 이번에 맨 아래쪽으로 내렸다. 책장 외에도 진동에 넘어지거나 떨어질 만한 물건은 죄다 안전한 곳으로 내려놓았다. 골목 담장 옆에 바짝 붙여 주차하던 습관도 바꿨다. 담장이 무너지면 차가 부서질 수 있기에 담장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한다.이웃나라에 큰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걸 보고서 우리도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행동은 여태 바뀌지 않았다. 인간은 언제나 눈앞의 큰 위기를 당하고서야 비로소 패러다임을 바꾸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담배나 술에 중독돼 있는 사람은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서야 담배도 끊고, 술도 끊는다. 공동체 사회도 마찬가지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겪고서야 우리 사회는 모든 교각의 안전 유무를 점검하는 시스템을 갖췄고,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를 겪고서야 지하철 안전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했다. 메르스 사태를 경험하고서야 병원 응급실 운영체계를 바꿨고, 뼈아픈 세월호 사태를 겪고서야 대형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국가적 시스템이 마련됐다.세계인들이 칭송하는 일본의 지진방재시스템은 하루아침에 갖춰진 게 아니다. 관동대지진(1923, 규모 7.9), 한신대지진(1995, 규모 7.2), 동일본대지진(2011, 규모 9.0) 같은 지진을 수없이 겪으면서 하나씩 준비하고 보완한 장치다. 작년 경주 지진과 이번 포항 지진은 분명히 우리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많은 피해를 안겨줬다. 그래도 단 한 명의 사망자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본다. 만약 이번 지진이 6이나 7 정도로 왔다면, 그리고 대낮이 아닌 밤에 들이닥쳤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할 땐 아찔해진다.그러기에 경주의 5.8이나 포항의 5.4는 우리에게 있어 더 큰 지진에 대비하는 예방접종과 같은 것이다. 아직은 이재민들을 돌봐야 하고, 복구에 땀을 흘려야 할 때이지만, 이번 지진으로 우리 사회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어떤 교육으로도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본다. 머리로 배운 지진이 아닌,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낀 지진이었기에 국민들에겐 상당한 학습효과가 있었다.이 경험을 지진과 같은 대형 재난에 대비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계기로 삼는다면 이번 지진은 우리에게 긍정적 에너지가 될 것이다.

2017-12-11

지진, 우리들의 이야기

▲ 김은주방송작가 지진은 남의 이야기라 생각했다. 일본이나 대만, 그리고 지난해 경주 지진도 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가 살던 집이 뿌리째 뽑힐 기세로 흔들렸고, 멀쩡했던 외벽이 무너지고 아파트가 붕괴직전까지 갔다. 1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이후와 이전은 전혀 다른 시간이다.자신의 방에서 하늘이 보인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인터뷰를 하는 이재민은 지진으로 지붕이 날아갔다며, 갈 곳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흥해에 사는 친구네는 유리란 유리는 다 깨졌다 하고, 어머니의 지인분은 하루 아침에 이재민이 돼 흥해 실내체육관에 계신다고 했다.참고로 나는 매우 씩씩한 여자사람이다. 하지만 엿가락처럼 휘청거린 집안에서 대피해,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로 갔을 땐 멀쩡했던 외벽이 무너져 있었고, 불이 났는지 소방차 몇 대가 요란하게 왔다 갔다 했다.현장에 있을 땐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지진 특집방송에서 방송되는 걸 본 후에 재난영화를 방불케했던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다.방송에서는 폭우나 폭설, 태풍이 올 땐 재난특집방송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떨리는 목소리로 섭외하고 질문지를 쓰면서도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방송을 하면서 이 정도로 긴박한 순간이 또 오겠나? 피해자인 동시에 방송을 만들어야 하는 그런 경험을 또 하게 될까 싶을 정도로 가장 손 떨리는 시간이었다.요즘 포항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지진 이야기를 한다. 그중에 피해가 심각했던 모처에 다니는 지인은 지진 당일날 공교롭게도 관리직들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계약직과 하급자들만 엄청난 굉음과 함께 지진의 공포를 겪어야만 했다고 한다. 참고로 나의 지인은 만삭의 임산부다.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건물의 파손이 심각했지만, 지진 당일의 그 흔들림을 경험하지 못한 관리자는 다음날 만삭의 임산부에게 출근을 지시했고, 심지어 다른 직원들에게 안전모도 지급하지 않은 채 건물이 안전한지 점검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못하겠다고 버텼고, 그 관리자는 “그 정도 정신력으로 뭘 하겠냐?”는 식으로 나무라서 공분을 샀다고 한다.이게 바로 경험과 비경험의 차이다. 지진의 공포를 지나치게 표현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도 일상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한 채 오히려 책망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이게 바로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받는 게 아니겠는가?몇 년 전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도입을 요구하며 포항을 찾은 적이 있었다. 중앙상가에서 서명전을 하고 있을 때 한 시민이 지나가면서 “아직도 세월호냐, 지긋지긋하다. 이제 그만 좀 하라”며 유가족들에게 비수를 꽂고 지나간 걸 본 적이 있다. 만약 포항지진을 두고도 “포항지진 이야기 그만 좀 하라, 지긋지긋하다”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이제 포항시민들은 지진 피해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공동체가 되고 있다. 최소한 우리끼리는 지진 당시 무서웠던 기억도 떠올리면서 위로하고, 함께 울고 웃는 그런 공동체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또 이번을 계기로 재난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는 건강한 공동체가 되는 것도 필요하다.무엇보다 추운 겨울, 대피소 생활을 하고 계시는 이재민들이 따뜻한 보금자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때, 우리 모두의 피해 경험도 같이 치유되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2017-12-07

학년 말 분위기(下) - 13월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아빠 학교 가기 싫어! 시험 보러 학교 다니는 것 같아. 그런데 아빠는 왜 시험 문제를 내?” 초등학교 4학년 나경이의 말이다.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며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아이의 모습이 마치 꽃봉오리를 닮았다. 아이가 어떤 꽃을 피울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주말 아침이었다. 그런데 그 꽃봉오리 같은 아이가, 그것도 초등학교 4학년 밖에 안 되는 아이가 시험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미어졌다. 저러다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리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필자의 마음을 알았는지 아이는 벌떡 일어나 이불을 박차고 옷을 주섬주섬 입더니 “나 자전거 타고 올게!”하며 늦가을의 찬란한 아침햇살 속으로 사라졌다.대한민국 학생들은 지금 시험과 전쟁 중이다. 지난주에는 큰 시험들이 몰려 있었다. 변별력을 확보한 수능이었다고 전문가들을 호들갑 떨게 만든 불수능이 있었고, 또 예비교사를 뽑는 임용 시험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 주부터는 학년말 시험을 위한 준비가 학교마다 한창이다. 대한민국 교사들한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왜, 또 누구를 위해 시험 문제를 내는가라고. 누군가가 필자에게 이것을 되묻는다면, 이론적인 내용이야 교육학개론서에 나오는 평가의 의미를 앵무새처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십년 이상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평가의 의미를 말하라면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론과 현실은 너무 다르니까.입시공화국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학교에서의 평가는 입시의 결정적인 자료밖에 되지 않는다. 선발을 위한 줄 세우기의 도구가 되어버린 시험! 시험 점수에 맞춰진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 이 나라가 참 아프다. 그런데도 뻔뻔한 어른들, 특히 교사들은 말한다.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다.”,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꿈이다.” 물론 0.01%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에 공감하는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 또 어떤 교사들은 한 술 더 떠서 말한다. 시험을 부정하는 학생들은 패배자의 근성을 가진 자들이고, 그들은 자신의 노력은 생각하지도 않고 시험만 탓한다고, 시험에 대해 불평할 시간에 더 노력하라고.많은 학생들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새도 없이 밤낮으로 학년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의 모습만 놓고 본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분명 밝아야 한다. 또 기성세대들은 지금의 학생보다 훨씬 더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런데 이 나라가 왜 이다지도 혼란스러울까. 미래는 차치하고라도 지금이 왜 이리 어둡기만 할까. 한치 앞도 내볼 수 없는 지금의 이 극심한 혼돈에 대해 공부 좀 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말 좀 해줬으면 좋겠다.문제를 출제하다 말고 시험(試驗)에 대한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재능이나 실력 따위를 일정한 절차에 따라 검사하고 평가하는 일”, “사람의 됨됨이를 알기 위하여 떠보는 일” 등 몇 가지 의미가 나와 있었다.물론 학교 시험은 첫 번째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필자는 이 뜻을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원론적인 질문을 필자 스스로에게 했다. `저마다 다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한 가지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이 옳은가?` 그러다 알았다, 지금 학교에서 시행되는 시험은 첫 번째가 아니라 두 번째 의미의 시험이라는 것을.자연의 달력은 무소유의 달, 12월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차분히 새해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방향을 상실한 대한민국 교육 달력은 13월로 향하고 있다. 13월! 학생들은 빨리 학교 시험이 끝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방학 동안 학원 특강을 들어야 하니까. 자전거를 타고 온 초등학교 4학년 나경이가 책상에 앉으면서 문제집을 펴든다. 그 뒷모습이 너무 아프게 보였다. 우리는 언제 학생들에게 13월이 아닌 희망적인 새해를 제시해 줄 수 있을까.

2017-12-06

양면성

▲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포항에 대형 지진이 발생하였다. 지진이라는 사상 초유의 재난에 직면한 사람들의 모습은 서로 다르면서도 같다. 성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뉴얼에 따라 책상 아래로 몸을 피했다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힘들게 계단을 걸어서 넓은 장소로 대피하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생존배낭`을 꾸려서 아예 진앙지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도시로 떠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재난 현장으로 달려가서 구호활동에 열중하는 사람도 있으니 재난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제각각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양면성이 있게 마련이지만 최근의 경험들은 양면성의 존재를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사유를 새삼 요구한다. 인간이 가진 양면성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품, 즉 본성에 해당된다. 철학이 깊지 않은 필자가 함부로 정의를 내릴 수는 없는 일이나 본성은 인간으로 성숙해 감에 따라 계발되거나 환경에 의해 변화되므로 `문화`와 `사회화`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나 역시 어떤 일을 두고 두 가지 마음이 갈등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간 지점을 중용이라 하여 충돌하는 두 상황에서 취해야 될 정신으로 동양철학의 핵심이다. 어릴 때부터 중용의 도를 배우며 자랐지만, 현실에서는 그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의 중용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며, 자칫 비겁함이 될 수 있으므로 매우 곤혹스럽다. 현명한 선택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선택되지 못한 편에서도 수긍할 수 있는 솔로몬의 선택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포항예총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2017 포항예술인한마당`이 여느 행사와 마찬가지로 지진이라는 재난상황 때문에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예술 장르 간의 갈등 또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물론 자기 분야를 더욱 돋보이게 하자는 선의임은 알지만 양자 간의 선택은 곤혹스런 일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역지사지`이다. 양면성은 일견 비겁함과 상통하는 면이 많아 보이지만 역지사지가 실천되었을 때는 굉장히 멋진 정신의 여유 공간이 된다. 갈등해결을 위하여 대승적 차원이란 말을 많이 쓰지만 막상 쉬운 일이 아니다. 대승적이란 큰 말보다 생존전략이라면 어떨지?각박한 세상에서 생존은 여간 어려운 숙제가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양보, 배려 등의 미덕이 필요하다. 그것이 공생의 지혜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결과가 어찌될 것인지는 자명한 일이다. 인간이 인간의 생존을 위하여 도시를 만들었지만 도시도 자연과 공존할 수밖에 없다. 자연 속에는 여러 가지 재앙이 도사리고 있으나 인간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대로 자연과 화합하며 살아온 마사이족 아이들은 꿀잡이 새와 자연스레 대화한다. 숲에서 아이가 휘파람을 불면 꿀잡이 새가 나타나서 벌꿀이 있는 곳으로 아이들을 안내한다. 새들의 특이한 신호에 따라 벌집이 있음을 감지한 아이들은 연기를 피워 벌꿀 채취에 성공하고 유충을 새들의 먹이로 제공한다. 마사이족은 나눔을 신앙처럼 실천한다. 아름다운 공생이다. 하지만 벌의 입장에서 보면 사악한 무리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자연 이치 어디에도 양면성이 존재하며 생존에 정답은 없다.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수립하고 거기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생존이라고 말하니 너무 절박한 느낌이다.우리 예술인들이 꿈꾸는 좋은 환경을 만들고, 예술인의 지위향상을 위해서는 양보와 배려를 통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신분사회에서 `사농공상` 하였듯이 오늘날에도 직업이나 재력 등에 따른 암묵적인 서열이 엄존한다. 예술은 어디쯤인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예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인들 서로가 장르를 초월한 양보와 배려를 통한 아름다운 공생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7-12-04

힘 내세요, 여러분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교수·한국어문학부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 이탈리아, 멕시코, 이란, 이라크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지진 피해 소식을 접할 수 있다.그동안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왔던 우리나라도 경주 지진 이후 지진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번 포항의 지진 사태로 지진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준비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포항 지역 주민들의 재난에 대한 차분한 대응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지난 15일 포항 지진 발생 이후, 수능일이 연기되는 극적인 일도 있었지만, 무사히 수능을 치른 포항 지역 고3 학생들,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 동영상으로 소개된 간호조무사들의 신생아를 보호하는 모습들, 질서 있는 이재민 대피소 생활들…. 차분함의 속내에는 정신적인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다수이다.보도에 따르면 조그마한 소리에도 놀라 잠을 깨는 사람들, 가족들을 포항 이외에 사는 친척집으로 옮겨가게 하는 사람들, 생존배낭을 꾸려 놓고 한낮에 가급적 집밖에 나가 있다가 저녁엔 거실 불을 켜놓고 외출복을 입고 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보건복지부와 경상북도는 지진 트라우마에 대처하기 위해 전문심리지원단을 확충하고 이재민에 대한 `심리적 응급처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이런 노력들이 포항시민들의 마음의 안정을 찾는 일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포항의 피해 중 사유시설의 피해가 큰 문제이다.27일 오후 5시 기준 사유시설은 3만878건, 439억4천400만원 가량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포항시는 피해 건축물 안전진단을 위해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시설안전공단과 구조기술사회, 건축사회 등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6개 단체 40명으로 점검반을 편성하고 지역 내 1천342곳 건축물에 안전진단을 실시했다고 한다.안전진단 결과 사용가능한 건물이 1천260곳이고 사용제한 56곳, 위험 26곳이라고 한다. 보금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초조함이 원만하게 해소되면 좋겠다.포항시는 지진이재민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즉시 입주가능 160채 포함 500여 세대 물량확보, 전세융자금 상한액 1억원까지 확대, 대피소 보온텐트설치 완료 및 컨테이너 설치 장소 물색 중, 안전진단 전문인력 증원 등이다. 며칠 전 대통령이 다녀가며 지원을 약속했고, 이강덕 포항시장은 사비를 쾌척했고, 전국에서 성금이 모이고, 전국에서 복구를 돕기 위해 온 자원봉사자가 8천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포항 시민들은 포항 지진재난을 돕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힘을 내자.“….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지/음 알게 되지/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꿈을 꾸다 밤이 깊을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으음-음-/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은 알게 되지/음-알게되지/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으며/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이 가사가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노래의 클라이막스는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부분이다. 안치환이 부를 때도, 안치환의 노래를 따라 부를 때도 이 부분을 부를 때는 왠지 모르게 인간만이 지니는 고귀함 같은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가슴을 펴고 크게 부른다.이 모든 어려움 이겨내는 바로 그 사람, 포항 시민 여러분, 힘내세요!

2017-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