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강연을 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우리 아이는 만화책만 봐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란 말이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학부모든 교사든 이구동성으로 묻는다. 요즘은 모출판사의 Why 시리즈나 Who 시리즈 같은 수준 높은 학습만화가 많다. 작품성이 뛰어난 역사만화, 인물만화도 많이 나왔다. 만화 마니아들은 어떤 만화는 웬만한 문학 작품보다 작품성과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추켜세운다. 인정한다. 만화라고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학부모나 교사들이 걱정하는 것은 아이들이 `만화만 본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어릴 때부터 만화나 무협지를 읽고 꿈을 키운 이도 많다. 무조건 `만화는 안 돼`는 어리석은 일이다. 독서수준이 낮거나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가 만화책이라도 보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잔인하거나 괴기스럽거나 야하거나 현실을 벗어나 허무맹랑한 만화만 아니면 무조건 금지할 필요는 없다. 학습만화는 분명 배경지식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준다.
만화책의 단점이라면 빠른 장면 전개와 화려한 이미지 등으로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요즘은 텔레비전이나 유튜브, 인터넷,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줄글책을 읽어낼 아이들의 인내력이 바닥이다. 그럴수록 아이들은 점점 책과 멀어지게 된다. 또한 만화는 만화의 특성상 시공간의 분위기와 맥락을 제대로 담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만화는 아이들에게 단편적인 지식이나 의미밖에 줄 수 없다.
무엇보다 만화는 중독성이 있다. 한번 빠지면 아이들은 만화책만 찾게 된다. 마치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영상을 보듯이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들게 때문이다. 특히, 저학년 아이들이 그렇다. 어릴 때부터 만화책에 자주 노출되면 줄글책을 좀처럼 읽으려 들지 않는다. 만화의 특징은 빠른 전개, 과감한 생략과 과장된 비유다. 어린 아이들을 그런 맥락을 곱씹어 생각하지 못하고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어릴수록, 저학년 일수록 폐해가 크다.
이러한 만화의 단점을 보완하려면 우선 어릴 때부터 그림책을 읽혀야 한다. 아니 그림책을 꾸준히 읽어줘야 한다. 저학년 때일수록 교사는 좋은 그림책을 많이 소개하고 꾸준히 읽어줘야 한다. 빠른 전개, 생략, 과장이 만화가 가진 특징이라면 그림책은 꼼꼼한 묘사와 차분한 설명이 특징이다. 대개의 그림책은 글의 양이 많지 않아서 줄글책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요즘 그림책은 그 작품성과 예술성이 상상을 초월한다. 어른들이 읽다가 감동받아 눈물을 흘릴 정도다. 그림책의 그림은 만화의 그림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림책은 아이들을 상상하게 하고 꿈꾸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의 여백과 여운이 있다. 그림책은 아이들의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관련 도서를 넌지시 권해주는 것이다. 그리스로마 신화 만화에 푹 빠진 아이들이라면 그리스로마 신화 책을 권해주는 것이다. 잘 아는 내용이라 자연스럽게 줄글책으로 연계될 수 있다.
`무조건 만화는 안 돼`는 부작용을 낳는다. 좋은 만화도 많다. 만화책에 푹 빠져 있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 아이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 지 옆에서 잘 살펴보고 조언해주고 좋은 책을 소개해줄 수 있어야 한다. 단번에 바꾸려하지 말고 천천히 찾아주고 권해주면 좋다. 만화책은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는 책이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최소화하면 된다.
우리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책을 즐겨 읽는지 살펴보고 관련 책을 소개해주면 자연스럽게 만화책에서 줄글책으로 넘어갈 수 있다. 만화책만 보는 우리 아이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 조언해주고 격려해주고 안내해 줄 현명한 부모와 교사가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