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미투(#Me Too)`가 바꾸는 세상

등록일 2018-01-02 20:36 게재일 2018-01-02 22면
스크랩버튼
▲ 신희선<br /><br />숙명여대 교수·기초교양대학·정치학 박사
▲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기초교양대학·정치학 박사

`미투(#Me Too), 나도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많은 여성들이 해시태그(#)를 붙여 SNS로 공유하면서 페미니즘 열기가 뜨거웠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성추행 사실을 고발한 우버(Uber)의 수전 파울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고, 시사 주간지 `타임`도 권력을 가진 남성들의 성추행을 폭로한 여성들을 `침묵을 깨뜨린 사람들`(Silence Breakers)로 명명했다. `타임` 표지는 수전 파울러를 비롯해, 애슐리 주드, 테일러 스위프트 등과 나란히 앉아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팔만 찍힌 누군가의 모습을 같이 실었다. 침묵하지 않고 `미투`라고 부당한 현실에 맞서는 또 다른 이는 누구인가? `미투` 운동은 2007년 타라나 버크라는 흑인 여성이 제기한 캠페인이었다. 그는 사회경제적 차원의 인권을 보장 받지 못한 여성들 가운데 성폭력 피해를 당한 이들의 치유와 연대를 위해 `미투`를 시작했다고 했다. 은밀한 폭력에 움츠렸던 여성들이 세상에 목소리를 냄으로써 공고한 권력구조에 균열을 냈다. `미투`의 확산은 미국 연예계 등 성희롱을 일삼아온 거물들의 사퇴를 이끌었고 최근 수십 년간의 움직임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다.

`미투`로 인해 여성 10명 중 8명은 “앞으로 젠더 문제로 내 자신이 불공정하게 취급된다면 목소리를 낼 것 같다”고 했다.

메리엄 웹스터 사전이 꼽은 `올해의 단어`도 `페미니즘(feminism)`이었다. 2017년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가 바로 페미니즘이었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여성 권리만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페미니즘의 사전적 정의는 양성의 정치, 경제, 사회적 평등을 주장하는 이론이자 조직적인 활동을 일컫는다. 우리 사회가 여성 혹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특정 성을 배제하거나 우대하는 불편한 진실에 침묵하지 않고 모든 성이 평등하다고 믿고 행동하는 사람이 페미니스트다. 강요된 침묵을 깨고 성평등한 사회와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 모두를 페미니스트라 칭할 수 있다.

가장 오래된 불평등이 성차별이다. 세계경제포럼은 전세계적으로 양성평등을 실현하려면 앞으로 100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형식적 측면에서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으나 문화적 측면에서의 변화는 더디고 느리다. 법적, 제도적인 성평등과 의식적, 관습적인 불평등이 공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부가 존재하고 성평등을 위한 법과 정책도 마련되어 있다. `공식적`으로 남녀차별은 금지되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성차별은 잔존하고 있다. 민우회 조사를 보면 여성 93%가 한국사회는 성평등이 구현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가정과 사회, 학교와 직장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거나 소외되었다는 것이다. 2017년 서점가를 휩쓴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베스트셀러가 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소설속 여성들이 전생애를 통해 경험하는 일들이 바로 나의 문제이자 한국 여성 전체가 보편적으로 겪는 차별이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미투`라고 말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아직까지 성폭력 사실을 쉬쉬 숨기는 것이 현실이고 피해 여성에게 침묵을 강요하기도 한다. 가부장적 문화에서 지위와 권력이 야기하는 성희롱과 성폭력 문제에 개인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혼자만의 공간에 갇혀 있을 경우 성불평등이 낳은 문제들은 해결되기 어렵다. 약자에게 가해진 부당한 폭력이라는 점을 공론화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성평등 사회로의 변화를 촉구하는 연대가 필요하다. 지난 해에 이어 2018년에도 페미니즘 열풍이 계속되어 그 대열에 남성 페미니스트도 여성들과 나란히 함께 하길 소망한다.

아침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