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막연히 생각해오던 것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두 시간 남짓 비행 후 타오위엔 국제공항에 도착하였고, 거기서 약속된 가이드를 만났다. 무덥고 습한 날씨였으나 그의 토요타 승용차 안은 쾌적하였고 고속도로를 30분쯤 달리니 타이베이 시내투어가 시작되었다. 중년의 가이드는 능숙한 솜씨로 운전을 하며 연신 대만을 안내하였다. 그는 달변이었고 대만의 역사와 문화 등에 해박하였는데, 우리나라 사정도 잘 알고 있는 듯 “낄끼빠빠”라는 요상한 신조어를 자연스레 사용하였다.
얼마 전 무심히 TV를 보다가 어떤 출연자가 “낄끼빠빠”라는 말을 하였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던 적이 있다. 요즘 방송에서는 필요한 말이나 상황을 친절하게 자막으로 알려주기도 하는데 “낄끼빠빠”라는 말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검색을 해보니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는 신조어로 눈치껏 행동하라는 뜻임을 알게 되었다.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 된 후 음성통화보다 카톡으로 소통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보니 편리한 점도 있으나 난무하는 정보로 인한 피곤함 또한 만만치 않다. 카톡에 자주 쓰는 언어가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하였는데 어느새 그곳에서 통용되는 어법과 감정표현의 이모티콘들이 익숙해지고 처음의 거부감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놀랍다.
스마트폰의 문자는 그렇다 치고 젊은 사람들의 대화, 특히 오락방송의 경우를 보면 엄청난 신조어의 물결에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시대의 변화에 아주 둔감한 편은 아니라고 믿고 있는 나로서도 전혀 해독이 불가한 말들이 난무하여 혼란의 늪에 빠지곤 한다.
어감이 곱지도 않고 알아듣지도 못할 언어들이 우리 삶의 공간을 가득 메워 가끔 글이라도 써야할 일이 있으면 맞춤법이나 어휘에 대한 혼돈으로 사전을 검색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신조어`를 검색해 보면 신조어 목록이 나오는데 매우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음에 놀랐고, 그 대부분의 것들은 내가 모르는 말이라는 사실에 또 놀랐다. 심지어 `이 문서에는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중략) 이 문서의 내용은 출처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네티즌들이 주로 쓰는 말이지만 한국어 사전에는 공식적으로 등재되지 않은 말들입니다`라고 적혀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문득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슈가 되었던 세대 간의 갈등 문제가 떠오른다. 언어는 가장 기본적인 소통의 도구일텐데 부모세대와 자식세대 간에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 한마디로도 그 사람의 품성과 수준을 가늠할 수 있던 시대는 이미 지나버렸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가? 고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인간이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 자연적 기원 속에서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에 의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음을 자연과학의 발달을 통하여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고 호모사피엔스가 현생인류로 진화된 이유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이 `이타심`과 `언어의 사용`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게 하였고, 언어 사용으로 삶을 기록하여 후세들이 시행착오와 위험 요소를 극복할 수 있게 하였던 것이다. 그들이 사용한 언어는 스스로의 생존 뿐 아니라 후세에 대한 애정으로 기능하였으니 아름다움을 넘어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신조어는 사회현상의 반영이니 당연히 새로 나타기도 소멸하기도 할 것이다. 먼 나라의 꽃씨가 바람결에 날아와 그 토양에 적응하여 뿌리내리고 토종 꽃들과 어우러져 살 듯 새로운 말들도 우리의 사전에 등재되어 연면히 후세까지 이어지기도 할 것이다. 굳이 그것들을 배척할 이유는 없다. 다만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사용할 언어로 명쾌하고, 유쾌하고, 배려심도 있고, 이왕이면 그 어감 또한 아름다워 누구나 말하는 것이 즐거운 신조어들이 만들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