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상에 어떻게 등장했으며, 오늘과 같이 다양한 문화와 과학의 발전을 가져왔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
근대 자연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진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종교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우주만물이 창조의 산물이란 주장 또한 창조과학의 뒷받침을 받으며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가고 있다.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해 대립되는 주장을 무·유신론자의 이분법적인 판단과 결론으로 얻기 보다는 45억년 전 우주에서 지구가 최초로 탄생한 이후 인류의 먼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출연은 그저 먼 시대의 일로만 여겨진다.
생김새가 사람보다 원숭이에 가까웠지만 두발로 서서 걸어 다녔던 직립보행(直立步行)을 근거로 최초의 인류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갈 무렵인 약 20만년 전 신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은 인류와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커다란 계기이며 사건이 됐다. 사냥을 하던 구석기 시대와는 달리, 농경과 목축이 가능했던 신석기 시대로의 변화는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일어났으며, 이후 인류는 계급사회와 문명시대로 들어가게 되었다.
지혜로운 사람이라 불렸던 호모 사피엔스는 두뇌가 1천600cc로서, 현생 인류와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스웨덴의 식물학자였던 린네는 자신이 고안한 분류법에 따라 현생인류 종에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는 라틴어 학명을 붙여 줬다. 생물 학명은 라틴어로 속명과 종명을 쓰고 뒤에 학명을 명명한 사람 이름을 붙이게 되어 있는데, 현생인류 학명은 `호모 사피엔스 린네`이며 보통 린네는 생략하고 부른다.
한편 네덜란드의 역사문화학자인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의 유희적 본성에 주목했다. 1938년에 출간한 기념비적 저작 `호모 루덴스-유희에서의 문화의 기원`에서 그는 모든 문화현상의 기원은 놀이에 있고 인간은 놀이를 통해 역사적으로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고 주장한다.
종래에는 유희가 문화 속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문화 쪽이 상위개념이라고 생각했으나 하위징아는 이런 견해를 역전시켜, 문화는 원초(原初)부터 유희되는 것이며 유희 속에서 유희로서 발달한다는 획기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놀이에서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파격적 주장인 셈이다. `호모 루덴스`란 놀이하는 인간, 유희인이라는 뜻인 바, 결국 인간은 놀고 즐기는 존재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노는 인간`, `놀이하는 인간`, `노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이라는 말이다. 인류역사의 발전과정에서 문화를 발전시켜온 것은 놀이하는 인간이었으며 놀이는 인간 문화의 핵심이며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든다는 의미다.
지금 한국사회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는 한복판에 서 있다. 놀이문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국가정책에 반영할 정도로 놀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끈 기술 요소 대부분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자유와 부단한 노력 등의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이는 하위징아가 얘기하는 놀이와도 유사하다.
가까운 예로 문화적, 산업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게임도 그 연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이제는 잘 노는 사람이 생산성도 더 높은 시대가 된 셈이다. 게임사들이 창의적이고 새로운 게임산업을 만들어 나가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즐기면서 생활의 윤택함을 만끽하게 되는 것이다.
21세기 창의력 열풍이 불고 있는 시대, 이 시대에 맞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의 인간형을 찾아가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를 앞서가는 일은 아닐 지 다시 한 번 깊이 음미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