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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혁신 성공 “선생님과 춤을!”

등록일 2017-10-12 20:56 게재일 2017-10-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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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달력을 넘기다 인디언의 달력이 생각났다. 그들이 지어 놓은 달력의 이름을 볼 때마다 필자는 한 편의 시를 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늘 한다. 인디언 식대로 지금의 달 넘김을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풀이 마르는 달(9월)`이 지고, `산이 불타는 달(10월)`이 폈다.

10월을 나타내는 인디언들의 말 중에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달`이라는 표현이 있다. 10월 숲에 가서 가만히 귀를 열면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필자는 인디언의 이야기를 알기 전에는 그 소리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그 소리는 바로 나뭇잎이 나무에게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소리였다. 나무들이 혹한(酷寒)을 이겨내는 것은 바로 나뭇잎과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세상이 확 바뀔 것처럼 야단법석이던 2017년도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하는 2017년 한가위였다.

삼류도 못 되는 이 나라 정치에 뭘 기대하겠냐마는 화사한 2018년의 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과거의 덫에 빠져 있는 정부에게 아라파호 족의 3월 달력의 이름을 선물한다. “한결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

여중생 살인 사건과 같은, 화나고, 슬픈 이야기들이 세상을 더 참담하게 하지만, 그래도 세상이 돌아가는 이유는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4월)”과 같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달 30일 영천에서 열린 제9회 전국풍물경연대회에서 그런 사람들을 보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산자연중학교 사물놀이반 학생들과 지도 교사다.

산자연중학교는 비록 초중등교육법에 의해 설립된 학교이지만 각종학교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그 어떤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은 입으로만 평등을 외치는 현 정부에 시위라도 하듯 자신의 꿈과 끼를 위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순서를 기다리던 산자연중학교 1학년 지원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선생님,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걱정하지 마, 얘들아. 선생님만 보고 있어.”

인솔 교사이신 젊은 여자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다독이셨다. 드디어 순서가 되었다. 아이들의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의 표정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선들이 한 곳으로 모였다.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간 곳에서 필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그곳에는 조금 전에 학생들을 다독이시던 선생님이 계셨다.

평소 수줍음이 많으시던 선생님은 주변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으시고 열심히 춤을 추고 계셨다. 선생님의 춤사위에 맞춰 학생들은 신나게 악기를 연주했다. 악기 소리가 높아질수록 선생님의 춤사위도 더 빛이 났다.

무대가 끝나고 학생들이 선생님께로 우르르 몰려와 말했다. “선생님, 정말 춤 잘 추시던데요!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눈에는 감사와 희망의 눈물이 가득했다.

새 정부 들어 새로운 교육 제도들이 교육 수요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제도만으로는 교육 혁신을 성공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교육 당국은 무너진 우리나라 교육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는 산자연중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의 희망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갑질 정부로부터 엄청난 천대를 받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정부는 과거타령은 그만하고 교육 혁신 성공을 위해서라도 2018년 예산에는 이 나라 교육의 희망인 대안학교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꼭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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