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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몬티 홀 문제

몬티 홀 문제(Monty Hall problem)는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국산영화 ‘D.P’에 나오는 퍼즐 문제로, 미국의 TV 게임 쇼 ‘거래를 합시다(Let‘s Make a Deal)’에서 유래한 퍼즐이다. 퍼즐의 이름은 이 게임 쇼의 진행자 몬티 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퍼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 개의 문 중에 하나를 선택해 문 뒤에 있는 선물을 가질 수 있는 게임쇼에 참가했다. 한 문 뒤에는 자동차가 있고, 나머지 두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이때 어떤 사람이 예를 들어 1번 문을 선택했을 때, 게임쇼 진행자는 3번 문을 열어 문 뒤에 염소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1번 대신 2번을 선택하겠냐고 물었다. 참가자가 자동차를 가지려할 때 원래 선택했던 번호를 바꾸는 것이 유리할까 바꾸지 않는 것이 유리할까?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 사회자가 염소가 있는 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정답을 맞출 확률이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늘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옳지 않다. 참가자는 선택을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 처음 선택한 번호를 바꾸지 않을 때 자동차가 있는 문을 선택할 확률은 1/3이지만, 처음 선택한 번호를 바꾸면 확률은 2/3으로 증가한다. 처음에는 자동차를 고를 확률이 1/3이지만 사회자가 문을 열어주면 1/3 확률이 내가 선택하지 않은 문에 확률이 옮겨져서 내가 선택하지 않은 문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2/3가 되기 때문이다.몬티 홀 딜레마는 인간이 합리적 선택을 한다는 전통 경제학 가정의 허를 찌르는 사례로 유명하다.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후보를 고르는 것도 몬티홀 문제에 비견되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9-06

성냥의 추억

지금은 라이터에 밀려 추억의 물건이 됐지만 성냥에 얽힌 소소하고 재밌는 이야기는 많다. 성냥은 1880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 약 100년 가까이 서민의 사랑을 받아 왔다.부싯돌을 금속에 마찰하거나 나뭇가지를 서로 맞비벼서 불을 일으켰던 시절을 생각하면 성냥의 발명은 서민생활을 일깨우는 혁신적 역사다. 19C 말 개화승 이동인이 일본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가져온 것이 한국에 들어온 계기다. 당시 성냥은 한통 값이 쌀 한되 값과 막먹을 만큼 비쌌다. 그래서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1910년 이후 일본인에 의해 인천과 부산 등지에 성냥공장이 설립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됐다.6·25 전쟁 이후 전기가 귀하고 정전이 잦았던 시절, 성냥은 가정의 필수품이다. 서울에서 정전이 한 번 일어나면 갑성냥 3만갑이 팔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성냥은 가정마다 필요해 집들이 선물로도 잘 팔렸다. 성냥 불처럼 살림이 확 일어나라는 뜻이다. 성냥값이 오르면 요즘 석유값 인상처럼 신문에 가격 인상이 늘 보도되곤 했다.라이터가 나오고 성냥의 효용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던 1970년대 말까지도 전국에는 300여 개의 성냥공장이 있었다. 경북 의성에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남은 성냥공장이 하나 있었다. 성광성냥 공장으로 1954년 공장이 설립돼 2013년에 문을 닫았다. 한 때 160명의 종업원이 이곳에서 일을 해 의성을 대표하는 기업이기도 했다.이 공장을 마지막까지 지켰던 한 경영인의 뜻에 따라 지금은 이 공장이 의성군에 기증됐다. 의성군은 역사문화 자산으로 잘 보존해 관광자원으로 삼겠다고 했다. 문화유산이 꼭 거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냥공장도 우리의 삶의 흔적을 더듬어 볼 문화로서 가치는 충분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05

조손가정의 비극

최근 이혼이 늘면서 65세 이상 조부모와 만 18세 이하 손자녀들이 함께 사는 이른바 조손가정이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조손가정의 아동 및 청소년 수는 무려 5만9천여 명에 달하고 있다.여성가족부가 10년 전 조사한 자료에는 조손가정 형성의 53.2%가 부모의 이혼이나 재혼으로 조사됐다. 이혼율이 증가하는 요즘 세태를 반영한다면 조손가정은 앞으로 더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조손가정은 경제활동이 떨어지는 노령의 조부모와 살고 있어 경제력이 일반가구에 비해 매우 취약한 특징이 있다. 연소득 1천만 원 미만의 조손가구가 6.9%라는 통계청 자료가 있으나 경제적으로 보면 대다수가 최하위층 수준의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부모와 떨어져 양육되기 때문에 아동들이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고 사회적 박탈감도 크다.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도 많이 잠재돼 있다. 경제적 곤란까지 겪으니 성장기 아동이나 청소년이 받을 스트레스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게다가 노령인 조부모의 건강 악화와 세대차에 따른 손자녀와의 갈등도 조손가정의 불화 원인이 된다. 대구에서 발생한 고교생 형제의 친할머니 살해사건은 매우 충격적이다. “할머니의 잔소리와 심부름에 짜증이 났다”는 말에 그저 말문이 막혀 멍할 뿐이다.비좁은 공간에서 마주보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지내는 조손가정 내의 갈등이 이번과 같은 비극을 부를 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코로나19 이후 갈 곳이 없어 갇혀 지내는 우리의 일상적 패턴이 더 자극제가 됐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멍하다.조손가정의 문제, 우리 사회의 관심만이 이런 비극을 줄일 수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02

남극에서 키운 수박

최저기온 영하 25.6도의 혹독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여름과일의 대표격인 수박이 재배됐다. 극지연구소와 농촌진흥청은 남극세종과학기지 실내농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기지 대원들에게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수박 같은 열매채소를 수확한 것은 우리나라가 남극에 진출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 남극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9개 나라가 83개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만 신선 채소 공급을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잎채소와 열매채소를 동시에 재배할 수 있는 실내농장을 구축한 연구기지는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 남극세종과학기지가 두 번째다.극지연구소와 농촌진흥청은 남극세종과학기지 대원들에게 신선 채소를 공급하기 위한 ‘남극에 실내농장 보내기’프로젝트를 추진해 2010년에 이어 지난해 성능이 대폭 향상된 두 번째 실내농장을 보내게 됐다. 실내농장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지난해 10월 말 국내를 출발해 올해 1월 기지에 도착했으며, 5월 7일 첫 파종 후 6월부터 매주 1~2kg의 잎채소를 생산하고 있다. 7월 중순부터는 오이와 애호박, 고추가, 8월 중순에는 토마토와 수박이 처음으로 수확됐다.남극세종과학기지에는 현재 17명의 월동연구대원이 체류하며 실내농장에서 기른 신선 채소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먹고 있다. 실내농장에는 발광다이오드(LED)를 인공광으로 이용해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이면서 빛의 주기와 세기를 농작물의 종류와 생육단계에 따라 조절하는 기술이 사용됐다.우리나라가 인간에게 극한환경인 극지에서 잎채소와 열매채소를 키워 먹을 수 있는 실내농장을 갖춘 것은 자부심을 가질만한 쾌거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9-01

밀리테크

미국이 지난달 28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 폭탄테러 보복으로 이슬람 무장조직인 IS-K의 고위급 표적을 제거한 무기에 특수 개량형 미사일(AGM-114R9X)이 동원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의 신무기 개발이 또한번 주목을 받았다.이번에 동원된 미사일의 별명은 닌자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폭약이 든 탄두가 없고 그 대신 강한 칼날 6개가 장착돼 있다. 표적에 충돌하기 직전 칼날이 펼쳐져 내리꽂히면서 주변 50cm 반경을 모두 파괴한다. 주변 피해를 최소화하고 목표물만 정확히 제거한다. 칼날이 일본의 자객 닌자의 검처럼 생겼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전쟁에서 이기는 자만이 역사의 주인공으로 남을 수 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전쟁이지만 현대전에서는 무기체계의 첨단화가 승패를 가른다. 무기의 우월성이 곧 전쟁의 승자로 이어진다.미국은 9·11테러 후 무인항공기(드론) 시대를 열었다. 무인기와 정밀 유도미사일의 결합을 통해 수천 km밖의 목표물도 아군의 희생없이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신형무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세계 군사 강국들의 밀리테크(Militech)가 4차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날로 첨단화하고 있다. 군사(military)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밀리테크는 멀지 않아 상상을 초월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웨어러블 슈트를 입은 인공 로봇이 90kg 군장을 하고 한 손으로 자동소총을 발사하는 모습이 현실화한다는 말이다.첨단화하고 있는 무기개발로 세계 방위산업시장 규모도 급속 증가하고 있다. 인류를 위한 첨단 문명기술의 발달이 전쟁 도구로 전락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어야 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8-31

NFT 기술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라는 뜻으로, 블록체인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가상자산을 말한다.이는 게임·예술품·부동산 등의 기존 자산을 디지털 토큰화하는 수단이다. NFT는 소유권과 판매 이력 등의 관련 정보가 모두 블록체인에 저장되며, 최초 발행자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어 위·변조 등이 불가능하다. NFT의 시초는 2017년 스타트업 대퍼랩스가 개발한 ‘크립토키티(CryptoKitties)’에서 비롯됐다. 이는 유저가 NFT 속성의 고양이들을 교배해 자신만의 희귀한 고양이를 만드는 게임이다.NFT는 가상자산에 희소성과 유일성이란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진위(眞僞)와 소유권 입증이 중요한 그림, 음악, 영상 등의 콘텐츠 분야에 이 기술이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이 만든 10초짜리 비디오 클립은 2021년 2월 NFT 거래소에서 660만 달러(74억 원)에 판매됐다.우리나라에서는 고미술 전문 미술회사 조선앤틱이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청자인 ‘청자상감연화학문매병’을 NFT로 제작해 NFT 마켓플레이스 메타파이에서 경매를 진행 중이다. 아트센터 나비는 간송미술관과 손잡고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속 장수를 상징하는 학 문양이나 신사임당 그림 ‘묵포도도(墨葡萄圖)’속 번창을 의미하는 포도, 고려 31대 왕이었던 공민왕의 ‘이양도(二洋圖)’ 속 복을 기원하는 양 등을 일러스트로 재해석한 38종의 NFT 그림 카드를 발행, 판매 중이다.간송미술관은 세계기록문화유산인 ‘훈민정음해례본’을 NFT로 발행, 1개당 1억원으로 100개 한정 판매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가상화폐 시장과 함께 커지는 NFT시장도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변화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8-30

우산 의전(儀典)

2018년 북미정상회담 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오른쪽에서 걸어 나왔고 북한의 김정원 위원장은 왼쪽에서 걸어 나와 무대 한복판에서 만나 악수를 나눴다. 무대의 중앙은 양국 원수가 동등하다는 것을 알리는 메시지다. 그러나 국제 외교에서 오른쪽은 상석의 의미가 있다. 미국 대통령이 오른쪽에서 걸어 나온 것은 초강대국에 대한 국제적 예우라 보면 된다.국제간 외교의전은 1815년 비엔나회의에서 원칙이 정해졌고 이것이 1961년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정으로 이어져 오늘날 국제사회의 의전관행으로 확립됐다.조선시대 편찬한 경국대전에도 복식, 국가의 전례절차나 조정의 의식, 국빈대접 등에 관한 의전 사항이 규정돼 있으며 엄격하게 적용했다고 한다.지금은 행안부의 정부의전 편람과 관행 등에 따라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의전은 국가적 예법으로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이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특히 외교관계에서 의전은 각 나라의 문화와 고유예법이 서로 달라 자칫하면 국제적 무례를 범할 수 있다. 국제간 외교에 있어 지켜지는 다섯가지 원칙이 있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문화의 반영, 상호주의, 서열, 오른쪽이 상석 등이다. 예컨데 여러나라 국기를 게양해야 할 때 주최국의 국기를 중앙에 놓고 나머지는 영어 알파벳 순으로 한다는 것 등이다.법무부 직원이 차관의 우중 브리핑에 무릎 꿇고 우산을 받쳐든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다. 온라인상에는 의전이 아니라 갑질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급기야 차관이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공무원 사회의 나쁜 관행적 의전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의전에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 통한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8-29

부채(負債)의 함정

코로나 사태로 금융대출 받기가 어려워진 일용직 근로자나 영세자영업자 등만 골라 돈을 빌려주고 이자 명목으로 최고 2천%의 돈을 뜯어낸 불법 고리대금업자가 얼마 전 경찰에 붙잡혔다.이들은 대부금의 상환일을 한 달로 정하고 한 번에 100만∼500만원을 빌려준 뒤 이를 갚지 못하면 한 달뒤부터는 이자 명목으로 하루 10만원의 돈을 받아왔다고 한다. 피해자 대다수가 돈 갚을 능력이 없는 경제적 약자였다고 하니 우리 사회 한 구석에서는 여전히 빈곤이 판을 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2분기 기준으로 1조8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해 1년 사이 168조원이 증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과 ‘빚투’(빚내서 투자)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 한다.특히 국제금융협회는 우리나라 가계대출 비율이 GDP 대비 102.8%로 회원국 61개 국가 중 가장 높았다고 했다. 하반기부터 금융권이 가계대출 규제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 될 수는 있으나 가계부채를 줄일 방법은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이런 상황에 국가부채도 내년에 1천조원을 돌파할 것이라 한다. 국가부채나 가계부채 등이 위험수위로 치달으면서 경제계 일각에서는 우려스런 시선을 보내고 있다.“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뒷감당이 가능할 때나 하는 말이다. 과도한 빚은 국가나 개인이나 언제든 위험한 함정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돈 빌릴 데가 없는 경제적 약자가 급전을 쓰다 고리대금업자에게 봉변을 당하는 일이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빚은 국가나 개인에게 모두 위험천만한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8-26

아기 울음소리 없는 사회

우리 사회가 아기 울음소리 없는 사회로 추락하고 있다. 사람이 한 나라의 국력이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데, 인구가 지금의 절반, 혹은 그 이상으로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아파트가 남아돌기 시작해 부동산 불패신화가 무너지고, 줄어든 인구 만큼 소비자 역시 줄어들어 자동차 판매량도, 스마트폰 판매량도 크게 감소하게 된다. 나라를 지킬 군인 충원도 어려워지고, 경찰과 소방관도 턱없이 부족해질 수 있다. 기업들은 인력확보에 비상이 걸릴 것이다.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0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84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의 0.92명보다 0.08명(-8.9%) 감소했다. 이는 1970년 통계작성이 시작된 후 역대 최저기록이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세계 꼴찌를 기록한 것이다. 정말 너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인 0.84명까지 떨어졌다. 연간 출생아 수는 20만명대로 내려 앉았다.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합계 출산율은 1.61명(2019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들 중 합계출산율 0명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지난해 우리나라는 27만2천3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300명(10.0%) 줄어 역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1970년대만 해도 100만명대였던 출생아 수는 2002년에 40만명대, 2017년에 30만명대로 추락했고, 지난해 20만명대까지 떨어졌다.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나라의 경제성장이나 국력신장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아기 울음소리 넘치는 사회를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8-25

둘 중 한 명이 노인인 나라

영국의 풍자작가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는 영국인 걸리버가 항해 도중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 소인국과 거인국을 차례로 경험하는 이야기다.제1편은 주인공인 걸리버가 키가 6인치도 안되는 소인이 사는 나라로 들어가 경험한 내용으로 꾸몄고, 제2편은 키가 교회 철탑만큼 큰 거인국에 들어가 왕의 장난감 취급당하다 가까스로 빠져나오는 내용이다.한 나라의 인구 가운데 두 사람 중 한 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과연 믿을 사람 있을까. 아무리 고령화 사회로 진행이 빨리 된다 하더라도 한 사람 건너 노인을 만나는 상황이라면 믿기가 어렵다.최근 감사원의 의뢰로 통계청이 추계한 100년 후의 한국의 인구실태 조사보고서를 보면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인구절벽을 상상했던 우리의 인구문제가 이처럼 심각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랍다.통계청은 2017년 기준으로 출산율과 국제이동, 기대수명이 중간 정도로 유지된다고 볼 때 100년 후인 2117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을 52.8%로 추정했다. 50년 후인 2067년은 49.5%다. 2017년 고령화 비율은 13.8%다.통계적 추정치에 불과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겪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이런 결과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다. 이번 조사에서 100년 후 한국의 총인구는 2017년(5천136만 명)의 절반도 안되는 2천81만 명으로 밝혀졌다.지역별로 보면 대구는 2017년 246만 명이던 인구가 100년 뒤 지금의 22%인 54만 명, 경북은 지금 268만 명이던 인구가 70만 명으로 추락한다. 부산은 342만 명이 100년 뒤 73만 명으로 떨어졌다. ‘걸리버 여행기’에서나 보는 이상한 나라의 모습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아 놀랍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8-24

퀵 커머스 시대

코로나19가 유통업계에 가져 온 변화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배달서비스의 대중화요, 짧은 시간에 각 가정에 배달해주는 퀵 커머스 시대를 앞당겼다는 평가다.퀵 커머스 선두업체인 바로고가 24일부터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10분만에 집앞에 배달하는 동네 편의점·마트 배달서비스 ‘텐고’를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운영중인 창고를 거점으로 현장에 대기중인 라이더가 주문 즉시 역삼동·논현동 일대에 10분 이내 단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10분 배달’을 모토여서 앱명칭도 ‘텐고(Tengo)’로 정했다.소비자는 요리하다 급하게 필요한 마늘, 영화보면서 먹을 수 있는 시원한 아이스크림, 아이스 커피 등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즉시 받아볼 수 있다. 창고에 상시 대기하고 있는 라이더가 주문 즉시 출발하고, 다른 경유지 없이 한 곳만 배달한다.배달대행 업계가 정보기술(IT)기반 종합유통·물류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 도심형 거점 창고를 구축해 식당에서 갓 조리한 음식은 물론 편의점·마트 물건이나 제조약, 스마트폰, 유심칩 등 배송가능한 모든 상품을 30분 이내 배달한다. 바로고는 현재 GS25, CU,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편의점 업체와 계약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6월엔 CJ올리브영 즉시 배송서비스 ‘오늘드림’주문 건 배달을 시작, 최대 3시간내 배송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대면진료지원 플랫폼 ‘닥터나우’와 손잡고, 처방약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퀵커머스 사업은 10분 배달로 독일 스타트업중 최단시간 유니콘 반열에 오른 식료품 배달업체 고릴라스가 모델이다. 비대면·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 퀵 커머스 서비스는 어쩌면 당연한 시대적 추세로 읽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8-23

비극의 땅

지난 14일 발생한 7.2 규모의 강진으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는 최소 2천명 이상이 사망했다. 실종자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조그만 섬나라가 온통 쑥대밭으로 변했다.섬 주민들은 다 무너진 집앞에서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서 있다. 비가 내리는데도 많은 사람이 바깥에서 잠을 청한다. 여진으로 더 많은 건물이 무너질 것이 두려워서다. 적어도 7만7천여 가옥이 완전 파손되거나 손괴됐다.아이티는 서쪽으로 바다를 마주하고 동쪽에는 도미니카공화국과 접해 있다. 지난 2010년에도 대지진으로 30만 명이 목숨을 잃어 아이티하면 지진을 떠올린다. 1804년 프랑스에서 독립했지만 경제적 기반이 약해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1인당 GDP 719달러(2017년), 실업률은 60%를 넘는다. 지난달에는 아이티 현직 대통령이 총격으로 암살당했다. 이번 대규모 지진이 겹치자 외국에선 이곳을 비극의 땅이라 부른다.비극의 땅이 한 군데 더 있다. 미군의 철수로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이다. 이곳 역시 혼돈 중이다. 탈레반이 대통령궁을 장악하자 이곳 국제공항은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비행기에 타지 못한 일부 시민은 비행기 랜딩기어나 날개에 붙어 있다 떨어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최근에는 아프간 정부군과 관료들이 처형당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나돌며 그곳의 참혹한 현실이 있는대로 전해졌다. 아프간은 러시아와 중국, 인도, 중동이 교차하는 교통요지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과거에도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았다. 비극의 땅이라 불리는 나라에는 공통점이 있다. 국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강한 국력만이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8-22

제로 플라스틱 캠페인

2018년 중국은 플라스틱 공해를 고발한 ‘플라스틱 차이나’영화가 상영된 이후 자국으로 들어오는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금지했다. 이 일이 있은 후 한국에서는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 못해 곤욕을 치르는 일이 벌어졌다.일상에 편리함을 준다는 이유로 마구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이 얼마나 심각한 공해를 일으키는지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나 일반인의 경각심은 여전히 시큰둥하다.2018년 부산 칠산 바다에서는 그물에 걸려 올라온 아귀의 뱃속에서 500㎖ 생수병이 원형 그대로 발견돼 충격을 주었다. 해양생물 뱃속에 쓰레기가 발견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해양 쓰레기라고 해양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육지에서 발생한 것이 바다로 흘러들어 생기는 것이다. 해양 쓰레기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이다. 한국인이 연간 사용하는 플라스틱 생수병은 약 49억개다. 나란히 세우면 지구 10.6바퀴를 도는 양이다.특히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15∼30%가 미세 플라스틱이다. 미세플라스틱은 5mm미만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다. 크기가 작아 하수처리 시설에 걸리지 않고 바다로 그대로 유입된다. 이를 물고기가 먹고 그 고기가 사람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플라스틱은 사용하는데 5분이지만 썩는 데는 수백년이 걸린다. 값싸고 사용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인기지만 플라스틱이 안겨주는 공해는 의외로 심각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에 유통 중인 조개류와 낙지, 새우 등 해산물 14종에서 1g당 0.47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간 손에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돌고돌아 인간의 밥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얘기다. 제로 플라스틱 캠페인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8-19

‘젊치인’ 시대 오나

젊은 정치인을 가리키는 ‘젊치인’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30대인 이준석 씨가 제1보수야당인 국민의힘 당 대표로 뽑힌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청년 정치인들의 진출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비영리단체 뉴웨이즈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젊치인들이 다수 당선돼 기초의회 평균연령을 낮추는 것을 도모하고 있다. 이들은 MZ세대인 1980~2000년대생 젊은 정치인들을 후원하고 있다. 나이가 많을수록 경험과 노련함이 쌓인다면, 젊을수록 새로운 시각, 도전정신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대의민주체제에서 특정세대가 과소대표되는 것도 문제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기준 만40세 미만 유권자 비율은 34%였지만 당선자 비율은 6%에 불과했다. 청년정치인들이 기초의회에 대거 진출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서울 관악구의 경우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2030 구의원 4명이 당선돼 전국 기초의회 평균 6%에 비해 3배인 18%에 이르렀다. 이후 조례발의건수가 3.7배 가량 늘었고, 청년의원들의 본회의 5분 자유발언 횟수도 비청년의원보다 많았고, 구정질문 횟수 역시 평균의 2배였다. 젊치인들의 기초의회 진출은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뉴웨이즈는 국민의힘, 기본소득당, 미래당,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등 6개 정당과 함께 젊치인의 기초의회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젊치인을 응원할 지역구 유권자들을 ‘캐스팅 매니저’란 이름으로 모집하고 있다. 현재 전체 선거구의 74%가 넘는 지역에 2천명이 넘는 캐스팅 매니저가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지방선거에 젊치인이 대거 당선돼 구태의연한 한국정치 문화가 기초의회부터 바뀌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8-18

싱크홀

재난영화 ‘싱크홀’은 간간히 뉴스에 등장해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도심의 싱크홀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코로나로 한산하던 국내 극장가에 그나마 이 영화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한다. 2021년 한국 영화 최고의 오프닝을 기록하면서 개봉 6일째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영화 속 주인공은 결혼한 지 11년만에 겨우 서울 변두리에 신축 빌라를 한 채 샀다. 내 집 마련을 한 벅찬 기쁨으로 직장 동료들을 집으로 불러 집들이를 하며 즐긴다. 이때 갑자기 빌라 한 채가 통째로 땅속 깊숙이 빠져든다. 영화는 위기 속의 인물들이 각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았다.싱크홀(Sink Hole)은 우리말로 땅 꺼짐이라 부른다. 땅의 지반이 내려앉아 지면에 커다란 웅덩이 및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다. 갑자기 낭떠러지가 생기기도 해 인명 피해도 우려된다.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싱크홀이 발생해 언론에 알려지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싱크홀은 지금도 진행 중인 재난사고다. 싱크홀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일부에서는 과도한 지하수 퍼내기라고도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지반 속의 물과 흙이 동시에 무너져 생긴 빈공간이 원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싱크홀 발생 원인은 지반 여건에 따라 다양하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자연재해보다는 인재가 더 많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지난 11일 대구시 동구 괴전동 도로에서 지름 10m, 깊이 7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 등의 사고는 없었으나 상수도관 파손으로 그 동네 일대 290가구가 단수되는 불편을 겪었다.싱크홀 사고는 해마다 증가한다. 싱크홀 사고로 일어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땅속 지하매설물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8-17

피지털 경제

코로나19로 언택트 라이프 스타일이 일상화하면서 매출이 감소하는 상점들이 늘었다. 그런데 일부 유통업체들은 오히려 큰 폭의 매출증가를 자랑한다. 바로 피지털(Phygital)경제를 활용한 업체들이다. 피지털은 오프라인 공간을 의미하는 ‘피지컬’과 온라인을 의미하는 ‘디지털’의 합성어로, 디지털을 활용해 오프라인 공간에서 육체적 경험을 확대한다는 의미다.예컨대 미국의 대형슈퍼마켓 체인점인 타깃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다수 유통업체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80%이상 증가한 230억달러(약27조원)라고 밝혔다. 타깃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책으로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고객들이 이 방식으로 구매하는 비중이 이전 분기보다 7배나 늘었다고 한다.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라도 온라인에서와 같은 편리함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게 골자다.피지털 경험은 소비의 각 단계에 적용될 수 있다. 우리가 온라인 쇼핑을 하는 이유가 간단한 검색만으로 상품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때문이지만 수십, 수백개의 검색결과 중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을 찾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럴 때 오프라인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은 후 상품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상품정보 및 리뷰 등을 찾을 수 있게 한다. 상품을 찾아가는 픽업단계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연중무휴 24시간 집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품 교환 및 반품단계서도 QR코드만 보여주면 포장해서 반품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이제 피지털 경제는 언택트 시대 기업에 중요한 경쟁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8-16

황당 공약

파격적인 공약으로 국민의 이목을 끌었던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가 내년 대선에도 출마할 거라 한다. 대선 도전만 세 번째다. 그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나서 결혼부를 만들어 결혼 수당 1억원과 주택자금 2억원을 무이자로 지원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결혼 공영제 도입과 미혼자에게는 매월 20만원의 연예 수당도 주겠다고 약속했다.정치공약이라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져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기성 정치인과는 다르게 내용이 파격적이서 자주 화제를 일으켰다. 공약의 믿음성보다 기성 정치와 비교되면서 대중에게는 일종의 통쾌감도 안겨주었다. 만약 유력 대선후보가 허경영식 공약을 들고 나왔다면 국민은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하다.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국민 누구나 최대 1천만원의 기본대출을 장기 저리로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모든 국민에게 1천만원을 나눠주고 정부가 보증을 서겠다는 것이다.유승민 전 의원은 이와 관련 “허경영식 공약을 흉내 낸 악성 포퓰리스트”라고 규정했다. 이 지사는 이에 앞서 기본대출 외에도 전국민에게 매월 8만원씩 주는 기본소득도 공약으로 내세워 대선 후보자간 논란을 일으켰다.정치인에게 공약은 유권자와의 약속이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이런 공약을 투표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이런 점에서 공약의 장래성이나 신뢰성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일수록 공약에 대한 절대적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당선이 되고 보자는 식으로 공약이 남발된다면 우리 정치는 후진적 면모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난무할 때다.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8-12

로맨스 스캠

로맨스 스캠은 SNS에서 이성에게 호감을 산 후 결혼 등을 빌미로 돈을 갈취하는 수법을 말한다. 로맨스(romance)와 기업 이메일 정보를 해킹해 거래처로 둔갑시켜서 무역 거래 대금을 가로채는 범죄 수법을 가리키는 스캠(scam)의 합성어다.소셜 네트워크가 발달해 상대방에게 접근한 후 마음을 이용해서 교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가 더 크다. 상대방과 만날 필요가 없이 메시지로 자연스러운 교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년층 이상이 미군사칭에 당하는 일이 많다. 주요 수법은 상대방에게 친근함을 표현하고 이성적으로 어필해 서로 간의 경계심을 허물고, 점차 속깊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관계로 이어지며, 금전을 통장으로 송금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돈을 보내라고 하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사기임을 바로 알 수 있지만, 깊은 감정적 교류를 맺은 사이이기에 자신이 사기를 당한 건지 의심할 생각도 없이 돈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자신이 로맨스 스캠을 당했다고 의심되거나 사기를 당했을 때는 지체하지 말고 경찰서나 사이버안전국으로 신고하는 것이 좋다. 또한 모르는 사람의 SNS 친구추가는 되도록이면 피해야 하며, 인터넷에서 연인을 사귀지 말고 오프라인인 집밖에 나가서 여자친구,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이 당할 확률이 적어진다. 주요 타깃은 한국과 일본, 터키 등 미국의 동맹국이거나 태국 등 친미국가인 사람들이다. 최근 경기 파주경찰서가 ‘로맨스 스캠’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나이지리아 국적의 20대 남성과 카메룬 국적의 30대 남성 두 명을 구속해 관심을 끌었다. 소셜 네트워크가 비대면범죄를 늘리는 것도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새 풍속도인듯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8-11

위드코로나 시대

백신개발로 곧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툭하면 백신공급 차질을 빚는 우리나라 보건당국의 방역체계를 믿고 있기에도 불안하다. 코로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졌다.지금껏 국민은 정부 지침에 잘 따랐다. 하지만 지금처럼 따라만 하다가는 언제 코로나로 멈춰진 일상을 회복할지 막막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방역수칙도 곰곰이 따져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환자 수가 조금 감소하면 방역을 풀고, 그 수가 증가하면 방역을 옥죄는 방식만 되풀이할 뿐이지 실제적인 효과를 입증한 적이 없다.모임의 인원도 주먹구구식이다. 예식장에 모이는 사람 수와 종교시설에 모이는 사람 수가 왜 달라야 하는지도 궁금하다. 낮에는 4인까지 식사가 가능한데 저녁에는 2명만 하라니 이것 또한 이해가 안 된다.의학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집단면역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한다. 우리나라가 계획한 백신 접종률 70%를 달성한다 해도 지금처럼 델타 변이가 판을 치면 코로나19의 유행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주요 선진국이 코로나 방역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전체 확진자 수를 줄이는 것보다 사망률을 낮추고 위중증자 관리에 더 치중하는 방식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백신접종에 주력하면서 일상과 경제활동의 제약은 푸는 이른바 위드(with)코로나 전략이다.한국의 백신접종 완료율이 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는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변종은 계속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음을 던지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 전략도 중심을 잡고 위드코로나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 아닌가. /우정구(논설위원)

2021-08-10

별똥별쇼

깜깜한 밤하늘에서 유성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진풍경을 펼쳐 보일 때가 있다. 바로 별똥별쇼가 펼쳐질 때다.별똥별은 유성의 다른 말로, 혜성,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티끌이나 먼지가 지구 중력에 이끌려 대기 안으로 들어오면서 대기와의 마찰로 불타는 현상을 말한다. 유성이 비처럼 쏟아질 때 유성우라고 한다. 유성우는 1년에 3~4차례 나타난다.국립과천과학관은 3대 별똥별 중 하나인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오는 12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온라인으로 실시간 생중계한다고 9일 밝혔다.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유성의 복사점이 페르세우스자리에 있기 때문에 이름 붙여진 것으로 1월의 용자리 유성우, 12월의 쌍둥이자리 유성우와 함께 연중 3대 유성우 중의 하나로 꼽힌다.페르세우스 유성우는 밝고 화려한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태양풍에 의해 혜성이나 소행성의 궤도에 남아 있는 잔해물 사이를 지구가 통과(공전)하면서 발생한다.매년 7월 17일에서 8월 24일 사이 지구가 스위프트·터틀 혜성의 궤도를 지나면서 많은 유성이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떨어진다.국제유성기구(IMO)는 올해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극대시기를 8월 13일 새벽 4시경으로 예보하고 있으며, 시간당 최대 110개의 유성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생방송은 12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과천과학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된다.옛날 선조들은 별똥별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했다. 화려한 별똥별쇼를 보며 코로나로 힘겨운 서민들의 애환이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빌어보자./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