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등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곧고 잘자란 나무는 쉽게 목수 눈에 띄어 통째로 베어져 건물의 기둥으로 사용되는 데 반해 등굽은 나무는 쓸모가 없어 누구도 거덜떠보지 않아 고향산천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다. 잘난 자식은 출세를 위해 도시로 떠나고 못난 자식만이 고향에 남아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세태를 풍자한 표현이다.
언제부턴가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생겨났다. 사람은 서울로 가야 제대로 된 출세를 할 수 있다. 서울은 사람과 돈과 권력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출세야 말로 진정한 출세라는 뜻이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살고 있다. 한 나라 수도에 인구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추세지만 우리처럼 인구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은 곳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1970년대만 해도 나라 인구의 28% 정도가 수도권에 살고 나머지 72%는 지방에 분산해 살았다. 그러나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50년 내내 지방의 인구는 수도권으로 몰려와 지금과 같은 언밸런스가 생겼다. 지금도 매년 수만명의 젊은이가 직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상경한다.
수도권은 더이상 발디딜 틈이 없을만큼 복잡하다. 주거공간이 부족하고 교통 혼잡은 물론 비싼 물가로 생활하기도 버겁다.
대한상의가 수도권 청년 구직자(24∼34세)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73%가 “지방근무는 싫다”고 대답했다. 회사 선택의 기준도 연봉과 근무지역을 가장 중시했다. 청년들의 마음을 붙잡을 묘책이 나오지 않는 한 지방도시 소멸 문제는 요원한 숙제일 것 같다. 안타깝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