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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학교도서관의 ‘편식’

홍석봉 대구지사장 신학기를 맞아 학교마다 도서관운영위원회 구성에 나서고 있다. 학교 도서관의 도서 선정은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이 위원회는 교사위원, 학부모위원, 외부위원(독서교육 전문가) 등 10명 이내로 구성된다. 각 위원 유형별 비율은 학교에서 정한다.자녀가 재학 중일 경우 학부모위원으로, 아닐 경우 외부위원으로 참여가 가능하다. 외부 위원은 관련 자격증이 있고 일정 기간 활동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대체로 학부모위원은 업무 담당 교사가 학교 활동에 적극적인 학부모에게 연락, 위원 참여를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학교운영위원회와 함께 운영하기도 한다. 때문에 공모하는 경우는 드물다.그런데 도서관운영위원들을 특정 집단이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학교에서 위원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한 교사는 우리가 교과서 선정에만 주목하는데 학교 도서관의 도서 구성 내용을 알면 입이 벌어질 정도라고 지적했다. 매년 전교조가 선호하는 좌편향 일색의 도서 위주로 구입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는 전교조 자매 단체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단체들이 학교운영위, 도서관위원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들은 학교 위원회를 장악하기 위해 기를 쓴다고 한다. 보수 쪽에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보니 학교마다 대부분 전교조 자매단체가 입김을 발휘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학생들의 독서가 편식이 될 수밖에 없다.독서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편향된 독서는 독이 된다. 의식 있는 학부모들은 도서관 운영위원회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3-01

대구 교남YMCA회관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교남YMCA회관은 대구 중구 남성로 약령시에 있는 적산 건물이다. 1914년 건립된 2층의 붉은 벽돌 건물로 외관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부는 원 모습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 2012년 대구YMCA유지재단에서 매입, 관리 중이다. 2013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현재는 지역 3·1운동의 역사를 소개하는 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이곳은 일제 강점기 3·1독립만세운동 당시 대구의 지도자들이 회합한 공간이었다. 이후 물산장려운동, 기독교농촌운동, 신간회운동 등 민족운동의 거점공간으로 사용됐다. 1927년 설립한 대구의 대표적인 항일단체 신간회의 주활동 무대이기도 하다. 청년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청년들을 계몽하며 독려하기 위한 웅변대회, 법률 강습회, 강연회, 각종 토론회 등을 개최했다. 근대사적으로도 중요한 장소다. 훗날 교남YMCA의 주요 임원과 회원 17명은 건국훈장 애국장 및 독립유공자 훈장을 받았다.이런 교남YMCA에서 3·1만세운동 기념 전야행사가 처음으로 열린다.대구시가 28일 비폭력 평화운동이었던 3·1운동을 기억하고, 대구 3·8만세운동의 거점이 됐던 교남YMCA에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를 갖는다.‘교남YMCA 독립운동의 길, Peace Dream’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날 행사는 동아시아 평화포럼, 미디어아트 공연·전시, 체험 프로그램 순으로 진행된다.‘동아시아 평화포럼’에는 한국·일본·중국·태국·우즈베키스탄 5개국 청년들이 패널로 참여, 3·1운동의 정신을 재해석하고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공존과 상생을 모색한다.대구 3·8만세운동을 되새기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27

삼겹살데이

우정구 논설위원 특정 날짜에 맞춰 의미를 부여하는 ‘데이 마케팅’은 소비자가 특정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의 하나다. 국내서는 1990년 빼빼로데이(11월 11일)가 처음 등장한 이후 밸런타인데이(2월14일), 화이트데이(3월 14일), 블랙데이(4월 14일) 등 수 많은 날이 마케팅용으로 쏟아져 나왔다.3자가 겹치는 3월 3일이 삼겹살데이로 불리는 것도 그 중 하나다. 2002년 경기도 모 축협에서 구제역으로 힘든 축산농가를 위해 돼지고기 소비 촉진과 양돈산업 진작을 위해 낸 아이디어가 전국으로 확산된 것이다.이런 데이 마케팅은 처음에는 상술의 한 단면으로 비판도 있었으나 행사에 의미가 가미되고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문화로 정착한 측면도 있다. 또 삼겹살데이처럼 국내 양돈산업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착한 의도가 있는 행사는 행사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삼겹살데이를 시작한 지도 벌써 20년이 됐다.돼지고기 삼겹살은 갈비뼈를 떼어낸 부분에서 복부까지의 넓고 납작한 모양의 부위다. 살과 지방이 3번 겹쳐 있어 삼겹살이란 이름을 붙였다. 우리나라선 외식, 회식자리의 선호도 1순위 음식이다.지방이 많다는 이유로 일부 기피도 하나 소고기보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권장하는 이도 많다. 2018년 영국 BBC는 돼지비계가 과학자가 선정한 세계 100대 수퍼푸드 중 8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돼지고기 비계에는 올리브유에 함유된 비타민B와 오메가3가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했다.때마침 추운 겨울을 이겨낸 봄 미나리가 청도와 경산, 팔공산 등지에서 본격 출시되고 있다. 비타민과 무기질 등이 풍부해 혈액순환에 좋다는 미나리와 삼겹살로 건강을 챙겨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2-26

인구오너스 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인구오너스(onus)는 인구보너스에 대칭되는 개념이다. 인구보너스는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생산연령 인구(15∼64세)의 비중이 증가하여 노동력과 소비가 늘면서 경제성장을 이끌어가는 현상을 말한다. 반면에 인구오너스는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부양해야 하는 인구가 늘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현상을 일컫는다.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 늪에 빠져 인구오너스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전문가 견해가 많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출생·사망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8명이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라고 한다.2018년 0.98명으로 처음 0대에 진입한 이후 매년 추락하는 추세다. OECD국가 중 합계 출산율이 한 명도 되지 않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작년 우리나라 인구의 자연감소는 12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생아는 25만명으로 가장 적었고 사망자는 37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16년동안 저출산 대책으로 280조원의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했으나 출생아 수는 반 토막이 난 상태다. 백약이 무효했다는 뜻이다.지방소멸, 인구절벽이란 말을 뛰어넘어 그보다 파괴력이 강한 인구지진이 곧 닥칠 거란 얘기도 들린다.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빗 콜먼 교수는 일찍이 “한국이 지구상에서 소멸되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합계 출산율 0.6대 진입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저출산의 문제는 정부만이 해결을 할 수 있는 과제다. 과거 정부가 모두 실패한 저출산 대책을 윤석열 정부는 과연 해낼 지 주목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2-23

샤일록이 된 은행

홍석봉 대구지사장 샤일록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다. 욕심 많고 인정 없는 인간의 대명사로 꼽힌다. 은행이 샤일록 평가를 받을 정도로 탐욕을 부리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국민들은 고통에 허덕이는데,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면서도 고금리 돈장사를 계속했다. 금융당국과 국민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금융권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앞다퉈 대출금리를 내렸다. 신규 채용도 늘린단다. 돈장사로 잇속만 챙기다가 국민 시선이 싸늘해지자 내놓은 금융권의 고육책이다.5개 시중은행은 지난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대구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DGB대구은행은 지난해 전년보다 17.5% 증가한 5천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당기순이익(3천925억원)은 18.9% 늘었다. 금리 장사 덕분이다. 대구은행은 은행별 예대금리차 순위도 국민, 하나, 신한은행보다 높다. 지방은행 중에 부산은행 보다 높다. 이자를 그만큼 많이 받아챙겼다는 얘기다.반면 은행들은 점포수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비대면 거래가 늘었다는 이유다. 지방은행의 영업점도 크게 줄었다. 지방은행 중 점포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이 대구은행이다. 대구은행의 점포수는 지난 3년간 42개가 줄었다.은행 점포 감소는 금융 서비스 사각지대 확대로 이어진다. 접근성 제한 등 고령층 고객의 소외를 불러온다. 지역 경제 및 창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점포 축소를 자제하라고 경고했다.금리 추가 인하 등 국면전환에 나섰지만 이미 국민들의 눈밖에 났다. 샤일록이 된 은행의 모습에 국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대구은행도 먼 산의 불이 아니다. 지역을 더욱 돌아봐야 할 것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22

우크라이나 전쟁 1년

우정구 논설위원 오는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지난해 2월 24일 새벽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지역에 대한 군사작전을 단행했다.20만명 가까운 병력을 동원한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곧 쓰러질 것 같았으나 국제사회의 예상을 뒤엎고 전쟁 1년을 버티어 냈다. 서방국가들의 군사지원 힘도 컸지만 국가를 사수하려는 국민들의 단합된 애국심의 결과기도 하다.1년 동안 양국이 입은 피해는 엄청났다. 양국의 사상자 수가 이미 수십만명에 이르렀고, 민간인 사상자도 2만명을 육박하고 있다 한다. 키이우경제연구소는 작년 말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의 재건비용으로 1조달러(약 1천220조원)를 예상했고, 우크라이나 국내 총생산(GDP)은 전년보다 30%가 줄었다고 발표했다.특히 이번 전쟁은 2차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대의 난민 피해를 일으켰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3분의 1인 1천300만명이 피난길에 올랐고 그 중 800만명은 해외로 떠났다고 발표했다.6·25 전쟁을 경험한 우리는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이 얼마나 큰 지를 잘 안다. 전쟁이 지나간 뒤에 생긴 비극적 상황을 전쟁이 끝난 수십 년 뒤에도 상처로 안고 지낸 기억도 있다.전쟁 발발 1년에 즈음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했다. 5억달러 규모 군사 지원도 약속했다. 양국 간의 연대감을 과시한 방문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전쟁의 종식을 바라는 지구촌의 기대는 당분간 멀어진 듯한 느낌이다.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되돌아보면서 지구촌은 전쟁의 위험과 고통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2-21

이재명과 文過遂非(문과수비)

홍석봉 대구지사장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빼도록 해 성남 도시개발공사에 4천89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다. 또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각종 인허가와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네이버 등으로부터 133억5천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검찰총장까지 나서 “지방 권력과 부동산개발업자의 불법 정경 유착을 통해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개발업자와 브로커가 나눠 가진 지역 토착비리”라며 몸통은 ‘이재명’이라고 시사했다.이에 이 대표는 “오늘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자,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져내린 날”이라며 “희대의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되받았다. 그는 온갖 수사(修辭)를 동원, 자신의 범법행위를 미화했고 검찰을 불학무도한 집단으로 몰아붙였다. 독재 권력의 정적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사악하고 파렴치한 집단이 됐다. 검찰이 이 지경으로 매도당한 적이 있나 싶다.거기에 더해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 파괴”라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에 반대해달라고 주문했다. 개인 비리를 민주당이 나서 막아달라고 한다.사마광의 자치통감에 ‘문과수비(文過遂非)’라는 말이 나온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교묘하게 꾸며 합리화하고 잘못된 행동을 계속한다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들은 자기합리화와 거짓말을 밥먹듯했다.검찰은 지금 자존심이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칼을 갈고 나섰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사법정의는 이제 국회의원들 손에 달렸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20

대구시민의 날

우정구 논설위원 21일은 대구시민의 날이다. 대개 도시마다 시민의 날을 정해 그날은 축제와 각종 행사로 기념하고 있다.대구시는 본래 1981년 대구직할시 승격을 기념해 10월 8일을 시민의 날로 정했으나 도시 정체성을 살리는 뜻있는 날로 정하자는 여론에 따라 2020년부터 국채보상운동 기념일인 2월 21일을 시민의 날로 변경, 시행하고 있다.서울시는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한양 천도일인 10월 28일을 서울시민의 날로 정해 놓았고, 부산시는 임진왜란 당시 부산포해전 승전일을 기념해 10월 5일을 시민의 날로 정했다. 저마다 도시의 특성과 시민의 자부심을 떠올릴 역사적인 날을 뽑아 시민의 날로 정하고 있다.대구의 국채보상운동은 일제의 경제침탈에 대항해 일어난 세계 최초의 시민주도 경제주권 운동이다. 1907년 2월 21일은 대구민의소가 북후정에서 군민대회를 개최하고, 국채보상운동 취지서를 낭독해 국채보상운동의 서막을 알린 날이다.이 운동은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졌고, 남정네는 담배를 끊고, 부인네들은 패물을 내놓아 나라의 빚을 갚는 데 앞장섰다. 2017년 10월 유네스코는 국채보상운동과 관련한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대구시는 21일을 시민의 날로 지정하면서 대구·경북 최초의 국가기념일인 2·28 민주운동기념일까지를 대구시민 주간으로 정해 시민들이 뜻깊은 날을 기억토록 하고 있다. 특히 2·28 민주기념일은 대구지역 젊은이가 독재에 항거해 일어난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주의 운동이며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운동이어서 시민주간 행사의 의미를 더해 준다.많은 시민이 이 날을 기억하고 의미를 되새겨보아야 시민의 날 제정의 의미가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2-19

에르진市의 교훈

우정구 논설위원 에르진시는 지진이 덮쳤던 튀르키예 10개 주(州) 가운데 특히 피해가 컸던 하타이 주 인구 4만2천명의 작은 도시다. 이번 강진의 진앙지로부터 직선거리 8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1만2천 채의 건물이 무너지고 수만명의 사람이 사망한 튀르키예 강진에도 건물붕괴 0, 사상자 0를 기록했다. 외신들은 기적의 도시라 불렀다.에르진시 엘마소글루 시장은 이런 결과를 묻는 외신기자에게 “나는 단지 불법건축물 시도를 일절 용납하지 않으려 노력했을 뿐”이라 말했다.이번 강진이 발생하자 튀르키예 정부도 부실공사가 피해를 키웠다는 여론에 따라 건설업자들에 대한 칼을 빼들어 100여 명을 체포하기도 했다.일본의 지진 전문가들은 튀르키예 지진이 피해가 컸던 원인으로 팬케이크 붕괴 현상을 꼽았다. 팬케이크 붕괴는 건물의 바닥이 무너지고 그 위에 또다시 윗층 바닥이 무너지는 방식이다. 잔해 속에 빈공간이 없기 때문에 다른 붕괴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내진 설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2017년 포항에서 발생한 5.4규모 지진에도 수많은 이재민과 재산 피해가 일어났다. 지진은 인류가 막을 수 없는 최악의 자연재난이다. 하지만 미리 대비를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튀르키예는 1999년 북서부 대지진으로 1만7천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는데도 제대로 건축법을 지키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엘마소글루 시장은 선거당선 후 불법건축물에 대한 예외 적용을 요구하는 민원에 많이 시달렸다고 한다. 그러나 한 번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장의 법과 원칙 고수가 인명과 재산을 지킨 결과가 되었다. 타산지석 삼을 만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2-16

대구 중앙로역 기억공간

홍석봉 대구지사장 ‘여기는 기억공간입니다.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지하철화재 참사로 192명의 사망자와 15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현장입니다. 우리는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고 추모하는 시민추모벽인 이곳을 기억공간이라 부릅니다.’18일은 대구지하철 참사 20주기를 맞는 날이다. 대구 중앙로역 지하 2층 ‘기억공간’ 추모벽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참사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검게 그을린 벽과 애잔한 추모 글이 추모객들을 맞는다. 아이들의 추모 포스터와 글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있다. ‘얼마나 아팠을까 20년 전 ‘그 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 모두가 더 안전한 세상을 기대합니다’라는 추모글이 가슴을 적신다.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추모위원회는 참사 20주기를 앞두고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제대로 된 추모사업 추진을 대구시에 촉구했다. 이들은 참사 발생 6년 만에 조성된 추모공원은 시민 안전 테마파크로, 희생자 192명의 이름이 새겨진 위령탑은 안전 조형물로 불리며, 희생자 32구가 안치된 추모묘역에는 안내판 하나 없다고 했다.올해도 추모문화제와 추모식 등 행사가 마련됐다. 하지만 유족들은 20년 세월도 무심하게 당시의 아픔을 곱씹고 기억공간에서 신기루를 잡으며 배회한다. 참사를 기억해야 할 공간이 오히려 참사의 기억을 지우는 공간이 되고 말았다는 유가족들의 지적이 귀에 따갑다.아직도 귀에 생생한, 희생자 가족들의 울부짖음. 대구는 2월만 되면 지하철 참사를 되새기며 가슴앓이를 한다. 기억공간 한 켠에 적힌 글이다. ‘고운님들이여! 생명의 별 밭에서 편히 쉬소서’/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15

만 70세

우정구 논설위원 나이 칠십을 고희(古稀)라 부른다.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의 곡강시에 나오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따온 표현이다. 평균 수명이 길지 않던 시대에는 61세가 되면 환갑잔치를 벌이며 장수를 축하했다. 평균 수명이 80세가 넘어선 지금 세대에서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공자는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고 학문의 심화된 과정을 술회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살에 섰으며 마흔살에 미혹되지 않았고 쉰살에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살에 귀가 순했고 일흔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랐지만 법도를 넘지 않았다”고 했다(논어 위정편).공자가 말하는 칠십은 종심(從心)의 경지다. 이 나이가 되면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해도 틀리는 일이 없었다는 것인데, 인생의 최고 경지를 두고 한 말이다.102세의 김형석 교수는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60세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65∼75세까지가 인생의 황금기였고 그 나이가 됐어야 생각이 깊어지고 행복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나이를 바라보는 세대관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건강 장수인구가 늘어난 탓이다.대구시가 70세를 기준으로 도시철도와 시내버스 무임승차 연령을 조정키로 하면서 노인 무료승차 연령 상향 논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자체에 따라 시행 시기와 방법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머지않아 70세가 노인 기준의 대세가 될 전망이다.칠십 나이까지 사는 사람이 드물어 고희라 불렀던 만 70이 이제는 노인 시작점이 되었으니 60대 노인이란 말은 사라져도 될 것 같다. 본격적인 장수시대가 열린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2-14

우산고로쇠

홍석봉 대구지사장 ‘신비의 물’로 불리는 울릉도의 ‘우산고로쇠 수액’이 본격 출하되기 시작했다.요즘 고로쇠 수액 채취시기를 맞아 울릉도의 해발 400~700m 산 중턱의 눈 더미 속에서 주민들의 고로쇠 수액 채취 손길이 분주하다. 해마다 경칩전후인 2월 말∼3월 중순에 채취한다. 우산고로쇠 수액은 청정지역에서 생산돼 깨끗하고 맛도 으뜸으로 평가받는다.높은 당도와 산삼(사포닌)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우산고로쇠 나무는 육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 자생, 100% 국산 유전인자를 가진 울릉도 토종 단풍나무과 활엽수다. 울릉도의 옛 지명인 우산국 이름을 따왔다. 산림청의 지리적 표시 임산물 제40호로 등록돼 있다.우산고로쇠 수액에는 시판 생수에 비해 칼슘은 약 40배, 마그네슘은 약 30배 높아 건강에 좋다고 한다. 아미노산, 비타민C, 미네랄 등 여러 가지 무기성분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고로쇠 수액은 산후조리, 숙취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노폐물 제거 및 신진대사 촉진 등과 비뇨, 변비, 류머티스, 관절염, 위장병, 신경통, 피부미용에도 효험이 있다. 신장병, 이뇨작용에도 효과가 크다고 한다. 냉장 보관하면 한 달 정도는 간다. 고로쇠는 ‘뼈에 좋은 물’이라는 뜻의 ‘골리수(骨利樹)’가 바뀐 말이라고 한다.우산고로쇠 수액으로 장을 담그면 일반 된장보다 뒷맛이 구수하고 개운해 장담그기용으로도 인기다. 울릉군은 해마다 우산고로쇠 수액으로 된장을 만들어 소외된 이웃에 전달하는 사랑의 장담그기 행사도 갖는다. 각종 쇼핑몰 등에서 판매해 요즘은 육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산고로쇠는 주민 건강을 챙기고 소득 증대에도 일조하는 효자나무가 됐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13

챗봇 돌풍

우정구 논설위원 2016년 3월 5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은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인공지능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게임의 전개가 다양하고 경우의 수가 많은 바둑을 이기지는 못할 거란 기대는 곧 허물어졌다. 알파고가 세계 최고수인 이세돌을 4대1로 눌렀던 것이다.알파고의 승리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기계의 승리란 측면에서 인간 세계에 던져준 충격은 실로 컸다. 인공지능 발달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하는 의문을 남겼다.컴퓨터가 최초로 개발되고 계산에서 사고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과 같은 기능은 거듭 발전해 왔다. 1997년에는 IBM의 인공지능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고, 인공지능 왓슨은 미국의 퀴즈 프로그램에 나와 역대 우승자를 모두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난공불락 영역으로 여겼던 바둑이 무너지고 최근 미국의 오픈 AI사가 개발한 대화형 GPT가 출시됐다. 출시 두 달만에 월간 이용자가 1억명을 돌파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판 챗봇 출시도 임박하다고 한다.챗GPT는 대화전문 인공지능 챗봇이다.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질문에 답변한다. 대학의 과제나 판결문 작성도 단숨에 써낼 수 있다. 어떤 복잡한 문제도 척척 대답을 한다고 한다. 인터넷이나 모바일폰 등장을 능가하는 일상의 변화가 예상된다니 얼마나 엉뚱한 세상이 될지도 걱정이다.또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의 진화로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을 한다. AI가 법률 자문을 하고 논문도 써주며 기사도 작성도 한다니 기상천외하다. 그보다 AI가 사람의 감정 영역까지 침투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2-12

튀르키예의 비극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에게는 터키로 잘 알려진 튀르키예공화국이 위치한 아나톨리아반도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인간 집단거주지 중 하나다.신석기시대부터 이곳에는 인도와 유럽어족 일파인 아나톨리아인이 살았다. 아나톨리아반도 동남부에서는 BC7500년에서 BC5700년 사이에 번성했던 인류 집단거주지의 유적이 발견됐는데, 그곳서는 사람들이 곡물로 빵을 만들어 먹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지난 6일 새벽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국경지대 일대에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났다. 21세기 전 세계에서 발생한 지진 중 4번째로 큰 지진이다. 직선거리로 약 7천400km가 떨어진 우리나라 지진계서도 감지됐다니 지진 강도는 짐작하고도 남는다.AFP통신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으로 1만1천2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지진발생 초기 15명으로 알려진 사망자가 시시각각 늘어 지금은 1만명을 넘겼다.미국의 지질조사국은 사망자가 10만명까지 갈 수 있다는 비극적 예측도 했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사람이 많아 사망자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외신이 전한 사고 현장은 끔찍하다. 어린 자녀를 잃은 부모가 속출했다. AFP통신은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딸의 손을 잡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비극의 현장들이 곳곳에서 포착되었다.지진은 인류가 대비하기 가장 어려운 재앙이다. 튀르키예 비극이 남의 일일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등 각국의 구호대가 긴급 파견을 갔지만 현장의 혹독한 기후 등으로 구호작업이 순조롭지 않다. 튀르키예의 비극적 사태에 지구촌 모두가 인류애로 그 아픔을 보듬어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2-09

군위군의 정치 역정(歷程)

홍석봉 대구지사장 22대 총선을 앞두고 군위군의 정치적 역정(歷程)이 관심사다. 올 7월 대구 편입 확정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군위군은 대구 선거구로 편입된다. 현재 대구 북구나 대구 동구의 편입이 거론되고 있다.국회 선거구 획정위의 조정이 필요한 선거구에 군위·의성·청송·영덕군 선거구가 확정됐다. 대구·경북에서는 유일하게 인구수 미달로 합쳐야 하는 대상이다. 현재 군위군을 대신할 지역으로는 예천군과 울진군이 유력시된다.인구 2만3천명의 군위군은 대구의 웬만한 동 규모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선거구 조정때마다 설움을 당했다. 선거때마다 인근 시군과 묶였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했다.군위는 1948년 제헌국회부터 5대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단독 선거구였다. 6~8대 선거때는 선산군과 한 선거구로 묶였다. 9대 때는 칠곡·군위·성주·선산 선거구에 포함됐다.10대 때는 구미·군위·성주·칠곡·선산이 한묶음됐다. 11· 12대는 구미·선산·군위·칠곡으로, 13·14대는 군위·선산 선거구에, 15대는 군위·칠곡·청송·영덕 선거구로, 16대는 군위·의성·청송·영양·영덕과, 17· 18·19대 선거는 군위·의성·청송과 한 지역구가 됐다. 20대 총선때는 군위·의성·청송에 상주가 더해 같은 지역구가 돼 선거를 치렀다. 2020년 21대 총선때는 군위·의성·청송·영덕군이 한 지역구가 됐다. 군위는 그동안 11차례나 이웃 지역과 합해졌다가 떨어졌다를 반복했다.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이다.군위는 대구 선거구에 편입됐지만 아직 동구와 북구 중 어느 곳과 합쳐질지 불분명하다. 어느 쪽과 합치느냐에 따라 국회의원 공천 판도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08

“함께 잘 살자”

우정구 논설위원 공동부유(共同富裕)는 “함께 잘 살자”는 뜻이다. 2021년 8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를 강조하면서 당시 중국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용어다. 중국의 민간기업과 고소득층의 부를 당이 조정하고 자발적 기부를 통해 인민과 나누는 개념을 이르는 말이다.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표방하면서 성장에 중점을 두었다면 시진핑은 분배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영국의 자선구호단체 CAF는 2022년말 기준 ‘세계기부지수’를 지난달 말 발표했다. 인도네시아가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뉴질랜드 등 경제 선진국을 제쳤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적은 나라가 기부선진국이라는 사실이 적이 놀랍다.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19개 국가 중 88위를 차지했다. 2011년 57위에서 해마다 순위가 떨어져 기부후진국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인도네시아의 기부지수가 높은 것은 종교적 특성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하나 사회 전반에 기부문화가 잘 유지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은 자부심을 가질 하다.공동부유를 주창한 중국은 2017년 세계 꼴찌에 머물던 기부지수가 작년에는 49위까지 뛰어올랐다.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미국도 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부자들의 사회공헌 문화와 세제지원을 통한 사회적 기부문화 조성이 순조롭기 때문이다.지난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었으나 상대적으로 기부도 그만큼 증가했던 것으로 CAF는 밝혔다. 기부문화는 사회 공동체를 지탱해주는 보이지 않는 큰 힘이다.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은 우리나라가 실질적인 경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함께 잘살자”는 공동부유의 정신이 이럴 때 발휘돼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2-07

‘낀 세대’의 자아찾기

홍석봉 대구지사장 1970년대 출생한 이들만 참가하는 이색 마라톤 대회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1972년생으로 구성된 마라톤 동호회 ‘72 쥐띠 마라톤 클럽’은 지난 5일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디아크 일원에서 ‘1970년대생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당초 72 쥐띠 마라톤 클럽이 자체 행사로 마련한 대회였다. 다른 동호회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규모가 커졌다. 주최 측은 “1970년대생 각 띠별 마라톤 클럽들이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규모를 키웠다”고 했다.우리 사회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대에 끼여 적응하지 못해 속칭 ‘끼인 세대’로 불리는 1970년대생들이다. 이들이 소외감을 해소하고 당당히 일어서자는 의미로 1970년대생 마라톤 대회를 기획했다고 한다. 대회 캐치프레이즈도 ‘70년대생들이여 함께 뛰자’로 정했다.250명의 대회 참가자가 강정고령보 디아크에서 출발, 금호강변길 42.195㎞ 풀코스를 달리며 낀 세대의 설움을 떨쳐버렸다.‘낀 세대’는 586세대와 MZ세대 사이에 끼어 위아래 눈치를 봐야 했다. 양 세대 사이에서 윗사람들의 고리타분함과 권위주의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고 ‘젊은 꼰대’라 불리며 후배들과의 경쟁에서도 치였다. 상실감이 적지 않을 터이다.역대 최대 수능 응시자가 대학에 지원해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았다. IMF 외환위기, 리먼브라더스 사태, ‘코로나19’ 등 큰 파고와 직간접으로 맞부딪혀야 했다. 그러면서도 경제 성장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세대다.아래위로 치며 갖은 고생을 다 했는데, 어느 순간 뒷방 꼰대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다. 1970년대생들의 자아찾기가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지만 안타까움이 앞선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06

대구서 시작하는 범시민 메세나 운동

우정구 논설위원 메세나(mecenat)는 기업의 문화예술지원 활동을 통칭해 부르는 말이다.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고,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역사적으로 메세나 활동의 대표적 사례로는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꼽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시대 예술계를 이끌던 거장들을 후원한 가문이다. 메디치가(家)는 예술분야뿐아니라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단테 등 당대 최고의 과학자와 철학자 등도 후원한 큰손 중 큰손이다.르네상스가 문화예술의 꽃을 피울 수 있었던 배경은 상공업이 무척 발달한 피렌체라는 도시가 있고, 그곳서 부를 축적한 메디치가가 있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후대에 와 미국의 맨해튼 은행의 록펠러 회장이 기업의 사회공헌 예산 일부를 문화예술 활동에 할당하자고 주장하면서 메세나 운동은 본격화 된다.작년 대구 등 전국의 많은 도시가 이건희미술관 유치에 나섰다. 빌바오 효과 때문이다. 빌바오 효과란 도시의 랜드마크 하나가 도시 전체를 먹여 살리는 것을 두고 하는 표현이다.스페인 북부 작은 도시 빌바오는 주력산업이 붕괴하면서 도시가 쇠락의 길로 접어들자 구겐하임미술관 유치로 극적 회생을 하게 된다. 존망의 기로에 선 도시가 미술관 건립으로 세계적 관광지로 떠오른 것이다. 문화적 가치만으로 도시는 얼마든지 번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대구문화예술진흥원을 중심으로 대구에서 기업과 시민, 언론이 동참하는 범시민메세나운동이 본격 전개된다. 국채보상운동 발상지답게 대구가 전국 최고의 메세나 성지로 거듭나길 기대해보자./우정구(논설위원)

2023-02-05

정월 대보름

우정구 논설위원 오는 5일은 정월 대보름날이다. 한해 첫 보름이자 보름달이 뜨는 날로 음력 1월 15일을 가리키는 날이다. 우리나라 세시풍속 중 보름달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추석명절도 보름날을 기준으로 하지만 정월 대보름은 옛날부터 설날만큼이나 비중이 높은 날로 여겼다. 세시풍속기에 따르면 1년동안 우리민족이 지내는 세시풍속 행사가 대략 189건에 이른다. 그 중 정월 한달동안 지내는 세배나 설빔 등과 같은 세시풍속이 78건에 이르러 거의 절반에 가깝다. 78건 가운데는 40여 건이 보름날과 관련한 행사라고 하니 우리민족에게 대보름은 매우 친근한 의미다.정월 대보름날 치러지는 행사를 대략 손꼽아 보면 달맞이, 달집태우기, 줄다리기, 지신밟기, 쥐불놀이 등의 민속놀이와 함께 부럼깨물기, 귀밝이술 마시기, 나물먹기, 오곡밥 먹기 등등이 있다.고래로 인류에게 태양과 달이 주는 영향은 매우 컸다. 해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달을 보면서 하루를 끝맺기 때문이다. 태양을 남성, 달을 여성에 비유한다. 농경민족인 우리는 달을 풍요의 상징으로 여겼다. 정월 보름달은 이런 주술적 믿음이 절정에 달하는 날로 생각한 것이다.정월 대보름날 행하는 큰 행사 중 하나인 달집태우기는 보름달이 떠오를 때 시작하는 대보름 행사의 대표다. 생솔가지와 나뭇더미를 쌓아 달집을 지어놓고 보름 달빛 아래 불을 질러 제액초복(除厄招福)을 기원한다. 달집을 태우면서 그해 풍년을 기원하기도 하고 마을의 질병과 잡귀가 없기를 바랬다고도 한다.코로나 사태로 3년간 쉬었던 달집태우기 민속행사가 올해는 곳곳에서 다시 재현된다. 코로나 잡귀가 물러나고 경제적 풍요가 찾아오는 한해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2-02

박정희 추모관

홍석봉 대구지사장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은 대통령 재임 시절 접견실로 설치됐다. 1979년 박 전 대통령 서거 후 조문객들의 분향소로 이용돼 왔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방화로 전소돼 구미시가 2017년 2월 새로 지었다. 매년 탄신제와 추모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해마다 20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다.구미시가 ‘박정희 대통령 숭모관’ 건립 논란으로 시끄럽다.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때문이다.구미경실련 등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박정희 전 대통령 숭모관 건립에 1천억원을 들이는 것은 순수한 목적이 아닌 정치적 목적에 혈세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숭모관 건립계획을 철회하고 시급한 일자리, 복지, 문화 등 민생에 매진하라”고 일갈했다.시민단체는 구미시가 생가에 있는 추모관이 협소하고 비탈길에 위치해 방문객들의 불편과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숭모관을 새로 짓겠다는 것은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고 꼬집었다.최신 기술을 활용한 기존 추모관 전시실은 콘텐츠를 업그레이드 해주지 않고 고장난 채 다른 전시물로 대체되고 있기 일쑤고 몇 년 째 바뀌지 않아 재방문자가 드물다고 했다. 오르막길이 문제가 아니라 전시 콘텐츠 업그레이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또,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인 경제개발과 민생안정 등에 매진하지 않고 오로지 기념관, 동상, 숭모관 건립 등 눈에 보이는 치적을 쌓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진정 추모하려면, 그 정신을 본받으라고 나무랐다.굳이 추모객들의 품격 있는 추모 공간 마련을 위해 거액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