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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이름 지어주기 전통

등록일 2023-12-06 18:26 게재일 2023-12-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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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여유당은 다산의 당호(堂號)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온 말로,‘신중하기(與)는 겨울에 내를 건너는 듯하고, 삼가기(猶)는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하듯 한다’는 뜻이다. 운치가 넘친다. 정약용은 다산(茶山), 여유당(與猶堂), 사암(俟菴) 등 많은 호를 가졌다. 김정희는 추사, 완당 등 호가 200개나 됐다.

본명을 피하고 호를 쓰는 관습은 중국 당나라 때 생겼고 조선시대 때 성행했다. 선조들은 전 생애에 걸쳐 여러 이름을 사용했다. 본명 외에 ‘아명(兒名)’이 있었고, 혼례 전 성인식 때는‘자(字)’를 받았다. 성인이 된 뒤에는 일상에서 ‘호(號)’를 썼다.

남자 아이들은 ‘아명’이라고 해 어릴 때 쓰던 이름이 따로 있었다. 관례를 치르기 전에는 아명으로 부르다가 관례를 치르고 난 뒤에는 ‘자’를 이름 대신 썼다. 나이 든 후에는 ‘자’ 대신 ‘호’를 쓴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을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 이름 대신 편하게 쓸 수 있는 ‘호’를 사용했다. 호는 자신이 직접 짓기도 했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지어주기도 했다.

상주향교가 최근 수호지례(授號之禮)를 개최, 관심을 끌었다. 수호지례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대신 벗 간에 쉽게 부르는 다른 이름을 지어주는 의식이다. 그동안 잊혔던 호를 지어주는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호는 자아의 표상이요, 새로운 인격의 탄생으로 평생을 거울삼아야 한다고 여겼다.

닉네임의 시대다. SNS 상 동호인 모임 등에는 닉네임으로 소통한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자신을 감추려는 목적에서다. 반면 호는 자신을 드러낸다. 호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취미,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짓는다. 호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홍석봉(대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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