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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행기 비상구

홍석봉 대구지사장 여객기의 좌석은 중간 중간에 1열 정도 빈 좌석열이 있다. 통상 비상구를 내기 위해 비워둔 곳이다. 이 곳 뒷 자리는 자연히 공간이 넓다. ‘비상구 석’으로 불리는 이 자리는 항공 여행객들의 선호도 1순위다. 비상구 석은 앞 좌석이 없고 다리를 뻗을 수 있어 일부 항공사는 일반 석보다 비싼 값에 판매하기도 한다.대부분의 항공사는 이 좌석은 예약시 좌석 지정이 불가능하다. 비상구 옆 좌석이라 체크인 카운터에서 건강한 성인 남성 위주로 배정한다. 상당수 항공사는 비상구 좌석 배정 조건으로 영어에 능통할 것을 요구한다. 비상 사태 발생 시 이 자리에 앉은 승객이 승무원의 지시 사항을 알아듣고 비상구를 열고 다른 승객들이 비상구로 대피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고려한 것이다.지난 26일 제주에서 대구로 오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대구공항 착륙 직전 213m 상공에서 30대 남성에 의해 비상구 출입문이 열리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외신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올 초 러시아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월 이르아에로 항공 전세기가 러시아 동부 한 공항에서 이륙 직후 뒷문이 열려 회항한 사례가 있다. 민항기가 개문 운항한 사례는 국내 처음이다. 국내에서 두 차례 항공기의 비상구 개방 사고가 있었으나 모두 운항 중이 아닌 주기, 또는 지상 이동 중 발생한 사고다.항공보안법에 승객은 항공기 내에서 출입문, 탈출구, 기기의 조작을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시 출입문을 조작한 사람은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아시아나 항공은 사고 후 같은 기종의 비상구 옆 좌석 판매를 중단했다고 한다. 황당무계한 사고가 잦다. 요지경 세상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29

연등(燃燈)

우정구 논설위원 “등에 불을 밝힌다”는 뜻의 연등은 불교문화권에서 널리 성행하는 불교의식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전국에서 행해지는 연등행렬은 연등과 관련한 대표적 불교 행사다. 우리나라는 신라 때부터 연등행사가 있어 그 역사가 1천200년이나 된다. 202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됐다.불교서는 어둠을 밝히는 등불을 지혜에 비유한다. 불상 앞에서 불을 밝히는 연등을 깨달음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생각하며 매우 소중히 여기는 문화다. 부처님 오신 날에 법당에 등불을 밝히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무명을 밝히고 세상의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의 의식이다.불교 서적 현우경에 나오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은 가난한 사람이 바치는 하나의 등이 부자가 바치는 수많은 등보다 공덕이 크다는 것을 교훈으로 한다. “물질이 많고 적음보다 정성이 소중하다”는 부처님의 사상을 표현한 말이다.내일은 불기 2567년을 맞는 부처님 오신 날이다. 석가모니 부처님 탄생을 기념하는 날로 음력으로 4월 8일이다. 우리나라는 1975년부터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불교 종주국인 인도는 물론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등도 석가탄신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성대히 열린다.과일 등을 팔아 평생 재산을 모은 할머니가 학교에 그 재산을 기부하고, 자신도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 소년소녀 가장의 살림을 돕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있다. 꼭 내가 넉넉해야 어려운 이웃을 돌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빈자일등의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도 꽤 있다. 이처럼 부처님의 지혜로 세상의 빛을 밝히는 사람이 있음에 우리 사회는 그래도 훈훈하다.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25

이슬람과 돼지고기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인근의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이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슬람 혐오와 차별 정서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이 삶은 돼지머리를 전시하고 돼지고기를 나눠 먹는 등 인종차별과 인권 침해가 벌어졌다. 이슬람 사원 반대를 위한 ‘돼지머리 시위’는 이제 외신에 까지 등장,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경북대 학생들은 이슬람 혐오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권위까지 나서 ‘이슬람 문화 비하와 적대감을 부추기는 행위’이자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한 소수자에 대한 전형적인 혐오표현’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무슬림(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금기시한다. 힌두교도는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무슬림은 이 계율을 자신들의 공동체 안팎에서 철저히 지킨다. 돼지 사육조차 않는다.이슬람은 왜 돼지고기를 이렇게 금지할까? 코란에는 돼지고기 금기가 명시돼 있다. 코란의 명령이다. 그 이유 중 가장 신빙성이 있는 것이 바로 중동지역의 환경설이다. 고대 중동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중요한 동물이 소, 양, 염소 세 동물이었다. 이 동물들은 풀, 짚, 나뭇잎 등 거친 섬유질 먹이를 먹는 반추동물이다. 인간이 먹지 않는 풀 등을 먹고 고기와 젖을 제공한다.반면 돼지는 잡식동물로서 되새김질을 하지않아 풀이나 짚 등 섬유소가 많은 식물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대신 섬유소가 적은 밀, 옥수수, 감자, 콩 등을 먹는다. 인간과 먹을 것을 두고 경쟁관계가 됐다. 또한 돼지는 건조한 중동 지역에 적합지 않다. 사육에는 시원한 그늘과 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금기 동물이 됐다고 한다.자고로 음식 갖고 장난치는 법은 아니라고 했다.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는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24

공공기관 억대 연봉을 보는 눈

우정구 논설위원 연봉 1억원대는 샐러리맨들의 꿈이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기업의 수익이 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원 평균연봉이 1억원을 넘는 직장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최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통해 공공기관의 기관장 연봉이 밝혀지면서 고액 연봉을 둘러싼 뒷얘기가 무성하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기관장 중 29명은 지난해 대통령(2억4천64만원)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은행과 한국투자공사 기관장의 연봉은 4억원을 훌쩍 넘었다. 국립암센터,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연봉 3억원이 넘는 곳도 많았다.또 연봉을 공시한 공공기관 340곳 중 300곳의 상임기관장 연봉이 공공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정부부처의 장관 연봉보다도 많았다.연봉은 그 기관의 운영실적과 기관장의 능력 등을 종합해 지급하지만 억대가 넘는 연봉은 서민층에게는 놀라움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특히 공공기관은 기업특성상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측면도 많아 지나친 연봉은 국민의 눈총도 받는다.많은 국민이 고금리로 허리가 휠 때 금리 인상의 수혜자인 은행들이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여 여론의 비난이 된 것도 국민 정서에 반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적자를 낸 한전이 설립한 한전공대의 교수가 전국 4년제 대학 정교수 평균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연봉으로 치면 1억5천만원에 상당하는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도 세비 만큼 일을 해야 국민의 눈총을 받지 않게 된다.억대 연봉을 받는 공공기관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국가발전과 지역사회 기여에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23

국가보안법이 문제라고?

홍석봉 대구지사장 표현의 자유와 국가 안전이라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지난 19일 ‘야학 선동·국보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은 대구의 60대가 40여 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법원은 “불법 구금상태서 신문조서 작성, 압수물 불법수집해 증거능력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동백림 간첩단 사건’으로 복역한 작곡가 윤이상의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사건 발생 56년 만에 재심 결정을 내렸다.반면 검찰은 최근 북에 ‘충성맹세’를 한 민노총 전 간부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노동단체를 외피 삼아 북한 지령에 따른 정치투쟁 등에 집중하도록 주도한 것”이라고 밝혔다.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키 위한 목적으로 1948년 제정됐다. 하지만 2023년 5월 현재 9건의 헌법소원과 3건의 위헌법률심판청구건이 올라오는 등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라는 ‘폐지론’과 국가 안전을 위한 안전판이라는‘유지론’이 팽팽하다. 국보법수호연대는 얼마 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보법 폐지는 공산혁명투쟁에 고속도로 깔아 주는 격”이라며 폐지 반대론을 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이 위헌이면 자유 대한민국도, 헌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폐지론자들은 철 지난 색깔론과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간첩몰이 공안탄압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이 ‘국가정보원의 간첩 수사권’ 및 ‘국가보안법’ 유지에 찬성했다. 공산 혁명에 동조하는 일부 민노총의 행태까지 한 묶음으로 봐 줄 수는 없지 않나./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22

제3차 세계대전은

우정구 논설위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를 뒤흔든 큰 사건이다. 전쟁으로 수백만명의 삶이 파괴됐고 세계 경제도 전쟁의 충격으로 궁지에 몰렸다. 그럼에도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제3차 세계대전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미국 등 서방국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적 지원이 사실상 전쟁을 거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최근 갈수록 격화되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로 벌어지는 강대강 대결 국면이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이도 있다.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 1일 시작해 1945년 9월 2일 종식됐다. 세계 30개국에서 1억명이 넘는 군인이 전쟁에 참여했다. 7천300만명의 희생자가 생겼다. 희생자 대부분이 민간인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핵무기가 사용되는 비극을 인류가 경험한 전쟁이다.2차 세계대전 이후 몇 차례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엿보였으나 가까스로 억제됐다. 만약 3차 대전이 일어났다면 인류의 문명은 수십년 후퇴하거나 최악의 경우 인류문명 자체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다. 2차 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전쟁 무기기술이 고도로 발달했다.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 등 다양한 살상용 무기들이 개발돼 실제로 그 무기가 위력을 발휘한다면 그 결과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1차대전 발발 전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강대강 충돌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지적하고 “3차대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며 냉전시대 미국 외교계의 거장으로 주목받았던 그의 경고가 주는 의미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우정구(논설위원)

2023-05-21

두바이식 개발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시가 지난달 신공항 특별법 통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대구경북 신공항 개발과 후적지 조성을 위한 해외시장 벤치마킹에 나섰다.홍준표 대구시장과 이만규 시의회의장 등 일행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등지를 둘러보고 두바이 개발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 등을 직접 만나 세계적 도시로 성장한 두바이의 성공 사례 등을 현장 확인할 예정이라 한다.홍 시장은 시장후보 시절 “군 공항이 이전한 후적지를 24시간 잠들지 않는 두바이식으로 개발해 대구의 성장을 이끌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어 그의 이번 두바이 방문에 각별한 관심이 쏠린다.두바이는 아랍계 자본과 서방 자본의 이해가 일치하면서 대규모 투자가 일어난 곳이다. 이곳은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는 7개 토호국 중 하나이자 최대 도시다. 초고속 성장을 이루면서 세계 각국이 두바이 방식을 모델로 앞다퉈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첨단 우량기업 유치와 각종 규제 철폐를 통해 글로벌 관광·상업시설을 조성한 두바이는 21세기 가장 빠른 성장을 한 도시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특히 두바이 공항내 경제특구인 DAFZ는 각종 면세 제도와 외국인의 100% 지분 허용으로 글로벌 기업 1천800개가 입주해 있다.2006년 두바이를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곳은 한강의 기적보다도 더 놀라운 기적이 진행되고 있다”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도 “두바이를 성공시킨 지도자의 상상력과 리더십에 감탄한다”고 말했다.홍 시장의 말대로 규제를 풀고 두바이처럼 대규모 쇼핑센터 등을 조성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는 단계이나 두바이식 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5-18

횡단보도 그늘막의 가치

홍석봉 대구지사장 그늘이 반갑게 느껴지는 계절이 됐다. 때 이른 무더위에 사람들은 쫓기듯 그늘을 찾아든다. 대구·경북에 벌써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가 찾아왔다. 16일 낮 최고 기온이 경북 울진 34.9도, 포항 33.9도, 대구 33.6도, 안동 32.8도를 기록하는 등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에 시민들이 헉헉댔다. 보행자들은 그늘막 아래서 땀을 훔치며 한숨을 돌린다. 그늘막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든 소중한 존재가 됐다.횡단보도 그늘막은 얼마전 최고의 정부혁신 아이디어로 선정됐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최초 및 최고로 선정한 ‘드라이브스루’ 등 18개 중에서 최고로 뽑혔다.횡단보도 그늘막은 서울 서초구가 2015년 국내 최초로 설치한 후 전국으로 확산했다. 그 이듬해부터 대구에도 설치되기 시작, 현재 전국 각지에서 활용하고 있다. 전국 확산 과정에서 그늘막도 진화했다. 기능을 특화한 그늘막이 등장했다. 부산시 북구는 인공 안개비를 뿌려주는 그늘막을 선보였다. 천안시는 학교나 노인시설 등 설치장소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그늘막을 내놓았다. 파라솔 형태의 고정식 그늘막은 2017년 8월 도로법에 따른 도로부속물로 인정받았다.최근에는 그늘막에 스마트 기능을 추가해 주변 온도와 일조량 등을 감지해 자동 개폐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횡단보도와 교통섬 인근에 설치된 그늘막은 보행자들에겐 도심 속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횡단보도 그늘막은 신호대기 동안 자외선과 열사병을 막아주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제공한다. 온열질환 예방 효과도 있다. 네거리 등 도로변에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 됐다. 그늘막의 고마움을 알고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터이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17

도마뱀의 꼬리 자르기

우정구 논설위원 파충류의 일종인 도마뱀은 현존하는 파충류 가운데 가장 많은 6천종이 넘는 종류를 가지고 있다. 산간 초원이나 사막 등지에 서식하며 천적을 만나면 꼬리를 자르고 미끼로 남기며 도망가는 동물이다. 도마뱀의 꼬리 자르기는 천적을 만나는 절체절명 순간에 최후 수단으로 사용된다. 잘린 꼬리에 신경이 남아있어 일정시간 꿈틀대며 천적의 관심을 끄는 동안 본체는 멀리 달아난다.도마뱀의 꼬리 자르기를 생태학적으로 관찰하면 몇 가지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첫째 다시 자라난 꼬리는 더이상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 말하자면 꼬리 자르기는 일생에 단 한번이다.또 자절 후 꼬리가 재생되더라도 처음과는 상당히 다른 모양으로 재생된다는 점이다. 잘려나간 꼬리에는 뼈가 있지만 다시 생긴 꼬리에는 힘줄만 있고 뼈가 없다. 꼬리는 양분을 저장하는 곳이어서 재생된 꼬리로서는 힘을 제대로 쓰기가 힘들고, 또 몸의 균형이나 속도를 내는데도 매우 불리하다는 것이다.도마뱀이 꼬리를 잘라 임기응변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타고난 본래의 기능을 완전 회복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것을 우리는 자연의 섭리라 한다.사람 사는 세상에도 꼬리 자르기가 있다. 진실을 숨기고 아랫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비열한 행위를 비유해 이렇게 부른다. 더불어민주당이 돈봉투 의혹이나 각종 비리에 연루된 소속 의원을 자진 탈당시키면서 탈당꼼수, 꼬리 자르기란 비난에 휩싸여 있다.특히 코인 투기의혹에 빠진 김남국 의원이 자진 탈당하면서 논란이 더 증폭되고 있다. 진실은 자른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도마뱀의 꼬리에서 알 수 있지 않은가./우정구(논설위원)

2023-05-16

양수발전소의 부상(浮上)

홍석봉 대구지사장 양수발전은 평상시 전력 공급이 충분할 때 하부댐 물을 상부댐으로 퍼올렸다가 전기가 부족할 때 상부댐 물을 낙하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3분이면 전력 생산이 가능해 원자력, 화력 같은 주력 발전이 멈추거나 출력을 낮춰야 하는 긴급 상황에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안정적인 장시간 운전을 할 수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양수발전소 건설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확대 추세다.유용한 시설이긴 하지만 댐 건설로 인한 주민 이주와 환경 훼손 등 때문에 기피 시설로 꼽힌다.국내에선 1980년 청평양수발전소가 첫 건설됐다. 이후 삼랑진, 무주, 산청, 양양 등에 잇따라 건설됐다. 대구·경북에는 청송 양수발전소가 2006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2012년엔 예천 양수발전소가 건설됐다. 현재 7기가 국내 가동 중이다. 2019년 지자체 공모를 통해 영동, 홍천, 포천 3개 지역을 추가 선정, 2024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2030년부터 2034년까지 순차적으로 준공할 예정이다.정부는 2036년까지 현 설비의 75%에 해당하는 3.55GW 규모의 양수발전 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1단계로 1.75GW 규모 신규 양수발전소 2~3곳을 오는 6월 심사를 통해 선정한다. 경북 영양군과 봉화군이 양수발전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기피시설을 유치해서라도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려보려는 의도다. 양수발전소 유치시 인구 증가, 지역경제 및 관광 활성화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영양군과 봉화군이 범군민 유치위원회를 구성, 결의대회를 갖는 등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경북 지자체의 처절한 몸부림이 너무 애절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15

“아이들은 가라”

우정구 논설위원 노키즈존의 한국식 표현은 No Kids Zone이나 영미권에서는 Kids-Free Zone으로 쓴다. 얼핏 아이의 자유로운 공간으로 보이지만 본뜻은 아이로부터 자유로운 곳을 의미한다.2010년대 중반쯤 등장한 우리나라 노키즈존은 어린아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금지하는 음식점, 카페 등을 일컫는 말이다. 출입 어린이의 과도한 행동으로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어린이 안전사고를 미연에 막자는 것이 설치 이유다.그러나 업소 측의 주관적 기준과 가치 판단으로 다수의 손님이 차별을 받는다는 이유로 노키즈존 반대 여론도 많다. 최근 제주도의회가 전국 최초로 노키즈존 금지 조례를 추진하다 유보했다. 법률적 근거가 없고 영업 자유권 침해로 또다른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서다.작년 전북 완주군의 어린이 의회에서는 어린이들이 아동권리 침해의 대표적 사례로 노키즈존을 꼽기도 했다.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에 500개의 노키즈존이 존재한다”고 밝히고 “세계 최저 출산율을 보이는 한국에서 이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공공장소에서 어린이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강조하고 아이 갖는 것을 한층 꺼리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최근 한 카페가 노시니어존을 만든 것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조그마한 동네에 테이블 두 개 있는 작은 카페라 불가피했다는 해명에도 특정 계층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반대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차별과 권리의 주장 사이에 합일점 찾기가 쉽지 않다.다행히 아이를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하는 예스키즈존도 늘고 있다니 이를 장려하는 것이 논란에서 벗어날 해법이 아닐까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14

퓰리처상

우정구 논설위원 기자들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에는 전쟁을 배경으로 한 특종기사가 선정된 사례가 많다.6·25 전쟁 당시인 1951년 부서진 대동강 철교다리를 건너 탈출하는 피난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퓰리처상을 받았다. 베트남 전쟁을 대표하는 ‘소녀의 절규’ 사진도 1972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전쟁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비극의 현장이다. 전쟁의 와중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또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전쟁이란 위험 속에서 이러한 비극적 장면을 취재하고 사진으로 담는 것은 전쟁이 던져주는 참상을 만방에 알리기 위한 언론의 노력이다. 또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모든 이에게 경각심을 주고 전쟁으로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퓰리처상은 미국의 신문 저널리즘과 문학적 업적 등에 가장 높은 기여자에게 주는 상이다. 미국의 언론인 조지 퓰리처가 남긴 유언에 따라 50만달러 기금으로 1917년 제정됐다. 미국 언론인에게만 수여하는 상이지만 언론인에게는 가장 영광스런 상으로 평가 받는다.소련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난 2월 전쟁 발발 1년을 맞았다. 이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2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지금도 전쟁이 진행 중이며 전쟁의 끝이 언제일지 알 수 없어 안타까움을 준다. 이 전쟁으로 국제적 긴장감이 높아졌고, 글로벌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우크라이나 항구도시 마리우풀 등에서 전쟁 현장을 취재한 AP통신기자들에게 퓰리처상이 돌아갔다는 소식이다. AP 사진기자 등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를 생생하게 전달한 사진으로 공공보도 및 특종사진 부문 수상을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언론의 본분은 이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11

팔거산성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팔거산성은 금호강 북쪽에 위치한 함지산 정상에 축조된 산성 유적이다. 산 모양이 함지같다고 해 ‘함지산성’, ‘반티산성’이라고도 부른다. 팔거산성은 7세기 초 신라의 지방 거점이자 군사요충지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당시 신라 서쪽 지역에서 왕경인 경주시로 이어지는 통로는 오늘날 낙동강을 통해 칠곡-대구-경산-영천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이 길목에서 가장 서쪽에 있던 팔거산성은 수로와 육로를 동시에 통제하는 중요 거점이었다. 남쪽으로 대구 분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금호강과 과거 주요 교통로였던 영남대로가 교차하는 길목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주변 지역을 감시하기에 적합했다.학계에서는 입지 특성으로 미뤄 삼국시대 신라 왕경(王京) 서쪽의 가로축 방어 체계를 담당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신라의 수도인 경주를 외곽 방어하는 산성이었던 것이다.팔거산성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만 접근할 수 있는 현문(縣門)식 구조와 둥근 돌출부 형태의 곡성(曲城) 등이 확인됐다. 신라 산성의 독특한 축성 양식이다. 완만한 경사의 성벽, 곡성과 성벽의 접합부 축조 방식 등이 확인돼 역사적 가치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2021년 팔거산성의 집수지(集水池) 유적에서 7세기 초 신라시대의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 16점이 발견됐다. 산성 축조 시기와 산성의 운영 방식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팔거산성은 6세기 신라산성 목조집수지가 보존된 유일한 유적이다. 문화재청은 최근 ‘대구 팔거산성’을 사적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적 지정을 계기로 팔거산성을 원형 복원해 새로운 명소로 가꿔나가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10

모럴 헤저드

우정구 논설위원 모럴 헤저드는 19세기말 영국의 보험회사들이 피보험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가르키는 말로 처음 사용됐다.자동차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안전운전을 할 텐데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사고가 나더라도 비용은 보험회사가 물어준다는 생각에 운전을 소홀히 한다는 뜻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지금은 법적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거니 집단이기주의적 행위를 가르키는 행동 등에 이르기까지 그 사용 범위가 넓어졌다. 우리 사회의 각종 병리현상이나 정치인의 도덕적 결함도 모럴 헤저드의 범주에 든다.미국 등 서구 사회를 지탱하는 ‘도덕의 힘’으로 표현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가르키는 용어다. 부와 권력은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수반하는 것이므로 사회 지도층일수록 지위에 걸맞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적 예시로 프랑스 칼레시 지도층의 행동이 자주 인용된다. 영국과의 전쟁에 패배한 대가로 6명의 대표시민 목숨을 요구받은 칼레시는 당시 도시의 최고 부호와 고위층이 스스로 먼저 목숨을 내놓겠다고 나서면서 위기에 빠진 도시를 건진다.사회지도층이 가져야 하는 도덕적 책임은 이처럼 매우 엄중하고 엄숙하다. 특히 가진 자의 도덕심은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사회적 불안을 조장할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할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진다.한국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덕목은 과연 어느 수준일까. 궁핍 마케팅으로 유명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화폐 보유 논란을 보면서 한국 정치의 모럴 수준을 걱정해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09

‘안동 구시장’의 부활

홍석봉 대구지사장 ‘안동찜닭’은 안동 구시장의 대표 상품이다. 안동찜닭 골목은 2011년 경북 유일의 테마 골목으로 지정됐다. 안동을 찾는 관광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찜닭 골목을 찾는다. 안동찜닭은 한 번 맛보면 풍미에 매료된다. 당면과 어우러져 칼칼하면서도 단맛이 일품이다. 어느덧 안동찜닭을 빼고는 안동을 말할 수 없는 명물이 됐다.구시장엔 안동찜닭 골목만 있는 게 아니다. 인근의 갈비골목, 떡볶이골목 등 음식특화거리가 형성돼 있어 다양한 먹거리 체험을 할 수 있다. 거기에 별점을 하나 더했다. 안동 구시장 연합(안동구시장, 남서상가, 중앙문화의거리, 음식의거리)이 최근 대구 서문시장과 함께 ‘K-관광 마켓’10선에 선정된 것이다.‘K-관광 마켓’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지역관광을 활성화하고 대한민국 전통시장의 매력을 키워 대한민국 대표 관광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안동은 먹거리 뿐만아니라 볼거리, 즐길거리도 푸짐하다.차전장군 노국공주 축제(5월), 썸머페스티벌,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9월), 눈빛축제 등 사계절 축제가 펼쳐진다. 토요 풍물시장, 하회별신굿탈놀이 야간공연 등 다양한 체험과 문화공연 등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인근의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월영교 등 안동 대표 관광 명소를 오가는 식도락 여행에도 제격이다.이번 ‘K-관광 마켓’선정에 따라 안동시는 특화콘텐츠 발굴, 지역 관광지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 등 국·내외 관광객 유치 마케팅에 주력할 예정이다. 원도심 쇠퇴로 찬바람이 불던 안동 구시장에 사람이 모일 전망이다. 안동 구시장의 맛과 멋을 널리 알려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구시장의 재탄생이 기대된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08

아! 천마도여

우정구 논설위원 경주 천마총 발굴은 박정희 전 대통령 특명에 의해 시작됐다. 천년고도 경주를 관광수도로 만들겠다는 박 전 대통령의 생각이 발굴로 이어진 것인데, 경주에 대한 그의 진한 애정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1973년 국민적 관심 속에 시작한 천마총 발굴은 우리 발굴 사상 획기적 사건으로 평가될 만큼 귀중한 유물을 찾아낸다. 1만여 점의 유물 속에 발견된 신라금관은 당시 국민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발굴 100여 일 만에 수습된 금관은 금관을 보고 싶어한다는 대통령의 말에 따라 다음날 청와대로 잠시 옮겨진 일화도 있다.천마총 금관은 지금껏 발견된 금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하다. 지증왕의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확실치 않다고 한다.천마총 발굴의 하이라이트는 천마도(天馬圖)다. 보통 사람의 시선이 금관에 모두 쏠렸지만 천마도 발굴은 나라를 발칵 뒤집을 만한 큰 사건이다. 고구려나 백제처럼 신라에는 무덤벽화가 없어 천마도가 가지는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천마도는 말의 안장 장식의 일종인 장니에 그려진 그림이다. 연약한 자작나무 껍질에 1천500년을 견디어 온 것 자체가 신비다.발굴 당시 김정기 단장은 그의 회고에서 천마도를 무사히 건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심한 공포감에 빠졌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머리에 뿔 비슷한 게 달려 한때 천마가 아닌 기린이란 논쟁도 있었으나 천마로 결론이 났다.꼬리를 세우고 하늘을 나는 듯한 흰색 천마가 9년만에 실물 공개됐다. 빛에 약해 지금까지 단 세차례 밖에 공개되지 않았던 천마도를 7월 16일까지 경주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하니 가 보길 권한다.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신라 유일의 회화 천마도 감상의 기회를 놓쳐서야 되겠나. /우정구(논설위원)

2023-05-07

‘봉이 김선달’과 관람료 폐지

홍석봉 대구지사장 구례 화엄사의 말사인 천은사는 지리산 3대 사찰로 꼽힌다. 천은사는 노고단 길목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받았다. ‘산적 통행료’ 비난이 일었다. 등산객들의 집단소송과 국민청원이 잇따랐다. TV드라마 소재가 됐다.조계종과 문화재청이 지난 1일 국가지정문화재를 보유한 조계종 산하 사찰 입장시 징수하던 문화재관람료를 4일부터 폐지했다. 지역의 불국사와 석굴암, 동화사 등 전국 65개 사찰이 대상이다.문화재관람료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징수를 시작했다. 사찰이 국가를 대신해 국보나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를 보호·관리하고 있는 점이 고려됐다.1967년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를 통합 징수했고, 2007년 정부가 국립공원 입장료만 폐지했다. 이후 문화재 보호·관리비용을 받겠다는 사찰 측과 못내겠다는 등산객들의 관람료 갈등이 불거졌다.문화재관람료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을 계기로 폐지됐다. 정 의원은 지난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비유해 조계종의 거센 반발을 샀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불교계 달래기에 나섰다. 문화재보호법을 개정,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감면 비용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올해 419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앞서 영천 은해사는 지난해 4월부터 무료 개방했다. 액수도 크지 않은데다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경주시도 4일부터 대릉원 관람료를 전면 폐지했다. 사찰과 왕릉 등 문화재 무료개방은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누이줗고 매부 좋은 격이다. 금액은 미미하지만 의미는 크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03

마약사범과 사형제도

우정구 논설위원 유엔은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일 때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부여한다. 우리나라는 2016년 이 수치를 넘어서 마약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지가 벌써 7년이 됐다.특히 청소년층의 마약사범 증가율이 폭증하고 있고, 우리 사회 곳곳에 마약류가 이미 깊숙이 침투해 마약류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여느 때 보다 높아져 있다.검찰이 청소년을 상대로 마약류를 공급하는 범죄자에 대해서는 “최고 사형을 구형하겠다”는 특단 대책을 내놨다.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한 마약 음료 사건이 터진 것을 계기로 사법당국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사법당국의 이런 엄단 의지에 비해 실제적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동안 사법당국이 마약사범은 느는 데 반해 처벌은 솜방망이 정도로 가볍게 처리해왔기 때문이다.마약범죄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하는 나라로는 아편전쟁을 경험한 중국과 싱가포르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은 2014년 6월 한국인 마약사범 2명을 자국법에 따라 사형을 집행했다. 우리 정부의 인도적 선처 요청에도 중국 정부는 “마약사범엔 예외가 없다”는 식으로 사형을 집행한 것이다.싱가포르는 마약을 밀수하다 적발되면 사형에 처하는 무관용의 정책을 펴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의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사형을 집행한다. 작년만 마약 밀매범 11명을 사형했고 올해 또다시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사형제 폐지라는 국제적 흐름에도 이들 국가는 마약사범에 대해선 사형제도를 존속을 고집한다. 마약사범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마약청정국으로 가는 길임을 보여준 사례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5-02

아낌없이 주는 아까시나무

홍석봉 대구지사장 아까시의 계절이다. 시골 길 차창 밖으로 아까시나무 흰 꽃이 산등성이를 감싸며 펼쳐졌다. 창을 열자 진한 꽃향기가 온 몸을 스친다.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알고 있는 나무는 사실은 아까시나무다. 아까시나무의 꽃은 5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 6월까지 향기를 뿜어낸다. 아까시나무 꽃이 피는 시기는 본격적으로 비가 오는 시기다. 산불 발생이 줄어드는 시작을 알려 산림 공무원들이 가장 반긴다.미국이 고향인 아까시나무는 19세기 말 국내에 들어왔다. 일제 강점기 때 산림녹화와 목재 및 땔감용으로 심었다. 번식력이 강해 묘지 주변에 뿌리내리면 제거가 어려워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황폐화한 산림을 복원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전형적인 콩과 식물로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질소를 고정시켜 준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아까시나무 꿀은 양이 많아 대표적인 밀원수(蜜源樹)다. 한 때 우리나라 나무의 10%를 차지했다. 국내 꿀 생산의 70%를 담당했다. 화력이 강하며 연기가 적어 땔감으로 적합하다.목재로도 쓸 만하다. 내구성이 좋아 공사장 방벽이나 받침목 등의 자재로 사용된다.아까시나무 꽃과 뿌리껍질은 약재로 사용된다. 이뇨, 소염과 항염증 성분이 함유돼 있다. 붉은 꽃이 피는 원예종은 관상용으로 인기다.30년생 아까시나무는 1㏊당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연간 약 13.8t으로 국내 나무 중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가장 뛰어난 상수리나무(14t)와 비슷하다. 꿀벌의 고장 칠곡군은 아까시나무로 친환경 상패를 제작, 보급하고 있다.아까시나무는 이렇듯 환경친화적이다. 꿀과 향기, 각종 자재까지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사람에게 준다. 고맙기 짝이 없는 나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01

아메리칸 파이

우정구 논설위원 한국인에게 가장 한국적 음식은 김치나 된장과 같은 숙성음식이다. 미국인에게 가장 미국적인 음식은 무얼까? 단연코 아메리칸 파이다. 그중에서도 애플파이다. 아메리칸 파이는 미국 어느 곳에서나 즐겨 맛볼 수 있는 미 국민의 디저트다. 요리 방법도 지역따라 각양각색이다. 아메리칸 파이 축제도 많이 열려 미국 여행 때는 반드시 먹어 봐야 할 음식이다.미국 숙어에 ‘as American, as apple pie’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아주 미국적’이라는 뜻이다. 아메리칸 파이를 미국의 상징처럼 표현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백악관 만찬에서 그의 학창시절 애창곡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 화제다. 아메리칸 파이는 ‘빈센트’ 등의 히트곡으로 국내서도 잘 알려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인 돈 맥클린(77)이 작곡한 곡이다.인기 절정인 가수들이 1959년 다음 순회공연을 위해 경비행기를 타고 가다 추락사한 것에 영감을 얻어 작곡한 이 곡은 ‘그날 음악은 죽었다(the day the music died)’라는 가사로 국내서도 잘 알려져 있다.원작자 맥클린은 백악관 국빈만찬에 초대를 받았지만 콘서트 투어 중이어서 참석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윤 대통령의 노래를 듣고 “내년에 한국에 가서 함께 노래할까 한다”고 화답했다고 외신은 전한다.윤 대통령의 노래 선곡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미국적인 이미지의 아메리칸 파이였다는 것은 절묘한 측면이 있다. 외국인이 아리랑 노래를 우리말로 불러 한국인에게 감흥을 안겨주는 것과 같이 윤 대통령이 즉석에서 부른 이 노래가 양국간의 정서적 친밀감을 더 높여주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음악이나 예술이 갖는 마술같은 효과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