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 사람 오자서(伍子胥)는 아버지 오사와 형 오상을 억울하게 잃었다. 복수를 다짐한 오자서는 홀로 초나라를 탈출했다. 심적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던지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오나라로 달아난 그는 훗날 ‘오왕 합려’로 불리는 공자 광(光)을 만난다.
오자서는 갖은 책략을 동원해 광을 보위에 올렸고 오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그는 기원전 506년, 오나라 대군을 이끌고 초나라를 공격했다. 3개월여 만에 수도를 함락시켰다. 하지만 오자서의 원수인 평왕은 이미 죽은 뒤였다. 오자서는 평왕의 무덤을 파헤쳤고 시신을 꺼내 구리 채찍으로 300대를 내리쳐 형체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만든 후에야 매질을 멈췄다.
원한이 사무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쳤다는 여론이 일었다. 그러자 오자서는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는 말을 남겼다.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복수의 화신 오자서의 한 서린 고사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아들을 잃은 미국 웜비어 부부가 최근 북한 자금 29억원을 회수했다. 웜비어 부모는 6년이 지나도록 복수를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엔 북한의 새 자금원인 가상화폐까지 뒤지고 있다고 한다.
웜비어 부부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다음해인 2018년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 5억 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인정받았다. 부부는 이 판결을 근거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북한 자산을 추적해 압류하거나 동결시켰다. 집요한 복수 행각이다. 웜비어 부모는 “죽는 순간까지 악랄한 김정은 정권과 싸우겠다”고 했다. 김정은 정권의 패악이 세계인에게 복수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면 좋은 결말을 보지 못한다.
/홍석봉(대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