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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낙엽과 파랑돔

등록일 2023-11-26 17:54 게재일 2023-11-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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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구 논설위원
우정구 논설위원

만추(晩秋)의 시간인 지금쯤에는 노랗거나 붉은색으로 물든 단풍이어야 할 낙엽이 푸른색으로 떨어져 인도를 가득 메운 사진들이 온라인 상에 올라와 화제다.

일부 네티즌들은 “기후변화가 언젠가는 곱게 물든 단풍을 볼 수 없게 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글까지 함께 올렸다.

단풍은 나무가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잎에 있는 영양소와 수분을 나무가 빨아들이고 잎과 결별할 때 땅에 떨어진 것이 바로 낙엽이다.

그런데 이상 기온으로 나무가 엽록소를 다 파괴하지 못해 잎이 푸른색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 가을은 이런 푸른색 낙엽이 유난히 많아 네티즌 사이에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바다 속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최근 학계에 보고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울릉도 연안에 대표적 열대성 어류인 파랑돔이 작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는 보고를 했다. 베트남이나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 등지에서나 볼 수 있는 검은줄꼬리돔도 발견됐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물속 온도가 높아져 생긴 현상이라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1월 대구의 최고 기온은 27도, 최저 기온은 17도를 기록했다. 평년보다 10∼15도가 높다. 사람들이 소매 차림으로 다녀도 전혀 어색치 않을 날씨다. 이달에는 또 비까지 자주 내렸고 중순 이후는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등 심한 기후 변동이 있었다.

지구촌의 이상 기후가 생태계 근원까지 흔들고 있는 현장을 지금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울릉도 연안의 파랑돔 등장이 반갑지도 않고 푸른색 낙엽을 보며 만추의 여유를 즐기기에도 부담스럽다. 심각한 자연파괴 현상이 주는 충격 때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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