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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젊은이 바글거리는 거리, 색다른 즐거움 가득

대체 ‘여행’이란 뭘까? 사람은 왜 자신이 일상을 보내는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생경한 시간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이는 대단히 어려운 질문일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수십 개 나라를 돌아본 이들도 선뜻 “그건 말이지…”라고 시작되는 답을 꺼내기 쉽지 않은.기자 역시 위와 같은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봤고, 주위에서도 유사한 궁금증을 드러내는 이들을 적지 않게 만났다. 그럼에도 인간이 여행하는 이유를 아직 잘 모르겠다.다만 하나. 30개쯤의 국가를 헤매고 돌아다니며 깨달은 건 있다.‘사람이 사는 모습은 그게 동양이건 서양이건, 백인이 주류인 국가이건 황인이 모여 사는 나라이건 흑인이 다수인 곳이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통칭 ‘지구인들’은 그 삶의 형태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는 게 기자의 생각.그러나, 세대 간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는 듯하다. 같은 시간, 동일한 정치·경제·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지만 X세대와 MZ세대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과 행위의 저변에 깔린 사고체계 사이엔 크고 분명한 간극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지난 달 X세대인 기자가 다녀온 일본 오사카 여행에서도 그 ‘간극’을 확인할 수 있었다. MZ세대는 X세대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어떤 게 그랬냐고? ▲도톤보리 ‘글리코’ 아래 포토 존에 만들어진 기나긴 줄오사카 여행을 결정하고 이를 점심 먹는 자리에서 알렸을 때, 20~30대 후배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말했다.“오사카하면 도톤보리죠.”그래서 알게 됐다. MZ세대의 오사카 여행 핫 플레이스는 ‘도톤보리’란 걸. 그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이 의문에 ‘두산백과’는 아래와 같은 답을 들려줬다.“도톤보리(道頓堀)는 일본 오사카에 있는 번화가다. 고급 상점들이 즐비한 신사이바시와 달리 서민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거리. 난바로 이어지는 에비스바시에서 동쪽의 닛폰바시에 이르는 지역에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독특한 간판이 많다. 특히 에비스바시의 글리코 제과점 옥외 간판은 지역의 트레이드마크다. 에비스바시는 젊은이들의 난파(젊은 남성이 처음 본 여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행동을 일컫는 일본어)로 유명하여 ‘난파 다리’라고도 불린다. 난파를 당하지 않고 이 다리를 건너게 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여성이 있을 정도로 이곳에서는 ‘난파’가 성행한다. 오사카를 대표하는 다코야키 가게, 회전초밥 식당, 유명한 라면집 같은 음식점도 흔하다.” 숙소에서 도톤보리까지는 지하철을 타면 1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 유명세를 익히 들었으니 가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해가 질 무렵에 찾는 게 좋다”는 정보까지 알아냈으니 늦은 오후에 도톤보리행 지하철에 올랐다.과연 그랬다. 서울에 비유하자면 홍대 앞 젊음의 거리와 명동을 합쳐놓은 것 같고, 경북 포항에 빗대 말하자면 영일대해수욕장 번화가와 맛집 많은 쌍용사거리를 모아놓은 듯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일본과 한국은 물론 중국과 서양의 MZ세대가 말 그대로 바글거렸다.앞서 언급한 ‘난파 다리’에도 가봤는데, 여행자가 워낙 많아 누가 누굴 유혹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난파’라는 행위가 이제 사라진 것인지도 확인이 불가능했다.이름난 음식점이나 카페가 아닌 길 한가운데 100여 명 가까운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것도 낯선 풍경이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모두가 동일한 지점에 서서 순서대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활짝 웃으며 가끔 다리를 들어올리기도 하는 젊은이들의 카메라 렌즈에 담기는 건 흰색 운동복을 입은 사람을 그린 커다란 간판. 그림 속 사람은 ‘글리코’라고 했다.MZ세대가 만들어낸 도톤보리 거리의 긴 줄을 입 벌리고 바라보는 X세대에게 ‘글로코’가 뭔지 여행안내서 ‘저스트 고(Just go) 관광지’가 친절하게 알려준다.“도톤보리 초입에 위치한 에비스바시 주변에는 다양한 네온사인이 눈길을 끄는데 그 중에서도 ‘글리코’ 네온사인이 가장 눈에 띈다. 1935년 글리코 사인이 도톤보리에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글리코의 마라토너가 오사카 돔과 가이유칸, 쓰텐카쿠, 오사카 성을 돌아 도톤보리에 골인한다는 내용을 의미하고 있다. 지금은 오사카의 명물이 되었고 기념사진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한국으로 돌아와 포털사이트에 ‘오사카 여행’ ‘도톤보리’ 등의 단어를 입력하고 검색을 해보니 연이어 떠오르는 사진 10장 중 5~6장엔 글리코가 웃고 있다. 하기야 오사카를 찾은 여행객들 모두 너나없이 거기서 사진을 찍고 있었으니…. ▲라면집은 물론 다코야키 좌판 앞에서도 기꺼이 줄을 서는…도톤보리를 특정할 수 있는 단어 중엔 ‘줄서기’가 포함돼야 마땅하다.비단 ‘글리코’ 아래만이 아니었다. 이름난 초밥집과 라면집은 물론, 거리에서 다코야키(밀가루 반죽에 조그맣게 자른 문어와 파 등을 넣고 한입 크기의 구워낸 음식)를 파는 노점 앞도 ‘줄...줄...줄’로 가득했다. 그 줄 속엔 MZ세대가 다수.지난여름. 정년퇴직을 앞둔 50대 후반 선배와 냉면을 먹으러 갔다. 지역에서 소문난 맛집이라 가게 앞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선배는 찌푸린 표정으로 잘라 말했다.“내 돈 주고 점심 사먹으면서 무슨 줄까지 서냐. 다른 식당으로 가자.”얼마 전 X세대 친구들 셋이 서울 홍익대 인근 거리에서 클럽에 입장하려고 길게 줄을 늘어선 젊은이들을 봤다.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강남역 근처 클럽도 저렇다더라. 대체 이 추운 날 왜 저러는지 난 이해가 안 돼. 너희는 이해 되냐?”그렇다. 이건 세대 간 차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기자 역시 ‘삶의 즐거움 중 절반은 먹는 즐거움’이라 생각하는 사람임에도 3박4일의 오사카 여행 중 이름난 초밥집이나 라면 가게 앞에서 줄을 서본 적이 없다. 그게 토톤보리였건, 다른 유명 관광지였건.그러니, 다코야키 좌판 앞 줄에 섞일 이유도 없었고, 글리코와 함께 사진 속에 담기려고 줄을 설 생각 또한 눈곱만치도 없었다.식당과 카페, 클럽과 포토 존에서 길고 반듯한 ‘줄’을 만들어내는 MZ세대는 X세대인 기자에겐 이해가 힘든 생소한 구경거리에 가까웠다. 그건 어쩔 수 없이 먹어버린 나이 탓만이었을까? ▲돌아보면 기성세대도 ‘줄’을 설 때가 드물지 않았지되짚어 생각해보면 21세기 주류로 성장하고 있는 MZ세대의 ‘자발적 줄서기’와는 다른 형태의 줄이 만들어지던 시절이 있었다.인터넷을 통해 기차표와 버스 티켓을 예매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전. 명절을 맞은 기성세대는 고향으로 돌아갈 기차 티켓이나 버스표를 사기 위해 역이나 터미널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섰다.그보다 한 세대 전. 민족 간의 전쟁으로 인해 아버지 혹은, 어머니를 잃은 아이들은 먼 나라에서 원조품으로 보낸 밀가루나 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 학교 운동장에 만들어진 긴 줄에 섞여야 했다.앞서 ‘세대 간에는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과 사고체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보다 더 큰 전제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디서나 비슷하다’는 말도 했다.그랬다. ‘자발성’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게 어떤 국가이건 어떤 인종이건 어떤 민족이건 어떤 세대건 줄을 서보지 않은 사람은 극히 드물거나 없을 터. 이는 여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 중 하나다.늦가을과 초겨울 사이에 다녀온 오사카 여행은 적지 않은 즐거움을 선물했고, 거기서 다시 지루한 일상을 살아낼 힘을 얻기도 했다. 밤늦은 닛폰바시 거리에서 맛본 따끈한 어묵, 도심을 오가는 낡은 전철, 화려하면서도 익살스런 통천각 주변의 주점 간판들, 오사카 인근 교토의 청수사 아래 정감 가득한 골목, 그리고 ‘토톤보리의 스타 중 스타’ 글리코까지 오래 기억할 것 같다.마지막으로 여담 하나.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부랴부랴 도착한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 무시무시할 정도로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이 만들어낸 ‘줄’에 섞였다. 항공기 발권 수속에서 보안검색대까지 자그마치 1시간 50분을 지루한 ‘줄 속’에 서있어야 했다.그러고 보니 일본 오사카 여행은 ‘줄’에서 시작해 ‘줄’로 끝났구나./홍성식기자 hss@kbmaeil.com끝

2023-12-26

X와 MZ의 여행은 비행기 안에서부터 달랐다

지난달 초. 드물게 20대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선물(?)처럼 다가왔다. 20~30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직장문화로 인해 50대 중년의 간부 직원이 20~30대 신입 직원과 함께 점심을 먹거나, 밤늦도록 술을 마시는 풍경은 보기 어려워졌다.추석을 전후해 일본 오사카에 다녀왔다는 그들은 “시내 번화가에 가면 일본어보다 한국말이 더 많이 들린다”며 “요사이 MZ세대들은 가깝고, 볼거리 많고, 음식 맛있는 일본에 자주 간다”고 했다.얼마 전부터 약세인 일본 엔화로 인해 체감 물가가 저렴하다는 것도 일본을 찾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편의점 샌드위치와 도시락은 오히려 한국보다 싸요. 맛도 좋고요”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세칭 ‘X세대’로 불리는 기자 주변엔 ‘MZ세대’가 드물다. 불과 한 세대 차이임에도 사고와 인식 체계는 물론,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기준과 잣대가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끼는 두 세대.그래서였을 것이다. MZ세대의 여행 패턴이 궁금했던 X세대는 한국의 MZ세대가 대거 몰려든다는 오사카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그래서 마음먹은 김에 곧바로 김해공항 출발 오사카 간사이공항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 후 숙소까지 예약을 마쳤다. 그리고, 지난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오사카를 여행했다. ▲X세대, MZ세대의 여행 성지를 향해 비행기에 오르다떠나기 전 먼저 개념 정리부터 해보기로 했다. 입버릇처럼 “MZ... MZ세대”라고 하지만 그 명칭이 무얼 의미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나무위키’는 “1980년생부터 1990년대 초중반생인 밀레니얼세대(M세대)와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생인 Z세대를 묶어 부르는 한국의 신조어”라고 MZ세대를 정의하며 아래와 같이 덧붙이고 있다.“일단 한국에서 MZ세대는 대체로 군사정권 시기를 겪지 않았거나, 아주 유년기 때 겪은 사실상의 민주화 이후 신세대를 의미하는 용어이며 X세대 이전의 기성세대와의 대비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기성세대 측에서 젊은 세대를 한데 묶느라 지나치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세대가 탄생해버렸다.”위에서도 다시 한 번 언급되는 X세대는 “1960년대와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서, 전체적으로 정확한 특징을 묘사하기 어려운 모호한 세대”를 지칭한다. 이는 ‘상담학 사전’의 정의다. 같은 책은 X세대를 다음과 같이 부연한다.“주로 1990년대 초에 이르러 신세대의 특징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으며, 베이비붐 세대 마지막 10년을 이루는 시기에 태어났다고 해서 베이비 버스트 세대(baby bust generation)라고도 부른다. X세대라는 말은 캐나다 작가인 더글러스 쿠플랜드가 1991년 출간한 소설 ‘X세대(Generation-X)’에서 처음 사용했고, 이전의 세대들과는 분명히 다른 특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마땅히 한마디로 정의할 용어가 없다는 뜻으로 X를 붙여 새로운 세대를 지칭하게 됐다.”전혀 달라 보이는 두 세대에게서도 공통점은 발견된다. “지나치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세대(MZ세대)라 마땅히 한마디로 정의할 용어가 없다(X세대)”라는 것. 이는 양측 모두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모호한 세대’라는 뜻이겠지.어쨌건 막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11월 중순. 1971년생 만 52세의 X세대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MZ세대가 유명 관광지와 맛집마다 넘쳐난다는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안에서부터 느낀 ‘세대 차이’기자와 격의 없이 지내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중년들은 가끔 이런 속내를 털어놓으며 허탈하게 웃곤 한다.“내 자식이지만 20~30대 마음을 모르겠어. 걔들은 우리와는 다른 종류의 인간인 것 같아. 지구인과 화성인의 차이도 그렇게 크지는 않을 걸.”여행을 준비하는 모습에서도 X세대를 포함한 기성세대와 MZ세대 사이에선 현격한 차이가 보이는 듯하다.친구들 여러 명이 모여 여행 기간 동안 사용될 숙박비와 식비 등의 돈을 여행사에 미리 지불하고, 가이드를 따라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는 패키지여행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에겐 스스로 관광 스케줄을 짤 이유가 거의 없다.반면 MZ세대들은 혼자서 여행지를 결정하고, 어떤 장소를 돌아볼 것인지 체크하고, 가격을 비교해가며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는 것에 익숙하다고 한다. 그러니, 여행을 결정하는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X세대인 기자의 경우 패키지여행과 나 홀로 자유여행을 몇 번씩 두루 경험했다. 확실히 패키지여행이 편하긴 했다. 이제 가이드를 따라 이름난 관광지와 현지 식당을 향해 어슬렁거리며 걷는 게 어색하지 않은 걸 보면 나이를 먹기는 먹은 모양.그런데, MZ세대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유여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서설이 지나치게 길었다. 어쨌건 숙소 예약과 비행기 티켓 예매 후 시간은 흘렀고, 김해국제공항에서 간사이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날이 됐다.바로 옆 좌석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커플이 앉았다. 둘 모두 비행기 이륙 전부터 분주해 보였다.핸드폰을 열어 유심(USIM) 카드를 바꾸고, 한국어를 입력하면 즉시 일본어로 번역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문제없이 실행되는지 확인하고, 저녁에 찾아갈 오사카의 맛집 정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MZ세대.비행기가 날아가는 1시간 10분 내내 견과류를 안주 삼아 포도주를 마시며, 잡념에 빠져있던 기자와는 여행의 시작부터가 달랐다. 그래서다.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이것도 일종의 세대 차이겠지?” ▲통천각 아래 번화가 맛집에서 줄서는 MZ세대오사카 간사이공항의 입국 절차는 비교적 간단했다. 한국에서 관련 서류를 핸드폰에 저장해온 이들은 불과 20여 분 만에 입국장과 세관을 빠져나올 수 있었으니까.급행 전철을 타고 숙소까지 가는데도 40분이면 충분했다. 버스나 일반 전철을 이용한다고 해도 1시간가량이면 오사카 시내 어디건 가닿는 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단출한 여행 가방을 숙소에 두고 발걸음 가볍게 거리로 나섰다. 예약한 숙소에서는 통천각(通天閣)이 지척이었다. 일본인들은 ‘쓰텐가쿠’라 부르는 통천각은 어떤 건물일까? ‘저스트 고(Just go) 관광지’의 설명은 이렇다.“쓰텐카쿠(통천각)는 오사카를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다. 신세카이에 자리해 있다. 쓰텐카쿠는 ‘하늘과 통하는 높은 건물’이라는 뜻. 메이지 시대 초기 유학자 후지사와 난가쿠가 이름 지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모방해 만든 첫 번째 쓰텐카쿠는 1912년 만들어졌다. 당시 높이 64m로 동양에서 가장 높았다. 일본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기도 했다. 하지만 화재로 소실됐고, 1956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만들어졌다.”건물을 돌아보고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통천각 주변은 덴노지 동물원 등이 자리하고 있어 오사카의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당연지사 거리가 일본인과 한국인, 그 외에도 중국인과 백인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했다.일본 사람들이 ‘줄 서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볼거리다. 유명한 음식점과 간식 가게 앞에 하루 종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반듯한 줄’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모습을 여러 매체가 영상과 사진을 통해 보여준 바 있다.통천각 아래 번화가에선 그 줄에 섞여 있는 적지 않은 수의 한국 MZ세대를 볼 수 있다. 이는 맛집 앞에서 1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행위 자체도 여행에서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으로 생각하기에 가능한 행동이 아닐까 싶었다.그럼 기자의 저녁 식사는 어땠냐고? 그냥 손님이 적은 한적한 식당에서 초밥을 먹었다. 그럼에도 썩 맛있었다.여행의 첫날이 저물고 있었다. ‘내일은 MZ세대가 더 많이 찾는다는 도톤보리(道頓堀)에 가봐야지’라고 마음먹었다.(계속)/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