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들이 취업사관학교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으면서까지 취업률 높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 그렇다면 높은 취업률이 대학운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대학교육연구소가 최근 발행한 `대학 구조조정 현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 22일 펴낸 보고서를 통해 2003년부터 대학입학 정원이 고교졸업자 숫자를 초과하면서 대학의 입학정원 감축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대학평가의 기준이 강화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대학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국립대학 18곳이 9곳으로 통합됐고, 동일법인 대학을 중심으로 사립대학 간 통합도 추진돼 사립대학 13곳이 7곳으로 통합됐다. 그 결과 전국 4년제 대학 및 전문대의 입학정원은 2003년 65만3천170명에서 2008년 58만2천36명으로 7만1천134명(10.9%)이나 감소했다.이명박 정부도 부실 사립대학 퇴출 촉진을 통해 대학의 몸집을 줄이기 위한 사업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11~2014년 대학 및 전문대 94곳이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됐고, 2010~2014년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 46곳, 경영부실대학 26곳 등을 선정해 2013년 입학정원이 54만5천872명으로 2008년보다 3만6천164명(6.2%)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했다.박근혜 정부는 큰 틀에서는 이명박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과 엇비슷한 면이 많다. 앞서 언급한 `2015 대학 구조개혁 평가 기본계획`이 그것인데 이는 전체 대학 평가를 통해 구조조정 대상을 걸러내고 이들을 중심으로 정원 감축과 퇴출 등을 추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구체적으로는 2023학년도까지 16만명의 대학 입학정원을 감축한다는 목표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3년씩 3주기로 나눠 각 주기별 감축목표를 각각 4만명, 5만명, 7만명으로 설정했다.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 될 경우 2만5천167명에 이르던 경북지역 사립대학의 입학정원이 2017년 2만2천666명, 2020년 1만9천635명을 거쳐 2023년 1만5천479명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는 것. 대구 또한 2014년 4천970명에서 2017년 4천523명, 2020년 3천890명을 거쳐 2023년 3천34명으로 큰 폭으로 감축된다.이처럼 정부가 대학평가를 바탕으로 대학규모를 감축하려는 계획을 세우다보니 지역대학들은 취업률이라는 평가 핵심항목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고 목 매고 있는 것이다.물론 교육부가 취업률 평가시 계열별·성별 등을 고려하고 권역별로 구분평가한다는 보완책을 제시했으나 총점 60점 중 42점(70%)에 이르는 정량지표 중심의 획일적 평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지역의 A대학 교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중앙과 지역의 사정은 분명히 다르기에 정부가 이를 평가하는 잣대를 차별화 해야 대학들도 더 이상 취업률 등 수치화된 지표에 목을 매는 행위를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5-01-27
교육부는 지난 2010년부터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취업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2010년 이전에는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취업통계를 사용해왔지만 높은 평가점수를 노린 대학들이 `취업률 부풀리기`를 공공연하게 해왔기 때문이다.이처럼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보다 객관적인 통계지표를 바탕으로 한 평가가 수년간 진행됐지만 취업률과 관련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교육부 `2015 대학 구조개혁 평가 기본계획` 발표취업 배점 하향조정… 취업률 과장 근절될지 주목일부 대학들이 졸업자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에 학생들을 취업자로 등록시켜달라고 요구한 뒤 건강보험료를 대신 납부하거나 미취업자를 대학 내 조교, 연구원 등으로 채용해 취업률을 높이는 등 각종 폐해가 발생한 것이다.실제 2013년 1월 취업률을 비롯한 대학평가 지표를 부풀려 교육역량강화사업비 5억6천여만원을 챙긴 지역의 A대학 총장이 검찰 수사에 의해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A대학 총장은 편취한 보조금을 해외여행, 목적이 불분명한 수당 지급, 비자금 조성 등에 유용했고, 고교 3학년 부장교사들에게 입학생을 모집해 주는 대가로 2억2천 여만원을 제공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비슷한 시기 지역의 또다른 대학인 B대학에서도 정원 내 재학생 충원율 및 취업률을 조작해 교육부로부터 23억원을 받아챙긴 총장과 교수 등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이밖에 현직 교수가 자신이 근무하는 C대학에서 취업률을 부풀려 70억원대의 국고보조금을 부정수령했다는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해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은 검찰의 수사 끝에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처분을 받아 교수회,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기도 했다.이처럼 취업률 관련, 대학들의 각종 비리의혹이 끊이지 않자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3일 `2015 대학 구조개혁 평가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혁신안을 내놓았다. 4년제 일반대학 평가시 기존 15%에 달하던 졸업생 취업률 배점비율을 8.3%(60점 만점에 5점)으로 대폭 낮춘 것이다. 전문대의 경우도 20%에 달하던 배점비율을 절반(100점 만점에 10점)으로 떨어뜨렸다.교육부는 대학 평가시 취업률에 대한 비중을 낮추면서 대학들이 더이상 취업률에만 목을 매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그동안 교육계 내외부에서 지적된 정성평가로의 전환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지역적 여건이나 각 대학의 특수성을 평가에 반영해 수치로 환산이 불가능한 지표를 점수에 포함시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대학의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 때문에 무산되고 말았다.한 대학 관계자는 “기존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보다는 취업률이 평가에 차지하는 비중이 확실히 줄어든 것은 맞으나 취업의 질보다 양이 중시되는 문제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며 “대학의 교육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에서 취업률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5-01-20
`○○지역 ○년제 대학 중 취업률 1위`2015학년도 대학별 수시모집이 종료된 가운데 정시모집이 한창 진행 중이다. 각 대학이 발표하는 홍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실업자 신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취업에 열을 올리고, 대학은 `취업률 낮은 대학`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어느덧 취업률은 `좋은대학`을 평가하는 잣대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처럼 일부 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들은 학문연구라는 본질적인 기능을 망각한 채 `취업사관학교`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지역 대학들이 왜 `취업률 1위`에 목을 매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들이 스스로 취업사관학교로서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진단해 본다.학문 연구보다 취업이 우선졸업생數 기준 임의로 바꿔`취업사관학교로 전락` 비판교육부는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통해 매년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 대학의 취업률을 공시하고 있다.지난 8월 공시의 경우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만 활용돼 직장건강보험가입자 현황만 파악이 가능하지만 11월 공시는 국세DB를 바탕으로 해 1인창업자, 프리랜서, 개인창작활동종사자 등의 취업현황까지 포함돼 보다 정확하다.지역의 각 대학은 이 발표가 진행된 시점부터 해마다 각기 다른 분류방식으로 스스로를 `취업률 1위 대학`으로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취업률 66.6%를 보인 A대학은 전국의 국·공립대학 32곳 중 취업률 3위를 차지했다고 소개하며 특수목적대학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1위임을 강조했다.B대학은 취업률 68.0%로 대구·경북지역 4년제 대학 중 취업률 1위에 올랐다고 홍보했다.C대학은 취업률이 61.4%에 그쳤지만 대구·경북지역 재학생 1만명 이상 대형대학 5곳 중 1위를 차지했다고 알렸다. 71.3%의 취업률을 나타낸 D대학은 영남지역 4년제 일반대학 중 1위에 우뚝섰다고 전했다.이같은 `취업률 1위` 알리기 경쟁은 진학보다는 취업을 우선시하는 전문대학의 경우 더욱 치열하다.2013년까지만 해도 취업률 77.0%로 교육부가 분류하는 전문대 `가그룹`(졸업생 2천명 이상)에서 전국 1위에 오른 E대학은 2014년 갑자기 2위로 밀려나게 됐다.취업률 80.5%로 2013년 `나그룹`(졸업생 1천명 이상 2천명 미만) 전국 1위였던 F대학이 올해 졸업명 2천명을 넘기면서 가그룹에 합류, 83.0%의 취업률로 1위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2014년 졸업생이 3천279명이었던 E대학은 분류기준을 졸업생 3천명 이상으로 바꾸며 이들 중 취업률 전국 1위에 올랐다고 홍보했다.교육부는 전문대학의 졸업생 숫자를 기준으로 2천명 이상을 가그룹, 1천명 이상 2천명 미만을 나그룹, 1천명 미만을 다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비록 E대학이 졸업생 3천명 이상인 전문대 가운데 1위인 것은 사실이나 이는 스스로 설정한 분류기준에 불과한 것이다. 나그룹에서 4년 연속 취업률 전국 1위를 차지했던 F대학이 갑작스레 가그룹에 합류한 것도 의심의 눈초리가 없지 않다.F대학이 낮은 나그룹에 머물러 있었다면 졸업생 1천17명으로 취업률 87.4%를 기록한 G대학에 밀려 1위를 차지할 수 없는 상황과 2013년 1천907명이던 졸업자 수가 2014년 2천1명으로 도리어 늘었다는 점이 절묘하게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한 대학 취업담당자는 “대학을 평가할 때 취업률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루 말할 수 없기에 대학들이 취업률 1위에 목매고 있는 것”이라며 “더욱이 명문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은 신입생의 관심을 끄는데 취업률이 높다는 것보다 비전을 제시할만한 소재가 없어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박동혁기자
201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