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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전통고택 리조트서 하룻밤 늦가을 몸과 마음 `休~` 딱이네

가을 끝자락. 언제부턴가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가는데, 가족이나 지인들과 어디 제대로 쉴 만한 곳은 없을까. 호수가 보이거나 새소리 지저귀는 숲 속의 고택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몸을 맡길 수 있다면 좋겠다. `구름에` 고택 8채 개보수 개장전통과 현대 과감한 접목이 특징인근 골프장·유교랜드 등 위치만족도 높아 예약률 꾸준히 증가자연과 더불어 역사기행으로도, 심신을 달랠 곳으로도 훌륭한 휴(休) 공간이 안동에 있다. 도심에서 불과 수km 떨어진 안동시 민속촌길 190번지에 위치한 전통 고택 리조트 `구름에`란 곳이다.안동 민속촌 언덕길을 거닐다 보면 산자락 아래 옹기종기 모인 고택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우아한 기와, 훤히 트인 대청마루, 한지를 바른 여닫이 문 등 겉보기엔 전형적인 전통 한옥 모습 그대로다.예술·철학인이나 시인이 아니고서야 일반인들이 고택 체험하면 옛 방식의 시설 때문에 가장 먼저 불편함을 우려할 수 있지만 구름에는 다르다. 곁 모습은 전통 고택 그대로지만 내부는 현대적 편리함을 제대로 갖춰져 있다. 기존 한옥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되 내부에 현대적 기능을 접목한 것이다.빼어난 경치에다 주위 곳곳에 유교문화의 향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유실될 위기의 문화재를 되살린 국내 최초의 고택 리조트이다. 낙동강과 안동댐 주변의 청정 자연환경, 전통 한옥의 멋과 현대적인 편리함이 만난 공간으로서 한국인의 정성과 지혜가 깃든 서비스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안동 야외민속촌의 8채의 고택을 개보수해 지난 7월 처음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8호인 계남고택과 까치구멍집 등 8동의 고택이 위치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0~400년 고취가 담긴 종택 2채(계남고택·칠곡댁)와 재사 2채(팔당회·감동재사), 정자 3채(서운정·청옹정·박산정) 등 7채를 숙박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이 고택들은 1975년 안동댐 건설 당시 수몰 위기로 이 곳으로 옮겨온 후 새 숨결을 얻었다.고택과 현대 건축의 만남으로 되살아난 이곳은 객실마다 편의성을 살려 내부에 현대적 욕실,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다. 개별 실내 온도조절에다, 실내외 간접조명을 살려 마치 고택이 살아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조명등 하나 눈에 띄지 않고 마치 고택 자체에서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벽과 벽 사이에 간접 조명기구를 숨겨놓았기 때문이다. 옛 벽의 한지 문을 열면 유리 문이 나온다. 한지 문과 유리문은 각기 과거와 현재, 시간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느낌이다. 기존 고택의 재현·복원에만 초점을 맞춘 접근 방식과 달리 금속·유리 등 현대 건축 재료를 과감히 끌어들여 옛 한옥과의 조화를 이루게 한 것이다.고택의 가장 큰 단점은 보안의 허술함과 욕실 사용 문제. 문고리를 걸어도 불안한 마음은 첨단 출입시스템 도입으로 해결했고, 샤워를 하기 위해 마당을 건너다니는 불편함도 고택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기능을 살려 `집 속의 집` 개념을 끌어들였다.서비스 면에서도 도어맨 서비스와 당직 지배인 배치, 깨끗한 전통이불 등 호텔급 서비스가 제공된다. 또한 안동 전통음식을 기반으로 한 아침식사가 무료로 제공되며, 전통문화 공연 및 한지 등 체험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고택 리조트 주변에 안동문화관광단지가 조성돼 있어 골프장, 식물원, 첨단 유교문화체험관인 유교랜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월영교와 호반나들이길, 목선을 타거나 전통 차를 음미할 수 있는 개목나루터가 인근에 있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문을 연지 5개월 남짓 기간만에 지금까지 3천700여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체험객들의 만족도가 높아 고택 리조트 예약율도 7월 50%, 8월 65%, 9월 68%, 10월 75%를 육박했다. 17일 현재 예약율도 절반이 넘은 상태다. 구름에 고택 리조트 김상철 지배인은 “자녀들이 70~80대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예약을 많이 하고, 신혼부부, 중년 부부 외에도 3대 가족들도 애용하고 있다” 면서 “최근에는 10~20명 정도 소규모 회사 워크샵 장소로도 이용할 정도로 예약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이곳을 중심으로 가볼만 한 곳은 20분 내외 차량 거리에 오천군자마을과 도산서원이 있다. 오천군자마을은 조선 초 입향조인 김효로(孝盧)공이 이곳에 정착한 후 수많은 인물을 배출해 추로지향(鄒魯之鄕)인 안동에서도 손꼽히는 가문이다. 도산서원도 조선시대 퇴계 이황 선생이 많은 인재를 길러낸 곳이다.◇전통고택 리조트 `구름에` = 150년~400년 역사를 간직한 조선시대 한옥을 SK행복나눔재단과 안동시가 `고택 살리기`의 일환으로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로 만든 곳이다. 고택은 1975년 안동댐이 건설되면서 수몰 위기에 처했던 것을 민속전시관으로 옮겼다가 2005년에 현재 위치로 다시 옮겨놓았다. 7월 1일부터 이곳을 숙박 공간으로 쓰이는 7채는 계남고택·칠곡댁·팔회당재사·감동재사·서운정·청옹정·박산정이다. 리조트 조성은 SK행복나눔재단이 문화체육관광부·경상북도·안동시와 MOU를 맺고 추진했다. 운영은 SK행복나눔재단이 설립한 사회적기업 `행복전통마을`이 맡고 있다. 문의 (054)823-9001. 홈페이지 www.gurume-andong.com안동/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끝

2014-11-20

골마다 옛 자취, 마음마저 붉어지네

가을이 점점 깊어져 어느덧 겨울의 길목으로 들어서고 있다. 멋진 가을여행의 추억을 만들 여행지로 어디가 좋을까. 책 한 권 들고 울긋불굿 원색의 물결이 `단풍 파도`를 이루는 군위로 가을여행을 떠나보자.군위 사람들이 제일 자랑하는 삼존석굴에서 시작해 돌담이 아름다운 한밤마을과 삼국유사를 집필한 인각사에서 가을여행의 묘미를 만끽 할 수 있다.국보 삼존석굴 등 곳곳 불교유적 즐비한 역사 고장전통마을·등산로·휴양림 어울려 테마관광지 급부상군위군은 경상북도의 중앙에 위치한 작은 군이다. 인구는 겨우 2만여명. 북쪽으로는 의성군, 남으로 대구, 동으로 영천군, 서쪽은 구미시로 둘러싸여 있는 산골 고장이다. 중앙에 위천이 가로지르고 있고 소보면, 군위읍, 효령면, 의흥면에 비교적 넓은 평야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은 논농사를 주로하며 밭에는 오이 무 배추 약초 잡곡 등을 재배하고 있다. 또 기후와 토질이 사과재배에 적당해 사과와 배 집산지다. 포도 등의 과일도 많이 가꾼다.군위군은 작은 군이지만 유물 유적이 많다. 삼존석굴, 삼국유사 집필지 인각사 등 유서 깊은 불교유적이 곳곳에 있고, 우리나라 국호 대한민국(大韓民國)의 `한`(韓)의 유래를 밝힌 `휘찬려사목판`이 보존돼 있는 역사의 고장이다.최근 웰빙문화가 확산되면서 부계면 팔공산을 비롯 삼존석굴, 동산계곡, 한밤마을, 인각사, 지보사, 법주사, 화산산성, 수태사, 장곡자연휴양림, 군위댐, 일원공원, 부계온천 등이 경북내륙의 테마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특히 내륙의 제주도로 알려진 수백년을 지켜온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의 돌담길과 전통기와집, 울창한 송림을 자랑하는 동산계곡 등 문화유적(보물 제988호 석불입상)과 전통의식 마을공동 생활공간 등이 산재해있는 빼어난 옛문화 관광지다. □군위의 자부심 삼존석굴군위군 부계면 남산리 산 15번지에 소재한 군위 제2석굴암 삼존석굴은 국보 109호로 신라 불교의 초기때인 소지왕 15년(493) 극달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오고 있다.경주 토함산 석굴암보다 100여년 앞서지만 `제2석굴암`이라 불린다. 그래도 마을사람들은 석굴암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한다. 석굴사원의 모태요, 원조라 여기며 석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석굴은 지상에서 20m 높이에 동남쪽을 향해 팔공산 상상봉을 바라보고 있다. 굴의 입구는 높이가 4.25m, 거의 둥근 모양을 하고 있는 굴속 길이는 4.3m로 평면바닥은 네모 반듯하며, 천장은 한가운데가 제일 높고 사방주위는 차차 낮아지는 하늘현상이다.석굴 내에는 본존불인 아미타불과 좌우로 대세지보살, 관음보살이 있고 본존불의 결가부좌한 모습과 깎은 머리, 얼굴 모습은 풍만하며 거대하고 엄숙한 기품이 있다.신라의 불교공인 법흥왕이 핍박받던 시대에 숨어서 오직 불심으로만 수도하던 곳으로 8세기 중엽 건립된 경주 토함산 설굴암 조성의 모태로 확인됐다.□최고 자랑거리 한밤마을삼존석굴과 이웃해 있는 한밤마을은 군위의 자랑거리다. 한밤은 950년경 부림 홍씨의 입향조(入鄕祖), 홍란이 삼존석굴 이웃에 뿌리내린 후 자손이 번성해 부림 홍씨의 집성촌이 됐다.삼존석굴이 불교유적으로 군위의 문화적 위신을 높였다면, 한밤마을은 군위를 안동, 의성, 상주, 영천과 나란히 반향(班鄕)의 반열에 올려놓았다.한밤마을이 여기에 터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삼존석굴로 반촌(班村)이 형성될 문화적 터전이 이미 마련돼 있었다. 특히 내륙의 제주도로 알려진 수백년을 지켜온 울창한 송림과 그옆 한밤마을의 돌담길과 전통기와집은 마을공동 생활공간 옛문화의 관광지다.이곳은 돌만으로 쌓은 돌담길(2㎞ 정도)이 전통가옥과 함께 어우러져 전해지고 있으며 문화재청과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담길로 선정되기도 했다.한밤마을의 명물로 알려진 높이 1.5m, 폭 50cm의 돌담은 담쟁이 넝쿨 등이 뒤덮고 있어 가을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특히 이 마을은 부림 홍씨 집성촌으로 상매댁(上梅宅) 또는 쌍백당(雙栢堂)으로 불리는 전통가옥이 있다.250년 전 건립 당시 의흥현(義興縣) 최고의 가옥으로 남촌(南川)고택으로 불리기도 한다. 부림 홍씨 입향조(入鄕祖)인 노()의 10세손인 홍우태(洪禹泰)의 살림집으로, 그후에는 주손(胄孫)들로 이어지면서 수차례에 걸쳐 중수해 왔는데 현재는 `상매댁`으로 불리는 이귀남(92) 할머니가 자식들을 거느리고 살고 있다.게다가 쌍백당 돌담장 밖에는 수령 300년이 지난 잣나무 두 그루가 고택을 지켜오고 있는데 상매댁이 거처하는 안채 2층 다락방에는 작은 봉창문이 여러개 있어 고택치고는 이채롭다. □인각사고로면 화북리에 위치한 인각사는 보물 제438호(고려 충렬왕 21년 조성)다. 고려 충렬왕 15년(1289)에 입적한 일연 스님의 부도탑과 비문이 있다. 고려시대 보각국사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저술해 우리 민족이 단군의 자손임을 알게 했던 천년고찰이다.대한불교 조계종 제10교구의 말사인 인각사는 일연 스님이 말년에 이곳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 3국의 역사와 신화, 전설, 민담을 담은 삼국유사를 저술해 우리민족의 뿌리를 알게했던 역사적 문화적으로 유서 깊은 사찰이라 할 수 있다.인각사는 1988년 9월23일 사적 374호로 지정됐으며 경내에는 보물428호인 보각국사 탑 및 비가 있다.인각사 앞을 흐르는 맑은 개울 건너편에는 병풍 같은 바위절벽 학소대가 있다. 옛날 수많은 백학들이 둥지를 트고 서식해 학 소대라고 부르는 이곳은 수십척을 헤아리는 절벽이 하늘높이 치솟아있고 그아래 맑고 깊은 소가 어우러져 운치를 한층 더해준다. □장곡휴양림·일연공원 등 힐링명소인각사에서 3km 정도 가면 해발 756m의 장곡자연휴양림이 있다. 261ha의 면적에 참나무 등 활엽수가 무성,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해 도시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좋은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군위 일연공원은 삼국유사를 집필한 일연 스님의 뜻을 기리기 위해 조성됐다. 일연공원에는 삼국유사를 주제로 한 일연 스님의 공간, 설화공간, 건국신화 공간과 댐 건설에 따라 삶의 터전을 떠난 이주민들의 추억과 애환을 기리는 공간과 정겨운 우리꽃 야생화 동산 등 다양한 테마를 주제로 한 각종 문화·휴식공간이 공원 내에 조성돼 있어 역사·문화의 학습장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이외에도 부계면 동산계곡, 군위읍 상곡리 삼층석탑 보물 제682호가 있는 지보사, 소보면 달산리 신라불교의 종주사찰이었던 법주사, 김유신장군이 군사를 이끌고 머물렀던 효령면 장군리 장군당 등 갖가지 문화재와 볼거리들이 지척에 널려 있다.등산로와 자연휴양림, 삼존석굴 등 각 문화재 관광을 마치고 부계온천에서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으면 이보다 더한 테마관광은 없다는 게 이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군위/김대호기자dhkim@kbmaeil.com

2014-11-17

오일도·조지훈·이문열 만나고 감천·주실·두들마을 둘러보고

수려한 자연 경관과 함께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영양은 요즘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일월산의 붉은 단풍만큼이나 빨간 영양고추를 햇볕에 말리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진 문향(文鄕)의 고장 영양은 사계절 모두 나름의 멋이 있지만 단풍이 산하를 물들이는 이맘때가 1년 중 가장 아름답다. 주말 가족과 함께 낙엽을 밟으며 문학으로의 기행을 떠나보는 것도 이 계절이 가장 어울린다. 가을햇살이 가득한 마당 위 멍석에 빨간 고추가 투명한 빛으로 꿈을 꾸는 곳, 제법 이름난 문인들이 태어나고 자란 흔적들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는 영양은 때 묻지 않은 소박함이 사랑스러운 그런 고장이다.詩心 절로 묻어나는 계절文鄕으로 가을 문학기행 가볼만여행에는 여러가지 묘미가 있기 마련이다.볼거리가 많아 눈이 즐거운 여행이 있는가 하면 풍성한 먹거리로 입이 행복한 여행도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최고를 꼽으라면 마음으로 느끼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여행을 통해 입과 눈이 호사를 누리는 것도 좋겠지만 한층 성숙된 자아를 발견하는 기쁨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경북 동북부에 자리 잡은 영양군엔 시인 오일도와 시인 조지훈이 태어난 생가와 현대문학의 거장 이문열씨가 집필을 하는 작업실이 있어 이 세 곳만 들러 보는 것으로도 마음으로 느끼는 여행을 하기에 자격이 충분하다.□오일도와 감천마을 오일도 시인(1901~1946 본명은 희병)의 생가를 찾으려면 영양읍 감천마을로 가면 된다. 감천마을은 낙안 오씨들이 많이 살았던 곳으로 마을 입구 31번 국도변에는 시비가 세워져 있으며 생가 앞 하천 절벽에는 천연기념물 114호인 측백수림이 군락을 이루면서 자생하고 있다.일제강점기에 활약한 애국시인 일도(一島) 오희병(吳熙秉·1901~1946)은 `노변의 애가` `눈이여! 어서 내려다오` 등이 대표작이다.그의 시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주제는 삶의 고독과 비애이다. 그는 호(일도)처럼 늘 자신을 외로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외로움과 비애의 정서는 모든 시에 배어 있다. 그는 작품활동 보다는 순수한 시 전문잡지인 `시원`을 창간해 한국 현대시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더 중요한 시사적 의미를 지닌 시인이라 할 수 있다.감천마을은 허리춤에 오는 낮은 토담길이 정겨운 동네로 이 마을 안쪽에 조부 오시동이 고종1년(1864년)에 건축한 시인의 생가가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정침과 대문채가 ㅁ자형을 이루는 경북 북부지역 전형적인 양반집으로 대문채엔 `국운헌(菊雲軒)`이란 편액이 걸려있다.작은 시골동네를 휙 둘러보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다.하지만 토담 너머로 흘겨보는 시골집의 마당 풍경엔 어릴 적 외할머니 집에서 놀던 기억의 편린을 읽어 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잘 익은 가을바람에 떨어진 낙엽 위 온 몸을 맡기고 책을 읽는 시인의 동상 옆에 앉아 암울했던 시절 시인의 정신세계를 잠시 더듬다 보면 엄혹한 일제시대를 살면서도 고매한 정신과 올곧은 절개를 잃지 않은 시인의 대쪽 같은 마음이 가슴에 와 닿는다.□조지훈과 주실마을영양읍에서 일월산 방향으로 조금 더 들어간 주실마을은 조지훈 시인의 생가가 있는 한양 조씨 집성마을로 수많은 박사와 교수를 배출한 곳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며 마을 입구에는 `빛을 찾아가는 길`이라 새겨진 조지훈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마을 곳곳에는 종가인 옥천종택(玉川宗宅)과 조지훈의 생가인 호은종택(壺隱宗宅)을 비롯한 많은 고가들이 여전히 번듯하게 자리 잡고 있는 등 전통문화가 잘 보존돼 있다. 이곳은 청록파 시인의 한 사람이며, 대표적인 한국 현대시인이자 국문학자였던 조지훈(1920~1968)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동탁(東卓·본명) 조지훈은 1968년 5월, 48세의 짧은 생을 마칠 때까지 일제 강점하 그리고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시대에 절반씩 살며 저항과 지조로 일관한 선비였다. 박두진·박목월과 함께 청록파 시인인 그도 항일의 피를 이어받았다. 시인 신경림은 책 `시인을 찾아서`에서 조지훈에 대해 `멋과 지조의 시인`이라고 했다.한양 조씨 집성촌인 주실마을 복판에 자리잡은 `호은종택`으로 불리는 조지훈의 생가를 찬찬히 둘러보면 시인이 멋과 지조의 시인이 된 연유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주실마을은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풍수적 특성을 갖고 있다. 야트막한 뒷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마을 앞 봄의 기운을 한껏 품고 있는 너른 들 사이로 시냇물이 흐른다.마을 초입에 있는 `지훈문학관`은 그의 청년시절부터 일제식민정책을 통곡하며 절필한 사연, 광복 후 박두진 박목월과 함께 청록파로 불리면 활동한 일대기가 잘 정리돼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시인의 삶을 일목요연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작은 계곡을 따라 오르도록 돼 있는 시공원에는 조지훈의 동상과 시 27편이 돌에 새겨져 있으며 교과서에 실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시 `승무`옆에는 춤을 추는 동상도 있다. 한들거리는 봄바람 속에서 그의 시를 하나하나 읽으며 공원을 산책하다보면 시인의 꼿꼿한 마음이 느껴진다. 이외에도 월록서당, 시인의 숲, 지훈시공원 등 볼거리도 즐비하다.□이문열과 두들마을영양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있는 현대문학의 거장 소설가 이문열도 영양인이다. 그가 태어난 석보면 원리리는 두들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곳이다.이문열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아버지 이원철이 홀로 월북한 후 어머니 조남현의 슬하에서 5남매가 안동 등지를 떠돌아다니며 어렵게 살았다. 초등학교 졸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검정고시이며 이후 안동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중퇴하고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으며 1970년에는 사법시험을 본다며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학과를 중퇴 했으나 여러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사법시험에 실패한 뒤 1976년 결혼과 동시에 군에 입대했다. 그의 이런 생활이 기초가 돼 자전적 소설인 `젊은날의 초상`을 쓰게 된다. 특히 이곳 두들마을은 현대사의 파란만장한 역정의 시절과 겹을 이루며 개인의 지적 모험을 소설로 표현한 거장 이문열의 마음의 고향이며 작품 `선택``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금시조`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등의 무대이기도 하다.그가 살았던 옛집과 문학연구소인 광산문우(문학연구소)에는 젊은 학도와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고자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등 자신의 집필 및 문학체험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두들마을은 `언덕 위의 마을`이란 뜻의 순 우리말로 이름부터 정감이 넘친다. 강을 끼고 깎아지른 절벽이 마을을 떠받치고 있다.이곳은 조선시대 광제원이 있었던 곳으로, 석계 이시명(李時明·1590~1674)이 1640년에 들어와 언덕 위에 집을 짓고 스스로 `석계`(石溪)라 했으며 그의 후손 재령 이씨의 집성촌이다. 석계고택(경북도 민속자료 제91호)과 석천서당(경북도 문화재자료 제79호), 유우당(경북도 문화재자료 제285호), 주곡고택(경북도 민속자료 제114호) 등 30여 채의 고택이 있다.특히 이곳 두들마을에는 `여중군자(女中君子)`로 불리는 장계향(1598~1680)의 삶을 재조명해 한국여성의 새로운 상을 세우기 위해 경북도의 3대 문화권 전략사업의 하나인 영양 음식디미방이 있는 곳으로 2017년까지 268억원이 투입되는 등 전시관람시설인 체험관과 문화체험관를 갖추고 전통음식 아카데미가 운영될 예정이다.영양/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2014-11-11

반시만큼 붉은 산들 번민일랑 내려놓으라네

가을은 여행의 계절인 만큼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지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좋은 힐링의 기회다. `청도 반시`로 유명한 청도는 가을여행이 더욱 좋다. 만추의 청도는 황금빛 들판과 산야에 널부러진 단풍들, 그리고 청도반시의 주홍빛 낭만이 어울려 한 폭의 채색화가 펼쳐진다. 예로부터 산자수명해 산이 푸르고 물이 맑으며 인심이 순후해 삼청의 고장으로 이름 나 있는 청도의 가을은 무엇보다 먹거리가 풍부하고 가벼운 산행지가 많아 힐링 체험지로 유명하다. 찬란한 역사와 문화유적, 화랑정신과 새마을정신이 면면히 이어져 온 정신문화 발상지, 청도로 떠나 가을날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자.□ 운문사 솔바람 숲길운문사는 청도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대표한다. 운문산 기슭에 자리한 운문사는 여성 스님들이 수도하는 비구니 사찰이다. 260여 명의 비구니가 수행의 삶을 이어가는 사찰은 여느 곳보다 차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운문사는 소나무로 시작된다. 일주문으로 향하는 오솔길의 아름다움이 명망 높은 사찰마다 빼 놓을 수 없는 자랑이 되지만 운문사의 솔향기 가득한 길은 찾는 사람의 눈높이를 맞추듯 아담한 소나무들이 가지런히 이어진다.특히 운문사 입구 주차장에서 운문사로 가는 솔바람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소나무 향내와 맑은 물소리에 첫 발자국과 함께 마음이 깨끗하게 맑아지고, 알록달록 가을산속을 20여분 걸으면 세속의 뗏국물이 쏙 빠져 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1㎞의 오솔길을 걸어가면 산기슭의 평탄한 자리로 담장의 높이마저 가지런한 사찰이 나타난다.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고찰로 천연기념물 제180호인 처진소나무 외 30여동의 건물과 8점의 보물, 11명의 고승대덕의 영정 및 많은 문화재가 보존돼 있어 옛 역사, 문화의 숨소리를 느끼게도 한다. 고려시대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장소로도 알려져 있고. 신라의 원광법사가 화랑들에게 세속오계를 전수한 장소로 오랜 역사를 가진 사찰이다. □ 가을 단풍과 어우러진 빛천지 프로방스단풍여행과 더불어 즐길 거리가 많은 테마파크와의 만남, 최고의 가을여행지는 바로 청도프로방스포토랜드다. 청도 프로방스 빛축제는 2천여개의 포토존이 있는 세계 최초의 포토테마파크이며 최대의 빛축제장으로 프랑스 남부의 정취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와 화려한 빛축제를 감상할 수 있는 테마파크다. 계절별 테마 빛축제가 진행되고 요즘은 할로윈축제와 함께 러브러브 빛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연인과 함께 하기에 너무너무 분위기가 좋다. 추억으로 간직하기에 좋은 포토존이 많아 주말에는 연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 남성현 와인터널청도군 남성현 송금리에서 문을 연 `와인터널`은 부부·연인, 가족, 친지의 즐거운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청도와인㈜에서 청도 특산품인 반시(감)를 이용해 와인을 만들어 열차터널을 와인 숙성과 카페로 변신시켜 화제가 되고 있다. 또 와인을 소재로 방영됐던 드라마 `떼루아`의 세트장으로도 유명하다.이곳은 1.01㎞ 길이에 높이 5.3m, 폭 4.5m규모로 15만병이 넘는 와인을 저장, 숙성하고 있다. 바깥 온도가 영하에 달하더라도 연중 15도의 온도와 70~80%의 습도를 유지해 와인 숙성 및 보관에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이곳에 보관 중인 감와인은 100% 감즙으로 만든 것으로, 산업자원부 지역특화산업으로 선정돼 3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완성했으며 2004년 10월 전통 식품 Best5에 선정됐고 2005년 11월 부산 APEC 정상회의 참가대표단 리셉션 만찬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요즘의 `와인터널`은 색소폰 동호인들의 연주로 가을 정취를 느끼기엔 그만이다. 병마다 자신들만의 사연을 적어 보관할 수 있어 훗날 다시 찾아와 추억을 되살리게 된다. □ 청도읍성청도군의 중앙부에 위치한 화양읍은 옛 청도의 중심지였다. 청도읍성은 경상북도 기념물 제103호로 지금의 화양읍사무소를 둘러싸고 있으며 둘레는 1천880m다. 조선시대 한양에서 동래까지 가던 중 만나던 8개 읍성 중 현재 남아있는 것은 청화성읍성인 수원성과 청도읍성뿐이다. 청도읍성은 지방관아와 민가가 한 울타리 안에서 살았고 성곽 기저 부분이 잘 남아 기록도 전해지고 있어 지방관아 및 읍성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는 유적이다. 성곽 위에서 바라보면 황금 빛 화양 들녘과 나무 산책길로 아름답게 꾸며진 연꽃 정원은 정말 아름답다.보물 323호로 지정된 청도석빙고는 조선숙종 39년(1713년)에 지어져 청도읍성 동문 구릉에 위치하고 규모는 길이가 14.75m, 넓이 5m, 높이 4.4m로 화강암을 지하에서 아치모양으로 틀어 올려 그 위에 다듬은 돌로 홍예를 만들고 흙을 덮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석빙고 중 제일 오래되고 규모 또한 큰 빙고다.□ 전유성의 코미디 철가방극장풍각면 봉수길 성곡댐을 돌아서면 흘러내리는 자장면과 짬뽕, 소주병을 외벽에 장식한 억수로 큰 철가방이 나타난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목을 끌었던 코미디 철가방극장이다.청도가 좋아 청도에 정착해 사는 개그맨 전유성씨가 후배들과 함께 개그를 연구하며 지도하고 있다. 코미디 전용 공연체험장으로 평일(월요일 휴무)에는 매일 오후 2시 한차례 공연이 있고 토, 일요일은 오전 11시, 오후 2시, 5시 공연되며 공연은 1시간 30분 정도다. 공연 관람은 예약이 필수이며 20명 이상 단체예약은 공연시간도 조정이 가능하다. 예약 전화는 개인은 1588-7890, 단체는 (054)373-1951번으로 하면 된다.□ 청도 특산물여행의 백미는 먹거리다. 가을 청도는 감천지다. 특히 청도반시는 감에 씨가 없고 육질이 연하며 당도가 높고 수분이 많아 주로 홍시로 먹는데 전국 제일의 홍시로 명성이 높다. 그리고 맛도 일품이지만 비타민 A, B1, B2, C의 함유량이 높아 감기, 충치예방과 숙취해소에도 그만인 영양식이다.11월에서 내년 5월이 주판매 시기인 청도 미나리는 암반지하수를 이용해 깨끗하게 재배했으며 줄기가 굵고 향기가 좋아 전국 제일의 미나리로 정평이 나있고 장기 복용하면 기운이 일어나고 몸의 해독에도 아주 우수하다.전국 생산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청도 팽이버섯은 청도의 맑은 공기와 지하수로 재배해 신선하고 저장성이 좋으며 무농약 품질인증을 획득하였으며 각종 아미노산과 비타민류가 많아 항균, 혈압조절작용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청도/나영조기자 kpgma@kbmaeil.com

2014-11-10

노랑·빨강 물든 경주… 가을 정취에 `흠뻑`

Grace Gyeongju! 말 그대로 가을이면 신라 천년의 고도는 어김없이 `기품있는 도시, 경주(Grace Gyeongju:기품 경주)`로 변한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국제 관광도시, 경주는 보름 전부터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 전통적인 사적지를 위주로 최근 절정을 이루면서 외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기상청의 전망에 따르면 경주의 단풍은 이달 초순까지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여 관광객들이 대거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경주는 고속도로와 국도, 철도 등 교통망이 촘촘한 등 높은 접근성으로 인해 전국 팔도에서 관광과 힐링을 하려는 사람들이 가족단위 또는 나홀로 찾아와 시내 곳곳에 산재한 게스트하우스와 팬션, 호텔 등에 분산해 머물면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경주는 앞서본지 10월29일자 10면 소개한 감포와 주상절리, 양동마을, 보문단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외에도 도심의 동부사적지대를 비롯해 통일전, 도리마을, 대릉원 돌담길, 무장봉 등을 찾으면 낙엽 소리를 들으며,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지금 경주의 전통적인 관광지를 찾아 사진을 찍으면 모두가 한 장의 그림과 같아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하늘로 치솟은 통일전 은행나무 터널 길 걸으며 힐링야생화원 등 산속 고요함 즐기려면 산림환경연구원 `딱`무장봉 148만㎡ 은빛물결, 억새 군락지에 탄성이 절로□동부사적지대경주의 심볼이나 다름 없는 첨성대를 중심으로 펼쳐진 잔디공원을 지나 교촌에 이르는 드넓은 공원은 일상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여유롭게 거닐기에 제격인 곳이다. 잔디밭과 대릉, 세월을 담은 고목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치 유럽의 유명 `파크`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첨성대 옆의 오래된 감나무 부부는 주홍색 감을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많이 달고 있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신라 건국 초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첨성대와 반월성 사이의 숲, 계림(경주 교동)은 고목들이 그 기품을 서로 뽐내며 버티고 서 있는 신라 장군들의 기세다. 그 사잇길로 비단벌레전동차를 타노라면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마차를 타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며 추억을 만들 수 있다.특히 대릉원 돌담길은 벚나무에 단풍이 물들어 하나 둘 떨어지면서 연인들이 걸으며 사랑을 확고히 다지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혹시라도 사색이 필요하다면 입장료 2천원을 내고 대릉원에 들어서면 낙락장송들 사이로 나 있는 구불구불한 길을 걸으며 `곡선미감`에 빠져들 수 있다.그리 멀지 않은 곳의 포석정도 가을빛으로 뒤덮인 주변 풍경과 잘 어우러져 여인네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기에 충분하다.□통일전 은행나무 길경주 도심을 벗어나 20분쯤 달리면 넓다란 주차장과 함께 드높은 가을 하늘과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통일전이 나온다.거기에 이르는 동안 양쪽으로 도열하고 있는 샛노란 은행나무들은 가히 노란 물감을 풀어 염색한 듯 선명해 누구라도 사진을 찍거나 수채화를 그려내고 싶어진다.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다면 반드시 이곳 은행나무 터널을 놓치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도리마을과 운곡서원샛노랗게 물든 가을 풍경을 담을 수 있는 또 다른 곳. 바로 서면 도리마을이다. 아직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겨놓은 곳이나 다름 없다.경주 도심에서 승용차로 30여 분쯤 달려 나가면 마주하게 되는 이곳 은행나무 숲은 가을을 만끽 할 수 있어 영화 및 작품사진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을 정도로 매력인 곳이다.아마 다음 달 초면 수북히 쌓인 단풍잎이 융단처럼 포근하게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경주시내에서 반대 편의 강동면 왕신리 운곡서원의 350년된 은행 고목도 가을의 상징물에서 빼놓으면 섭섭해 할 것이라고 경주의 관광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운곡서원은 1784년 안동 권씨의 시조인 권행의 공적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것이다.□경북산림환경연구원신라 천년의 향기가 숨쉬고 있는 경주 남산자락(배반동)에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복잡한 생각 하나 둘은 버리고 와도 될만한 곳이다.산 속 고요함에 서로 몸을 비비며 가을이 왔음을 소리치는 나무들의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공간이다.야생화원, 무궁화 동산, 산림 전시실, 습지 생태원 등 오랜 세월 동안 가꿔 온 아름다운 산림자원을 찾아 오는 사람은 해마다 30만여 명에 이른다.숲 해설 프로그램과 유아 숲 체험원도 운영 중인 이곳은 메타쉐콰이어와 벚나무 길 등 각종 나무 터널길이 조성돼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수종별로 시기를 달리하면서 잎을 알록달록 물들여 가을 정취가 물씬하다.산림 환경 조사, 산림 병해·충의 친환경 방제 등 산림을 연구할 목적으로 조성한 이곳은 근래 들어 산림 휴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단풍 관광지로 떠올랐다. 특히 가을철에는 단풍나무·은행나무 등이 단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며 세월의 변화를 실감하게 해준다.□무장봉경주 암곡동에 자리하고 있는 동대봉산 `무장봉`은 은빛 물결로 뒤덮인 억새 군락지로 가을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148만㎡의 커다란 억새 군락지는 경주의 가을 여행 1번지로 손꼽히기도 한다. 무장봉에 오르면 억새에다 탁 트여 시원하게 펼쳐진 전경과 불게 물든 단풍, 사진 촬영 명소, 문화재 등이 공존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무장봉(해발 624m) 일원은 신라 삼국 통일의 역사가 쓰며져 있는 무장사지와 삼층석탑(보물 제126호),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와 드라마 `선덕여왕`촬영지 등으로 유명세를 탄 곳으로 이달 말까지 내방객을 위해 토·일요일과 공휴일에 노선버스를 증편 운행한다.이밖에도 사진 작가들 사이에서 아름다워 가을의 대표적인 출사지로 손꼽히는 불국사의 단풍은 이른 아침에 산책하며 감상해야 제맛이란다. 경내의 노()단풍나무들이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주말이면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점쳐진다. 단풍과 어우러진 불국사 고찰과 석가탑·다보탑은 더욱 화려하게 빛나 통일 신라의 찬란함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리라.한편 경주시는 경주의 대표역사·유적 명소 15곳에 기념스탬프를 찍은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을 제공하는`경주스탬프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각 유적지별 문화관광해설사 부스에서 안내 받을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경주시 문화관광홈페이지(http://guide.gyeongju.go.kr)에서 확인 가능하다.경주/황재성기자 jsgold@kbmaeil.com

2014-11-03

힐링을 원하세요? 가을 깊은 천년고도로

단풍과 낙엽, 만남과 이별, 시작과 끝은 자연의 이치요, 순리이다. 올해를 이별해야 하는 시점으로 치닫는 바야흐로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 가을이다. 바람에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를 보고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성이 풍부해지는 이때 잠시나마 세상만사를 내려 두고 경주로 떠나 보자. 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로 역사 공부는 물론 힐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녀노소의 관광객들로부터 전천후 인기를 얻고 있는 곳. 최근 들어 단풍이 들기 시작한 보문광관단지는 때마침 찾아든 외국인은 물론 국내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특히 팔짱을 끼고 낙엽 위를 걷는 연인들은 마치 첫눈을 만난 듯 흥분된 맘을 가라 앉히지 못하고 연거푸 웃음을 터트리며 종종 발걸음으로 낙엽을 굴리고, 은행알을 발로 차 보기도 하며 2014년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이렇듯 경주는 전통적인 수학여행지로 사적지에서 신라 천년의 숨결을 느끼며 자녀들에게 역사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데다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어 요즘 여행지로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보문호 순환탐방로 8㎞ 가로수길 대표적 힐링 명소경주 여행 필수코스 양동마을 등 곳곳 볼거리 가득엑스포공원내 민예·골동품 전시·경매장 주말 개장□보문관광단지165만2천892㎡의 보문호수가 만수위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주변 대·소로 변의 40만 그루에 달하는 느티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단풍나무 등 가로수가 울긋불긋 물들면서 지난 봄 한껏 자태를 뽐내던 벚꽃 개화기에 이어 또 한 번 정취를 흠뻑 뽐내고 있다.특히 노란색의 은행잎과 함께 암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이 바람에 휩쓸려 도로로 유입돼 터지면서 독특한 냄새를 풍기지만 관광객들은 싫지 않은 표정이다. 특히 8km가량의 보문호 순환탐방로는 대표적인 힐링 명소로 손꼽힌다. 지난해 11월 여수로 구간을 연결하는 물너울교를 설치해 보문호수를 순환하는 산책길로 탄생한 보문호반길은 연인들의 사랑 고백에 딱 좋은 곳. 리모델링 계획에 의해 2010년부터 5년 동안 연차적으로 조성 중인 보문호반길은 이달 말 폭 2.5m로 점토 및 황토 포장에 데크교량 3개, 전망데크와 수변데크 각 1개, 징검다리 1개 등으로 새로 태어나게 된다.1979년 개장한 보문단지는 총면적 851만5천243㎡에 4천 실의 숙박시설, 108홀 규모의 4개 골프장, 각종 레저·오락·휴양시설을 갖추고 있어 매년 가을이면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든다.이곳에서는 11월7일 `보문호반 달빛걷기`에 이어 15일 `보문호반길 완공기념 걷기` 행사가 경북도관광공사 주관 하에 열릴 예정이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보문단지와 함께 경주에 오면 빼 놓을 수 없는 경북을 대표하는 문화 테마파크. 신라 역사와 문화, 자연과학, 3D 입체영화, 공연, 체험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는 곳이다.동양 최대 규모인 `세계화석박물관`은 1억 년 전 공룡알과 5천만 년 전 거북이 등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를 대표하는 4천500여 점의 화석이 전시돼 있다.경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를 굳힌 83m 높이의 경주타워 신라의 세 가지 보물 중 하나인 황룡사 9층 목탑을 투각화한 건축물. 신라시대의 유물과 생활을 살펴 볼 수 있는 `신라문화역사관`을 두고 있다.특히 이곳 옛 드라마 세트장에서는 다음 달 1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경북매일신문이 `고(古)민속공예품 및 골동품 전시·경매장(옥션)`을 개장, 운영에 들어가 또 하나의 경주 관광의 명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신라 때부터 있었던 봇짐 장수의 맥을 옛 신라의 수도인 경주에서 잇는다는 의미로 `경주보부상`으로 이름 지어 문을 여는 전시·경매장은 경주를 포함한 유서 깊은 경북은 물론이고 전국에 산재한 찬란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발굴, 그 우수성과 가치를 알리는 한편 재평가해 우리나라의 문화융성으로 이어간다는 취지에서 경북매일신문이 야심차게 마련한 것이다.경주보부상은 누구나 소장 물품을 들고나와 실시간 경매에 부칠 수 있으며, 관심있는 물품은 직접 응찰로 구매가 가능해 재미와 감동을 느끼며 골동품과 앤티크 소품에 대한 재발견의 기쁨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또 전시관에는 우리나라 전통의 고미술품을 비롯해 도자기·장농·찬장·반닫이(장) 등 다양한 고가구와 고서화, 골동품, 민예품, 근대의 생활소품 수천여 점을 전시해 누구나 쉽게 찾아 우리 조상들의 얼과 전통을 느껴 볼 수 있다. □양동마을1992년 영국의 찰스 황태자가 찾아 화제가 된 `양동마을`은 손(孫) 씨와 이(李) 씨 가문의 사람들이 상부상조하며 500여 년 동안 전통문화를 보존해 오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조선시대 동성 취락으로 201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경주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조선시대 상류층이 거주하던 고와가(古瓦家) 54채와 이를 에워싼 초가 110채가 이채로우면서도 조화를 잘 이뤄 선조들의 주거생활 문화를 살펴보고 유교와 전통 문화를 체험하기에 안성맞춤이다.거대한 마을에 걸맞게 하촌코스, 물봉골코스, 졸당코스, 내곡코스, 두곡코스, 향단코스 등으로 나눠진 탐방길도 눈길을 끈다.□감포 깍지길보문에서 감포로 가다 맞닥뜨리는 `추령재` 구간은 경주의 대표적인 단풍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동쪽으로 30여 km를 달려 나가면 감포항을 중심으로 해안에 `깍지길`이 나온다. `사람과 바다가 깍지를 낀 길`이라는 뜻을 지녀 붙여진 이름. 8개 구간, 코스마다 독특한 절경으로 걷는 재미가 일품이다. △1구간=바닷가 길이 70% △2구간=등산로가 80% △3구간=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태수바위와 함께 나무숲 전경 △4구간=1.5km의 등산로와 마을, 감포시장, 수산물직판장 △5구간=전촌항과 호동마을 △6구간=회곡지 연못, 연대산 무일봉 △7구간=이견대와 댕바우 전망지, 만파대, 신라 동해구의 문무 유언비 △8구간=나정리, 대본마을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 코스다. □주상절리 파도소리길경주 양남면 읍천에 위치한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은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 낸 비경으로 유명하다. 주상절리는 마그마에서 분출된 1천℃ 이상의 용암이 차가운 지표면과 공기에 접촉해 만들어진다. 빠르게 냉각, 수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용암 표면에 생긴 오각형이나 육각형 모양의 틈이 수직 방향으로 발달해 기다란 기둥 모양을 이룬 것을 주상절리라 부른다.양남 주상절리는 10m가 넘는 돌기둥이 1.7km에 걸쳐 줄지어 장관을 이룬다.한국수력원자력㈜월성원자력본부가 매년 벽화 그리기 대회를 열어 조성한 결과 국내 최대 벽화마을로 변신한 인근의 읍천항 일대도 둘러볼 만한 곳이다.경주/황재성기자 jsgold@kbmaeil.com

2014-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