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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포항의 미래, 해법을 찾는다 다양한 산업포토폴리오 구축을

포항은 왜 울산처럼 다양한 산업을 유치하지 못했을까? 글로벌 경기 악화로 침체된 철강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일각에서 이 같은 지적이 자주 제기되곤 한다. 철강일변도의 포항은 철강업이 내리막을 타면 모든 연관업종도 덩달아 곤두박질친다. 하지만 같은 공업도시인 울산은 조금 다르다. 최근 조선경기가 침체되자 자동차나 석유화학이 이를 커버해 주고 있다. 도시산업구조가 그만큼 다양화 돼 있다는 얘기다. 어느 한 업종이 무너진다 해도 다른 업종이 이를 메우는 산업포토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포항이 산업재편을 할 때 울산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울산, 차·조선 등 4대산업 함께 키워 경쟁력 탄탄포항도 신소재·바이오·에너지 등 유치 서둘러야□포항과 울산, 무엇이 다른가포항과 울산은 한국 산업을 이끌어 온 중추적인 도시라는 점에선 이론이 없다. 포항은 포스코라는 글로벌 기업과 철강공단을 중심으로 한 철강업을 키워냈고, 울산은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등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육성했다. 겉으로 보기엔 두 도시가 비슷해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확연히 다르다.울산은 세계적 자동차사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이라는 조선사, SK에너지, S오일의 석유화학회사, 고려아연, 풍산금속 등 비철금속 업체 등 4대 산업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따라서 울산은 어느 한 분야 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어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조선경기 침체로 현대중공업 등 조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자동차나, 석유화학이 울산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역으로 한 때 오일파동으로 석유화학이나 자동차가 고전할 때에는 조선이 울산경제를 지탱하며 이끌었었다.어려울 때 형제가 서로 짐을 나눠 갖고 지혜롭게 대처해 가는 형국이 울산이라면 포항은 철강 일변도의 허약한 구조로 구성돼 있다. 포스코와 연관된 철강공단에 의존하다보니 철강이 무너지면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것이다. 지금 포항이 처한 현실이다.울산상의 경제조사팀 박상혁 대리는 “울산의 산업포토폴리오는 처음부터 미래를 예측하고 치밀하게 구상된 것”이라며 “4대 산업을 유치한 것도 그런 예측 때문에 가능했다. 어느 한 업종이 무너져도 다른 업종이 이를 보완해 완충작용을 하는 것이 울산경제의 특징”이라고 말했다.포항철강공단의 한 임원은 “포항에는 진작 공단을 추가 조성해 기업을 유치했었어야 함에도 잘나갈때는 우물쭈물하다가 때를 놓쳤고, 뒤늦게 최근 몇년 사이 영일만신항 배후공단 등을 만들어 기업 유치에 나섰지만 투자시기가 아니라며 외면하는 바람에 포항이 더 어렵게 됐다”며 미래 설계를 실기한 당국과 지역 지도자들을 꼬집었다.□신성장동력 TP, 블루밸리 시급철강전문가들의 관심은 우리나라 철강경쟁력이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철강을 주력업종으로 하고 있는 포항으로서는 섬뜩한 얘기다. 철강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지만 아직은 경쟁력이 있는 지금, 미래 포항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특히 포항경제를 견인하는 포스코가 여전히 글로벌 기업으로 건재하고 철강과 신소재산업 또한 기술력 등에서 타지역 여느 기업보다 앞서 있는 것이 현 주소인 만큼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철강도시 포항의 산업재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 경제인들과 학자들은 주력산업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로 변모한 미국의 피츠버그나 시애틀을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그러나 이를 당장 포항에 접목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것은 장기적인 플랜인 만큼 좀 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당장은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산업 영역을 확대 생산해야 한다는 소리가 많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첨단신소재산업이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IT, 휴대폰, 항공기 등에 주로 쓰이는 마그네슘, 리튬, 니켈, 티타늄, 페로망간 등 신소재산업을 중심으로 도시재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포항시가 추진중인 포항테크노파크(TP) 2단지, 국가산단 블루밸리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특히 블루밸리산업단지는 준공시 울산과 연계한 자동차부품이나 연관 업종 유치로서는 최적지로 꼽힌다고 했다. 자동차산업이 철을 바탕으로 하는 것인 만큼 울산은 공단이 없어 평당 300만원 하는 마당인데, 내년말 포항~울산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울산의 자동차부품업체들이 평당 70만원 선인 포항으로 왜 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나주영 포항철강관리공단 이사장(제일테크노스 대표)은 “포항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산업구조는 철강뿐만 아니라 신소재, 신재생에너지, 첨단소재, 자동차부품, 바이오산업 등으로 재편해야 하는 것만은 확실하다”면서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그래도 가장 빠른 시기인 만큼 지금이라도 잘 준비한다면 포항의 미래는 밝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김명득기자mdkim@kbmaeil.com

2013-08-14

죽도시장에 먹거리 넘어 볼거리를 만들자

철강도시 포항은 포스코로 대변된다. 하지만 포항은 영일만을 끼고 있는 풍부한 해양관광도시로 더 유명하다. 포항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과메기`와 `죽도시장`이다. 그 다음으로는 `포항물회`, `호미곶`, `영일대해수욕장`등이 떠오른다. 또 여름철 피서객들로 넘쳐나는 월포·칠포·구룡포 등의 해수욕장도 명소로 꼽힌다. 포항이 갖고 있는 다양한 해양관광자원 인프라를 잘 활용하면 나폴리와 같은 세계적인 해양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10월 개통 포항운하·크루즈 연계, 투자 유치땐한국판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못될 이유 없어□투자자 끌어들일 여건 만들어야해양관광 전문가들은 포항이 갖고 있는 해양관광자원을 잘 지켜나가면서 조화롭게 다각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포항시와 지역 상공인들이 지난 6월 포항운하에 크루즈선을 띄우기로 했다. 하지만 사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서둘러 추진하다보니 여러가지 부작용과 시행착오가 우려된다. 포항운하에 크루즈선만 띄우면 능사가 아니다. 적은 비용으로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소형선박 운행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또 남구 송도동에 유치하려던 호텔만 봐도 사업성이 떨어져 흐지부지 됐다. 부산 해운대, 제주도 등지의 호텔들이 성공한 케이스를 눈여겨 봐야 한다. 이 지역의 호텔들과 협의를 통해 회원제 호텔을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송도에 카약, 요트 계류장 등을 만들어 향후 해양도시로 변신하는 기반을 지금부터 닦아놓아야 한다. 이와 연계해 마리나시설과 비즈니스파크까지 들어선다면 투자자들이 몰리게 될 것이다.□도심 주변 해양환경 더 활용해야포항의 미래는 깨끗한 도심환경과 수준 높은 삶의 질, 그리고 최첨단 산업이 공존하고 있는 시애틀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다. 최근 시애틀을 벤치마킹하고 돌아온 `AP포럼`인사들에 따르면 도심이 공동화된 미국 대부분의 도시와 달리 시애틀은 밤낮으로 활기가 넘친다는 것.시애틀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곳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Pike Place Market)`. 연간 1천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관광명소인 이곳에서는 어시장 점원들의 능숙한 기술과 배우 못지않은 쇼맨십으로 유명한 `생선쇼`가 매일 펼쳐진다.손님이 연어를 주문하자 직원은 “연어 한 마리 날아갑니다”며 돌아보지도 않고 뒤로 내던졌고, 어느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던 직원은 날아오는 연어를 한 손으로 능숙하게 낚아채 생선을 다듬기 시작한다. 몰려든 관광객들은 `생선쇼`를 감상하며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지난 1907년 개장한 이곳은 어시장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과일, 채소, 식료품 등 다양한 물건을 살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더없이 좋은환경을 제공하고 있다.□죽도시장-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죽도시장도 단순히 회만 먹는 곳이 아니라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처럼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계단을 따라 부둣가로 내려가면 시애틀 앞바다를 따라 약 2.5㎞에 걸쳐 남쪽 끝 52번 부두에서 북쪽 끝 70번 부두까지 곳곳마다 특색이 있는 부두가 펼쳐진다.과거에는 이 부두가 알래스카, 아시아를 비롯 주변지역으로 떠나는 상선, 여객선과 함께 창고, 공장들이 줄지어 있었으나, 현재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는 수족관 및 해상공원을 비롯 레스토랑, 전문상점, 기념품 판매소 등이 보기 좋게 자리 잡고 있다.또 지역주민들의 교통수단과 함께 관광객들에게 시애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카페리(car ferry)가 있다. 2천50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알래스카로 떠나는 15만t급 대형 크루즈선은 일년 내내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포항운하에 관광객 몰리게 해야포항도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과 경남 통영의 동피랑처럼 오는 10월 개통되는 포항운하를 새로운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 새로 생긴 포항운하에 관광객들이 넘쳐나도록 해야 한다.한동대학교 건설환경시스템공학과 구자문 교수는 “포항은 전국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해양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당장 소득을 창출하려 하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조금씩 투자를 이어나가야 한다”며 “포항시의 크루즈사업이 성공하려면 동빈내항의 물줄기인 양학천과 칠성천의 수질을 개선시키는 근본적인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윤경보기자kbyoon@kbmaeil.com

2013-08-08

산·학·관 손잡고 시너지효과 극대화 나서라

포항은 `포스코`라는 글로벌 기업과 철강공단업체를 주축으로 한 철강업종을 기반으로 발전해 온 도시다. 그러나 국제적인 철강경기 위축 등으로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체들 역시 긴축 경영으로 돌아섰고, 지역 경제도 덩달아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위기가 지속된다면 포항도 미국의 철강도시 피츠버그나 공업도시 시애틀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방사광가속기 등 인프라 탄탄해도 소통 부재비영리 민간단체 구성, 정보공유·협업 구축을□첨단과학 인프라 연계·활용 시급포항이 앞으로 주력해야 할 분야가 바로 첨단과학시설 활용이다. 포항은 그 어느 도시보다도 첨단과학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포항에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첨단과학연구소와 시설들이 산재해 있다.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 포스텍을 비롯한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방사광가속기,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이 포항의 미래를 위해 불을 밝히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시설 공사가 본격적으로 착수됐으며, 준공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 보유국이 된다.이 같은 첨단과학시설도 하루아침에 포항에 유치된 것이 아니다. 지난 1988년 방사광 과학기술 분야의 불모지였던 포항에 3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건설되면서 과학도시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후 지난 20여년간 기초과학연구에서부터 신소재, 나노, 생명공학, 환경, 산업기술 및 응용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면서 과학도시로의 명성을 굳히게 된 것이다.□포항 미래 먹거리는 첨단과학시설국가 연구 기관으로 발돋움한 포스텍 및 가속기연구소, 금속소재진흥원 등 과학분야 예산(국·도·시비·민자)은 지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5천783억여원이 투입됐다. 수십 년 뒤, 포항을 먹여 살릴 새로운 먹거리가 바로 이곳에서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최첨단 과학 인프라 시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포항시와 연구기관이 서로 머리를 맞댈 수 없고 따로 논다면 무용지물이다. 아쉽게도 지금 포항이 처한 현실이다. 포항에 있는 연구기관들은 자신들의 연구에만 몰두할 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연계장치가 없다고 하소연 한다.포항시와 지역 관련 연구소는 예산을 받고 이에 대한 경과보고를 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역시 포스코 관련 분야의 연구에만 몰입하고 있고, 포스텍 또한 지역 연구소는 물론 포항시와도 협력 관계가 미약하다. 이처럼 관련 기관간의 소통부재가 시너지 효과를 저해하고 있다.□지역 대표리더들이 나서야 할 때포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미국 시애들시와 피츠버그시를 방문하고 돌아온 AP포럼 인사들은 `엘러게니컨퍼런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엘러게니컨퍼런스는 미국 피츠버그 지역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비영리 민간협의체로, 1994년 피츠버그시의 환경개선을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은 비즈니스 환경을 위한 투자사업, 일자리 창출, 인재확보 등의 사업을 맡고 있다. 엘러게니컨퍼런스는 1970년대 위기의 도시를 교육, 의료, 첨단기술의 중심지로 변모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오늘날 제철소 없는 철강도시 피츠버그시를 일궈낸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최고의 인재 양성과 최첨단 과학 시설을 움직이는 것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다.김용민 포스텍 총장은 “포항의 연구기관들이 서로 정보 교류를 공유하게 된다면 지역 발전을 위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며 “특히 경주에 있는 양성자가속기를 광역차원에서 서로 공유하게 되면 각 기관들은 고급연구 장비 구입비 절감, 고급인재 양성 등 상승작용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포항 발전이 곧 포스텍을 비롯한 각 연구기관들의 발전이다. 과학 분야를 넘어 지역 대표 리더들이 모두 모여 소통, 협업할 수 있는 장치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2013-08-07

변화의 견인차로 포스텍·한동대를 움직여라

과거 미국 성장을 주도했던 피츠버그, 디트로이트, 클리브랜드의 공통점은 한때 잘나갔던 철강 산업 중심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도시들은 철강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도시, 피츠버그는 1970년대`산업구조 재편`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흐른 지금, 피츠버그는 철강산업 대신 교육, 바이오의학, 컴퓨터공학 등의 산업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가 됐다. 피츠버그 변신에서 주목할 점은 `대학의 역할론`이다.전국에서 몰려든 인재들 졸업만 하면 `脫포항`쏟아지는 연구성과 실현할 공간·투자 있어야피츠버그에서 변화를 이끌 성장동력으로 대학을 선택한 것은 시 당국이었다. 피츠버그시는 대학의 교육과 연구 인프라에 예산을 집중 투자했다. 특히 카네기멜론대학(CMU)을 적극 활용, 대학구성원들의 머리를 빌렸다. 미국 대표 연구중심대학으로, 개교 이래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세계적인 석학과 학생이 몰려드는 국제적인 명문대학인 카네기멜론대학 또한 지역의 위기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앞장서서 지역이 미래에 먹고 살 산업을 제시하며 계획을 수립해줬다. 우수한 인력이 있고, 잘 짜여진 그림이 있다보니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대학에서 생산한 각종 연구 결과물은 그 중심적 역할을 했다. 구글, 인텔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피츠버그로 몰려들게 했던 것. 또한 창업 교육을 받은 우수한 인재들은 학교로부터 독립해 회사를 꾸려 지역 발전의 디딤돌이 됐다. 이 뿐만 아니라 대학과 대학관련기관 자체를 고용창출의 중심으로 삼은 정책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피츠버그대학병원(UPMC)은 단적인 사례다.피츠버그시에서 UPMC는 그 기반이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5만4천여명이 근무, 최대 고용창출기관이다. 연간 병원 매출액이 100억 달러에 달하다 보니 관련 산업을 통해 먹고 사는 사람들 또한 적잖다. IT 산업을 의료계에 접목시킨 곳도 UPMC다. 환자정보를 IT 서비스와 연결해 개인의 건강 상태를 병원방문 없이 점검, 관리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미국을 놀라게 했다. 질 높은 의료 서비스가 인구 유입을 불러 온 것은 당연한 일.피츠버그대학병원 외에도 피츠버그대학엔 약 1만명이 근무하고 있다.피츠버그에는 현재 정보통신 분야 1천600여개의 기업에서 3만 2천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이 대학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철강에 의지했던 피츠버그시가 위기속에서 20여년 만에 기업이 아닌 대학을 중심으로 한 관련 산업을 통해 고용 창출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포항에도 포스코 중심의 산업을 재편시켜 나가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학이 있다. 포스텍과 한동대다.2개 대학 모두 짧은 기간안에 국내는 물론 세계속의 유수대학이 됐다. 특히 포스텍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포항도 지역 우수대학을 활용·연계한다면 포항의 미래를 밝게 그려 갈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 포항과 포스텍의 관계는 왠지 엉거주춤한 양상이다. 포스텍이 완전히 포항에 뿌리내리지 못한 것 같고, 포항시민 또한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공간으로 포스텍을 바라만 보고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두뇌를 가진 포스텍 출신 인재들이 졸업만 하면 대부분 포항을 떠나는 것이 현실이다. 포스텍 교수들과 연구진들도 자신들의 일만 하면 되지, 포항의 일엔 별무 관심인 것이 지금 포항에서 빚어지고 있는 지역과 대학의 관계다.포스텍이 오래 전에 개설키로 하고 계획을 수립했지만 무산된 의료전문대학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당시 포스텍은 의료전문대학원을 설립키로 하고, 포스코 이사회에 상정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이 계획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그때 포항시, 당국 등 관계기관들이 적극 나섰더라면 성사됐을 일”이라면서 “그때는 지역사회나 시민들이 남의 일처럼 생각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만에 하나 포스텍에 의료전문대학원이 개설됐더라면 병원 설립 등으로 이어져 포항이 국내 의료 분야의 중심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포스텍에서 쏟아지는 연구결과를 포항에서 실현 할 수 있는 공간이 전무하다는 점도 안타까운 부분.포스코의 한 임원은 “포스텍의 연구 결과만 지역 산업과 잘 연결된다면 포항은 일자리를 찾아 몰려오는 사람들로 넘쳐 날 것”이라며 지역과 대학이 오래전에 고민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이번에 AP포럼 미국 벤치마킹을 주도했던 포스텍 김용민 총장은“대학은 인재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대학과 지역 단체가 협력한다면 더 많은 대학생들이 지역 사회에 남을 것”이라며“포스텍 학생들이 창조한 연구 성과들이 상품으로 이어지는 창업 프로그램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포항시, 대학, 상공회의소, 기업체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보공유와 함께 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이익에 주안점을 두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2013-08-06

향후 50년 먹거리 개발, 더 늦추면 영원히 늦다

철강도시 포항의 철강업이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철강업에 의존하고 있는 포항시민들의 시름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철강 이외의 다른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제 철강일변도의 산업구조를 첨단 과학, 그린도시로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다. 전면적인 도시재편이 시급한 것이다. 지역 경제인과 학계인사들은 미국의 철강도시 피츠버그와 공업도시였던 시애틀을 포항이 앞으로 롤 모델로 삼아야 할 곳이라고 지적한다. 포항이 닮아야 할 두 도시를 최근 벤치마킹하고 돌아 온 `AP포럼`인사들과 지역 각계 전문가들의 고견을 토대로 포항의 미래 해법을 제시해 본다. `40년 철강도시` 자랑스럽지만 미래는 담보못해몰락했던 美 피츠버그·시애틀 부활 벤치마킹을◇글 싣는 순서-철강일변도 산업구조 재편 시급-지역 우수대학 활용·연계 절실-포항의 첨단과학인프라 활용해야-풍부한 해상관광산업 발전시켜야-`AP포럼`미국방문단 지상 좌담□포항이 닮아야 할 피츠버그미국의 피츠버그는 포항을 쏙 빼닮은 철강도시다. 이 도시는 과거 미국의 철강산업 메카로 엔드류 카네기가 1901년 설립한 US스틸로 90여년 동안 호황을 누렸다. US스틸은 미국 전체 철강소비의 약 3분의2를 생산하는 업체로 연관 공장만도 약 1천여개 달하는 거대 철강도시였다. 그러나 1983년 몰아닥친 불황으로 고용률이 40%나 떨어지면서 70만명에 육박했던 인구가 30만명으로 줄어들어 미국 내 도시순위도 10위권에서 4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이런 위기 속에서 피츠버그가 택한 전략은 바로 산업구조 재편. 시 정부는 지역 대학연구소에 예산을 쏟아 부었고, 민간단체와 대학들도 협력체를 구성해 도심재건에 나섰다. 그 결과 새로운 사업체들이 하나 둘 피츠버그에 자리를 잡았고, 철강업체가 떠난 곳에는 컴퓨터공학, 바이오의학, 교육, 관광 등의 산업이 메우면서 `그린도시`로 변신하는 기반을 만들었다.이런 변신에는 대학의 역할도 컸다. 카네기멜론대학은 경제인 창업을 맡았고, 피츠버그대학은 의료분야를 접목, 발전시켰다. 또 이런 변신에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은 민간단체 `엘러게니컨퍼런스`였다. 엘러게니컨퍼런스는 2년여동안 컨설턴트를 자처했고, 지역의 대표 리더들도 가세해 오늘의 피츠버그를 만들었다.□포스코와 보잉의 닮은 꼴보잉사가 있는 시애틀도 포항이 주목해야 할 곳. 시애틀은 보잉이 어려움을 겪으면 도시경제도 함께 불황에 허덕이는 구조였다. 마치 포스코가 어려우면 포항경제가 휘청거리는 것과 비슷하다. 포항에 포스코가 있다면 시애틀은 보잉이라는 세계적 기업이 있다는 점이다. 시애틀은 1, 2차 세계대전 때 조선과 항공산업의 메카였다. 철강, 알루미늄 등 관련 산업이 크게 발전했으나 이후 보잉사가 휘청거리면서 도시전체가 깊은 침체기를 맞았다. 시애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적인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스타벅스 등을 유치해 오늘의 도시가 된 것이다. 이런 과정은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시애틀시와 워싱턴대학, 지역 연구소 등의 합작품이었다. 특히 시애틀의 워싱턴대학은 학생수가 4만명이 넘으며 이런 도시재편 등 변화과정에 대학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포항, 지금부터 미래 준비해야포항시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첨단과학, 로봇, 그린바이오, 신소재산업 등을 더욱 구체화하고 특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리고 포스텍이나 리스트, 포항테크노파크 등의 기관과 연계한 정책들을 끊임없이 발굴해 내야 한다는 것. 피츠버그도 단기간이 아닌 20~30년 동안 준비하고 노력한 결과이듯, 포항도 지금부터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두 도시를 보고 온 나주영 포항철강관리공단 이사장(제일테크노스 대표)은 “포항은 아직 글로벌 기업 포스코가 건재하고, 세계적인 대학 포스텍과 연구기관 리스트, 포미아, 방사광가속기, 철강대학원, 테크노파크 등 우수한 기관이 많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고 접목하면 미래가 밝다”며 “포항에는 또 아름다운 항구를 끼고 있는 도시다. 영일대해수욕장과 죽도시장, 포항운하, 호미곶 등 해상관광산업을 연계, 발전시키면 충분히 성공도시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 “포항(포스코)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산업구조도 철강뿐만 아니라 신소재, 신재생에너지, 첨단소재산업 쪽으로 재편하는 것도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명득기자mdkim@kbmaeil.com

2013-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