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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진실에 눈 감는 아베정부

최초로 위안부 인권유린을 증언한 분이 배봉기(1914~1991) 할머니다. 그 후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달았다. 일본 작가 가와다 후미코 씨는 배 할머니를 10여년 간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그 녹취록을 바탕으로 쓴 책 `빨간 기와집`을 펴냈고, 한국에도 번역본이 나왔다. 배 할머니는“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나무 밑에 누워 입을 벌리고 있으면 저절로 바나나가 떨어진다”며 그런데를 가자는 `여자 소개꾼`의 말에 속아 다른 6명과 함께 빨간 기와집으로 들어간 그 날부터 인생이 망가졌다.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5)씨는 최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엔 공통적으로 자기책임 회피가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제2차대전의 패전에 대해서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도 책임지는 자가 없으니, “결국 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게 돼버렸다”고 했고, 그것이 바로 `일본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화를 내고 있는데, 일본인은 자신이 가해자라는 인식이 부족하다고 했다.`잘못`은 있는데 `잘못한 사람`은 없는 이상한 나라다.일본의 양심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의 과오를 인식하고, 국제사회에서도 일본의 무책임성을 규탄하는 소리가 높다. 독일이나 호주, 영국과 프랑스가 식민지 시대의 인권탄압을 반성하고 사죄하며 보상에 적극 나서는데, 오직 일본만 “우리는 잘못 없다”면서 오히려 태평양전쟁 촉발을 성전(聖戰)으로 미화하고, 전쟁을 일으킨 책임자들을 `영웅`으로 존중하며 야스쿠니 참배를 멈추지 않는다. 참으로 얼굴 두껍고, 속 검은 족속들이다.최근 일본을 국빈방문한 네덜란드 국왕이 일왕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화해의 토대가 되는 것은 서로 겪은 고통을 인식하는 것이지요”라고 말했다. 당신들은 왜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느냐는 질책이다. 그 외에도 일본의 후안무치를 질타하는 목소리는 국제사회에서 무성하게 분출되고 있지만 아베정권은 애당초 역사적 진실에 눈을 감고 있다. 고노담화나 무라야마 담화를 아예 뒤집어 엎으려 한다.미국의 과학작가 마이클 셔머(60) 박사는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일본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을 부정하는 자들(신 나치주의자)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의 신념을 위해 과거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 거짓말이 국제적으로는 질타을 받지만 국내적으로는 박수를 받으니, 국민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일본 역사학연구회가 최근 “일본군이 위안부 강제연행에 깊이 관여하고 실행한 것은 흔들림 없는 사실”이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그래도 일본정부는 여전히 역사적 진실에 눈을 감는다. 옹졸한 섬나라 근성은 어쩔 수 없다.

2014-11-11

유치업종 변경과 특혜의혹

사업자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 `용도변경`이다. 당초에는 사업 취지에 맞게 계획서를 작성하고 이상적인 가격을 제시하지만, 그 후 슬금슬금 변경신청을 하고 인허가 담당 관청은 슬쩍슬쩍 승인해주는데, 위원회란 곳도 있지만 그것은 `공무원의 면책 수단`으로 만들어놓은 `거수기`일 뿐이다.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위원회를 통과했으니 절차상 하자 없다”며 빠져나간다.포항시 남구 오천읍 광명일반산업단지도 시행자 금우산업이 지난해 1차 변경 승인을 받았고, 올해 10월말에도 유치 업종과 배치계획을 변경하겠다는 신청을 해놓았다. 문제는 산업단지를 조성한 근본 취지에 맞지 않는 업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제조업종을 유치해야 국가경제와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인데, 창고업 같은 서비스업종을 유치하면 고용증대 효과도 별로 없고, 기술발전이나 생산효과는 없다. 창고업이란 사람을 별로 쓰지 않아도 되는 `땅짚고 헤엄치기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쉽게 돈 벌기 위해 창고업 같은 데 기업인들이 유혹을 느끼면서 업종변경을 신청하는 것이다.경주시는 `산업단지 허가는 쉽게 해주지만, 변경은 어렵게 하는 정책방향`을 취하는데, 포항시는 정반대로 간다. `변경을 쉽게 해주는 도시`란 인식이 있는데, 한때 포항으로 오려던 기업들이 주민 반대와 까다로운 조건에 밀려 경주로 줄줄이 가버린 일도 있었다. 기업들도 원칙이 바로 선 행정을 하는 곳, 과당경쟁을 적절히 조정해주는 자치단체를 선호한다. 제조업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막대한 국민혈세를 퍼부어 기본 인프라를 만들어준다. 전기, 용수시설, 도로 등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을 국가가 제조업 지원 차원에서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사업자가 설계변경·업종변경·용도변경·배치변경 등 `변경`을 통해 `무임승차`하려 하고, 관청이 이를 승인해주는 것은 누가 봐도 의혹이 생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관청은 입장이 난처해지면 규제개혁을 내세운다. 중앙정부의 정책상 규제를 완화하지 않을 수 없고, 변경 신청에 대한 승인도 규제개혁 차원이라고 둘러댄다. 풀어야 할 규제와 지켜야 할 규제를 구별하지 않는 `변명`일 뿐이다. 일반산단 조성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변경승인이 잘못된 것은 초등학생도 알 것이고, `위원회 통과`는 요식행위일 뿐이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이것을 핑계거리로 들고 나오는 것 자체가 `구린 구석`이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만약에 1차 승인에 이어 이번 2차 승인까지 난다면, 창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산단의 무려 44.8%나 될 것이라 한다. 이게 무슨 제조업을 위한 산단인가. 이번 변경신청도 불허돼야 할 것이고, 지난해의 1차 승인에 있어서도 비리가 없었는지 조사해야 할 일이다.

2014-11-11

장·차관들의 솔선수범

올해 국민혈세 2조4천854억원으로 공무원연금 구멍을 메워주었다. `정권이 공무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납세자들의 허락 없이 혈세를 수혈해준` 인기정치 때문에 지금 `연금재앙`이 걱정이다. 납세자들이 들고 일어나 “더 이상 국민의 세금으로 공무원연금을 보태줄 수 없다”면서 `조세저항운동`을 벌인다면, 그것이 연금재앙으로 이어진다.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조세저항을 매우 두려워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예가 별로 없어서 공무원노조도 심각성을 모르는 모양이다.다행히 장관과 장관급, 차관과 차관급들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동참했다. 고위직과 장기 재직자가 연금을 너무 많이 받는다는 비판의 소리가 들린 것이다. 장관급은 월 평균 414만원, 차관급은 월평균 391만원의 연금을 받으니, 퇴직후에도 부자로 살게 된다. 고위층들은 `관료마피아`논란에 몰리면서 “퇴직하면 산하 기관에 재취업해 많은 월급을 받고, 거기서 퇴직하면 많은 연금을 받고, 재직중에는 행정권력으로 갑의 지위를 누리는 공무원, 한국은 공무원의 천국”인데, “이런 공무원에게 왜 국민연금보다 3배나 많은 연금을 국민혈세에서 퍼주느냐”는 비난이 빗발친다.결국 행정부 고위직들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동참하는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매월 400만원 이상의 고액 연금을 받는 전직 공무원은 1천953명이다. 현재 장관과 장관급은 27명이고, 차관과 차관급은 45명이다. 이들이 퇴직하면 400만원 안팎의 연봉을 받으며 평생을 부자처럼 지낸다. 그래서 `연금귀족`이란 말도 나왔다. 노조 중에도 귀족노조가 있고, 그들이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파업을 주도한다.`연금귀족`들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앞장서는데, 아직 미적거리는 부류도 있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등 고액연금을 받는 선출직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행정개혁시민연합 관계자도 장 차관뿐 아니라 대통령이 솔선하고, 국회의원들도 동참해 납세자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국민혈세를 자기들 멋대로 빨아먹는 행태를 보고 국민들이 조세저항으로 나간다면 그것은 바로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어 엎을 수도 있다”는 말과 통한다.근래 들어 부산, 울산, 경남 등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포럼`이 열렸는데, 공무원노조의 방해로 회합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들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우며 난장판으로 만드니, 이들이 공무원인지 조폭인지 시정잡배들인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이다. “우리나라 공무원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하고 탄식하는 소리도 들린다. 무조건 반대만 일삼는 비이성적인 집단을 상대로 이성적 대응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정부·여당이 강하게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인기정치는 안 된다.

2014-11-10

유화책인가, 밀리는 건가

우리나라 외교정책이 이상하다. 애기봉 등탑을 자진 철거했고, 탈북단체들의 삐라도 `공개`에서 `비공개`로 물러섰다. 대북관계에서 후퇴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또 독도문제에서 정부가 `물러서는` 자세를 취했다. 양보냐? 후퇴냐? 혹은 유화책이냐? 패배냐? 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또 열심히 소설을 쓰게 만들었다. 인천 아시안게임 때 북한 3실세가 `선수 격려차`왔을 때 전문가들은 하루 종일 소설을 썼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빗나갔다. 그들은 `대통령 예방`소리는 입밖에 내지도 않은 채 우리 측이 먼저 입을 열자,“대통령 만날 시간이 없다”면서 그냥 갔다. `쓴물`을 먹고, 놀림감이 된 것도 입맛이 쓴데, 고위급회담에 목을 매고 `양보 모드`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란 소리도 들린다. 국제관계 전반을 봤을 때 강경보다는 유화가 정답일지 모른다. 반 사무총장은 `매파`가 아니고 `비둘기파`에 속한다. 그러나 이번 독도문제에서 또 `뒤로 물러선 것`을 보고는 “한국 외교, 이렇게 물러터져도 되는가”란 우려의 소리도 나온다. 양보도 지나치면 패배주의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정치권은 총리, 외교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비밀국무회의에서 “독도문제가 이슈화되지 않도록 지역 국회의원 등에 초기 대응하라. 구체적인 후속 조치는 해수부와 외교부가 공동 작성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만 나오고 있으며, 독도후퇴에 대해서는 “안전관리·환경·문화재 경관 등에 문제점이 있고, 추가 검토할 사항이 있기 때문”이라는 `너무나 빈약한 구실`만 제시했을 뿐, `대일 외교상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그러나 일본정부는 지금 `승리의 환호성`을 올리고 있다.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은 “독도가 일본땅이라 주장하면서 분쟁지역화 하려고 했더니, 한국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다. 일본정부의 요구는 관철됐고, 우리정부는 꼬리를 내렸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총리와 장관들 물러나라고 한 정치권의 목소리는 `그냥 해본 말`이 아니다. “고위층들이 목숨을 걸어야 할 내막이 무엇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또 입방아를 찧을 것이고, 국민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어머니 같은 자애를 보이는 것인가, 자신감의 상실인가”국민은 혼란스럽고 걱정스럽다.정치권에서 나오는 말들은 전에 없이 강경하다. “일본에 농락당한 꼴” “외교적 대참사”“총리, 외교부장관, 해수부장관 사퇴하라”등등인데, 이 문제가 앞으로 최대의 `이슈`가 될 모양이다. 국제정치는 국내정치와 분명 다르지만, 양보만이 능사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2014-11-10

혈세도둑을 철저히 잡아라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부터 `3진 아웃제`를 시행키로 했다. 농업 보조금을 3회 이상 부정수급할 경우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영원히 제외시킬 작정이다. 또 부정수급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 적발 횟수에 상관 없이 즉시 지원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부정수급한 금액의 액수에 따라 `지원 제한 기한`에 차등을 두었으나, 수급자가 사업규모를 부풀려 과도한 보조금을 타내는 등 부정수급 행위가 근절되지 않자, 일벌백계하기로 한 것이다.또 부정수급자와 결탁해 부당하게 계약을 체결한 시공업자도 보조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5억원 이상인 보조사업은 입찰을 통한 계약과 함께 사업비 정산전 전문회계법인의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농업보조금을 받아 식당을 짓는 등 변칙도 많았는데, 이는 한번만 담당자가 현장을 둘러봐도 적발할 수 있는 일인데, 그동안 묵인돼왔다는 것은 담당자와 수급자의 밀착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최근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단독은 Y재활원 원장 A(56)씨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 등을 적용,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재활원은 장애인 훈련생과 교사 등 30여명이 근무하면서 안동시로부터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매년 2억7천만원을 지원받아왔다. 안동시는 이 재활원에 대해 운영실태 등을 점검했으나 비리를 적발하지 못한 채 넘어갔고, 재활원 직원이 A씨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비로소 드러났다. 안동시는 `서류`만 보고 `현장`에는 눈 감았던 것이다. 이런 부실행정에 대한 문책은 왜 없는 것인가.최근 안동시의회 시정질의에서 김은한 의원은 안동·임하호 수운관리사무소를 축소하고 임란역사문화공원 건립 계획을 전반적으로 다시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의원은 “연간 도선 이용 현황을 조사한 안동시와 수자원공사 측 자료를 믿을 수 없어 직접 조사해보니 이용객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연 28억원의 예산은 물론 앞으로 들어갈 수십억원의 예산이 정말 아깝다”고 했다. 그렇게 시끄럽던 이 문제들이 아직 `진행형`이라니, 이는 안동의 이미지에 관계되는 문제다.대구시민단체와 예술단체 등이 대구시의 이우환미술관 건립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키로 했다. 이들은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이 미술관 사업은 불분명한 배경과 목적, 부실한 행정으로 이미 상당한 금액을 낭비했다”며 “앞으로 건립 여부에 따라 수백억원의 시민혈세가 낭비될 개연성이 높아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사업추진의 최소한의 요건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설계비 17억원을 집행했는데, 이런 불확실한 사업에 예산을 증액하고 집행하는 것은 예산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주장이다. 감사원이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밝혀내고 담당자를 문책해야 한다.

2014-11-07

독도정책, 그 저의가 궁금하다

역대로 우리나라 외교부는 독도정책에 관한 한 늘 `조용한 외교`를 주장했다. 말은 조용한 외교지만 사실상은 저자세 굴욕외교였다. 일본의 심기를 건드리면 경제제재 등 불이익이 돌아오니 소신 있는 외교정책을 펴기 어려웠던 것이다. 국력이 약하면 눈치외교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감을 내보일 때도 있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대일 외교에 관한 한 `강력한 대응`으로 일관했고, YS는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극언을 했고, 노무현정부때도 `당당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 외에는 늘 독도는 `대일 흥정의 카드`였다. 우리나라 국력이 이만큼 성장한 후 `저자세 눈치 외교`에서 `흥정외교`로 격상된 것이다.최근 우리 정부에서 `이상 기류`가 흐른다.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외교부장관의 의도가 독도에 관한 모든 정책을 좌지우지했다. 부총리 등 다른 부처 장관들의 발언은 무시됐다. 국무위원들이 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뜻에 동조했는가. 동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이 궁금한데, 정부의 발표는 `수긍할 정도의 신빙성`이 보이지 않는다.외교부는 “일본이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져갈 것이므로”라고 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일방적 제소를 받아주지 않는다. 분쟁 당사자 쌍방이 함께 제소할 경우만 해당된다. 독도는 애당초 한국땅이니 우리가 제소에 동조할 이유가 없다. 제소에 응한다 해도 모든 자료가 우리에게 유리하므로 겁 낼 것도 없다. 다만 일본은 워낙 로비에 능수능란하므로 무슨 야료를 부릴지 알 수 없으니 그것이 우려스러울 뿐이다. 그러니 외교부의 해명은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총리실의 해명은 외교부의 것과 전혀 방향이 다르다. “입도지원센터는 안전관리, 환경, 문화재 경관 등과 관련해 추가 검토가 필요해 입찰공고를 취소한 것”이라 했다. `추가검토를 위한 보류`란 것인데, 이것은 외교와는 전혀 상관 없다는 이야기다. 입도지원센터는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지난 10월 간신히 문화재청의 허가를 얻어냈다. 그동안 수많은 `검토과정`을 겪었으니 또 다시 `추가검토`를 할 필요가 전혀 없다.정부가 독도문제에 대해 꼬리를 내린 이유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 같다. 무언가 중요한 흥정꺼리가 있어서 `독도카드`를 제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것은 “대북 관계에서 한 목소리를 내자. 북한 핵무기와 인권문제에서 동조하자. 그리고 한반도 통일문제에서 일본의 협조가 필요하다” 하는 의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우리 국민과 여야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독도정책을 성토하는 여론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인의 독도에 대한 애정을 일본에 보여주려 함인가. 이 같은 의문점을 안고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겠다.

2014-11-07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논의들

개헌논의는 블랙홀이 될 것이고, 그것이 다른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것이라 해서 대통령이 자제해줄 것을 주문했지만, 개헌논의는 이미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자는 논의는 미온적으로 간간이 거론되지만, 지방에서 일어나는 지방 분권을 위한 개헌논의는 매우 적극적이다. 정치적으로, 재정적으로 중앙에 예속된 현 체제를 가지고는 `지방자치`란 허울에 불과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기 때문에, 개헌논의가 일어나는 지금의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 4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분권국민운동, 전국지방신문협회, 한국지역언론인클럽 등이 공동주최하는 `국가개조와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가 3일 서울 프레스클럽에서 열렸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독재적 민주주의를 분권적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헌법개정이 필요”함을 역설했고, 안성호 대전대 교수는 국민주권적 헌정개혁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했고,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방정부를 헌법에 명시해야 하고,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동등한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했으며,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지방분권개헌 포럼`구성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전략을 제시했다.대구·경북의 지방분권 개헌을 위한 토론회가 최근 대구시의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대구 경북의 미래 발전은 개헌을 통해 지역주권과 국민주권을 확보할때 가능하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모든 가치가 수도권에 집중된 현재 구조로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시대상황에 맞는 지방분권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대해 인식을 함께 하고, 중앙에 의존하는 문화와 제도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지방분권 개헌논의를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장대진 경북도의회 의장은 “지방자치를 위한 개헌과 지방자치법 개정은 21세기 시대적 요청”이라고 하면서, “지방자치법 개정 노력들이 모이면 지방분권형 개헌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 적극 추진중인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을 위한 노력에 지방4대 협의체는 물론 전국의 시민단체 등과도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의 비대화와 지방의 빈곤화는 우리나라 최대의 문제점임을 누구나 인정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최근 `선거구에 대한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리면서 양극화 현상을 더 가속화시키고 있다. 대도시는 더 많은 국회의원을 가지게 돼 더 많은 예산을 가져가고, 농어촌지역은 국회의원 수가 줄어드니 더 힘을 잃는다. 지방의 중앙예속화가 점점 심화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구현할 개헌을 하자는 논의는 실로 `피맺힌 절규`이다. 지방의 목소리가 더 높게 분출돼야 한다.

2014-11-06

감사원의 소극적 감사

포항 음폐수처리시설 문제가 계속 꼬여간다. 애당초 제대로 못한 후유증과 합병증이다. 이 사업에는 설계 감독기관인 한국환경공단, 설계사인 (주)동호, 기술공법사 (주)에코다임, 음폐수 공급 협약을 이행하지 않은 (주)영산만산업 등의 공동책임을 물어 포항시는 대구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포항시의회는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관련된 여러 기관·업체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니, 시나 시의회도 판단을 하기 힘들었고, 결국 법원과 감사원에 맡긴 것이다. 법원의 판결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감사원 감사는 신속하다는 점에서 감사원 감사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이었다. 감사원도 다루기 힘들었던 탓인지, “법원의 결정에 따르라”며 일거리를 법원에 떠넘겼다. 애당초 판단을 법원에 맡겼으면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옳았다. 시의회가 덧붙여 감사원까지 불러들이니, 감사원은 발 빼기 좋은 핑계가 생겼다. 가뜩이나 골치 아픈 일인데, 구실꺼리가 있으니, 감사원으로서는 홀가분하게 짐을 벗었다.당초 포항시는 자체조사를 통해 한국환경공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음폐수 처리시설은 그 공법이나 기술이 워낙 전문적이어서 일반인들로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 관련 기관끼리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 결론은 쉽게 나지 않는다. 포항시의회도 관련자들을 불러 따져 물었지만, 변명·해명만 무성했을 뿐 결론을 내지 못해 결국 감사원에 의뢰한 것이다. 법원과 감사원은 `남의 골치덩어리`를 맡았고, 법원은 시간을 끌어서, 감사원은 법원에 공을 넘겨서, 서로 소극적 자세를 보일 것이다. 결국 속앓이를 하는 쪽은 포항일 뿐이다. 첫단추 잘 못 꿴 실책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포항경실련 정휘 집행위원장은 “우리 내부 조사로는 한국환경공단의 책임이 더 컸었다”고 했다. 김일만 복지환경위원장은 “감사원이 오류를 밝히기보다 어물쩡 넘어가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국가 최고 감사 기관으로서 적절치 못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감사원이 왜 이런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가.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감사권을 십분 발휘하면, 책임소재를 밝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도 발을 뺐다는 것은 감사원의 사기(士氣)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감사원은 올 초부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다.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 행정규제기본법에 이 조항을 넣자는 청와대와 감사원법에 넣겠다는 감사원과의 기싸움이 벌어졌고, 여당까지 합세해서 감사원을 몰아세우는 지경이니, `적극감사`가 어렵지 않았겠는가 하는 것이다. 결국 포항시는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변”을 당한 것이다. 이제 법원의 신속 적절한 심판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2014-11-06

`연금재앙`을 피해야 한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서 공무원·교원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단결하고 투쟁해 공적 연금을 지키고 정권을 심판하자”고 외쳤다. 교원단체연합회 회장은 “정치권에 의한 일방적인 연금법 개악을 막을 때까지 투쟁하자”고 했다. 당초 공무원연금법은 행정부 공무원들이 만들었으니 정치권에서는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국회의원도 자신에 관련된 법을 마음대로 만드는데, 행정 공무원은 왜 안되느냐는 행간(行間)이 읽혀진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다들 자기들 좋을대로 법을 만들어 제 실속을 차리는 나라에서 국민은 주인이 아니다. 국민은 세금을 내라는 대로 내고, 공직자들은 그 혈세를 마음대로 나눠 먹는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 “국민은 선거 기간에만 주인이고, 선거 끝나면 노예로 떨어진다”는 말은 명언이다. 이것이 비정상인 줄은 알지만 국민은 그 힘을 `조직화`하지 못한다.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 만한 조직력을 갖지 못한다. 국민연금의 3배나 많은 연금을 받는 공무원들은 그 두둑한 자금력을 이용하고 조직력을 가동시켜 전국적 규모의 집단집회를 열 수 있다. 그래서 국민의 목소리는 모기소리 처럼 가늘고, 그들의 소리만 크게 들린다.1950년에 도입된 공무원연금은 그동안 개악만 해왔다. 정권들은 그들의 표가 겁나서 급여도 올려주고 연금도 부풀렸다. 1995년, 2000년, 2009년 세 차례나 개선을 시도했지만, 공무원들이 집단으로 덤비면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수술이 불가피한 중병인데, 소독약만 바르고 말았다. 납세자들은 이미 화병이 중증이다. “국회가 이번에 제대로 고치지 못하면 싹쓸이 물갈이 하겠다”고 벼르고,“자기들 마음대로 법 만들고 제 멋대로 국민혈세 뜯어먹는 비정상을 바로 고치지 못하면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고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여의도에서 공무원들의 궐기대회가 열리던 그 시각에 광화문에서는 시민들의 모임이 있었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 은 `공무원 연금 개혁 촉구 납세자 한마당`을 열었다. “공무원연금 적당히 받아가라! 세금 내는 국민 등골 휜다” “공무원 월급만 철밥통인 줄 알았는데, 연금도 철밥통인가”라는 비판의 소리가 쏟아졌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사실이지만, 공무원들은 재직시와 퇴직후에도 `검은고리`를 맺고 온갖 이익을 취했다. 그래서 관료마피아란 소리까지 들었다. 그런데도 자숙하지 않고 `종신 철밥통 건드리지 말라”고 외치니,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 공무원인가.여당은 단단히 각오하고 국민의 뜻에 맞추려하는데, 야당은 핑계가 많다. 여당과 각을 지는 것이 야당 체질이지만,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면 동행도 필요하다. 공적연금을 이대로 두었다가는 `연금재앙`이 올 수도 있다. 이탈리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2014-11-05

군사시설보호법 대폭 완화를

행정기관의 장이 군사시설보호구역 내에서 행정행위를 할때는 국방부 장관이나 관할 부대장 등과 협의해야 한다. 도로 철도 교량 운하 터널 수로 등의 설치 변경, 하천 또는 해면의 매립과 준설 및 항만 축조 변경, 통제구역 및 제한구역 안에서 주택 등의 신·증축, 통신시설의 설치 사용, 광물 토석 토사의 채취, 조림 및 벌채, 토지의 개간 및 지형 변경 등도 협의사항이다.이같은 규제는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다. 과거 가난하던 시절에는 별로 느끼지 못했지만, 우리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현실에서는 심한 규제가 지역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마찰 갈등이 발생하고, 군사관련 법을 잘 모르고 허가를 내주었던 지자체장이 큰 곤욕을 치르기도 했고, 국무총리실에 행정조정을 신청한 사례도 늘어났다. 규제가 너무 지나쳐서 현실과 맞지 않고. 불필요한 규제로 인한 소득 감소가 심하다.그 대표적인 예가 경기도 북부지역이다. 군사기지, 비행장, 사격장, 훈련장 등이 대거 들어서 있어서 각종 개발행위나 재산권 행사가 규제를 받고, 훈련이 있을 때는 교통체증과 소음공해가 심하다. 한 연구단체가 이로 인한 소득감소를 계산했는데, 매년 50조 원 가량으로 추정했다. 이것은 마치 경주시민들이 `고도보존법`에 걸려 각종 건축행위와 재산권 행사에 규제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전국 각처에서 군사보호구역 관련 민원이 분출되자, 국방부는 올 4~5월에 70여 건의 의견을 취합했고, 최근 이용대 전력자원관리실장 주재로 지자체, 국방부, 합참 등이 회합을 가졌다. 규제완화 7개 지역, 협의 진행 6곳, 부대 이전 1곳을 대상으로 현장점검과 실무협의를 하기로 했다. 자연지형의 특수성과 작전성, 보완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규제 축소 완화를 적극 검토키로 했는데, 포항 남구 14호선 도로 확장사업은 7개의 `완화`대상에 들어갔다.해병1사단과 해군 6전단이 있는 포항 남구 오천 일대는 각종 규제에 걸려 지역발전이 거의 중단되다 시피 했고, 14호선 도로라도 확장해달라는 민원이 빗발치자, 마침내 2.8㎞의 도로를 폭 20m 4차선도로로 확장할 예산 463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일체의 지상물 설치는 허용되지 않으니, 가로등 신호등을 세울 수 없는 이상한 도로가 되게 생겼다. 규제 범위를 벗어나 우회하거나 지중화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군사시설보호법 자체를 두고 `현실부합성`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옛 시절을 기준으로 만든 규제법이 오늘의 현실에 부합할 수는 없다. 불필요하거나 지나친 규제가 없는지 현지조사를 통해 점검을 해야 한다. 빗발치는 민원들이 국방부도 부담스러울 것인데, 정부의 규제개혁 행보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획기적인 법개정 노력이 필요하다.

2014-11-05

두만강시대와 영일만항

두만강 하류는 요즘 한국, 중국, 러시아가 관심을 집중시키는 물류의 요충지가 되고 있다. 중국 훈춘과 러시아 하산과 북한의 나진·선봉을 연결하는 통합물류 후보지이기 때문이다. 종전까지는 서해안 다렌(大連)항을 이용해왔으나 그것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동해안으로 관심을 돌렸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곳을 개발하는 일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 중국은 2009년 `두만강 지역 협력개발계획요강`을 만들고, 이른바 `창지투(창춘·지린·투먼)`지역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러시아도 극동지역 개발 플랜에 두만강 유역을 포함시켰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에 나진-하산 간 노선을 연결시킨 뒤 최종적으로 한반도까지 연결하겠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두만강 하류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프로젝트에 동참하기 위함이다. 포항에서 끊어진 철도가 나선까지 연결되고, 항로가 열리면 물류비가 크게 절감되는 것이다.한국산 제품이 포항을 출발해 나선과 자루비노를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타고 동유럽에 가게 되면 지금보다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 재고비용 등이 크게 절감된다. 그렇게 되면 북한에도 커다란 중개이익이 돌아갈 것이고, 러시아의 가스관이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오게 되면 에너지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데, 문제는 북한이 핵문제와 인권문제에 걸려 국제사회와 갈등을 빚는 것이다. “한국이 인권문제를 들고 나오는 한 고위급회담은 없다”며 고집을 부리니, 박근혜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마냥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세습독재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국가적 이익도 안중에 없는 북한이다.러시아는 근래 250억 달러(약26조2천억원)를 투자해 북한 철도를 현대화시키고, 대가로 향후 20년간 희토류, 티타늄,, 탄탈륨, 금, 석탄 등을 받기도 했다. 총 7천㎞ 철도 중 우선 3천200㎞를 현대화하는 프로젝트이다. 북·러 양국은 이달 처음으로 루불화 결제를 시작했고, 무비자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한국-북한-러시아를 연결하는 대규모 전력망 연결도 추진할 예정이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우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우리측은 준비를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최근 경북도는 `포항 영일만항 물동량 확보대책 수립 용역`및 `북극항로 상용화 대비 대응방안 연구용역`최종보고회를 가졌다. 한국해양대학교 항만물류분야, 북극항로분야 전문교수 등에 의뢰한 용역이다. 영일만항의 포트세일즈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북극항로를 개척해서 두만강프로젝트에 합류하고, 그 거점항으로 포항이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세워야 한다. 경북도와 강원도가 협의체를 구성해서 공동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일이다.

2014-11-04

전통문화 보존·전승을 위하여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효과적으로 지배하려면 그 나라의 민족정신을 말살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역사를 파괴·왜곡하고, 전통문화를 지워버리고, 패배주의를 심어주는 그런 과정을 우리도 일제 강점기때 겪었다. 그 식민지배의 독소를 씻어내고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일이 급하다. 이 일에 정부가 힘을 많이 기울이고 있어 다행이다. 전통술을 재현하고, 전통기술을 보존 발전시키고, 전통 음식을 계승하는 노력 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전행정부는 그동안 전통기술을 지원하는 일에 열성을 보였다. 조선시대 궁중의 인장을 전통기법으로 재현하려는 시도는 한 사기꾼에 의해 실패하고 오명만 남겼지만, 그것도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시행착오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고, 숭례문 복원사업에 얽힌 비리도 같은 맥락이다.안전행정부는 지난해 `전통기술 지원 1단계 사업`을 시작했다. 25가지 전통기술을 선정해서 지원했고, 그것은 지역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에 2배 이상의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것은 창조경제의 한 효과였다. 그 결과를 보고 용기를 얻은 정부는 올해 2단계 사업을 벌였고, 19가지의 전통기술을 선정해 지원키로 했다.궁중 예복에 금박을 입히는 금박공(서울 종로구), 칠보공예(서울 금천구), 경남 통영의 생활누비, 전남 목포의 금속회화, 경남 합천의 천연염색, 전북 전주의 종이우산, 충북 단양의 자석벼루, 강원도 철원의 현무암공예, 국악기 1점 등이 선정됐는데, 그 중에서 경북도는 4가지의 전통기술이 선정됐다. 경주의 전통손누비와 전통먹, 청송의 전통한지, 문경의 전통민요 등이 그것이다.경주의 전통먹장 유병조(74)옹은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35호이고, 지난 10월에 `묵향 담긴 신라 천년`이라는 주제로 먹전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소나무 태운 그을음에 아교를 섞어 만든 송선먹 송향먹 송연주먹먹 등이 선보였고, 기름을 태운 그을음으로 만든 유연먹도 나왔다. 그리고 유리판에도 갈아지는 먹도 전시되었다. 전통한지의 수명이 천년인데, 전통먹의 생명력도 천년을 간다. 먹글씨를 쓴 종이를 태우면 종이는 사라지지만 먹의 흔적은 희미하게나마 남는다. 실로 신비로운 생명력이다.정부가 전통주류의 계승발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주었으면 좋겠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변하지만 음식에 관한 정책은 꾸준해야 효과가 발휘된다. 일본의 음식문화는 지금 거의 예술의 경지로 가고 있다. 우리는 `맛`을 위주로 하지만 일본은 `모양`을 더 생각한다. 그래서 “일본음식은 예술이다”란 평가를 받는 것이다. 우리의 `떡문화`는 세계적으로 매우 독특하다. 이를 지원해서 예술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리는 노력이 정부 차원에서 보여졌으면 한다.

2014-11-04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선거구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지만, 비현실적 판단에 대한 문제 제기도 언론자유다.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문제 있는 판결이 그동안 많았다. 법과 양심에 의한 판결이라기 보다 `이념`에 의한 판단도 있었다. 같은 사안을 두고 판결이 다른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국민의 법정서와는 매우 다른 판결을 했다”는 논란이 빚어지면서, 법의 권위와 법원의 권위가 흔들리기도 했다.최근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위헌판결`과는 달리 헌법불합치는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개정때까지 그 효력을 인정`하는 변형결정이다. 국회의원 선거구가 조정되기 전까지는 유효하다는 뜻이다. 헌재는 선거구 별 인구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 이하로 바꾸라며 `입법기준`까지 제시했다.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라는 것이다.헌재는 “인구편차를 3대 1 이하로 하는 기준을 적용하면 지나친 투표 가치의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투표 가치의 평등은 국민 주권주의의 출발점으로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했고, `평등선거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충청권이 호남권보다 인구는 많은데 국회의원 수는 적은 불합리, 대도시 지역에서는 20만표를 얻고도 낙선하는데 농어촌 지역에서는 10만표를 받고도 당선되는 것은 `투표가치의 평등`에 위배되며, 평등선거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하는 판시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그러나 또 한편 “평등선거 원칙이 반드시 최선이냐”하는데 대해서는 이론이 없지 않다.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은 적은 국회의원을 가지게 되고, 인구 많은 대도시 지역은 많은 국회의원을 가지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국회의원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이 `지역구 챙기기`이다. 각종 로비활동을 통해 더 많은 예산을 따오는 것이 국회의원의 정치생명을 유지하는 관건이다. 그러니, 국회의원 많은 대도시는 더 많은 예산을 끌어가고, 국회의원 수 적은 농어촌은 항상 빈곤상태에서 허덕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투표가치의 평등은 `도시의 비대화, 농어촌의 빈곤화`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오는 원인이다.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도·농 간 유권자의 수에서 차별을 두지 않을 수 없었고, 과거 한때는 4대 1까지 간 적도 있었다. 그것은 농어촌에 더 많은 예산이 갈 수 있게 하려는 배려였다. 우리나라의 최대 문제점이 무엇인가. 국토불균형이다. 그래서 “국토균형발전은 평등선거 원칙보다 우선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국가를 전복하려는 정당`에 대한 심판은 미적거리면서, 국토불균형을 심화시키는 판결에는 부지런하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2014-11-03

야당이 `국정동반자` 되려면

여·야 정치권이 모처럼 성숙된 모습을 보인다. 식물국회니, 뇌성마비국회니, 갖은 욕을 다 먹다가 끝내 “이 따위 국회 해산시켜라!” “국회가 나라를 망친다”란 극언까지 듣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최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여준 여야당 간의 태도가 전과는 달라졌다. 정치권이 과거와 같은 극한대립을 피하려는 노력을 보였기 때문이다.양당 대표가 같은 날 연설을 한 것이나, 상대당 대표가 연설을 할 때 야유와 삿대질이 없었던 것도 이례적이고, 자리를 떠거나, 옆자리 의원과 잡담을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보거나 문자를 날리는 의원이 간혹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자중하는 모습이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선진화법의 이상은 좋으나 현실적으로는 국회가 마비되는 사태를 초래했다”는 발언에도 야당 쪽은 조용했다. 새정련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비위를 긁는` 대목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웃어 넘겼다. 특히 `공무원 연금 개혁`과 관련해 여당 대표가 `고통분담`을 호소한 것에 대해서도 문 위원장은 “여당이 할 얘기를 한 것”이라 했다.지금 국민적 관심의 촛점이 공무원 연금 개혁이다. 공직자를 빼고는 대부분의 국민이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음이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공무원 자신이 만든 공무원 연금`은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DJ정권과 노무현정권 때에도 개혁을 시도했지만, 반발에 부딪히자 없던 일이 돼버렸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인기영합적 정치`와는 거리가 있고, `인기 없는 정책을 내놓는 정부가 좋은 정부`라는 입장에 서 있다. 그래서 이 일만은 반드시 국민의 뜻에 맞고 국가의 미래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마무리지으려는 것이다.그러나 새정련 문희상 위원장은 퍽 어정쩡한 대안을 내놓았다. 국회연설에서 “관련 당사자와 미래를 내다보는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협의기구`를 통한 해결이라는 추상적인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관련 당사자`와 타협을 할 사항이던가. DJ·노무현정권때 실패한 것이 바로 `관련 당사자`와의 타협에 실패했기 때문인데, 그 실패의 전철을 또 밟겠다는 것인가. DJ정부때 보험료를 월 급여의 7.5% 떼던 것을 9%로 올리려 하다가 반발에 부딪히자, 연금 지급액 부족분을 세금에서 메워주기로 했고, 그것이 매년 수조원의 국민 혈세가 공무원 연금 지급에 들어가게 된 단초가 됐다.국가장래야 어떻게 되든 우선 당장 시끄럽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려는 무사안일주의 정치가 문제다. 정부·여당은 국정의 책임을 지고 있으니,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펴야 한다. 책임감 없는 야당과는 다르다. 모처럼 정치권이 성숙된 모습을 보이는 지금, 야당도 국정동반자로서 `책임감 있는 일원`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2014-11-03

지방자치 제대로 되려나

지방의회는 정당공천제에 목이 매여 있고, 지자체는 재정이 중앙정부에 예속돼 있는, 자치(自治) 같지 않은 지방자치를 이번에는 반드시 고치겠다는 의지가 지방의회와 집행부에서 공히 분출되었다. 28일 양 기관 의장들이 제주도에서`제대로 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방안`을 도출했다. 지방의회의 경우, 견제와 비판, 감시 감독을 제대로 해나가기 위해 `자치입법권` 확대, 지방재정 독립성과 자율성, 지방의회 직원 인사권 독립, 광역의회 정책보좌관제 도입, 지방공기업 임원과 고위공무원에 대한 인사검증제도 도입 등을 주장했다. 또 지자체장들도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특별법, 담뱃세에 소방 안전세 부과, 시도지사 대우를 현행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승격, 자치조직 운영·시행권 보장, 중앙·지방 간 협력회의 설치 등을 요구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협의 없이 재정적·행정적 부담을 지우는 현행제도는 문제고, 조세의 80%가 국세에 집중돼 있는 현 제도에서는 지방정부가 중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반쪽자치의 원인이다.특히 국가 전체 소방예산 3초2천억원 중 95%를 지방이 부담하고 있는데, 화재의 주요 원인인 담배에 `소방안전세`를 부과하는 것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또 중앙정부가 지방자치조직 구성을 획일적으로 제한함에 따라 지역특성을 반영한 자치조직 구성이 어려운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치조직 운영의 자율성 보장`을 요구했다. 심한 예속적 상황속에서 `중앙-지방 협력회의`라도 구성해서 지자체장들이 대통령과 국정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한편 지방의회 의장협의회도 “지방자치 시행 23년이 지났지만 법적·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데, 이는 지방자치법이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지방4대 연합체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군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연계해 전국적인 지방자치법 개정운동을 벌여나갈 방침을 정했다.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은 29일 대구에서 열린 지방자치박람회에 참석해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요구사항을 참조해 “역동적이고 건전한 지방자치 여건 조성을 목표”로 하는 `지방자치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지자체 기구 정원규정`과 `지방자치법 시해령`을 30일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방의회와 주민참여 관련 제도는 내년 상반기까지 당정협의를 통해 결정토록 했다.지방의 요구를 다 반영할 수는 없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것이 세상 이치다. 이번 안행부장관의 발표내용도 그러한 정신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자치`를 위한 재정적·행정적 독립성에 있어서는 발전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

2014-10-31

교육적이지 못한 교육대통령

사람의 마음은 본래 변덕이 심하고 간사하다. 조삼모사(朝三暮四), 조령모개(朝令暮改), 작심삼일(作心三日)란 말도 있고, “측간 갈때 마음, 나올 때 마음 다르다”는 속담도 있다. 이러한 인간의 마음을 고쳐보려는 잠언도 많다. “군자의 말 한마디는 천금의 무게를 가져야 한다” “교언영색은 소인배” “지도자의 약속은 쇠와 돌 처럼 야물다”등등이다.그런데 정작 `교육대통령`이라 불리우는 교육감이 자신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하니 망연자실이다. `미생지신`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미생`이라는 청년이 한 아가씨와 어떤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떠내려갈 지경이 됐다. 그러나 미생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리 기둥을 붙잡고 버티다가 결국 홍수에 떠내려갔다는 중국 고사(古事)이다. 지도자의 약속은 이 정도 돼야 한다는 뜻이다.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은 재보궐선거로 1년2개월 교육감을 지냈고, 2010년 6·2지방선거때 압도적 득표로 재선했다. 그리고 지난 6·4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 강력한 라이벌들의 협공으로 고전하다가 `구관이 명관`이라는 분위기속에서 52.1%의 득표율로 신승했다. 당시 그는 다소 추상적이지만 듣기 좋은 공약을 내놓았다. “학생에게 행복을 주는 교육, 학부모에게 만족을 주는 교육, 교직원에게 보람을 주는 교육, 도민에게 감동을 주는 교육”이라는 4대공약을 내걸고 “4년간 명품교육을 완성시키겠다”고 약속했다.지금 도교육감은 두 가지의 숙제를 안고 있다. 학교 건물이 부실해서 매우 위험한 상황에 있는 양덕초등학교 문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됐지만 초등학교 설립이 늦어져 학생들이 40분이나 걸어서 다니는 상황에 급히 학교를 지어야 하는 우현동의 문제가 그것이다. 이 두 가지 과제를 놓고 그동안 학부모들은 `좋은 말로 건의`를 했지만 교육당국의 반응은 줄곧 미지근하기만 했고, 마침내 더 이상 못 참겠다며 학부모단체들이 실력행사에 돌입했다.그러나 이영우 교육감은 그 중대한 시점에 4박5일 일정으로 전국체전 참석차 제주도로 갔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책무`에는 관심도 없다는 태도이다. `행복·만족·보람·감동`을 주는 `명품교육`에 대한 공약은 이미 잊어버렸다는 자세다. 이 두 학교의 문제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교육대통령`이 확실한 의지만 가진다면 충분한 해결이 가능한데, 3선이라 더 이상 갈 곳도 없으니, 의욕조차 사라진 것 아닌가 하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이번 일은 `3선 금지`라는 중대한 교훈을 주었다. 교육수장의 이같은 태도는 전혀 교육적이지 못하다. 초등학생들이 교육감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눈길을 걸을때 어지러운 자취를 남기지 마라. 뒤 사람이 본받는다”란 싯귀를 상기하기 바란다.

2014-10-31

포스텍 총장, 이사회 판단에 맡겨야

포스텍이 설립 28년 만에 총장 연임문제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1986년 12월3일 `한국의 MIT`를 표방하며 세워진 포스텍은 지난 2011년 9월 외부인사인 김용민 총장을 제6대 총장으로 영입했다. 이후 포스텍은 영국 `더 타임즈`의 `설립 50년 이내 세계대학평가`에서 지난 2013년부터 2년 연속 세계 1위에 선정되고, `2013, 2014년 중앙일보 대학평가` 순위에서 2년 연속으로 국내 전체대학 중 1위에 올랐다. 짧은 기간 동안 눈부신 성장이었다. 여기에는 총장을 비롯한 교수와 교직원, 학생 등 전체 구성원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이랬던 포스텍이 김용민 총장과 교수들간 갈등과 반목으로 학사행정이 마비될 정도로 시끄럽다. 김 총장은 지난 2011년 취임 당시부터 보직자들의 프로 정신을 요구하고 지난해 대학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내부 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수들은 “자신들을 비리집단으로 보고 있다”며 반발해왔다. 특히 포스텍 교수평의회 교수들은 김 총장이 전형적인 미국식 사고로 한국적 특성을 무시한 채 리더십과 소통부재로 포스텍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반대한다며 연임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일부 교수들은 단식투쟁에 나섰다.포스텍내에서 연임반대 여론이 거세자 정준양 포스텍 이사장이 지난 21일 학내 여론을 살피기 위해 포스텍을 방문, 인문사회학부, 전자전기공학과, 기계공학과 등 3개 학과 교수 10명을 차례로 만나 김용민 총장 연임과 관련된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 28일에는 김용민 총장이 직접 교수진을 상대로 정면돌파에 나섰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포스코 국제관 국제회의장에서 정교수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수전체회의를 갖고, 지난 3년 간 자신이 펼친 정책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이 지니고 있는 불만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연임할 경우 지적받은 문제점을 보완해 포스텍을 세계 일류대학으로 만들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그러나 교수평의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교수들은 교수 및 직원임용, 연구비 문제, 경영방식, 소통 및 의사결정 등 다양한 부분에서 김 총장이 저지른 실책을 수차례 회의를 통해 지적하고, 보완을 요구했지만 바뀐 게 없었다고 했다. 서로 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셈이다.포스텍의 내홍은 포스텍만의 문제가 아니다. 총장 연임과 관련한 포스텍내 갈등과 반목을 끝내야 한다. 연임에 찬성하는 측이든, 반대하는 측이든 모두 포스텍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고 믿는다. 이제 연임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은 그만 끝내고, 오는 11월5일 열릴 포스텍 이사회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해본다.

2014-10-30

경북도교육청은 응답하라

포항의 학부모들이 도교육청의 무책임·무관심을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며 실력행사에 돌입했다. 양덕초등학교 안전 과밀화 대책위와 우현초(가칭) 설립 비상대책위가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두 경우 모두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그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다. 그런데 도교육청과 교육감은 “기다려달라”는 말만 할 뿐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2010년 개교한 양덕초등학교는 진흥기업이 100억 원을 들여 짓고, 20년간 포항교육지원청에 임대하는 `민간투자방식`이며, 매년 12억 원씩의 임대료·운영비를 받는다. 그런데 개교 1년도 안 돼 부실이 드러났다. 교사동과 강당동 사이의 통로가 비틀어져 안전검사 결과 E등급을 받아 재시공했다. 그런데 4년이 채 되지 않아 이번에는 강당동이 14㎝나 침하됐다. 포항 북부지역은 지질학적으로 연약지반이라 파일공법(지반 깊숙이 기둥을 박는)으로 해야 하는데, 시공사는 매트공법(비교적 얕게 기둥을 박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덮는)을 사용했다.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건물에 균열이 생기고, 창문에 금이 가고, 문이 뒤틀리고, 지반이 침하된 것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이다. 강당동은 학생들의 급식소로 사용되는데, 도교육청은 `위험표지판`은 세워두면서도 학생 급식은 강당동에서 계속한다”며 포항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세월호 이전의 한국과 세월호 이후의 한국은 다를 것”이라는 중앙정부의 의지가 경북도교육당국에는 마이동풍인 모양이다. 대책위는 “전교생을 인근 학교로 분산 배치하고, 건물을 철거한 후 재시공하라”는 등 5개 항을 요구했다.세월호 참사로 그 많은 학생들을 희생시킨 일을 보면서도 극히 위험한 학교건물에서 수업하고 급식하게 방치하는 교육당국의 안전불감증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을 연상시킨다. 그들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중형이 예고돼 있다.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학교건물을 장기간 방치하는 것에 대한 경고음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이영우 도교육감은 지난 지방선거때 “우현초등학교를 2016년까지 반드시 설립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다. 그런데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우현지구는 10년 전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했고, 지금 3천 여 세대가 사는 아파트군이 들어서 있다. 그러데 그동안 초등학교가 없어서 모든 어린이들이 40분이나 걸어서 먼 학교에 다닌다. 학부모들은 나날이 전전긍긍이다. 교통사고 걱정에,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 승용차로 등하교시키려면 시간적·경제적 부담도 크다.경북도와 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어린이 안전 골든벨`행사를 벌였다. 그런 행사는 할 줄 알면서 왜 `안전이 심히 우려되는 교육현실`에는 방관적인가.

2014-10-30

일본의 양심과 독도

최근 한일의원연맹은 제37차 합동총회를 열고 “한·일 양국 간 과거사 문제의 상징적 현안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당사자들의 명예회복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조치가 조속히 취해지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고노·무라야마 담화 정신에 부합하는 행동”을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베정부는 이 두 담화를 부인하지만, 양심 있는 의원들은 역사적 진실을 따른다. 1975년에 결성된 한일의원연맹에는 일본 전체 의원 722명 중 290명이 가입했다.과거 미국과 중국이 탁구로 외교의 물꼬를 텄던 것 같이 한국과 일본은 바둑으로 친선을 다졌다. 1999년 일본에서 처음 의원바둑대회가 열렸고, 2004년까지 6차례 이어졌고, 지난 10년 간 중단됐다가, 최근 다시 국회 기우회장 원유철 의원에 의해 재개됐으며, 내년 1월 한·일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서울에서 다시 열기로 했다. 일본 국회의원들이 양심의 소리를 내는 것도 `바둑외교`가 한 몫을 한 것이다.히로시마에 사는 주부 기타무라 메구미(42)여사는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독도는 한국땅입니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의 잘못입니다”란 글을 올렸다. `독도영유권문제`가 일본에서 이슈가 되자, 메구미씨는 그 진실이 궁금해 양측의 주장을 비교하며 `독도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일본의 주장은 신빙성이 없고, 근거도 희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원폭피해지역민으로서 평소 평화교육을 받아온 그녀는 한·일평화를 위해 “일본정부는 진실을 인정하고 위안부 할머니들게 공식 사과하고, 독도에 대해 억지 주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아베 정부만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며, 극우세력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국회의원이나 일반 시민들 중에는 양심을 지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베정부인들 왜 진실을 모르겠는가. 지지도를 위한 `정치적 행동`일 뿐이다. 우군(友軍)은 많다. 동아시아에 정통한 케빈 러드(57) 호주 전 총리도 “아베 정권이 위안부 강제동원 등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일본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했다. 호주는 원주민들에게 했던 잘못을 사과했다. 호주정부는 원주민들을 잡아 강제로 `백인화 교육`을 시켰던 것이다.(사)독도사랑운동본부(총재 강석호 의원)는 지난 24일 대구에서 `2014 대한제국 칙령 제 41호 반포` 기념행사를 갖고 독도 주권에 대한 수호의지를 천명했다. 강석호 총재는 “모든 국민이 독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뭉칠때 일본의 망언은 종식되고 일본 스스로 독도를 포기할 것”이라 했다. 경북도 `독도재단`과 `나라살리기운동본부`는 공동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5일 `독도문화대축제`를 열었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일본의 양심`을 불러 일으키는 촉매제가 될 것을 기대한다.

2014-10-29

`지자체 생태계` 조성을 위해

요즘 `생태계`라는 말이 광범하게 원용된다.`철강생태계` `산업생태계` 등이다. 생태계란 `여러 종이 서로 연결고리를 맺고 합께 살아가는 생명체계`이다.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란 말과 통한다. “도토리가 없으면 호랑이가 사라진다”란 말이 있다. 먹이사슬의 한 고리가 끊어지면 생태계가 무너진다. 철강생태계란 말은 `철강을 중심으로 다른 연관 산업과의 협력`을 통한 다양성의 창조이고, 산업생태계란 말은 `한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연관 산업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한국은행 포항본부(본부장 은호성)는 포항경제를 위한 대안을 열심히 내고 있는데, 최근에는 “과감한 타 산업과의 융·복합화를 통한 새로운 철강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창업을 활성화하고, 강소기업으로 발전해 가도록 제반 인프라를 구축해 각 경제주체가 협력해 발전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또 기술과 문화가 어우러지도록 크라우드 펀딩제도 도입, 지역 엔젤클럽 육성 등 창업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인프라 구축 노력을 강화하고, 도심재개발을 통해 젊은 문화가 꽃필 수 있게 하자고 했다.한은 포항본부 한 관계자는 “철강산업을 주축으로 다른 제조업, 서비스업 등과의 융·복합화가 이루어져 진정한 철강생태계가 조성되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핵분열`뿐 아니라, `핵융합`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생산된다. 융합과 복합은 바로 `에너지 발전소`이다. 이 융복합원리는 산업계, 행정계, 정계 등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대구경북연구원 박민규 박사는 최근 “대구의 메디컬섬유산업은 다른 연관 산업과의 융합화를 통해 발전할 여건이 마련돼 있다”라고 했다. 수술실 등 의료용 섬유는 그동안 주로 수입에 의존했고, 선진국들이 발전을 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제자리걸음만 한데 대한 반성이다. 대구에는 병원도 많고, 자동차부품업체도 적지 않아 메디컬섬유산업을 키워줄 연관산업이 즐비하니, 협력을 통해 발전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이다.융복합은 비단 산업계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지방행정에서도 인근 자치단체들과 연계 협력할 여지가 많고, 이같은 융·복합은 놀라운 에너지를 발산한다. 독불장군은 없는 법이다. 경북동해안 지자체들이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를 끝내고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열어갈 움직임을 보인다. 협력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데, 왜 사소한 감정 대립으로 협력관계를 끊을 것인가 하는 반성이다. 이 일에는 김관용 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이 앞장 서고, 경주, 영천, 영덕, 울진, 울릉 등 바다를 낀 동남권 지자체들이 호응하고 있다. 특히 포항-경주 간에는 `형산강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게 돼 있다. 이 `행정생태계`가 공동선을 이뤄 큰 에너지를 생산해내기를 기대한다.

2014-10-29

`포항호` 조타수의 덕목

이강덕 포항시장의 최근 행보가 돋보인다. “초심(初心)으로 돌아온 행정가 같다”는 평가도 받는다.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닦아놓은 경륜과 인맥과 특유의 친화력을 민선6기 포항시에 유감없이 쏟아낼 작정인 모양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행정격언을 그는 실천하고 있다. 21일에는 부산으로 달려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포항투자 유치 설명회를 가졌다. 이미 포화상태가 된 부산과 울산지역의 기업들에게 “포항시의 투자여건이 좋으니, 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부산설명회에는 예상 인원보다 훨씬 많은 기업인들이 모여 들었다고 한다. 이 시장 특유의 친화력이 드러난 자리였고, 설명회는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22일에는 구미지역을 돌았다. 구미상의를 방문하고, 기업들을 찾아 “수출입 업무에 영일만항을 이용해 달라”며 포트세일을 벌였다. 구미 달성 등 대구권역 기업들이 대부분 부산항을 통하는데, 같은 경북지역 항만을 활용하면 좋기 않겠는가, 상당한 인센티브도 있다고 설득한 것이다. “귀신은 경문에 막히고, 사람은 안면에 막힌다”고 하는데, 자주 만나 대화를 하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이 시장은 또 24일 포항철강공단 기업들을 방문했다. 철강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행정적 지원을 강구하려는 시장의 행보는 기업들에 큰 격려가 될 것이고, 기업들이 외지에 투자방향을 돌리지 않고 포항 투자를 늘리도록 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다음달 13일에는 대구경북지역 상공인들을 초청해 대규모 포트세일을 할 예정이고, 27일에는 구미지역 상공인을 초청해 같은 설명회를 할 예정이다. 또한 수도권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투자유치설명회도 열 계획이며, 내년 3월 KTX 포항 개통을 계기로 수도권 1천800여 여행업체를 대상으로 포항관광설명회도 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시장은 “기업하기 좋은 도시 분위기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고, 단 1%의 가능성만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한다.이 시장은 최근 포항시청 행정조직을 개편했다. `창조도시 건설`과 `현장중심 행정`이 그 핵심이다. 기능이 중복된 부서는 통폐합하거나 폐지하고, `지역경제활성화, 예산의 효율적 집행, 시민편의`를 목표로 단행된 조직개편이다. 본청 1담당과 2과를 폐지하고, 일부 업무를 구청들에 이관해 본청을 다이어트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일부 부서는 시민들이 이해하고 기억하기 좋은 이름으로 바꾸었다.자치단체장의 능력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친화력`이다. 도지사·지역출신국회의원들·이웃 자치단체장들과 잘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포항시의 경우 `해양 수산을 담당할 제2청사` 유치가 큰 관심사인데,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서도 시장의 친화력은 중요한 덕목이다.

2014-10-28

지식보다 지혜를 얻는 독서

인도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한 부인이 아들을 데리고 현자를 찾아왔다. “이 아이는 일찍 글을 배워서 열심히 책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아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이 아이는 장차 뭣이 되겠습니까” 부인은 큰 기대를 가지고 물었다. 현자가 말했다. “장차 바보가 되겠군요. 책만 읽고 생각을 못했으니” `지식의 반감기`라는 말도 있지만, 책속의 지식은 `유효기간`이 있다. 하지만 지식은 유한해도 지혜는 무한하다.노자(子)도 일찍 `지식의 반감기`를 설파했다. 글방에 앉아서 글만 읽는 것은 `오래 전에 죽은 옛사람의 뼈를 고아먹는 짓”이라 했다. 별 소용 없는 지식으로 머리를 피곤하게 하는 바보들이란 뜻이다. 어느날 노자가 밭을 갈고 있는데, 공자의 제자가 와서 자기 스승 자랑을 늘어놓았다. 노자가 물었다. “그 사람은 무엇을 압니까”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는 분입니다” “그 사람 농사를 지을 줄 압니까” “농사 같은 것 지을 분이 아니지요” “풀 한 포기 뽑아보지 않은 사람이 알면 무엇을 알겠습니까. 공연한 수고 말고 나하고 농사를 지읍시다” `子`에 나오는 우화다.루소의 `에밀`도 비슷한 교육론이다. 중세 수도원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은 판에 박힌 낡은 것이고, 유용한 지식은 실생활에서 경험을 통해 얻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죽은 시인의 사회`도 낡은 지식을 주워 모아놓은 책을 찢어버리라 했다. 쓸모 없는 지식만 잔뜩 써놓은 책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교사는 교실을 떠나 현장을 다니며 학생들에게 `산 지식`을 가르쳤다. 그러나 사회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교사를 내쫓는다. `에밀`도 한동안 금서가 됐었다. 조선시대에 `노자·장자`는 기피학문이었다.책이 점점 밀려나는 시대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간도서 발행 부수가 2007년에 1억3천200만 부였으나, 올해는 8천600여만 부로 줄었다. 젊은이나 노인이나 모두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필요한 지식을 얻으니 책이란 것이 별로 필요 없다. 정보와 지식을 얻는 수단이 이제 책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갔다.그러나 책은 여전히 인간에게 필요하다. 지혜를 얻는 수단은 여전히 책이기 때문이다. 사서삼경, 바이블, 코란, 팔만대장경, 노자 장자, 한비자, 맹자, 손자병법 등 고전들은 모두 `지혜`가 가득 담긴 `책`이다.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지식을 얻은 후 철학과에서 인문학 소양을 길렀다. 마크 저커버그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얻고, 상상력을 길러낼 방법과 지혜를 얻을 방법은 인문학 독서밖에 없다는 것은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변함 없는 진리다. `지식·정보`는 필요할 때 손쉽게 얻을 수 있지만, `지혜·통찰력`은 인문고전에서 얻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4-10-28

`독일공산당`의 경우

동·서독이 분리돼 있던 1956년 독일 헌법재판소는 독일공산당(KDP)의 해산을 결정했다. 49년에 창당해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고, 소련과의 평화조약 체결, 독일 적화통일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호응도는 매우 낮았다. 창당 당시 연방의회 선거에서 15석을 얻었으나 53년 선거에서는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이때부터 이런 정당을 국가가 지원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일어났다.“민주주의 국가에서 실체적 위협이 없는 정당을 해산해야 하느냐”는 반대론도 나왔고,“독일공산당은 현 체제를 폭력적으로 전복하겠다는 어떤 강령·문서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정당의 위헌성은 폭력혁명의 구체적 기도를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당의 정치노선이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대항할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충분하다”면서, `구체적 폭력혁명`시도가 없다 하더라도 반국가적 `의도`만 있어도 해산사유가 된다는 점을 들어 `독일공산당의 해산`을 결정했다.김영환(51)씨는 80년대 대학가 운동권 주사파의 핵심이었다. 그가 쓴 `솔직·소박·겸손의 품성론`은 운동권 학생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고, 그러한 자세는 운동권의 자부심을 한껏 높여주는 구실까지 했었다. 그러나 차츰 운동권이 정치세력화하고 `품성론`과는 멀어지자, 김영환씨는 “이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이미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전향을 결심했으며, 지금은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김영환씨는 지난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정당해산심판 사건 공개변론`에 법무부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나는 당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중앙위원으로서 하부 조직에 돈을 주면서 95년 지방선거 등에 나온 후보 지원을 지시했고, 후보자들에게 500만원씩 자금이 지원됐다”고 말하고 “지원금에는 (내가) 북한 밀입국 당시 받은 40만 달러와 민혁당이 사업을 해 번 돈이 섞여 있었다”고 했다. 북한 돈이 한국에 뿌려진 정황은 심상옥·최은희 부부의 증언에도 나타난다. 신 감독은 김정일과의 대화 중에 “남조선에 내 돈 받은 사람이 2만5천명 가량 된다. 이들이 나의 혁명세력이다”라고 들었다. 신 감독은 “그래서 내가 한국으로 가지 못하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종북세력에게 암살당할 수 있으니까”라고 했었다.김영환씨는 헌재 증언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폭력혁명을 추구하는 정당을 보편정당이라고 판결하게 되면 국민, 주사파, 진보당 일부 당원에게 잘못된 사인을 주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라 했다. 국감장에서도 여당 의원은 헌재를 질타했다. “반국가 정당에 지원되는 국민혈세가 얼만지 아느냐. 이런 식으로 일하지 말라”고 했다. 헌재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2014-10-27

패배주의를 극복한 정신력

`2014 박정희새마을연구원 국제학술세미나`가 최근 구미에서 열렸다. 39개국 전문가와 관계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남유진 구미 시장은 “새마을운동의 핵심가치는 `우리 스스로 잘 살아보자`였다”고 말하고, “이제는 지구촌 공동체를 위한 더불어 잘 사는 새마을 정신이 필요하다”면서, 우리의 성공경험을 지구촌 여러 나라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새마을정신은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 명령`이 아니라 `밑에서 위로 올라오는 정신혁명`이며, 이것이 패배주의를 극복한 힘이었다. 아프리카 르완다 기호궤마을 아이들은 몇 년 전만 해도 1㎞씩 걸어서 물을 길어 왔는데, 한국정부가 상수도를 만들어주었고, 습지를 벼농사 짓는 농토로 만들었다. 콩고공화국의 시범마을은 70달러이던 주민 1인당 연간소득을 최근 300달러로 끌어올렸다. 최근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에서 열린 `제1회 지구촌 새마을운동 지도자 대회`에서 발표된 성공사례들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은 “지난 40년간 선진국들이 아프리카에 5천700억 달러의 물적 지원을 쏟아부었지만 1인당 소득 증가율은 1% 미만에 그쳤다”면서 “그것은 자조(自助)의식을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이 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했던 45명이 경북 새마을 현장을 돌아보았다. 포항 기계면 문성리 새마을운동 발상지기념관과 흥해읍 오도리의 사방기념공원도 찾았다. 민둥산을 산림 울창한 숲으로 만들었던 경위를 설명들었고, 구미로 이동해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와 민족중흥관을 방문했다. 7개국에서 온 지도자들은 포항의 포스코와 삼성전자 스마트 갤러리 공장을 견학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지난 2010년 3개국 5개 마을에서 처음 시작했던 저개발국 새마을 시범사업이 이제 8개국 24개 마을로 확산됐다”며 “앞으로 새마을운동 세계화로 저개발국에게 희망을 주는 경북도가 되겠다”했다.방문단을 맞은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시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은 단순한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근면, 자조, 협동의 자립의지가 있는 개도국을 대상으로 포항형 새마을 정신을 전파하기 위한 것”이라며, “가난과 질병, 문맹을 퇴치해 글로벌 공동체에 기여하고, 새마을 발상 도시로서 포항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가겠다”고 했다. 에티오피아 지도자는 “경북도가 에티오피아에 5개의 새마을운동 시범마을과 아프리카지역 새마을연수센터를 지어주는 등 많은 도움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체념과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새마을운동의 핵심이다. 이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처럼`성공한 개도국들은 영구히 한국을 `중흥의 종주국`으로 존경할 것이다. 모든 성취의 바탕에는 `정신력`이 있음을 가르친 것이 새마을운동이다.

2014-10-27

법의 권위가 이래서 무너진다

대구 경북의 교육환경 위생이 전국에서 가장 나쁜 것으로 이번 국감에서 드러났다. 유해시설을 허가해 주는 `해제율`에서 경북이 전국 평균 56%에 비해 크게 높은 72.9%였고, 유흥·단란주점, 호텔, 여관, 여인숙, 당구장, 노래연습장, 비디오감상실, 만화가게 등 유해업소가 학교 주변에 대거 허가됐다고 한다. 그만큼 경북도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가 허술해서 정화지역의 방어막 구실을 제대로 못한 것이다. 현행 학교보건법에는 학교 출입문에서 직선거리 50m까지는 절대정화구역, 200m까지는 상대정화구역으로 지정해 유흥·감염시설을 비롯, 유해업소의 영업을 제한하고 있는데, 그 법이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관광·서비스업의 활성화를 위해 지나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로비에 의해 학생들의 학습권과 위생환경이 무시되는 것은 더 나쁘다. 국감장에서 의원들은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춘 전문가를 심의위원으로 선정하고, 유해업소는 학교정화구역 밖으로 옮기도록 유도해야 한다. 우선 위원회를 전면 재구성하라”고 했다. 법을 위반한 위원회라면 그에 대한 문책도 필요하다.이번 국감에서 또 하나의 비리가 드러났다. `한국전력기술`이 원전비리 관련자들을 면직시킨 후 수개월만에 재취업시켰다. 이모 전 본부장은 사직 2개월만에, 김모, 윤모 전 본부장들은 사직 9개월만에 한전기술 상근위촉사무역으로 재취업했다. 상근위촉직은 1년 단위로 갱신이 가능하고, 연봉은 5천만~6천만원 수준이다. 국감장에서는 “불량 부품 납품과 시험성적서 위조 등 원전 비리의 주범들이 수개월만에 재취업한 것은 국민기만”이라는 질책이 쏟아졌다. 이러니 누가 원칙을 지키려 하겠는가. 도둑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다시 맡기는`행위는 국법질서를 허무는 행위이다.안동지역에서는 경찰이 `동네 조폭`의 횡포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경찰도 조폭에는 맥을 쓰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동네조폭이 만취상태에서 다른 차량을 연속 들이받고 뺑소니를 쳤지만 경찰은 어영부영 무마시키려 했다. 그 조폭은 수시로 행패를 일삼아 왔지만 시민 누구도 보복이 두려워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 경찰까지 미온적이다. 한 주민은 “그는 동창회 자리에서 만취해 술병을 들고 한 정치인을 위협하고, 최근 마을 주민에게 상해를 입혀 15일간 입원 치료를 받게 했고, 전·현직 농협 간부들에게 맥주병이나 흉기를 휘들러 상해를 입혔다”고 증언했다. 급기야 경북지방경찰청이 감찰관을 안동에 급파했다.공권력이 힘을 쓰지 못하고, 위법 탈법 눈속임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사회는 분명 위험하다. 힘 없는 서민들만 법을 지키고, 법망을 빠져나가는 자들이 많다는 것은 “점점 북한을 닮아간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2014-10-24

포항시 가용재원 확보 전략

복지예산 확대는 국가예산 전반에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증세다. 아니다” 논쟁보다는 이 `예산부담` 해소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하경제 양성화`방안도 지금 별로 가시화되는 것 같지 않고, 신통한 예산절감 방안도 나오지 않고 있다. 국가도 그렇지만 지방자치단체들도 가용재원 축소로 고통받는다. 복지예산 때문에 사업예산이 없다는 하소연이 도처에서 들린다.포항시의 경우 가용재원이 올해 400여억원에서 내년에는 200여억원 수준으로 감액될 것이라 한다. 안전행정부가 내년도 지방교부세를 올해보다 176억여원 감액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지난 7월부터 기초노인연금이 시행되면서 6개월 동안 국비까지 포함해 모두 766억여원을 지급했는데, 이 부담이 내년에는 국비를 포함해 1천39억여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복지예산 확대가 `공짜의식`을 키우기도 하지만, 국가재정에 지우는 부담은 심각하다. 이탈리아 등 남유럽 여러 나라들이 국가부도 위기를 맞은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을 수 없다.포항시는 내년 지방세를 100억원 정도 더 거둘 계획이다, 한 사회단체는 “지방복지세 신설”을 제안했고, 전국시도지방의회협의회는 “지방재정난 해소에 국회가 나서달라”는 성명을 냈다. 도처에서 아우성이다.재정문제에 관해서 가장 긴요한 것이 `새는 구멍 막기`이다. 각종 국가보조금이 불법·편법·탈법 등으로 헛되이 새어나간다. 그래서 `눈먼 돈`이란 오명까지 쓴다. 행정관청이 사전·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고, 제대로 못할 경우 일벌백계해서 그 `구멍`을 막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또 하나, 지방공무원들의 해외출장이 근래 들어 급증한 것도 문제다. 철저한 심사를 거쳐 불요불급한 해외출장은 사전에 막아야 한다. 상당수의 출장이 관광성이라 하는데, 공무원 놀러 다니라고 국민이 혈세를 내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제도를 아예 없애야 한다. 이 관광연수를 규정한 법령을 국회가 폐지하라는 것이다. 말썽 많은 지방의원 외유를 보장한 법은 악법 중의 악법인데, 이번 국감에서 아무 말이 없다.포항시의 재정 압박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자, 이강덕 시장은 구미상의를 찾아 포트세일에 나섰다. 대구 경북의 총 물동량의 95%가 부산항을 통하고, 영일만항에는 겨우 0.3%만 오고 있으니, 같은 경북지역 기업들이 이럴 수 없다. 이 시장은 부산항에 없는 각종 인센티브와 영일만항의 운항의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다음달에는 대구에서 대규모 포트세일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아낄 곳이 있으면 이를 낱낱이 찾아내고, 돈 벌 여지가 있으면 이에 적극 돌진하고,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으면 이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타성에 젖은 소극적 행정으로는 활로가 없다.

2014-10-24

정책의 단절과 예산 낭비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 각자 통치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왕조가 바뀌면 전 왕조의 흔적을 철저히 지우는 것이 중국이다. 황제가 바뀌면 황궁까지 말끔히 뜯어내고, 새로 짓는다. 그래서 중국에는 자금성 하나만 남아 있다. 마지막 황제 `부이`가 지은 황궁이고, 그 이후 다른 황제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흔적지우기와 정책의 단절은 어디에서나 보인다.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으레 전임의 흔적을 지우고 신임의 업적을 부각시킨다. 가장 심한 곳이 서울시이다. 경인아라뱃길은 후속 조치가 없어 지금 무용지물이 됐고, 2조원 가량의 예산이 그대로 날아갔다.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등 몇가지 정책이 중단돼 총 2조7천500억원의 예산이 허공에 날아갔다. 박원순 시장은 오세훈 시장의 사업을 철저히 지웠다.그 외에도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전임 지자체장의 사업을 계승하는 신임은 별로 없다. `재검토`란 구실을 달아 일부 지지자들과 합세해서 전임자의 정책을 지우고 새 치적 만들기를 시작한다. 심지어 4년 마다 한 번씩 `시정구호`가 바뀐다. 각종 시설물들에 바뀐 시정구호를 다시 다는 데 수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자주 바뀌는 시정구호는 시정구호가 없는 것이나 같다. 시정구호는 신임 지자체장의 철학을 담아내지만 자주 바뀌는 구호에 신경 쓰는 시민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전임과 정당을 같이 하는 경우에도 흔적지우기는 있는데, 정당을 달리할 경우 서울시처럼 그 변화는 `완전히 뒤집어 엎는` 수준이다. 정책의 연속성이 사라지니, 계약파기와 행정소송이 줄을 잇고, 이미 확보해둔 국·도비는 반환된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지게 된다. 그 낭비의 피해는 주민들에게 고스란히넘어간다. 시민단체와 지방의회가 이를 견제해서 `연속성을 지킬 것과 폐기할 것`을 구분해야 할 것인데, 지금까지 그런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다. 어영부영 신임의 뜻을 따른다.경북도·상주시와 드라이빙센터는 상주시 부곡리 일대에 43만8천467평의 부지를 확보, 2천535억원대의 MOU를 체결했지만, 지난 6월 지방선거로 시장이 바뀌면서 뒤집어졌다. `재검토`대상이 된 것이다. 상주시의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든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인데, 행정수장이 바뀌었다 해서 거액의 투자를 막는 것은 실책이다.포항시가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은 것이 `감사나눔운동`이다. 돈 별로 들이지 않고 시의 이미지를 이만큼 고양시킨 시책도 없다. 마치 `박정희 대통령 서거후 새마을 깃발 슬금슬금 내려지듯` 감사운동의 흔적도 사라졌다. 기독교단체나 시민단체에 보조금을 주어서라도 이 운동이 명맥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흔적지우기가 능사가 아니라 `계승 발전`도 훌륭한 치적이 될 수 있다.

2014-10-23

재선충 방제에 드론 이용을

일본은 `재선충과의 전쟁`에 일찌감치 항복하고, 궁성 등 중요 지역 소나무만 방제 관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소나무는 민족나무이기 때문이다. 애국가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듯`이란 귀절이 있고, 옛부터 소나무숲을 나라에서 보호하면서 중요 건축 자재로 사용했으며, 조상 산소 둘레에는 으레 소나무를 심었다. 그러니 소나무를 보호하지 않을 수 없고, 재선충 방재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나 소나무 과보호의 부작용도 있었다. 식목일때 마다 소나무를 심으니 너무 밀식해서 각종 병이 덤볐고, 송진이 많아 불이 잘 나고, 한 번 나면 끄기 어려웠다. 솔가지가 불덩이가 돼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며 산불을 확산시켰다. 그래서 “산불에 취약하고 병에 잘 걸리는 소나무 그만 심고, 불에 강한 은행나무나 참나무를 많이 심자”고 나무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소나무는 망국의 나무”라고 극언하는 사람도 있다.재선충은 가느다란 실처럼 생겼고, 스스로 이동할 수 없지만, 솔수염하늘소의 몸속에 기생하다가 이 매개충이 소나무 새순을 갈아먹는 순간에 나무에 옮겨간다. 재선충은 번식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감염된 소나무는 30일 만에 고사한다. 물이 올라가는 관을 막아 감염되면 100% 말라죽기 때문에 `소나무에이즈`란 무서운 이름까지 붙었다. 솔수염하늘소는 한 마리가 100개 가량의 알을 낳는데, 가을에 소나무 속에 산란하면 겨울 동안 애벌레로 자라고,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번데기로 변하는데, 이 순간에 재선충들이 덤빈다. 여름에 번데기가 날개를 달고 성충이 되면 재선충은 그 매개충의 몸에 들어간다.솔수염하늘소를 항공방제로 죽이고, 감염된 소나무를 파쇄하거나 약품훈증하거나 나무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방제를 하는데, 파쇄기가 들어갈 수 있는 산에서는 칩으로 만들어 연료로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는 훈증약을 뿌려 비닐로 덮어둔다. 경남 남해와 사천 지역은 재선충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곳인데, 재선충으로 황폐화된 야산에 고사리단지를 만들어 새로운 소득원이 되기도 한다. 방제에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본전`을 뽑을 방법도 있는 것이다.솔수염하늘소는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으니, 지자체간 협의·협력이 필요하다. 한 곳에서는 방제를 하는데, 이웃 지자체가 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문화유적지나 군사보호구역이나 산림청이 아닌 부서에서 관리하는 산들도 협동작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염목 발견인데, 근래 개발된 드론(Drone)을 이용하면 가장 정확한 예찰과 유효적절한 방제약 살포가 가능하다. 이 무인헬기에 카메라 GPS 등 장치를 달아 전국의 산을 감시하고, 약품을 뿌리면 재선충과의 전쟁도 조기에 끝날 것이다.

2014-10-23

나랏돈을 함부로 쓰는 행위

감사원은 수시로 예산낭비 사례를 조사해 이를 이듬해 예산편성에 참고하도록 한다. `감사결과예산반영위원회`가 감사 결과 중에서 예산 결산에 관련돼 지적을 받은 사례들을 수록하고, 어떤 낭비사례가 있다는 것과 예산 절감 방안도 들어 있다. 각 예산편성 기관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안들이지만 제대로 활용되는지 의문이다. 비슷한 지적사항 매년 반복되기 때문이다.감사원이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불필요한 정책에 의한 예산낭비, 지나치게 과다한 예산 책정, 지나치게 부족한 예산을 책정했다가 공사가 중단돼 낭비하는 경우, 레드 테이프(Red Tape)에 의한 예산낭비,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중도 폐기되는 낭비, 성과에 비해 과다한 지급, 불필요한 조직 운영에 의한 낭비 등이다. 그외에도 행정편의주의에 의한 낭비도 있는데, 법상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를 무시한 편법·불법 사업추진도 중대한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된다.2008년 MB정권 인수위원회가 `예산낭비 사례집`을 발간한 적이 있다. 지난 10년간 어떤 예산낭비가 있었는가를 적시하고, 이를 참고 삼아 예산 편성을 제대로 하고 낭비 없이 알뜰히 국민혈세를 쓰자는 뜻으로 펴낸 사례집인데, 이 또한 쓰임새가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행정 당국이 제대로 참고만 했다면 오늘날 감사원에 의해 똑같은 지적을 계속 받을 리 없다. 사례집에 의하면, 사업타당성을 잘못 판단해서 생기는 예산낭비, 중복 과잉 투자, 계약 및 공사 관리 잘못, 예산의 목적외 사용, 불요불급한 사업 추진, 국고보조금이나 출연금의 잘못된 관리, 기금의 잘못된 관리, 선심성·과시성 행사들에 의한 낭비, 불합리한 제도, 국·공유재산 관리 소홀, 수입증대 기회 놓치는 실책,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 등을 적시했고, 특히 국회가 예산결산 심사를 졸속으로 해서 행정기관들이 겁 내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다.최근 감사원이 경북도, 대구시, 포항시 등 15개 시군이 총공사비 100억원 이상인 건설공사에 대해 설계의 경제성을 검토하지 않고 공사를 발주하는 바람에 예산절감 기회를 놓치고,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사례가 있음을 지적, 15개 자치단체장들에게 주의조치를 내렸다. 포항의 경우 `오천-장기 간 도로 확포장공사` `뱃머리문화콘텐츠센터 건축공사` `영일만 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 `죽도배수펌프장 설치공사` 등이 지적됐고, 경주시의 종합장사공원, 김천시의 아포 하수종말처리장, 안동의 우편집중국-선어대 간 도로 등도 법령 위반이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경기도는 설계의 경제성 검토를 거쳐 총공사비의 3.3%와 7.4%를 각각 절감했다. 예산을 절감할 여지가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불법적 편법적 행정도 예산낭비와 다르지 않다. 국민혈세를 알뜰히 쓰지 않는 것은 악덕이다.

2014-10-22

안일·미숙·부실 행정들

2012년 구미 (주)휴브글로벌에서 불산가스 누출사고가 발생, 종업원 5명이 숨지고, 주민 1만2천여명이 부상, 가축 4천여두 살처분, 인근 농지 212ha가 피해를 입었다. 당시 구미시는 378억원을 사고 낸 회사를 대신해 우선 배상했고, 2012년 8월 피해보상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 227억원(60%)에 대해 승소했다. “회사는 그 돈을 일시불이 아닌 20년 분할상환하라”고 법원이 강제조정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이 회사가 경영부진 등으로 변제능력을 상실할 경우 구상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게 됐다. 잘 돼도 `목돈 주고 푼돈 받는`근시안적 행정을 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10월 초에는 중국 국경절 연휴가 있고, 많은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을 떠난다. 우리나라에도 올해 16만4천여 명이 왔고, 4천억원을 썼다. 지난해보다 38.3%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경주시는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전략에 소홀하다. 경주는 1천년 신라 수도여서 예술성 높은 유물 유적이 많고, 숙박시설 또한 풍부히 갖춰져 있는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경주를 중심으로 인근 포항과 울산은 산업도시로 산업관광의 명소인데, 이를 충분히 홍보하지 못한다는 비난도 받는다.감사원은 최근 보증관리 업무 소홀로 억대의 손해를 끼친 청송군 공무원 3명에게 1억4천만원 변상판정을 내렸다. 감사원은 또 대구시가 위탁관리업체의 소홀로 고장난 폐기물 처리시설 보수에 거액의 시예산을 투입한 사실과 경주시가 조명기구를 구입하면서 경쟁계약을 피하기 위해 편법을 쓴 사실도 적발했다. 경주시는 2억7천500만원 상당의 LED경관조명기구를 특정 업체와 계약했다.청도군은 올해 소싸움경기를 한 번도 열지 못했다. 청도공영사업공사와 민간주주로 구성된 한국우사회 사이에 소싸움경기장 사용료를 두고 갈등을 빚었고, 일년 내내 타협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도군은 공사를 통해 매월 소 1두 당 20만원씩 총 3천800만원의 사료값을 지급하고 있다. 소싸움경기가 열려야 수입이 생길 것인데, 아무 수입도 없이 예산만 퍼주고 있는 것이다. 사료값이라도 주지 않으면 싸움소가 청도를 떠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 한다. 공사와 우사회 간의 갈등 때문에 소싸움경기장을 마냥 놀리면서 막대한 수입을 놓치고 있는데, 청도군은 중재할 행정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경주시는 지난 2012년 230억원을 들여 교동 일대에 한옥 9개동을 설치하고, 지역 모 업체에 연간 임대료 1억3천500만원에 운영을 위탁했다. 그러나 시의 안일·미숙 행정으로 갖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재정적 손실도 상당한 것으로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났다. 행정이 안일·부실하면 국민 혈세가 낭비된다. 엄한 처벌로 다스리지 않을 수 없다.

201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