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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체복무제, ‘악용’ 허점 추호도 남겨선 안 돼

형평성 문제로 오랜 세월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켜온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가 오는 2020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병무청은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헌법재판소(헌재)의 불합치 결정 이후 대체복무 도입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남북이 총부리를 맞대고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에서 ‘국방의 의무’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 정치권은 추호도 악용할 허점이 없는 완벽한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병무청은 “현역병과의 형평성 고려, 복무 기간·형태 등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공청회 등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반영하고 국회 등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정부 입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병무청은 “국민이 공감하고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심사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며 “재판계류자 989명(6월 기준)에 대해서는 법원 판결에 따라 조치하고, 양심적 병역기피자 22명의 명단 공개는 중지했다”고 덧붙였다.구체적으로 국방부는 올해 말까지 대체복무의 복무분야, 합숙 여부, 복무 기간, 심사주체, 예비군 대체복무 등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병역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신청자 심사, 복무기관 지정 등 시행 준비를 마칠 예정이다.헌재는 지난 6월 28일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낸 헌법소원에 대체복무제를 적시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가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는 일부위헌 판결을 내렸다. “양심이 법질서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권리는 될 수 없다”던 2004년 헌재의 논리와 대비되는 판결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내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를 포함한 병역법 개정안을 입법해야 한다.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가 특혜나 다름없다는 기존 여론은 아직 건재하다. 병역거부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한국교회언론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설문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은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양심적’이라는 표현마저도 지속적인 논란의 대상이다. 군인으로서 의무를 다한 사람은 양심이 없어서 ‘살인기술’을 연마했느냐는 반론이 성성하다.대체복무 시행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야 할 ‘의무’를 선택이 가능하도록 변화시키는 중대한 혁명이다. 자칫 잘못 설정했다가는 국민의 심리적 ‘국방’이 무너져 국가의 존폐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는 엄중한 변화다.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국방의 의무를 거부하는 대가가 결코 만만해서는 안 된다. 대체복무의 내용이 가혹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강해야 여론은 비로소 ‘공평한 국가제도’로 인정할 것이다. 한 치도 허술해서는 안 된다.

2018-07-27

한국당 ‘김병준 혁신비대위’ 출범에 거는 기대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김 위원장은 대구·경북(TK) 출신 인사를 포함해 초·재선의원 4명·외부인사 5명(김 위원장 포함)으로 구성된 9명의 비대위원 명단을 발표하고 혁신 대장정에 나섰다. 김병준 비대위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당이 그 동안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해온 요소들부터 남김없이 찾아내어 깊숙하게 도려내야 한다. 고질적인 계파싸움을 극복하여 새로운 ’개혁적 보수’의 지평을 열어가길 기대한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가치를 세우고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많이 생각했다”고 비대위원 지명 기준을 밝혔다. 그가 내세우고 있는 새로운 가치에 대해선 “국가주의 문화를 단절해야 한다”며 “그간 한국당은 안보제일주의 철학에 매여 있거나 조국 근대화 이미지를 갖고 역사 발전에 따른 새 가치를 점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르고 버리지 못할 때는 새로 세워서 통합의 길을 여는 게 할 일”이라며 “한국당에서 계파, 계열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김성태 원내대표도 “위원들이 굉장히 젊은 인사로 당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 동력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며 “비대위가 거친 파도를 헤치고 순항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비대위 인선발표에 대해 일단 당내 반발은 감지되지 않아 다행이다. 비박계와 복당파 의원들은 “크게 무리 없는 인사”라고 평했고, 친박계 의원들은 “일단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그 동안 나락에 빠진 당을 구해내기 위해서 꾸려진 여야정당들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영락없이 일방적 ‘인적청산’ 쇼를 벌여 민심에 접근했다. 그러나 김병준 위원장은 다른 종류의 접근을 꿈꾸고 있다. 새로운 비전과 가치로 무장된 새 집을 짓고 그 집에 맞지 않는 인재들을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수순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김병준을 지켜줄 다른 세력은 없다. 오직 혁신의 대의명분만이 그를 보호해줄 것이다. 실용성, 유연성이 그 본질인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중심에 놓고 새로운 이념좌표부터 정밀하게 설정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실사구시(實事求是)로 무장한 실용주의 정책전문가라는 사실이 기대를 충만하게 한다. 실용주의야말로 검증되지 않은 어설픈 ‘소득주도 성장’ 가설과 ‘정치보복 심리’에 발목잡혀 끈질기게 남탓만 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가장 효과적인 견제논리를 창출할 수 있는 이념줄기다. 김병준 혁신비대위는 한국 보수 회생의 마지막 기회다. 역사를 잘못 읽어서 국정을 망친 전 정권의 몹쓸 유산들을 제대로 정리하고, 국민들을 감동시킬 새로운 정치비전을 일궈냄으로써 처참하게 부러진 한국정치의 오른쪽 날개를 완치해내기를 소망한다.

2018-07-26

경북 제2청사 갈등, 발전적 논의로 풀어야

포항에 경북도 제2청사를 설립하겠다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계획이 경북 북부권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이 지사는 동해안권 도민을 위해 환동해지역본부를 동부청사로 승격시켜 조직과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취임 후에도 경북 포항시 환동해본부를 찾아 부지사급 1명을 상주시키고, 매주 수요일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주요 정책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현재 환동해본부의 청사도 지금보다 두 배나 넓혀 새로이 건립할 뜻도 비쳤다.인구 50만의 포항을 포함한 경북 동해안권은 경북 인구의 3분 1 정도가 살고 있는 곳으로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경북의 요충지다. 또 앞으로 환동해시대를 맞아 북방정책의 거점 역할과 정부의 북방정책을 지원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낼 지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그러나 이 지사가 취임 후 곧바로 보인 동해권에 대한 행보와 정책은 다소 성급한 느낌이 없지 않다. 물론 도지사 선거의 주요 공약이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서둘러야 할 이유도 분명 있다. 그럴수록 형평과 균형에 무게를 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환동해본부의 이전에 따른 행정력 낭비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자리를 잡은지 불과 5개월 만에 또다시 이전지를 물색해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경북도의회 김대일 의원(안동)은 임시회 자유발언을 통해 “제2청사가 필요하면 청사건립 필요성에 대한 전문 연구를 선행, 도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의회와도 충분히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경북도청이 북부권에 위치해 동해안 주민들의 민원처리 등에 불편함이 있으나 이를 해결하는 방법 등은 김 의원의 지적처럼 민주적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옳다.안동시 의회도 이 지사의 제2청사 이전 추진에 대해 “도민의 분열을 조장한다”며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북 북부 내륙권 중심으로 경북도 제2청사 설립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반대로 포항 등 동해권 주민들은 이 지사의 제2청사 설립 약속이 당초 기대 미치지 못한다며 오히려 불만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야말로 경북 내륙권과 동해권간의 갈등이 시작될 듯한 분위기다. 경북도도 수습에 나서 제2청사 설립은 기능적 보강이 필요한 부분과 역할 강화에 중점을 뒀다고 해명하는 모양이다. 규모도 신규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본청에 비해 매우 작은 수준이라고 했다.무엇보다 이 문제는 누구 일방의 주장으로 끌려가는 안 된다. “제2청사가 포항에 들어서면 도청 신도시는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는 등 극한적 가정은 곤란하다. 양 지역이 상생하는 발전적 차원에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그 방법은 주민과 소통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북도 제2청사 논란이 과거 웅도 경북의 위상을 찾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2018-07-26

포항지진 원인 규명, 산자부 배제가 옳다

지난해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이 지열발전소가 원인이 된 유발지진이라는 주장을 두고 원인규명에 대한 논란이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포항북)과 포항지역 전문가가 중심이 된 11·15 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한동대 정상모·안경모 교수)은 23일 국회에서 지진원인 연구중간보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단체는 “그동안 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된 포항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에 있다는 학계 주장에도 산자부는 관련업계 주장만 되풀이한다”며 보다 공정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포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지진이 있다면 당연히 정확하고 엄격한 연구검토가 있어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의혹이 제기되어선 곤란하다. 포항지진도 같은 논리다. 포항은 피해 규모가 컸고 그로 인한 주민의 심리적 타격 또한 심대했다. 그래서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피해지역 주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옳고 상식적이다.그런데도 지역주민 의견은 배격하고, 문제의 원인이 된 지열발전 사업을 주관한 산자부와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이 주축이 돼 지진 발생 원인규명에 나서겠다는 것은 스스로가 공정성을 포기한 행위다. 오히려 피해주민을 얕잡아 보았거나 우롱하는 태도라 볼 수 밖에 없다. 김정재 의원의 말처럼 “피의자에게 수사를 맡기는 격”이라 말할 수 있다.김 의원은 정부의 합동조사단 구성에 앞서 국제적 유발지진 전문가를 합류시켜 공신력을 높여줄 것을 당부했으나 소관부처인 산자부가 맡으면서 무산됐다고 말했다.포항지역 전문가로 구성된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의 문제 제기에 앞서 김광희 교수(부산대)와 이진한 교수(고려대)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유체주입으로 생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크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바 있다. 이 논문은 연관성의 근거로 △포항지진의 전진과 본진의 발생 위치가 시추공의 위치가 거의 일치 △2016~2017년 물 주입이 있을 때 규모2.0 이상 지진이 자주 발생한 것과 시추 완공 전인 2012~2015년에는 이 지역에서 지진이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었다.이런 사실을 알고도 산자부는 원인규명에 대한 객관성을 가질 의도가 전혀 없어 보여 걱정이다. 포항지역 단체는 산자부의 이런 태도를 보고 행여 포항지진 원인을 왜곡할까 우려하고 있다.과거에도 산자부는 포항지진 발생 전 발전소 인근에서 2.0 이상 지진이 63회나 발생했는 데도 은폐했다. 책임소재를 의식한 태도로 보인다.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양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안타깝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열발전으로 인한 원인 규명에 나서면서 지열발전소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하루 빨리 산자부는 손을 떼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원인 규명이 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도이다.

2018-07-25

수상해진 북한… ‘대북제재’에 작은 구멍도 안 된다

북한이 수상해졌다. 한반도를 비롯해 전 세계가 들떴던 판문점의 봄, 북한비핵화의 꿈은 한낱 물거품이 될 위태로움마저 감지되고 있다. 북미 간 비핵화협상은 교착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는 가운데 끼여서 묘수를 찾지 못해 답답해하는 모습이다. 이 시점에 남북교류를 명분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전선에 구멍을 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지금이야말로 초당적 심모원려(深謀遠慮)로 위태로운 변전을 막아내야 할 때다. 북한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개인논평을 통해 ‘주제 넘는 발언’ ‘무례무도한 궤설’ ‘쓸데없는 훈시질’이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다. 비슷한 시기에 여권 인사들은 ‘김정은 찬양’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노무현 정부의 장관 출신인 유시민 작가, 이낙연 국무총리,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이 앞 다투어 나서서 ‘김정은 칭찬’을 늘어놓았다.작년 10월 제3국 선박 두 척이 북한산 석탄 9천156t을 국내에 반입한 의혹도 제기됐다. 청와대와 정부는 내용을 보고받고도 4개월 넘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유엔 안보리이사국 대상 공동 비공개 브리핑에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조치 전까지 대북제재는 유지된다”면서도 ‘일시적 대북제재 면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앞뒤 안 맞는 논리를 펼쳤다.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는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유엔군 사령관의 발언은 모골을 송연케 한다. 브룩스 사령관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에 보낸 영상기조연설에서 “북한이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생산 능력은 아직 그대로”라고 증언했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탄) 개발을 막았다고 희희낙락할 동안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굳어져가고 있다. 이 상태에서 ‘종전선선’과 ‘평화조약’체결로 가면 한국은 ‘게도 놓치고 구럭도 잃는’ 딱한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 ‘비핵화’를 질질 끌어서 남한의 안보·국방을 무력화시키려는 북한의 계략에 완전히 말려들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는 노릇이다.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강석호(영양·영덕·울진·봉화) 위원장은 23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비핵화를 위한 유일한 조치가 국제사회 공조를 통한 제재인데, 북한도발로 피해를 받은 최대 피해자인 대한민국이 앞장서서 위반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깊이 헤아리고 멀리 내다보는 대북정책, 냉정하고 지혜로운 대북협상이 더없이 절실해지고 있다. 북핵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한반도 평화’는 결코 오지 않는다.

2018-07-25

문 정부의 지방분권 의지 후퇴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력한 지방분권 정책을 펴겠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8월 17일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최소한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그리고 국민 기본권 확대를 위한 개헌에는 우리가 합의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 개헌 이전이라도 현행법 체계 속에서 할 수 있는 지방자치분권 강화 조치들을 정부 스스로가 노력해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문 대통령은 같은 달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리고 “내년에 헌법 개정할 때 헌법에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들과 제2 국무회의를 신설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문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인 같은 해 2월 세종시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선언 13주년’ 기념식에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로 참석해서도 이와 관련한 발언들을 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추진해 온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더 나아가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과 관련해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강력한” 그리고 “미국의 연방제에 버금가는” 등으로 지방분권만큼은 반드시 실천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취임 후 그의 이런 발언에도 이와 관련해 실질적인 진전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지난 3월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도 지방분권 내용은 되레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당의 반대로 국회통과까지는 가지 않았으나 대통령의 발의안이라는 점에서 문 정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시민단체는 문 대통령의 평소 소신에 비해 크게 후퇴한 안으로 평가했다. 물론 지방정부나 지방분권국가 등과 같은 화려한 수식어는 등장했으나 실제로 이양된 것은 없었다는 게 시민단체의 평가다. 지방분권 개헌 국민행동은 “현행 헌법보다 지방의 입법권을 훨씬 더 제한했다”며 “시대에 역행하는 대통령 발의안의 국회통과를 반대한다”고 했다. 지방분권의 본질적 목적은 국가가 권력을 지방에 이양하는 데 있다. 문 대통령의 언급한 강력한 지방분권이 이처럼 후퇴하게 된 배경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방분권 정책이 뒷걸음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은 날로 높아진다.최근 청와대가 지방분권업무를 담당하는 비서관 자리를 장기간 공석으로 비워두고 심지어 통폐합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런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청와대내 지방분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자치분권 비서관실과 균형발전 비서관실 두 군데뿐인데 그나마 실무자 3~4명이 공석이고 조직개편을 앞두고 통폐합을 검토한다니 중앙정부의 눈에는 지방은 아예 없는 모양이다. 문 대통령이 지방분권 정책을 직접 챙기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

2018-07-24

신용카드 수수료율 차별화·합리화 추진 환영

신용카드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을 0% 초반대로 낮추는 방안이 도입된다. 예산은 정부가 지원한다. 금융위원회는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감소 등으로 타격을 입은 영세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 종합개편 방안을 마련 중이다. 도무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장기불황과 최저임금 부담 등으로 궁지에 몰린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이 같은 조치를 일단 환영해마지 않는다. 현행 카드수수료율은 매출 5억 원 이상 일반 가맹점은 2% 안팎, 매출 3억∼5억 원 중소가맹점은 1.3%, 매출 3억 원 이하인 영세가맹점은 0.8%다.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려면 예산·세법 개정을 수반하는 사안인 만큼 올해 4분기에 방향을 잡고 내년에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영세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으로서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세워 예산 당국을 설득할 예정이다.신용카드사와 사용자가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신용카드 결제 확대로 편의를 누리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비용은 내지 않는다는 논리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가맹점이 내는 이른바 ‘적격비용’ 중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마케팅 비용을 카드사가 분담하는 방안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카드사들은 늘어난 비용을 카드 연회비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서 소비자들의 저항이 우려되는 대목이다.금융위는 또 현재 2% 안팎인 일반 가맹점 수수료를 내고 있는 G마켓이나 11번가 등 오픈마켓의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도 내년부터 우대수수료율(중소가맹점은 1.3%, 영세가맹점 0.8%)을 적용하기로 했다. 신용카드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별화·합리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제오늘의 이슈가 아니다. 카드결제 방식이 국민들의 소비행태의 주류가 된 현실에서 영세업자들에게 카드수수료는 큰 부담이다.금융위의 개선방안이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혹독한 불황 속에서 쓰러져가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이런 정도의 조치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소상공인 지원이 대부분 카드수수료 인하, 상가임대료 인상억제 등 비용절감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코끼리 장사꾼’에게 카드수수료는 별 부담이 아닐 수 있지만 ‘병아리 장사꾼’에게 똑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에 맞는 운임체계가 아니다.카드수수료율 인하 도입 추진을 계기로 정부는 생존위기에 몰린 영세 소상공업자들의 앞길을 열어줄 묘안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도무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경기를 살려낼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신실한 의지라도 좀 보여주기를 신신당부한다.

2018-07-24

순직 장병에 대해 국가는 더 진중해야 한다

지난 17일 포항에서 발생한 해병대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장병에 대한 영결식이 오늘 해병대장으로 치러진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민에 대한 국가의 예우 품위는 그 나라의 수준을 대변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사고발생 이후 청와대와 국방부 등 정부당국이 보여준 자세를 보면, 우리나라가 어떤 수준인지 의심스럽다. 유가족들의 가슴에 앙금을 남기는 이런 소홀을 언제까지 목도해야 하나 걱정스럽다. 마린온 헬기 사고 장면은 볼수록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륙하는가 싶더니 이내 프로펠러가 통째로 떨어져 나가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조악한 장난감 헬리콥터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동체는 처참하게 불에 탔다. 화염 속에서 마흔다섯 살 중령부터 스무 살 상병까지 해병대 장병 다섯이 속절없이 희생됐다. 결코 그렇게 허망하게 산화해도 될 인재들이 아니었다.사고가 난 이후 정부가 보여준 언행은 가없는 고통 속에 울부짖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가슴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결코 아니었다. 청와대 대변인은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보다도 사고 헬기 모체가 된 “수리온 헬기 성능이 세계 최고”라는 내용을 발표해 어리둥절하게 했다. 대통령은 여론이 악화한 뒤에야 애도를 표했다. 청와대 눈치만 보던 국방부가 그제야 따라 했다.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유족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의전 등이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것 아니겠나”는 답변으로 유족들을 모욕해 분노를 폭발시켰다. 숯덩이처럼 타버린 남편과 아들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어 오열하는 유족들의 참담한 심사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읽고 있는가.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델라웨어주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군 전사자 귀환식에 참석하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한다. 해외에서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단 한 구라도 예외없이 고국으로 송환해가려는 미국정부의 노력과 참전용사에 대한 미국인들의 진심어린 존경 풍토는 세계 최강의 나라 미국을 일구고 지키는 진정한 원동력이다.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나라를 지키다가 순직한 장병에 대한 예우를 놓고 건듯하면 온갖 사회적 논란이 일곤 하는 나라가 어떻게 건강한 국가일 것인가. 국방장관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물의를 사과하면서 이해를 구하고 장례절차를 합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가는 순직한 장병에 대해 좀 더 진중해야 한다. 유가족들이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라를 위해 헌신할 가치를 입증하는 일은 오직 국가의 몫이요 정부의 으뜸 존재이유 중 하나다.

2018-07-23

살인적 폭염, 농작물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상청은 폭염이 장기화됨에 따라 가축, 식중독, 농업, 산업, 수산업 등 전 산업분야에 걸쳐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폭염은 열사병과 탈진, 온열질환 등과 같이 사람에게 치명적 위협을 주지만 농축수산물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엄청나다. 특히 지금과 같은 폭염이 지속될 경우 재난 수준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최근 가마솥더위가 계속되자 경북도농업기술원은 도내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령중인만큼 농축산물 관리와 농작업안전사고 예방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 20일 대구의 낮 기온은 38.5도를 기록, 2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영천 38.4도, 경주 38.3도, 의성 37.8도, 안동 37.1도, 상주 36.8도를 나타냈다. 영천 신령은 39.2도로 도내 최고를 기록했다.기상청은 일본 오키나와 남부해상에서 중국 상하이 부근으로 이동 중인 제10호 태풍 ‘암필’의 영향으로 지난주 말부터 뜨거운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돼 밤 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열대야 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무더위가 앞으로 한달 이상 더 지속될 거라는 데 있다.저온피해로 고생한 경북도내 농가는 지난 장마와 태풍으로 충분한 저수율을 확보하면서 겨우 한숨을 돌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계속되는 폭염으로 농작물 관리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지금과 같은 폭염이 지속되면 농작물은 시듦, 병해충 증가, 생육불량, 햇볕데임 현상 등이 나타나면서 피해가 속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내 일부농가에서는 무더위 때문에 벌써 열매가 갈라지는 열과현상과 과실이 화상을 입는 일소(日燒)현상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먼젓번 저온피해로 가뜩이나 생산량이 줄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 폭염까지 겹치자 한숨짓는 농가가 늘고 있다고 한다.경북도와 농정당국은 폭염피해 최소화 대책을 내놓고 농민들에게 행동요령과 가축 및 축사 관리요령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있으나 연일 계속되는 고온으로 얼마나 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농사를 관리하는 농촌인력의 대다수가 고령화돼 있고 주로 야외에서 작업을 하며 무더위를 피할 방법도 마땅찮기 때문이다. 특히 농사와 관련해 농촌지역 고령자 및 취약계층의 여름철 안전사고도 적지 않게 발생해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의 농촌은 안전관리도 소홀히할 수 없는 형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올해 집계한 여름철 온열질환자의 13%가 농림어업 종사자로 알려져 농촌지역의 폭염 피해는 앞으로도 더 늘 전망이다.폭염은 농사에 치명적이다. 사전 예방 조치로 피해를 줄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축은 가축대로 농작물은 농작물대로 제대로 된 관리요령을 익혀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지구 온난화로 폭염은 이제 해마다 상시 발생하는 변수가 됐다. 그에 대응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2018-07-23

3% 성장 포기한 정부, 정책 비판 목소리 들어야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낮췄다. 지난해 12월까지 3.0%를 유지하다가 올 들어 2%대로 물러선 것이다. 정부가 경제전망치를 낮춘 것은 최근 경기상황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도 2.8%로 제시했다. 우리 경제의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로써 우리 경제는 3년 연속 3%대 성장은 사실상 어렵게 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낮추게 된 배경에는 지난 1년 사이 정부의 주요 경제 지표 대부분이 하강국면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의 경우 지난해는 14.6%가 늘었으나 올해 연간 전망은 고작 1.5%다.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 15.8%에서 올해는 5.3%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건설투자도 지난해 말 0.8% 증가에서 0.1%로 감소했다.무엇보다 정부가 중점 관리해온 고용부문에서 대폭적인 감소세를 보인 것은 뼈아픈 결과다.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을 32만 명에서 18만 명으로 거의 절반가량 하향 조정한 것이다.불과 1년여 만에 현 정부의 경제성적표가 이처럼 떨어진 것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높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핵심적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소상공인을 힘들게 한 최저임금제나 주 52시간 근무제 등이 아직은 시장경제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이런 비판을 아예 외면하는 분위기다.여당의 대표는 “소상공인이 어려운 것은 대기업의 갑질, 불공정 계약, 상가 임대료에 있다”고 강변한다. 공정거래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줄이겠다며 프랜차이즈의 불공정 거래행위 조사에 나서겠다고 한다. 문제의 본질을 모르는 것인지 외면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모든 책임을 대기업 갑질 등으로 돌리려고 하니 고용과 투자가 늘어날리 만무하다.물론 정부가 재정을 풀어 노동 공급을 늘려 근로자의 실질소득을 올리는 부양책을 쓰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다. 자칫하면 잘못된 정책의 결과를 세금으로 메우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이런 결과를 걱정하는 비판적 시각이 많다는 것도 정부여당은 눈여겨보아야 한다.사실 영세 소상공인이 주류를 이루는 지방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경제성장률 후퇴 발표는 불안감을 안겨주기 십상이다. 대기업은 아예 없는 취약한 지방경제에 최저임금 두자릿수 연속 인상은 치명적 타격을 입히고 있다. 장사를 걷어치워야겠다는 푸념들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현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진지함을 보여야 한다.경제성장 없이 제대로 된 분배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잘못된 정책은 빨리 바꾸는 것이 상책이다.

2018-07-20

김병준의 ‘가치·이념·노선혁신 우선’ 밑그림 옳다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을 맡은 김병준 위원장의 혁신방안 밑그림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치 정립’을 보수진영 최대 과제로 제시하고 새 가치로 ‘자율’을 제안했다. 당 재건 및 혁신, 인적청산, 보수통합 등 해법은 결국 한국당이 어떤 이념과 노선을 새로 정립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취지다. 김병준 위원장이 패 나눔 식 인적청산에 앞서 ‘가치·이념·노선부터 혁신하겠다’는 방향은 백번 옳은 접근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지향적인 인적청산은 반대한다”면서 그러나 “신념체계가 전혀 다르거나 정책적 방향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이 있다면 길을 달리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 다른 방식의 인적청산을 예고했다. 특히 그는 “당 대표로서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혁신비대위의 활동기간과 관련해서는 “최소한 올해는 넘겨야 그런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해 당내 일부에서 나오는 ‘비대위 조기 종료, 새 지도부 구성’ 주장을 일축했다. ‘보수통합’ 추진에 대한 질문에는 “인위적으로 되겠느냐”면서 “일부에서 연정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것보다 당을 바로 세우는데 전념하겠다”고 말했다.김 위원장은 특히 “소위 진보진영은 인권·상생·평화 등 특정 가치를 점유할 정도로 강한 가치지향성이 있다. 보수·중도 정치권이나 한국당은 가치를 점유하는 데 있어 부실했다”고 비판하고 “저는 국가가 시민사회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서 주도해 이끄는 게 아니라 여러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국가를 만들고 혁신해가는 질서를 꿈꾼다”고 밝혔다.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선 “우리 역사의 아픔”이라며 “이런 부분들을 그분들의 잘못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해석했다. 앞으로 “당원들과 밑바닥부터 토론을 하면서, 치열하게 미래를 논쟁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지식 당원·지식 당협위원장·지식 국회의원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환골탈태(換骨奪胎) 소임을 맡은 김 위원장의 사명은 막중하다. 국민들에게 굳은살처럼 각인된 극우·수구꼴통·꼰대·부자 편·빨갱이 장사꾼 등 구시대적 이미지를 벗어나는 일은 말처럼 결코 녹록한 게 아니다. 새로운 가치관으로 무장하고 이념을 수정하여 노선을 재정립하는 일부터 완성해야 한다. 한국당의 존재가치를 새롭게 인정받은 다음에 그 가치기준, 이념과 노선에 딱 맞는 사람끼리 뭉쳐서 국민들을 감동시켜야 비로소 성공할 것이다. 급격히 기울어진 한국정치 지형 안에서 각 정당들은 누가 더 미래지향적인지를 겨루는 새로운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당 회생의 마지막 리베로로 등장한 김병준 위원장의 활약을 기대한다.

2018-07-20

해병헬기 추락… 희생 헛되지 않게 기술완성을

해병대상륙기동헬기(MUH1) 1대가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시험비행 중 추락했다. 추락 후 기체가 전소되면서 영관급 기장을 비롯한 장병 5명이 순직해 참담하기 그지없다. 마린온(MARINEON)이라는 정식명칭을 갖고 있는 추락 헬기는 해병대가 고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도입한 상륙헬기다.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과 기술보완을 통해 완벽한 전투장비로 개발함으로써 장병들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17일 오후 포항시 남구 동해면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정비 후 시험비행 중이던 해병대상륙기동헬기는 이륙 직후 지상 약 10m 상공에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헬기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조종사 김모(45) 중령을 비롯한 탑승인원 6명 중 5명이 숨졌다. 정비사 김모(42) 상사는 의식불명 상태로 울산대병원에 이송된 후 18일 의식이 돌아와 절대안정을 취하고 있다. 사고 헬기는 활주로에 추락한 뒤 전소됐다. 당시 헬기는 상공에서 방향을 잃고 바닥을 향해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측은 “사고위원회를 구성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마린온은 해병대를 뜻하는 ‘마린’(Marine)과 ‘수리온’(Surion)을 합성한 이름으로, 마린온은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기반으로 제작된 상륙임무에 특화된 헬기이다. 마린온의 원형인 수리온도 과거 여러 차례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었다. 군 관계자는 “당시 지적되었던 문제점들은 대부분 개선된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있다. 해병대는 오는 2021년 자체 항공단을 창설하고 2023년까지 모두 28대의 마린온을 도입할 계획이지만, 사고원인이 기체 자체의 결함으로 밝혀진다면 이 같은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세계최강의 특수작전부대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미국 해군에 소속돼 있는 엘리트 특수부대 네이비 실(NAVY SEAL)이다. 미군의 특수기동헬기는 네이비 실의 작전을 떠받치는 초강력 장비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강력한 전투전력인 만큼, 우리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완성해야 할 목표로서 가치가 높다. 이번 사고 역시 기체결함이거나 정비 불량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철두철미한 조사과정을 통해서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고 완벽하게 보완해야 할 것이다.불의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최강의 특수작전을 떠받쳐줄 특수기동헬기의 개발을 멈출 이유란 전혀 없다. 불굴의 의지로 시련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기술개발에 성공하는 것만이 장병들의 가슴 아픈 희생에 보답하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다. ‘평화’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그 평화를 지키기 위한 국방의 의지는 더 강해져야 마땅하다. 예기치 못한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장병들의 명운을 빈다.

2018-07-19

지방분권 개헌 다시 시작해야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올해 안에 여야 합의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개헌 논의가 다시 시작될지 주목을 받고 있다. 문 의장은 이날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길, 촛불 혁명의 정신을 완성하는 길,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국민의 명령인 개헌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의장이 경축사에서 밝힌 개헌 필요성 제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 3월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국회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채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된 것에 대해 새롭게 논의를 벌이자는 것으로, 사실상 동력이 실종된 개헌 논의에 불을 댕겼다는 의미다. 이는 폭넓은 공감대를 가진 개헌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한다.1987년에 만들어진 우리 헌법은 시대적 소명을 사실상 다했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가 개헌 재추진에 찬성한 것은 이런 시대적 정신을 대변한 것이다.문 의장의 개헌 제기에 대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연내에 반드시 개헌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영수회담 제안”까지 하는 등 야권은 일제히 동참 의사를 밝혔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론적으로는 찬성하지만 민생, 개혁과제가 개헌론에 묻힐 것을 우려,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이 문제는 더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이미 국회 등에서 1년 넘게 논의를 벌여 개헌 방향에 대한 그림도 그려졌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과 지방분권의 강화, 국민소환제 도입을 통한 국회견제 등이다. 지방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번 밝힌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 실현에 관심이 크다. 문 대통령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권한을 대폭 이양시키고 시도지사가 참석하는 제2국무회의 신설도 법제화 하겠다고 했다.지난번 국회에 제출된 대통령 발의 개헌안은 이런 정신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것같아 정부의 지방분권 의지에 의구심이 들기도 했었다.그러나 문 의장의 제안으로 개헌 논의는 이제 다시 시작의 길목에 섰다. 어쩌면 20대 국회에서 논의할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알 수 없다. 권력구조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시대에 맞지 않는 체제로 그대로 간다면 또다시 우리는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국가적으로도 경쟁력이 약화되는 나쁜 결과를 안아야 한다. 정치권은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질 것이 아니라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담아내는 노력을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 특히 여당과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강력한 지방분권제가 포함된 개헌의 불씨를 제대로 지펴야 한다.

2018-07-19

미래세대 파탄 부를 ‘재정포퓰리즘’ 더는 안 돼

정부여당이 내년도 예산 방향을 ‘10%이상 확대’로 몰아가고 있는 가운데, 미래세대의 파탄을 불러올 정치권의 ‘재정포퓰리즘’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향후 사회지출 증가로 2060년 한국 순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96%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 10일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부담해야 할 국가채무는 이미 1천300만4천754원을 돌파했다.우리 사회의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당초 예측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은 엎친 데 덮친 현존하는 위협이다. 자유한국당 추경호(대구 달성군)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헌 70주년 기념 국가재정 대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 “인기영합·선심성 정책의 남발은 5년의 정권만 바라보는 재정운용이며, 미래 재정파탄과 세금폭탄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면서 국가의 재정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추 의원은 현 시점에서 “강력한 구조개혁과 혁명적인 규제혁파를 통해 경제체질을 강화, 잠재성장력을 높이고 세수기반을 확충, 지속적인 건전재정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추 의원은 특히 “2016년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15-2065년) 전망에서 2017년 합계출산율을 1.14명으로 전망했지만, 실적은 1.05명이었다”면서 저출산·고령화가 더욱 빨라져 재정건전성 악화가 가속화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다.추 의원은 “건전재정 기조의 훼손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재정준칙 강화와 장기재정전망 의무화가 필요하다”면서 “정부 예산안 편성 때 반드시 지켜야 할 국가채무비율(40% 이내)과 관리재정수지비율(2% 이내)을 각각 법률에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추 의원은 2년마다 40년 이상의 장기재정전망 실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굳이 추 의원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복지확대 기조를 타고 우리 정치를 파고든 고질적 포퓰리즘으로 인해 재정 위기국면은 날로 심화돼 왔다. ‘외상이라면 사돈집 소도 잡아먹는다’는 못된 속담처럼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우선 당장 좋으면 그만인 것처럼 행동하는 어리석은 정치는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이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과도한 나랏빚은 자칫하면 미래세대를 파탄낼 시한폭탄이다. 오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미래세대의 주머니를 미리 털어서 당겨쓰는 일이야말로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될 부도덕한 패악이다. 과거정부를 탓하는 일도, 세계 다른 나라를 빗대는 일도 다 궤변에 불과하다. 오늘 우리가 잘 살자고 미래의 아이들을 굶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재정포퓰리즘’은 더 이상 안 된다.

2018-07-18

대구 찾는 외국인 관광객 붙잡아라

‘2018 대구치맥페스티벌’에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몰려온다고 한다. 대구시는 대구의 무더위와 연계해 개발한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정착단계에 접어들면서 18일부터 열리는 올해 대구치맥페스티벌에는 외국인 단체관광객을 포함 외국인이 1천 명 넘게 대구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2013년 시작한 대구치맥페스티벌은 대구의 무더운 여름 날씨와 절묘하게 매칭되면서 대구 대표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2016년부터는 단일행사에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전국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대구치맥페스티벌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합세되면서 국제행사로서 성장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대구는 내륙도시란 입지적 조건으로 오랫동안 경제성장이 더뎠다. 항만과 공항 등이 갖춰진 부산과 인천 등지에 비해 도시발전 속도가 늦었던 것은 사실이다. 외지기업 유치의 최대 걸림돌인 사통팔달한 교통망의 부족이 원인이었다.그러나 관광산업은 조금은 다르다. 내 취미와 취향에 맞으면 조금은 불편해도 찾아오는 것이 관광산업이다. 관광산업은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다. 국가로 봐선 국제수지 개선과 고용, 재정 수입확대의 효과가 크고 관련산업의 발전이 기대된다. 또 지역개발을 촉진하고 지방단위의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관광산업을 국가의 기간산업 및 미래의 성장 유망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자치단체 간 경쟁이 치열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구시가 관광산업 활성화에 총력을 쏟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 할만하다.대구치맥페스티벌 기간 동안 1천 명이 넘는 외국인이 대구를 찾는다는 것은 눈여겨 볼만한 일이다. 이들은 치맥페스티벌 뿐 아니라 대구동성로, 근대화 골목, 김광석길, 이월드 등 대구의 볼거리를 다시 찾게 된다. 관광산업은 관광객이 한번 방문하는 단발로 그치게 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입을 통해 관광객이 꾸준히 찾도록 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대구시가 홍보 팸투어단을 운영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대구는 과거와 달리 항공편이 크게 개선됐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쉽게 대구를 방문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열렸다. 관광의 필수조건인 교통문제가 나아지면서 외지 관광객을 붙잡을 이유도 이젠 생겼다. 대구가 우리나라 3대 도시라고 하지만 도시의 국제화율은 매우 낮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대구가 성장하려면 도시의 국제화율을 높여야 한다.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다. 대구치맥페스티벌 동안 대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대구를 매력적인 도시로 알려야 한다.특히 치맥페스티벌과 같은 국제행사의 격을 높여 대구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붙잡아야 관광산업도 성공한다.

2018-07-18

폭염·열대야 본격화… 피해예방·건강관리에 만전을

전국이 연일 펄펄 끓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어서는 폭염에 열대야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15일 경북 일부지역의 낮 최고 기온이 37.2도를 기록했고, 16일에는 대구와 경상북도 전 지역을 포함, 강원도 동부와 서·남해안을 제외한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한 주 사이 전국의 온열질환자는 145명으로 전 주의 52명에 비해 3배 규모로 늘었다. 사망자도 2명이나 나왔다. 당국의 선제적 대응과 함께 개인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15일 경주와 영천시의 낮 기온이 전국 최고로 치솟는 등 폭염특보가 3일째 이어진 대구·경북지역은 밤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현상까지 보여 잠 못 드는 밤이 지속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낮 최고기온은 경주와 영천이 37.2도를 기록하며 가장 높았다. 의성 36.6도, 대구 36.5도, 영덕 36.2도, 안동·구미 35.3도, 상주 35.2도, 문경 34.9도 등을 나타냈다.폭염 주의보는 하루 최고 기온이 33도, 폭염 경보는 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폭염은 노약자나 취약계층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소리없는 재앙이다. 태풍이나 집중호우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낸다. 서울 최고 기온이 38.4도를 기록했던 1994년엔 더위로 사망한 사람이 3천384명이나 됐다.이럴 땐 우선 개인의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 등 폭염취약계층과 야외 근로자는 야외활동을 가급적 자제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물을 많이 마시며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땐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인체에 해가 된다. 고령자들은 가능한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위험 시간대’ 야외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만성질환자에게도 폭염은 치명적이다. 냉방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홀로 사는 노인, 쪽방촌 사람들 등 에너지 빈곤층도 이런 날씨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올 여름도 폭염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빈곤층에게 고온의 여름나기는 목숨을 건 사투일 수 있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이웃 간에 서로 살피는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위에 대한 사소한 관심이 귀한 생명을 지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폭염이 당분간 계속 기승을 부린다는 예보인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부터 긴장을 높여야 할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폭염을 재난으로 인식하고 적극 대응하길 바란다. 물론 온 국민이 폭염 피해에 대한 높은 경각심으로 스스로 주의하고 위급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급선무다. ‘만사불여튼튼’의 교훈을 생각할 때다.

2018-07-17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 골병드는 서민경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심각하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최저임금보다 10.9% 오른 8천350원으로 결정되자 소상공인연합회는 즉각 “수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불복종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 했다. 전국편의점 가맹점협회도 7만여 편의점의 동시 휴업도 추진한다고 했다. 내년도에 10.9%의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최저임금은 2년동안 29%가 인상되며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사실상 최저임금은 1만원 대에 들어서게 되는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에도 불구, 또다시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오르면서 시장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지난해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해 내내 우리경제는 최저임금 후유증에 시달려 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서비스료를 중심으로 물가가 덩달아 올랐고, 저소득층의 일자리는 되레 줄어드는 부작용을 겪었다. 취업자 증가 수가 5개월 연속 10만 명 안팎으로 주저앉았고, 아르바이트 고용이 많은 도소매업 취업자 수도 오히려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의 의도가 소득 하위층의 소득 구조를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역시 이런 왜곡된 시장 구조를 더 꼬이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인상위에서 결정하지만 사실상 가격 결정은 시장경제가 판단할 문제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도 시장이 담당할 한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때문이다.그들은 근로자보다 오히려 더 적은 임금을 손에 쥐어야 할 형편에 도달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폐업을 해야 할 형편에 이렀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일각의 지적처럼 근로자와 자영업자간 ‘을과 을’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꼴이라 할 수 있다.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과 임금지불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노사 양측의 입장을 반영하고 통계를 통한 그 근거도 제시돼야만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이번처럼 사용자 위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고용부가 추천해 선임한 공익위원 9명이 인상률을 결정한 것은 절차상에도 문제가 있다.최저임금의 취지는 빈곤을 줄이고 소득의 적정한 배분을 통해 사회통합을 이룩하는데 있다. 그럼에도 저소득층이 이로 인해 더 고통을 받는다면 최저임금의 인상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우리나라가 국민총소득(GNI)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부담 하나만으로 접근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다. 경제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한다는 것도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그리고 지방의 경제는 그야말로 생사기로에 서 있다. 최저임금 인상 재고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2018-07-17

禪 수행의 메카 ‘문경세계명상마을’을 주목한다

문경시 희양산 봉암사 자락에 21세기 인류문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선(禪) 수행의 메카가 세워진다. 구산선문 천년고찰인 봉암사는 국내 유일의 선(禪) 체험센터인 ‘문경세계명상마을’기공식을 가졌다. 부지면적 9만2천982㎡, 건축연면적 1만1천㎡의 규모의 ‘문경세계명상마을’은 국내는 물론 세계에 우리나라 전통 참선을 널리 알려 문경을 정신문화의 본고장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경세계명상마을’은 한국 전통의 참선 명상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며, 3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명상실, 무문관, 토굴(꾸띠), 숙소, 식당, 차실, 숙소 등 전통을 아우르는 현대건축물로 건립될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 250억 원이 투입되는 명상마을은 한반도에 선이 전래된 지 1천200주년이 되는 2021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동안 경상북도와 문경시는 투자심사, 도시계획결정고시, 건축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절차를 충실히 밟아왔으며 건축, 환경 등 분야 별로 유기적인 협조 아래 원활한 착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인도의 수행법인 요가가 불교전래와 함께 동북아시아에서 현지화된 것이 참선이다. 중국에서 탄생한 참선이,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고, 젠(Zen)이라는 이름으로 일본불교에 의해서 세계화되었다. 미국에서 이제 불교와 명상은 종교와 수행을 넘어, 힐링을 위한 주류 문화로 자리잡았다. 현재 미국 내에서 불교신자는 약 500만 명이고, 여기에 명상인구를 더하면 참선 수행 인구는 1천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명상과 선 수행은 특히 유럽과 미주 등 서구에서 21세기 인류문명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통일하여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게 하는 정신집중의 수행인 참선과 명상은 국내에서도 템플스테이 등을 통해 소개돼 많은 외국관광객들이 찾는 인기 관광상품으로서 날로 관심도를 높여가고 있다. ‘문경세계명상마을’ 건립을 주도하고 있는 봉암사는 성철(性徹)스님과 향곡(香谷)스님, 청담(靑潭)스님 등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선사들이 모여 수행 정진하면서 ‘봉암사 결사’를 실천했던 곳으로 유명하다.선 수행은 물질적 풍요 속에 점점 더 삭막해지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구원할 가장 강력한 신문화로 인류사회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참선의 전통이 오롯이 남아있는 우리나라, 그 중에서 선불교의 성지라고도 할 수 있는 문경 봉암사 영역에서 세계인들이 참선 수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윤환 문경시장의 바람처럼,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매년 수백만 명의 명상인구가 문경을 찾게 되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2018-07-16

경북도, 원전해체연구소 유치에 명운 걸어야

경북도가 원전해체연구소(이하 원해연) 유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고 한다. 최근 청와대가 원해연 입지를 경북 동해안에 두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원해연의 입지에 대한 관심이 전례없이 높아지고 있다. 경북도는 원해연의 입지로 일찍부터 경주를 손꼽아 유치 홍보 활동을 벌여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당선 후 처음으로 찾은 청와대 방문에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동해안을 입지로 거론한 것은 고무적이다. 특정지역을 염두에 둔 발언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원해연 입지를 동남권이라 언급한 것에 비해 경북쪽을 배려한 발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동남권은 부산, 경남지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이번 동해안 발언은 이보다 신중하고 합리성있는 생각이라 평가된다.경북은 우리나라 원전의 절반인 12기가 가동되는 지역이다. 특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이미 건립이 준비 중인 영덕 천지원전과 신한울 3·4호기가 백지화되면서 지역민의 상실감이 큰 곳이다. 또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결정 등으로 지역주민 반발과 지역경제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형편이다.원전해체연구소는 원전 인프라가 풍부한 곳에 설립되는 것이 당연하고 합리적이다. 원해연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타 지역과 비교해 객관적 평가를 할 근거이기도 하다. 경주에는 원전해체를 담당할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가 있으며 원전 설계 전문기업인 한국전력기술, 방사성 폐기물을 담당하는 한국원자력관리공단 등이 소재해 있다. 또 포스텍과 영남대 등 원전 관련학과와 인적자원도 유리한 지역이다.특히 원해연이 경북에 입지하게 되면 경북은 원전의 설계-건설-운영-해체-처분의 원전산업 전주기가 완성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이로 인한 원전산업의 시너지 효과는 생각 이상 좋을 것으로 짐작된다.경북도는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국제원자력안전 및 해체산업 전문가 국제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원전 해체산업의 육성을 위해 국제간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하고 “한국도 관련 산업 육성에 대한 발빠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국가 원해연 입지로서 원전산업 전주기 생태계가 구축돼 있고 인력 확보가 유리한 경북은 최적지라고 평가했다.이제 경북은 원해연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주와 포항에서 연이어 발생한 지진과도 관련, 원전 안전을 위한 정부차원의 후속 조치와도 유관한 문제다. 경북이 원해연 입지로서 타당한 이유를 합리성과 논리성을 근거로 정부측을 설득해야 한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힘을 모아 정치적 고려 등으로 기울기 쉬운 정치적 오판을 막아야 한다. 경북도는 이제 원해연 유치에 명운을 걸어야 할 때가 됐다.

2018-07-16

고혈압치료제 혼란, 제도혁신으로 재발 막아야

불순물 함유가 우려되는 고혈압치료제 발사르탄으로 인한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의원과 약국에는 문의가 폭주하고 일부 의료기관의 업무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회수’ 발표 후폭풍이 거세다. 제약업계의 손실도 수백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난립상태에 다다른 복제약(제네릭) 생산 판매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주목해야 할 때다. 식약처는 최근 중국 ‘제지앙 화하이’ 가 제조한 원료의약품 ‘발사르탄’ 사용이 확인된 115개 고혈압 치료제품목(54개 업체)에 대해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 회수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고혈압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던 전국의 수많은 환자들이 처방약의 ‘발사르탄’ 포함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병·의원 및 약국을 찾는 일이 폭증하고 있다.해당 고혈압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17만8천536명에 이른다. 대형병원은 물론 일반 병·의원까지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이 업무가 마비될 정도에 이르고 있다. 급기야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에서 요양기관업무포털을 이용해 환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중국 회사가 발사르탄 생산공정 변경과정에서 발암물질인 NDMA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유럽의약품청(EMA)에 보고한 게 혼란의 시작이다. EMA는 정밀검토 끝에 예방 차원에서 이 회사의 원료로 발사르탄을 제조하던 제약회사에 생산중단 및 리콜을 요청했다. 캐나다·일본·홍콩·타이완에 이어 우리나라의 식약처도 발 빠르게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EMA가 리콜을 요청한 품목은 수개에 불과하고 영국은 두 회사의 8개 제품만 판매 중지 대상이다. 하지만 식약처가 제조와 판매를 중단한 발사르탄 제품은 54개 회사의 115개 품목에 달한다. 왜 이렇게 특히 우리나라에서 혼란이 극심할까. 지난 2000년대 초반, 당시 의약분업을 강행하면서 대체조제가 가능하도록 제네릭(복제약) 숫자를 크게 늘린 것이 화근이다.우리나라는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 기반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편법적인 위수탁 또는 공동생동 방식을 통해 단 하나의 제조회사에 의존하는, 전 세계 의약품규제 역사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희한한 제네릭 생산허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생동성을 인정받은 품목 중 직접 생동성 시험을 실시한 경우는 20%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동이 이번 고혈압치료제에 머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제아무리 값이 싸다 해도 불확실한 약을 마구 쓰게 만드는 현재의 시스템은 안 된다. 부실한 검증을 거치는 복제약으로 무한경쟁을 유도하는 위험한 구조는 하루빨리 혁신돼야 한다.

2018-07-13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 소통으로 시작해야

권영진 대구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대구의 주요 현안으로 3가지를 꼽았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대구 통합신공항 조기건설,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취수원 확보, 그리고 대구시민의 자긍심을 높일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이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관련부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취수원 이전 추진단과 대구시 신청사건립 추진단은 새로이 발족할 뜻을 비쳤다.권 시장이 제시한 3가지 현안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반드시 실천돼야 할 현안이며, 3가지 모두가 대구시의 위상을 높일 수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데 이론이 없다.그 가운데 대구시 신청사 건립은 20여 년 끌어온 대구시의 해묵은 과제다. 현 청사는 건축된 지 25년이 돼 노후화로 인한 안전문제와 공간협소에 따른 업무효율성 저하, 주차장 부족에 따른 시민 불편 등 갖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이 다녀본 청사 중 가장 낡았다고 언급할 정도로 250만 대구시민을 대표할 청사로서 품위를 이미 잃었다.그동안 청사 신축을 위한 구상이 여러 번 있었으나 재정 사정 등의 이유로 제대로 실천된 적은 없다. 권 시장이 이날 밝힌 대구시 신청사 신축 언급은 시기,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공론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제부터 대구 신청사 건립은 대구통합공항 건립만큼이나 시민들의 관심으로 부상할 것이다.전국 3대 도시인 대구광역시의 청사로서 너무나 초라한 지금의 청사를 어떤 곳에 어떻게 짓는가는 대구시민에게는 대단한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기왕 시작했으면 대구를 대표할 랜드마크가 되게끔 좋은 건축물이 됐으면 하는 것이 시민의 바람이다. 대구의 역사성이나 전통을 살리고, 대구시민의 자긍심과 정신이 함축된 형상물로 표현됐으면 하는 것이 대구시민의 뜻이라 본다.그동안 이전이냐 재건축이냐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지역출신 정치인의 요구도 만만찮았고 구청 단위의 이전 욕구도 갈등을 빚었다.그만큼 예민한 문제다. 그러나 원칙과 명분이 있으면 이런 문제도 풀어갈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이전후보지가 경북도청 후적지를 포함 10군데나 된다고 한다. 한군데로 압축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권 시장도 이를 고려, 대구시청 신청사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해 시민 공감대를 찾겠다고 했다. 대구통합신공항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진과정에서 내내 발목을 잡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공론화 과정이 있어야 한다. 특히 이와 관련한 시민과의 소통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그리고 시청 신청사 건립은 백년대계의 심정으로 시작해야 한다. 외국의 사례를 잘 살펴 서두르지 않고 대구의 랜드마크로서 손색이 없는 형상물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시민의 세금을 쓰지 않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2018-07-13

동해중부선 건설 ‘복선전철화’ 변경 타당하다

현재 단선(單線)으로 건설 중인 동해중부선 철도를 복선(複線) 전철로 변경 추진하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0일 청와대를 방문해 국도7호선 밖에 없는 동해안지역의 SOC 확충과 북방경제시대 물류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동해중부선 철도 건설을 복선전철로 전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청와대는 이에 공감하여 정부차원에서 검토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우 도지사는 이날 청와대에서 김수현 사회수석을 만나 동해중부선에 대해 “남북교류협력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이 시점에 동해안 철도망 구축이 시급하다”면서 “단선 비전철로는 통일시대를 대비할 수 없고, 시베리아대륙을 횡단하는 대륙철도가 될 수 없는 만큼, 복선전철로 사업을 변경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김 수석도 이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며, 정부차원에서 검토할 뜻을 내비쳤다고 경북도 관계자가 전했다.이에 따라 경북도가 향후 통일시대를 대비하고 유라시아 주도권 확보 등 환동해안시대를 여는 기반시설로 활용하기 위한 포항~삼척간 166.3km 동해중부선 복선전철화 작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동해중부선 복선화는 유라시아 대륙 진출의 교두보로서 포항항을 동북아 허브항으로 개발하는 데도 필요성이 크다는 게 경북도의 판단이다.동해중부선 중 포항~영덕 간 44.1km는 지난 3월 단선으로 완공됐으며, 영덕~삼척 간 122.2km는 오는 2020년 완공 예정이다. 디젤기관차가 운용되는 단선철도는 환경오염 문제에다가 최대시속이 100㎞도 나지 않는 등 단점이 많다. 복선전철로 전환할 경우 최대시속이 250km에 이르는 등 비교할 수 없는 강점을 갖게 된다.경북도는 동해중부선을 세계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출발점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종단철도(TKR·부산~나진~러시아 하산),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 유럽철도(EU Rail·모스크바~파리) 구간 1만5천㎞를 하나로 묶는 유라시아 철도(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건설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의 핵심이다.동해중부선이 단선철도로 건설되고 있는 것은 시대변화에 걸맞지 않다.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철저하게 미래지향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LED전등이 휘황한 시대에 고작 호롱불을 켜 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 주변에는 장기적인 예측이 부실하여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시대에 뒤떨어져서 제 구실을 못하는 시설들이 적지 않다. 동해중부선 건설을 거시적인 안목 속에서 미래 상황에 부합하도록 재구상하는 일은 경제성과 효율성, 편의성 등 모든 분야에서 그 가치가 충분하다 할 것이다.

2018-07-12

민선 7기 단체장, 인사혁신으로 미래 열어야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자치단체장의 취임과 지방의회 원 구성 등이 대략 마무리되었다. 새 단체장을 중심으로 한 민선 7기는 이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본격적인 출범을 시작했다. 6.13 지방선거로 드러난 민심과 급변하는 환경 속에 지역을 발전시킬 막중한 책무를 가진 민선 7기가 과연 앞으로 지역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다. 자치단체 별로 주요 현안과 향후 정책방향 등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신임 단체장의 생각이 담긴 공직인사가 화두가 되고 있다. 새 단체장의 취임으로 그동안 공백 상태에 있던 공기업뿐 아니라 경제부시장, 경제부지사와 9월 정기인사 등이 맞물리면서 새 단체장의 인사정책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인사는 조직의 활력소이면서도 조직을 끌고 가는 힘이다. 광역단체든 기초단체든 새 단체장이 결정할 인사는 이런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지역사회가 단체장의 인사정책에 주목하는 것도 인사로 인한 여파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특히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민선 7기 인사가 지역의 변화와 혁신을 어떻게 담아낼지는 대단한 관심거리다. 광역단체장의 인사는 공직사회의 전반의 기강을 확립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역량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그래서 있다. 사람을 잘 쓰는 조직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처럼 단체장이 사람을 얼마나 적재적소에 배치하느냐가 조직 활성화의 관건이 되는 것이다. 공직사회의 인사가 잘 되면 민원행정이 잘 돌아가고 지역사회가 당연히 발전하게 된다.그동안 많은 단체장들이 취임하면서 공직사회의 분위기 혁신을 위해 인사쇄신을 약속했으나 그동안 공직사회가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공직사회의 오랜 전통과 관행을 일시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시대변화에 맞게 공직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취임 전 한 토론회에서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춘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출자출연기관 단체장 자리가 공무원 자리연장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북도청 인사도 국장이 과장을, 과장이 계장을 선택하는 방법으로 인사의 책임성을 강조했다.권영진 대구시장도 양보 없는 인사원칙을 강조했다. 정례조회에서 공직사회 혁신을 위해 과감한 발탁인사를 약속했다. “시간이 가면 자동 승진되는 일은 앞으로 없다”고도 말했다. 공무원의 적당주의나 갑질행정 근절도 약속했다.민선 7기 단체장들은 한결같이 법과 원칙에 의한 인사를 하겠다고 했다. 새롭지도 않다. 과거의 단체장도 똑 같은 인사원칙을 밝혔지만 공직사회가 달라졌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원칙에 맞는 인사를 누가 용기있게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사는 단체장의 역량이자 안목이다. 혁신적 인사만이 미래를 열 수 있다.

2018-07-12

美·EU 철강 통상압박 가중, 정부 대응 절박

미국의 초강력 통상압박에 이어 유럽연합(EU)마저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를 잠정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철강산업의 메카 포항이 질식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작금의 통상압력은 경제문제가 아닌 정치·외교 문제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개별 민간기업의 역량으로는 막아내는데 한계가 있다. 정부가 비장한 의지를 갖고 전방위적으로 치밀하게 대응해나가지 않으면 해법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6일(현지 시간) 한국산 철강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이달 중 잠정 발동하기로 했다. EU 집행위는 미국이 지난 3월 고율의 철강 관세를 부과하자 “수출이 막힌 한국산 철강 등이 유럽으로 덤핑 판매될 우려가 있다”며 올 3월 말부터 세이프가드 조사를 벌여왔다. 지난 5일 실시된 찬반표결에서 EU 28개국 중 25개국이 찬성표를 던져 미국의 보호무역에 맞서 EU도 자국의 이익을 지키겠다며 단합한 것이다.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폭탄으로 이미 큰 타격을 받고 있는 포항철강공단 업체들에게 EU의 세이프가드 발동은 설상가상이다. 한국은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지는 대신 미국 정부가 요구한 수출 쿼터제(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의 70%)를 수용한 상태다. 이 때문에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포항철강공단 내 강관업체인 넥스틸의 경우 500억원을 투입해 미국으로의 생산공장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철강업계는 일단 수요업체들과 연계해 EU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성과를 낼 수가 없다. 국제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통상압력을 ‘경제 문제’로만 봐서는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철강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수출 물량이 유럽 국가들의 기타 소비재 시장 등 자국 산업과 맞물려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설득 작업에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미국의 통상압박에 대해 케네스 커티스 전 골드만삭스 부회장은 “한국이 관세폭탄을 비껴가려면 백악관 참모는 물론 연방정부와 주정부 관료, 기업 등 다방면으로 접촉해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시장다변화를 통해 다양한 수출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 의존율을 낮추고 시장을 다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은 명약관화해졌다. 하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업계가 전방위적으로 참여하는 ‘올코트 프레싱’ 전략으로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 견디다 못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합작 형태로 미국으로의 생산공장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박효정 넥스틸 대표의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심정”이라는 말이 비장하게 들린다.

2018-07-11

경찰관 죽음 부른 공권력 경시 풍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권력을 무시하고 짓밟는 행위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9일 주민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순직한 영양경찰서 고 김선현 경감 빈소를 찾은 김 장관은 이렇게 말하고 공권력 강화대책을 추진할 뜻을 비쳤다. 경찰관이 사건 현장에 출동해 흉악범과 대치하다 다치거나 심지어 숨지는 사고는 빈발하다. 이때마다 정부는 공권력을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으나 여전히 공권력은 권위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다. 사후약방문식 대응만 반복하던 가운데 발생한 김 경감의 갑작스런 순직은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과연 우리의 공권력은 언제 국민에게 믿음을 줄 것인지 궁금하다.한 경찰관은 경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공권력이 경시되는 풍조에 대해 이렇게 글을 올렸다. 그는 공권력 무시행위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을 꼬집었다. 경찰관을 폭행하고 대항하더라도 법원에 가면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 경찰을 만만하게 본다는 것이다. 직무집행에 관한 법과 규정의 비현실화도 문제점이라 했다. 그리고 경찰의 인력부족 등이 엄정한 법 집행의 걸림돌이라고 보았다.경찰에 따르면 경북도내만 해도 공무집행 방해 건수가 해마다 수백 건씩 발생한다. 전국단위의 수는 짐작하고도 남겠지만 지난 3년간 공무집행 과정에서 폭행을 당한 경찰이 1천400여 명에 이른다고 하니 우리의 공권력은 체면이 구겨진지 오래라 할 수 있다.음주 끝에 단속 경찰관을 때려도 훈방이나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취객난동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과잉대응 논란이 벌어지면 경찰관이 처벌을 받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과잉대응 시비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공권력 집행에 소극적이다.이번에 순직한 김 경감도 가해자를 상대로 테이저건을 사용치 않고 흥분된 상태를 가라앉히려 설득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한 경우다.지금 김 경감의 순직사고를 계기로 공권력 집행의 제도 개선과 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경찰관들의 탄원이 봇물 치고 있다. 칼 휘두르는 죄인에게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공권력에 많은 경찰관이 실망과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공무집행 방해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이 국민의 법 감정과는 맞지 않다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청와대 게시판에도 경찰관의 무장 강화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범죄자의 인권보다 공권력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제목의 글도 떴다.공권력 경시풍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로 인한 사고와 비판도 거듭됐다. 이제 더는 이 문제를 일과성으로 보내서는 안 된다. 공권력이 힘을 잃게 되면 공권력을 믿고 법을 잘 지켜온 선량한 국민들이 받아야 하는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공권력의 빠른 회복을 기대한다.

2018-07-11

빨간불 켜진 TK 국비확보, 여야 정치권 함께 나서라

대구시와 경북도의 내년도 국비 예산 확보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한다. 기획재정부가 부처별 예산을 종합해 정부 예산안 마련에 들어간 가운데 대구 및 경북지역의 신규 사업들이 지난 6월 4일부터 진행된 기재부 1차 심의에서 대거 탈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달 9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기재부 2차 심의와 8월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되는 미결·쟁점사업 심의에서 지역 현안사업에 대한 예산반영이 제대로 돼야 그나마 국비예산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 공무원의 발길도 바빠지고 있으나 공무원의 노력만으로 정부 예산을 따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현 정부 들면서 ‘TK 지역 홀대론’이 자주 지적되면서 예산편성 때마다 관계 공무원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이번 예산 편성에서 또다시 ‘TK 예산 홀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한다. 지역으로서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요직 인사에서부터 TK지역을 배제했다. “대구경북 출신 고위공무원의 씨가 마른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지역인재 등용에는 인색했다. 상대적으로 부산·경남과 호남인사의 약진은 눈에 띄었다. 지난해는 SOC 예산편성에서도 사업성 우선을 전제로 했지만, 대구·경북지역 SOC 예산을 전년대비 30% 수준으로 깎아 예산도 TK 지역 홀대란 지적을 받았다.야당이 나서 “TK 지역 인사·예산 홀대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경 발언도 했으나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야당의 한마디로 달라질 것도 없겠지만 정부가 TK 지역을 바라보는 태도에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대구시는 올해 3조원 이상, 경북도는 10조원 이상 국비 확보를 목표로 뛰고 있다. 대구시가 신청한 글로벌 뇌연구 생태계 기반구축 사업과 5G ICT 융합디바이스 개발지원, 금호 워터폴리스 산단 진입도로 건설과 대구산업선 철도 건설, 조야~동명간 광역도로 건설 등 시의 주요 요청사업들이 부처 예산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뿐만 아니라 물산업클러스트의 핵심시설인 유체성능시험센터 건립예산 120억원과 SW융합 클러스트 예산도 미반영됐다. 경북도도 마찬가지다. 24개 신규 사업 가운데 17개 사업이 부처 예산심사에서 탈락했다.지역 국비지원 예산에 대한 설득은 자치단체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 대구경북 정치인의 중앙정부 설득과 투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비록 우리지역 정치권이 여야로 갈라졌지만 지역 현안 사업 해결을 위해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내년도 국비 확보는 이제 시작단계다. 그러나 이미 곳곳에서 빨간 불이 켜져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낙담할 것도 아니다. 대구와 경북이 따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대구·경북이 함께 힘을 모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야, 대구·경북, 정치권과 공무원이 혼연일체가 돼 국비 확보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2018-07-10

조현병자에 경찰 피살… 정신질환 관리체계 재구축 시급

최근 포항에 이어 8일 영양에서 40대 조현병(정신분열증)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경찰관이 숨지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해 충격이다. 정신질환자 난동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사회의 부실한 관리체계의 모순이 심각하다. 정신질환자들의 예기치 못한 난동으로부터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관리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에 대한 면밀한 체크와 이상발견 시 즉시 격리치료 등 철저한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날 오후 영양읍 동부리 A씨(42)의 주택에서 A씨가 난동을 부린다는 A씨 어머니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약 5분 뒤 신고 현장에 도착한 B경위(51)는 A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찔렸다. B경위는 출혈과 함께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곧장 닥터헬기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숨졌다. 함께 출동했던 C경위(53)는 머리 등을 흉기에 찔려 치료 중이다.이에 앞서 지난 6월 9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는 한 약국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약사와 직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직원을 숨지게 한 40대가 붙잡혔다. 같은 달 16일 포항시 북구 항구동의 한 마트에서 70대 할머니를 뒤따라가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20대 여성이 붙잡히기도 했다.범인들은 범행동기에 대해서 “말을 듣지 않아서 화가 났다”, “몇 년 전 욕을 했다” 등 횡설수설하지만 정신병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다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조현병 진료인원은 2013년 11만3천200여 명에서 지난해에는 12만70여 명으로 4년간 6% 증가했는데 주로 청·장년층이다.영양에서 경찰을 해친 A씨는 지난 2011년에도 환경미화원을 폭행해 숨지게 한 전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뭔가 관리체계에 큰 구멍이 났다는 뚜렷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대검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살인범죄자 중 정신장애를 앓는 경우는 7.9% 정도다. 의료계도 조현병 환자들의 강력범죄에 대해 기존의 정신건강 관리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의학적으로 보면 조현병 환자의 일부만이 공격 성향, 반사회적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따라서 이런 환자들은 일반 조현병 환자와는 다르게 공격 성향에 대한 세분화된 평가, 심리사회적 치료, 생물학적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문가들과 논의해 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1%가 조현병 잠재 유병환자인데 그 중 5분의 1만 치료를 받고 있다는 통계는 길거리에 무시무시한 지뢰들이 마구 굴러다니는 데도 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현병 환자의 ‘묻지 마’ 살인은 명명백백한 ‘국가의 책임’이다.

2018-07-10

기초의회, 정당정치 굴레 벗어나야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지방의회들이 대체로 원 구성을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대구시와 경북도내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의장단 및 상임위 배정을 놓고 곳곳에서 적잖은 마찰음이 빚어졌다. 이번 6·13 지방선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대거 당선되면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과의 신경전이 의정 초반부터 불거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지방의회의 건전한 경쟁구도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향후 의정활동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는 분위기로 보는 이도 많다.재적의원 32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19명이 한국당 소속인 포항시의회도 개원하자마자 파행을 거듭했다. 상임위원장 선출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벌이다 야당 의원의 보이콧으로 한국당 소속 의원들만이 참여하는 선거를 치르기도 했다. 대구 북구의회도 의장단 선출을 둘러싸고 개원 첫날부터 파열음을 냈다. 북구의회도 민주당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한자리를 요구했으나 한국당의 수용 거부로 민주당 의원들이 빠진 가운데 선거가 치러졌다.이에 앞서 대구시의회 등 광역의회에서도 비슷한 현상들이 나타나 제11대 의정에서는 소통을 통한 협치의 기능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지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지역민을 대표해 선출된 지방의원들이 자치단체의 중요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정당보다 지역을 위한 자세로 의정에 임해야 한다는 충고의 목소리가 높다.지방의회는 지역민의 대변자다. 국회의원과는 역할에 있어 차이점이 많다. 지방의원이 중앙정치에 매달려 맹목적으로 중앙 의견에 따른다면 지방의원으로서 기능은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비록 현행법상 정당이 소속 당원을 후보로 추천토록 하고는 있으나 지방의원 스스로가 정당의 정치적 색깔을 배격하고 지역민을 위한 정치로 매진해야 비로소 지방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여기에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과감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의 정당공천제 폐지가 바로 이런 이유에서 출발한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는 오랜 숙원이었으나 중앙 정치권의 외면으로 아직까지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중앙 정치인들이 공천권을 남발하는 바람에 지역 곳곳에서 반발과 잡음으로 얼룩졌다. 책임정치를 구현한다는 이유로 지방정치를 줄세우겠다면 그것은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다.지방의 기초의회가 의정 초반기부터 상임위 자리 등을 두고 파행을 거듭하는 모습에서 지역민의 실망은 컸다. 주민들은 지역발전을 위한 견제와 균형의 세력으로 올바른 의정을 이끌어 주길 희망한다. 기초단체에 대한 정당공천 배제는 중앙 정치인의 몫만은 아니다. 지방정치인 스스로가 의정 활동을 통해서 중앙정치 굴레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2018-07-09

국회 ‘특활비’ 관행 수술, 늦었지만 필요한 숙제

늦어도 많이 늦었다. 정치권에서 ‘특활비’ 관행에 대해 대수술을 준비한단다. ‘눈 먼 돈’으로 통해온 ‘특활비’를 잘못 건드렸다가 근년 패가망신한 정치인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문제가 지적됐던 이 낯부끄러운 관행을 놓고 여야 정치권이 이제라도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다행이다. 차제에 정치권에서 국민의 혈세, 나랏돈을 허투루 쓰는 일이 일절 없도록 말끔히 대청소를 해주기 바란다.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특활비가 전혀 필요 없다고 할 수는 없고 국회 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가능하면 다 공개하는 것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세부 항목을 검토해서 좀 더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정기국회에서 논의하고 불필요한 것이 있으면 없애겠다”고 설명했다.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도 “특활비 제도에 대해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투명하게 해야 할 것”이라며 “특활비 규모에 대해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합리적인 조정과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역시 “그동안 특활비 운영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제도개선을 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특활비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대법원의 특활비 공개 결정은 특활비 존재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그것을 폐지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한편, 국회의원의 쌈짓돈으로 불렸던 특수활동비(특활비)의 세부 집행내역을 분석한 결과 대구·경북(TK) 전현직 의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참여연대가 5일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사용한 특활비 지급 내역을 공개하면서 TK 전·현직 의원들도 정보·사건 수사 등 기밀 유지가 필요한 활동에 사용돼야 할 특활비를 상임위 활동비, 정책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재량에 따라 특활비를 상임위 소속 의원이나 상임위 직원에게 나눠주는 상임위원장도 있고 본인이 다 갖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하고 있다. 이처럼 국회 특활비의 사용내역이 불확실한 데다 여론의 따가운 눈총이 이어지자 국회는 연간 80억원이던 특활비 예산을 올해 62억원 정도, 내년에는 40억원 규모로 줄였다. 공직자들이 국민의 혈세인 나랏돈을 쓰는 일은 그 무엇이라도 유리알처럼 투명해야 한다. “쓰고 남은 돈은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의식 자체가 구태(舊態)요, 국민감정을 상하게 하는 범죄다. 늦었지만, 정치권이 함께 나서서 제대로 된 수술을 해내길 기대한다.

2018-07-09

대구 취수원 해법, ‘미봉책’에 머물러선 안 된다

10년째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 해결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막 출범한 민선7기 지방자치단체 수장들이 전향적인 입장에서 해법을 모색하고 있어 희망적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과불화화합물 검출 소동으로 가뜩이나 불안해진 대구 수돗물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응급대책이 모색돼야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하천오염을 원천봉쇄할 근본해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최근 수돗물 취수장 문제 해결을 위해 “구미시와 구미시민이 희망하는 전문기관에 대구취수원 이전과 관련된 용역을 맡기고 그 결과에 따르자”고 제안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적극 화답했다. 이 지사는 “구미시민이 동의할 정도의 조건을 걸든지, 아니면 안동댐과 임하댐에서 영천댐으로 가는 물을 검토하든지 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지난 지방선거에서 대구 취수원의 상류 이전에 반대했던 장세용 신임 구미시장도 “구미시와 대구시는 취수원 이전을 두고 전문지식 없이 감정싸움만 해왔다”면서 “구미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데이터와 체계적인 조직을 갖춘 뒤 토론·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먹는 물’ 문제에 관한 한 대구는 건듯하면 ‘생지옥’이 된다. 최근 낙동강 수계 대구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이 함유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시민들을 또 다시 공포에 빠뜨렸다. 지난 1991년 ‘페놀 파동’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일상을 뒤흔드는 모양새다. 생수가 평소 일평균 판매량보다 5~6배 이상 판매되는 등 때 아닌 ‘생수대란’마저 벌어지고 있다.국토교통부는 지난 2014년 수도정비기본계획에 따라 대구 취수원은 상류에 있는 구미 해평정수장을 같이 쓰는 방법이 가장 경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구시는 구미시와 수차례 협상을 벌여왔으나 진척을 보지 못했다. 취수장을 상류로 옮겨가는 조치가 양산할 피해에 대한 구미시민들의 우려는 일리가 아주 없는 게 아니다.대구 취수원 문제를 둘러싼 하염없는 논란과 갈등은 사람을 해치는 괴물들이 우글우글 번식하고 있는 늪을 우회할 꼼수만 찾고 있는 바보짓과 다를 바 없다. 일단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서 시도하는 타협책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본질은 이게 아니지 않은가. 구미공단이든, 어디든 하천오염원을 100% 차단할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국가가 열 일 제쳐놓고 달려들어야 할 문제다. 당장 피해 갈 잔꾀만 부리다가는 결국 모두가 망하고 만다. 이런 식으로 해서야 환경오염 괴물의 놀라운 성장과 확산속도를 무슨 수로 따라잡나. 정부는 하루빨리 낙동강 수계의 완벽한 수질관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함께 내놓아야 할 것이다.

2018-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