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군의회 부의장이 해외연수 도중에 현지 가이드를 폭행하는 등 물의를 빚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나라 망신’, ‘지역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 현지 가이드는 동행했던 다른 예천군 의원이 “여자 있는 술집에 데려가 달라”는 요구도 했다고 밝혀 탄식을 부른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광역 및 기초단체 의원들의 외유 말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제야말로 강력한 감시 및 검증시스템을 만들어 혁신해야 할 때다. 더 미루면 안 된다.
예천군의회 등에 따르면, 군의회는 지난해 12월20일부터 7박10일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군의원 9명 전원과 의회사무과 공무원 5명 등이 해외연수에 참여해 1인당 442만 원씩 모두 6천188만 원의 예산을 썼다. 사건은 연수 나흘째인 23일 오후 6시(현지시각) 캐나다 토론토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이동하던 버스 안에서 터졌다. 술을 마신 박종철 부의장이 현지 가이드 얼굴을 주먹으로 폭행했고, 미국 버스운전 기사가 신고해 경찰관이 출동했다. 다른 군의원들의 중재로 박 부의장은 가이드에게 미화 3천300달러(약 369만6천 원)등 도합 530여만 원을 주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폭행을 당한 가이드는 ‘여자가 있는 술집’ 안내 요구도 했다고 주장했고, 일부 군의원들은 호텔에서 술을 마시고 복도에서 소리를 질러 일본인 투숙객의 항의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박종철 부의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의장직 사퇴와 자유한국당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 문제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때 만났다는 듯이 한국당을 물어뜯고 있지만 가당찮은 장면이다. 의원연수에 연루된 물의는 여야나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고질병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을 찾아가 모범적인 정책들을 배워오는 연수는 말릴 이유가 전혀 없는 좋은 일이다. 해외연수가 국가나 지역사회의 발전을 견인할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음은 부인할 까닭이 없다.
문제는 의원들의 해외 시찰은 이름만 ‘연수’라고 쓰고 번번이 ‘관광 유흥’에 그친다는 점이다. 국내 여행에서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갖은 추태를 벌여 말썽을 빚거나 걸핏하면 일정을 번복하고 취소하는 바람에 나라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계획단계에서부터 결과보고서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연수’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통제하는 강력한 검증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 혈세를 쓰는 일이 이렇게 하염없이 엉터리여서야 언제 정치가 발전하나. 편 갈라서 지지고 볶을 일이 아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둘러 철저한 방지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예천군만 아니라 경북이 온통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