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회의에서 서울대 82학번 동기인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조 수석은 창과 방패로 격돌했다. 나 원내대표는 “양두구육(羊頭狗肉·겉과 속이 다름)” “대통령 탄핵감”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고 조 수석은 “삼인성호(三人成虎·거짓이라도 여럿이 말하면 속는다)”라고 맞섰다. 나 원내대표는 조 수석을 향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해 몰랐다 해도 직무유기, 보고받지 않았다고 해도 직무유기, 알고 뭉갰어도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날 운영위 설전 중에 드러난 공무원들에 대한 끔찍한 감찰 방식이 충격을 부른다.
조국 수석은 청와대가 정부 자료를 인용한 비판보도 이후 외교·복지·기재부의 ‘범인 색출’을 위해 관련 공무원들의 휴대폰을 모조리 걷어와서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으로 샅샅이 뒤지는 감찰을 시행했음을 시인했다. 조 수석은 해당 공무원들로부터 구체적인 동의서를 받고 시행했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아무리 ‘임의제출’이라고 하지만 청와대의 감찰 방식은 시대에 맞지 않는 가혹한 인권침해다. 포렌식이란 스마트폰에 있는 모든 정보를 100% 다 볼 수 있는 기법이다. 이 방식을 거치게 되면 휴대전화 개통 이후 주고받은 대화 내용 모두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NS 내용뿐 아니라 인터넷 기록, 사진 등등 전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해당 휴대전화를 개통한 후의 사용자 사생활 전부가 드러난다.
본인의 동의를 거쳤기 때문에 합법이라는 청와대의 주장이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이율배반적 궤변이다. 공직 유지의 여탈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에 대해 어떤 공무원이 감히 임의제출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겠는가. 결국, 공무원사회에 ‘토끼몰이’식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입을 틀어막는 치졸한 수단을 쓰고 있다는 비판을 모면키 어려운 일이다. 이런 폭압적 수법으로 ‘내부자고발’ 또는 ‘양심선언’을 원천봉쇄하는 정권이 어떻게 ‘정의사회’나 ‘공정국가’를 주장할 수 있으랴. 사법기관도 아닌 청와대 특감반이 교졸한 압력으로 공무원들의 휴대전화를 훑어가서 마구 들여다보는 구시대적 만행은 중단돼야 마땅하다. 이 땅의 공무원들이 엄혹한 전자기술 신상털이의 지뢰밭 위에서 신음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