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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항 상징건물 마구잡이 철거는 ‘몰역사적’ 행태

포항을 상징해온 역사적 건물들을 마구잡이로 훼손하는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가 지난 2일 유물 복원 및 보존을 제안하면서 공론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인류문화의 발달과정을 돌아보면 역사유물에 대한 보존과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도 남음이 있다. 보존가치에 대한 충분한 검증도 없이 이름만 대면 알만한 포항의 상징건물들을 무차별로 철거하고 파괴하는 몰역사적 행태는 개선돼야 한다.옛 포항역사, 청룡회관, 포항문화원 등은 오랫동안 포항의 상징물이었다. 지역민들은 물론이고, 포항을 다녀갔던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주춧돌 같은 존재다. 포항의 역사를 상징하는 이런 건물들이 차례로 사라지는 것은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개의 가치가 충돌하는 가장 첨예한 현장에서 개발만을 중시하는 어리석은 현상이다. 낡았다고 해서,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해서 마구 훼손하고 부수고 없애버리는 일이 마냥 옳을 수는 없다.서 교수는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고향을 떠나던 젊은이들이나 5일장을 보러오던 인근 지역 주민들은 물론, 동해안 지역민들에게 옛 포항역사는 무엇보다 소중한 유물”이라는 가치를 설명한다. 또 “청룡회관 역시 빨간 명찰을 달고 청춘기의 한 시기를 포항에서 해병으로 복무한 전국의 전우들에게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서 교수는 “이 같은 유산들이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하지 않은채 공무원들의 판단에 따라 흔적도 없이 사라져 시민들의 향수와 자긍심도 훼손됐다”고 지적했다.시민들의 삶과 궤적을 함께 해온 유서 깊은 건물들이 지역사회와 한마디 상의 없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그는 포항문화원 철거를 예로 들면서 전문가 자문과 사회적 공론화 등을 거쳐 신중하게 검토한 뒤에 폐쇄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서 교수는 이와 관련, 80년대 초에 일본의 역사도시 교토(京都)의 철도역 복합개발을 두고 보존과 개발이라는 가치가 충돌한 예를 들었다. 또 2차 대전 때 폭격으로 건물 자체가 무너져 내린 독일 드레스덴의 프라우엔키르헤(성모교회)를 무려 50년에 걸쳐 완전하게 복원한 사례도 들었다.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고도화된 문화는 가벼운 듯하면서도 결코 사소하지 않는 물질적 정신적 유물로 인해서 계승 발전돼왔다. 현존하는 모든 문명의 흔적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민족만이 미래의 번영을 보장받는다. ‘지역문화유산보존심의위원회’같은 별도기구를 두고 시민들과 합의해 역사적 유물의 철거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서 교수의 주장은 백번 옳다. 개발만능주의에 빠져서 아무 생각 없이 옛것을 마구 부수는 몰역사적 행태는 혁신되는 것이 마땅하다.

2018-05-04

어린이 눈에 비치는 어른들 세상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 어버이날, 11일 입양의 날, 15일 스승의 날, 21일 부부의 날, 성년의 날, 경북도가 캠페인하는 할매할배의 날까지 포함하면 가정의 달은 행사로 가득 찬다. 비록 혈연 및 부모 자녀간의 관계라지만 이 많은 날을 일일이 챙기기에는 사회생활로 바쁜 자식들도 적잖은 부담이 된다.5월을 뭉뚱그려 가정의 달로 정한 것도 5월 한달이 가정과 관련한 행사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서도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기간이 되도록 각종 행사와 기념을 지원해 주고 있다.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사회의 근간이 되는 가정과 가족의 관계가 튼튼해야 한다는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성 행사 달이다. 그렇지만 캠페인 이상의 중요한 의미의 달이기도 하다. 5일은 어린이날이다. 3·1 독립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고자 1923년 소파 방정환 선생을 포함한 일본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돼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던 것에서 유래됐다.이후 1927년 5월 첫 일요일로 변경하였다가 광복 이후는 5월 5일로 정하여 행사를 해 왔다. 1975년 정부가 공휴일로 지정했다.이날만큼은 우리의 어린이가 올바르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고 어린이에 대한 애호사상을 앙양하자는 뜻이 포함돼 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라는 호칭을 처음 사용하면서 어린이를 늙은이, 젊은이와 대등한 인격체로서 대우를 하고자 했다. 특히 유교사상이 강한 1900년대 초 차별적 아동관을 타파하려고 노력한 그의 생각은 선구자적 태도라 할 수 있다.어린이는 한나라의 기둥이자 미래다. 그들이 얼마나 잘 자라느냐가 그 나라 장래의 운명과도 일치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젊은세대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한두명이 고작인 자녀수 때문이겠지만 사랑과 교육은 엄격히 구분되는 것이 옳다. 과잉보호가 되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세대는 반세기 동안 누려왔던 빠른 경제성장에 따른 반대급부에 시달리고 있다. 빈부격차 심화와 청년실업자 증가, 핵가족화 진행, 맞벌이 가정 증가 등 어린이에게 절대 불리할 사회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인구문제에 있어 초저출산 국가와 고령사회 진입 등의 현상은 우리나라 장래를 심각히 위협하고 있는 일로 대책 마련이 절실한 문제다. 우리의 자녀에게 잘 사는 나라를 물려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후손에게 튼튼하고 안정된 국가를 물려주고 있는지 되물어 볼 필요가 있다.지금 어른들의 생각과 역할이 우리 후손들에게 짐이 되는 일은 없는지 말이다. 어린이날이 어린이에 대한 사랑으로 넘쳐도 나야겠지만 어린이 눈에 비친 어른세대의 모습이 반듯한지 스스로 자성도 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2018-05-04

국립신암선열공원 개원, 호국정신 잇는 계기 돼야

국내 유일의 독립유공자 집단 묘역인 대구신암선열공원이 지난 1일자로 국립묘지로 승격됐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와 독립유공자 및 가족, 기관장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묘지 개원식을 거행했다. 1955년 대구시 남구 대명동 일대에 흩어져 있던 애국지사들의 묘소를 이곳으로 이장한지 63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대구시가 묘역을 관리해 왔으나 국가차원에서 관리되는 국립묘지란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이 총리의 이날 지적처럼 묘역의 역사과정과 의미에 비해 국립묘지로서 승격이 많이 늦어졌던 것은 사실이다.특히 1970년 묘역이 용도변경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대구시민들이 시위를 벌여가며 지켰던 특별한 역사가 깃든 묘역이란 점에서 지역의 관심도 높다. 지자체 현충시설의 국립묘지 승격이 전례가 없어 법률 개정이 쉽지 않았으나 지난해 여야 국회의원 25명의 법률안 발의로 국내 7번째 국립묘지로 지정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었다.현재 이곳에는 을사늑약 이후 영덕, 청송 일대에서 의병으로 활동한 임용상 애국지사 등 52명의 독립유공자가 모셔져 있다. 독립운동 자금 조성과 결사대를 조직해 독립군을 지원한 김태련·김용해 부자의 묘역도 이곳에 있다.국립신암선열공원은 국내 유일의 독립유공자 집단 묘역이란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바쳤던 그들의 숭고한 정신은 후손 대대로 이어져야 할 우리의 교육적 자산이다. 이처럼 훌륭한 정신이 살아있는 현장이 우리지역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지역의 자긍심으로 삼을만 하다. 이곳을 애국충절의 산 교육장으로 삼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대구·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가 배출된 지역이다. 그래서 호국과 애족의 본향이라고도 부른다. 1905년 영남지역 의병이 을사늑약에 항거하여 일제에 가장 먼저 맞섰으며, 1907년에는 전국 최초로 국채보상운동을 시작한 곳이다.국립묘지 승격행사에 참석한 이 총리도 이날 인사말에서 “영남지역 정신의 뿌리는 선비정신에 있다”고 말하고 “경북유림의 곧은 기개와 우국충정이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으로, 해방이후에는 2.28과 같은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졌다”고 했다.이번 신암선열공원의 국립묘지 승격은 우리지역의 시대 정신을 대변하는 상징적 장소로서도 적합할뿐더러 정신문화적 가치도 높다. 우리지역에서 자라나는 학생과 후손들에게 애국충절의 정신을 가르치는 산 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할 것이다.물질문명의 발달로 자칫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쉬운 요즘이다. 학교교육에서조차 호국충절의 정신이 과거만큼 철저하지 못한 듯해 아쉬운 때이다. 이번 국립신암선열공원의 개원을 계기로 호국충절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더 커졌으면 한다.

2018-05-03

TK지역 기초단체장선거, ‘민의 왜곡’을 경계한다

TK(대구·경북)지역에 불고 있는 기초단체장 선거판의 무소속 출마 바람이 심상치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6·13지방선거 판도를 뒤흔들 태풍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선거 때마다 공천불복에 따른 무소속 출마는 없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그 흐름이 복잡해 결과를 예단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인물 됨됨이를 놓고 겨룬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단순종다수’ 결정방식인 우리의 선거제도를 감안하면 민의와 동떨어진 왜곡된 선거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현직시장과 군수들이 잇따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권영세 안동시장, 이정백 상주시장, 이현준 예천군수, 임광원 울진군수, 최수일 울릉군수, 최양식 경주시장, 김문오 대구 달성군수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 외에도 한국당 공천에 반발한 시장·군수 후보들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가 하면, 지지자들의 탈당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현직 군수를 지지하는 한국당 예천지역 당원 1천44명이 무더기로 탈당계를 냈다.한국당에 복당하지 못한 박병훈 전 경북도의원도 무소속 신분으로 경주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때에 따라서는 한국당 공천에 탈락한 후보들이 무소속 연대를 추진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선거와는 달리 TK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도 대부분 출마했고, 보수색채를 띠고 있는 바른미래당 소속 후보들까지 등장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공할 경우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TK지역 내에서조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극단적 비판발언을 쏟아내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는 점도 한국당 후보들에게 악재가 될 전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을 탈당한 무소속 출마자들이 한국당 공천을 받은 후보들보다 앞서거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당의 텃밭인 TK에서 무소속 후보 등과 경합을 벌이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TK지역의 기초단체장 선거는 후보난립의 형태를 나타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 표라도 많은 후보가 당선되는 선거다. 산술적으로 과반수는커녕 20~30%의 득표율로도 당선이 가능해지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도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결과적으로 리더십의 위기와 함께 지역발전에 암운을 드리울 수도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유권자들이 전에 없이 피곤한 선거를 치르게 생겼다. 제대로 된 인물을 골라야 하는 부담감에다가 정당정치의 붕괴를 함께 걱정해야 하는 선거판으로 가고 있다.

2018-05-03

도시철도 대구 엑스코선 신설, 지금부터 시작이다

대구 엑스코선 건설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대구시는 MICE 산업 육성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시민 교통편익 도모를 위해 추진 중인 대구 엑스코선 건설 사업이 지난 26일 국토교통부 투자심사위원회 심의에서 투자심사 대상사업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앞으로 재정투자 적격성을 따지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자 선정과 통과 등의 관문이 남아 있지만 엑스코선의 정부지원 사업 전망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 셈이다.대구 엑스코선은 대구지역에서 교통수요와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핵심거점을 관통하는 사업이다. 현재로 봐선 사업성 만큼은 탁월하다 할 것이다. 대구 엑스코선은 3호선 수성구민운동장-2호선 범어네거리-1호선 동대구역-경북대학교-엑스코-금호워터 폴리스-이시아 폴리스로 연결되는 12.4km 구간에 건설되는 도시철도 사업이다. 1, 2, 3호선 환승역을 포함, 13개의 정류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3호선과 같은 모노레일 방식으로 건설되며 총 사업비는 7천169억 원이 투입된다. 무엇보다 대구 엑스코선은 대구의 도시철도 사각지대를 줄이고 지역균형발전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는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또 대구 유일 전시컨벤션 시설인 엑스코에 대한 대량 수송체계를 지원하고, 이시아 폴리스 등 대규모 개발 사업지의 교통 혼잡도 해소하게 된다.대구지역의 도시철도는 3개 노선이 운행되고 있으나 아직 순환선이 만들어지지 못해 기능적으로 단순 교통체제 지원 시스템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환승으로 인한 교통 수송률을 높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지난해 기획재정부 1차 점검 회의에서 예상 수요가 당초 예측치를 밑돌아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3호선 연장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 엑스코선의 정부 재정사업은 더욱 절박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정부 재정지원 사업으로 선정되면 엑스코선 건설비의 60%가 국비로 지원될 수 있어 재정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로서는 꼭 실현해야 할 사업이다. 또 대구시 분석에 따르면 지역건설경기 활성화와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 1조6천50억 원, 2만3천여 명의 고용 및 취업 유발효과가 있는 사업이다.이제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 선정과 최종 통과를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할 때다. 과거와 달리 현 정부의 지원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업의 객관적 타당성을 잘 입증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임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대구시의 총력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구 엑스코선의 조기 건설만큼 지역 경제가 더 활성화된다는 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역 정치권도 대구 엑스코선 건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구시의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한다. 철저한 준비로 대구 엑스코선 만큼은 정부 재정사업으로 반드시 이끌어 와야 한다.

2018-05-02

‘판문점 선언’ 국회비준, 서둘지도 다투지도 말아야

4·27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의 국회비준 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범진보정당은 조속한 국회비준을 주장하는 반면, 자유한국당 등은 어림없다며 반발이다. 발 빠른 국회비준으로 북미대화 성공의 동력을 보태고자 하는 쪽과 철저히 소외당한 야당의 자존심 사이의 충돌 사태다. 구체성도 효력도 희박한 선언의 국회비준을 서두르는 것도, 이를 두고 마구 싸우는 것도 다 꼴불견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 정한 국회의 체결·비준·공포 절차를 조속히 밟아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 절차가 아니라 법률적 절차임을 명심해 달라. 국회 동의 여부가 또다시 새로운 정쟁거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이날 “이제 (남북정상회담이)정치적 협의를 넘어서서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비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이 불가역적이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 제반 제도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과 전면적 남북협력에 대비한 법과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헌법상 북한의 지위를 거론하며 “국가 간의 약속만이 비준의 대상”이라면서 “남북 간의 정치적 선언이 비준 받은 적 있느냐”고 반문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선언은 대통령이 사인해서 비준하고 이제 와서 국회에 비준 동의를 해달라고 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동의도 안 받고 비준 선언을 하느냐”라고 비판했다.이 시점에서 판문점 회담 만찬장이 자꾸 떠오른다. 문 대통령은 비판적인 야당은 쏙 빼놓고 여당지도부와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만 초청했다. 물론 극단적인 반대를 외치는 보수야당을 초청하는 일이 소용없는 일일 수는 있다.그렇다면 여당 지도부도 초청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희희낙락 속 좁은 짓을 다해놓고 뒤늦게 박수를 쳐달라고 조르는 꼴이 됐다.북한 비핵화 여부가 실질화하는 미·북 대화 이후 평화협정을 놓고 국회비준 동의를 추진하면 될 일이라는 법률 전문가들의 중론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국회비준 이슈로 여야가 충돌하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문제를 놓고 우리끼리 극단적으로 맞서는 행태야말로 백해무익하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신중한 모습으로, 성급하지도 다투지도 않는 성숙한 국회가 돼야 한다.

2018-05-02

경북, 남북경제협력 교류 차분한 준비를

남북 정상의 만남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 교류에 청신호가 켜졌다. 북핵 포기까진 아직 더 넘어야 할 고비가 남았으나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져 가고 있다. 북핵 실험장의 공개 폐쇄, 표준시 통일 등 남북정상 만남의 후속 조치가 나오면서 경협 봄바람을 맞이하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남북경협은 교통 인프라 구축에서 먼저 시작된다. 남북 정부는 경협을 위한 조치로 남북을 잇는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에 먼저 투자할 전망이다. 경의선 구간과 동해북부선(강릉-제진)이 우선 투자대상이다. 이런 점에서 동해중부선을 끼고 있는 경북도는 남북경협의 수혜지역으로 손꼽힌다. 동해중부선은 현재 포항∼영덕구간이 올해 개통을 했다. 2020년까지 영덕∼삼척구간도 완공될 예정이다. 이 구간은 부산을 출발해 포항·삼척을 거쳐 북한을 통과해 중국·러시아를 잇는 대륙횡단 노선이 완성되는 코스라는 점에서 경제적 의미가 큰 사업이다.특히 동해선과 항만을 끼고 있는 경북 유일의 항구도시 포항은 물류거점도시로서 기능이 확대될 것이 예상되고 있다. 동해안 유일의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은 일약 물류 중심지로 주목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침체국면에 빠져있던 포항 영일만항도 작년부터 물동량이 조금씩 늘고 있고, 시설도 대폭 늘어나 남북경협 교류가 본격화 되면 물류 기능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경북도도 남북 경협무드와 관련, 지역단위의 종합 대책마련에 나섰다. 경제협력을 포함 문화, 예술, 스포츠 교류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남북 간 교류사업 준비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준비과정에는 경제협력과 관련해 2014∼2015년에 추진했던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재개도 포함돼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유연탄을 나진을 통해 포스코로 운송했던 사업으로 포항의 물류기지로서 역할에 힘이 실리는 사업이다. 포항 영일만항에 국제 여객부두가 조성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남-북-러-중-일을 잇는 환동해 크루즈상품 개발도 구상하고 있다. 경북도는 세계문화 엑스포의 북한 참여에 공들여 왔던 점을 들어 북한과 평양∼경주 실크로드 대축전의 공동 개최도 구상하고 있다.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북미 정상의 만남이란 숙제는 아직 남아 있으나 판문점 선언은 평화의 상징으로 여전히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이 선언이 주는 성과에 따라 국내외에 미칠 파장은 엄청날 전망이다. 특별하게 경제적 파장에 모두가 관심이 많다.경북도는 물론이거니와 대구시 등도 남북경제교류 확대에 대비하는 준비가 지금 있어야겠다. 들뜨지 말고 차분한 자세로 남북의 경협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대응자세가 필요하다. 지자체가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는 점에서 지자체의 각별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2018-05-01

대입제도 개편안 공론화위에 거는 기대와 우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수장으로 하는 대학입시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운영된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지난달 29일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를 담당할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 7명(위원장 포함)을 위촉했다고 밝혔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핵심 개혁과제인 대입제도 개편이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지 주목된다. 정부의 접근방식에 기대와 함께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은 100가지가 넘는 조합이 가능해 오히려 논란의 판도라상자가 됐다. 차관이 각 대학에 전화를 거는 희한한 방식의 행태가 집중공격을 받자 교육부는 뒤늦게 폭탄돌리기를 시작했다. 김상곤 부총리는 아예 숨어버렸다. 바통을 넘겨받은 국가교육회의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추진안을 제시했지만, 학생·학부모·교사들의 혼란은 증폭되고 있다.현재의 대학입시제도는 많은 사회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과도한 사교육, 황폐해진 공교육, 무너진 교권, 맹목적인 대학진학, 무한 스펙 쌓기, 청년 실업, 연예·결혼·출산 포기 등 시쳇말로 ‘헬 조선’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소리마저 비등한다. 정권이 바뀔 적마다 주물러 터트려온 교육정책은 누더기 중에도 누더기다. 14차례나 엎었다가 잦혔다가 한 교육정책은 번번이 아이들을 영락없는 실험실의 청개구리로 만들어 왔다. 대학 관계자와 입시 전문가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행 대입제도의 문제점은 신뢰성과 공정성의 하락과 전형의 복잡성, 너무 적은 재도전 기회 등에 집중된다. 아울러 고교교육 정상화에 저해될 뿐만 아니라 미래인재 양성에도 부적합하다는 문제점도 운위된다. 특히 내신 성적, 학생부기록, 교내외활동,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출신고교 등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입시의 신뢰성·공정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다.국가교육회의가 굳이 ‘김영란법’의 주인공을 위원장에 위촉한 것은 우리 사회의 신뢰수준을 감안해 공정하고 중립적인 공론화 과정을 담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나머지 위원 6명도 정치색을 배제하고 모두 조사통계 등 여론수렴에 정통하거나 갈등관리를 전공한 소통 전문가로 꾸려졌다.교육정책 개혁에 접근하는 방식의 일대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새로운 시도가 현 대입제도의 온갖 부정적 요인들을 일소할 획기적인 물꼬를 터주기를 기대한다. 시종일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최상의 설계도를 만들 지혜에 골몰하기를 바란다. 또 다시 정권의 철학과 이념에 부역하는 외눈박이 교육정책으로 경도되지 않을까 하는 일각의 우려를 절대로 허투루 여기지 말기를 신신당부한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백년대계를 보고 싶다.

2018-05-01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 연관성, 정부 신속대책 내놔야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인근의 지열발전소와 관련이 크다는 연구발표가 나와 포항시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 문제는 포항지진 발생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이번처럼 연구 논문에 발표되기는 처음이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와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교수진은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유체 주입(물 주입)으로 생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크다”고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이 논문은 발표를 통해 연관성의 근거로 “지난해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의 전진과 본진의 발생 위치가 물 주입을 위해 만든 시추공의 위치와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다. 또 2016년∼2017년 물 주입이 있을 때 규모 2.0이상 지진이 자주 발생한 것과 시추완공 전인 2012∼2015년에는 이 지역에서 규모 2.0이상의 지진이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은 점도 연관성 근거로 제시했다.스위스와 독일의 연구팀도 같은 날 발표를 통해 포항지진은 본진과 46회의 여진이 지열발전소 반경 2km 이내에서 일어난 점 등을 이유로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 문제를 제기했다.지열발전소는 주입정으로 물을 집어넣어 땅속 지열로 물이 데워지면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고려대 이 교수는 방송에 출연해 “외국의 경우 주로 화산지대 부근에서만 지열발전소를 개발한다”고 말하고 “우리나라처럼 땅속 깊이까지 내려가지 않고 수십, 수백m만 뚫어도 지열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포항지열발전소는 주변 온도가 낮아 땅속 4km이상을 뚫어야 해당온도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이라며 “지진과의 연관성을 우연으로 보기 곤란하다”고 의견을 나타냈다.이와 관련, 박명재 국회의원은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에 대한 명확한 사실규명과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그리고 지진발생으로 인한 피해 복구에 대한 정부의 전면적 보상도 요구했다. 포항시도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대책회의에서는 범시민대책위 구성과 정부의 자료공개 요청, 법적대응, 궐기대회 등 강력한 대응 방법 등이 논의됐다고 한다.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 문제가 전문가에 의해 제기됐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사실 가능성을 높이는 지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무엇보다 포항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위협한다는 사실에 하루 바삐 정부의 명쾌한 입장 발표가 있어야 한다. 정부도 연관성 분석을 위한 연구단을 출범시켰으나 포항시민이 1년의 정밀 연구기간을 무턱대고 기다릴 순 없다. 포항지진과 관련, 그동안 정부의 사후조치가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마당이다. 정부의 성의 있고 신뢰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2018-04-30

공무원 선거법 위반, 묵과해선 절대 안 돼

‘공무원의 선거중립’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공무원이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민주주의를 엉망으로 만든 뼈아픈 사례는 우리 역사에도 있다. 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가 SNS 등을 이용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업적 등을 홍보한 지방공무원 5명을 대구지방검찰청 상주지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성의 보루여야 할 공무원들이 정치놀음에 휘둘리는 일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그래야 지역과 나라가 제대로 간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되거나 그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또 공무원은 선거구민에게 교육 기타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특정 후보자의 업적 홍보를 할 수 없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사업계획 및 추진실적, 활동 상황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을 분기별로 1종 1회를 초과해 발행·배부할 수 없다.경북선관위에 따르면, 이번에 고발된 공무원들은 지난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운영하는 네이버 밴드 등에 지방자치단체장의 업적을 홍보하는 내용 120여 건을 작성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사업계획과 추진실적 등 310여건을 게시해, 공무원과 일반 선거구민들로 구성된 210여 개의 하부밴드에 게시 및 공유하게 했다.선관위는 이 과정을 통해 전체 밴드에 게시 및 공유된 자치단체와 자치단체장의 업적 7천400여 건을 홍보했고, 5천200여 건의 사업계획을 전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방공무원 A씨는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시장선거 여론조사 실시 예정상황과 여론조사 결과를 다른 공무원들에게 발송하거나, 공무원들로 구성된 카카오톡 채팅방에 게시·공유하기도 했다. 경북선관위 관계자는 “공무원이 선거구민에게 후보자 또는 입후보예정자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는 선거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중대선거범죄에 해당한다”며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우리나라에서 공직자는 여전히 정치권력 앞에선 ‘흔들리는 갈대’ 신세다. 지방선거 때마다 공무원들의 특정후보에 대한 줄서기는 번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줄서기 행태의 근본 원인은 선출직 공무원인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해 공무원들이 무한히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 전문직업인으로서 공무원의 신분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장치가 매우 허술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선 정치 공무원과 일반직 공무원을 확실하게 구별해서 임명한다. 그리고 업무 집행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묻는다. 공무원의 정치적 일탈행위는 용납돼서는 안 된다. 공무원이 정권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는 나라일수록 국정이 안정된 선진국이다. 풀뿌리민주주의 완성을 위해서 지방정권이 아무리 교체돼도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공무원사회가 구축돼야 한다.

2018-04-30

컬러풀 대구페스티벌의 글로벌화

대구시는 2018 컬러풀 대구페스티벌 행사를 다음 달 5일부터 이틀간 대구시내 중심지 일원에서 개최한다. 지역 대표축제의 명성에 걸맞게 규모도 대형화하고 행사 종류도 다양화했다. 지난해도 같은 장소에서 컬러풀 대구페스티벌 행사를 벌여 많은 시민으로부터 관람과 참여를 불러왔다. 특히 권영진 대구시장 취임 이후 컬러풀 대구페스티벌은 규모가 커지고 축제를 집중화함으로써 대구 대표축제로서 명성을 외지로 알리는 효과를 거양했다.올해도 어린이날인 5일 오후 1시 시민 500여 명과 함께 ‘도전-대구, 대구-대박’이라는 오픈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컬러풀 대구페스티벌 행사를 열게 된다.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되는 컬러풀 퍼레이드에는 83개 팀 4천여 명의 인원이 참여해 중심가 2km구간을 퍼레이드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행사의 분위기를 띄우게 될 예정이다. 대구의 자매·우호 도시인 중국의 청두, 닝보, 선양과 베트남의 호치민, 일본, 러시아 등 4개국 8개 도시도 참가, 그 나라의 전통의상 등을 선보이면서 행사를 빛낼 예정이다.가정의 달인 5월의 대구는 컬러풀 대구페스티벌이 있어 시민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기도 한다.컬러풀 대구페스티벌의 본질적 가치는 대구 대표축제라는 외형적 모습보다 축제를 통한 지역민간의 소통에 있다. 소통을 통해 지역의 동질성과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축제가 주는 진정한 의미라 할 수 있다. 원래 축제는 종교적 의식에서 출발하였다. 특정한 날을 기념하는데서 시작함으로써 사회적 통합의 효과를 살리고 궁극적으로는 구성원간의 소통 수단으로 발달한 것이다.지금은 축제를 통해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고,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시도하는 행사로서 많이 변모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마다 축제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시대를 맞고 있다.컬러풀 축제의 성공은 수 많은 축제 가운데 정체성과 지역성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있다. 내부적으로 지역문화의 결속을 다지고 외부적으로는 축제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구는 인구 250만 명의 대도시란 점을 고려한다면 행사의 국제화가 필수적이다. 대구가 도시 경쟁력을 가지는 자원으로서도 컬러풀 축제의 글로벌화는 장차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다. 대구통합신공항과 같은 하늘 길을 열려는 지역사회의 노력도 대구의 국제화 수준을 끌어 올리려는데 목적이 있다. 지역 사회 구석구석에서 국제화의 물결이 넘쳐난다면 대구의 미래 먹거리도 쉽게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의 유명 축제가 이런 요소를 갖추면서 성공을 거듭했다.5일부터 열리는 컬러풀 대구페스티벌의 축제가 이러한 문제 인식 속에 출발할 수 있으면 더욱 미래지향적 행사가 될 것이다. 2018 컬러풀 대구페스티벌의 글로벌화를 응원한다.

2018-04-27

한국당 ‘정치신인 가점제’ 모순 심각… 개선 마땅

자유한국당 대구·경북지역 공천이 마무리돼가고 있는 가운데 공천과정에 적용되고 있는 ‘정치신인 가점제’의 모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정치신인을 우대하여 진입이 용이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제도가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킨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신인’에 대한 단순한 규정이 후보자간 형평성은 물론 역량 있는 정치인재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어 개선이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높다.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에 나설 공직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신인가점제를 당규에 명시적으로 규정해 이번 지방선거부터 적용하고 있다.‘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추천규정’ 제26조 제1항은 ‘경선에 참여한 정치신인, 여성, 청년 등의 후보자는 본인이 얻은 득표수(득표율을 포함한다)의 100분의 20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후보자 1인이 받을 수 있는 가산점은 최대 100분의 30을 넘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문제는 ‘한 번도 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사람’은 일괄로 정치신인에 포함시킨 반면 ‘선출직이거나 출마를 한번이라도 했던 사람’은 예외 없이 정치신인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형평성 문제부터 불거지고 있다. 말하자면 행정부의 차관이나 국장 등 고위직을 지냈거나 기초자치단체 부단체장을 지낸 사람까지도 정치신인으로 분류돼 가점을 받게 돼 있는 것이다.이러다보니 기초의원이거나 광역의원들이 기초단체장에 도전하거나 젊은 시절부터 정치에 뜻을 품고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에 한번이라도 출마했던 사람은 당락에 관계없이 정치신인 가산제 적용에서 배제된다. 이는 풀뿌리민주주의를 통해서 정치인재를 발굴하고 길러내는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아서 유능한 젊은 정치인들을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도록 꺾어버리고 마는 맹점이 있다.이 같은 심각한 불공정 논란은 대구 수성구청장 경선과 경북 경주시장 후보 경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정치신인이라고 해서 큰 가점을 주는 규정은 본선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같은 기준으로 움직인다는 보장이 없는 한 유능한 인재 발굴이라는 목적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이러고서야 ‘한번 실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옛 교훈마저 무색하지 않은가.이번 선거 의 공천을 관리해온 강석호 한국당 경북도당 선관위원장도 “앞으로 정치신인 가산점 규정을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단지 출마를 안 했다는 이유로 정치신인 가산점을 주는 것은 편파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모든 선거관리의 기본 중의 기본은 ‘형평성’이다. 어느 누구도 용납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관리야말로 성숙한 민주주의의 요체다. 한국당은 이 규정을 서둘러 정비하는 것이 옳다.

2018-04-27

대구관광뷰로 적법성 찾고, 관광산업 육성 차질 없어야

대구시가 관광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설립한 대구관광뷰로가 절차상 위법성이 있다는 행정안전부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말 대구경실련 등 대구지역 3개 시민단체가 요청한 ‘(사)대구관광뷰로 관광전담조직 지원 및 보조금 지원 관련 주민감사 청구’에 대해 최근 행안부는 “법령이나 조례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전담조직 위탁과 선정은 시의회의 동의와 공모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구시가 부당하게 관광진흥 조례를 개정해 관광전담 조직을 설치했다”고 위법 사실을 적시했다. 이로써 오랫동안 끌어 왔던 대구관광뷰로 위법성 논란은 대구시의 적법절차를 통한 업무개선에 맡겨졌다. 이에 대해 대구시도 행안부의 감사 결과가 통보되면 내용을 검토, 적법 절차에 따른 개선조치를 밟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 감사를 청구한 시민단체가 여전히 대구관광뷰로의 관광전담 조직 지정과 사무위탁 취소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구시가 얼마나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인지가 관건이다.대구관광뷰로는 2016년 날로 확대되는 관광산업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대구시가 주도해 설립한 관광전담 조직이다. 대구지역의 관광업계의 영세성을 탈피하고, 늘어나는 관광수요에 제대로 대응해 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대구컨벤션뷰로에서 관광서비스 분야를 분리해 독립적으로 만든 조직이다.대구시가 설립과정에 절차상 하자를 보임으로서 관광산업을 육성하려는 본래의 역할에 나쁜 이미지를 남긴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대구시는 신속히 이를 정상화 시켜 대구관광뷰로 본래 취지를 살리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대구의 관광산업은 그동안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유명 관광지의 부재와 관광업계의 영세성 등으로 관광객을 불러 올 여력도 별반 없었다.그러나 최근 들어 대구도 관광도시로 이미지를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특히 대구공항의 국제선이 늘고 활성화되면서 항공로를 통한 교통 인프라가 좋아진 것도 배경이 됐다.그리고 대구 근대역사 골목 투어나 김광석 길 걷기, 서문시장 야시장 개장 등 대구의 명성을 담은 관광 상품이 등장하면서 대구도 이제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대구관광뷰로는 지역여행업계 육성과 관광 수용태세 개선, 대구관광 홍보 마케팅, 관광 콘텐츠 개발 등 지역관광산업 활성화를 선도할 공식기관이다. 관광산업의 중요성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향후 대구가 먹고 살 산업의 주요 방향이기도 하다. 대구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관광산업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대구시가 관광뷰로 설립을 추진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시의 적절했다고 본다. 도시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중화권 관광시장의 확대에 대비해서도 그렇다.이제 대구관광뷰로 정상 회복과 함께 대구관광산업 도약을 위한 노력에 지역사회가 합심하여야 할 때다.

2018-04-26

‘지방분권 개헌’ 포함, 개헌추진 강력 실천해가야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이 결국 무산됐다. 청와대와 여야 정당들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문제를 놓고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말을 바꿔 주장한 9월 개헌안 처리 시점을 기준으로 추진동력을 높여가야 한다. 개헌주체들이 각자의 속내를 조금 내놓긴 했으니 진전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부터는 정말 딴 말 하기 없기다. ‘지방분권개헌’을 포함한 개헌 열망을 이어가는 것이 옳다. 자체 개헌안을 내놓고 국회의 결단을 촉구해온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가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을 넘기면서 6월 지방선거와 동시 헌법개정 국민투표가 사실상 무산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동시 개헌은 저만의 약속이 아니라 우리 정치권 모두가 국민께 했던 약속인데, 이런 약속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넘기는 것도, 또 위헌법률이 된 국민투표법을 3년 넘게 방치하고 있는 것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다.끊임없는 정략적 접근으로 ‘개헌’을 정략의 제물로 삼는 무책임과 구태에 국민들은 넌더리를 내고 있다. 현행 헌법이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낡은 옷이어서 갈아입어야 한다는 논리와 명분에 반대하는 이는 드물다. 무엇보다도 국정농단으로 인한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권력구조 혁신과 지방분권의 헌법적 보장장치 마련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왔다.6월 지방선거에서의 개헌 국민투표는 대선후보들의 공통 약속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여권은 6월 개헌을 요구했으나 자유한국당은 ‘6월 여야개헌안 합의, 9월 개헌 국민투표’를 주장해왔다. 개헌내용의 핵심인 권력구조 문제를 놓고도 여권은 대통령 4년 중임제, 한국당 등 야당은 내각제에 준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다.일단 6월 국민투표는 물 건너갔지만 개헌을 위한 행진을 멈출 수는 없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선(先) 개헌 내용 합의, 후(後) 개헌 시기 조절’을 거론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당이 또 다른 말을 하거나 민주당이 비용과 투표율을 핑계로 2020년 총선 동시투표를 거론하는 것은 비토를 위한 비토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권이 또 다시 내용을 시시콜콜 시비하여 개헌을 정략의 희생물로 삼는다면 국민들의 실망은 극에 달할 것이다.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앨 수 있는 권력구조 개편안이 담긴 분권형 개헌안을 충실히 마련해야 한다. 강력한 지방분권국가를 보장하는 내용에도 뜻을 모아야 한다. 이제 누가 개헌의 참뜻을 품고 있는지, 호헌(護憲) 음모를 품고 있는지 드러나게 돼 있다. 국민의 열망과 시대의 소명 앞에 정치권이 더 이상 비겁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2018-04-26

성주사드 갈등, 이제 끝내야

국방부가 23일 성주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에 자재와 장비를 반입했다. 지난 12일 사드반대 단체와 주민과 마찰로 반입시도가 무산된 뒤 11일에 전격 이뤄졌다. 이보다 앞서 경찰은 병력 3천명을 동원해 사드 반대 시위대 200여 명을 강제 해산했고, 이 과정에서 주민 20여 명이 다쳤다. 그나마 큰 부상자는 없었다고 하니 다행이라 할 수 있다.성주사드 배치는 국방부와 롯데가 부지교환을 시작한지 벌써 1년이란 세월을 넘겼다. 지난해 9월 사드 발사대 6기가 모두 기지로 반입된 지도 7개월째 접어들고 있으나 갈등은 여전하다. 사드 발사대가 반입되고도 실전배치용 공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국방부는 주민 반발 등을 이유로 환경영향평가를 계속 미뤄왔다. 청와대의 눈치를 봤다는 의심도 든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드배치에 따른 공사 장비 반입이 늦어지면서 사드반대 단체와 주민과의 갈등관계는 오히려 더 커진 분위기다. 이런 측면에서 국방부가 갈등을 자초했다는 비난도 나온다.현재 성주 사드기지에는 한미 양국 군인 4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생활 편의시설에 쓰일 자재와 장비가 들어오지 않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막사에 비가 새도 그냥 지내야 하며, 숙소도 부족해 창고와 복도에 야전침대를 깔고 지낸다고 한다. 헬기로 반입되는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우고 화장실 이용, 오폐수 처리 등에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라 한다. 상상으로도 군인들의 불편이 짐작된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근무하는 군인이 과연 목숨을 걸고 방위에 나설 마음이 생길지가 걱정이다. 그런 가운데 성주 사드진입로에는 법도, 원칙이 없다. 오가는 통행인을 민간이 검색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져도 정부는 수수방관이다. 이곳을 무법천지라거나 해방구란 말로 비아냥거린다. 정부가 안보와 법치를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 많은 사람이 묻고 있다.이번에 사드기지 관련 장비와 자재가 반입된 것을 계기로 정부는 사드기지 설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으나 남북 간 평화가 확인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사드배치 문제로 남북관계가 흐트러질 이유도 없다고 본다. 남북 간 평화체제 유지를 위한 노력과 별개로 사드배치는 진행돼야 할 문제다.사드기지 설치는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사용되는 최소한의 방어체제이기 때문이다.정부는 오히려 지금부터 확고한 태도로 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정부 다르고 여당 다르며, 국회의원이 또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보에는 하나의 목소리만 필요한 것이다. 찬성도 반대도 아닌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는 사드갈등을 오히려 부추길 뿐이다. 불법 시위에 엄격히 대응하는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성주 사드갈등을 잠재울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2018-04-25

포털사이트 뉴스시장 왜곡 혁신할 때 됐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뉴스시장 왜곡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정치권이 이를 개혁하기 위해 팔 걷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이 관련법 개정을 통한 그릇된 행태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고, 한국신문협회가 법안개정에 찬성입장을 표명하는 등 변화가 감지된다.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의 투명성과 언론의 건강성을 제고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가 됐다. 지금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는 차고 넘친다.자유한국당은 23일 관련법을 개정해 포털사이트에서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직접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예비후보자 등록을 신청하는 날부터 선거일까지 인터넷상 실시간 검색어 순위나 기사에 달린 댓글을 조작하지 못하도록 하고, 포털의 뉴스 배열 알고리즘을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먹는다는 말이 있다”며 “포털은 취재기자 한 명 없이 ‘인링크’ 방식으로 뉴스 장사를 하면서 실제 이익은 다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어 “모든 방송과 언론을 합친 것보다 네이버가 훨씬 더 많은 광고수입을 가져가고 있다. 이런 구조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처럼 포털의 ‘아웃링크’ 방식 의무화 법안이 발의된 데 대해 한국신문협회(회장 이병규)가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신문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경험상 포털의 뉴스서비스 제도(방식) 변경은 미디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되기 힘든 것으로 확인됐기에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신문협회는 “언론사가 고비용을 들여 생산한 정보 부가가치가 포털에 헐값으로 넘어가는 불평등·불공정 거래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면서 “현행 포털의 뉴스 서비스 방식인 ‘인링크’는 담론시장의 건강성과 저널리즘 가치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또 “뉴스 유통사업자에 불과한 포털이 단순한 뉴스콘텐츠 전달 기능을 넘어 직접 뉴스를 선별·편집·노출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며 의제를 설정하고 이슈를 프레이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언론의 자유와 독립 보장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민주화과정에서 자유언론을 쟁취하고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치른 희생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이 언론자유와 독립성을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퇴행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옥상옥(屋上屋) 노릇을 하는 특정 포털사이트에 의해 모든 언론들이 휘둘리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비정상적인 갑을전도(甲乙顚倒) 행태로서 서둘러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될 분명한 적폐다. 지금 혁신하지 않으면 정말 후회할지 모른다.

2018-04-25

폐쇄 위기 청도 코미디극장, 재기 길 찾아야

국내 유일의 코미디 극장인 ‘청도 코미디 철가방 극장’이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이곳은 2011년 5월 개관해 우리나라 코미디 메카, 개그맨 양성소 등으로 불릴 만큼 전국적 관심을 끌었던 장소다. 시골의 한적한 지역에서도 코미디라는 콘텐츠 하나만으로 관중을 불러오고 극장으로서 제대로 된 모습과 운영이 가능했음을 입증한 특별한 사례였다. 특히 청도 코미디 극장을 남다른 애정으로 지켜봐 왔던 지역민에겐 철가방 극장 폐쇄 소식은 적잖은 충격을 던져준다. 산파 역할을 했던 전유성씨의 도움이 무척 컸지만, 그동안 이곳에서는 4천400회가 넘는 공연이 선보였고, 관람객도 20만 명을 넘어섰다.20011년 청도군과 농림수산식품부 지원을 받아 풍각면 성곡리에 건립된 코미디 전용극장은 철가방을 본뜬 외형부터 전국적 주목을 받았던 독특한 문화 시도였다. 일부의 우려에도 많은 지역민의 관심과 애정으로 성장했다. 신봉선, 안어벙, 김대범, 김민경 등이 대표적인 철가방 극장 출신의 개그맨이다.철가방 극장 관계자는 “재정적 어려움과 공연을 운영했던 단원들이 생활고를 이유로 떠나고 있어 현재로서는 재개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개그맨 지망생의 감소와 관람객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문을 닫아야 할 불가피성도 있겠으나 대책 마련도 있어야 한다.철가방 극장이 지난 7년간 이룩한 문화콘텐츠에 대한 성과를 그대로 주저앉힐 수 없다는 것이다.지금 우리는 바야흐로 ‘문화의 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20세기까지 과학과 경제가 세상을 주도했다면 이제부터는 문화가 인류의 삶을 끌고 가기 때문이다. 이미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우리나라도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를 어느 정도 형성한 상태이다. 문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삶을 만족 시킬 요소가 된다. 먼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핵심적 요소로서 가치다. 두 번째는 경제적 가치로서 문화의 힘이다.문화가 사회 전체 총생산에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문화콘텐츠를 통한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의 ‘쥬라기 공원’ 영화 한편이 올린 수익이 우리나라가 한해동안 자동차 수출로 번 수입을 능가한다는 데서 그 사실이 입증된다.청도 코미디 철가방 극장은 문화콘텐츠로서 이미 성공한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 관리 운영의 묘를 살리는 노력이 더 향상돼야 한다. 7년 동안 경북 청도의 홍보꾼으로서 역할도 충분히 했다. 철가방 극장의 위기에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가 함께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철가방 극장의 위기가 지역사회의 문화 콘텐츠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철가방 극장은 개관이후 수년간 인터넷 예매랭킹 1위를 차지할 만큼의 경쟁력이 있었던 문화콘텐츠다.

2018-04-24

또 음식물에 농약… 병든 시골인심 치유책 마련을

음식물에 농약을 타 다수 주민에게 해를 끼치려고 한 사건이 또 발생해 충격이다. 포항남부경찰서는 남구 호미곶면 구만1리 공동취사장에서 ‘제10회 호미곶 돌문어 수산물축제’에서 마을 주민들이 먹으려고 준비하던 고등어추어탕에 농약을 넣은 혐의로 A씨(69·여)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 사건은 2015년 상주, 2016년 청송에서 발생한 이른바 ‘농약사이다’, ‘농약소주’ 사건을 연상시키며 소름을 끼치게 한다. A씨는 지난 21일 오전 4시께 포항시 남구 한 마을 공동취사장에서 고등어탕에 저독성 농약 150㎖ 가량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음식을 준비하던 주민 B씨(63·여)는 추어탕 요리를 마치고 맛을 본 뒤 혀가 마비되는 등의 이상 증세를 보였다. B씨 등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어 곧바로 퇴원했다. 주민들은 20인분의 고등어추어탕에서 이와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자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경찰은 신고 즉시 수사에 착수, 국립과학연구소에 증거물 감식을 의뢰하고 차량 블랙박스와 CCTV 확인, 탐문수사 등을 벌여 혼자 야간에 비어있던 공동취사장에 드나든 마을주민 A씨를 용의자로 검거했다. A씨는 집에 보관하고 있던 농약을 작은 병에 담아 와 냄비에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최근 부녀회장 임기 1년을 남겨두고 갑자기 사퇴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지난 2016년 3월 9일 오후 9시 40분께 청송군 현동면 한 마을회관에서 주민 2명이 농약이 든 사실을 모른 채 소주를 나눠마시고서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당시 유력한 피의자인 한 주민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서 사건에 사용된 것과 같은 성분의 고독성 농약을 마시고 숨졌다. 앞서 2015년 7월 14일 오후 2시 43분께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농약이 든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 6명 가운데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화투놀이 도중 다툰 피해자들을 살해하기 위해 범행한 마을주민 박 모(85)씨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고, 2심과 3심에서도 같은 형이 선고됐다.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유사한 사건은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도록 살벌해지고 각박해지고 있는 시골인심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사전에 발각돼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이제 뭔가 새로운 예방책을 생각해야 할 때다. 살의(殺意)가 날아다니는 시골마을커뮤니티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대책이 모색돼야 한다. 특히 주로 노년층에서 드러나는 극단적인 범죄에 대한 집중적인 예방정책이 필요하다. 병든 인심에 대한 특단의 개선노력이 절실한 요즘이다.

2018-04-24

포스코 100년 역사, 기업 본질에 전념해야 가능하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를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의 독립성 보장에 있다. 포스코가 2000년에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전량 매각한 이후 국민기업으로 탈바꿈 했다고 하나 최고 경영자(CEO) 선임 과정을 보면 여전히 의구심이 드는 점이 많다. 이번 권 회장의 사퇴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포항을 비롯 지역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불안하다.회장 임기 2년을 남겨둔 권 회장의 중도 사퇴를 바라보면서 포항시민이 우려하는 것은 기업경영의 자율성과 일관성의 훼손이다. 포스코는 권 회장 사퇴 배경에 “정치권의 압력이나 검찰 내사설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아직도 포스코는 정부의 영향력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이런 점을 의식, 포스코는 차기 회장 선출과정 일부를 외부에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외부압력이나 낙하산 의혹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온전히 믿게 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다.포스코는 지난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세계 최고 철강기업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의 50년 역사였다. 세계적인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의 평가에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2010년부터 8년 연속 1위를 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60조 원(연결 기준)을 넘었다.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14개국 29개 회사 47개 공장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우리 국가의 자랑이다.그러나 이번 회장의 중도 사퇴로 포스코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위기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고 있다고 한다. 권 회장이 공들여 왔던 신성장동력 사업이 제대로 진척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다. 월드 프리미엄 제품(WP)에 이어 리튬, 최근 언급한 바이오 산업 등의 백지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는 것이다.포스코는 설립 이후 8명의 회장이 역임을 했지만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중도에 하차하는 불운을 겪었다. 그러면서 CEO의 임기가 바뀌면서 회사는 일관성 있는 전략을 펼치지 못했다. 지금 내부에서 나오는 우려도 이와 같다. 권 회장의 지휘 아래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신사업들이 회장의 중도사퇴로 순식간 사라질 수 있다. 사업의 방향성과 전략에 대한 진정성 있는 평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식의 무모한 시행착오는 기업에게 부담만 줄 뿐이다. 기업의 생존이 달린 본질 차원에서의 접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기업은 이윤 획득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독립된 경제단위다. 시장경제에서 살아남아야만 기업의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포스코도 스스로가 독립성과 일관성을 지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것이 100년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2018-04-23

‘한반도의 봄’, 지나친 낙관도 비관도 금물

북한 김정은이 또 한 번 깜짝 발표를 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까지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이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반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도 ‘굿 뉴스’라고 촌평했다. 그러나 북한의 선언을 바라보는 국내정치권의 반응은 복잡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진보 정당은 일제히 북한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 정상이 미리 신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도 “북한이 핵 폐기로 가는 과정에서 첫 사전조치를 단행한 것”이라고 평했다. 정의당 역시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는 매우 전향적이고 담대한 결정”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그러나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이전까지는 핵 폐기가 진전된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며 북한의 결정을 ‘기만전술’이라고 규정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북한 지도부의 인식은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의 갈 길이 멀다는 걸 보여준다”고 꼬집었다.남북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이 개통된 것도 새로운 극적인 변화다. 남북정상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전화 설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정희정부 시절인 1972년 7·4 공동성명에서 설치에 합의한 후 46년 만에 개통에 이른 셈이다.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끊겼던 판문점 연락채널이 지난 1월 복원된 뒤 동·서해 군사통신선, 국가정보원과 북한 통일전선부 간 핫라인 등이 구축된 데 이어 정상 간 핫라인까지 개통됐으니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천재일우(千載一遇)의 이번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그러나 객관적인 눈으로 볼 때 ‘한반도의 봄’이 확실히 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섣부르다. 더욱이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한핵의 완전한 폐기’가 아닌 그 어떤 변화도 희희낙락할 이유가 없다. 북핵은 그냥 두고 ICBM 시험발사만 중단하겠다는 조치는 미국 내의 반북한정서를 완화하는 효과는 있을지언정 한반도 평화에 아무런 담보도 제공하지 않는다.북한의 중대발표에 대한 여야 정당의 다양한 반응에 의미가 있다. 이구동성으로 반기는 것도, 비토일색으로 어깃장을 놓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여당은 야당의 논평에서 우려의 민심을 읽어야 한다. 야당 또한 정부여당의 기대에서 희망의 싹을 보아야 한다. 지나친 낙관도 위험하지만, 과도한 비관론도 안 된다. 이성적인 대응으로 실효적 성과를 높여야 할 때다.

2018-04-23

구무천 생활폐수 오염 철저히 규명해야

형산강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포항철강공단을 지나는 구무천에 생활폐수 유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행정당국의 단속은 겉돌고 있다고 한다. 구무천은 최근 2년간 심각한 논란을 일으킨 수은오염의 근원지로 관계 당국의 특별관리 대상이어야 함에도 생활폐수 방류의혹에까지 휩싸여 충격을 주고 있다.보도에 따르면 모 업체 직원식당에서 나온 생활폐수가 정화시설을 거치지 않고 하천으로 흘러드는 바람에 이 일대는 악취가 진동을 하고 벌레가 들끓고 있다는 것이다. 인근의 한 주민은 “문제의 공장에서 나오는 악취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라며 당국의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지난 12일 포항시청 회의실에서는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 형산강 생태복원 관련부서 책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구무천 생태하천 복원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중간보고회가 있었다. 이 자리서 이 시장은 “형산강 생태관련 문제는 지진과 유사한 특급재난”이라고 강조하고 관련부서의 철저한 대비와 행정력 투입을 당부했다. 특히 구무천외 공단천, 칠성천까지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확대할 것을 검토하라고도 했다. 그러나 당국의 이같은 대책회의와 강력한 단속 의지에도 구무천에서는 생활폐수가 흘러나오고 있어 당국의 환경관리 노력이 혹시 헛구호에 그칠까 우려되고 있다.2016년 국립환경과학원이 형산강 6개 지점의 퇴적물 시료를 채취해 조사한 결과, 6곳 모두에서 기준치(0.07mg/kg)의 19배에서 3천배가 넘는 수은이 검출돼 충격을 주었다. 칠성천과 구무천이 만나는 섬안 큰다리 지점에서도 기준치의 600배가 넘는 수은이 나왔다.형산강 오염의 심각성이 이 지경에 이르자 형산강 프로젝트의 선도사업인 형산강 수상레저타운 건설에 제동이 걸리는가 하면 환경단체 등의 반발도 만만찮게 이어져 오고 있다. 지금도 시민단체 등은 수은오염 제거와 생태복원이 우선이라며 형산강 수상레저타운 건설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포항시는 2016년 형산강 수은오염 사태 이후 하천 생태복원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벌여 왔다. 하지만 하수관련 민원발생 대비 처리 실적에서 보면 아직 저조하다. 오염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5년간 평균으로 따지면 하수관련 민원 처리실적은 20%에도 못 미치고 있는 상태다.형산강 수은 오염사태의 본질은 포항시민의 건강한 삶의 영위와 깊은 관련이 있다. 구무천 등의 하천 생태계의 관리와 복원은 그런 점에서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생활폐수 방류와 같은 것이 작을 수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당국은 형산강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구무천의 오염관리에 보다 더 철저히 나서야 하며 그 원인 규명에도 완벽을 기해야 할 것이다.

2018-04-20

민간기업 포스코 CEO 임기 보장책 마련돼야

또 중도하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어나는 현상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18일 임시이사회에서 사의를 밝혔다. 국영기업일 때나 민간기업일 때나 포스코 최고경영자(CEO)의 임기는 번번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권 회장은 2020년 3월까지의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떠나 정치적 외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기업 포스코가 진정한 유수 국제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래서는 안 된다. CEO의 임기를 보장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권 회장은 이날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100년 기업 포스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젊고 유능한 인재가 CEO를 맡는게 좋겠다”며 사내외 이사진들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권 회장은 사임 결정에 정치적 외압이나 외풍은 없다고 밝혔지만, 재계에서는 이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포스코 회장의 중도하차 흑역사는 처참하다. 포스코 설립 이후 민영화 이전 5명의 전 회장들을 포함 모두 8명의 회장이 역임했지만 권 회장까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임기 도중에 하차했다. 정치 세력이 포스코를 정권 획득의 전리품쯤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이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이처럼 포스코 경영진이 정치권에 휘둘리는 이면에 권력에 빌미를 주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주목할 필요는 있다. 출발점이 정치권력과 유착되면 기본적으로 권력에 휘둘릴 조건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이지 않는 칼이 움직일 것이고, 결국은 바람을 견디기 어려운 악순환 구조가 되고 마는 것이다.포스코는 지난 2000년 정부가 지분을 전량 매각함으로써 ‘국민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CEO 선임과 사임 행태를 보면 영락없는 ‘적폐’ 수준이다. 민간기업의 총수 자리를 정권이 좌지우지하는 선진국은 지구상에 있지 않다. 포스코 경영진이 권력 앞에서 맥을 못 추는 현상이야말로 이 나라 민주주의의 미성숙을 대변하는 상징이다.포스코의 향배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포항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50주년을 맞은 포스코와 포항시가 이달 초 협약한 6개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깊다. 정치권에 한없이 휘둘리는 ‘포스코 잔혹사’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포스코의 경영이 정권교체기만 되면 어김없이 바람 앞의 등불이 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직 경영적 성과와 세계굴지의 철강회사로서의 비전만으로 경영이 추구되는 안정적인 포스코가 돼야 한다. 차제에 그 어떤 권력으로부터도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치권부터 포스코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해 완전히 놓아주는 것이 옳다.

2018-04-20

10년 끌어온 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준비 잘해야

이전과 재건축을 두고 10여 년 동안 갈등을 빚어온 대구시 북구 매천동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현대화 사업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 17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유통종사자 대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기존시설 확장안(리모델링 및 부지 확장)에 대해 최종 합의를 했다. 이로써 10년 이상 끌어왔던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은 이르면 올해 말쯤 실시용역 설계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사업 착수가 이뤄질 전망이다.올해 30년째 맞는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그동안 거래물량 증가에 따른 공간부족, 불합리한 교통체계, 비효율적 건물배치, 건물의 노후화, 안전문제 등으로 시설 현대화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대화 사업에 대한 방향과 해법을 두고 상인과 지역민 등의 의견이 달라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대구시도 수차례 용역을 시행했지만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지난해 3월 경제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추진협의회’를 운영하여 그동안 15차례 이상 난상토론과 개별상담을 벌인 결과, 현 부지를 재확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10년 이상 끌어왔던 대구시의 해묵은 과제가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대구시는 이전이나 전면 재건축이 아닌 기존 시설확장으로 방향이 정해짐에 따라 사업비가 대폭 절감되는 효과가 발생함으로써 사업의 조속한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4∼5월 중 중앙정부 공모사업에 응모하고, 올 연말쯤 실시설계 용역, 2023년에는 사업을 마무리 한다는 생각이다.사업비도 국비 150억 원을 포함, 750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현대화 사업은 안전에 문제가 없는 시설물은 존치하되 불합리한 시설물은 재배치해 원활한 물류동선을 확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특히 대구북부화물터미널 부지를 편입하고 지하공간 개발을 통해 지금보다 3만㎡(1만평)정도를 넓혀 경매장과 주차공간을 새롭게 확보하는 등 교통과 이용자 편의성 개선에 중점을 두었다.1988년 개장된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한강이남 최대 규모의 농산물 집산지로 명성을 날렸던 곳이다. 2005년부터 시설 노후화 문제가 제기되면서부터 비효율적 도매시장 구조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용자들의 불편도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도약의 발길을 내딛게 됐다. 그동안의 논란을 지우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이번 상인대표들의 합의 도출은 이런 측면에서 중요한 성과를 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시간을 오래 끌수록 상인들도 덕 될 게 없는 것이 현대화 사업의 지연이다. 현재 주어진 상황 아래서 대구시의 지원과 상인들의 지혜를 모아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지방 최대 규모의 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서 명성과 경쟁력을 되찾는 사업이 되도록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겠다.

2018-04-19

드루킹 사건, 그냥 못 넘길 의혹 너무 많다

‘드루킹’ 인터넷 여론 조작 사건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여당은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라며 꼬리자르기에 들어간 모양새지만, 야당과 국민들의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 인터넷 정치여론 조작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범죄다. 전 정부의 사이버범죄를 추상같이 몰아쳐온 정부여당의 핵심과 당원들이 이런 의혹을 받는 것은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드러난 풍설만으로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경수 의원만 해도 그렇다. 의혹의 중심에 선 김 의원은 지난 14일과 16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앞뒤 말이 아귀가 안 맞는다. 김 의원은 첫 번째 기자회견 당시 드루킹과의 첫 만남 일시에 대해 “대선 경선 전”이라고 했지만 나중에는 “2016년 중반에 의원회관으로 찾아왔다”고 설명했다.또 드루킹과 텔레그램을 통한 연락을 했다는 의혹에도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었는데 나중에는 “제가 (홍보하고 싶은) 기사가 드루킹에게도 전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드루킹의 대선 이후 인사 청탁 요구에 대해서도 “그런 무리한 요구는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인사수석실로 전달했다”고 바꿨다.청와대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기억도 이상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백 비서관이 당초 변호사 도씨를 만난 시점에 대해 3월 중순이라고 확인했는데 착각이 있었다며 3월 말이 맞다고 정정했다”며 “백 비서관은 만난 날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변호사가 밝힌 3월 28일이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더듬거렸다.드루킹이 차려놓고 운영했다는 파주출판단지의 출판사 느릅나무에 대해 밝혀야 할 수상한 부분이 많다. 10년 가까이 매년 억대의 임대료, 운영비를 지출하고 책 한권 출판하지 않은 출판사라는 것이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들이다. 항간의 의혹처럼 그곳이 진짜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불법댓글 공장이었다면 이는 정말 어마어마한 사태다.사법기관의 태도는 더 문제다. 경찰은 지난 3월 22일 드루킹을 체포하고도 무려 3주간이나 쉬쉬하고 숨겨와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집과 사무실에서 170여 개 휴대폰을 압수하고도 통화내역 조회 한 번 하지 않고 계좌추적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도 뒷짐을 지고 있는 듯한 태도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수사 당국이 머뭇거릴 경우 필요한 것이 특별검사의 수사다. 정부여당 그리고 수사당국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올 수 있는 엄중한 상황임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2018-04-19

대구 안경산업 재도약 길 찾아야

대구국제안경전(DIOPS)이 18일부터 20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다. 대구시가 주최하고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올해로서 17년째를 맞는다. 우리나라 안경산업 분야 유일의 수출 전문 전시회로 대구의 특화산업인 안경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된다.때마침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 한국여자 컬링팀의 김은정 선수가 착용한 안경의 테가 대구산으로 알려진 터여서 대구 안경산업의 홍보 효과도 기대해 볼만한 국제행사라 할 수 있다.대구가 우리나라 안경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은 거슬러 올라가면 1946년 국제셀룰로이드 공업사의 대구설립에서부터 시작한다. 안경산업은 안경테와 부품을 비롯 선글라스, 렌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있다. 대구는 도금업 등 안경과 관련한 산업이 발달해 있었고 육상교통의 요충지란 점 등이 대구안경산업을 지금에 이르게 했다. 2015년 말 통계에 따르면 대구의 안경업체 수는 547개로, 전국의 85%를 차지한다. 종사자수도 2천567명으로 전국의 79%다. 그러나 1990년 중반까지 성장세를 보이던 대구의 안경산업은 IMF와 중국의 저가공세, 선진국 유명 브랜드의 공세 등에 밀려 한동안 쇠락의 길로 접어들기도 했다.2006년 북구 침산동과 노원 3가 일대가 안경산업특구로 지정되고, 대구시의 지원 등이 집중 이뤄지면서 2010년부터 대구지역 수출이 늘기 시작했다. 현재 9천8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보여 전국 수출액의 60%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다.모든 산업이 성장과 쇠락을 반복하듯이 대구의 안경산업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은 세계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 그러나 성장만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특히 안경산업은 향후 전망이 밝은 산업인데다 관련 후방산업 효과도 커 노력에 따라 우리지역이 거머쥘 과실도 많을 전망이다.새로운 기술 및 브랜드 개발은 필수적이다. 제품의 고급화를 위한 필연적 조치다. 렌즈나 안경, 광학기기 분야의 비중을 늘려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대구지역 업체의 취약성인 가내수공업 형태의 영세성을 벗어나는 것도 시급한 문제이다. 전문인력 개발과 지원에 관한 관계당국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불합리한 유통구조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이번 17회째 맞는 대구국제안경전은 이런 관점에서 과거의 안경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대구국제안경전은 해외 바이어 참가가 대폭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 행사라고 한다. 모처럼 호기를 맞은 이번 행사가 좋은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어려운 내수경기를 살리고 대구가 대한민국 대표 안경도시임도 알려야 할 것이다.

2018-04-18

‘脫원전’ 유탄 맞은 영덕, 국가적 보상대안 내놓아야

영덕군이 천지원전 1·2호기 건설 지원금 380억원을 반환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일관성 없는 국가정책으로 인한 눈덩이 주민피해가 우려된다. 산업자원부의 요청으로 유권해석을 진행해온 법제처가 16일 “지원금을 환수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건 순서가 잘못됐다. 국가정책에 적극 순응해온 지역민들이 새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변경으로 입게 된 피해부터 먼저 헤아리고 보상대안을 내놓는 것이 맞다.지난 2월 초부터 2개월 동안 발전소 건설계획이 국가정책변경에 따라 폐지된 경우 해당 발전소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으로 지급한 지원금의 회수 여부를 검토해온 법제처가 “해당 지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지원금 회수 범위와 관련해서는 “현행 발전소주변지역법의 규정에 따라 집행되지 않은 금액 부분으로 한정됨이 명백하다”고 해석했다.법제처의 해석이 어떠하든지 간에 이 문제는 기계적인 논리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지난 7년여 간 원전건설 문제로 영덕군과 지역민들이 감내해온 갈등과 고통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원전건설에 지역발전의 청사진을 맞춰놓고 갖은 노력을 다해 온 지역의 물질적 정신적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어쩌면 수십 년 동안 그 여파가 미칠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도대체 영덕군이 뭐를 잘못했나.국가 에너지사업을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한 국민들이 180도 뒤집어버린 새 정권의 정책 때문에 이렇게 무참히 피해를 입는 현실을 방치하는 것은 정부의 존재이유를 위협하는 국가적 무책임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언제 거꾸로 뒤집혀서 개개인을 망하게 할지도 모를 불투명한 국가사업에 기꺼이 나설 국민이 어디에 있겠나.‘원전 무산으로 발생한 사회적 갈등이나 피해는 지원금과 별도의 법률이나 정책적인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해석 안에 답이 있다. 정부가 지난 2011년 원전 건설 예정지로 정하고 이듬해 고시한 영덕읍 석리, 매정리, 창포리 일대 324만6천657㎡를 국책사업 용도로 활용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다.영덕군은 이미 “먼저 정부와 한수원은 천지원전 고시지역 부지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 문화관광, 공공산업 등 국책사업의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우선, 국가정책이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피치 못할 번복사유가 발생해 정책을 변경해야 할 경우에는 적어도 국가정책에 협조하고 순응해온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먼저 배려하는 것이 옳다. 정부가 영덕군에 대해 지원금 회수에만 집착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소탐대실의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2018-04-18

대구 물산업클러스터, ‘정쟁 희생양’ 안 된다

대구가 미래 먹거리로 준비한 야심찬 전략산업이 중단 위기에 놓였다. 대구시가 달성군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65만㎡에 조성 중인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물산업의 국가 경제력 확보, 세계 물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국가전략사업)이 수시배정 예산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시배정은 사업계획이 미비하거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을 경우 기획재정부가 예산배정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대구 물산업 비전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지난 2016년 6월 자유한국당 곽상도(대구 중·남) 의원이 발의한 ‘물산업 진흥법’과 같은 당 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이 지난 1월 발의한 ‘물기술산업법’은 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환경부 핵심 관계자는 “올해도 물산업 클러스터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예산을 무작정 이월시키기보다는 수시배정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더욱이 기획재정부는 “운영비 등 예산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환경부와 대구시에 관련법 통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 중 물산업 관련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올해 물산업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편성된 632억원 전액이 수시배정 예산으로 지정되고 2019년 9월 준공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물산업기술법 처리가 늦어지면서 대구의 물산업클러스터 조성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여야 정치권 어느 쪽도 대구의 애타는 속내에 무관심이다. 물산업클러스터는 지난해까지 전체 사업비 2천335억원 중 57%인 1천333억원이 집행됐고, 현재 20개 기업이 입주를 마쳤으며 상반기에는 롯데케미칼이 생산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물산업은 대구가 미래 먹거리로 준비한 야심찬 전략산업이다. 대구는 물산업클러스터를 통해 2025년 전국 물산업 비중 10%의 도시, 국가적으로는 세계 물산업 5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6년 현재 세계 물시장 규모는 반도체시장의 2배인 약 800조 원으로 추산된다. 세계 최대 물기업인 프랑스 베올리아의 매출규모가 우리나라 기업 전체의 20배에 달한다.더불어민주당이 물산업클러스터 사업 백지화 및 전면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은 더 큰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물산업클러스터가 결국 혈세만 낭비되는 깡통 시설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클러스터에 대한 원점 재검토는 합당한 과정”이라고 직격탄을 쐈다. 총력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짧지 않은 세월 공을 들인 대구시의 미래먹거리 사업이, 그 부푼 희망이 하루아침에 그렇게 깡통사업으로 전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구의 꿈이 정녕 헛 다리를 짚은 개꿈이 아니라면 모두들 팔 걷고 나서서 지켜내야 한다. 이렇게 허망하게 주저앉을 수는 없다.

2018-04-17

자유한국당 TK지역 공천, 유권자 납득하겠나

막바지에 접어든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지역 공천이 전례없이 보기 민망하다. 후보 결정에 대한 불복과 재심요구가 잇따르고, 집단 탈당으로 인한 무소속 출마 분위기가 대거 일면서 한국당의 매끄럽지 못한 경선과정에 지역민의 실망도 크다. 지역의 대부분 언론사들도 한국당의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원 공천과정을 지켜보면서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지역 국회의원과 해당 공관위는 마이동풍(馬耳東風)식 태도다. 자유한국당이 TK지역 정서만 믿고 지역구 국회의원 입맛에 맞는 인사로 사천한 것이란 비난에 대해 오히려 ‘귀 막고 먼산 보는 식’으로 일관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자유한국당이 정권을 내주고 야당으로 밀려난 것이 공천 때문에 비롯된 것임을 알면서 공보다 사를 앞세운 지역 국회의원의 모습에서 지역민이 느끼는 감정은 어떨까 싶다. 자유한국당이 이 지경에 도달했으면서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도 마땅하다.공천이란 본래 뒷말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공천과정이 투명하고 민주적 절차 등으로 진행되면 수습도 비교적 무난히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 한국당 내부의 갈등이 아물긴 쉽지 않아 보인다. 전략이란 이름으로 당협위원장이 지나치게 공천과정에 개입해 공관위원들조차도 “우리가 허수아비냐”는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고 하니 더 설명할 것도 없다.자유한국당의 이번 공천과정에 민주주의 방식인 경선과정이 대부분 지역에서 생략됐다는 것은 치명적인 잘못이다. 공정한 경선을 통해 후보가 결정이 된다면 승복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이것이 가장 민주적인 결정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공천 기준조차도 애매하다. 그래서 사천(私薦)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달성군수나 대구 동구청장 후보가 된 인물이 지지율이 낮으면서 공천된 합당한 근거를 지역민에게 이해시켜야 잡음을 줄일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국회의원 개인 이익에 맞춘 공천권 남용이거나 자기사람 심기, 경쟁자 배제 등 바깥에서 나도는 소문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중앙공관위의 권고를 무시한 시도당의 태도도 공당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했다. 대구 남구의 경우 여성우선지역 선정이나 타지역의 재심수용 권고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세조차 보이지 않았다. 중앙공관위의 권고 사항이 누가 보더라도 간섭보다는 합리성에 근거하고 있는 데도 이를 거부한 것은 해당 당협위원장의 입장을 대변하려 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자유한국당 대구시당은 대구 기초단체장 8곳 가운데 6곳의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 기초단체장 후보 면면에 대한 평가는 않겠으나 경선이라는 민주적 절차가 생략됐기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담은 당연히 당협위원장 몫이 돼야 한다. 이런 점을 지역민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2018-04-17

에어포항 활성화, 지역사회 관심 있어야

인구 53만 명 포항의 하늘 길을 열기 위한 노력의 결실로 올 2월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포항이 포항공항에서 첫 출항을 시작했다. 비록 포항-제주와 포항-김포의 단순 노선이지만, 포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포항의 운항개시는 지역사회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과거 민간항공과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 시작한 에어포항은 경북 동해안 일대의 교통여건 변화라는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에어포항의 운항에 경북도와 포항시가 출자 형태로 참여하면서 저비용 항공사 운영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강한 관심과 의지를 알 수 있게 했다. 바다를 끼고 있는 포항은 경북 동해안의 중심도시며, 장차는 환동해 거점도시로 성장을 꿈꾸고 있는 도시다. 이번 항로개설은 고속철 KTX 포항역 개통과 포항-삼척 간을 잇는 동해선의 일부구간 개설 등과 맞물려 포항은 육로와 뱃길, 항공로를 모두 갖춘 명실공히 교통의 요충지라는 자부심을 갖게 했다.그러나 포항시민의 기대 속에 출발한 에어포항이 이용률이 저조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규 운항을 시작한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아 아직은 성급한 면도 없지 않으나 그래도 포항공항 활성화를 위해 당국의 관심이 무심할 수는 없다. 에어포항은 첫 출항해 이벤트가 진행된 기간에는 최고 85.5%의 이용률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시간이 거듭될수록 이용률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최저 40%대에 머물러 에어포항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지역거점의 에어포항은 포항을 들락날락하는 관문으로서 기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안정적 수익이 나올 때까지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지난해 6월 경북도는 포항시, 경주시, 울릉군, 동화컨소시엄과 함께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포항공항은 포항시뿐 아니라 경주시와 울릉군 등 동해안 일대 모든 도시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항공로이다. 따라서 포항공항의 잠재적 이용지역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모처럼 공들여 마련한 지역거점 항공사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는 지역민의 우호적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한국은행 포항본부는 지난해 지역경제보고서에서 에어포항의 취항은 동해선 철도 개통과 더불어 역내 교통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봤다. 특히 이는 경북 동해안지역의 관광과 물류산업 발전에 연계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나아가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긍정적 신호로 봤다. 에어포항의 활성화는 한국은행의 분석처럼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가져온다. 에어포항 설립 전 적자 운영됐던 포항공항의 사정을 교훈삼아 이제는 다시 나쁜 전철을 밟는 일이 없어야 한다. 지역사회가 에어포항을 키우는데 관심을 갖고 동참해야 할 것이다.

2018-04-16

정당대표와 자주 만나는 대통령이 보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전격적으로 만났다. 피차간 필요성에 의해서라고 하고, 만나서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헤어졌다는 뒷말도 들리지만 일단 만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바쁘더라도 각 정당 대표들과 따로 또는 같이 자주 만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취임 초에 했던 ‘소통’의 약속을 실천해주기 바란다. 뭔가 말을 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듣겠다는 자세로 자주 만나야 한다.문 대통령과 홍 대표는 13일 청와대에서 처음으로 단독 회동을 했다. 대화는 남북 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현안에 집중됐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부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홍 대표는 대화는 반대하지 않지만 과거 잘못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제기한 국내 현안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경청만 했단다. 시각차는 좁히지 못했으나 만남 자체는 의미 있는 일이다.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한미가 하나의 비핵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로 떠올라 있다. 비핵화 해법을 둘러싼 북·미 간 입장차가 워낙 크다.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내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안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는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 보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남북정상회담 날짜는 다가오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견을 가진 정치권을 버려두고 단독드리블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회동에서 자기 할 말만 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생각이 어떤지 확인했다는 것은 소중한 결실이다. 다른 정당의 견해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뭐든지 혼자 결정해도 되는 북한의 김정은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야말로 협상의 가장 효과적인 지렛대다.초당적 안보협력이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상설협의체’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먼저 관련 정보를 야당과 신속·정확하게 공유하는 등 소통 노력에 훨씬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물론 야당이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할 궁리에 빠지는 것 또한 금물이다. 정말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떤 지혜가 필요한지 깊이 고민하면서 의견을 개진하는 게 맞다.이번 문 대통령과 홍 대표의 가시적 회동성과만을 들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성급하다. 물론 과거처럼 베일 속에서 여야 영수회담을 열어 초미의 정치현안들을 뒷거래하던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 정치지도자들과 수시로 소통하는 것은 정치혁신의 시작이자, 국민통합과 국가미래개척에 유익하다. 대통령이 나서면 우리도 선진적인 소통의 정치를 볼 수 있다.

2018-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