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도시공원 일몰제 해법, 자치단체가 적극 나설 때

도시공원 일몰제 시한이 2년도 채 남지 않았으나 대구시 등 자치단체의 대책은 거의 전무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대로 간다면 일몰제 시한이 풀리는 2020년 7월에 가서는 도시공원을 중심으로 난개발이 예상돼 대구시민의 허파 역할을 하는 도시공원의 황폐화가 우려된다고 한다. 대구시는 작년에 대구대공원을 공영방식으로 개발한다는 발표를 한 이후 여타지역 도시공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뾰쪽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구시는 일몰제 시한인 2020년까지 전체 공원부지 매입비의 5% 수준인 865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공원부지의 해제에 따른 소극적 방어를 하고 있으나 이 정도로는 도시공원을 지킬 수 없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더군다나 일몰제 시한이 2년도 채 남지 않아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도시공원의 난개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대구시는 현재 난개발이 예상되는 거점공원 20곳의 경계부 토지만 매수한다는 계획으로 지난해 범어공원 49억, 학산공원 50억, 두류공원 25억 등 124억 원을 투입했다. 올해도 같은 방식으로 학산공원, 앞산공원 일대 토지 매입비로 119억 원을 확보하고 있으나 일몰제 이후 대비책으로는 어림없는 예산이다.대구시의 이 같은 대책에 대해 오히려 지주들은 “시가 사유지 개발을 막기 위해 알박기를 한다”며 반발을 하고 있다. 자칫하면 도시공원은 지키지도 못하면서 민원만 불러 일으킬 소지도 많다.대구시에는 현재 장기간 도심공원으로 묶여 개발되지 않고 있는 도시공원이 무려 48개소에 전체면적이 11.66㎢에 달한다. 만약 제대로 된 대비가 없다면 대구시민 1인당 공원면적이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부산은 이런 문제점 해소를 위해 동래온천공원 등 5개 공원에 대해서는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는 올 4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실효대응 기본계획에서 지방채 발행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대구시도 타 지역의 대응전략 등을 검토, 자체적인 도시공원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도시공원 일몰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 시설로 지정한 뒤 20년 넘게 공원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개인 재산권 보호를 위해 판결을 하면서 이미 예고가 된 문제라 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 노력이 그동안 없었던 탓이다.이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 지자체 공동의 문제이지만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수도 없다. 물론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예산지원 등 직접적 개입을 통해 문제점을 해소시켜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자치단체 스스로가 풀 수있는 방법은 모색하고 정부의 대응책을 요구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집 앞 산책로가 없어지는 일이라고 상상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18-09-28

싸늘한 추석민심, ‘민생외면’ 정치권 각성해야

정치인들이 전한 추석민심은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에 대한 깊은 실망이었다. 무엇보다도 지독한 불황에 빠진 경제난 타개책을 찾아주지 못하는데 대한 불만이 컸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교류를 통한 평화정착을 꾀하고 있는 정부여당의 ‘과속 무장해제’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아울러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혁신도 야당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추석 연휴기간 중 대구·경북(TK) 지역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살기 힘들다. 제발 먹고 살게 해 달라”는 지역주민의 아우성을 전했다. 의원들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라는 지역주민들의 당부를 한 목소리로 전하면서 “곤혹스러웠고 할 말이 없었으며,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은 “가는 곳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자영업자 소상공인만 죽으니 수정·폐기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석기(경주) 의원은 “TK홀대 등에 대한 얘기도 당연히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경북을 이토록 홀대해도 되느냐는 목소리도 많았다”고 밝혔다.김상훈(대구서) 의원은 “지역내 사업가나 상가, 가게 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아우성”이라고 알렸고, 주호영(대구수성을) 의원 역시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인 강요, 근로시간 52시간 때문에 토·일요일 근무하지 못하는 어려운 현실을 모르고 있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고 밝혔다.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대구수성갑) 행정안전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남북관계의 급진전과, 집권당이 된 민주당에 대한 어떤 걱정과 불신”의 존재를 밝혔다.강석호 위원장은 “북한이 핵을 아직 폐기하지도 않았는데 우리 재래식 무기 감축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전했다.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대한 성토도 빠지지 않았다.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칭찬은 없었고 자유한국당에 대한 걱정, 비판 그리고 강도 높은 주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김 사무총장은 “쇄신을 과감하게 진행하고,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는 분명한 비판과 함께 현실감 있는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만 일삼는 국회나, 대북정책에서 과속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정부여당 모두 절박한 추석민심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와 정치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 상기하고 본분을 충실히 지켜야 한다. 활기를 잃은 나라경제와 여전히 걷어내지 못한 ‘핵 위협’ 아래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각박한 삶을 더 이상 방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8-09-28

심재철 입수 예산정보, 핵심내용 공개 마땅

추석연휴 전날 심재철 의원실 ‘기습’ 압수수색을 당한 자유한국당이 격분하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대정부질문·국정감사·예산안 심사로 이어지는 주요 일정들을 앞두고 있어 국회가 또 다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적 대형이슈가 늘 그렇듯이 이번 논란도 ‘달 가리키는 손’만 시비하는 해괴한 사태로 번지고 있다. 심 의원이 입수한 예산정보의 핵심내용부터 낱낱이 공개해 문제점을 따져보는 것이 온당한 순서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1일 오전 정부 비공개 예산 정보를 무단으로 열람·유출했다는 혐의로 심 의원실과 소속 보좌관 3명의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 및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번 압수수색을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하며 당력을 집결하고 있다. 한국당이 벼르고 있는 첫 공세는 오는 10월 1일(외교·통일·안보), 2일(경제), 4일(교육·사회·문화)로 조정된 대정부질문에서 펼쳐질 전망이다.정치권은 물론 많은 국민들 사이에서는 청와대와 검찰의 전격적 움직임이 예산정보 47만 건의 폭발력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특수활동비 사용 행태를 ‘적폐’로 몰아 이 잡듯이 단죄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온다면 심각한 타격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국정원 기밀자료에 이르기까지 ‘판도라의 상자’를 마구 열어젖히고 있는 문재인 정권이 심 의원을 ‘예산정보 무단열람·유출’이라며 몰아 때리려고 하는 것은 궁색한 행태다.한국당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의원이 날카롭게 비판하고 나섰다. 강 의원은 논평을 통해 “지난해 정권의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하나씩 토해내는 ‘마법의 캐비닛’ 문건을 기억하는가”라며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위반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워 법치를 훼손시킨 점부터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국회의원의 자료입수 적법성 문제는 중대한 시빗거리일 수는 있다. 그러나 심 의원은 이미 ‘한국재정정보원’의 전산전문가가 입회한 자리에서 해킹에 의한 자료 입수가 아니란 점을 프로그램 시연을 통해 입증까지 마친 상태다. 이제 민심이 촉각을 세우고 있는 사건의 본질은 과연 노출된 특활비 사용이 적법하여 국민감정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정부여당은 심 의원이 확보한 자료뿐만이 아니라 현 정권 하에서 특활비가 적의적법하게 쓰였는지 정밀조사하고, 그 실상을 고백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도덕성을 주창해온 정권이 충격을 막기 위해서 문제를 찾아낸 야당 국회의원을 겁박하는 행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민들은 지금 ‘달 가리키는 손’이 아니라 ‘달’을 바라보고 있다.

2018-09-27

‘영천 경마공원’ 제대로 된 공원으로 조성해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추석을 앞둔 지난 21일 민생현안 확인 점검 차 영천시를 방문했다. 이 장관은 특히 영천시 금호읍 성천리 ‘렛츠런파크 영천’(영천경마공원) 조성현장을 찾아 영천 경마공원의 2023년 개장을 약속했다. 올 10월에 실시설계에 착수해 2020년 착공, 2022년 공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지난 13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영천 경마장 조성 사업에 대한 최종 승인을 해준데 이어 장관의 방문이 현장에서 이뤄짐으로써 영천경마장 사업은 이제 본격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앞서 한국마사회도 지난 8월 31일 이사회를 열고 영천 경마장 건설 사업에 대한 내용을 심의 의결한 바 있다.영천경마공원 사업이 2009년 12월 후보지로 영천이 확정된 후 9년만에 겨우 사업 승인이 이뤄진 셈이다. 영천경마공원 건설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해 왔던 영천시민의 입장으로서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영천 경마공원이 승인까지 10년 가까이 걸렸으면서도 최종 승인과정에서 사업규모가 당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영천시민은 물론 경북도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 할 수 있다. 사업 승인이 곧 ‘시작이 반’이라는 의미는 있으나 풀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 많다.당초 3천억 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었으나 규모면에서만 절반이 축소됐다. 한국마사회는 사업시기를 1, 2단계로 나눠 1단계 1천570억 원만 투자키로 결정한 것이다. 2단계 사업은 향후 법 개정과 추가적인 MOU 체결 등을 통해 레저세 감면 문제 등이 해소되는 상황에 맞춰 추가 사업비를 투자하는 것으로 돼 있다. 추가 투자에 대한 확실성이 크게 부족하다.투자 규모가 줄면서 경기 일수 등 경마공원 활성화를 위한 각종 지표들이 모두 기대 이하로 떨어졌다. 경기일수는 당초 계획보다 70~80%가 줄었고 면수도 절반이 줄었으며 예상 관람객, 지방세 수입 등 모두가 줄어든 것이다.당초 영천시민이 기대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대한 기대는 당연히 기대치 이하일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2단계 사업에 대한 확실한 투자가 담보돼야 본래의 기대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마사회와 경북도와 영천시 등은 머리를 맞대 2단계 사업의 조기 착수에 의견을 모아야 한다.본래 계획대로 건설되지 않는다면 경마공원 건립 의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지금 상태라면 영천 경마공원은 연중 운영 일수가 겨우 3개월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경마장보다는 스크린 경마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경마장 건설로 건전한 레저문화를 육성하겠다는 본래의 의도를 살릴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경마공원 조성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

2018-09-27

안보지형 급변, 돌발변수 대비책 완벽하게 세워야

19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안보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제아무리 가야 할 길이라고 해도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지도자들이 서둘러 ‘종전선언’을 해버린 상황은 모험 중에도 모험이다. 당장 정치권이 시끄럽다. 집권 민주당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 반면 보수야권은 ‘국방 해체’ 수준이라면서 반발했다. 돌발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 첨단화 등 정밀한 국방안보역량 증대가 화급해졌다. 여야는 이날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확고한 상호의지를 확인한 것에 더 나아가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낸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평양공동선언은 4월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이 담겼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반면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핵은 그대로 놔두고 군사적 부분은 무력화했다”며 “과연 정부가 이렇게 해도 되는지 심각한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북한은 핵을 꼭꼭 숨겨놓고 있는데 우리는 모든 전력의 무장해제를 해버리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개탄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수석대변인은 “비핵화를 위한 철저한 실무협상이 돼야 할 남북정상회담이 요란한 행사밖에 보이지 않는 잔치로 변질됐다”고 폄하했다.회담을 하기 전 국내외에서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이 회담의 핵심은 ‘비핵화’라는 점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핵물질·핵탄두·핵시설 리스트 신고는 일언반구도 없이 용도를 다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로 비핵화 시늉만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는데 그쳤다. 시간을 끌며 악착같이 유리한 국면을 창출해내는 저들의 살라미 전술에 완전히 걸려들었다는 비관마저 나돈다.문 대통령은 결국 비핵화보다는 군사적 긴장완화에 중점을 두고 협상을 진행한 듯하다. 접경지역에서의 군사 활동을 일부 축소한 것은 나름대로 의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비행금지구역 확대 설정 등 일부 합의사항에 대해서는 긴장을 줄이는 수준이 아닌 불가역적인 ‘남한의 무장해제’를 합의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경협문제를 논의한 것을 놓고도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어쨌든 겨레의 운명을 건 일대 모험은 시작됐다. 이제 남은 것은 급변한 안보지형에 맞추어 상황이 뒤집힐 경우를 완벽하게 대비하는 일이다. 한 번 기회를 잃으면 다 잃는 것이 국가안보 전선이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완벽한 새로운 국방설계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8-09-21

대구·경북도 남북경협 준비에 나서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과 남북정상의 만남으로 남북경협 분위기가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일각의 비판 여론에도 남북경협에 대한 양국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어 이에 따른 대구·경북의 발빠른 대응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평양에서 발표한 남북정상의 선언문은 연내 주요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기 위한 착공식을 비롯 경제특구 조성 등 남북경협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4·27 판문점선언 때보다 이번 합의 내용은 사업명을 특정하고, 사업 시기를 구체화하는 등 훨씬 진척된 경협 방안을 포함해 향후 경제에 미칠 파장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아직은 UN의 대북경제제재가 풀리지 않았지만 대북제재가 풀릴 경우를 감안한 지역의 대응전략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특히 남북정상은 서해권에는 경제공동특구, 동해권에는 관광공동특구를 추진키로 합의함으로써 특구 조성에 따른 수혜 여부에 우리 지역의 관심이 각별히 필요하다. 강원도 속초시 등이 관광공동특구 지역으로 우선 주목을 받고 있지만 관광자원이 풍부한 경북까지 특수효과가 미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현재 경북 영덕까지 개설된 동해선 철도의 조속한 건설을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 강원도 삼척까지 연결되는 동해선이 완성되면 부산에서 포항을 거쳐 북한을 관통해 유럽까지 이어지는 철도망 건설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유라시아 철도의 건설은 동해안을 통한 물류 수송에 활기를 줄 수 있다. 유라시아 철도는 물류 비용 절감이라는 장점으로 영일만항의 활용도를 지금보다 크게 높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컨테이너항만인 영일만항의 물동량 증가는 영일만항을 북방교역의 중심항으로까지 성장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또 크루즈항의 기능도 높아져 포항을 중심으로 한 경북 동해안의 관광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제적인 환동해 중심 도시를 꿈꾸는 포항의 경제력이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20일 오전 기자 간담회를 통해 동해선 철도의 조기 복선전철화를 정부에 요청하는 등 남북경협에 대한 준비를 본격화하겠다고 했다. 남북경협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수도권과 강원도권에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남북경협의 효과나 규모를 생각한다면 준비 정도에 따라 여타 지역에서도 경제적 수혜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정치적 문제와 외교적 문제 등 남북경협의 활성화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을 생각한다면 남과 북이 서로 미룰 일은 아니다. 갑자기 찾아올지도 모를 남북경협 교류에 대한 대구·경북의 준비는 매우 중요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 사정을 감안하면 남북경협에 대한 전략적 접근은 우리지역의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18-09-21

‘비핵화 답보’ 아쉽지만, ‘긴장완화 조치’ 평가할 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긴장완화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합의를 일궈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일부 진전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모았던 ‘북한의 비핵화’ 의제에 대해서는 기존 추진내용을 반복하거나 또 다시 선언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경협 등 교류협력 약속들이 북한의 불가역적 비핵화의 마중물이 되도록 심혈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다. 남북 정상은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이틀째 남북정상회담을 한 뒤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별도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각각 서명했다.이날 양 정상의 공동선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김정은 위원장이 본인의 입으로 직접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연내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한 것도 괄목할 만하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서울로 초청한 것은 남북정상회담 정례화를 넘어 남북미 종전선언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그러나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절충한 ‘동창리 미사일엔진 시험장 사찰·영구폐기-종전선언-영변 핵시험장 영구폐기 등 초기조치’안은 결과적으로 북한의 신고 검증 없는 살라미식 비핵화 협상을 우리 정부가 수용한 것이어서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미국에 좋은 사인이 될지도 불투명하거니와, 특히 남한의 안보를 위해서는 미진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김정은 위원장이 서울로 오기로 한 것은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문 대통령이 ‘연내’라고 밝힌 만큼 북한 비핵화 문제가 빠르게 진전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별도의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쌍방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으로도 상대방의 관할구역을 침입 또는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 대목은 큰 진전이다. 구체적으로 일정 지역을 설정하여 군사 활동을 중지키로 한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나 남북 연접 GP 철수 등 비무장지대를 평화지역으로 만들고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도 좋은 성과물이다. 다만 북한이 현존하는 비대칭무기인 핵무기를 전혀 내려놓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무장해제로 가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고민은 남아있다.북한과 미국은 물론 남북이 더 자주, 더 많이 만나서 허심탄회한 대화로 남아있는 숙제들을 하루빨리 풀어내길 소망한다.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가야 할 우리의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

2018-09-20

붉은 독개미 발견, 대구도 안전지대 아니다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강한 독성을 가진 붉은 개미가 발견되면서 방역당국이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지난해 부산항에서 처음 발견된 붉은 개미가 항만이 아닌 우리나라 내륙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붉은 개미는 개미과에 속하는 개미의 일종이나 정식 명칭은 붉은 독개미다. 붉은 개미 엉덩이에 있는 독침에 쏘이게 되면 솔레놉신 성분 때문에 화상을 입은 듯한 심한 통증이 일어나고 상처 부위가 가렵고 증상이 더 심해지면 쏘인 부분이 붓기 시작해 몸에 발진이 난다. 일부 사람은 호흡곤란 등의 과민증상도 일어나는데, 이 경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붉은 개미에 쏘인 사람들 중 약 100여 명 정도가 매년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살인 개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지난해 부산에서 최초로 발견된 붉은 개미는 해외에서 들어온 컨테이너에 묻어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붉은 개미의 발견으로 한때 초비상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부산에 이어 인천과 최근에는 평택항에서도 붉은 개미가 발견되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붉은 개미의 출현이 잦아져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우리나라는 올 1월 붉은 개미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했다. 생태계 교란 생물이란 외래 생물 중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을 말한다. 붉은 개미의 국내 침투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라 할 수 있다.모든 유해 생물에 대한 방역은 초기 진압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발생한 메르스처럼 초기 방역으로 전염성 확산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으면 최상이다. 보건 당국도 붉은 개미가 발견된 대구 공사장 현장에 있던 조경용 석재에 대한 방제 작업을 벌였다. 현재로선 공사장 현장 바닥이나 주변지역으로 붉은 개미가 나온 흔적이 발견되지 않고 있으나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입장이다.그렇지만 이번에 발견된 붉은 개미는 여왕개미와 공주개미, 개미집이 통째로 유입된 것으로 확인돼 군락을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문제의 석재가 대구까지 오는 과정에서 검역절차가 전혀 없었고 조경공사 나흘만에 발견된 것 등은 찜찜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당국도 매뉴얼에 따라 매일 방역작업과 합동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결과는 지켜 보아야 한다.추석을 앞두고 붉은 개미가 발견된 인근 지역 상인과 주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고 한다. 상인들은 추석 대목을 앞둔 가운데 나타난 붉은 개미가 악재로 작용할까봐 전전긍긍이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아이들이 물릴까 이래저래 걱정이다.항만이 없어 외래종 습격에 비교적 안전지대로 생각했던 대구도 이번 독개미의 발견으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만사 유비무환의 자세로 방역에 신경 써야겠다.

2018-09-20

작년보다 나빠진 추석경기… 소외계층에 관심을

추석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남북정상회담으로 온 국민의 시선이 남북정상으로 쏠리고 있으나 서민들의 입장에선 코앞에 닥친 추석명절 맞기가 더 급한 일이다. 시중 경기가 좋아 추석명절 분위기가 뜬다면야 한가한 마음의 여유도 생기겠으나 올해는 그렇지 않다. 10년 내 최악이라는 경기지표도 나왔다. 예년보다 많은 직장인들이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거라 한다. 기업은 기업대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월급쟁이는 월급쟁이대로 걱정이 앞서는 추석이다.대구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올해 추석경기도 암울하다. 대구지역 기업들이 느끼는 올 추석 체감경기가 작년 추석보다 더 나빠졌다. 지역기업 265곳 가운데 응답 업체의 77.4%가 지난해 추석보다 체감경기가 악화됐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조사 때보다 6.8% 포인트가 늘어난 것으로 10개 업체 중 8개 업체가 경기가 나빠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 경기가 나빠졌다고 대답한 업체의 70.3%가 자금사정이 나빠졌다고 말해 추석을 앞둔 지역기업의 자금 사정도 좋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여금은 응답 업체의 56.7%가 지급할 것으로 응답했으나 지난해 추석 상여금 지급률 71.2%에 비하면 14.5%포인트가 낮아진 것이다.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말 조사한 경기실사 지수도 비슷하다.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월의 종합 전망치는 92.2를 기록, 100을 밑돌았다. 전달(89.2)보다는 소폭 상승했으나 추석명절의 내수 상승 등을 고려하면 9월의 제조업 경기는 매우 부정적이라는 평가다.올 추석경기가 대구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의 고용확대 정책에도 고용사정은 점차 더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맞은 우리의 명절 추석이 어쩌면 명절특수가 실종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질 것 같아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올 여름 무더위의 후유증으로 추석 물가도 덩달아 올라 서민들의 고민이 깊어가는 추석 명절이 되고 있다. 모두가 힘든 추석명절이지만 그래도 우리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명절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전통 명절은 본래 이웃과 함께 나누는 정신을 갖고 있다. 음식을 함께 나눠 먹고 오랫동안 떨어졌던 가족과 친지를 만나 정을 나누는 것이 우리 명절의 의미다.추석명절을 바로 앞두고 해마다 늘어나던 기부금도 올해는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공동모금회 등에 접수되던 기부 건수와 기부금이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한 것이다. 경기가 나쁜 탓이지만 이웃에 대한 사랑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까 우려도 된다. 사회복지 시설이나 독거노인 등과 같은 소외층이 이웃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명절이 되게 하자.

2018-09-19

여야, 성장담론 놓고 닭싸움 벌일 때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대안으로 민간주도의 자율성 증대와 기업투자 확대를 골자로 하는 ‘국민성장론’을 내놓으면서 대토론을 제안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즉각 거절하고 보수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 ‘재탕’이라고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들의 생존이 걸린 경제정책을 이렇게 마냥 정치공방의 희생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정치권은 진지한 토론을 위해 마주 앉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한국당이 내놓은 ‘국민성장론’은 민간주도 자율주의를 표방한다. 정부는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감독’이 아니라 성장의 사다리를 구축하는 ‘촉진자(Catalyst)’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투자를 늘려 생산과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병준 위원장은 “정부여당은 국민을 규제·감독·보호·관리대상으로 보는 반면 한국당은 자율·창의·혁신·발전의 주체로 본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이미 실패했다. 투자가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이 경제의 올바른 활류”라고 강조했다.민주당은 당 지도부가 차례로 나서서 역공을 펼쳤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에서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이름표만 바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이명박·박근혜식 경제정책으로 회귀하자는 것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하고는 토론의 가치가 없다”면서 “토론도 어느 정도 격이 맞아야지”라고 감정적 반응을 보였다.이에 대해 한국당 김병준 위원장은 곧바로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젊은 청년들이 마음껏 뛰게 하고 소상공인에 대한 규제를 풀어 기회를 주겠다는 얘기인데 대기업 위주라는 말이 왜 나오느냐”며 “밑에서부터 우리 국민이 뛰게 해서 경제를 살리자는데 낙수효과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만성적인 불경기 속에 날로 삶이 팍팍해지는 힘겨운 민생을 내팽개친 채 정치권이 ‘성장담론’마저 정쟁소재로 삼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행태다. 국민들의 피폐한 일상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럴 수는 없다. 하루빨리 무릎 마주대고 앉아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집중토론을 통해 탈출구를 찾아내는 것이 옳다. ‘새우등 터지는 줄 모르고’ 고래싸움만 벌일 때가 아니다. 여야의 경제정책을 샅샅이 뜯어보고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지독한 불황의 늪에 빠진 국민들을 구해낼 동아줄을 서둘러 찾아내야 할 것이다. 시간이 없다. 지금 우리 정치가 펼쳐내야 할 일은 결코 ‘닭싸움’판이 아니다. 진정한 ‘협치’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하다. 바야흐로, 대한민국호 밑바닥에 구멍이 나서 물이 콸콸 새고 있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당리당략의 공론(空論)만 다툴 참인가.

2018-09-19

안전체험관 신설 ‘포항·경주’ 제외… 즉각 시정돼야

행정안전부(행안부)의 전신인 국민안전처가 지난 2016년 ‘9·12 경주 지진’ 직후 확대·추가하기로 한 국민안전체험관 건립지 선정에 정작 ‘포항’과 ‘경주’가 제외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의 155개 기존 안전체험관에 더해 제대로 된 체험관 14개소를 신규로 지을 예정인데, 그 대상지역에서 지진 직격탄을 맞은 포항과 경주가 제외된 것이다. 지진재난을 입은 지역민들의 피폐한 상황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이 같은 처사는 반드시 시정돼야 할 것이다. 행안부는 오는 2020년까지 소방안전교부세를 재원으로 대형·중형·특성화 체험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행안부가 대상지로 선정한 8개 지역 중 대형체험관은 서울·광주·경기 등 3곳, 중형체험관은 충북·경남·제주 등 3곳이다. 특성화 체험관은 인천·울산 2곳에 건립된다. 적게는 120여억 원에서 많게는 320여억 원이 들어가는 사업비의 절반 가량이 국비, 나머지는 각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식이다.그런데 신규 추진 안전체험관 건립지역에 포항과 경주가 제외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접 강진피해를 입은 지역민들은 어리둥절하다. 더욱이 전문가들이 두 지역의 단층활동이 여전히 안정되지 않아 ‘지각매질 특성 및 응력장이 복원되기 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는 시점에 당국이 두 지역을 배제한 처사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행안부가 건립지역 선정기준으로 ‘형평성’에만 치중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로부터 건립 요청이 많아 인구 등을 객관적으로 기준 삼아 편차 없고 균형 있는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더욱이 행안부는 “교육부·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 등 다른 부처들도 안전체험관을 운영하거나 추진하고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일단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된 이상 전국 각지에 재해 최소화를 목표로 하는 국민안전체험관을 건립하는 일 자체에 이의를 걸 이유는 없다. 다만 국가의 사업에는 언제나 우선순위가 적용돼야 마땅하다. 근래에 강력한 지진재난이 발생했고, 또다시 강진이 발행할 확률이 높은 지역에 먼저 국민안전체험관을 지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만한 일 아닌가. 흔들리는 땅 위에 사는 사람들부터 재난체험을 시키는 것이 당연한 순서 아니냐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전국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단지 ‘형평성’ 차원에서만 안전체험관 건립 예정지를 선정한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행정이다.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부터 예방주사를 먼저 놓아주는 것은 기본상식에 속한다. 행안부의 석연찮은 결정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며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한다.

2018-09-18

빨간불 켜진 국비 확보에 여야 따로 없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내년도 국가 투자 예산 확보를 위해 지역 국회의원들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고 한다. 정부의 역대급 슈퍼예산 편성에도 전국 유일하게 예산이 삭감된 대구·경북이 정치권과의 협의를 통해 국비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여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이날 회의에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 시·도간부 등이 참석하고 지역의 여·야 국회의원 등이 대부분 참석했다.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작년보다 9.7% 증가한 470조 규모의 슈퍼예산안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슈퍼예산 편성에도 타 시도와는 달리 유일하게 대구·경북만 예산을 삭감해 TK지역에 대한 홀대란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부산, 경남, 전남, 광주 등 타 시도는 6.5~13.5%가 늘었으나 대구시는 3.8%, 경북도는 2.6%가 되레 줄었다.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TK지역에 대한 인사홀대에 이어 이번엔 예산 홀대란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정부의 대구·경북에 대한 패싱이 도를 넘었다고도 했다. 정부가 자신들의 표밭에만 신경을 쓰고 표가 적게 나온 대구·경북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한 것이다.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예산관계자는 “대구시와 경북도 예산의 경우 상대적으로 완료된 사업의 비중이 높은 탓이다”며 예산 홀대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도 관계자는 “지역의 미래핵심 사업이나 신규 사업, 지역민의 삶과 관련한 사업 등이 모두 외면당함으로써 지역개발의 활기가 떨어졌다”며 불만을 표시했다.대구·경북 예산 삭감은 여야를 떠나 지역 정치권에게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지역의 국비예산 확보는 정치권의 역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의원의 입장에서는 TK지역 예산 삭감은 자신들의 입지 확보에 불리할 수 있어 더 민감할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대구 북을)과 야당인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의 국비예산을 둘러싼 홀대론 공방도 이런 배경에서 튀어나온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열린 시도와 지역 국회의원간 예산협의회는 지역민에게는 당연히 관심이 갈 사안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국가투자 예산 확보란 대전제 아래 여야가 합심해 좋은 성과를 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여야가 당론에서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지역발전을 위한 예산 확보에는 서로간 협의를 통해 초당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지금 대구·경북은 정치적이나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인사와 예산 등에서 보았듯이 대구·경북에 대한 정부의 배려가 매우 인색하다. 정부는 아니라 해도 대구경북의 많은 사람들은 적어도 정치적 홀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대구와 경북의 미래를 위해 지역 정치권은 지역민이 섭섭하다는 생각은 갖지 않도록 노력해 주어야 한다. 지역현안 해결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정치권이 힘을 모으지 않으면 대구·경북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2018-09-18

군 존립 위협하는 탈원전, 정부는 무대책인가?

정부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으나 정부는 별무 반응이다. 정부가 일방으로 탈원전을 선언해놓고 탈원전으로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 원전 집적지역 주민의 고통은 아예 외면하고 있다. 울진군을 비롯 경북 동해안지역은 국내 원전의 절반이 있는 곳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선언한지 1년이 지났으나 이들 지역은 여전히 탈원전에 대한 비판과 갈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바뀐 정부정책으로 원전지역 주민만 피해를 덮어쓰고 있다. 지역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태도다. 울진군이 오죽하면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을까 싶다.지난주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과 전찬걸 울진군수, 울진군의회 의원 등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촉구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정부와 울진군과의 약속이며, 정부는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하여 건설을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울진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보유한 자치단체다. 주민의 뜻이기보다는 정부와의 협상과 내부 갈등을 통해 원전 집적지역으로 발전해 온 지역이다. 그 과정에 오랜 시간 주민들이 겪은 고통은 말할 나위 없다.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부 정책을 수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그러나 지금 정부가 바뀌었다고 이런 과정들이 깡그리 무시된다면 누가 정부를 믿을 것인가. 울진주민들은 집권여당을 믿고 국가정책을 수용한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정부를 믿고 정책을 지지한 것이란 주장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부가 외면할 일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전찬걸 울진군수는 “울진군은 이미 원전 의존형 경제구조로 바뀌었다”고 했다. 원전건설이 백지화되면 경기 위축, 유동인구 감소, 지역공동화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면서 군의 존망을 걱정해야 된다고 했다.탈원전 정책이 빚는 부작용은 원전 소재지역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탈원전 정책이 국가 에너지 산업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는 수많은 지적이 있었다. 국민의 70%가 원전사용에 찬성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민은 원전과 태양광 등이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국민 불안감 때문에 원전 사용을 중단했던 일본도 원전 재가동에 들어갔던 일은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도 25년이란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우리처럼 단숨에 원전사용을 중단한다는 것은 국가 에너지 수급의 안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정부가 탈원전을 막연한 공포감을 이유로 실행했다면 국가가 입을 손실을 고려치 않은 단견일 뿐이다. 특히 신한울 3·4호기에 대해서는 학계도 “사실상 공정이 진행 중인 사업으로 엄청난 손실이 예상된다”며 첨단원전 기술 유지 등을 위해서라도 재가동 검토를 주장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탈원전에 대한 비판의 소리에 더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18-09-17

3차 남북정상회담, ‘무장해제’ 약속부터 해선 안 돼

내일부터 2박3일간 평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전격적으로 취소되면서 북미 핵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북한 비핵화’문제 해법 찾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옳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의 약속을 신뢰하여 ‘종전선언’·‘남북교류’에 골몰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무장해제’는 자멸의 길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통일 분야에 정책자문을 제공하는 학자들이 북한 핵(核)의 동결 단계에서 종전선언,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사업 재개, 남북 및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일들이 북한 비핵화를 보장하는 선제적 조치이고, 결과가 또 여의하다는 확증이 없는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는 흐름이다. 얼마 전 평양을 다녀온 특사단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전 비핵화’약속을 전달했다. 판문점회담에서 김정은이 언약한 것으로 알려진 ‘1년 내 비핵화’는 가짜였거나, 최소한 뒤늦게 말을 뒤집은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정치권은 ‘시간 끌기’에 성공하고 있는 김정은의 의도에 대해 일언반구의 경계도 내놓지 않고 있다.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 등이 합의될 것으로 알려져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NLL문제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비무장지대(DMZ) 병력 운용 변화 등과는 사뭇 다른 차원의 문제다. 북한의 비핵화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남북 군축합의는 북측의 막강한 비대칭 군사력(핵) 앞에서 남측의 일방적 ‘무장해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절대적인 경제력 우위를 근거로 북한의 군사력을 얕잡아보는 경향이 큰 문제다. 인류 전쟁사에는 풍요에 취해 무(武)를 천시한 부국들이 가난한 선군 병영국가에 무너진 사례가 허다하다. 번영을 구가하던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북한처럼 인간을 전쟁기계로 만든 소수 스파르타에게 패망했다. 중국의 명(明)은 세계 23%인 1억5천만 명에 달하는 인구에 180만의 대군을 갖고도 고작 6만 명 수준의 후금(後金) 팔기군에 무릎을 꿇었다. 1946년 국공내전 당시 중국의 국민당은 현대식 무기를 갖춘 430만 정예군을 보유하고도 120만 공산군 소총부대에 밀려 타이완섬으로 달아났다. 국민들과 군대가 정신적으로 ‘무장해제’된 나라는 절대로 온존할 수가 없는 법이다. 북핵이 살아있는 한 우리는 한시도 비상벨을 놓아서는 안 된다. 지금 단계에서는 어떤 형태든 ‘무장해제’는 결코 해법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8-09-17

DGB그룹 증권사 인수, 새로운 도약의 변곡점 돼야

DGB 금융그룹이 하이투자증권을 새로운 자회사로 맞이했다. 지방금융그룹으로서는 유일하게 은행, 보험, 증권을 모두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면모를 일신했다.비자금 조성과 직원채용 비리 등으로 오랜 시간 내홍을 겪어온 대구은행으로서는 모처럼만에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지난 3월 이후 공백상태에 빠진 대구은행장 선임 문제도 이번 하이투자증권의 인수로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대구은행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각종 비리연루 의혹으로 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은행장이 구속되는 불행한 일을 겪었다. 직원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는 임직원들이 사법 조치를 받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금융기관으로서 신뢰에도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은행은 그동안 내부비리 등의 문제가 불거졌으나 오랜 시간을 지내면서 한 번도 제대로 된 수습책을 내놓지 못한 채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가 아직까지 행장이 없는 불안정한 경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이유야 어쨌든 이젠 잘못된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한 도약의 발길을 내디뎌야 할 때가 됐다. 하이투자증권의 인수 확정은 그런 점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측도 새로운 행장 선임의 시기를 증권사 인수 후로 생각해 온 터라 DGB금융그룹의 향후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 속에 DGB금융그룹의 하이투자증권 인수는 다각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은행권에 집중된 이익구조를 다변화하는 계기가 된다. 은행 측은 현재 비은행권 올 2분기 수익비중이 8.7%에서 21%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금융그룹의 한계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도 맞게 된다. 하이투자증권은 전국에 28개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DGB금융이 취약한 수도권과 동남권에 주된 사업권을 갖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특히 하이투자증권의 인수로 은행과 증권 상품이 결합된 금융복합 점포를 개설할 수 있어 기존보다 뛰어난 영업의 시너지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강점에 큰 기대를 두고 있다.DGB그룹 관계자는 “2020년까지 총자산 100조원, 순이익 6천억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을 본거지로 한 DGB금융그룹의 성장은 지역사회 및 경제권에도 더 큰 시너지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 이번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박수를 보낸다.이젠 6개월 넘게 공백상태인 후임 행장 선임에 박차를 가해 그룹내부의 활력을 찾아야 한다. 차기행장 선임과 관련,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것 등 DGB지배구조 개선안이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 등을 일으킨 최고 경영자에 대한 사외이사의 견제장치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은행의 경영을 투명하게 할 제도의 개선으로 DGB금융그룹이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이투자증권의 인수가 변곡점이 되는 시기다.

2018-09-14

재난 수준 치닫는 ‘고용절벽’… 전환점 만들어내야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놓고 정치권의 입씨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동향’이 또다시 끔찍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취업자는 2천690만7천명으로 1년 전 수치에 비해 고작 3천명 증가해 8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한창 일을 해야 할 30·40대의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23만6천명이나 줄었다. 아무래도 정부여당의 ‘기다려보라’는 말만으로는 안심하기가 어려운 형국이다. 하루빨리 극적 전환점을 만들어내야 마땅할 것이다. 8월 중 임시근로자는 전년대비 18만7천명(-3.7%) 줄고, 일용직 근로자도 5만2천명(-3.6%) 줄었다. 고용률 또한 전년 동월대비 0.3% 하락하였고, 특히 청년실업률은 전년동월대비 0.6% 상승해 1999년 이후 가장 높다. 실업자 수도 1년 전보다 13만4천명이 급증, 113만3천명을 기록해 8월 기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36만4천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실업률은 4.0%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상승했고, 청년(만 15∼29세)실업률 역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10.0%를 기록했다. 대구·경북지역 실업률도 높아졌다. 대구지역 실업자는 5만5천명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1만 명 증가했고, 실업률도 4.2%로 0.7%포인트 상승했다. 경북지역 실업자는 7만5천명으로 집계돼 4만3천 명이나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업률도 2.7%포인트 급증한 4.9%로 조사됐다.최악의 고용절벽 현상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말했다.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금년 연말, 내년 초쯤 지나야 조금씩 (고용)개선의 효과가 보이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부진과 연관이 있다”며, “속도조절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야당은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을 ‘일자리학살 정책’ ‘경제자살 정책’ 등이라며 맹폭하고 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폐기하고 경제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소득주도 성장은 북한과 같은 저개발 국가에나 맞는 정책”이라는 익명의 칼럼을 소개하며 힐난했다. ‘일부 지표를 보면 질적 전환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거나, ‘소득주도 성장 기조가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라는 청와대와 여당의 진단을 믿고 싶다.하지만 백약이 별무소용일 정도로 급전직하하고 있는 고용동향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한시바삐 답을 찾아야 한다. 이 무고한 ‘을’들의 처참한 희생을 누가 어떻게 책임지려고 이러는 건가.

2018-09-14

또 ‘계획’만 발표한 자치분권, ‘실행’은 왜 미루나

11일 확정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종합계획’이 또 다시 분권의 핵심인 ‘재정분권’ 실질적 이행방안이 쏙 빠진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이다. 더욱이 새 정부 출범 이래 세 번째 발표된 ‘자치분권’ 발전계획이 재탕 수준일 뿐 진전된 실천이 없어 “정권 내내 계획만 세우다가 말 건가?”라는 의구심마저 사고 있다. 특히 개헌 실패 이후, 현행법 안에서 가능한 부분은 빨리 바꿔가겠다고 분명히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높다.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한 종합계획은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6대 추진전략과 33개 과제로 구성됐다. 주요 내용은 중앙과 지방이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하고, 지역의 자율성·다양성·창의성을 존중해 자치권 확대 및 주민주권을 구현하며, 더불어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구체적으로 ‘주민주권 구현’,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재정분권의 강력한 추진’, ‘중앙-지방 및 자치단체 간의 협력 강화’, ‘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 확대’,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지방선거제도 개선’ 등 6대 전략을 수립했다. 종합계획은 지방재정 확충 등 강력한 재정분권을 추진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이를 위해 지방소비·소득세 비중 확대로 지방세를 확충하고, 고향사랑 기부금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 부여, 주민최저수준 보장적 복지사업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재정분권 실행계획을 세워 2019년까지 현재 8대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3으로 맞춰나가고, 장기적으로는 6대4로 개편해 지방재정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방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그러나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은 여전히 안 보인다. 지방재정 확충의 전제조건인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의 반대와 자치경찰제 도입 등에 대한 경찰조직 내부의 반발 등을 극복할 방안도 없다. 오랫동안 반복돼온 선언적 의미 안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고 있는 ‘발표 재탕’ 인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순관 자치분권위원장도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이번에 확정된 자치분권 종합계획은 자치분권을 추진해나갈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혀 문제점을 시인하고 있다.지역민들은 문 대통령의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 대선공약을 망각하지 않고 있다. 1년 전 행정안전부에서 마련했던 로드맵 내용과 별 차이가 없는 ‘탁상공론’만 거듭 발표하는 정부의 미온적인 느림보 지방분권 정책 추진행태에 지역민들은 점점 더 부아가 터지고 있다. 가마솥에 물을 아무리 끓인들 도무지 넣을 생각이 없는 부뚜막 소금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2018-09-13

아직도 여전한 우리 사회 안전 불감증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사회안전망 구축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다. 최근 서울에서 빚어진 상도동 유치원 건물 붕괴사고에서 목격했듯이 과연 안전한 대한민국은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 6일 오후 11시 서울시 동작구에서 발생한 유치원 건물붕괴 사고는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하마터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갈 뻔한 현장이다. 곧 넘어질 듯 건물이 기울어진 것이 한밤중이었다. 122명의 어린이가 다니는 유치원 건물이 대낮에 기울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큰 인명사고도 가능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5개월 전 이 건물은 자체진단 결과 붕괴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 관할 구청 등에 통보했으나 그냥 무시당하고 말았다고 한다. 공무원의 안전 불감증을 탓할 일이다.11일 오전 경북 청도의 한 온천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용객 1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62명의 이용객이 연기 등을 마셔 청도 등 8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문제는 화재가 발생했으나 이 건물 어느 곳에도 대피방송이나 경보음이 없었다고 한다. 스프링클러조차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투숙했던 일부 이용객은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건물에 불이 난 사실을 알고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고 한다.불난 지 1시간이 지난 뒤에야 인명구조용 소방다리차가 도착하는 등 소방당국의 허술한 초동 대처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건물의 소방장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온천 관계자는 “사설 소방업체로부터 소방안전점검을 한달 전쯤 받았으며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확한 사고경위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사고현장에서 드러나는 각종 석연찮은 의문점이 사고를 항상 키워왔다는 점에 걱정스럽다. 이번 청도 용암온천 화재사고는 작년 12월 발생해 66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이 연상될 만큼 위험천만한 사고라 하지 않을 수 없다.지난 10일 안동에서는 42억 원을 들여 조성한 안동호 수상길이 개방 1년도 안돼 무너져 내렸다. 다행히 관광객들의 통행이 없었던 오전 시간대에 무너져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아찔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연속 일어나고 있다.지난 5월 포항시 남구 해도동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4층 건물이 눈에 띄게 내려앉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안전조치를 제대로 않고 있다고 한다. 이 건물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안전은 누가 보장할 것인지 아찔하다.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늘 큰 사고에는 전조현상이 있다. 당국의 세심한 관심과 적극적 방어만이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 안전 불감증 타파에 공직사회가 앞장서야 한다.

2018-09-13

TK 산업동향 초비상…경제정책 바꿔야

최저임금 폭등 추진에다 경기부진이 겹치면서 대구·경북(TK) 산업계가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중소기업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TK지역은 경기지수도 기업투자도 눈에 띄게 뚝 떨어지면서 자칫 산업 근간이 통째로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규제 개혁을 통한 새 성장동력 확보, 고용절벽 타개, 기업과의 소통을 통한 투자확대 및 새 일자리 마련 등 정부의 경제정책 손질과 방향전환이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기업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0.6% 줄어 올 3월 이래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를 전후해 발생한 마이너스 기록 이래 20년만이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016년 8월 이후 23개월만에 처음으로 전월보다 100에서 0.2포인트 떨어진 99.8을 기록했다.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올해 지역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대구·경북이 모두 100을 한참 밑돈 것은 물론 실제업황 BSI가 업황전망 BSI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BSI는 100 이상인 경우에는 긍정응답이 많음을, 100 이하인 경우에는 부정응답이 많음을 나타낸다.대구의 제조업 업황전망 BSI는 지난해 12월 70으로 조사됐으나 실제 업황 BSI는 65에 그친 이래 거의 매월 실제업황 BSI가 업황전망 BSI를 밑돌았다. 경북도 마찬가지 추세였다. 또한 대기업이 입주한 구미지역의 일부 기대감을 빼고 나면 지역업체의 제조업 설비투자 위축현상 역시 뚜렷하다.지난해 국내 설비투자는 14.6% 늘었는데 올해는 1분기 7.3%에 불과했고 연간 전망은 고작 1.5%다. 하반기에는 거의 증가분이 없거나 마이너스라는 얘기다. 기업의 투자기피는 미래의 사업전망 불투명이 근본 원인이다. 당면한 각종 규제도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유가·금리 상승 충격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등 해외발 악재마저 겹쳤다.지금의 실물경제 위축은 정책실패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제는 기업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미 현대경제연구원은 경기가 ‘후퇴’에서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내수불황을 경고한 바 있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마련하면서 정책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기보다 ‘포용적 성장’이라는 애매한 새 개념을 제시하면서 상황을 호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많다. “문재인정권 경제팀이 하는 일이라고는 국가 경제전망치 낮추는 일 뿐”이라는 비아냥을 언제까지 들을 참인가. 경제정책 방향과 내용 자체를 과감하게 손볼 때가 됐다.

2018-09-12

지방의회 시민참여 게시판 활성화 대책 찾아야

대구시와 군·구 의회의 시민참여 게시판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경실련이 올 1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대구시 의회와 군구 의회 시민참여 게시판 이용 상황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지방의회 게시판이 이용자가 없는 유명무실한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구시의회의 경우 시민공감에 게시된 글은 광고성 글을 포함 달랑 2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8개 구군의회의 경우는 모두 합쳐 12건이 게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구와 동구, 서구, 달성군의회는 전무했으며 동구는 지난 2015년 8월 11일 이후 한 건도 게재되지 않았다. 대구시의회도 2013년 5월 이후 모두 97건의 게시물이 실려 있었으나 대부분이 대구시와 대구시 의회가 게시한 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동안 이 같은 사정에도 시군구 의회가 이 문제를 한 번도 제대로 거론해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시민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각 의회 게시판이 사실상 이름만 있을 뿐인데도 해당 지방의회는 모른 채 눈감고 있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적당히 넘어가자는 의도가 아닌지 알 수 없다.서울시의회와 부산시의회, 울산시의회 등 타지역 의회의 시민참여 게시판의 이용 상황과 비교하면 더 잘 알 수 있다. 서울시의회의 자유 게시판에는 모두 6천600여 건의 게시물이 작성돼 있었으며, 부산시의회도 1천8백 건이 넘는 게시물이 작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보다 규모가 작은 울산시의회도 1천800 건이 넘는 게시물들이 올라와 있다. 시민참여 게시판은 직접민주주의 실천을 위한 작은 마당이다. 주민의 의견을 직접 듣고 시정에 반영토록 하는 수단의 하나다.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더라도 주민의 뜻과 여론의 향방을 살필 수 있는 곳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주고받는 장소로서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할 공론장이다.청와대가 작년 8월 시작한 국민청원 게시판도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일종의 공론장이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의 발달로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는 국가차원의 직접소통 방식이다. 그것이 여론을 호도하거나 역기능적 효과가 있지만 그것은 고쳐 나가야 할 별개의 문제다.지금은 정보화 시대다. 정보화 시대에 앞장서야 할 지방의회가 되레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시민의 의견을 대변해야 할 대구시의회와 군·구 지방의회는 이제라도 시민참여 게시판 활성화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방의회에 대한 관심 부재가 게시물 부재로 귀결됐다면 지방의회의 분발이 더욱 필요하다. 시민참여 게시판을 통한 여론 활성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18-09-12

무허가 축사 양성화, ‘현장 목소리’ 존중을

축산산업의 으뜸 과제인 무허가 축사 양성화(적법화) 사업이 갖가지 사유로 인해 지지부진하다. 특히 무허가 축사가 가장 많은 경북의 적법화 완료율은 지난 연말기준 18.7%에 그쳤고, 지난 달 15일 현재 25%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정부의 의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 ‘축산농가의 능동적인 자세’ 등 삼박자가 어긋나고 있다는 증거라는 지적이다. 무리 없는 적법화 조기완성을 위해서는 축산현장의 목소리를 더 깊이 경청해야 할 것이다.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무허가 축사 적법화 대상 농가 1만4천316곳 중 1단계로 적법화를 마쳐야 하는 농가는 91.6%인 1만3천118곳이다. 하지만 적법화를 마친 농가는 3천341곳(8월 15일 기준), 25%에 불과하다. 인허가 서류를 제출한 1천228곳을 합치더라도 총 4천569곳으로 3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 65%에 해당하는 9천700여 농가는 아직 적법화를 시작조차 못한 셈이다.도내 울릉도를 제외한 22개 시·군별 적법화 진행률은 봉화군이 54%로 가장 높고 울진이 고작 4%로 가장 낮다. 특히 1단계 간소화된 신청서 제출 농가는 9천392곳으로 이 중 지난달 22일 기준 이행계획서를 접수한 곳은 762농가 밖에 되지 않는다. 이달 27일 이행계획서 제출 기한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약 92%가 서류제출도 하지 못하거나 않고 있는 것이다.정부의 양성화 방법 자체가 축산농가의 현장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농가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위해 법적 절차에 따라 비용과 시간을 들여 전문 건축사로부터 축사 설계와 측량을 받아야 한다. 또 적법 판정을 받기 위한 절차에 관련된 법이 건축·하천·농지법 등 26개에 달해 하나하나 파악하기도 어렵다. 실제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농정에 축산 농가만 죽어난다는 볼멘소리가 난무하는 이유다.구제역이나 조류독감으로 인한 잔인한 대규모 살처분과 열악한 공장식 사육의 문제점들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면서 무허가 축사 양성화 과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테마가 됐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는 축산업 선진화를 위한 첫 단계임에 틀림없다.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접근은 농촌경제에서 42% 이상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축산 농가를 사지로 몰아넣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식량안보산업’이라는 자부심으로 축산업에 종사해온 농민들의 현장 목소리를 더 새겨들어야 한다. 축산업 선진화를 위한 보다 지혜로운 정책들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는 답답한 양성화가 아니라, 열악한 축산 농가에 진정 도움이 되는 정책수단들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2018-09-11

메르스 공포, 초기 대응으로 막아야

3년 전 발생해 38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환자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발생하는 메르스는 치사율이 30%에 이르는 호흡기 질환으로, 전염성도 강하다.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의하면 지난 8월 16일부터 9월 6일까지 쿠웨이트에 업무 출장한 61세 남성이 메르스 환자로 확진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당국은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단계로 격상했다. 또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환자와 접촉한 사람 파악에 나서 현재 감염 가능성이 큰 진료 의사 등 밀접 접촉자 명단 22명을 확인했다. 이들은 자택 등에서 별도 격리조치하고 있다고 했다.대구와 경북에서도 환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 감염 노출 가능성이 있는 ‘일상 접촉자’가 5명(외국인 1명 포함)이 확인됐다. 대구시와 경북도 보건당국은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일상 접촉자는 격리되지 않고 14일동안 관할 보건소가 상태를 파악해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집중 관리하게 된다. 통상 메르스는 잠복기가 2∼14일이라 앞으로 2주가 메르스 확산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다행히 이번 메르스 발생은 환자 본인과 병원 측이 침착하고 신속히 대응함으로써 초기 대응이 적절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와는 다르게 신속한 대응으로 수습도 잘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년 전 메르스 사태는 환자와 병원, 보건당국 모두가 초기부터 대응을 허술하게 함으로써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 당시 보건당국이 메르스 종식을 선언할 때까지 217일간 환자 186명이 발생하고 그중 38명이 사망했다. 1만6천명이 격리될 정도였으니 메르스가 일상 활동에도 많은 지장을 주었다. 학교와 유치원이 문을 닫고 각종 모임 등이 줄줄이 취소되는가 하면 식당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어져 내수경제가 흔들했다. 메르스가 단순히 질병이 아닌 일상 활동에 타격을 가하면서 사회경제적 손실이 30조원에 달한다는 보고도 나왔다.이번 메르스 발생이 초기에 잘 대응해 잡아야 하는 것도 이런 쓰라린 과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총리도 “늑장 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고 했다. 지나칠 정도의 민감한 대응만이 실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보아야 한다. 늦었지만 공항 검역체제에 대한 점검도 다시 있어야겠다. 이번 메르스가 환자와 병원 등 민간에 의해 신속히 확인이 되면서 수습의 길을 찾았으나 검역당국의 관리는 여전히 허술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기 때문이다.현재 우리 경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고통이 어느 때보다 크다.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일어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재난이 올지 알 수 없다. 당국과 국민 모두가 메르스 발생에 경계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

2018-09-11

재정분권 없는 복지 확대, 지방만 골병든다

문재인 정부의 복지분야 확대 정책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도에도 슈퍼급 예산이 짜이면서 복지분야에 대한 예산은 크게 증가했다. 내년 정부예산안 470조여 원 가운데 복지비 총지출은 전년보다 14.6% 늘어난 72조3천억 원이다. 정부 총지출의 15.4%를 담당한다. 사실상 복지 성격인 내년도 일자리 예산 등을 포함하면 정부의 복지분야 예산은 전체 예산의 34.5%로 역대 최고치다.정부가 이 같이 복지분야 정책을 확장하는 것은 일자리 양극화, 저출산, 저성장 등 당면한 국가의 구조적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에 기인한다. 복지분야 예산의 증가로 소외계층에 대한 혜택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그러나 중앙정부의 복지분야 예산 대부분이 지방정부와 재정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는 매칭사업이어서 재정 여건이 취약한 지자체로선 예산증가가 곧바로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복지분야 예산을 확대하면서 지자체의 살림살이는 궁핍해졌다.올해도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지방과 공동으로 분담해야 할 복지분야 예산이 늘면서 지자체는 벌써 내년도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있다. 아동수당,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기초연금, 보육수당 등 지방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사업이 수두룩하다. 정부는 예산지원으로 생색을 내고 있으나 지방은 오히려 덤터기만 늘어난 꼴이다.대구시의 경우 일반사회복지비와 특별회계 분야까지 포함하면 3천400억 원 가량의 예산이 늘어나게 된다고 한다.상대적으로 대구시가 투자해야 할 사업이 축소되거나 미뤄지는 일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대구광역교통망 구축사업비가 감액되고, 지역성장 동력을 위한 신규사업도 타격을 입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트 실험실 기자재 구입비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고, 5G·ICT 융합디바이스 개발지원사업 등은 예산반영조차 되지 않았다.결과적으로 사회복지분야 지출이 크게 늘면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더 악화되는 구조적 모순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지역생활 밀착형 SOC 사업을 지원한다고 발표했으나 재정이 취약한 일부 지자체는 되레 걱정을 하고 있다고 한다.현재 대구시의 재정자립도는 58.7%로 전국 7개 특별·광역시 중 6위다. 경북도는 36.1%로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14위로 두 곳 모두 하위권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세종시, 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만이 높은 수준의 재정자립도를 유지한다. 획기적인 지방재정 대책 없이는 지방정부 스스로가 독창적이고 지역특화된 사업을 벌여 나가기가 어렵다. 현재 2대 8 수준인 지방세와 국세 비율을 높여야 한다. 문 대통령이 말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재정분권 없이는 지방은 언제나 중앙정부의 예속일 뿐이다.

2018-09-10

후진국형 ‘집단 식중독’, 근절대책 왜 못 세우나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학교 급식 케이크를 먹고 전국 유치원생과 초·중·고생 2천여 명이 집단 식중독에 걸려 난리법석이 났다. 와중에 대구·경북에서도 단체급식을 한 일선 초·중·고등학교에서 식중독 의심증세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학교보건위생에 비상이 걸렸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나타나는 집단 식중독 사태는 대표적인 후진국형 낭패다.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근절의지가 아쉽고 또 아쉽다.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는 식중독 사고는 대구·경북도 비켜가지 못했다. 구미시의 대표 식품업체인 B업체의 단체급식 학교 4곳에서 식중독의심증세가 나온데 이어 국내 최대 식품업체인 풀무원 계열사의 초코케이크 급식을 받은 대구와 경북 유치원, 학교에서 식중독 의심환자가 발생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들어갔다.대구에서는 풀무원에서 제공한 초코케이크를 급식한 초등학교 1곳과 유치원 1곳의 학생 62명이 지난 4일부터 고열, 설사, 복통 등 증세를 호소했다. 이후 추가로 의심 환자가 발생해 8일 저녁 5시 현재까지 대구의 식중독 의심 환자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등 5곳 195명이다. 경북에서도 초등학교, 중학교, 중·고등학교 등 5곳 180명의 학생이 설사 등 식중독 의심 증상을 보였다. 칠곡지역 중학교 1곳과 영천지역 중·고등학교는 의심환자 1명은 입원해 있고 22명은 통원치료를 받았다. 경북도와 도교육청은 풀무원의 초코케이크 급식 제공 사실을 확인했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풀무원의 식자재 유통종합서비스 계열사인 풀무원푸드머스에 대해 유통판매 중지 조처를 내렸다. 식약처는 풀무원푸드머스가 경기도 고양시의 한 업체에서 제조한 케이크 3종을 구매해 납품한 게 식중독 증상을 일으켰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금처럼 매년 전체 업체의 40% 불시 점검만으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식약처가 문제의 제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빵 위에 올라간 크림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난백액(분리된 달걀흰자)을 댄 회사와 케이크를 만든 회사는 둘 다 식약처에서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은 업체였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급식 사고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끊이지 않고 반복된다. 해마다 평균 38건의 식중독 사고가 발생해 학생 2천500여명이 생사기로에 놓인다. 비위생적인 먹거리가 시중에 나돌고, 해마다 집단 식중독을 일으킨다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있음직한 창피스럽기 짝이 없는 사태다. 국민보건을 책임진 당국의 대오각성과 투철한 근절의지는 물론 온 국민들의 주의력 증진이 절실한 요즘이다.

2018-09-10

충격적인 도시가스 변칙공사, 방치해선 안 된다

도시가스 배관 중 대다수가 당초 설계도면과 다르게 지하에 변칙 매설됐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감사원은 가스안전공사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가스공급시설 중압배관 시공감리를 수행한 787건을 확인한 결과 765건(97.2%)의 배관이 본래 승인받은 설계도면과 달리 매설된 사실을 적발했다. 안전 불감증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같은 문제는 즉각 시정보완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잠시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감사원 감사결과 적발된 765건(97.2%) 중 457건은 설계도면보다 매설 길이가 늘었고, 308건은 줄었다. 또 787건 중 480건(60.9%)의 매설 깊이가 설계도면과 달랐다. 특히 240건(30.4%)의 경우 가스 배관을 기존에 있던 지하매설물 밑에 설치한다고 승인받았음에도 실제로는 지하매설물 위에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가스 배관이 설계도면과 다르게 설치되면 굴착공사를 하다 배관을 파손해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이 같은 문제는 현행 도시가스공급시설 시공감리 기준과 가스안전공사의 도시가스시설 검사업무 처리지침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감리기준에서는 시공감리 시정통보서 발급조항이 명시돼 있지만, 처리지침에서는 이 조항이 없어서 제출된 도면과 다르게 시공되어도 무사했던 것이다.감사원은 가스안전공사 사장에게 “‘도시가스시설 검사업무 처리지침’을 개정하고, 승인받은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감리 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통보했다. 또 “이미 승인받은 설계도면과 다르게 공사를 마친 경우에는 지하매설물의 안전관리 등을 위해 사업자가 도로관리청에 준공도면을 제출하도록 하라”고 덧붙였다.도시가스 배관의 안전성 관리에도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안전공사는 32개 도시가스 사업자로부터 배관의 매설연도에 따른 정밀안전진단 대상을 제출받아 정밀안전진단을 하는 과정에서 배관의 피복 손상 여부에 대해서는 가스사업자가 자체조사 결과를 제출하면 고작 10%만 현장조사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도시가스는 국민 일상생활에 혁명을 가져온 문명의 이기다. 도시가스의 보급으로 난방과 취사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도시가스는 폭발의 위험성 때문에 ‘안전성 확보’가 생명이다. 가스누출 및 폭발사고로부터 국민안전을 책임진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배관공사 관리를 이렇게 엉터리로 해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미비한 제도 및 규정을 정비하는 것은 물론, 변칙적으로 공사가 진행된 배관 전수에 대한 철두철미한 조사와 시정 및 보완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발밑에 폭발물을 허술하게 묻어놓은 채 무심히 살아갈 수는 없다.

2018-09-07

‘혁신도시’ 효율성 끌어올릴 기업 대책도 마련해야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국 10곳의 혁신도시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일부도시에서는 혁신도시의 기능적 보완을 위해 공공기관 유치TF팀 가동에 들어갔다. 또 대구 동구의회는 4일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물론 이전 대상 공공기관과 일부 정치인의 반대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지방의 입장에서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지역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란 기대감은 분명해졌다.2007년 참여정부 시절 시작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중앙정부의 독점적 정치형태에 떠밀려 있던 지방의 입장에서는 큰 전환의 정책으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혁신도시를 끼고 있는 광역단체들은 혁신도시와 연계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대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혁신도시들이 지역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주었는지 와는 별개로 혁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은 대단했다.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혁신도시들은 정주여건 미비와 지역과의 조화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해 혁신도시의 활성화는 기대와 함께 지역의 과제로 남아있었다.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넘겨받은 ‘혁신도시 기업 입주 현황’ 자료에서 드러난 것처럼 혁신도시의 기능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은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 자료에 의하면 이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조성된 혁신 클러스트 면적 312만4천㎡ 중 실제로 기업이 입주된 면적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율이 가장 높은 도시인 대구가 45.9%로 절반을 채우지 못했고 경북(9.8%), 충북(7.3%), 강원(5.6%) 등은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혁신도시 입주기업 수도 올 6월 기준 639개사지만 광주전남, 부산, 대구, 경남 등 4곳이 81.5%를 차지했다. 제주는 현재까지 입주기업이 한 곳도 없었으며 전북은 4개사, 충북은 19개사로 밝혀졌다.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은 있으나 기업은 없는 상태였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관련 기업의 이전을 유도하고 다수의 외지기업들이 혁신도시로 입주하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공공기관은 지역과의 밀착도가 떨어지고 공공기관 유치의 효과를 상승시킬 기업 입주는 저조한 모양새다.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던 ‘혁신도시 시즌2’도 기업의 입주를 장려하고 기업과 연구소가 협력해 혁신적 창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혁신도시 내 1천개의 기업을 유치하고 2만여 명의 고용 인력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했다.이번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계기로 혁신도시 내 기업의 유치를 보다 적극화해 명실공히 혁신도시가 지방경제 활성화에 절대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혁신도시 건설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고 국토 균형발전을 가져오는 동력이 되게끔 해야겠다.

2018-09-07

‘공공기관 추가 이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더불어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 기관은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가도록 당정 간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시절 시작했던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사업이 이 대표의 국회 발언으로 또다시 불씨가 지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 사업은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간 균형 발전을 통해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한 사업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 보수정권 9년 동안 이 사업은 특별법이 있어도 사실상 사문화되다시피 하면서 그 기간 동안 수도권에는 152개의 공공기관이 새로 지정되거나 신설됐다.2007년 시작한 공공기관 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 사업으로 현재 153개의 공공기관이 전국 10개 도시에 분산 이전한 상태다. 그러나 더 이상 공공기관 이전이 추진되지 않음에 따라 지방에 터를 잡은 공공기관 중심의 혁신도시가 제대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특히 지방분권 개헌이 무산된 이후 정부의 분권 및 균형발전 의지가 현저히 약화됐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의 이번 발언이 주목을 받는 것도 날로 허약해지고 있는 지방경제에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이 경제의 활력이 될 거란 기대감 때문이다.이 대표의 지적처럼 우리나라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수도권은 과밀화의 고통으로 몸살을 앓고, 지방은 소멸론의 위기감 속에 모든 것이 정체돼 있는 실정이다.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고, 대기업 1천개 중 75%가 몰려 있는 과밀적 상황은 국가의 경쟁력을 되레 붙잡고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국내 전체 읍면동의 40%가 머지않은 장래에 소멸될 거란 진단은 국가 존망을 위협하는 문제라 보아야 한다.문재인 대통령도 혁신도시 중심의 클러스트 육성 등 혁신도시 시즌2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강조한 문 정부가 혁신도시의 활성화와 지방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벌써부터 이전 대상 공공기관 가운데 일부가 업무의 비효율성 등을 들어 반대의 뜻을 비치기도 하나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충분히 극복되고도 남을 문제이다.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공기업 측면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 지방은 소멸 위기감으로 좌절의 분위기다. 지방이 살아야 정부도 산다는 생각으로 지방경제의 동력이 될 혁신도시의 기능을 살려나가야 한다. 반대도 당연히 있다. 과거에도 반대를 무릅쓰고 공공기관 이전을 성사했다. 여당 대표로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신념으로 공공기관 이전을 더 힘 있게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2018-09-06

‘캠코더 인사’ 논란…서둘러 혁신돼야 할 ‘新적폐’

바른미래당이 문재인정부 공공기관 인사현황을 전수 조사한 ‘공공기관 친문 백서 : 문재인정부 낙하산·캠코더 인사 현황’을 펴내면서 거친 논란이 일고 있다.이명박정부의 인사를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 박근혜정부 인사를 ‘서수남(서울대·교수·영남)’이라고 야멸차게 비난하던 민주당 정권의 인사 역시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일색이라 하니 충격이다. ‘캠코더 인사’ 남발이야말로 서둘러 청산돼야 할 ‘신(新)적폐’다.바른미래당은 “지난 1년 4개월 동안 340개 공공기관에서 1천651명의 임원이 임명됐고, 이 중 365명이 ‘캠코더’ 인사”라고 폭로하면서 “문재인정부 출범 후 매일 1명씩 낙하산 인사가 임명된 꼴”이라고 밝혔다. ‘캠코더’는 전문성 없이 문재인 대통령 관련 근무 이력만 갖고 공공기관 임원으로 내리꽂히는 인사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집권 초기에는 ‘유시민(유명대학·시민단체·민주당)’인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며 적폐청산의 필요성을 다시 주창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권력형 적폐청산뿐만이 아니라 민생·경제적폐와 공직사회 적폐도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적폐청산 전선을 확대했다.문재인정권의 적폐청산은 근본 원인을 찾고 개선하기보다 인적 보복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 여파로 고위공무원들의 이직현상마저 가중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문재인정권이 인재기용에 있어서 ‘캠코더’ 인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다분히 이율배반적인 ‘신 적폐’에 해당한다. 미래당이 밝힌 내막을 살펴보면 역대 그 어느 정권 못지않게 노골적이고 집요해 혀를 차게 한다.문재인정부 출범 후 임명된 공공기관장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총선에서 낙선한 전직 의원들이 다수 포함돼 보혁을 망라하고 전 정권들 인사행태와 판박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던 약속은 그림자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 모든 ‘인사적폐’ 현상들은 국민 모두를 아울러서 ‘나라를 나라답게’ 꾸려가겠다던 초심을 잃고 있다는 뚜렷한 증좌다. 제 눈의 들보는 묵살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들춰내는 개혁은 이미 또 다른 추악한 적폐다. ‘탕평’과 ‘화합’의 정신을 신실하게 실천하는 참다운 촛불정신으로 거듭나기를 신신당부한다. 케케묵은 아전인수식 패거리 정치로 어떻게 온 국민이 행복한 새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2018-09-06

‘경북도정 운영 4개년 계획’, 반드시 실천해야

민선 7기 전국 광역단체장의 시도정 운영 방안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새 단체장의 시도정 운영 방안에는 광역단체장의 시도정 운영방향과 철학, 의욕 등이 담겼다는 점에서 각 지역 주민들의 관심도 적지 않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갖고 임기 내 도정에 초점을 맞춘 ‘도정운영 4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새바람 행복경북’이라는 슬로건도 내 걸었다. 이 지사는 경북발 새바람으로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고 모든 도민이 행복한 경북을 만들겠다는 의욕을 보였다.정권교체로 TK 지역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예전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 속에 이 지사의 도정운영 계획이 얼마나 착실히 진행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두 달동안 많은 도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마련한 도정 계획인만큼 어느 때보다 과감하게 실천돼야 한다.경북지역은 지금 과거 어느 정권 때보다 힘든 환경에 놓여 있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서 보았듯이 경북의 국비 지원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정권교체로 경북지역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종전같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이다. 도는 이번 계획에 소요되는 국비 지원액만 9조 원 가량으로 보고 있다. 국비 확보에 총력을 쏟아야 목표 달성도 가능해진다.경북 경제의 축을 이루고 있는 포항과 구미의 상황도 매우 나쁘다. 특히 포항, 경주, 영덕, 울진 등으로 이어지는 동해안은 탈원전 정책으로 받는 경제적 타격이 심각하다. 우리나라 원전의 절반이 모인 경북 동해안에서 발생한 탈원전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4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나마 지역경제에 투입될 예산마저 탈원전으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해 설상가상의 상황이다.저출산에 따른 농어촌의 노령화와 늘어나는 예상 소멸지역에 대한 대책도 적지 않은 경북의 고민거리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멸 예상지역을 안고 있는 경북은 저출산과 노령화에 대응하는 특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이 지사는 임기 내 8개 분야 100대 과제를 목표로 정했다. 국비, 도비, 시군비 등 13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1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다. 공단 활성화를 통해 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관광 서비스, 농업, 건설, 사회적 경제 등에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투자유치 20조원, 농업 수출 7억 달러, 내외국인 관광객 2천200만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관광산업은 경북문화관광공사를 설립하고 관광기금 1천억 원을 조성해 지역의 우수한 문화자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북도의 4개년 운영 방안이 확정됨으로써 이젠 제대로 된 실천만이 남은 셈이다. 계획대로라면 경북의 미래도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려운 환경이라도 이를 극복하는 것은 단체장의 역량이다. 반드시 실천해 경북민의 희망의 불씨를 살려야 할 것이다.

2018-09-05

‘脫원전’ 정책 경북피해 치명적… ‘재검토’ 시급

우리나라 원전의 절반 가량이 집중된 경북지역에서 문재인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해 4조4천여억 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피해분석이 나왔다.선진국들은 물론, 쓰나미에 의해 원전사고를 겪은 일본마저 원전을 다시 가동하는 마당에 우리나라의 ‘탈원전’은 섣부른 패착이라는 주장도 거듭됐다. 해외 원전시장에서의 경쟁력 도태까지 포함, 어마어마한 국익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하루빨리 재검토돼야 한다.3일 자유한국당 탈원전대응특별위원회는 ‘경상북도와 함께하는 원전산업 미래 토론회’를 개최해 탈원전 정책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한국당 탈원전대응특위 위원장인 최교일(영주·문경·예천) 의원을 비롯해 전우현 경상북도 경제부지사·주낙영 경주시장·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김무환 포스텍 교수 등 원전 전문가와 관련자 등 토론회 참석자들은 날카로운 비판들을 쏟아냈다.토론회에서 최교일 의원은 “정부는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원전기술은 수출하겠다는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발제를 맡은 문주현 동국대 교수는 “원전건설을 중지하면 원자력산업 경쟁력이 떨어져 2030년까지 600조원의 거대한 시장이 열릴 해외 원전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경북지역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비용을 4조4천197억원으로 추산했다.월성원전 1호기가 조기 폐쇄된 경주시가 2022년까지 입게 될 피해는 440억5천만원이다. 영덕군도 천지원전 1·2호기 건설 백지화로 인한 직접적 손실액이 1조2천30억원(60년 기준)을 포함 총 1조8천억원에 이르며, 연인원 30만 명이 넘는 지역 일자리가 사라졌다. 울진도 신한울 3·4호기 백지화로 입을 손실액은 총 2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도가 내년도 예산으로 신청한 원자력안전연구센터 설립(50억원)과 방사선융합기술원 설립(92억원)·국가 원자력안전규제 전문인력센터 설립(20억원) 등은 전액 삭감됐다.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이 거의 재앙 수준이라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의 비유처럼 ‘비행기 사고가 많이 나니 비행기 대신 자전거를 타자’는 논리와 정말 다르지 않다. 세계시장에서 촉망받던 한국의 원자력산업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것도 큰 문제다. 원전산업을 주요 산업으로 일궈온 경북지역민들에게는 천만뜻밖의 혹독한 재난이다. ‘탈원전’ 정책은 과감하게 수정돼야 한다. 머지않아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다. 바뀐 정권의 느닷없는 정책변경으로 특정지역 국민들이 도탄에 빠지는 나라가 온전한 국가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18-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