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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항지역 의과대학 설립, 지금부터 시작이다

포항시가 포항지역 의과대학 설립 타당성 조사 및 연구 사업을 수행할 업체 선정에 들어갔다. 이번 용역은 포항지역의 의과대학 설립의 필요성, 지역특성과 의료 여건, 지역의 우수한 RD 기반시설을 활용한 의과대학 병원의 기능 적합여부, 규모, 설립비용 등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지역에 맞는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는데 주안점을 둔다고 한다. 포항지역 소재 의과대학 설립 문제는 이미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돼 왔다. 포항시와 지역소재 대학, 상의, 시민단체 등 유관기관이 모여 필요성을 공감했고 이를 추진할 범시민 추진위 발족도 합의했다.포항지역의 의과대학 설립은 시민의 의료복지 향상을 위해서 반드시 실현돼야 할 지역의 과제다. 선진국 국민이 받아야 할 의료 혜택을 생각한다면 지역에서 성취해야 할 필수적 과정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의료복지 측면에서 비슷한 규모의 다른 지역에 비해 포항이 소외당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인구 50만 도시이자 경북지역 최대 도시로서 화급히 갖춰야 할 기능일 뿐더러 반드시 해결해야 과제임을 역설한 말이다. 현재 포항시보다 인구가 적은 춘천시, 익산시, 원주시, 진주시, 제주시 등은 이미 의과대학이 설치돼 지역에 의료인을 배출하고 있다.의료복지의 향상은 지역 의료인 몇몇의 노력으로 해결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의료 인력의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육성이나 공급, 의료인이 정주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 등은 정책적 배려 없이는 불가능하다. 의과대학 설립은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다.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일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의료복지의 양극화 문제다. 수도권에 집중되는 의료인과 의료시설은 이미 도를 넘어선 상태다. 보다 나은 의료를 선택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찾아가야 하는 지방의 현실은 참담한 수준이라 할만하다. 우리나라 의사의 숫자는 인구 1천 명당 2.8명으로 조사돼 있다. 그러나 경북지방은 전국 최저 수준인 인구 1천 명당 1.3명이다. 우리나라 인구 당 의사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적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경북지역 주민의 의료혜택은 사실상 최악의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포항지역의 의과대학 설립은 단순히 포항지역의 의료복지 향상의 문제를 떠나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야 할 한국 의료의 차별적 상황을 시정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의료인 정원 문제가 국가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라면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줄여서라도 지방의 의료복지 과제를 풀어가야 한다. 우리는 100세 시대를 맞고 있다. 즐거워야 할 100세 시대가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지방에서는 때로는 부담이 되고 있다. 포항지역에 설립되는 의과대학은 지방이 안고 있는 각종 의료 문제를 푸는데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포항시의 적극적 추진을 기대한다.

2019-03-12

‘탄력근로제’ 또 무산…노동계가 양보해야 한다

대통령직속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제3차 본위원회가 노동계 위원들의 정족수 미달로 또다시 무산됐다. 경사노위 참석을 보이콧 중인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등 노동계 위원 3명은 11일 열릴 예정이던 3차 본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노동계 위원들은 앞서 지난 7일 열린 2차 본위원회에도 이들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날 심의하기로 한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문(안)’ 등 3개의 안건에 대한 의결이 또다시 미뤄졌다. 문성현 위원장은 “계층 대표들은 대통령이 주관하는 ‘사회적 대화 보고회’도 무산시켰고, 참석 약속을 두 번이나 파기했다”고 지적했다.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상 경사노위 최고의결기구인 본위원회는 노·사·정 위원 18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재적 위원의 과반수가 출석하고, 노·사·정 가운데 어느 한쪽 위원의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의결 정족수가 충족된다. 현재 본위원회 근로자위원은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4명이다.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빠지면 결국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1명만 남게 돼 위원회법상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노동계의 양보를 강조하고 나선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3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눈에 띈다. 홍 원내대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사회적 대타협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덴마크의 ‘유연 안정성 모델’을 언급했다. 덴마크의 유연 안정성 모델은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이 쉬운 반면 실업급여·직업훈련 등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게 주된 골자다. 그는 특히 “임금체계도 개혁해야 한다”며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노조가 3년내지 5년간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대화 안 되는’ 사회적 대화 기구가 돼버린 노사정위의 헛바퀴는 참으로 아쉽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도 경사노위 합의안처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주 발의한 상태다.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의 여파를 산업계가 견디도록 하기 위해서 일정 기간 내에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이면서 조절하는 ‘탄력근로제’는 누가 봐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경직된 노동계 풍토에 발목이 잡혀서 지난 2월 탄력근로제에 대해 합의를 해놓고도 뒤늦게 어깃장을 놓을 수밖에 없는 노동계 대표들의 처지가 딱하다. 그래도 용단을 내려야 한다. 오늘날 국가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쟁점 사안에 대해 노동계가 대승적으로 양보하는 슬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은 노사 상생(相生)을 위한 외길이다.

2019-03-12

불법 판치는 조합장 선거, 유권자가 바로 잡자

내일 치러지는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가 선거감시 인력 부족으로 불법이 판쳐도 제대로 단속이 안 된다고 한다. 감시인력이 부족해도 막판에 도달한 선거에 감시의 손길을 늦출 수는 없다. 문제는 불법 선거가 단속 손길 부족으로 사전에 차단되지 않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선거 후유증을 벌써 걱정해야 한다니 안타깝다.경북은 선관위가 운영하는 공정선거 지원단은 모두 290명 정도이나 이들이 감당해야 할 조합수(농협 148개, 수협 9개, 산림조합 23개)는 180개에 달한다고 한다. 180개 지역에서 각종 부정선거 행위를 집중 단속해야 할 형편이나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단속은 불가능하다.현재 경북 도내에 적발된 불법선거 사례만 봐도 공정선거 지원단의 직접 단속보다는 당사자 간 고소와 고발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어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특히 무자격 조합원에 대한 시비가 이번 선거에서도 재연될 소지가 많으나 실제적으로 대응 대책이 없어 보인다는 여론이다. 지역 농협의 한 관계자는 “무자격 조합원의 수가 단위조합에 따라 적게는 10% 많게는 50%까지 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난 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서도 같은 사례도 32건의 소송이 있었으며 전남의 모 축협에서는 소송 끝에 보궐선거까지 치렀다.전국동시조합장 선거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고질적 돈 선거 척결을 위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선거다. 종전 개별 선거 시절과는 의미가 판이하게 다르다. 조합장 선거관리와 단속조사 활동에 따른 처벌 등 모든 것이 선관위에 귀속됨으로써 공직선거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현재의 법 체제 문제로 이번 조합장 선거는 현직 조합장이 절대 유리하게 돼 있어 신진들의 불법선거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불법 선거를 용인하기는 곤란하다. 법체제 문제는 다음선거에 고쳐 보완하는 것이 옳다.유권자인 조합원이 공정한 선거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제대로 된 선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올바른 조합장을 선출하는 것은 조합원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늘리고 지역 발전에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반대로 금품 살포 등 불법 선거를 한 후보가 당선되면 물질적 피해가 조합원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선관위가 불법 선거에 대해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하는 것은 선거의 이 같은 부정적 결과를 줄이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조합장 선거가 바로 내일이다. 부정선거 척결을 위해 제도를 바꾼 만큼 이번에는 지난번 선거 때보다 깨끗한 선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유권자인 조합원의 깨끗한 한 표가 가장 중요하다.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다음 선거 때는 반드시 고쳐 공정선거가 정착하게 하는 것이 모두의 역할이다.

2019-03-11

선거제 개혁, 당리당략 아닌 ‘참다운 민의’ 반영을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한국당을 제외한 4당이 선거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할 움직임을 보여왔다. 4당으로부터 당론 제시 최후통첩을 받은 자유한국당이 ‘의원정수 10% 축소’를 골자로 하는 당론을 제시했다. 선거제는 권력 구도를 좌우하는 최후의 게임 규칙으로 ‘참다운 민의’가 가감없이 반영돼야 한다. 더 이상 당리당략적 시각으로 다투지 말고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제도개혁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기를 당부한다.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의원정수를 10% 줄여서 270석으로 하자는 게 한국당의 제안”이라며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내 손으로 뽑을 수 있는 의원으로 의원정수를 270석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특히 여야가 개혁안으로 제시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배분제도)에 대해 “내각제를 채택한 국가에서도 오로지 두 개 나라, 독일과 뉴질랜드만 채택한 제도”라면서 “대통령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인다는 건 윗도리는 한복, 아랫도리는 양복을 입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유했다.민주당은 지난 8일 현행 300석 유지 하에 지역구 축소(253석에서 225석)와 비례대표 확대(47석에서 75석)를 내놨다. 야3당은 전면 연동형비례제 도입과 의원정수 330석으로 확대를 주장해왔지만, 민주당 안을 차선책으로 수용하는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국회는 선거구(지역구) 획정을 다음 국회의원 선거일 1년 전까지 획정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은 이번에도 지켜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0년간(16대~20대) 선거구획정은 선거일 37~65일 전에서야 정해져 왔다.이 법을 안 지키는 것은 이제 이 나라 정치의 고질병이 돼 원외인사와 지역구 통폐합 등 변동사항에 해당하는 현직의원들은 번번이 불리한 상황을 겪어왔다.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기득권을 지키려는 몰염치한 작태가 이어지는 셈이다.선거구 개혁을 놓고 벌이는 여야 정당의 줄다리기 행태에는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심이 사라진 지 오래다. 오직 당리당략에만 함몰된 여야 정당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두루미’의 만찬처럼 자기만 먹을 수 있는 식탁만 욱대긴다. 호주의 사례에서 보듯이 선거구획정 등에 있어 엄격하게 독립된 기관이 모든 과정을 집행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백번 옳다. 국민의 힘으로 고양이 밥그릇에 들어간 저 이율배반의 선거구 획정권을 빼앗아올 방안은 정녕 없는 것일까.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가기 직전에야 규칙을 정하곤 하는 이런 언어도단의 악습은 어떻게든 혁신돼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2019-03-11

포항지진 원인 정부 발표에 포항 눈귀 쏠렸다

포항지진 원인에 대한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결과 발표가 오는 20일로 확정됐다. 국내외 10여 명으로 구성된 정부 조사단이 출범한 지 1년 만이다. 그동안 포항지역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포항지진의 유발지진 논란에 대한 정부 측 공식조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포항시민의 눈과 귀가 모두 이곳으로 쏠리고 있다.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국내 지진관측 사상 두 번째로 큰 지진이면서 최악의 피해를 냈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건이다. 그러나 포항은 지진 발생 1년을 훨씬 넘기고도 여전히 각종 지진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전전긍긍이다.특히 지진이 발생하면서 제기된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 문제는 날이 갈수록 초미의 관심을 모으며 지역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지역의 관심에 비해 정부의 소극적 자세가 못마땅했지만 다음 주 중 정부는 그 결과를 공개하게 된다.정부 측의 이번 발표는 그간 논란을 최종 수습한다는 의미도 크지만 포항지진 문제 해결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관심을 모은다. 사실에 입각한 정부의 보다 신중하고 냉정한 조사결과가 기대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포항시 흥해읍 인근에 설치된 지열발전소는 지열발전 상용화를 위한 산업자원부의 국가개발 연구 프로젝트의 하나다. 2010년부터 시작해 2012년 시추에 들어갔다. 시험 발전 중 포항지진으로 중단된 사업이다. 정부가 추진한 프로젝트인 만큼 지열발전소가 지진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 책임 소재를 두고 파장은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 고려대 이진한 교수와 부산대 김광희 교수는 국제학술지 논문을 통해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이라고 밝혔다. 논문은 포항지진의 진원이 지역발전소가 물을 주입하기 위해 굴착한 파이프의 4.5km 끝 지점 바로 아래와 일치한 점을 근거로 했다. 또 규모 5.4의 본진에 앞서 발전소 인근에서 1년 9개월 동안 63회에 걸진 사전 지진이 발생한 점도 이유라 했다.포항지역 시민단체는 학계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매우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그동안 정부의 유발지진 원인 조사에 대해 자료 공개 등 공식 혹은 비공식 항의도 여러 번 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정부의 해결 의지를 의심케 하는 일이 발견된 것에 대해 유감도 표명한 바 있다.정부의 이번 발표는 유발지진과 관련한 결과 발표이지만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에 대한 정부의 신뢰를 되찾는 것도 중요하다. 포항은 지진 후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200명이 넘는 이재민이 실내체육관에서 생활을 영위한다. 망가진 집 수리 문제로 고통을 받는 주민들도 여전히 수두룩하다. 이번 정부 결과 발표에 따라 어떤 파장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나 포항이 안고 있는 지금의 지진 문제가 새로운 해결의 길을 찾는 계기가 되면 더 좋을 것이다.

2019-03-10

‘눈치꾼’ 장관 아닌 ‘일꾼’ 내각이 보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7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내년 총선을 위해 당으로 돌아가고, 관료와 학자 출신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이번 개각에 대한 평은 성공적이지 못했던 집권 초기의 정책을 일신할 획기적인 내용이 없다는 비판이 일반적이다.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식 통치 스타일의 맹점을 보완하여 청와대 ‘눈치만 보는’ 장관이 아닌 소신 있게 ‘일하는’ 내각이 살아나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문 대통령은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해 조각(組閣) 때 기용했던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당으로 돌려보냈다. 그 자리엔 관료와 학자 출신들이 중용됐다. 현역 의원은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4선의 진영(행정자치부 장관), 2022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박영선(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의원 등 2명이다.이번 개각을 바라보는 야권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무엇보다도 실패한 정책에 대한 문책성이라는 부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비핵화·대일관계 등에서 적잖은 외교적 실패를 가져왔던 부실한 외교·안보 라인을 제대로 손보지 않고 대부분 유임시킨 것에 대한 비판이다. 가장 먼저,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외교안보통일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연철 교수가 통일부장관으로 기용된 것을 놓고 만만찮은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우선 김 장관 지명자의 과거 언행들이 입줄에 오르내린다. 그는 개성공단 폐쇄를 ‘자해적 수단’이라고 비판한 바 있고, 지난 1월 신문 기고문에서는 “지금이 바로 대북제재 완화란 수단을 활용할 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미회담이 어그러진 지금 시점이 ‘제재 무용론’을 외쳐온 캠프출신 인사가 통일부 수장을 맡을 때인가 하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상황을 무시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제재 해제를 강행하려는 신호탄이 아닌지, 불안정 기조에 빠진 한미동맹을 어디로 끌고 가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뒤따른다.문재인 정권은 ‘소득 주도’라는 이상한 경제 실험을 하다가 빈곤층 근로소득이 37%나 격감하는 등 나라 경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갔다. 탈원전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북한 비핵화는 가짜 쇼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게 부인할 수 없는 정권의 현주소다.실패의 원인 중에 대통령 눈치만 보는 ‘청와대 내각’이라는 해괴한 통치구조가 있음을 이제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런 경직된 구조를 그대로 놓고는 제아무리 ‘제갈공명’을 차떼기로 데려와 쏟아부어도 소용이 있을 턱이 없다. 장관들이 현장에 밀착해 소신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한다. 재량권이 넉넉한 장관들이 전문성을 소신껏 발휘하여 질식 직전의 민생, 너덜거리는 국가안보 현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주기를 소망한다.

2019-03-10

한미훈련 줄줄이 폐지… ‘국가안보’ 정말 괜찮나

‘3대 한미 연합훈련’이 모두 사라지게 되면서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에서 증폭되고 있다. 최근 키리졸브(KR) 독수리훈련(FE) 종료 결정에 이어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올해부터 폐지되고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한국 단독 민관군 합동 연습인 ‘을지태극연습’이 5월 말 실시된다. 정부는 국민 사이에 팽배하고 있는 ‘안보 불안’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보완책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밝혀야 한다. 군 당국자는 6일 “정부 주관의 ‘을지태극연습’을 5월 27∼30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 연습은 외부 무력공격 시 군의 독자적 작전능력 배양과 테러, 대규모 재난재해 대응 등 포괄적 안보개념을 적용해 실시한다. 한미 양군은 또 UFG를 대체하는 연합 지휘소 연습(CPX·컴퓨터 워게임)을 8월경 실시할 방침이다. KR를 대체한 ‘동맹(Dong Maeng)’처럼 훈련 명칭을 바꾸고, 규모도 대폭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6·25전쟁 영웅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과 역대 국방부 장관 등 예비역 장성 450여 명이 참여하는 ‘대한민국수호 예비역 장성단’은 이날 연합훈련 재개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는데도 한미 양국이 연합훈련의 축소 중단을 결정한 것은 대한민국 안보와 동맹의 보루를 허무는 무책임의 극치”라며 “훈련 없는 연합 방위태세는 ‘허수아비 동맹’”이라고 비판했다.미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도 거세다.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5일(현지 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 관련 전문가 대담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결정은 ‘끔찍한 실수(dreadful mistake)’”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헨리 올슨도 ‘트럼프가 귀중한 협상 카드를 북한에 공짜로 내줬다’는 제목의 미 워싱턴포스트(WP) 칼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한 것이 한미 동맹 파기 우려를 낳고 있다”며 “이는 미국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온 지구촌 구성원들의 바람과는 달리 핵을 폐기할 의사가 도무지 있어 보이지 않는 김정은과 북한을 달래기 위한 명분과 미국의 비용 절감이라는 눈앞의 이익에 마구 휘둘려서 무장해제의 길을 가고 있음이 분명한 이 나라의 국방을 걱정하는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 사태의 대안은 무엇인지, 유사시 대응책은 넉넉하게 마련하고 있는지 솔직하게 밝혀서 국민 불안을 씻어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가. 지금이 총을 모두 내던지고 비둘기만 날려도 되는 시간이 맞는가 걱정이다.

2019-03-07

미세먼지 대책에 ‘탈원전’도 포함해야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나라 안이 온통 난리다. 나라 전체가 거대한 오염물질에 갇힌 꼴이니 국민은 어디 마땅히 피신할 데도 없다. 국민의 분노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나 정부의 대책은 허접하기 짝이 없다.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과 석탄화력 발전 20% 감축, 일부 사업장 단축 운영과 같은 조치가 고작이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정부와 협의를 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 공동으로 서해 항공에서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하라”고 말했다.그동안 미세먼지 발생에 대해 중국 책임론 거론에 신중했던 정부가 대통령의 지시로 사실상 중국정부의 책임을 언급한 것이 됐다. 미세먼지에 대한 악화된 국민적 정서를 감안한 것으로 보이나 이 문제는 정부의 보다 강력한 의지로 풀어가야 할 사안이다.과거부터 우리나라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 미세먼지 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중국의 오염물질 발생 총량이 매우 많고, 서풍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상당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그러나 중국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국의 미세먼지 사태가 마치 중국의 책임인양하는 것은 근거도 없을 뿐 인정도 못하겠다는 태도다.중국이 쉽게 책임을 인정할 나라도 아니지만 중국과 협의가 이뤄진다 해도 당장에 미세먼지 대책에 뾰족한 수가 나올 것은 아니다. 중장기적 대책으로 다뤄야 할 우리의 과제이다.정부는 미세먼지 상황이 연일 악화일로에 있자 30년 이상 된 노후 화력발전소의 조기 폐쇄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차량운행 제한의 확대 등의 조치도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들은 극히 제한적 효과가 있을 뿐이지 미세먼지를 확 줄일 근원적 해결책은 아니다.문 대통령은 대통령 공약으로 미세먼지 30% 감축을 약속했다. 강력하고 촘촘한 관리를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강력한 의지에 비해 지금 우리의 미세먼지 상태는 하나도 나아진 것이 없다. 우리가 미세먼지 원인으로 지목하는 중국은 오히려 미세먼지를 크게 개선시켜나가고 있다.재난수준이라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지금 당장 마신 미세 먼지가 우리의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할까 생각하면 끔찍하기까지 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석탄발전이나 LNG 발전을 늘려야 그 대체 효과를 올릴 수 있다. 미세먼지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폐기하고 미세 먼지를 동반하는 석탄 사용을 늘리는 것은 모순된 일이 된다.미세먼지로 인한 국민적 불안감을 생각하면 정부의 과감한 탈원전 정책 재고가 필요하다. 정부는 소극적인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서 벗어나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정책으로 전환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2019-03-07

남의 나라 일처럼 들리는 소득 3만 달러시대

한국의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2006년 2만 달러 달성후 12년만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과 비선진국을 가르는 주요 기준이라 대내외적 관심이 많은 통계다. 인구 5천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 이어 우리나라가 7번째다.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것으로 보통 나라의 국민생활 수준을 말하는 지표로 사용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3만1천349 달러로 전년 2만9천745 달러보다 5.4%가 늘었다. 다른 선진국보다 3만 달러 달성까지 시간이 더 걸린 것은 금융위기 등으로 국내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 한다.어쨌거나 우리나라가 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국민이 온몸으로 반갑게 받아들이기에는 현실의 문제가 아직 많이 산적해 있다. 다수의 국민도 소득 3만 달러 시대 개막을 반기기 전에 작금의 경제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청년 실업 등 고용문제와 계층간 양극화, 지역 불균형의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는 수두룩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 소득 최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전년 대비 역대 최대인 17.7%가 감소했다. 반면에 최상위 20% 가구의 명목 소득은 통계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인 10.4%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우리 경제가 그동안 전체적으로 성장세는 이끌어 왔으나 구조적으로는 여전히 빈익빈부익부의 양상으로 갈라져 왔던 것이라 볼 수 있다. 속내로는 계층 간의 갈등 골이 더 커진 셈이라고 할 수도 있다.지역균형발전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구의 경우를 보면 소득 2만 달러 시대가 시작된 2006년 지역 총소득이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다른 도시와 비교할 때 격차가 더 벌어졌다.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꼴이다. 2006~2017년 사이 대구의 1인당 지역총소득은 67.8%가 증가했으나 이는 7대 광역시 평균(69.3%)에 못 미쳤다. 서울과의 소득격차는 2006년 1천117만원에서 2017년에는 1천897만원으로 확대됐다.소득 3만 달러 시대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과 같이 우리 국민의 삶이 더 좋아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민 스스로가 선진국 국민이 되었다는 자부심이 생길 때 소득 3만 달러 시대 개막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경제는 최저임금을 중심으로 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두고 큰 논란에 빠져 있다. 맞다, 맞지 않다는 논란 속에 서민경제는 더 어려위지고 있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작금의 경제 위기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불평등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올바른 경제처방이 있어야겠다.

2019-03-06

‘날아드는’ 미세먼지 폭탄, ‘기어 다니는’ 정부 대책

1급 발암 물질인 미세먼지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6일 전국 15개 시도에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특히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강원 영동지역까지 사상 처음 포함됐다. 대구·경북지역도 숨통을 틀어막는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었다. 급박한 재난 속에서 미세먼지 최대 발생국인 인접 중국을 설득해내지 못하는 등 정부의 무기력이 큰 문제다. 우려가 급격히 현실화하는 상황 앞에서 비상한 대응책 마련이 절박하다.미세먼지 저감 방안이 시급한 가운데, 경북지역은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 등의 단속이 내년 말에나 가능할 전망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경북도는 지난달 22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 후 처음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했다. 대기오염물질 다량배출사업장 43곳에 가동률 조정 등의 조처를 하고 비산먼지 발생 건설공사장 954곳에 공사시간 단축·조정을 권고했다. 23개 시·군에도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등을 요청했다.하지만, 비상저감조치 가운데 가장 효율이 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은 시행하지 못했다. 단속 시스템도 없고 관련 조례조차 미비 상태다. 도는 올해 상반기 중 관련 조례 제정, 9월까지 카메라 설치장소 선정 등 시스템 컨설팅을 완료할 방침인데, 절차가 차질없이 진행되더라도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은 내년 말께나 가능할 전망이다.자유한국당 홍철호 국회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로 인해 한 해 1만2천 명 가까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질병은 ‘심질환 및 뇌졸중(58%)’이 가장 많았다. ‘급성하기도호흡기감염과 만성폐쇄성폐질환(각 18%)’, ‘폐암(6%)’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가 사망률을 높인다는 보고서는 국내외에 넘쳐난다.문재인 대통령은 5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어린이집·유치원·학교를 대상으로 대용량의 공기정화기 보급에 재정적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최일선에 앞세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부 대책이라고는 미세먼지 경보 안전문자를 보내고 마스크를 권유하는 게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 오염원의 50~60%를 차지하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중국 정부에 강력한 저감 대책을 요구하는 등 외교력이 발휘돼야 한다. 이와 함께 자체 발생 현황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정밀하게 차단해야 한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시된 SF영화 ‘인 더 더스트(In the dust)’에 나오는 ‘미세먼지로 인한 인류 멸망’의 재앙은 이미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2019-03-06

‘국회 정상화’가 뉴스가 되는 부끄러운 나라

자유한국당이 국회 복귀를 선언하면서 여야 간 교착 상태가 일단 해소됐다. 국회는 이르면 오는 7일 정상화될 예정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당이 손혜원 청문회 등 일련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국회 보이콧을 풀 수 없다’는 기존의 강경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조건 없는 국회 복귀 의사를 밝혔다.연중무휴로 일을 해도 숙제가 넘쳐날 국회가 노상 놀고 있다가 이따금 씩 ‘정상화’ 결정을 뉴스로 만드는 나라가 온전한 나라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여당은 야당의 정치공세를 차단할 요량으로 국회 문을 닫은 채 시간만 보내고, 야당은 여당의 무책임을 국민이 분노해주기를 기대하면서 마냥 태업이다. 권력 유지 또는 확대를 노리면서 문 닫고 노는 썩은 ‘법률공장’으로 인해 죽어나는 것은 국민뿐이다. 해묵은 이 과제를 놓고 여의도는 수십 년을 ‘딴 나라 섬’으로 둥둥 떠다닌다. 날마다 입으로 부르짖는 바와는 달리 정작 ‘그들만의 리그’ 안에는 ‘민생’이 없다.‘놀고먹는 국회’에 대해서 누가 더 책임이 있는가 하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여당’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국정운영에 대한 여당의 책임은 무한하다.지금의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수도 없이 써먹던 말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뀌고, 공수(攻守) 교대가 되면 상대방이 했던 말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정당 지도부들의 철면피에 민심은 골병이 든다. 민생을 놓고 매번 러시안룰렛 게임을 벌이는 정치인들의 양심은 도대체 어디에 붙어있나.홍영표 민주당·나경원 한국당, 그리고 김관영 바른미래당 등 3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 유치원법,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등 임시국회 안건에 합의한 바 있다. 민주당은 환자 폭행 사례를 막기 위한 ‘임세원법’(정신건강증진법), 체육계 폭력 근절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을 포함한 사법개혁 법안 등을 주요 안건으로 잡고 있다. 한국당은 주휴수당 조정, 최저임금 개선, 남북협력기금법 개정 등을 함께 벼르고 있다. 한국당은 현 정권의 4대 악정으로 경제·안보·정치·비리 등을 꼽으면서 3월 국회에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5일 밝혔다.국회는 열려 있어야 한다. 아니, 국회를 열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하는 ‘상시 국회’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야당은 무리한 요구를 거듭하고, 여당은 야당을 핑계삼아 일을 안 하는 구조로는 국민 사이에 팽배한 ‘정치혐오’ 정서를 가라앉힐 수 없다. 걸핏하면 의사당을 뛰쳐나와 길거리에서 여론전을 펼쳐야 하는 야당과 ‘국회가 안 열려야 고관대작 노릇이 편한’ 여당 풍토로는 안 된다. 늘 열리던 국회가 안 열리는 해괴한 일이 대서특필되는 나라가 돼야 마땅하다.

2019-03-05

교통 사망사고 줄이기… 교통의식부터 바꿔야

지난해 경북도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사망자 수가 전국에서 두 번째(418명)로 많았다고 한다. 경기도가 모두 654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함으로써 전국 최고 사망자 수를 기록했으나 인구 분포로 따져볼 때 사실상 경북이 전국 최고의 교통사고 사망률을 보인 것 아닌가 싶다.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경북지방에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것에 대해 일반도로와 고속도로의 길이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길고 노인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데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북에서는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204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49%에 달했다고 했다.경찰청의 사고분석 내용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지 않는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평가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해석을 하기에는 좀 더 살펴볼 내용이 있다. 특히 지역마다 교통여건과 문화 수준의 차이를 빼놓고 설명하기가 곤란한 점이 있다는 뜻이다.교통사고 지수는 그 사회의 수준을 나타낸다고 했다. 그 사회가 교통문화를 사람 중심으로 얼마나 품격 있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교통사고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976년 이후 42년 만에 3천명대로 떨어졌다. 가장 많은 교통사고 사망자를 기록한 1991년(1만3천429명)의 3분의 1수준이다. 과거보다 교통량이 늘어났음에도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든 것은 교통정책의 변화, 도로관리 시스템 개선, 교육 등 교통 인프라와 교통문화 의식이 그만큼 선진화된 때문이라 할 수 있다.따라서 경북지방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타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교통문화 의식의 부족에서 문제를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도별 교통문화지수에서 경북은 17개 시도 가운데 16위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 지수 75.3보다 낮은 73.4를 기록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상주시와 고령군, 청도군이 하위 10% 등급에 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취약한 도로 구조나 교통시설의 현대화 등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와 동시에 교통사고에 대한 안전의식을 길러주는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교통사고 감소효과도 커지는 것이다. 지난해 경북지역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전년보다는 줄어들었다. 교통당국의 지속적 노력의 결과라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타 지역은 이곳보다 더 많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였다고 하면 우리지역에서의 분발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경북도와 경북경찰청 등이 선진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생명살리기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생명을 살린다는 각오로 교통사고 줄이기에 모두가 총력을 쏟아야겠다.

2019-03-05

노인범죄 막을 사회안전망 확대가 급하다

경북도내 노인범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경북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2015-2018년)사이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65세 이상 4대 범죄(살인, 강도, 절도, 폭력)가 4천 건을 넘어섰고, 해마다 증가세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절도와 같은 생활형 범죄의 발생이 크게 늘어나 노인층의 어려운 경제사정이 노인범죄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한다.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범죄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급증하는 노인범죄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사회 안전망 부족이 더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우리나라의 노령화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2000년도에 노령화 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로 진입했으며, 17년 만인 2017년도에 노령 사회(노인인구 비율 14%)로 들어섰다. 세계에서 노령화가 가장 빠르다는 일본보다도 7년이나 빠르게 노령사회로 들어 선 것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노인인구 비율 20% 이상)로까지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우리의 노령사회에 대한 대책은 이젠 노인문제 이상의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경제적 문제와 건강과 복지,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의 문제, 범죄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가 포용해야 할 영역이 크게 넓어진 상황이다. 특히 경제적 빈곤의 문제는 노인의 생계는 물론 삶의 질까지 위협하는 중요한 요소로 정부 차원의 특별 대책이 있어야 할 문제다. 노인 범죄 증가 현상도 상당부분이 경제적 빈곤에서 비롯되며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대책이 급선무라 하겠다.우리나라 노인 빈곤율(48.6%)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OECD 평균 12.4%의 4배 수준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가 저소득층의 소득향상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문 정부 들어 하위계층의 소득은 되레 줄고 있다. 양극화 문제를 떠나 최하위 계층에 많이 분포된 노인층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 법정 정년이 60세로 연장됐으나 우리 국민의 수명은 80세를 넘어선지 오래다. 은퇴 후 최소 10년이 훨씬 넘게 일자리가 있어야 적정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가구의 월 평균 소득의 경우 200만원 미만이 60%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도시보다 농촌지방일수록 평균 소득이 더 낮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자리 창출이 노령화 대책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노인 일자리는 노인에게 돈벌이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사회와의 연결망이 형성되는 데다 사회적 고립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도 노인인구 증가에 맞춰 대폭 정비할 때가 됐다. 범죄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노인복지의 안전망 확대야말로 준비된 노령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2019-03-04

유치원 대란, ‘정쟁’ 농단하는 정치권이 더 문제

유치원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갈등이 3월 개원 연기로 인한 소란으로 번져 시끄럽다. 4일 오전 교육당국은 서울 21곳을 비롯해 봄학기 개원 사보타주 결행 전국 사립유치원을 365곳으로 파악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의 따가운 시선 탓인지 당초 1천500여 곳으로 주장되던 대란은 파장이 크게 줄었다. 이 문제는 아이들 교육문제를 놓고 하염없이 실랑이만 벌여온 정치권이 가장 먼저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교육청 감사자료를 분석해 불투명한 사립유치원 회계의 문제점을 침소봉대 폭로하면서 시작된 유치원 관련법 개혁 논쟁은 처음부터 논란거리를 안고 있었다. 거대 이익단체인 한유총이 그동안 보수 정권에 우호적이었다는 이유로 인해 진보정권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고, 예산을 함부로 쓴 약점이 잡혀 곤경에 처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돌았다. 확인되지 않는 배경에 대한 유추야 어찌 됐건 간에 명분과 세상인심은 대체로 한유총 편이 아니다. 일부의 사례라고는 하나 유치원 예산을 지극히 사적인 용도로 쓴 사례들은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포퓰리즘 방화에 능한 정치권의 파상공세까지 악착같이 파고들었다. 자유한국당은 아마도 정부 여당의 전선확대를 음모적 시각으로 읽는 것 같다.갈등의 주요 원인은 ‘국가회계프로그램 에듀파인’ 등을 의무화하는 교육부 시행령이다.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 책임 공방도 있다. ‘슬로우트랙’이니, ‘패스트트랙’이니 일반 국민은 알아먹지도 못할 용어들을 주고받으며 연일 지지고 볶는다.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줘야 할 유치원 안팎에서 학부모들까지 두 패로 나뉘어 팔뚝질이다.정부는 뭘 잘했다고,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한유총에 살기 찬 협박만 거듭하는가. 국민 세금으로 행세하는 사람들이 갈등을 조속히 해결해야 할 으뜸 의무를 저버리고 으르릉거리며 시간만 보내는 모습에 맥이 빠져 백성 노릇 하기도 벅찬 대한민국이다.영양가 없는 잡설 다 걷어치우고 하루빨리 마주 앉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말 안 듣는다고 국민을 상대로 검·경 앞세워 협박해도 되는 건 아니다”라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일갈이 귀에 쏙 들어온다. 유치원 사유재산과 지원금 회계를 일찍이 구분해주지 못한 정부의 책임은 막중하다. 유치원에 지급되는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바우처 방식으로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어떠냐는 이 의원의 아이디어도 솔깃하다. 진정 딴마음이 없다면 왜 해법이 없으랴. 정치권이 나라 망칠 ‘네 탓’ 고질병만 씻어내도 세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권력욕과 연결된 서툴고 음험한 저 욕심들만 내려놓는다면 길은 곧 보이지 싶다.

2019-03-04

출산 정책, 지방도시 소멸부터 막아야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초로 1명 대 밑으로 진입했다고 온통 나라 안이 시끄럽다. 국가차원에서 보면 최악의 저출산국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으니 부끄럽고 걱정이 앞서는 일이라 할 것이다. 과연 저출산으로 인한 각종 사회경제적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지도 심각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우리나라의 저출산은 이제 심각하다는 표현으로 저출산의 문제를 한꺼번에 다 말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 유일의 합계출산율 1명 미만 국가가 된 우리의 처지에서 앞으로 국가가 이런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대구와 경북에 사는 지방민의 입장에서는 국가적 저출산의 문제가 지방단위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지방이 겪는 인구감소 문제는 수도권과는 또다른 차원에서 대처해야 할 문제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얼마 전 경북 상주시에서는 인구 10만 명이 무너지자 상주시 공무원이 상복차림으로 근무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인구 10만 명 회복에 대한 각오의 표시로 보아야겠지만 지방이 겪는 인구감소의 절박함은 수도권과 비견할 수 없는 문제임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98명은 우리나라 통계 작성 이후 최초이자 세계 최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평균 1.58명(2016년 기준)은 물론 초저출산율(1.3명)에도 못 미치는 세계 꼴찌 수준이다. 학자들이 말하는 인구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더군다나 우리의 저출산율은 하락속도와 혼인건수, 연령대 등 출산율과 관련한 모든 자료에서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정부도 저출산과 관련한 대책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가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상 헛돈만 쓴 셈이다. 정부가 이제 ’출산장려’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도 이런 배경에 있는 것이다.통계청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총인구 감소 시기가 정부 예측인 2028년보다 앞당겨진 2024년부터 시작할 것이라 한다. 서울이나 지방 할 것 없이 이때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특히 지방은 이미 소멸의 문제를 걱정해 왔던 마당이다. 1년이 가도 신생아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는 마을이 속출하고 마을의 노령화로 도시가 쇠퇴일로에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지방 현실에 맞는 대책이 나올지 궁금하다. 위기의 저출산 대책은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총력전을 펼쳐야 할 문제다. 지방소멸을 막지 못하는 저출산율 정책은 무의미할 뿐이다.

2019-03-03

북미회담 결렬…‘북한’을 다시 봐야 한다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된 이후, 그 책임을 둘러싸고 양쪽이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북미가 따로 하는 주장이야 그렇다 치고,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서에 접근하는 북한의 전략이 노출됐다는 측면에서 이번 회담 결렬은 시사하는 바가 강렬하다. 그들의 속내가 무엇인지, 우리가 소망에 눈이 어두워 잘못 기대한 대목은 없는지 새롭게 돌아봐야 할 때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낭만적인 감상에서 깨어날 때가 됐다.이번 회담에서 합의를 막아선 것은 북한이 내놓은 ‘영변 핵시설 폐기’카드의 기만적인 성격 때문이다. 아마도 북한은 오랫동안 이미 노출된 영변 핵시설 이외에 극비시설들을 구축해왔던 모양이다. 영변을 내놓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게끔 준비를 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정보능력을 갖춘 미국이 이를 간파했을 것이고, 적어도 회담장에서 북한이 진정성을 담보하기를 원했을 가능성이 있다.영변에는 연간 약 7㎏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5㎿e 원자로와 2천 개의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우라늄농축시설 등이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 북한 핵무력 고도화의 심장부다. 그러나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영변 이외에 숨겨진 핵 시설을 줄기차게 거론해왔다. 평양 외곽의 강산과 평안북도 박천과 태천, 황해북도 평산 등에 핵 시설이 분포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곳부터 먼저 비핵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북한이 내놓은 반대급부 조건도 무리하다. 회담 결렬 직후 북한 외무상 리용호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요구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중에 민수(民需)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의 요구는 사실상 대북 제재의 99% 해제를 요구한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결과적으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고철 덩어리를 포기하는 대가로 국제사회 제재를 완전히 허물어뜨리려는 속셈이 아니었나 비판받고 있다. 상상하기조차 싫지만, 북한은 비밀 핵시설을 숨긴 채 대북제재를 모두 풀어내고 남한을 예속화하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은가 심히 의심스럽다. ‘전쟁 종식’ 갈망에 빠져 저들이 한 번도 말하지 않은 ‘북한 비핵화’라는 수식어에 터무니없이 취해 낭만적 ‘평화’감상에 젖어 살아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 할 말을 삼키고 사는 우리는 이미 저들의 묵시적 ‘핵 인질’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저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효율적인 대응이다. 북한을 다시 봐야 한다. 하노이 북미협상 결렬 책임을 놓고 슬금슬금 깝치기 시작한 반미주의 외눈박이들의 행태가 걱정스럽다.

2019-03-03

‘황교안’호 한국당, 중도 민심 확보에 사활 걸어야

자유한국당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당 대표로 선택했다. ‘황교안’호 출범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안정 속에 변화’를 희구하는 당원들의 중론이 반영된 것으로 읽어야 옳을 것이다. 실패한 정치세력으로서 반성할 것은 철저히 반성하되 보수주의의 뿌리를 아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새 지도부는 ‘중도 민심’을 얼마나 껴안을 수 있느냐에 따라서 사활이 갈리게 됐다. 한국당 전당대회는 시종일관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진작부터 황교안 후보의 강세가 이어졌지만, 일반 민심을 등에 업은 오세훈 후보의 추격전이 만만치 않았고, 이른바 ‘태극기 민심’을 바탕으로 하는 김진태 후보의 뒷심도 간단치 않았다. 세 후보의 주장은 명확하게 갈렸다.황 후보는 시종일관 ‘보수 대통합’에 방점을 찍고 문재인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범보수세력의 통합 추진을 역설해왔다. 오세훈 후보는 ‘중도 민심 확장’이 한국당 부활의 핵심요소라는 점을 강변해왔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에서 이기려면 한국당이 수구화되거나 ‘도로친박당’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줄기차게 펴왔다. 김진태 후보의 메시지는 보다 강렬했다.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문재인 정권에 맞서온 자신의 이력을 앞세우며 총력투쟁에 나서는 선명 야당을 지향해야 한다고 외쳤다.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정당의 선거는 기본적으로 성향에 따라 나뉘고 뭉친 당원들의 생각이 반영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 당원들이 편협한 가치관에 함몰되어 ‘그들만의 리그’로 치달을 경우, 그 해악은 나라에는 물론이거니와 소속정당에도 위기를 불러올 결정적인 패착이 될 공산이 커진다.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는 안타까운 마음에 극적인 변화를 원하는 민심에 대해서 오히려 상당 부분 당원들의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황교안 새 대표의 기본 이미지는‘안정감’이다. 법률전문가로서 대법관에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그의 이력이 말해 주듯이 가볍지 않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다. 존재감을 상실한 제1야당이 중심을 잡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그러나 2위를 차지한 오세훈 후보의 ‘중도지지 확장’이라는 사명 또한 절대적인 과제다.어쩌면 한국당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이 목표 달성에 사활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울러 당내에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를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완강하다는 점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을 어떻게 다독거려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새로 선출된 황교안 대표가 당내에서부터 어떤 ‘통합의 리더십’을 스스로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고 또 궁금하다.

2019-02-27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 정부가 대책 세워야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전국 6개 광역자치단체가 법정 무임승차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중앙정부의 보전책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이들은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협의회 개최를 통해 2020년 정부예산 확보, 국비보존 근거인 도시철도법 개정안 통과 등을 공동으로 요구키로 했다.도시철도를 운영하고 있는 광역자치단체의 적자 폭이 날로 커진데 따른 지자체의 공동대응 전략이라고 평가하기 이전에 한시바삐 이 문제는 근원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매년 같은 문제로 논란을 벌이는 것은 불필요한 행정력만 소비할 뿐이기 때문이다.1984년부터 실시해온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는 고령화와 도시철도의 광역화, 정부의 보훈정책 강화 등으로 매년 법정 무임승차 대상이 늘어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크게 압박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대구도시철도의 법정 무임승차 인원은 4천400만 명으로 전년보다 10%가 증가했으며, 2013년과 비교하면 인원수로 1천400만 명(46.6%)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당기 순손실도 2013년 331억 원에서 2016년 448억 원, 2017년에는 547억 원으로 불어났다.전국 6개 광역자치단체의 2017년도 운영손실 규모는 5천925억 원에 이른다. 무임 승자 인원의 규모는 4억4천30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또 무임승차 인원의 증가로 전국도시철도 운영기관은 매년 9천억 원 정도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는 노인복지 정책 차원의 제도로 사실상 생색은 정부가 내고 있는 정책이다.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협의회는 제도를 도입한 원인 제공자이자 수혜자인 정부가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보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설명이다.해마다 같은 이유로 되풀이되는 법정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두고도 정부는 운영기관이 지자체 소속이므로 손실도 지자체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노인인구 증가와 복지제도의 보편화 차원에서 보면 이 문제는 정부의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도 예산 편성과 관련, 복지정책에 대한 입장 정리를 서둘러야 한다. 어정쩡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최근 법원이 육체근로자의 노동 가동연령을 만 65 세로 인정하면서 이 문제는 새로운 변수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의 무임승차 연령의 기준이 상향 조정되는 것으로 여론화된다면 전체적인 밸런스 점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차제에 제도의 개선도 모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자체 몫이냐 정부 책임이냐를 따질게 아니라 합당한 내용을 근거로 법 개정 작업을 통해 지방정부의 재정난을 풀어주는 것이 정부의 제대로 된 역할이다.

2019-02-27

민주당의 ‘남 탓’ 고질병, 중증 수준 아닌가

집권 여당의 ‘남 탓’ 고질병이 중증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20대의 지지세 붕괴와 관련하여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교육 탓’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한 토론회에서 20대의 보수화를 거론하며 이전 정권의 ‘반공교육이 문제’라고 한 발언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사태수습을 놓고 당내 자중지란까지 일어나 한심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설훈 최고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분들(20대)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며 “지금 20대를 놓고 보면 그런 교육(민주주의 교육)이 제대로 됐나 하는 의문은 있다”고 말했다. 20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민주주의 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이다.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발언도 뒤늦게 논란이 됐다. 홍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5·18 망언과 극우 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냐. 그 당시 학교 교육이라는 것이 거의 반공교육이었다”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한 듯하던 여당의 ‘이명박·박근혜 탓’ 프레임이 내부적으로 여전하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셈이다.20대가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설 의원과 홍 수석대변인의 발언을 놓고 “민주당은 잘 된 것은 자기 덕이고 잘못된 것은 모두 남 탓을 한다”며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정치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내가 하는 일은 도덕적으로 옳지만 잘못된 것은 남 핑계를 대는 것이 체질화돼서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논란이 확산되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발언 당사자 중 하나인 홍익표 대변인이 곧바로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공개 반발하는 등 혼란상을 드러내고 있다.온갖 부정적인 현상들을 매사 전 정권의 잘못으로 매도하고 있는 민주당의 ‘남 탓’ 습성은 참으로 끈질기다. 경제정책 실패를 ‘전 정부 경제 실정의 후과(後果)’로 돌리는 일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이제는 자기 정당에 대한 지지율 변동마저 ‘전 정권 아래에서 교육을 잘못 받은’ 탓으로 돌리는 황당하고 쪼잔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대가 ‘반공교육을 받아서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논리의 그림자 뒤에 숨은 야릇한 확신은 모골을 송연하게 한다. 많은 이들이 20대가 촛불시위에 가장 많이 참여한 것도 ‘반공교육’ 탓인지를 되묻고 있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팽개친 비겁한 인식의 틀을 하루빨리 깨부수고 겸양지덕을 회복하길 충고한다. “실언이 아니라 진심일 것”이라는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의 분석이 부디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2019-02-26

원해연 유치, 반도체 클러스터 再版되면 안 돼

3월로 예정된 원전해체연구소 입지 발표를 앞두고 경북도가 막바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지역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국회와 주무 부서인 산자부 등을 찾아 경북 경주지역 유치의 당위성을 백번이고 설명하겠다는 각오다. 반도체클러스터를 잃은 마당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비장한 각오다. 경북도가 사활을 걸고 유치전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정부의 경북도 패싱 사업이 하나 둘이 아닌 상황에 원해연만은 반드시 유치해 허탈감에 빠진 주민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어야 한다. 경북도는 원해연 유치를 위해 이철우 도지사가 직접 업무를 챙기며 사람도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관련 기구도 격상을 시키고 TF팀도 구성했다. 포항시를 비롯해 경북 동해안 5개 시군 단체장들도 뜻을 같이해 원해연의 경주 유치를 촉구했다. 경북도의회, 경주시의회 등 곳곳에서 원해연 경주 유치에 대한 염원을 알리고 있다. 원해연은 국내 원전의 절반이 있는 경북 동해안이 적합하다. 국가 에너지 정책을 믿고 원전과 함께 생활해 온 주민들에 대한 보상차원에서도 합당한 조치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보상의 효과도 있다. 동해안은 한수원 등 원전관련 시설이 집중돼 있어 원전사업의 효율성을 올리는데도 국내서는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는 곳이다.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런 조건임에도 경주가 원해연 유치 도시에서 배제된다면 정책적 결정을 납득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지금 경북지역은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부지의 용인시 결정을 보고 매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 균형발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정부는 철저히 외면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지방의 목소리는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결정 과정이었던 것으로 본다.원해연 입지 결정은 수도권 규제나 지역균형발전의 문제와는 다르나 정부가 주도권을 행사하는 측면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지방 도시들은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논리나 당위성보다 정치적 고려가 우선이 된다면 정책 결정권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SK하이닉스 부지 결정도 수도권 경제논리에 빠져 지방의 간절한 호소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원해연은 이미 정치적 고려라는 언급이 있어 온 사안이다. 정부가 고심하는 척 언론 플레이를 하고 정부의 의도대로 간다면 가장 적합한 요건의 경주는 한방에 훅 날아가고 말 것이다.원해연 입지가 국가의 장래를 위한 객관성, 적절성, 합리성이 있는 결정이어야 한다는 것이 경북지역의 일관된 주장이다. 반도체클러스터와 같이 정부 일방의 논리로 결정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주가 원해연 입지에서 배제된다면 경북의 민심도 한방에 훅 날아가고 말 것이다. 경북도의 사활을 건 유치전에 힘을 보탠다.

2019-02-26

민주당 TK특위, ‘표’만 먹고 ‘TK 패싱’은 모르쇠?

더불어민주당이 지역 현안을 정부에 전달하고 해결하겠다며 결성한 TK특위(TK발전특별위원회)가 정부의 철저한 ‘TK 패싱’ 국면에서 ‘꿀먹은 벙어리’ 행세여서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탈원전’ 정책 유탄, 대구공항 통합 이전, 예산 패싱, 가덕도 신공항 추진 논란, SK하이닉스 구미 유치 불발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은 채 자유한국당과 정쟁에만 몰두하는 등 지역민들의 기대에 너무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TK특위는 지난 22일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들을 불러 2020년 국비 예산 건의를 주제로 회의를 열었지만 위원들이 대거 불참해 사실상 반쪽짜리 회의로 전락했다. 지역 핵심현안이 논의된 이날 회의에는 TK특위 위원장인 김현권(비례대표) 의원과 TK지역 원외위원장들만 참석했을 뿐 설훈, 박광온 최고위원 등 TK특위 핵심위원들은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무엇보다도, TK특위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차원이 다른 심각한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덕도 신공항’ 발언 등 부산·울산·경남(PK)을 향한 여권의 구애가 TK홀대론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언급이 없다는 것은 TK특위가 지역 현안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지역 여권 인사들의 난감한 처지를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문 대통령발(發)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관한 논의 및 대응 방안과 ‘대구공항 통합 이전’ 등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SK하이닉스 구미 유치 불발과 사실상 유치가 무산된 원전해체연구소도 마찬가지다. TK특위 차원의 항의성 메시지조차 없다.민주당이 한동안 TK유권자들에 들인 공과 지역민심의 변화는 유례없는 수준이었다. 2012년 18대 대선 때 불과 9%에 그쳤던 대구에서의 지지도는 2017년 19대 대선에서 21%,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39%로 치솟았다. 경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8대 대선에서 19%에 그쳤던 지지도는 2017년 대선에서 21%, 2018년 지방선거에서 34%로 급격히 올랐다. 이 같은 결과는 TK민심이 민주당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런데도 정부에서 거듭 취하고 있는 ‘TK 패싱’ 행태와 TK특위의 ‘모르쇠’ 언행은 지역민들에게 배신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지역의 여당 인사들이 ‘표’만 먹고 지역 이익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회피할 길이 없게 생겼다. 아무리 자신의 정치행로 문제에 얽매어있다고 해도 정치를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래 가지고서야 무슨 ‘선진정치’를 일궈낼 것인가. 민주당의 TK특위는 무책임한 정치행태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

2019-02-25

시민주간, 대구사랑운동으로 거듭나길

2월 21일부터 28일까지 운영되는 대구시민주간은 올해로 3년째다. 시민주간은 대구시가 대구정신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을 기리고, 그 정신을 계승발전시켜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자고 하는 목적으로 시작한 행사다. 국채보상운동과 2·28 민주운동의 기념일에 맞춰 행사를 기획한 것도 이런 취지를 담아내고 있다. 3년째 접어든 이 행사는 이제 해를 거듭할수록 행사의 의미를 잘 살려 일반인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대구시민주간에 펼쳐지는 각종 기념행사와 더불어 시민주간의 의의와 배경을 이해하려는 시민들도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올해는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다”는 슬로건을 내걸면서 대구시민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크게 고취시키고 있는 분위기다.역사적으로 보면 시민사회는 봉건사회를 타파한 이념적 개념이지만 지금은 시민이 주인인 시대정신을 의미한다. “시민 없는 도시는 없다”는 말처럼 시민의식은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핵심적 가치다. 한 도시의 주인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과 자유 평등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는 의미다. 대구는 3·1 독립운동보다 앞선 1907년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의 출발지다. 나라의 빚을 갚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은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됐다. 국민적 공감대도 넓혀 남녀노소,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동참했다. 형식은 기부운동이었지만 내용은 일본 통치에 저항한 항일운동이었다. 4·19운동의 도화선이 된 2·28민주운동도 대구에서 시작됐다. 대구지역 고교생이 자유당 정권의 독재와 부정부패에 맞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학생 민주화 운동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밑거름이 된 운동으로 평가된다. 국채보상운동은 201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으며, 2·28민주운동은 지난해 2월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대구시민이 갖고 있는 자랑스러운 문화는 시민의 자긍심을 키우고 장차는 지역의 정체성으로 남게 된다. 대구시민주간의 운영이 중요한 이유도 이런 데 있다. 대구의 올바른 정신을 공유하고 높은 이해도를 통해 대구시민정신을 승화시켜 갈 수 있는 시민소통 문화행사이기 때문이다.대구를 사랑하고 대구를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많아져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구의 자랑스러운 정신과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승화시켜 대구사랑운동으로 거듭나도록 하여야 한다. 오동욱 박사(대구경북연구원)는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대구시민주간이 독창적 콘텐츠 등으로 시민의 호응을 받아 문화정신운동으로 승화하는 획기적 전환점을 만들자는 뜻으로 보인다. 시민주간 운영이 대구 발전의 추동력으로 작용하고 대구시민의 힘으로 모아진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2019-02-25

4대강 보 해체… 또 하나의 분열책동 시작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가운데 3개(금강 세종·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고, 나머지 2개(금강 백제보, 영산강 승촌보)를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기획위의 결정에 대한 문제점이 잇따라 제기되는 등 논란이 비등하고 있다. 특히 위원회 위원 과반을 ‘해체론자’들로 채워 유리한 현장조사결과만을 지표로 지역 여론조차 무시한 채 내린 독선적 결정이요 분열책동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이래 이 나라 ‘국론분열’의 으뜸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슈다. 건설 당시부터 찬반이 갈려 정치권 안팎에서 밤낮으로 지지고 볶아왔다. 보(洑)가 만들어진 뒤에도 철거 주장과 보존 논란이 첨예하게 맞서왔다. 그러던 중 감사원이 지난해 “이 전 대통령이 관련 부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했고, 경제성도 낮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해 보 철거 주장에 힘을 보탰다.연내에 있을 한강과 낙동강 등 11개 보 처리도 같은 패턴으로 갈 것으로 보여 촉각이 곤두선다. 특히 이번 결정 과정에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은 그냥 넘어가기 힘든 우격다짐 요소들이 즐비하다. 결정권을 가진 위원회엔 애초부터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사람 투성이여서 결론은 뻔한 것이었다.고작 1년 남짓밖에 실시하지 않은 환경부의 조사는 그나마 5개 수질 지표 가운데 녹조, 저층 빈(貧)산소, 퇴적물 오염 등은 물이 정체되는 구간에선 나빠질 수밖에 없는 지표들만 썼다. 유리한 건 넣고, 불리한 건 빼버린 아전인수식 평가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공주보 수계지역 및 보 주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유지’ 의견이 훨씬 많았음에도 철저히 무시됐다는 점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오죽하면 민주당 소속 김정섭 공주시장조차 ‘보 철거는 지역 농업에 큰 재앙이 될 것’이라며 호소문까지 돌렸겠는가.보 하나에 수천억씩 들여 건설한 국가시설을 완공한 지 불과 7년도 안 돼 다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허물겠다는 발상 자체부터 의아스럽기 짝이 없다. 이번 결정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4대강 자연성 회복’에 꿰맞춰 ‘코드 결정’한 ‘국가시설 파괴 행위’라면 정말 심각한 일이다. 4대강 보로 확보한 본류 구간의 수자원만 7억t에 달한다. 한 해 강수량이 한두 달에 집중되는 수자원 부족 국가에서 그 가치는 막대한 것이다. 공주와 낙동강 구미, 상주, 창녕 등 지역 농민들의 해체 반대의견을 무시해선 안 된다. ‘정치성’이라는 불순물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실용적인 관점에서 조금 더 오래, 더 정밀하게 따져보고 난 뒤에 부수든 놔두든 결정하는 것이 옳다.

2019-02-24

文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의지는 헛구호였나

120조 원이 투자될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부지가 용인으로 정해졌다. 설마가 진짜가 되고 말았다. 짜고 친 고스톱이란 생각이 든다. SK하이닉스의 특수 목적회사(SPC)인 (주)용인일반산업단지가 용인시에 투자 의향서를 공식 제출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 과정이 드러났지만 정부는 애초부터 지방은 안중에도 없었던 사안이다.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주체인 SK하이닉스가 부지를 선정하는 형식을 취하고, 정부는 절차만 거쳐주는 과정을 밟는 순서다. SK 하이닉스 유치로 지방의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목소리는 정부에 조금도 먹혀들지 않았다.경기도와 용인시 등이 곧바로 SK하이닉스 유치의 환영을 공식 표명하면서 구미시 유치를 요청했던 경북은 이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반도체클러스터 부지 결정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토부 수도권 정비위원회에 산업단지 공급물량 추가공급(특별물량)을 공식 요청하면서 현재 신속히 진행되고 있다. 과거 정부가 국가경쟁력 확보의 불가피성을 내세워 매번 특별물량이란 이름으로 수도권에 공장을 증설했던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2006년 준공된 LG필립스 파주공장, 삼성전자 고덕산업단지, LG 진위산업단지 등이 특별물량으로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피해 온 사례다. SK하이닉스도 똑같은 방법으로 규제가 풀리게 된다면 정부의 수도권 규제 정책은 이제 있으나마나 한 정책일 뿐이다.수도권 규제나 공장총량제 규제는 수도권에 몰리는 인구와 경제를 막아보자는 취지의 정책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고 지역균형발전으로 온 국민이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지는 취지의 제도다.문재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의지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강하다고 자부해 왔다. 대통령이 취임하자 말자 청와대 안에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 자리를 신설하면서 지역균형발전 의지를 다졌던 정부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약속도 여러번 있었다.그러나 120조 원이 투입될 SK하이닉스공장은 결국 수도권 지역으로 정해졌다. 수도권 규제 등을 정부가 임의로 풀면서까지 용인에 자리를 잡아 준 것이다. 그동안 문 정부가 강력히 주장한 지역균형발전 의지는 이번 결정 과정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풀면서 반도체 기업과의 협업, 우수 인재 확보, 기존 SK하이닉스 공장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이유라면 앞으로도 똑같은 논리로 수도권 규제는 얼마든지 풀 수 있을 뿐이다. 수도권과 지방은 이미 빈익빈 부익부의 경지로 들어선지 오래다. 한쪽은 도시의 소멸을 걱정하고 또다른 한쪽은 난개발 문재로 걱정이다. 승자독식의 효과처럼 수도권이 국가경쟁력을 이유를 내세운다면 수도권 규제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구호는 헛구호였는지 묻고 싶다.

2019-02-24

‘동해안 패싱’ 목소리, 정부는 가볍게 듣지 마라

최근 들어 경북지역에 대한 정부의 국책사업 투자 계획이 형평을 잃어도 한참을 잃었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지난달 발표한 정부 예타 면제사업만 해도 그렇다. 전체 24조 원의 사업비 가운데 경북과 대구에 배정된 사업비는 전체의 6.2%인 1조5천억 원이다. 그 중 경북은 4천억 원이 고작이다. 선정된 사업의 내용도 경북지역의 어려움이 반영됐다고 보기가 힘들 정도다. 부산, 경남, 울산에 배정된 사업비 6조7천억 원(27.9%)과 우리 쪽 사정과 비교해 보면 내용이나 규모 등에서 형평성이란 말을 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과연 국토균형발전을 취지로 정부가 추진한 예타 면제사업이라 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깔린 정책 결정이라는 비판 여론도 쏟아졌으나 결과론적으로 경북은 피해지역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이유야 어쨌든 경북지역은 그로 인한 실제적 피해가 막심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경북은 가뜩이나 탈원전 후유증으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곳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빚어진 문제에 대해 정부가 지역에 해 줄 대책이나 대응도 없는 상태다. 이래저래 경북은 정부 정책의 소외감으로 고민이 깊어 가고 있는 것이다.20일 포항시 등 경북 동해안 5개 시군이 참여하는 ‘경북 동해안 상생협의회’가 모임을 갖고 이와 같은 문제를 다시 논의했다고 한다. 이날 모임에서는 △원전해체연구소 동해안지역 선정 촉구 △원전피해지역에 관한 특별법 제정 △동해안고속도로(영일만 횡단대교-영덕-울진-삼척구간) 건설사업 조기 추진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 제2청사 격상 등을 정부 측에 우선 사업으로 제안하기로 하고 이와 관련해 시군이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했다고 한다.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내용이지만 경북 동해안 시군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심각한 현안이 있을 수 없다. 특히 원전해체연구소 입지 문제가 부산 울산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이곳은 더욱 민감한 분위기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 원전시설의 절반이 이곳에 있고 한수원과 폐기장 등 효용성이 갖춰진 원전 집적지를 두고도 해체시설을 굳이 다른데 둔다는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져 있다. 특히 탈원전 정책으로 정부 정책을 믿고 오랜시간 원전 옆에서 생활해 온 이곳 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배려가 없다는데 대한 섭섭함도 크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 구미유치 문제와 남부내륙철도의 경북구간 무역사 문제까지 겹치면서 경북 사람들이 갖는 허탈감은 상당한 수준에 있다.정부의 정책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집행돼야 한다. 정치적 고려는 배제하고 정책으로 투입되는 비용이 국가에 효율적으로 기여할 것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국민 누가 보더라도 수긍이 가는 결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 동해안 5개 시군들이 머리를 맞대 정부에 요구하는 상생안이 정부의 세심한 배려로 잘 받아들여지길 바랄뿐이다.

2019-02-21

국가안전대진단, 민심달래기 ‘쇼’에 그쳐선 안 돼

19일 오전 발생한 대구 포정동의 대보사우나 화재를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로 인해 전국적으로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국가안전대진단에 나섰다. 대보사우나 화재 역시 영락없이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스프링클러도 보험도 없었다는 뒷북 지적과 함께 대구시와 소방당국의 안일한 관리와 점검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야말로 정부의 국가안전대진단이 국민 여론이나 무마해보려는 기우제 개념의 ‘쇼’가 되지 않기를 신신당부한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지난해 2월 행정안전부 주관의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했다. 당시 대구시는 1천 곳의 소규모 다중이용시설 등을 점검하고, 전담인력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방화문의 기능 강화를 추진하고 건축물 외부 마감재의 불연재 사용 규정을 개선하겠다고도 했다. 대보상가는 지난해 두 차례나 소방 안전점검을 받았지만, 불이 난 대보사우나는 점검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중부소방서도 지난해 복합스파시설 합동안전점검 과정에서 4층의 대보사우나를 제외했다.2월 18일부터 4월 19일까지 실시되는 올해 국가안전대진단은 학교, 식품·위생관련 업소 등 국민생활 밀접시설과 도로, 철도, 에너지 등 사회기반시설 약 14만 곳에 대해 합동 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는 발표다. 전국의 낡은 주택과 빌딩과 도로·교량·철도와 지하시설물에 대해 정밀하고 확실한 안전진단을 벌이는 게 급선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안전수준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들께서도 우리 주변의 안전 위험요소를 적극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가안전대진단’이라는 이름은 거창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칙에 따르면 이번에도 또다시 흉내만 내다가 그칠 가능성이 없지 않으리라는 예감이 적지 않다. 국민 삶의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일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 중 하나다. 냉철한 인식 속에 실질적인 변화가 보장되는 종합적인 진단과 처방절차가 이뤄져야 한다.굳이 어느 정권이라고 지목할 이유도 없이 그동안의 매너리즘과 형식적 절차에만 집착한 나머지 실효적인 조치들이 소홀히 다뤄져서는 곤란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고질적 안전불감증을 씻어낼 수 있는 강력한 방안들이 강구돼야 한다. 사회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촘촘한 감시망을 짜고 생활 속에서 안전사고와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촉수 역할을 감당해주도록 유도해내야 한다. 재해 앞에 ‘인재’라는 수식어가 더 이상 붙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비롯한 결정적인 변화를 신속히 일궈내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민심 달래기 ‘진단 쇼’만 거듭할 때가 아니다.

2019-02-21

민주당의 ‘김경수 지키기’ 행태, 도를 넘고 있다

집권 여당의 거듭되는 ‘김경수 지키기’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편향적인 견해를 가진 법조인들을 동원해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여론전의 고삐를 멈추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야당은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맹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집권 여당의 지나친 반응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도 않거니와 이 나라 사법질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은 19일 법조인을 초청해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집권 여당이 1심 법원 판결문을 비판하는 간담회를 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항소심을 앞두고 2심 재판부를 압박하겠다는 차원이어서 야당과 법조계뿐 아니라 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 특별위원회’가 당대표 회의실에서 연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차정인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지사는 공동실행 없는 공모만 있는 경우”라며 “단순 모의에 참여하고 실행하지 않은 경우에 공동정범으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김용민 변호사는 “김동원 등의 진술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거나 진술을 서로 맞춘 흔적들이 발견돼 신빙성이 매우 낮아 이를 통해 유죄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김 지사와 김동원 등과의 공범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재판부는 김동원 등의 진술에 대해서만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모순을 보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엔 ‘김경수 판결문 함께 읽어봅시다’라는 주제로 대국민 토크쇼를 열기도 했다.이 같은 거듭된 행태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사법부 위에 군림하고 법원을 산하기관 대하듯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는 발상”이라며 “차라리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재판장을 겸임하는 게 어떤가”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도 “민주당이 김 지사 판결에 대해 판결불복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돌보라는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김경수만 돌보기로 한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 같은 행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집권 여당의 사법부 압박 이벤트로서 많은 국민들에게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걸면서 법원에 ‘엄벌주의’를 압박해온 기조와 달라도 너무 다른 행태라는 점에서 앞뒤가 안 맞는다는 비난을 모면키 어렵다는 평가다. 도대체 김경수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이기에 저리도 막무가내로 옹호하는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돈다. 과도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 온 국민의 가치관에 혼돈을 초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나라가 ‘법치국가’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사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고 존중해야 마땅할 것이다.

2019-02-20

안전 불감증 사고… 언제쯤 멈출까

밤사이 안녕이란 말이 실감난다. 우리사회는 언제쯤 사고가 없는 안전한 나라로 태어날 수 있을지 국민 모두가 답답해하고 있다. 19일 오전 대구 중구 포정동 대보사우나 4층 남탕 입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다. 다행히 20분 만에 불길이 잡혀 주민이 사는 목욕탕 위쪽으로는 화재가 번지지 않아 대형 참사는 면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화재를 지켜 본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한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이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와 밀양 요양원 사고를 통해 심각한 우리사회의 안전 의식을 알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안전 불감증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당국의 좀 더 적극적이고 엄격한 감독만 있었으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을 항상 지우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사후약방문식의 당국의 조치에 분노를 느끼는 국민도 적지 않다. 대보사우나 사고의 원인도 안전 불감증이다. 이미 이 건물은 여러 차례 소방 안전점검에서 소방, 전기, 통신, 배수, 외장 등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제기된 요주의 빌딩이다. 소방 관계자도 “워낙 건물이 낡아 땜질 처방식으로 점검을 통과했다”고 했다. 100여 명이 넘게 사는 건물에 제대로 된 건물관리자조차 없었다고 한다.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 줄 알면서도 당국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지금까지 그냥 지켜봐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당국의 적극적 의지와 감독이 있었다면 사고 예방도 가능했을 문제다. 이번 화재를 두고 인재라 지적하는 것은 이런데서 나온 말이다.문제는 늘 상 지적하지만 이와 같은 건물이 전국 다른 지역에 또 없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 우리국민의 안전은 대책도 없이 그냥 노출상태로 또 가야할 입장이다.지난해 11월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사고도 대보사우나 사고와 별반 다른 게 없다. 스프링클러가 없어 좁은 고시원 안에서 불길을 피할 수 없었던 7명이 안타깝게 희생당하고 말았다.고교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펜션 사고도 안전 불감증이 가져다 준 불행이었다. 가스 누출기만 설치했더라도 안타까운 고교생의 생명은 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지만 당국의 세심한 관심과 지도만 있다면 우리사회에서 지금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상당부분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작년 9월 서울 상도동 공사현장에서는 축대가 무너지면서 유치원 건물이 폭삭 주저앉을뻔 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한밤중에 일어나 대형 사고는 면했으나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사고는 시간도 장소도 예고도 없이 일어난다. 철저한 안전의식만이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당국은 법과 원칙을 지키고 제대로 된 관리감독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사건이 터질 때 마다 뒷북치는 행정과 정치인의 각성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19-02-20

줄줄이 오르는 물가…서민가계 위태롭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외식물가 상승 분위기가 이어져 온 가운데 연초 들면서 각종 가공식품 가격까지 들먹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서민물가 인상 러시 속에 택시비 등 교통요금과 전기료, 수도료 등 각종 공공요금도 잇따라 오를 것으로 예상돼 서민들의 가계 압박이 보다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밝힌 올 1월 중 다소비 가공식품 가격 동향에 따르면 조사대상 30개 품목 가운데 18개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품목별로는 설탕, 된장, 콜라, 생수, 즉석밥 등이 크게 올랐으며 서민들과 밀접한 품목일수록 가격 상승률이 비교적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전년 동월에 비해 가격이 내린 품목은 모두 6개에 불과해 가격불안 요소가 잠재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시중에는 작년부터 이미 각종 물가가 뜀박질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는 서민들이 즐겨 찾는 패스트 푸드와 배달음식 등의 가격이 올랐다. 식당 등의 외식물가도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야금야금 올려 이미 많은 곳은 가격 인상을 단행한 상태다. “월급만 빼고 모든 게 올랐다”는 샐러리맨들의 푸념이 나온 지도 꽤 된 이야기다.이런 가운데 공공요금도 곧 따라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와 서민들의 가계는 이래저래 불안한 실정이다. 대구시가 지난해 11월부터 택시요금을 14.1% 올렸다. 기본요금을 2천800원에서 3천3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포항을 비롯한 경부 도내도 다음달 1일부터 택시비가 종전보다 약 12.5% 인상된다. 6년 만에 오른다고 하지만 서민의 입장에서는 택시 타기가 이젠 겁나게 됐다.최근 한전이 2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내면서 전기료 인상설이 솔솔 흘러 나오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후유증으로 보이나 그 부담이 서민경제로 돌아오는 꼴이 된 셈이다. 수도료 인상설 등 각종 공공요금의 추가 인상 움직임이 전해지면서 새해들어 서민들의 걱정은 날로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이 같은 각종 물가상승 움직임에 대해 경제계는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주된 원인으로 분석한다. 서민층의 살림살이를 돕겠다는 취지의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서민경제에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고용이 되레 불안해지고 물가마저 오른다면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재고는 마땅한 일이다.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반영이 아직 온전치 못한 데 있다. 앞으로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따라 물가는 얼마든지 변수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기마저 나빠져 소비자가 지갑을 닫는다면 우리 경제의 경기침체는 더 심화될 것이 뻔하다. 물가당국은 시중의 물가인상 움직임에 보다 신속히 대응해 서민 가계의 불안감을 잠재워 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9-02-19

북미회담, 남한의 ‘닭 쫓던 개’ 신세를 우려한다

일주일 남겨놓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기류분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회담 결과를 낙관했다. 문 대통령은 7대 종단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에서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속도조절론을 재언급하면서 ‘우리는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걱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가진 종단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이행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낙관론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확실한 정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온 국민과 마찬가지로 ‘희망’섞인 전망을 표현한 것으로 듣는 게 옳을 것 같다.주지하듯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줄곧 ‘조선반도 비핵화’라고만 언급했을 뿐, ‘북조선 비핵화’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흐드러진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추가로 실시하지 않는 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하기에 여념이 없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중단과 대북제재의 해금을 맞바꾸는 최악의 시나리오, 즉 ‘스몰딜’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형국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나는 속도에서는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 본토를 위협할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만 막는 선에서 합의를 이뤄내는 게 목표임을 시사했다. 우리로서는 여차하면 핵을 머리에 이고 살거나, 북한의 핵 인질이 되어서 전전긍긍해야 할 형편에 몰리는 최악의 위기가 닥쳐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많은 전문가들이 이번에 제재 일부 완화 등 당근이 제공될 경우 북한 비핵화를 견인할 동력은 급속히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북한 미사일의 미 본토 공격 가능성을 차단한 것만으로도 외교적으로 성공했다는 논리로 본격적인 재선 레이스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분명한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길은 두 갈래뿐이다.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에 로드맵을 담보해내든지, 대한민국의 자체 핵무장 명분을 확보하든지 해야 한다.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격인 우스꽝스러운 신세가 될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흉중에 회심의 플랜B와 플랜C가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기를 기대한다. 아직은 ‘김정은이 노리는 것은 남한의 무장해제’라는 미국 하원의장 펠로시의 말을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2019-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