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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탈원전 정책 후폭풍 심각… 재고 마땅하다

애초부터 무리한 정책이라는 경고가 무성했던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결국 나라안팎에서 큰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경북을 비롯한 동해안 일대 원전지역민들의 민심은 한껏 사나워지고 있는 중이다. 더 이상 심각한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재고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국가 전체가 입을 천문학적 손실은 물론 원전산업에 매달려온 지역의 피폐가 말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탈원전’ 정책은 번복되거나 수정되는 것이 옳다. ‘무심코 던진 돌에 애먼 개구리가 맞아죽는다’는 옛말이 있다. 그 동안 발전(發電)이라는 국가적 사업을 위해 희생해온 경북을 비롯한 동해안일대 지역민들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사뭇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만성적인 불황 속에서 근근이 살아가던 지역민들에게 ‘탈원전’은 그 자체가 불의의 재앙이 되고 있는 것이다.경주 월성 1호기가 폐쇄되면 세수 432억 원이 감소한다. 또 전체 원전의 설계수명이 10년 연장되지 못할 경우 약 5천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천지원전 1·2호기 건설까지 취소되면 경북 지역의 세수는 무려 1조8천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원전 종사자들의 실직과 연관업체의 침체, 소비감소로 인해 지역경제가 한없이 침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마디로 눈앞에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지난 주 경주 화백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탈원전 정책 재고를 위한 국민 경청회’에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탈원전대응특위 위원장인 최교일(영주·문경·예천)의원, 주낙영 경주시장을 비롯해 원전지역 주민대표들이 모였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탈원전’의 정치적 이용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김병준 위원장은 이날 “정부의 에너지 수요예측이 국정 지도자나 특정 집단의 논리에 의해 왜곡된 부분이 있지 않나 걱정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을 위하는 입장에서 전환적인 자세와 입장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최교일 의원도 “일본과 호주 등 세계 각 지역에서 다시 원전 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탈원전 정책은 비행기 사고가 많이 나니 비행기 대신 자전거를 타자는 논리와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세계시장에서 촉망받던 한국의 원자력산업을 붕괴시키고 있음이 자명하다. 원전지역민들에게는 희대의 재난이 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수요예측마저 불신의 늪에 빠진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국가가 지역민들과의 맹약을 이렇게 야멸차게 파기해서는 안 된다. “탈원전이 옳은지 그른지 논의하지는 않겠다. 다만 시민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에 분개한다”는 주낙영 경주시장의 절규가 깊은 안타까움을 부른다.

2018-08-13

지역혁신협의회,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 맞춰야

지역 내 역량을 모아 맞춤형 혁신성장을 주도하는 지자체별 지역혁신협의회가 다음 달 출범한다. 정부는 지역 내 다양한 혁신주체들을 연계해 역량을 효과적으로 결집하고자 다음 달 21일 지자체별 지역혁신협의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지역 혁신성장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시도별 지역혁신협의체가 만성적인 경기침체 현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지역민들의 희망이 될 ‘지역경제 활성화’에 철저하게 초점을 맞춰 활약해주길 기대한다. 기획재정부는 8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17개 시·도지사와 함께 ‘지역과 함께하는 혁신성장회의’를 열고, 이 같은 ‘지역혁신 협력체계 구축방안’을 내놓았다. 이 자리에서 김동연 부총리는 지역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관련, “10대 지역 밀착사업을 선정해 7조원 이상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지역 밀착형 SOC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해달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김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10대 지역밀착 사업 선정에 대해 “회의 전에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혁신성장과 관련한 여러 사업을 건의받았다”고 말한 뒤 “국비·지방비·민자사업 등을 통해 2조5천억 원정도의 투자가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밝혔다.지자체별 지역혁신협의회의 출범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 다양한 지역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사업이 부처별로 분산돼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협의회 위원은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혁신기관, 기초단체장 등의 추천을 받아 시·도지사가 20명을 위촉하기로 했다. 이들은 신규과제를 발굴하고 지역 발전계획 및 사업을 심의·조정·평가·관리하는 등 혁신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날 회의에서 이철우 경북지사는 주거·복지·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농촌 혁신의 거점마을 조성, ‘가속기 기반 신약개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국가세포막단백질연구소’설립 지원, 동해중남부선 복선전철화, 포항 블루밸리 및 구미 하이테크밸리 등 국가산업단지 활성화 대책 등을 요구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4차 산업혁명 대응 및 사회문제 해결 등 정부의 뇌분야 중장기 투자계획의 전략적 실천을 뒷받침하기 위한 뇌연구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형위)가 중앙부처와의 협의에서 중심역할을 수행하고 지역혁신지원센터가 양 주체 간 지원·협력을 촉진하는 등 나름대로 실행동력을 갖춘 ‘지역혁신협의회’가 장기침체의 터널에 갇힌 지역경제에 획기적인 활로를 개척해주기를 기대한다. 탁상공론의 차원을 벗어나, 실제로 지역민들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왕성한 역할을 당부한다.

2018-08-10

삼성의 통 큰 투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단비 소식 되길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이 향후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 명을 직접 채용하는 내용의 투자 고용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신규 투자액 180조 원 가운데 70% 이상인 130조 원을 국내에 투자키로 해 침체일로에 있는 국내 산업에 미칠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일 그룹으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 투자가 될 삼성의 이번 발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장기내수 침체에 이어 청년실업률이 최악으로 치닫는 국내의 경제 상황에서 나온 삼성의 과감한 결정은 바로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삼성전자의 인도 스마트폰 신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당부에 따른 후속 조치이기는 하나 대기업의 이 같은 결정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일각에서 고개를 내미는 반(反)대기업 정서도 반드시 극복돼야 한다.삼성은 현재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사업과 함께 4대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 차량용 전자장비에 집중투자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1만 명 청년 소프트웨어교육과 스타트업 지원, 오픈 이노베이션 등 삼성이 자랑하는 혁신역량과 노하우를 개방 공유하기로 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의지도 내비쳤다.삼성의 이번 발표로 삼성전자 공장이 집중해 있는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에선 벌써부터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규모 삼성 반도체단지가 있는 평택과 천안, 인천 송도 등이 생산거점 지역으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 한다. 고용 유발과 지역 경제가 보다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도 하고 있다.삼성이 대규모 신규 투자를 한다고 당장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삼성투자와 관련해 대구·경북권의 수용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삼성그룹의 발원지인 대구와 삼성전자가 일찍 자리를 튼 구미시는 삼성의 국내거점 생산 도시로서 역할이 기대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는 구미시는 삼성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구미에 있던 대기업이 조금씩 지역을 빠져 나가면서 지역민이 가졌던 상실감이 컸던 탓에 이번 소식이 더욱 반가운 것이다.이제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대구·경북도 삼성이 선택할 생산거점도시로서 적지라는 점을 제대로 알리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대구·경북은 삼성의 연고지인 데다 삼성에 대한 친기업적 정서도 좋다. 중소기업이 많고 인력확보가 용이한 점도 우리지역의 장점이다. 정부는 삼성의 결정을 계기로 기업 규제혁파에 앞장서고, 지방에서는 삼성의 투자를 유인할 분위기 조성으로 중소기업의 생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18-08-10

폭염여파 농축산물대란 우려…추석물가 관리 만전을

사상 최악의 폭염 장기화로 농산물 대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지금까지 여의도 면적(290ha)의 3.5배에 이르는 1천16.9ha(헥타르·1㏊=1만㎡)의 농지에서 햇볕데임(일소) 현상이 발생했다. 6일 오전 9시 기준 전국 15개 시·도에서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 수는 총 453만409마리로 집계됐다. 예년보다 열흘 가량 빠른 추석 물가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어서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폭염에 의한 농작물 피해상황을 보면 사과·포도·단감·복숭아·자두·배 등 과수밭 513.5ha에서 과수 잎이 마르거나 열매가 강한 햇살에 오래 노출돼 표피가 변색하고 썩었다. 고추·수박·무·배추 등 채소밭 175.3ha, 인삼·깨·오미자 등 특작물 재배지 256.2ha, 콩·생강·옥수수 등 전작밭 71.9ha에서도 생육 장애가 나타나 올해 농사를 망쳤다.정확하진 않지만 농작물의 경우 적어도 예년보다 10~20%의 수확 감소가 예상된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가축의 경우 축종별로는 닭이 425만7천68마리(93.9%)로 가장 많이 폐사했다. 오리 20만9천18마리, 메추리 4만6천마리, 돼지 1만7천819마리, 관상조 500마리, 소 4마리도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이는 지난해 여름 이맘때의 289만5천마리보다 무려 56.5%가 늘어난 피해규모다. 가축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북의 축산농가에서만 1만1천412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지난달 11일 이후 28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진 경북지역 18개 시·군에서 과수 491.1㏊, 채소 81.6㏊ 등 농작물 602.9㏊가 고사하거나 햇볕데임 증상이 나타나 수확이 어려워졌다. 도내 22개 시·군 402개 농가에서 돼지 5천700여마리, 닭·오리 48만5천100여마리 등 49만900여 마리가 폐사했다. 포항과 영덕·울진·경주 등 4개 지역 양식장 21곳에서는 어류 14만3천여 마리가 고수온으로 죽어나갔다.폭염으로 인한 물가상승이 추석 제사상 물가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면서 주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도매가격이 한 달 전과 비교해 128%나 폭등했으며 상추는 59%, 무는 63% 치솟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작년보다 사과는 14%, 배는 20%, 복숭아는 10% 가량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해 상품가격 추가인상을 예고했다. 만성적인 경기침체 속에 시름이 깊은 서민들에게 사상최악의 폭염은 절체절명의 재난이다.명절물가까지 한걱정거리로 등장하지 않도록 비상한 관심으로 감시와 관리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잠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2018-08-09

전기료 한시적 누진제, 근본적 해결책 찾아야

최악의 폭염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전기 누진제 요금을 7~8월 두 달간 한시적으로 낮춰주기로 했다. 가마솥더위 속에 에어컨 틀기가 두려웠던 국민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정부가 밝힌 누진제 완화 방안이 국민에게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족한 전기를 아껴 쓰자는 취지로 1974년 도입한 현행 제도가 몇 차례 수정 끝에 현재에 이르고 있으나 에어컨 사용이 생활화된 지금의 상황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국내 주택용 전력비중은 2007~2016년 평균 14.2%나 전기료 비중은 17.8%에 이른다. 일반 가정은 자신이 사용한 전력량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내고 있는 셈이다.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완화안은 가구당 평균 19.5%(1만370원) 인하효과가 있다. 7월과 8월에 한해 현행 0~200kwh와 200~400kwh의 구간을 각각 0~300kwh, 300~500kwh 구간으로 경계치를 100kwh씩 상향 조정했다. 한 달 450kwh를 사용하는 가정이 있다면 전기료를 종전에는 8만8천190원을 내야했지만 이번 조정으로 6만5천680원만 내면된다. 이전보다 2만2천510원을 덜 내게 된다. 비율로는 25.5% 인하효과가 있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인하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가족이 많아 500kwh 이상을 사용하면 할인율 적용이 안 된다. 식구가 많은 저소득층 가구보다 소득이 높은 1인 가구가 더 큰 혜택을 보는 경우도 있다. 에어컨 사용시간을 기준으로 할인된 요금을 계산하면 4시간 이상이든 10시간 틀든 할인율이 같은 모순도 있다.그래서 이번 대책이 땜질식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시적 누진제의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도 증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냉방기기 사용을 ”국민의 건강·생명과 직결된 기본적인 복지”라 했다. 보편적 복지를 뒷받침할 정책이라면 한시적보다는 상시적 대책이 되는 것이 옳다.올 여름과 같은 폭염이 이어진다면 이를 견디어 낼 사람이 많지 않다. 정부가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한 만큼 확실한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올 여름 내내 많은 국민들은 에어컨을 틀면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가슴을 졸여왔다. 그나마 한시적 전기료 누진제가 발표돼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속시원한 해결책은 못된다.에어컨은 이제 우리 생활에 필수된 지 오래됐다. 가정용 전기누진제의 요금 체체를 근본적으로 손을 보는 조치가 있어야겠다. 해마다 지금과 같은 땜질식 처방으로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다.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도 누진제 폐지를 둘러싼 공방이 시작되고 있다. 국회의원의 입법 발의도 시작된 모양인데, 차제에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에 대한 확실한 대안 마련을 서둘러야겠다. 올해와 같은 폭염 더위가 장기화할 것이란 기상전망도 있지 않은가.

2018-08-09

해병대 헬기 참사 합동조사위, 원인 규명해야

지난달 17일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서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의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민·관·군 합동 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이 사고는 군 당국이 야심찬 계획을 갖고 지난 1월 도입한 해병대 기동헬기의 사고란 점에서 사고원인에 대한 관심이 처음부터 주목을 끌었다. 특히 사고 헬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국산 기동 헬기인 수리온을 개조한 것으로 이번 사고 원인이 수리온의 불안정성에 기인한 것인지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다.수리온은 6년동안 약 1조3천억 원을 들여 개발한 자주국방용 전투용 헬기다. 2012년 첫 실전 배치됐으나 곳곳에서 결함투성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2015년 1월과 2월 수리온 두 대가 엔진 과속 후 갑자기 멈추면서 비상 착륙했고, 같은 해 12월엔 같은 결함으로 추락했다.지난해 7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수리온이 전투용은 커녕 헬기로서 비행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어쩌면 수리온의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전력화를 추진했던 것이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보다 철저한 원인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이 사고로 영관급 장교를 포함 5명의 장병이 숨졌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자식이나 형제 등을 잃은 유족들의 안타까운 심정이야 무어라 말할 수 있겠으나 그들의 희생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사건의 원인 규명에 보다 철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유족들도 이러한 정황을 알고 사고원인의 우선 규명을 요구하며 장례식 절차를 거부한 바 있다. 유족들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장례를 치르고 싶지만 그러면 정부가 이 사건을 묻을까봐 그럴 수 없었다”고 당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사고 직후 헬기 추락사고 희생자 가족에게 드리는 글에서 “사고의 원인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군 당국이 이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가 미심쩍은 구석이 없지 않으나 유족의 요구가 반영된 만큼 조사위의 활동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란다.사고원인이 철저히 규명돼야 하는 데는 희생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명예가 회복돼야 한다는 데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희생자에 대한 국가적 예우가 세월호 희생자보다 못하다는 비아냥이 나돌아서야 될 일은 아니다. 원인 규명을 통해 국가가 희생자의 명예를 지켰다는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또 사고원인을 철저히 파헤쳐 제2사고가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감사원은 수리온 개발과정에서 항공우주산업이 원가계산을 허위로 작성해 547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행여 빙산비리가 원인이 됐는지도 알 수 없다. 합동조사위의 사고 원인 규명에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18-08-08

TK 재정자립도·자주도 악화 지속… 대책 시급

대구·경북(TK)의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가 전국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대구·경북지역 지방재정 구조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전체 재원에 대한 자주재원의 비율인 재정자립도의 경우 올해 대구는 54.2%, 경북은 33.3%로 집계됐다. 전국 광역시 평균은 58.2%, 광역도는 38.9%였다. 대구는 평균보다 4.0%포인트, 경북은 5.6%포인트 낮았다.대구의 경우 2000년대 초 각각 80%를 웃돌았던 재정자주도는 2018년 기준으로 70.6%로 광역시 평균 72.3%보다 낮았다. 인구 고령화, 낮은 소득 등이 재정건전성과 자립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대구의 2016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2012년 1.22명과 비교해 감소했다. 경북도 1.40명으로 2012년 1.49명 대비 낮아졌다.TK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정부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저출산과 청년인구 유출현상에 따른 빠른 고령화 진행이 사회복지지출 부담 및 지방세수 여력을 감소시키는 것도 문제다. 2012∼2016년 중 청년 인구는 연평균 대구 7천508명, 경북 6천872명이 유출됐는데 대부분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됐다. 2012년 대구·경북의 사회복지지출 비중은 각각 27.1%, 18.4%를 차지했으나 2016년에는 각각 32.8%, 20.4%로 확대됐다.한국은행은 TK지역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자체 사업이 계획단계부터 사후관리단계에 이르기까지 효율적인 평가·관리가 필요하며, 청년 인구의 유출 및 낮은 출산율을 관리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지역별 특수성이 반영되는 복지사업은 지자체로 완전 이관함으로써 보다 책임성 있는 재정운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지방자치 시행 첫해인 1995년에는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63.5%였지만 2018년에는 53.4%로 10.1%포인트나 하락했다. 2018년도 예산 기준으로 전체 243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50% 이상인 지자체는 21곳으로 8.7%에 불과하다. 심지어 지방세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절반이 넘는다. 스스로 벌어들일 능력이 안 되는 상황에서 복지 관련 국고보조금과 같은 중앙정부의 지원이 늘어나 재정자립도는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정자치 분권이 성취돼야 한다. 아울러 지방정부 운영에 고도의 선진적 경영기법이 발휘돼야 한다. TK지역을 세상 어느 곳보다도 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들기 위한 획기적인 경영설계도를 창출해내야 할 시점이다. 지방정부와 지역민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2018-08-08

반복되는 피서지 얌체 상혼, 근절책은 없나

해외여행이 부담스러운 서민들에게는 계곡이나 해수욕장이 피서하기 딱이다. 특히 올해처럼 최악의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 가족의 등살에 못 이겨 휴일이면 가까운 계곡을 찾는 가족이 늘게 마련이다. 그런데 피서지에서 만나는 불법 상혼으로 모처럼 용기를 내어 찾아온 가족단위 피서 분위기가 언짢아 질 때가 종종 있다.불법을 일삼는 여름철 피서지 얌체 상혼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모양이다. 당국은 단속 중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으나 전국 계곡과 해수욕장 등 피서지에서는 얌체 상혼으로 기분 상한 피서객들이 많다.인터넷이나 사이버 공간에는 “무더운 여름이면 돈과 시간을 덜 들이고 가까운 계곡에 가서 발이라도 담그고 싶은데, 계곡마다 자기 계곡인양 영업을 하며 자릿세를 받는 사람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는 내용의 글이 자주 등장한다. 청와대 게시판에 가서 “국민청원이라도 하자”고 흥분한 사람도 눈에 띈다.포항시와 경북 동해안 일대는 빼어난 자연경관 등으로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동해안 일대 피서객만 줄잡아 수백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도내 명승지 계곡이나 동해안 일대 해수욕장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그러나 유명해수욕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마을단위 소규모 해수욕장과 계곡에는 불법이 판을 쳐 관광지 이미지를 해치고 있다. 본래 해수욕장, 계곡과 같은 장소는 대부분 국가소유이기 때문에 각 지자체의 점·사용 허가를 얻어야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해마다 인근 주민 등이 중심이 되어 계곡 등을 불법 점유하여 영업행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주로 그늘막을 친 자리에 평상을 차려놓고 자릿세라는 이름으로 3만~4만원씩 받는다. 극성수기에는 그나마 예약을 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때로는 바가지요금 시비도 벌어진다고 한다. 봉이 김선달식이다. 도심에 위치한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에서조차 불법이 만연할 만큼 성수기를 노린 피서지 불법영업 행위가 극성이다.문제는 관계당국의 미온적 태도로 해마다 되풀이되는 불법영업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이 같은 불법영업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한 후 불법행위가 사라진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관계 당국은 여름철 일과성 행위로 보고 단속이 느슨하다. 이 때문에 우리지역 관광지 이미지도 나빠진다. 일관된 행정조치로 불법영업이 근절되도록 보다 강력한 단속이 있어야 한다.또 단속의 근거가 될 법적 요건을 강화해 단속되더라도 과태료만 물면 된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우리나라는 해마다 늘어나는 해외여행객으로 여행수지 적자가 매년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작은 비용으로 국내서도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관광지 주변의 불법 행위에 대해 지속적 관리해야 한다. 지독한 더위를 피할 피서지 질서 확립에 관계 당국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2018-08-07

북한산 석탄유입 의혹, 정부가 진실 밝힐 차례

국제사회의 엄격한 대북제재 국면에서 북한산 석탄이 대규모로 밀반입됐다는 의혹의 파장이 깊어지고 있다. 밀반입에 동원된 외국 선박은 모두 8척에 이르고, 반입규모도 2만4천 t에 달한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이래 정부가 ‘조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사이에 미국이 공개적으로 경고음을 냈다. 정부가 유엔 제재위반을 묵인하고 있다는 의심마저 사고 있다. 이제 정부가 진실을 공개할 차례다. 자유한국당 북한석탄대책TF 단장인 유기준 의원은 5일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석탄 반입 의혹에 연루된 선박은 기존의 리치글로리·스카이엔젤·샤이닝리치·진룽·안취안저우66호 등 5척 외에도 카이샹·스카이레이디·탤런트에이스호 등 3척”이라며 “특히 이들 중 3척은 지난해 8월 유엔 안보리 제재가 시작된 후 총 52차례 국내를 오갔다”고 밝혔다.이들 중 2척은 지난해 10월 러시아산으로 위장한 북한산 석탄 9천여t을 인천·포항항에 하역한 화물선이다. 3척은 작년 11월 이후 러시아에서 선적한 북한산 추정 석탄 1만5천t을 동해·포항항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에 따르면 석탄 불법수출 등 제재위반 행위에 관여한 선박이 자국에 입항할 시 의무적으로 나포나 검색, 억류 대상이 된다. 유 의원은 “이 배들이 국내 항구를 오가는 동안 정부는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미국의소리(VOA)는 샤이닝리치호가 지난 2일 오후부터 평택항에 머물다 4일 오후 출항했다고 보도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샤이닝리치호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선박으로, 혐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억류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며 “북한산 의심 석탄을 적재한 이력이 있는 선박을 계속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만 말하고 있다.어떻게 해서든지 북한을 비핵화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려는 문재인 정부의 처지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한국이 유엔제재를 이탈하는 일은 상상해서도 안 될 절대금지선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달 20일 유엔안보리 이사회 이사국 브리핑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강조했다고 전해졌고,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남북 간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로서 (제재)예외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한반도 분단 당사자인 대한민국의 ‘북한산 석탄유입’ 의혹은 자칫하면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에 치명적인 균열점으로 비약될 수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우물쭈물하지 말고 내막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옳다. 북한이 ‘핵미사일 완성’ 시간을 벌기 위해 오만 짓을 다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이래서는 안 된다.

2018-08-07

일회용 컵 줄이기, 소비자 의식 변화가 관건이다

바다거북의 콧구멍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뽑아내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공개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15년 미국의 해양학자들이 코스타리카 해안지역을 탐사하던 중 콧구멍에 이물질이 끼여 호흡곤란을 겪는 바다거북을 발견했다. 이들이 바다거북 콧구멍에서 빼낸 것은 길고 가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였다. 바다거북이 이 빨대로 심한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후 플라스틱 공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지구촌 곳곳에서 높아졌다.미국에서는 하루에 5억 개가 넘는 플라스틱 빨대가 사용된다고 한다. 플라스틱 공해를 줄이기 위해 시애틀 등 미국의 일부도시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했다. 뉴욕시의회는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나 금속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법안을 의결하기도 했다.지난 4월 발생한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후 우리나라도 일회용품 사용규제에 대한 각계의 관심이 높아졌으나 아직은 일반화되기에는 요원한 분위기다. 환경부가 환경보호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해 지난 1일부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 푸드점 내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규제 단속에 나섰다. 3개월의 계몽기간을 거쳐 실시되는 이번 단속에서는 위반사실이 적발된 업소는 적게는 5만원 많게는 2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당국의 단속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소비자들의 홍보 및 인식부족으로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어 실효성에서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당국의 단속방법으로는 매장 안에서 일회용 컵을 들고 있는 손님에게 머그잔 사용을 권유받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고작이다. 손님이 매장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일회용 컵을 요구하고서는 매장 안에서 마신다면 어쩔 방법이 없다.애초부터 행정단속이라는 것이 탁상공론식 방법에 치우친 느낌이 많다. 소비자에 대한 계몽보다는 업소에 대한 단속에 무게를 두면서 현장에서의 적발이 실효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되레 업소 측으로서는 부담만 늘어났다는 반응이다. 바쁜 타임에 머그잔을 씻어야 하고 설거지할 공간조차 마땅찮아 이래저래 불편만 높아졌다는 것이다. 행정 당국의 입장도 수많은 업소를 일일이 찾아 돌아다닐 인력도 부족한 데다 소비자와의 대면 확인도 쉽지 않아 좀 더 실효적인 방법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소비자 스스로가 플라스틱 공해에 대한 인식을 공감하고 동참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겠다.2015년 기준 우리나라 커피전문점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빨대가 26억 개나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비닐봉투는 1인당 사용량이 연평균 420개에 달해 핀란드의 100배에 이른다. 우리 국민 스스로도 플라스틱 등 일회용 제품 의존도가 지나치다는데 인식을 같이한다. 당국은 단순한 규제보다는 국민들의 인식에 더 자극을 줄 전략적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생활 패턴을 바꿀 지혜가 필요한 때다.

2018-08-06

교육부의 ‘공론화위 만능주의’ 문제 있다

현 중학교 3학년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를 결정짓는 공론화가 사실상 실패했다. 지난 4개월 동안 시민참여단의 공론화를 진행해온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대입제도 공론화위)가 성과없이 끝났다. 대입개편처럼 여러 변수가 맞물린 복잡한 정책을 복수의 시나리오로 공론화에 부친 것부터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교육부의 ‘공론화위’ 문제해결 접근이 정책당국의 면피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무성하다. 3일 대입제도 공론화위 발표에 따르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선발인원 비중을 전체의 45%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의제1이 3.40점(5점 만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상충되는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중심으로 한 의제2가 3.27점으로 뒤를 이었다. 김영란 공론화위 위원장은 “의제1과 의제2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집단지성을 이끌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려는 공론화위원회 운영은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문제마저 일반인들의 ‘숙의’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접근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유치원생들을 모아놓고 미분적분 수학문제를 풀어보라고 시킨 것과 뭐가 다른가. 애초부터 수험생이 아니면 관심없고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입제도를 인기투표 방식으로 정하는 게 온당한 일인가.이번 대입개편 공론화의 경우 복잡한 특성을 가진 4가지 시나리오가 선택지가 됐다. 여러 쟁점이 맞물려 있는데 이를 한꺼번에 시나리오에 담았다. 지난 6월 방한한 공론화 창시자 미 스탠퍼드대 제임스 피시킨 교수도 포괄적 선호도를 묻는 ‘시나리오 방식의 공론화’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학 자율’이라는 선택지가 존재하는 정부정책에 공론조사 결론을 그대로 반영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정부가 지난 1년간 혈세 20억원을 쏟아부어 확인한 결과가 ‘대입개편은 어렵다’는 원론적 상식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시민참여단을 통한 대입제도 공론화는 ‘하도급의 하도급’ ‘폭탄 돌리기’ 등 각종 오명을 떠안았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거나, 극도로 복잡해서 상식적 판단력만 갖고는 접근이 어려운 문제까지 그런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중우정치(衆愚政治)로 가는 지름길이다. 교육부는 ‘학교폭력’과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을 하반기 정책숙려 과제로 제시하고 현재 공론절차를 준비 중이다. 아무래도 이 정부는 시대착오적이고 부실한 직접민주주의의 오류함정에 빠져있지 않나 의심스럽다. 공론화 방식의 문제해결 접근은 포퓰리즘 도구로 악용될 여지마저 다분하다. ‘공직자 패배주의’에 젖어, 책임있는 정책집행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교육부가 적잖이 걱정스럽다.

2018-08-06

대구수돗물 불안 해소할 환경부 입장은 뭔가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비례대표)의 요청에 따라 환경부가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구미공단 내 과불화화합물 배출업소 명단을 강 의원에게 제출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대구 수돗물에서 검출된 환경 호르몬 과불화헥산술폰산을 배출하고 있는 구미산업단지 내 업체는 모두 61곳이다. 이 숫자는 구미공단 91개 업체의 3분의 2에 해당하며, 그 중 4개 업체만이 검출 농도가 높다는 이유로 자발적 저감조치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57개 업체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57개 업체가 배출한 과불화헥산술폰산은 호주의 권고 기준치보다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환경부의 설명이다. 국내는 과불화헥산술폰산과 관련한 기준치가 현재 없다. 업종도 공개됐다. 반도체 및 전자제품 제조시설과 영상 및 음향기기 제조시설 등이었으며 저감 조치한 4개 업체도 동일한 업종인 것으로 전해졌다.문제는 업체명단 공개까지 오는 과정에서 보여준 환경부의 대응이 사태를 키운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대구시민뿐 아니라 대국민 불신감도 덩달아 커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불화화합물 검출과 관련한 대구수돗물 파동은 근본적으로 대구 취수원 이전과 맞물려 있어 이 같은 불신을 해소하지 않으면 사태를 수습하기가 매우 어렵다.환경부는 지난 5월 17일부터 실시한 구미공단 내 폐수배출 업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면서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야 사실을 알리며 해명하는데 급급했다. 발암물질의 일종인 과불화화합물을 배출한 업체 명단공개도 언론보도 이후 40일 만에 이뤄졌다.국민의 먹는 물인 수계를 담당하는 환경부가 불리한 자료를 숨긴다는 인상주고 있으면 국민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쉽게 지울 수 없다. 최근 환경부가 낙동강 수계 보존 방안으로 구미공단 내 대규모 폐수무방류시스템 도입을 두고 구미시와 협의를 벌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도 넌센스다. 낙동강 수계의 원수를 믿지 못하겠다며 취수원 이전을 요구한 당사자인 대구시는 빼고 이 문제를 논의한 것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다. 그래서 밀실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환경부는 낙동강 수계 보전이나 원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대승적 차원에서 문제 접근에 나서야 한다. 대구시, 경북도, 구미시, 환경부가 머리를 맞대고 현안 해결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최근 논란이 된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유해성 여부도 환경부가 직접 해명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많은 대구시민은 과불화화합물이 인체에 나쁜 영향이 없다는 환경당국의 말을 믿지 못한다.강 의원의 지적처럼 과물화화합물에 대한 유해성 여부를 정확히 밝히고 그 기준치를 마련해 국민의 불신을 조금이라도 해소해 주어야 할 것이다.

2018-08-03

문재인정권 ‘탈’원전, 결국 큰 ‘뒤탈’ 초래하나

한국전력이 22조 원대 영국 원전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한 사태를 놓고 여야 정치권이 거친 논쟁에 돌입했다. 자유한국당이 이 사태의 원인을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며 맹공을 퍼붓자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전형적인 발목잡기’라고 반박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원전수출시장 경고등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빚고 있는 또 하나의 심각한 ‘뒤탈’ 참사가 아닌지 면밀히 살펴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을 통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영국의 22조 원의 원전수주를 어렵게 했다”면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원전수출포럼과 한국당 탈원전대응특위 소속 의원 30여 명도 보도자료를 내고 “자기는 위험하다고 쓰지 않는 물건을 다른 나라에 팔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도덕적,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이고 허무맹랑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그러나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즉각 반박논평을 내고 “우선협상자 지위 해지는 영국정부와 일본 도시바의 새로운 수익모델 도입 및 리스크 경감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백 대변인은 이어서 “영국 원전은 많게는 20조 원이 들어가는 사업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변했다.문재인정권의 성급한 탈원전 정책이 빚어내고 있는 부작용은 한둘이 아니다. 가깝게는 국익을 위해서 기피시설인 원전건설을 적극 유치한 동해안 지역민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가까스로 이룩해놓은 한국 원전기술이 세계시장에서 배척당하는 빌미도 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공인 받은 APR1400형, 이보다 더 뛰어난 APR+형 원자로 등 60년간의 한국형 원자력 기술노하우가 망라된 첨단 원전이 빛을 보기도 전에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앞으로 닥칠 문제점들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매년 10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오던 한국전력이 탈원전 이후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 연이어 1천200억 원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전 사장이 ‘콩과 두부’가 어쩌고 하면서 전기료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판이다. 태양광 대체에너지를 개발한다면서 쏟아 붓는 엄청난 국고 부담과 지역사회의 불협화음 등 부상된 난제들 또한 즐비하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때에 맞지 않고, 후속대안이 완벽하게 마련되지 않은 정책은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 우리는 머지않아 섣부른 정권의 약속을 지키려다가 마치 홍수가 난 다리기둥 부여잡고 버티다가 익사하고 만 미생(尾生) 꼴 나게 생겼다. 진정 나라를 위해서라면 비현실적인 공약은 과감히 철회 또는 수정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2018-08-03

역대급 폭염, 전기료 인하 등 정부차원 대책 나와야

18대 국회 때부터 자연재난에 폭염을 포함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20대 국회에 와서도 윤재옥 의원(자유한국당) 등 6명의 여야 의원이 폭염을 재난범위에 포함시키자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우리 국회가 법안을 미루고 제때 심의하지 못해 뒷북을 친 게 한두 번은 아니지만 폭염과 관련한 법안의 처리를 두고 또한번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기록적인 폭염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지난 5월 20일 이후 지난달 30일 현재까지 2천266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도 28명에 달했다. 온열질환자는 작년 한해 발생한 환자(1천574명)보다 더 많은 환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2011년 집계 시작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가축과 어류의 폐사, 농작물 피해 등 최악의 폭염으로 농어민들의 시름도 날로 깊어지고 있다.경북도는 폭염특보가 21일째 이어지고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폭염 TF 상황관리반’을 ‘긴급폭염대책본부’로 격상시켜 운영하기로 했다.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폭염특보가 해제될 때까지 빈틈없이 운영하겠다고 하나 얼마나 실효적인 지원이 가능 할지는 미지수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폭염피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나 법적 근거가 없어 실질적인 지원보다는 대부분 예방차원의 활동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주로 쉼터 운영, 그늘막 설치, 폭염구급대 운영, 축사 물뿌리기 등이 고작이다. 폭염으로 발생한 가축의 폐사 등 실질적 피해 보상은 법적 근거가 없어 지원이 어려운 실정이다.문재인 대통령이 “폭염도 재난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한 후 처음으로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기료에 대한 제한적 특별 배려 검토를 지시했다. 늦은 감은 있으나 한시적 전기료 인하는 절대 필요하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많은 가정이 하루 종일 에어컨으로 더위를 달래고 있으나 전기료 부담으로 모두가 걱정이 태산이다.전기료가 감면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 있다. 특히 주거 빈곤층이나 취약계층에게 전기료 인하와 같은 실질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면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지구 온난화로 한반도는 여름이 길어지고 폭염일도 늘어난다는 기상학계의 전망이다. 한반도 여름은 5월부터 9월까지라는 예측도 나와있다. 일시적 기후 변화가 아닌 상시적 폭염 현상이 한반도를 덮을 것이라면 한시바삐 폭염을 재난으로 간주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법과 제도적 기반 위에 폭염에 대한 예방부터 피해관리, 복구, 보상까지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살인적 폭염 더위가 끝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2018-08-02

북한 ‘종전선언’ 집착의 무서운 암수 경계해야

북한이 관영·선전 매체를 동원해 연일 ‘종전선언’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종전선언’ 성사를 위해 발 벗고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북한이 ‘종전선언’을 만들어내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 배경에는 암수(暗數)의 그림자가 뚜렷하다. 세계적 관심사인 ‘북한비핵화’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종전선언’을 서두르는 것은 선후가 완전히 뒤바뀐 그릇된 접근이다. 종전선언이 북한비핵화를 앞질러가는 일은 결단코 경계해야 한다. 중국 외교수장인 양제츠(楊潔FFFC)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주임이 지난달 중순쯤 극비 방한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연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종전선언은) 우리의 외교적 과제”라며 “기회가 닿는 대로 추진을 하겠다”고 말했다.청와대도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여 남북미 3자가 아닌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용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미가 연합 군사훈련을 묶었지만, 북한은 여전히 비핵화에 대하여 단 한마디도 명료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북한이 ‘종전선언’에 올인하고 있는 것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행태다.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종전선언 문제가 아직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서 노동신문은 “종전을 선언하는 것을 마치 그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처럼 여기는 것은 초보적인 상식도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고,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계단을 오르는 것도 순차가 있는 법”이라며 비핵화에 앞서 종전선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종전선언’과 함께 정전협정이 사라지면 북한은 필연적으로 유엔사령부 및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해 문제 삼을 것이다. 결국 한·미동맹 문제까지 엮이게 되어 ‘북한비핵화’는커녕 남한과 미국이 매우 급격한 변동과 혼란이 초래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확인된 현상만으로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 북한이 평양 인근에서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조 중이라는 외신보도가 또 나왔다. 미국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핵분열성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섣부른 ‘종전선언’은 한미군사훈련 재개의 가능성부터 완전히 차단하게 될 것이다. 오죽 고민이 깊으면 “‘종전선언’이 아니라, ‘종전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나올까. 부실한 ‘종전선언’이 ‘북한비핵화’를 완전히 망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안보에 치명적인 구멍이 될 수 있음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8-08-02

지방이양일괄법, 재정방안 포함 조속히 제정돼야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19개 부처 소관 518개 국가사무 등 중앙행정권한과 사무 등을 포괄적으로 지방에 넘기는 내용의 ‘지방이양일괄법안(일괄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일괄법은 국가사무 지방이전을 위해서 관련 법률을 일일이 개정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과거에도 제정을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몇 차례 무산된 바 있어 이번에는 재정방안 등 부실한 부분을 보완하여 연내에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과거 지방이양 의결 후 장기간 미이양된 사무의 일괄이양을 위해 제정되는 일괄법은 19개 중앙부처와 사전 협의를 거쳤다. 이양되는 중앙부처 업무는 해양수산부 업무가 119개로 가장 많고 국토부 92개, 환경부 61개, 여성가족부 53개 순이며, 유형별로는 검사·명령 131개, 인·허가 130개, 신고·등록 97개, 과태료 부과 등 기타사무 160개 등이다.연내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일괄법안은 행정안전부의 입법예고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되면 12개 상임위 심사를 받게 된다. 다만 법령정비 등 이양에 따른 준비기간을 감안해 시행은 1년간 유예할 방침이다. 법안에는 그동안 지방정부에서 제기해왔던 지방이양에 따른 인력 및 재정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부처와 자치단체 공무원,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칭)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비용평가위)’를 설치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비용평가위는 지방이양에 따른 소요 인력과 재정비용을 조사·산정하고 재원조달 방안도 마련하게 된다.일괄법은 지난 2004년부터 제정이 추진됐지만 각 부처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아 제정이 미뤄져 왔다. 또 내용상 10개 국회 상임위와 연계돼 국회법상 상임위 소관주의에 위배돼 국회 법안접수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5월 여야가 이 법을 운영위원회에 회부하는 데 합의하면서 입법실현이 가능해졌고, 이후 자치분권위가 19개 중앙 부처와 협의를 거쳐 법안을 마련했다.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일괄법 제정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과거 번번이 제정이 무산됐던 경험에 비춰볼 때 아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업무이양과 함께 수반되는 막대한 비용을 지방정부로 떠넘길 경우 심각한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비용평가위가 근심을 덜어줄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내야 할 것이다. 김부겸 행안부장관은 얼마 전 페이스북에 “분권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지방이 소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어디에 살든 민주공화국의 일원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음을 되새긴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지와 아울러 국회의원들의 성심을 당부한다.

2018-08-01

취수원 이전문제, 대구시 의견 배제돼선 안 돼

지난 26일 국회환경노동위원회에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대구 취수원 이전은 합리성에 문제가 있다”라며 “대구시가 물을 정수해서 쓰는 법은 오히려 외면하고 있다”고 말해 정부 관료로서는 처음으로 대구 취수원 이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부 인사가 그동안 줄곧 대구와 구미간 중재를 통해 취수원 이전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종전의 입장과는 배치된 발언이 나오면서 이 문제는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김 장관의 발언 배경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취수원 이전을 일관되게 주장해 온 대구시의 입장에서는 장관의 발언이 생뚱스럽고 의아스러울 뿐이다. 오히려 김 장관의 발언으로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는 더욱 꼬이게 생겼으니 국무총리 등 정부의 입장은 어떤지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대구시의 반발 분위기에도 구미시와 환경부가 낙동강 전체 수계를 보존하는 방안으로 구미공단에 대규모 폐수 무방류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구미시와 환경부는 구미공단에서 나오는 폐수를 정화한 뒤 공장에서 재활용하고, 부유물 등은 고체화시켜 폐기해 공장 폐수가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원천봉쇄 하겠다는 복안으로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미 환경부 회의실서 구미시와 환경부 공무원, 용역사 관계자 등이 연석회의를 갖고 구체적 논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강효상 국회의원은 대구시를 배제하고 이 문제를 논의한 것에 대해 밀실행정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사실 현안 당사자인 대구시조차 모르게 이런 문제를 논의한 것 자체가 모순이다. 취수원 이전문제는 1991년 구미공단에서 발생한 페놀유출 사고가 촉발한 것으로 대구시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다. 대구시민의 70%가 식수원으로 낙동강 수계의 물에 의존하고 있다. 그동안 대구취수원 상류 낙동강 수계에서 크고 작은 수질오염 사고가 빈발해 대구시민을 불안케 했다. 지난달 대구취수원에서 검출된 발암물질인 과불화화합물도 낙동강 수계의 불안한 상황을 입증해 보인 하나의 사례다.이미 10년 넘게 대구시와 구미시, 경북도 등이 낙동강 취수원 이전문제를 협의해 왔는데 환경부가 갑자기 대구시와 경북도는 빼고 대안 마련에 나서겠다는 것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정부 일방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모르겠다.밀실행정을 떠나 민주적 절차에도 맞지 않고 250만 대구시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정부가 복안이 있다면 그동안 경과를 보더라도 대구시민을 먼저 이해시키는 것이 순리다. 행여 여당 소속 단체장을 믿고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라면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환경부의 대규모 폐수 무방류시스템은 물을 정수해 재이용하더라도 20% 정도는 방류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설이다. 완벽한 무방류가 안된다면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궁금하다.

2018-08-01

‘With POSCO’에 대한 기대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공식 취임했다. 최 회장은 지난 27일 포항본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100년 기업을 향한 포스코의 새로운 가치 비전으로 “더불어 함께 발전한다”는 뜻의 ‘With POSCO’를 제시했다.포스코는 지금 ‘철강 이상 100년 기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길목에 있다. 신임 회장은 50년을 넘어 100년을 향해 가는 포스코의 길목에서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이제 막 부여 받았다. With POSCO는 고객과 사회와 함께하는 기업의 가치 비전을 의미한다. 최 회장은 구체적 실행 방법으로 △고객·공급사·협력사 등과 함께하는 비즈니스 위드 포스코 △더 나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소사이어티 위드 포스코 △신뢰와 창의의 기업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피플 위드 포스코 등 3가지로 방향을 잡았다. 이의 실천을 위해 임직원의 노력도 당부했다. 그의 경영 이념은 전임 권오준 회장이 꾸준히 강조해 온 ‘100년 기업 포스코’라는 비전 위에 공존과 공생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부여한 것으로 보여 더욱 의미가 있어 보인다. 포스코의 50년 역사는 한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한 시련의 역사였다. 태동부터 국민과 함께 시작했으며 그 어느 기업보다 한국경제 성장을 앞장서 견인한 기업이다. 그 결과 조강량 세계 5위, 매출 60조 원이라는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으로 성장했다.신임 최 회장의 ‘With POSCO’는 기업의 역사성과도 일치하지만 시대의 흐름과도 잘 맞는 개념이다. 최 회장은 50년 포스코 역사에서 최초의 비(非)엔지니어 출신 CEO다. 주로 서울대 출신의 철강부문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전임 회장과는 다른 이력이란 점에서 내부의 기대도 과거와는 다르다.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선임은 철강기업을 넘어 철강 그 이상의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포스코에 적합한 리더라는 평가도 나왔다. 철강분야 이외에 다양한 직책을 경험한 것과 그룹 내 주력 신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소재업체인 포스코 켐텍 사장으로 근무한 경력 등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그러나 지금 포스코는 미국, EU 등과 한국산 철강을 둘러싼 통상마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등 수많은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철강분야 뿐 아니라 신사업과 관련한 개혁적 조치들도 실행에 옮겨야 하는 등 기업의 규모에 걸맞게 산적한 과제는 많다.최 회장이 직접 챙겨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지만 못할 것도 또한 없다. 특히 더불어 함께 한다는 ‘With POSCO’의 정신을 살려나간다면 더 많은 성과와 결과를 가질 것이라 믿는다.본사가 있는 포항으로서는 최 회장을 중심으로 포스코가 세계 최고 철강기업으로 거듭 성장하길 염원한다. 특히 ‘With POSCO’의 정신이 지역민과 함께 공유된다면 상생의 길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포항은 세계 최고 철강의 도시라는 명예에 자긍심이 있는 곳이다.

2018-07-31

전기요금 누진제, 폭염 재난에는 일시 폐지 마땅

전국적으로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대구와 포항지역민들은 보름이 넘는 열대야에 잠 못 드는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전기료 폭탄에 대한 우려가 깊다. 찜통더위 속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국민들 사이에 폭염 재난이 지속되고 있는 기간에는 전기료 누진제를 일시 폐지하는 등 정부의 현실적 폭염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년 만에 혹독한 무더위가 덮쳤던 지난 2016년 정부는 6단계인 전기요금 누진체계를 3단계로 개편했다. 이에 따라 1단계와 최상위단계의 누진율은 11.7배에서 3배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올해 한낮 최고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기요금 부담이 또 다시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29일 현재 청와대에 등록된 누진제 폐지 청원 건수는 331건에 달한다.실제로 사상 최악의 폭염 탓에 통상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그 해 겨울철 최대전력수요를 넘어서는 시점도 훨씬 앞당겨졌다.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던 2016년에는 여름 최대전력수요가 겨울철 기록(1월21일 8천297만㎾)를 갱신한 시점이 8월8일(8천370만㎾)이었지만, 올해는 지난 2월6일의 최대 전력수요(8천824만㎾)를 지난 23일(9천70만㎾) 일찌감치 뛰어 넘었다. 이는 2년 전보다 무려 16일이나 빠른 기록이다.이날 최대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인 9천만kW를 넘어서면서 2년 만에 또다시 전기요금 폭탄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전기료 사용량 증가는 장기간 폭염 기승으로 에어컨 등 냉방기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사상초유의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은 온열병 사고도 두렵고, 누진 전기료도 무서운 이중고에 빠져 있다.전기소비 절약을 유도하고 저소득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적용하고 있는 징벌적 성격의 전기요금 누진제 운용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여름철에 한해 누진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발의예고하는 등 혹서기 누진제 폐지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현행 전기료 체계를 변경하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다. 그러나 인류의 쾌적한 삶을 점차 위협하고 있는 자연재해인 폭염에 대한 대응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폭염도 재난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폭염 관련법 개정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폭염을 예기치 않은 재난으로 분명하게 인식한다면 그에 맞는 정부의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 일단 전기료 누진제 일시폐지 조치로 국민들의 근심을 덜어주는 것이 마땅한 조치일 것이다. 에어컨을 켜고 끄는 일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문제가 됐다.

2018-07-31

靑 지역정책 관련 비서관실 통폐합 괜찮은가

청와대가 지역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을 자치발전비서관으로 통폐합하고,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하는 내용의 청와대 조직개편안을 단행했다. 청와대에선 상충될 소지가 있는 두 기능을 유기적으로 강화하고자 통합했다는 입장이나 정부의 지역정책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 할 일이 태산인 지역발전 정책에 소홀함이 없도록 빈틈없는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2개월여 만에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을 자치발전비서관으로 통폐합하고,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하는 등 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 등 3실장과 그 산하 12개 수석 및 49개 비서관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그동안 균형발전비서관이 중앙부처의 예산 등을 교부금 형태로 (지방정부에) 공급하는 일을 해 왔는데, 중앙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 일하다 보니 자치분권비서관과 상충하는 일이 잦았다”며 “두 기능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려는 것이며, 행정관의 수나 조직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합쳐졌다”이라고 말했다. 상충될 소지가 있는 두 기능을 유기적으로 강화하고자 통합했으며, 조직규모를 유지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그러나 김 대변인의 설명에 포함된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의 충돌’ 이야기가 많은 뒷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방분권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육동일 자치분권위 위원인 충남대 교수는 우선 “지방분권은 지방이 주도하고 균형발전은 중앙이 주도한 것이라서 상충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육 교수는 “자치분권은 권력과 기능을 배분하는 것이고, 균형발전은 인적·물적 자원을 균형 있게 배분하는 것”이라면서 “둘 다 공급자인 중앙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인 지방이 주체가 돼야한다”고 주장했다.그러잖아도 문재인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팥소 없는 찐빵’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역정책 관련 청와대비서관실마저 통폐합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현 정부 들어 추진 가능성이 기대됐던 수도권 소재 122개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 이전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범정부 재정분권 태스크포스’가 애초 올 2월 말로 예고했던 획기적인 재정분권 방안은 정부 부처 간 이견에 막혀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국정 컨트롤타워인 비서관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지역 정책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청와대는 ‘문제가 없다’는 수준의 해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발전 숙원들을 하루빨리 해결함으로써 진정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2018-07-30

대구 수돗물 파동을 바라보는 환경부 장관의 안일함

대구시민은 수질과 관련해서는 다른 지역민 보다 다소 예민하다. 1991년 낙동강 페놀사태 이후 낙동강 수계에서 여러 차례 수질사고가 발생하면서 대구시민은 먹는 물에 대한 불안감을 지금까지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낙동강 수계에서 발암 성분인 과불화화합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지자 대구시내는 생수 사재기 소동이 벌어졌다. 마트 등에는 생수를 사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평소보다 5-6배나 많은 생수가 팔려나갔다. 대구시가 취수원을 낙동강 상류로 옮기려 하는 것도 낙동강 수계에서 발생하는 수질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시민의 먹는 물 걱정을 덜자는데 있다.가정에서 먹는 수돗물에서 이와 같은 인체 유해물질이 자주 검출된다면 대구시민뿐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먹는 물에 대한 불신감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질문제와 관련한 정부 태도는 자못 신중하고 엄중해야 하는 것이다. 낙동강 취수원 이전문제로 대구시와 구미시가 양보 없이 맞서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이유도 ‘먹는 물’의 중요성 때문이다.취수원 이전의 이해가 서로 다른 두 자치단체가 합의해 해결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정부가 개입해 객관적이고 합당한 대안으로 중재를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정부의 물 관리 주무 부처인 환경부 김은경 장관의 국회 발언이 구설수에 올랐다. 대구 취수원 이전과 낙동강 수질사고와 관련한 국회답변에서 김 장관은 물 파동의 당사자인 지역민의 입장을 고려한 신중함보다 정책의 편의성에 치중한 발언만 쏟아내 비난을 받았다.특히 10년 이상 끌어온 취수원 이전문제에 대해 “합리성이 부족하다”, “정수해 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등 식수 불안감으로 오랫동안 견뎌온 지역민의 고초는 도외시 하고 주무부처 의견만 내놓는 듯한 발언을 해 듣는 귀를 의심케 했다. 설사 정책이 맞더라도 국민의 아픔을 먼저 달래주는 것이 순서다.대통령에 대한 보고와 관련해서도 사안의 중대성이 없어 안했다는 것이 요지다. 대구시민이 수돗물 파동으로 몇 날을 생수 사재기 파동을 겪어도 사안이 별거 아니라서 장관은 안왔다는 것이다. 먹는 물 불안으로 발을 동동 굴리는 시민을 안심시켜 줄 장관의 대구행차는 최소한의 예의다.주무장관으로서 정책적 판단과 소신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관련한 문제에 관해서 정책만 따진다면 장관의 임무를 망각한 행동이다.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고충과 아픔을 헤아리는 자상함이 있어야 정부정책에 대한 믿음도 생긴다. 대구시민이 생수를 사느라 난리를 부리는데도 주무장관이 별것 아닌 양 생각했다면 장관으로써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구시가 정수 방법을 찾아라는 것도 대구시의 문제니 대구가 알아서 하라는 투로 들린다. 혹시 지방의 문제라서 가볍게 보고 하는 말은 아닌지 궁금하다.

2018-07-30

폭염 장기화에 늘어나는 피해, 특단 대책 있어야

2주째 이어지는 살인적 폭염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비 소식도 당분간 없다. 제12호 태풍 종다리도 독도 동쪽 약 120km 지점을 통과할 것이라 하니 태풍이 한반도의 폭염을 식혀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대구·경북은 15일째 폭염특보가 계속되면서 각종 폭염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온열환자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늘어난다. 가축 폐사와 양식장의 피해도 잇따른다. 농작물은 이미 열매가 썩고 잎이 마르는 등의 피해가 경북도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덩달아 농심도 타들어가 농민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동해안 양식 어가들도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다. 올해도 작년처럼 고수온이 닥치면 집단폐사와 같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안절부절이다. 찜통더위지만 어민들은 바닷물 온도변화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바닷물 온도가 올라가지 않길 바랄뿐 뾰쪽한 대책도 없다. 지난해 대량 집단폐사를 경험했으면서도 대부분의 어가들이 예산이 없어 시설개체 등의 대책을 세우지 못해 더 안타깝다. 포항시의 경우 지난해 양식어장 폐사 사태 이후 시설을 개선한 어가는 고작 6곳뿐이다. 현재 동해안 해수온도는 포항 26도 등으로 ‘관심단계’에 있다. 해수온도가 28도 이상인 상태가 3일간 지속되면 고수온 경보가 발령하게 된다. 지구 온난화로 해마다 지금과 같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면 정부차원의 고수온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경북도내 농촌지역은 이미 고온과 강한 직사광선으로 열매가 데이는 일소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안동, 포항, 영양 등지에서는 수확기에 비해 굵기가 절반 수준인 사과 열매가 벌써 갈색으로 변하는 등 일소현상 피해농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영주의 인삼과 의성의 자두, 포도 등도 강한 햇빛으로 인해 잎이 마르고 열매가 썩는 현상이 나타나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고 한다.농민들은 “지금과 같은 폭염이 지속된다면 농가들은 재난 수준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이 피해를 농민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판”이라며 정부차원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각 지자체마다 농가 피해 최소화를 위해 홍보전단 배부 등 지도에 나서나 실효가 얼마나 있을지 미지수다. 경북도도 재해대책 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폭염이 자연재난으로 인정되지 않고, 이로 인한 피해가 공식적으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어 사후 수습책 마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관계기관이 좀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 농어민의 피해를 살펴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선진국은 이미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하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최악의 폭염 피해를 농어민이나 지자체에 맡기는 것은 마땅치 않다. 정부의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

2018-07-27

대체복무제, ‘악용’ 허점 추호도 남겨선 안 돼

형평성 문제로 오랜 세월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켜온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가 오는 2020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병무청은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헌법재판소(헌재)의 불합치 결정 이후 대체복무 도입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남북이 총부리를 맞대고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에서 ‘국방의 의무’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 정치권은 추호도 악용할 허점이 없는 완벽한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병무청은 “현역병과의 형평성 고려, 복무 기간·형태 등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공청회 등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반영하고 국회 등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정부 입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병무청은 “국민이 공감하고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심사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며 “재판계류자 989명(6월 기준)에 대해서는 법원 판결에 따라 조치하고, 양심적 병역기피자 22명의 명단 공개는 중지했다”고 덧붙였다.구체적으로 국방부는 올해 말까지 대체복무의 복무분야, 합숙 여부, 복무 기간, 심사주체, 예비군 대체복무 등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병역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신청자 심사, 복무기관 지정 등 시행 준비를 마칠 예정이다.헌재는 지난 6월 28일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낸 헌법소원에 대체복무제를 적시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가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는 일부위헌 판결을 내렸다. “양심이 법질서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권리는 될 수 없다”던 2004년 헌재의 논리와 대비되는 판결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내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를 포함한 병역법 개정안을 입법해야 한다.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가 특혜나 다름없다는 기존 여론은 아직 건재하다. 병역거부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한국교회언론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설문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은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양심적’이라는 표현마저도 지속적인 논란의 대상이다. 군인으로서 의무를 다한 사람은 양심이 없어서 ‘살인기술’을 연마했느냐는 반론이 성성하다.대체복무 시행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야 할 ‘의무’를 선택이 가능하도록 변화시키는 중대한 혁명이다. 자칫 잘못 설정했다가는 국민의 심리적 ‘국방’이 무너져 국가의 존폐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는 엄중한 변화다.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국방의 의무를 거부하는 대가가 결코 만만해서는 안 된다. 대체복무의 내용이 가혹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강해야 여론은 비로소 ‘공평한 국가제도’로 인정할 것이다. 한 치도 허술해서는 안 된다.

2018-07-27

한국당 ‘김병준 혁신비대위’ 출범에 거는 기대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김 위원장은 대구·경북(TK) 출신 인사를 포함해 초·재선의원 4명·외부인사 5명(김 위원장 포함)으로 구성된 9명의 비대위원 명단을 발표하고 혁신 대장정에 나섰다. 김병준 비대위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당이 그 동안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해온 요소들부터 남김없이 찾아내어 깊숙하게 도려내야 한다. 고질적인 계파싸움을 극복하여 새로운 ’개혁적 보수’의 지평을 열어가길 기대한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가치를 세우고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많이 생각했다”고 비대위원 지명 기준을 밝혔다. 그가 내세우고 있는 새로운 가치에 대해선 “국가주의 문화를 단절해야 한다”며 “그간 한국당은 안보제일주의 철학에 매여 있거나 조국 근대화 이미지를 갖고 역사 발전에 따른 새 가치를 점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르고 버리지 못할 때는 새로 세워서 통합의 길을 여는 게 할 일”이라며 “한국당에서 계파, 계열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김성태 원내대표도 “위원들이 굉장히 젊은 인사로 당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 동력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며 “비대위가 거친 파도를 헤치고 순항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비대위 인선발표에 대해 일단 당내 반발은 감지되지 않아 다행이다. 비박계와 복당파 의원들은 “크게 무리 없는 인사”라고 평했고, 친박계 의원들은 “일단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그 동안 나락에 빠진 당을 구해내기 위해서 꾸려진 여야정당들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영락없이 일방적 ‘인적청산’ 쇼를 벌여 민심에 접근했다. 그러나 김병준 위원장은 다른 종류의 접근을 꿈꾸고 있다. 새로운 비전과 가치로 무장된 새 집을 짓고 그 집에 맞지 않는 인재들을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수순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김병준을 지켜줄 다른 세력은 없다. 오직 혁신의 대의명분만이 그를 보호해줄 것이다. 실용성, 유연성이 그 본질인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중심에 놓고 새로운 이념좌표부터 정밀하게 설정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실사구시(實事求是)로 무장한 실용주의 정책전문가라는 사실이 기대를 충만하게 한다. 실용주의야말로 검증되지 않은 어설픈 ‘소득주도 성장’ 가설과 ‘정치보복 심리’에 발목잡혀 끈질기게 남탓만 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가장 효과적인 견제논리를 창출할 수 있는 이념줄기다. 김병준 혁신비대위는 한국 보수 회생의 마지막 기회다. 역사를 잘못 읽어서 국정을 망친 전 정권의 몹쓸 유산들을 제대로 정리하고, 국민들을 감동시킬 새로운 정치비전을 일궈냄으로써 처참하게 부러진 한국정치의 오른쪽 날개를 완치해내기를 소망한다.

2018-07-26

경북 제2청사 갈등, 발전적 논의로 풀어야

포항에 경북도 제2청사를 설립하겠다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계획이 경북 북부권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이 지사는 동해안권 도민을 위해 환동해지역본부를 동부청사로 승격시켜 조직과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취임 후에도 경북 포항시 환동해본부를 찾아 부지사급 1명을 상주시키고, 매주 수요일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주요 정책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현재 환동해본부의 청사도 지금보다 두 배나 넓혀 새로이 건립할 뜻도 비쳤다.인구 50만의 포항을 포함한 경북 동해안권은 경북 인구의 3분 1 정도가 살고 있는 곳으로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경북의 요충지다. 또 앞으로 환동해시대를 맞아 북방정책의 거점 역할과 정부의 북방정책을 지원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낼 지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그러나 이 지사가 취임 후 곧바로 보인 동해권에 대한 행보와 정책은 다소 성급한 느낌이 없지 않다. 물론 도지사 선거의 주요 공약이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서둘러야 할 이유도 분명 있다. 그럴수록 형평과 균형에 무게를 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환동해본부의 이전에 따른 행정력 낭비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자리를 잡은지 불과 5개월 만에 또다시 이전지를 물색해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경북도의회 김대일 의원(안동)은 임시회 자유발언을 통해 “제2청사가 필요하면 청사건립 필요성에 대한 전문 연구를 선행, 도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의회와도 충분히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경북도청이 북부권에 위치해 동해안 주민들의 민원처리 등에 불편함이 있으나 이를 해결하는 방법 등은 김 의원의 지적처럼 민주적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옳다.안동시 의회도 이 지사의 제2청사 이전 추진에 대해 “도민의 분열을 조장한다”며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북 북부 내륙권 중심으로 경북도 제2청사 설립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반대로 포항 등 동해권 주민들은 이 지사의 제2청사 설립 약속이 당초 기대 미치지 못한다며 오히려 불만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야말로 경북 내륙권과 동해권간의 갈등이 시작될 듯한 분위기다. 경북도도 수습에 나서 제2청사 설립은 기능적 보강이 필요한 부분과 역할 강화에 중점을 뒀다고 해명하는 모양이다. 규모도 신규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본청에 비해 매우 작은 수준이라고 했다.무엇보다 이 문제는 누구 일방의 주장으로 끌려가는 안 된다. “제2청사가 포항에 들어서면 도청 신도시는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는 등 극한적 가정은 곤란하다. 양 지역이 상생하는 발전적 차원에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그 방법은 주민과 소통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북도 제2청사 논란이 과거 웅도 경북의 위상을 찾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2018-07-26

포항지진 원인 규명, 산자부 배제가 옳다

지난해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이 지열발전소가 원인이 된 유발지진이라는 주장을 두고 원인규명에 대한 논란이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포항북)과 포항지역 전문가가 중심이 된 11·15 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한동대 정상모·안경모 교수)은 23일 국회에서 지진원인 연구중간보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단체는 “그동안 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된 포항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에 있다는 학계 주장에도 산자부는 관련업계 주장만 되풀이한다”며 보다 공정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포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지진이 있다면 당연히 정확하고 엄격한 연구검토가 있어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의혹이 제기되어선 곤란하다. 포항지진도 같은 논리다. 포항은 피해 규모가 컸고 그로 인한 주민의 심리적 타격 또한 심대했다. 그래서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피해지역 주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옳고 상식적이다.그런데도 지역주민 의견은 배격하고, 문제의 원인이 된 지열발전 사업을 주관한 산자부와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이 주축이 돼 지진 발생 원인규명에 나서겠다는 것은 스스로가 공정성을 포기한 행위다. 오히려 피해주민을 얕잡아 보았거나 우롱하는 태도라 볼 수 밖에 없다. 김정재 의원의 말처럼 “피의자에게 수사를 맡기는 격”이라 말할 수 있다.김 의원은 정부의 합동조사단 구성에 앞서 국제적 유발지진 전문가를 합류시켜 공신력을 높여줄 것을 당부했으나 소관부처인 산자부가 맡으면서 무산됐다고 말했다.포항지역 전문가로 구성된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의 문제 제기에 앞서 김광희 교수(부산대)와 이진한 교수(고려대)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유체주입으로 생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크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바 있다. 이 논문은 연관성의 근거로 △포항지진의 전진과 본진의 발생 위치가 시추공의 위치가 거의 일치 △2016~2017년 물 주입이 있을 때 규모2.0 이상 지진이 자주 발생한 것과 시추 완공 전인 2012~2015년에는 이 지역에서 지진이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었다.이런 사실을 알고도 산자부는 원인규명에 대한 객관성을 가질 의도가 전혀 없어 보여 걱정이다. 포항지역 단체는 산자부의 이런 태도를 보고 행여 포항지진 원인을 왜곡할까 우려하고 있다.과거에도 산자부는 포항지진 발생 전 발전소 인근에서 2.0 이상 지진이 63회나 발생했는 데도 은폐했다. 책임소재를 의식한 태도로 보인다.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양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안타깝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열발전으로 인한 원인 규명에 나서면서 지열발전소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하루 빨리 산자부는 손을 떼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원인 규명이 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도이다.

2018-07-25

수상해진 북한… ‘대북제재’에 작은 구멍도 안 된다

북한이 수상해졌다. 한반도를 비롯해 전 세계가 들떴던 판문점의 봄, 북한비핵화의 꿈은 한낱 물거품이 될 위태로움마저 감지되고 있다. 북미 간 비핵화협상은 교착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는 가운데 끼여서 묘수를 찾지 못해 답답해하는 모습이다. 이 시점에 남북교류를 명분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전선에 구멍을 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지금이야말로 초당적 심모원려(深謀遠慮)로 위태로운 변전을 막아내야 할 때다. 북한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개인논평을 통해 ‘주제 넘는 발언’ ‘무례무도한 궤설’ ‘쓸데없는 훈시질’이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다. 비슷한 시기에 여권 인사들은 ‘김정은 찬양’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노무현 정부의 장관 출신인 유시민 작가, 이낙연 국무총리,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이 앞 다투어 나서서 ‘김정은 칭찬’을 늘어놓았다.작년 10월 제3국 선박 두 척이 북한산 석탄 9천156t을 국내에 반입한 의혹도 제기됐다. 청와대와 정부는 내용을 보고받고도 4개월 넘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유엔 안보리이사국 대상 공동 비공개 브리핑에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조치 전까지 대북제재는 유지된다”면서도 ‘일시적 대북제재 면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앞뒤 안 맞는 논리를 펼쳤다.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는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유엔군 사령관의 발언은 모골을 송연케 한다. 브룩스 사령관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에 보낸 영상기조연설에서 “북한이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생산 능력은 아직 그대로”라고 증언했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탄) 개발을 막았다고 희희낙락할 동안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굳어져가고 있다. 이 상태에서 ‘종전선선’과 ‘평화조약’체결로 가면 한국은 ‘게도 놓치고 구럭도 잃는’ 딱한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 ‘비핵화’를 질질 끌어서 남한의 안보·국방을 무력화시키려는 북한의 계략에 완전히 말려들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는 노릇이다.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강석호(영양·영덕·울진·봉화) 위원장은 23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비핵화를 위한 유일한 조치가 국제사회 공조를 통한 제재인데, 북한도발로 피해를 받은 최대 피해자인 대한민국이 앞장서서 위반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깊이 헤아리고 멀리 내다보는 대북정책, 냉정하고 지혜로운 대북협상이 더없이 절실해지고 있다. 북핵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한반도 평화’는 결코 오지 않는다.

2018-07-25

문 정부의 지방분권 의지 후퇴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력한 지방분권 정책을 펴겠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8월 17일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최소한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그리고 국민 기본권 확대를 위한 개헌에는 우리가 합의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 개헌 이전이라도 현행법 체계 속에서 할 수 있는 지방자치분권 강화 조치들을 정부 스스로가 노력해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문 대통령은 같은 달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리고 “내년에 헌법 개정할 때 헌법에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들과 제2 국무회의를 신설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문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인 같은 해 2월 세종시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선언 13주년’ 기념식에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로 참석해서도 이와 관련한 발언들을 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추진해 온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더 나아가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과 관련해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강력한” 그리고 “미국의 연방제에 버금가는” 등으로 지방분권만큼은 반드시 실천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취임 후 그의 이런 발언에도 이와 관련해 실질적인 진전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지난 3월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도 지방분권 내용은 되레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당의 반대로 국회통과까지는 가지 않았으나 대통령의 발의안이라는 점에서 문 정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시민단체는 문 대통령의 평소 소신에 비해 크게 후퇴한 안으로 평가했다. 물론 지방정부나 지방분권국가 등과 같은 화려한 수식어는 등장했으나 실제로 이양된 것은 없었다는 게 시민단체의 평가다. 지방분권 개헌 국민행동은 “현행 헌법보다 지방의 입법권을 훨씬 더 제한했다”며 “시대에 역행하는 대통령 발의안의 국회통과를 반대한다”고 했다. 지방분권의 본질적 목적은 국가가 권력을 지방에 이양하는 데 있다. 문 대통령의 언급한 강력한 지방분권이 이처럼 후퇴하게 된 배경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방분권 정책이 뒷걸음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은 날로 높아진다.최근 청와대가 지방분권업무를 담당하는 비서관 자리를 장기간 공석으로 비워두고 심지어 통폐합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런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청와대내 지방분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자치분권 비서관실과 균형발전 비서관실 두 군데뿐인데 그나마 실무자 3~4명이 공석이고 조직개편을 앞두고 통폐합을 검토한다니 중앙정부의 눈에는 지방은 아예 없는 모양이다. 문 대통령이 지방분권 정책을 직접 챙기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

2018-07-24

신용카드 수수료율 차별화·합리화 추진 환영

신용카드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을 0% 초반대로 낮추는 방안이 도입된다. 예산은 정부가 지원한다. 금융위원회는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감소 등으로 타격을 입은 영세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 종합개편 방안을 마련 중이다. 도무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장기불황과 최저임금 부담 등으로 궁지에 몰린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이 같은 조치를 일단 환영해마지 않는다. 현행 카드수수료율은 매출 5억 원 이상 일반 가맹점은 2% 안팎, 매출 3억∼5억 원 중소가맹점은 1.3%, 매출 3억 원 이하인 영세가맹점은 0.8%다.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려면 예산·세법 개정을 수반하는 사안인 만큼 올해 4분기에 방향을 잡고 내년에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영세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으로서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세워 예산 당국을 설득할 예정이다.신용카드사와 사용자가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신용카드 결제 확대로 편의를 누리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비용은 내지 않는다는 논리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가맹점이 내는 이른바 ‘적격비용’ 중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마케팅 비용을 카드사가 분담하는 방안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카드사들은 늘어난 비용을 카드 연회비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서 소비자들의 저항이 우려되는 대목이다.금융위는 또 현재 2% 안팎인 일반 가맹점 수수료를 내고 있는 G마켓이나 11번가 등 오픈마켓의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도 내년부터 우대수수료율(중소가맹점은 1.3%, 영세가맹점 0.8%)을 적용하기로 했다. 신용카드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별화·합리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제오늘의 이슈가 아니다. 카드결제 방식이 국민들의 소비행태의 주류가 된 현실에서 영세업자들에게 카드수수료는 큰 부담이다.금융위의 개선방안이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혹독한 불황 속에서 쓰러져가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이런 정도의 조치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소상공인 지원이 대부분 카드수수료 인하, 상가임대료 인상억제 등 비용절감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코끼리 장사꾼’에게 카드수수료는 별 부담이 아닐 수 있지만 ‘병아리 장사꾼’에게 똑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에 맞는 운임체계가 아니다.카드수수료율 인하 도입 추진을 계기로 정부는 생존위기에 몰린 영세 소상공업자들의 앞길을 열어줄 묘안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도무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경기를 살려낼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신실한 의지라도 좀 보여주기를 신신당부한다.

2018-07-24

순직 장병에 대해 국가는 더 진중해야 한다

지난 17일 포항에서 발생한 해병대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장병에 대한 영결식이 오늘 해병대장으로 치러진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민에 대한 국가의 예우 품위는 그 나라의 수준을 대변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사고발생 이후 청와대와 국방부 등 정부당국이 보여준 자세를 보면, 우리나라가 어떤 수준인지 의심스럽다. 유가족들의 가슴에 앙금을 남기는 이런 소홀을 언제까지 목도해야 하나 걱정스럽다. 마린온 헬기 사고 장면은 볼수록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륙하는가 싶더니 이내 프로펠러가 통째로 떨어져 나가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조악한 장난감 헬리콥터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동체는 처참하게 불에 탔다. 화염 속에서 마흔다섯 살 중령부터 스무 살 상병까지 해병대 장병 다섯이 속절없이 희생됐다. 결코 그렇게 허망하게 산화해도 될 인재들이 아니었다.사고가 난 이후 정부가 보여준 언행은 가없는 고통 속에 울부짖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가슴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결코 아니었다. 청와대 대변인은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보다도 사고 헬기 모체가 된 “수리온 헬기 성능이 세계 최고”라는 내용을 발표해 어리둥절하게 했다. 대통령은 여론이 악화한 뒤에야 애도를 표했다. 청와대 눈치만 보던 국방부가 그제야 따라 했다.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유족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의전 등이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것 아니겠나”는 답변으로 유족들을 모욕해 분노를 폭발시켰다. 숯덩이처럼 타버린 남편과 아들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어 오열하는 유족들의 참담한 심사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읽고 있는가.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델라웨어주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군 전사자 귀환식에 참석하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한다. 해외에서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단 한 구라도 예외없이 고국으로 송환해가려는 미국정부의 노력과 참전용사에 대한 미국인들의 진심어린 존경 풍토는 세계 최강의 나라 미국을 일구고 지키는 진정한 원동력이다.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나라를 지키다가 순직한 장병에 대한 예우를 놓고 건듯하면 온갖 사회적 논란이 일곤 하는 나라가 어떻게 건강한 국가일 것인가. 국방장관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물의를 사과하면서 이해를 구하고 장례절차를 합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가는 순직한 장병에 대해 좀 더 진중해야 한다. 유가족들이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라를 위해 헌신할 가치를 입증하는 일은 오직 국가의 몫이요 정부의 으뜸 존재이유 중 하나다.

2018-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