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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6만 포항 여성 최대 문화축제 한마당

포항 여성들의 최대 문화축제의 장인 ‘제21회 세오녀문화제’가 오는 5일 문화예술회관에서 1천20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화려하게 펼쳐진다.세오녀문화제는 포항시가 주최하고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회장 박해자)가 주관해 양성평등주간(매년 7월 1~7일)을 기념해 26만 포항여성의 역량을 결집하는 장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성(性)평등 문화확산을 도모하고자 개최하는 브랜드 행사다. 올해 세오녀문화제는 ‘새로운 포항의 빛! 양성평등과 함께’라는 슬로건으로 시민들이 함께 실천해야 할 생활 속 양성평등 의식 개선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함께 하는 자리로 준비했다. 특히 양성평등 염원을 담은 영상물 상영, 양성평등 디자인 공모 작품 전시회, 일가정 양립 캘로그래피 게릴라 홍보, 화합을 노래하는 세오녀 대합창과 카드섹션 공연 등 모든 영역에서 함께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고 일상에서 성평등을 실천을 다짐하는 화합의 장을 펼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는 포항시가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로 재지정 받은 뜻깊은 해인만큼 제23회양성평등주간기념식에 여성친화도시를 주제로 양성평등발전유공자를 시상하는 한편 △지역여성 예술인작품전시회 한국전통차시음회 △포스텍부인회(유화반) 미우회 전시회 △여성창업현장학습 프리마켓 △‘아이는 포항의 미래다’출산장려 홍보 △세상을 바꾸는 오색빛 여성친화도시 포항알리기 △잡(Job)아라.취업을! 높女라,여성을! 여성취업상담 △폭력없는 안전하고 행복한 포항 만들기 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다. 박해자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장은 “2018년은 양성평등의 염원을 담은 사례 위주 영상물을 심도있게 제작해 시민 모두가 양성평등문화 확산에 동참하고, 아름다운 화음으로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화합의 축제가 될 것”이라며 “우리 여성들이 주축이 돼 포항시를 지탱하는 든든한 뿌리로 자리매김해 행복한 삶이란 열매와 꽃을 피우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7-03

포항문화재단 ‘통통한 육거리’ 성료

(재)포항문화재단이 지난달 30일 포항 중앙로 일원에서 구도심지역 활성화와 지난해 11·15 포항지진 피해주민들을 위로하고자 개최한‘通通(통통)한 육거리, 문화보건소’가 성황리에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2018 문화가 있는 날 지역특화프로그램 지원 사업’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생활·환경·문화를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도록 공연, 전시, 상담 등 종합형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진행돼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희망과 치유’를 주제로 심리상담 프로그램과 미디어아트 전시, 공연, 예술공방 체험 및 아트마켓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져 700여 명의 시민이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포항시 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마련한 심리상담소 ‘문화보건소 심통약국’은 전문 상담사가 정신건강에 대한 자가진단 및 고민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색상을 토대로 색색의 젤리를 실제 약처럼 처방해 인기를 끌었다. 또한 심리 안정에 도움을 주는 아로마테라피를 통해 나만의 맞춤형 룸스프레이 및 향수만들기 무료 체험은 시민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특히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흥해라·흥해라’전은 지진피해 지역인 흥해 주민들과 한동대 학생들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 작품 전시로서, 직간접적으로 지진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었던 포항시민들에게 재난 후 일상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공감을 이끌어 냈다. /윤희정기자

2018-07-03

대구시향 마스터즈 시리즈 2 지휘자 최희준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 선사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오는 13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제446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대구시향 마스터즈 시리즈 2번째 무대로 전주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 지휘자인 최희준(45)이 지휘봉을 잡는다. 최희준 지휘자는 2003년 독일 전 음악대학 지휘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음악에 대한 깊은 성찰과 분석으로 학구적인 음악을 들려준다는 평가를 받는다.전반부는 독일 낭만음악을 대표하는 슈만의 낭만적 음악인‘첼로협주곡 가단조’로 꾸민다. 슈만의 ‘첼로 협주곡’은 3대 첼로 협주곡 중 하나로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인 카잘스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더없이 탁월하다”라고 평했을 만큼 슈만의 음악적 어법의 정수를 보여준다. 외면적으로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독주부와 관현악부가 일체가 돼 슈만 특유의 시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분위기가 특징이다.경북대 음대 교수인 첼리스트 김호정이 협연해 3개 악장을 중단 없이 들려준다. 김호정은 엄격하게 곡을 해석하면서 호소력 짙은 연주를 하는 첼리스트로 정평이 나 있다.후반부에는 독일 후기 낭만주의 대표 작곡가이자 기존 교향곡의 틀을 깬 혁신의 음악가로 평가되는 말러의 ‘교향곡 제1번 라장조 거인’을 연주한다. 대규모 편성의 웅장한 스케일과 화려한 선율로 관객을 압도하는 대곡이다. 연주시간이 50분에 이르는 이 곡은 말러가 28세에 작곡한 야심찬 교향곡으로 강인한 의지와 끈질긴 생명력으로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을 형상화했으며 웅장한 선율과 역동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표제와는 달리 청춘의 기쁨, 고뇌, 낭만, 삶의 허무 등을 표현한 작품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7-03

‘투란도트’ 8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서 공연

누적 공연 100회를 넘긴 인기 뮤지컬 ‘투란도트’사진가 오는 8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아시아 최고의 뮤지컬 축제인‘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최대의 기대공연 작품이다. 대구시와 딤프가 함께 만들어 2011년 초연한 ‘투란도트’는 올해는 특별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전 세계인에게 친숙한 동명의 오페라를 바다 속 가상세계인 ‘오카케오마레’로 옮겨 재해석한 작품으로, 그동안 대구와 서울뿐 아니라 중국 상하이·하얼빈 등 5개 도시에서 100회 넘게 공연됐다.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와 웅장한 군무,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올해는 동유럽 라이선스 수출을 앞두고 뮤지컬 넘버가 추가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선보인다. 어머니의 원한으로 심장이 차갑게 얼어버린 얼음공주 투란도트 역에는 박소연이,투란도트의 얼어버린 마음을 녹이는 망국의 왕자 칼라프 역에는 이건명·정동하가 번갈아 출연한다.DIMF는 매년 많은 성원을 보내주고 있는 관객들을 위한 특별한 ‘팬사인회’도 마련했다. 뮤지컬 ‘투란도트’의 주연배우를 직접 만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팬사인회는 3,6일 이틀간 열린다.공연시간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7시, 일요일 오후 2시·6시./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7-02

세종솔로이스츠 초청 공연, 6일 대구 웃는얼굴아트센터 청룡홀

세계 정상급 현악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가 대구를 찾는다. (재)달서문화재단 웃는얼굴아트센터는 명 아티스트 시리즈 세 번째 공연으로 세종솔로이스츠 초청 공연을 오는 6일 오후 7시 30분 웃는얼굴아트센터 청룡홀에서 개최한다.세종솔로이스츠는 미국 CNN이 세계 최고의 앙상블 중 하나라고 극찬한 바 있다. 1994년 강 효 줄리어드 음대 교수가 한국을 주축으로 8개국 출신의 최정상 기량의 젊은 연주자들을 초대해 창설한 현악오케스트라로, 카네기홀과 케네디센터 자체 기획공연에 초청받은 유일한 한국 단체이기도 하다.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던 세종솔로이스츠는 전세계 120개 이상의 도시에서 500여 회의 연주를 하면서 ‘빛나는 명연주’, ‘최고 수준의 현악 오케스트라’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세종솔로이스츠의 세레나데’라는 부제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서 세종솔로이스츠는 최정상의 젊은 비르투오소들이 화려한 독주와 협주가 잘 조화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저녁의 음악’ 혹은 ‘연인에게 부르는 사랑의 노래’라는 세레나데의 의미처럼 이번 음악회는 감미로운 멜로디와 낭만이 물씬 풍기는 곡들로 구성돼있다.세종솔로이스츠의 독창성 있는 해석과 응집력 있는 연주로 다양한 세레나데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지원하는 2018년 방방곡고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한편, 웃는얼굴아트센터의 명 아티스트 시리즈는 최정상급의 아티스트를 초청해 완성도 높은 공연을 지역민들에게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의 무대로 꾸며진다. 9월 14일에는 사물놀이의 창시자이자 비나리의 명인인 예인 이광수가 이끄는 ‘2018 신 풍류’가 개최될 예정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7-02

만화로 독서문화 꽃 피웠다

만화로 독서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2018 펀펀만화축제’가 지난달 29, 30일 이틀간 포은중앙도서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포항시가 주최하고 포항시립도서관(관장 송영희)이 주관한 이번 축제엔 3만5천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너와 나의 연결고리, 만화로 하나 되는 우리’라는 주제로 제9의 예술영역인 만화를 통해 시대적 가치와 독서 문화의 다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다채롭게 꾸며져 지역 축제 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축제는 국악앙상블 푸리연의 만화 OST 연주로 개막식을 시작해 ‘프리드로우’의 전선욱 웹툰 작가와 ‘윌유메리미’의 마인드C 작가의 강연 등 이틀 동안 단순한 만화의 재미를 벗어나서 예술적 가치와 문화 접근의 기회를 제공했다.다양한 기획 전시 또한 특색을 이뤘다. 중·장년층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 ‘로보트 태권V’와 김청기 감독이 직접 그린 조선시대로 간 태권V인 ‘엉뚱산수화’가 신선함과 재미를 줬다.또한 아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끈 도티잠뜰VR로 과거와 현재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혜진양 작가가 진행한 이현세 만화교실과 D2황대환 작가의 디오라마 제작교실이 만화에 관심이 많은 중·고등학생들 및 대학생들에게 단연 인기였다.이외에도 뮤지컬 ‘피터래빗’은 어린이들에게 재미와 교훈을 선사했고, 이야기방에 옹기종기모여 만화영화를 보던 아이들은 연신 웃음을 지어보였다.‘태권브이의 아버지’ 김청기 감독의 사인회에선 중·장년들이 자신의 자녀들과 김청기 감독의 사인을 받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또한 각종 유·무료 체험행사와 프리마켓, 캐릭터를 활용한 포토존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가득했고, 먹거리도 한층 강화돼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개막식에서 “도서관은 책을 기본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시민들에게 복합문화센터의 기능을 확산하고 있다. 우리 일상에 재미와 감동을 주고, 시대의 가치와 철학을 담아내는 만화축제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와 지식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7-02

“설머리 먼동과 형산의 노을따라 여기까지 왔습니다”

포항에서 문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동화(65) 시인의 첫 시집 ‘달빛 소리’(좋은땅출판사)가 출간됐다. 신동화 시인은 1980년대 초 포항문학의 출범기에 ‘형산강’ 연작시와 같은 서정성 높은 시들을 발표하며 시인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 저자가 향토 문화를 기반으로 쓴 시들을 수록해 시집을 발표했다.시집은 제1부 ‘형산강, 그 영원한 생명의 젖줄’, 제2부 ‘가을 민들레 하얀 홀씨’, 제3부 ‘바닷소리’, 제4부 ‘인연의 소리’로 구성돼 있다.시인의 ‘형산강 6-살아있는 목숨을 위하여’라는 시를 소개한다.“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이렇게/제복에 묻혀 아침저녁/자전거 페달을 밟으며/강마을 강둑을 달리며/소리 없이 깊이깊이 흐르는 강물을 보네./온통 매캐한 냄새와/거대한 굴뚝마다 쿨럭쿨럭/제철공장 하늘을 덮는 구름덩이/자맥질로 하루해를 보내며/겨울 때 씻던 강은 아니지만/바람이 봄을 몰고 오는 강둑에는/강바람에 강버들 눈이 트고/정말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징용 나가 소식 없는/큰아들 생각만 하시던 할머니/저 강물에 한 줌 재 되어 흐르고/”(이하 생략)이 시는 1980년 대 중반 포항문인협회의 기관지인 ‘포항문학’에 발표된 ‘형산강’ 연작 시 중의 한 편이다.김만수 시인은 신동화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해 “푸근하고 넉넉한 인간미를 바탕으로 지역의 정서와 정신을 절제된 언어의 교직으로 표현해 냈다. 시인의 감각적 사유(思惟)와 미학적(美學的) 감성(感性)이 잘 드러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이 시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음을 본다”고 평했다.저자는 첫 시집을 내면서 “설머리 먼동과 형산(兄山)의 노을 따라 참으로 먼 길을 휘휘 돌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돌아보니 아득하고 눈물겹습니다. 그리운 사람들, 정겹고 따스한 인연들 있어 행복했고 함께한 아름다운 시간들 노을 속에 가만히 붉습니다”고 소감을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6-29

비밀 있으신가요… 비밀에 의해 유지되는 일상

▲ 김인숙 소설가. /문학동네 제공“내게 이 소설들은 시간이다. 지나가는 것, 흘러가는 것. 거기, 멈춰 있는 것. 조용한 문장을 쓰고 싶었으나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 있지 못할 때가 많았다. 혼자 쓰는 글보다 혼자 하는 말이 더 많아졌다. 질문들. 부당한 것에 대해. 여기, 나, 사람들.”김인숙(55) 작가가 신작 소설집 ‘하루의 영원한 밤’(문학동네)을 출간했다.제12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빈집’을 비롯해 표제작과 ‘델마와 루이스’, ‘빈집’, ‘토기박물관’,‘아홉번째 파도’ 등 8편이 담겼다. 올해 등단 35년을 맞은 작가의 원숙한 세계를 보여준다.등단 이후 불안한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방황과 자유에 대한 희구를 그렸던 작가는 이후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작품으로, 개인의 삶을 세밀하게 응시하는 작품으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갱신해왔다.이번 소설집은 삶의 매서운 진실을 묘파해내는 김인숙 소설의 매력을 가장 명징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작가가 새롭게 개척해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지시하고 있다는 평이다.문학평론가 신형철은 “페미니즘 로드무비의 통쾌함과 뜻밖의 스릴러적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최근 김인숙 소설의 특별한 변화”라고 설명했다.표제작 ‘단 하루의 영원한 밤’에는 노쇠해 정신이 점차 혼미해져가는 노교수가 등장한다. 삼십 년 전 어느 하루의 일탈로 제자에게 사생아를 낳게 한 뒤, 제자가 아니라 자신이 받아야 했던 모욕과 평생을 싸워온 그에게 남은 기억은 이제 삼십 년 전 그날 하루뿐이다. “최후의 생존을 위해 남겨놓을 수 있는 만큼만 남겨놓은” 그 기억을 붙든 채 노교수는 희미한 숨을 쉬고 있다. 삶을 감내하다가 결국 스러져가는 노교수를 지켜보는 또다른 제자 ‘그’의 삶에도 창피하고 모욕적인 순간들이 얼룩처럼 묻어 있다. 어느 밤, ‘그’는 자신의 삶과 노교수의 삶을 겹쳐 보기 시작한다. 생의 통증을 느낀 그 밤이 노교수의 마지막 기억처럼 사는 동안 영원히 반복될 것이고, 자신은 그 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으면서.‘델마와 루이스’는 아흔이 가까운 나이의 두 자매가 가출을 감행해 바다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제목에서 보듯 리들리 스콧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리라 짐작해볼 수 있다. 소설은 영화와 달리 두 주인공을 노인으로 설정함으로써 노년의 삶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깨뜨릴 뿐만 아니라, 델마와 루이스가 중년의 식당 여자와 그 여자의 딸을 만나 이뤄내는 여러 세대 여성들 간의 유쾌한 연대를 부각시킨다. 그러나 델마와 루이스의 자식들은 노년의 일탈을 황당해하기만 할 뿐 이들이 왜 가출했는지는 영영 알지 못하고, 소중한 비밀을 간직한 자매의 마지막 여행은 우리에게 뭉클한 여운으로 남는다.‘빈집’은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남편에게 증오심을 느끼곤 하는 한 여자가 그럼에도 삶을 그러안기로 결심하는 결말 뒤에 남편의 충격적인 비밀을 덧붙인다. 여자가 본 남편의 모습은 극히 일부일 뿐이며, 남편이 여자에게 느끼는 감정 또한 사랑만은 아니라는 것. 소설은 한 인간이 품을 수 있는 비밀의 무한성을 독특한 공간으로 형상화하면서 비밀에 의해 일상이 유지되는 역설에 대한 깊은 사유를 보여준다.‘토기박물관’은 영어학원에 같이 다니는 나이든 여성 ‘미라’와 ‘제니’가 어느 오후 우연히 토기박물관의 전시를 관람하게 된다는 단순한 줄거리로 요약되지만, 읽다보면 곧 정밀하게 계산된 구성임을 체감하게 만드는 수작이다. 노년 여성의 가벼운 히스테리처럼 읽고 지나온 문장들이 어느새 사랑과 고독의 증세로 다시 읽히면서, 문장 하나하나가 결말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단서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김인숙 작가는 20살때인 198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받았다. /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8-06-29

포항제일교회의 특별한 장애인 사랑

포항제일교회는 30일 오전 11시 30분 교회 제2예배실과 만나홀에서 ‘2018년 이웃과 함께하는 맥추감사절-시각 장애인과 함께 하는 행복한 동행’을 진행한다.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은 김승길 집사의 사회, 홍순영 목사의 인사 및 축복기도, 축하공연, 선물 전달, 김일근 경북도시각장애인복지관장의 감사인사, 장사익 장로의 식사기도, 만찬과 교제 순으로 이어진다.축하공연은 권원순, 김선주, 박명자, 박성애, 신명수, 이민희, 이상희, 조양순, 최미련, 최현미, 표선분, 허태임 등 12명의 ‘여기에 모인 우리’ ‘바위섬’ 오카리나 합주, 김성혜의 ‘달빛’ 플루트 연주, 김성애·김경아의 플룻·클라리넷 ‘주만 바라 볼찌라’ 이중주, 김경아의 ‘주 나를 일으키시네’ 클라리넷 독주, 이상은·정은령의 ‘섬집아기’ 성악·바이올린 이중주, 정은령의 ‘하늘가는 밝은 길이’ 바이올린 독주 순으로 진행된다. 반주는 이은주가 한다.공연 뒤에는 홍순영 목사가 이재근 가정에 대표로 선물을 전달하고 축복한다. 나머지 선물은 경북도시각장애인복지관에 보내 시각장애인들에게 나눠준다.시각장애인들은 선풍기, 믹서기, 전기포트, 전기후라이팬, 전기면도기 등 5가지 가전제품 중 한 가지를 택하면 된다.시각장애인들은 교회 도우미들의 안내를 받아 식당인 만나홀에서 뷔페를 먹으며 풍성한 교제를 나눈다.이헌석 목사는 “맥추절을 맞아 시각장애인 80명과 보호자 등 130명을 초청해 행복한 동행을 진행한다”며 “시각장애인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늘 사랑하시고 돌보시고 계시는 것을 잊지 말고, 용기를 갖고 사시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포항제일교회의 이웃과 함께 하는 맥추감사절 행사는 2016년 시작됐다. 첫해에는 ‘생명사랑나눔상자 만들기’ 행사를 통해 용흥동을 중심으로 소외된 계층 300명이 여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5만원 상당의 다양한 생필품을 상자에 넣어 전달했다. 교인들은 상자에 물품을 담고 사랑의 편지를 써 넣어 큰 감동을 선사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6-28

포항 교회, 사랑의 음악회로 이웃 돕는다

▲ 전태식 선교사포항지역 교회들이 여름이 본격화되는 7월 사랑의 음악회를 잇달아 열어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포항중섬로교회(담임목사 석성환)는 7월 1일 오후 2시 소외된 이웃과 결핵 환우를 위한 사랑의 음악회를 연다.사랑의 음악회는 다윗과 요나단의 전태식 선교사가 무대에 올라 히트곡과 간증을 들려주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환우들에게 위로와 새 생명의 소망을 심어준다.전 선교사는 ‘당산은 하나님의 사람’ ‘해같이 빛나리’ ‘오늘 이 하루도’ ‘주님여 이 손을’ ‘주님 손잡고 일어서세요’ ‘친구의 고백’ ‘요한의 아들 시몬아’ ‘담대하라’ ‘주를 찬양’ ‘내가 어둠 속에서’ ‘난 예수가 좋다오’ 등을 들려주고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간증한다.황명국·전태식으로 이뤄진 남성듀오 ‘다윗과 요나단’은 1985년 극동방송 주최 제4회 전국복음성가경연대회에서 ‘친구의 고백’으로 특별상을 받고 본격적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며 복음을 전했다.전 선교사는 38년 간 15개의 음반을 내고 9천 여회의 집회와 콘서트를 통해 하나님을 찬양하며 수많은 크리스천들을 변화시켜 왔다.전 선교사는 창원 벧엘교회 협동목사, 극동방송 홍보대사, 사랑의 열매 홍보대사, 국제암환우 복지선교회 홍보대사, 기독교대한감리회 예람교회 파송선교사, 예수찬양선교회 파송선교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한국밀알선교회 심장재단(이사장 이정재)은 7월 1일 오후 2시 포항 동해면 상정교회(담임목사 어정)에서 ‘심장병 어린이를 위한 사랑의 음악회’를 개최한다.음악회는 찬양사역자인 한옥정(온누리교회 집사)이 출연, 찬송가와 CCM, 북한 노래를 들려주며 간증한다.한 집사는 1998년 21세 나이로 탈북해 한국에서 찬양사역을 하고 있다.한 집사는 6살 때부터 북한예술선전대의 가수로 활동했으며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중국으로 간 언니를 찾아 탈북했다.▲ CCM 가수 한옥정한 집사는 “북한 땅을 위해 기도하는 성도들을 보며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동역자들의 기도 덕분인 것 같다”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처럼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탈북민과 열방에 예수님을 잘 전하겠다”고 말했다.한 집사는 KBS ‘아침마당’, ‘스타골든벨’, ‘가요무대’와 MBC ‘기분좋은날’, SBS ‘도전천곡’, CBS ‘새롭게 하소서’, CTS ‘내가 매일 기쁘게’, C채널 ‘힐링 토크’,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등에 출연했다. 또 YTN ‘뉴스인’, TV조선 ‘생생토크’, ‘평양수다’, MBN 뉴스특보 등에서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탈북가수들이 만든 달래음악단의 리더를 지냈으며 전도집회, 통일부 안보강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8-06-28

‘2018 펀펀만화축제’ 신나게 즐길 준비됐나요!

“펀펀만화축제, 진짜 재밌습니다”포항시립도서관(관장 송영희)이 오는 29, 30일 이틀간 포은중앙도서관에서 만화를 소재로 한‘2018 펀펀만화축제’를 개최한다.펀펀만화축제는 만화를 통해 인문학의 가치를 추구하고 시대적 공감과 세대적 소통으로 도서관 문화의 다양화를 추구하기 위해 마련했다.올해 3회째인 축제는 ‘너와 나의 연결고리, 만화로 하나 되는 우리’로 제9의 예술영역인 만화를 통해 시대적 가치와 독서 문화의 다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다채롭게 꾸몄다.29일 오후 2시 30분 국악앙상블 푸리연의 만화 주제음악 연주로 개막식을 시작하며, 오후 3시 ‘프리드로우’의 전선욱 웹툰작가의 초청강연회가 이어진다.‘프리드로우’가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와 ‘인생을 즐겨라!’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30일 오후 2시에는 ‘윌유메리미’, ‘반투명인간’의 저자인 마인드C 작가를 초청해 ‘웹툰작가가 되기까지’를 주제로 강연이 진행된다. 또한 기획 전시로 중·장년 층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로보트 태권V’와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V가 산수화에 녹아든 ‘엉뚱산수화’를 만날 수 있고, 초통령으로 군림 중인 도티와 잠뜰을 VR로 경험할 기회가 제공된다. 한편,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영화 상영 및 중학생을 대상으로 ‘이현세 만화버스’, 고등학생 이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디오라마계에서 유명한 D2 황대환 작가에게 디오라마 제작을 직접 배울 수 있는 체험교실이 준비돼 있고, 이 외에도 만화 관련 체험활동을 다양하게 경험해볼 수 있다.도서관 곳곳에 숨어있는 태권V를 찾으며 도서관을 탐험하기도 하며, 만화골든벨, 코스프레 포토존, 프리마켓, 푸드트럭 등 ‘2018 펀펀만화축제’는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로 가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가족문화축제가 될 예정이다.송영희 시립도서관장은 “‘펀펀만화축제’는 도서관의 다양한 매력을 제대로 경험해 볼 수 있는 행사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웹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독서의 영역을 다양한 디지털 문화로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조용한 도서관을 들썩이게 할 수 있는 이틀을 진심으로 즐겨줬으면 한다”며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랐다. /윤희정기자

2018-06-27

미디어아티스트 임창민 개인전

최근 독창적인 미디어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디어아티스트 임창민 계명대 영상애니메이션과 교수의 개인전이 27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H에서 열린다. 정지화상과 동영상을 결합해 정적인 실내공간을 연출하는 임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 아트 페어에서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그의 작업은 사진과 영상이 하나의 평면 속에 공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즉 장르가 서로 다른 미술이 하나로 결합된 작업이다. 대부분의 화면 속에는 독특하게도 창문이 등장하는데, 이 창문 너머로 다양한 풍경이 드리워져 있다. 실내 풍경은 사진으로, 창문 너머의 풍경은 영상으로 촬영된 형식이다. 따라서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관람객이 초대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와 더불어 푸른빛이 감도는 이미지는 관조와 사색의 여지를 선사한다.현재 갤러리 분도를 중심으로 전시활동을 펼쳐가고 있는 임 작가의 이번 전시에서는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과 그의 대표작을 망라한 미디어 작품, 그리고 사진 작품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임창민 교수는 계명대 미대와 미국 The City University of New York 영상예술대학원 MFA (Media Art Production)와 New York University 대학원 MA(Art in Media)를 졸업했다. 그동안 뉴욕, 상하이, 홍콩, 서울, 대구, 부산 등지에서 20여 회의 개인전과 뉴욕, 두바이, 상하이 등지에서 ‘2018 평창올림픽기념 강원, 더 스토리’, ‘백화점(百畵店)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윤희정기자

2018-06-27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부부란 인연은

▲ 연극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포스터. 경주시립극단은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제115회 정기공연인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를 경주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공연한다.이번 작품은 경주 출신의 작가이자‘차범석 희곡상’수상자 손기호 작가의‘경주 3부작’중 마지막 편이다.그는 경주가 배경이며 등장인물들이 모두 거친 경주 사투리를 쓰는 3부작의 첫번째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에서 핏줄을 나눈 부자관계를 그렸으며, 두번째 작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에서는 서로 혈연이 아님에도 함께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나와 남에 대한 얘기를 그렸다.이번의 소재는 가깝고도 먼 부부 관계다. 단순한 부부관계가 아니라 그 인연을 통한 삶의 얘기다. 손기호 연출의 전작들처럼 이 작품 역시 극의 내용이나 펼쳐보이는 방법이 TV문학관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경주외곽에서 50년을 함께 살아온 한 노부부는 이웃 서면댁 부부와 함께 일상을 보낸다. 어느 날, 이혼을 앞둔 아들이 오랜만에 고향집 찾아와 죽음을 기다리는 자신의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이웃 서면댁 부부의 삶을 마주하게 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인연을 생각하게 된다.이번 공연을 연출한 경주시립극단 김한길 예술감독은 “인연은 우주를 이루는 하나의 섭리이다. 이 작품은 그 거대한 섭리 속에 작고 보잘 것 없는 개인이 서로의 관계와 인연 속에서 서글프도록 아름다운 일상을 사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의 모습을 마주 보게 해 줄 것”이라며 작품의도를 밝혔다.공연 시간 28·29일 오후 7시 30분, 30일 오후 3시. 중학생 이상 입장 가능하며 총 공연시간 110분, 전석 5천원에 입장이 가능하다.관련 정보는 경주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gjartcenter.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경주예술의전당(1588-4925) 혹은 경주시립예술단(054-779-6094)으로 문의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6-27

이태수 시인과의 만남 ‘시, 어떻게 읽을까?’

대구문학관(관장 이하석)은 27일 오후 3시 대구문학관 4층 세미나실에서 이태수(71) 시인을 초청해 문학강연 작가와의 만남사진을 개최한다.최근 시집 ‘거울이 나를 본다’와 시선집 ‘먼불빛’을 출간한 이태수 시인은 이날 ‘시, 어떻게 읽을까’를 주제로 비유와 상징의 시적표현의 이해를 통해 시를 탐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1974년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태수 시인은 ‘따뜻한 적막’, ‘침묵의 결’, ‘내 마음의 풍란’등 13권의 시집과 육필시집‘유등 연지’를 냈으며, 대구시인협회 회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동서문학상(1996), 한국가톨릭문학상(2000), 천상병시문학상(2005) 등을 받았다.등단 이후 줄곧 ‘초월’을 노래해 온 시인에 대해 황동규 시인은 그를 ‘자연과 신(神) 사이 인간의 불편한 진실을 쉬지 않고 꾸준히 노래해온 시인’이라고 평했고 해설을 쓴 이진홍 시인은 “시인은 등단 이후 평균 3년에 한 번씩 시집을 묶어냈는데 가장 빈번하게 사용한 시어가 꿈이었다. 요컨대 시인에게 시란 범속한 일상적 삶을 초월하는 꿈꾸기였고, 자아실현의 길 찾기였다”고 분석했다.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는 “산문문학과 다르게 리듬이 있는 시는 소리 내어 조용히 읊조릴 때 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시 한편 두고 차근차근 읽는 시간을 가지면 시가 지닌 전체적인 어조를 조금 더 쉽게 읽을 수 있고, 다음 단계인 시의 내면을 해석하기에 용이하다. 이번 이태수 시인과의 만남을 통해 시에 담겨 있는 시인의 아름다운 세계를 만나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강연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대구문학관 홈페이지(www.modl.or.kr)에서 확인하거나 대구문학관(053-430-1233)으로 문의하면 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6-27

제13회 장두건 미술상 수상작가 정지현 초대전 ‘그 사람들’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은 오는 9월 9일까지 제4전시실에서 제13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인 정지현 초대전 ‘그 사람들(The People)전’을 개최한다.지난해 2017년 장두건미술상을 수상한 정지현(39) 작가는 종이와 목탄이라는 단순한 재료를 사용해 사회적, 정치적 현실로서 존재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평면 작품 20여 점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정 작가는 현대회화의 주제에서 벗어나 있는 대상, 즉 농촌 풍경과 그 풍경의 진실을 대변하는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목탄으로 섬세하게 피워낸 각 장면에는 일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나무에서 과일을 따거나, 들녘에서 곡식을 수확하고, 나무에 올라가 나뭇가지를 정리하거나, 연막 소독기로 길과 야산을 방역하고, 토지를 측량한다.각각의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이들의 ‘일(work)-상(image)’이 구현하는 일상은 모두의 일상이 아니다. 조형과 서사적 구조로 정서적 완결성을 획득한 풍경은 누군가의 삶을 묘사하고, 그 삶은 신화처럼 다가온다.탄생과 생존을 위해 치열했던 신들의 갈등이 저 멀리 아득한 기억처럼 존재하듯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화폭 위에 신화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지현 작가는 영남대 한국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동시대의 사회·정치적 문제를 고민하고 성찰한 결과를 일상적 주변 풍경으로 담아내고 있다. 5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청주창작스튜디오, 가창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도 활동했다.한편, 장두건미술상은 포항 미술문화의 초석을 이루고 한국미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초헌 장두건(草軒 張斗健·1918~2015) 화백의 예술 업적을 기리고 지역 미술문화 발전을 위해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2005년부터 전 장르에 걸쳐 매년 공모를 통해 우수한 포항 지역작가를 배출해온 장두건미술상은 2016년부터 대구·경북으로 응모범위를 확대해 미술상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미술상 수상작가를 선정한 그 이듬해 포항시립미술관에서는 개인전을 지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6-26

계명한국화회 정기전

계명대 미술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동문들로 구성된 계명한국화회의 정기전이 26일부터 7월 1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에서 열린다. 계명한국화회는 현대수묵채색화 단체로 1978년 발족돼 그동안 정기전, 특별전 등을 꾸준히 열어왔으며 향토화단의 주축으로 한국화 발전에 힘써왔다. 계명대 동문 출신의 젊은 작가들이 주축이 된 이들은 서로를 규합해 나름의 새로운 미학을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행동함으로써 수묵채색화단에 혁신적인 가치를 선보이며 성장해 왔다.수묵채색화 고유의 선묘의 중요성과 먹의 변화에 심미적인 조형성을 가미한 화풍은 이후 계명대 미술대 동양화과 출신 작가들의 뚜렷한 전통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계명한국화회는 이를 바탕으로 서구 편향성을 극복하고 수묵과 같은 전통적 표현매체의 현대적인 조형가치로서의 가능성 여부를 실험하고, 전통회화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확장시키고자 노력했다.특히 수묵의 실험적인 작업과 새로운 표현기법을 통해서 현대성을 추구하고자 했고 다양한 종류의 종이의 사용과 필선과 묵법을 통해 먹과 붓이 창출하는 독특한 표현성을 목표로 하는 작업은 기법 자체가 주요한 소재로 부각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이번 전시에서는 권정찬, 이천우, 최천순, 안정희, 이안나 등 60여 명의 작가들이 사경산수화(寫景山水畵), 도시 풍경, 인물화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6-26

대구시향 ‘제 445회 마스터즈 시리즈’ 中 슈종 초대

▲ 지휘자 슈종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오는 29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마스터즈 시리즈 제445회 정기연주회’를 연다.마스터즈 시리즈는 정상급 지휘자가 지휘를 맡는 공연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중국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인 슈종이 지휘봉을 잡는다.연주회의 첫 곡인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에서 슈종은 지휘와 피아노 연주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또 오케스트라의 화려함을 뽐내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교향적 모음곡 ‘세헤라라자데’로 공연 후반부를 장식한다.현재 이스라엘 하이파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수석지휘자로 활동 중인 슈종은 이 외에도 상하이 오페라하우스 총감독, 쑤저우심포니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등을 맡고 있다.하지만 그는 지휘자 이전에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거장 도미니크 메를레를 사사한 슈종은 하마마쓰, 산탄데르 팔로마 오세아, 도쿄, 차이콥스키 등 유수의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중국의 거장 시아오통 황에게 지휘법을 사사한 이후 본격적으로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유럽, 미국, 아시아 등지에서 프랑스국립관현악단, 중국필하모닉, 휴스턴심포니, 로마심포니, KBS교향악단 등 굴지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또, 부조니, 롱티보, 리스트, 쇼팽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 음악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바 있으며, 2010년 프랑스 문화부로부터 문화교류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공로 기사훈장을 받았다.음악회의 문을 여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대규모 협주곡이어서 교향곡 느낌을 풍긴다. 때로는 고요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계속해서 주고받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경쾌한 대화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휴식 후에 연주하는 찬란한 색채감으로 관현악의 진수를 선보인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모음곡 ‘세헤라자데’는 ‘천일야화’ 속 에피소드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풍부한 선율과 화려한 음색이 특징적이다. /윤희정기자

2018-06-26

‘通通한 육거리, 문화보건소’ 희망·치유의 시간 마련

(재)포항문화재단이 오는 30일 오후 4시부터 밤 9시까지 포항 중앙로 일원에서‘通通(통통)한 육거리, 문화보건소’사진를 개최한다.통통한 육거리 문화보건소는 ‘문화가 있는 날’지역특화프로그램으로 구도심지역 활성화와 지난해 11·15포항지진 피해주민들을 위로하고자 기획됐다.생활·환경·문화를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도록 축제 형태로 진행하는 종합형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다.‘희망과 치유’를 테마로 심리상담 프로그램과 미디어아트 전시, 공연, 예술공방 체험 및 아트마켓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포항시 북구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협업한 ‘문화보건소 심통약국’은 아트테라피의 일환으로 현대인의 고단한 마음과 스트레스를 상담하고 치유하고자 전문 상담사를 배치한 심리상담소다. 증상에 따라 색색의 젤리를 실제 약처럼 처방하기도 한다.또한 지진피해 지역인 흥해 주민들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작품 전시 ‘흥해라·흥해라’전은 시민들의 시선으로 포착한 포항지진에 관한 내러티브를 미디어매체로 기록해 재난의 경험을 회상의 방법으로 관객과 공유하고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제작됐다.공연 프로그램 역시 풍성함으로 육거리를 가득 매울 예정이다. 도로시의 흥미진진한 모험 여정을 그린 거리예술 공연 △브라스통프리업, 버스킹 밴드 △에이프릴(April), 키드매직, 파이어 저글링 등을 선보이는 마술쇼 △포항매직오션, 지진 다음날 앨범을 보는 한 노인으로부터 가족의 소중함과 일상의 특별함을 알아가는 창작시극 △시숲 ‘다시, 여기에’가 준비돼 있다.한편 ‘문화가 있는 날 지역특화프로그램(지자체 보조)’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문화예술단체 등이 협업을 통해 지역의 유휴공간, 도시재생 사업지를 포함한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여 지역 고유의 문화적·지리적 특성이 반영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포항문화재단은 포항시와 함께 구도심지역 활성화와 지진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로하고자 추진된 ‘00한 육거리, 문화보건소’로 총 4천500만원의 국비를 지원받는다.도병술 포항문화재단 사무국장은 “‘通通(통통)한 육거리, 문화보건소’ 6월 프로그램은 테마가 ‘희망과 치유’인 만큼 따뜻하고 활력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포항시 육거리에 오셔서 문화예술을 통해 다같이 즐기고 서로의 온기를 체감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6-26

배동현 ‘대통령의 표창장’ 출판사인회 성료

포항의 중견 시인 배동현(74)씨가 지난 22일 포항시청 2층 커피숍에서 두번째 칼럼모음집 ‘대통령의 표창장’출판 기념 사인회를 가졌다. 이날 출판 기념 사인회에는 박승호 전 포항시장을 비롯 진용숙 한국문인협회 경북지회장, 김동헌 시인 등 100여 명의 지인이 참석해 출간을 축하했다.저자 배동현 시인은 “한 편의 좋은 시를 만나면 하루를 즐겁게 살 수 있다 했습니다. 그리고 한편의 좋은 칼럼을 쓰고 나면 나쁘고 질긴 마음도 아주 연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바꿀 수가 있습니다. 우리 이웃의 소중함을 먼저 느끼게 하는 것 자체가 바로 칼럼의 시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이어 배 시인은 “‘대통령의 표창장’은 30여 년의 기자생활과 바다살리기 국민운동 활동 등 사회활동을 통해 삶에 대한 진실된 의미를 탐구한 마음이 담긴 책”이라며 “이 칼럼모음집으로 통해 많은 독자들이 팍팍한 일상에 진정한 마음의 양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배동현 시인은 포항 출신으로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문학가로서 시와 칼럼 등을 전국 일간지에 연재해왔다. 이번 칼럼모음집에는 시인이 바다살리기 단체인 (사)바다살리기국민운동 경북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수상한 ‘국민추천 정부포상자’ 선정 소감 등을 담담히 써내려간 칼럼들을 모았다.배동현 시인은 2001년 해동문인협회에 입회하면서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시작했다. 2009년 8월 문학공간 시 부문 문학상과 대통령상, 대한민국 환경대상, 자랑스런 경북도민상 등을 수상했고 2014년 시집‘단기 4346년의 계사장초’로 ‘제20회 한국시인연대상’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시집 ‘풍등’, ‘여울목’ , ‘바람의 추억, 세월에 지다’, ‘단기 4346년의 계사장초’, 칼럼집 ‘사이비한 것을 배척한다’ 등이 있다. 현재 포항뉴스 취재본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6-25

다양한 독립영화, 골라보는 재미 솔솔하네

(재)포항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플러스 포항이 다음달 5일까지 기존에 상영하고 있는 2편의 영화 외에 신작 4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이번에 상영하는 영화로는 수행에 집중하는 스님들의 구도행을 다룬 영화 ‘무문관’(감독 박대원), 아름답고도 지적인 다큐멘터리 ‘밤쉘’(감독 알렉산드라 딘), 새 삶을 시작할 희망을 발견하는 영화인 ‘련희와연희’(감독 최종구·손병조), 레슬링을 통해 꿈을 찾아가는 내용 ‘튼튼이의모험’(감독 고봉수), 세 명의 감독이 각자의 시선으로 개성 넘치게 그려낸 ‘너와 극장에서’(감독 유지영·정가영·김태진·사진), 사람들이 동시에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목숨을 건 치열한 생존게임‘메멘토모리’(감독 이철민) 등 총 6편이 구성돼 있다.‘무문관’은 두어 평 남짓한 방에 밥 구멍 하나만 뚫렸을 뿐 속세와 완벽하게 단절된 자물쇠 채운 선방에서 1천일 동안 하루 한 끼의 공양으로 무수한 마음의 문을 하나씩 열어가는 고독한 수행 스님 11명의 모습을 제작기간 5년에 걸쳐 세계 최초로 담아낸 휴먼 다큐멘터리다.‘밤쉘’은 1940년대 최고의 심벌로서 할리우드를 주름잡았던 배우 ‘헤디 라머’의 끊이지 않던 스캔들과 오늘날 ‘와이파이’를 있게 한 그녀의 과학적 발명을 조명한 아름답고도 지적인 다큐멘터리다.‘련희와 연희’는 련희는 탈북과정에서 아이를 잃은 새터민이고, 연희는 가정폭력을 이기지 못해 가출한 여고생이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을 통해 대안가족의 탄생을 비유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튼튼이의 모험’은 사라질 위기의 시골 고등학교 레슬링부 이야기인 실제 전남 함평중학교의 실화를 옮긴 영화는 세상의 중심에 서지 못한 세 명의 고등학생이 레슬링을 통해 꿈을 찾아가는 내용이다.‘너와 극장에서’는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독립영화 신예 유지영, 정가영, 김태진 감독의 콜라보 프로젝트다.‘메멘토모리’는 영문도 모른 채 지하 목욕탕에 갇힌 사람들이 동시에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생존게임을 다룬 영화다.인디플러스 포항 독립영화 상영일정과 상영작 정보는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하며, 영화예매는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www.phcf.or.kr)와 현장발권 모두 가능하다.영화 상영시간 오후 2시·4시 30분·7시 30분./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6-25

베를린필 12첼리스트, 현악의 진수 선보여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소속 첼리스트 12명으로 구성된 앙상블인 베를린 필 12첼리스트(이하 12첼리스트)가 오는 28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공연한다. 이들은 2016년 대구에서 단독 공연을 펼친 바 있다.첼로로만 구성한 이 앙상블은 1972년 전설적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악감독 시절 한 라디오 방송에서 율리우스 클렌겔‘12대의 첼로를 위한 찬가’ 녹음을 계기로 결성됐다.2년 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열린 공연에서 언론과 관객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이들은 베를린 필하모닉의 명실상부한 앙상블로 인정받게 됐다. 당시 언론과 청중의 반응이 너무나도 열광적이었기에, 12 첼리스트는 정기적으로 연주를 했고 이를 계기로 12 첼리스트는 레퍼토리를 확장하는데 소중한 수확을 이루게 된다.이들은 1978년 독일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비틀즈의‘예스터데이’와 ‘세인트 루이스 블루스’를 포함한 최신 LP 수록곡들을 연주했고, 그 이후로 12 첼리스트는 전통 클래식 레퍼토리부터 재즈, 그리고 대중음악에 이르는 넓은 스펙트럼의 연주 프로그램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이들의 전통이 됐다.12 첼리스트는 첼로라는 단일 악기로 구성돼 있지만 하나의 오케스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풍성한 사운드와 하모니를 관객들에게 선물한다. 바로크부터 낭만파, 현대 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는 슈만‘로망스 Op.28, No.2’와 피아졸라‘리베르탱고’, 영화‘카사블랑카’와 ‘타이타닉’주제음악, 빌라로부스‘브라질풍의 바흐’등을 연주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6-25

바르샤바-그단스크-크라쿠프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크라쿠프로 가는 기차안이다. 지나쳐 온 바르샤바에서는 쇼팽 기념관에 갔었다. 그는 마흔 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심장은 고국으로 운반되어 성 십자가 교회에 안치되었다고 했다. 폴란드 사람들은 그를 너무나 사랑하는 것 같았다. 거리에는 쇼팽의 음악이 흘러 넘친다. 한국의 KTX 비슷한 EIP가 바르샤바 역에 다가갈 때면 우리가 민요를 들려주듯 쇼팽의‘야상곡’이 들린다. 이 나라는 국토의 90퍼센트가 평원이라고 했다. 지금 EIP는 세 시간째 산 없는 들판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다. 이렇게 평지투성이라면 외적을 막아내기도 몹시나 힘들었을 것이다. 그단스크는 시가지가 세계제2차대전 때 파괴되는 바람에 ‘전부’ 전후에 그림, 사진을 보고 복구했다고 했다. 그단스크 올리바 역 바로 옆에 있는 공원은 중세 때부터 조성해 온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했다. 무릇 파괴되지 않는 것, 오래 가는 것은 나쁘지 않다.크라쿠프 근처에는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있다. 겨울에 조르조 아감벤 책 ‘아우슈비츠의 남은 자들’을 감명 깊게 읽었었다. 그때 나치 장교가 수용된 유태인들에게 말했단다. 너희들의 소식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알려진다 해도 사람들은 사실이라 믿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프리모 레비라는 이탈리아계 유태인 작가가 살아남아 문학으로 자신이 겪고 보고 들은 것을 남겼다. 아감벤은 거기서 인간의 새로운, ‘최저’ 윤리학을 구축했다.태평양 전쟁 때 성노예로 동원된 위안부 할머니들이 자신들이 당한 일을 말하자 일본 정부는 국가가 직접 시행한 그런 일은 없다 했다. 한국의 어떤 사람이 그를 ‘뒷받침’하는 책을 내자, 한 시절을 한다 하던 사람들이 조심성 없이 박수를 쳤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세상에 기가 막히는 일은 옛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은 일이 아우슈비츠처럼 ‘비밀’로, 없던 일로 간주되듯, 오늘날의 수용소들도 불문에 부쳐지려 한다.지동설을 주창한 코페르니쿠스는 폴란드 사람이었다. 한국에 오셔서 땅에 입을 맞추시며 평화를 기원해 주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폴란드 사람이었다. 그단스크에서 바르샤바로 올 때보다 크라쿠프로 가는 길은 더 평평해 보인다. EIP에서는 커피를 무료로 서비스해 준다. 공항에서 바르샤바 시내로 들어올 때는 버스표 때문에 값비싼 수업료를 물었건만.요즘에는 파스칼의‘팡세’를 읽는다.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어 흔들리는 차안에서 읽기 좋다. 파스칼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지만 신에 의한 구원을 간절히 찾았던 사람이었다. 그의 문장 한둘을 잠깐 여기에 옮긴다.110. 세 접대자 영국 왕, 폴란드 왕, 스웨덴 여왕과 가까이 지냈던 사람이라면 이 세상에 은신처나 피난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겠는가.120.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진실을 찾는데 유용하지 않다면 적어도 자신의 삶을 규제하는 데는 유용하다. 이보다 더 옳은 일은 없다.폴란드에 와 있다. 하지만 폴란드 왕을 모르는 사람은 자기의 삶을, 말을 규제해야 한다. 늘 그러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눈만은 그래도 똑바로 떠야 한다. 이제 크라쿠프 쪽은 땅이 높아졌다. 아우슈비츠가 가까워지고 있다./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

2018-06-22

나의 정체를 추적하는 집요한 탐구과정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이자 201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파트릭 모디아노(73)의 장편소설 ‘잃어버린 거리’(문학동네)가 출간됐다.그의 작품은 기억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모호하게 뒤섞으며 인간 생의 본질을 조망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열번째 장편소설인 ‘잃어버린 거리’는 파트릭 모디아노의 작품활동이 무르익기 시작한 1984년 발표된 작품으로, 1988년 ‘더 먼 곳에서 돌아오는 여자’(책세상)라는 제목으로 맨 처음 국내에 소개됐다. 그동안 모디아노의 다양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온 문학동네에서 ‘현재’의 독자들의 감각에 맞춰 보다 산뜻하고 새롭게 번역을 다듬고 옷을 갈아입혔다.번역자 김화영 교수는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과 닮은 데가 많다”고 말한다. 사물보다 빛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진 인상주의처럼, 모디아노의 소설에서는 인간의 행위보다 그를 둘러싼 시간과 공간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대상을 각기 다른 시간에 반복해 그리는 행위를 통해 항상 변하는 빛 그 자체를 그리려 노력했던 인상주의 작가들처럼, 모디아노 또한 비슷한 방법으로 시간과 공간을 포착해내려 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많은 작품 속에서 인물의 행위는 시간의 힘을 드러내고, 삶을 담는 그릇, 공간을 드러낸다.모디아노의 많은 작품이 언뜻 엇비슷해 보이면서도,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저마다 마력과도 같은 고유의 힘을 갖는 이유는 모디아노가 “어떤 장소의 형언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살려내는 천재”(김화영)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모디아노 특유의 나직하고 억제된 슬픔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세계”(김화영)에 어느새 깊이 빠져들게 된다. 제각각 오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인상주의 회화 작품처럼 모디아노의 소설이 오랫동안 끊임없이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해온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영국 추리소설 작가 앰브로즈 가이즈는 7월의 어느 일요일, 이십 년 만에 파리를 찾는다. 집필해오던 시리즈와 관련한 새로운 계약을 맺기 위해 이곳에 온 그는, 문득 자신이 스무 살 때까지 파리에 살다 이곳을 떠나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폭격을 피해 모두가 떠나버린 듯한 텅 빈 도시에서, 중년의 앰브로즈 가이즈는 다시 이십 년 전 장 데케르라는 이름의 스무 살 프랑스 청년이 돼 자신의 과거를 추적해나간다. 옛 추억을 더듬던 그에게 찾아드는 파리의 수많은 거리와 반딧불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얼굴들…. 폐허가 된 과거에 자신을 홀로 남겨두고 도망치듯 떠나야 했던 그는 잃어버린 거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자기 인생의 수사관이 된다.모디아노는 초기작에서부터 한결같이 ‘아이덴티티’에 천착해왔다. ‘나’의 정체를 묻는 집요한 질문은 추리소설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독자의 관심을 잡아둔다. 다만 범행 동기나 범죄자를 쫓는 보통의 추리소설과는 달리 추적의 대상은 잃어버린 시간과 공간 속 ‘나’의 아이덴티티인 것이다. ‘잃어버린 거리’ 역시 ‘나’의 아이덴티티를 탐구한다. 소설 속 장 데케르라는 화자 역시 “스스로 수사관이 되어” “기억이라는 자신만의 영역에서” 과거를 추적한다.이 탐구의 과정은 시간의 파괴력 때문에 곧잘 ‘절망적’인 것이 된다. 이십 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파리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앰브로즈 가이즈는 문득 장 데케르의 모습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현재와 과거라는 두 시점 사이에는 이십 년이라는 긴 세월이 가로놓여 있고, 그의 잃어버린 과거에 대해 증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조차 남아 있지 않은 삭막한 도시에서 이 거리를 건너지르는 행위는 때때로 현기증을 일으킬 만큼 아득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6-22

모르는, 몰랐던 사람들끼리 알아가고 이해하며…

동인문학상·현대문학상 수상 작가 조경란(49)이 새 소설집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문학과지성사)를 냈다. ‘일요일의 철학’이후 단편소설집으로는 5년 만이다. 조경란은 1996년 등단 이후, 그간 여섯 권의 소설집을 포함해 총 열다섯 권의 단행본을 출간하며, 한국의 대표 중견 작가로서의 자리를 지켜왔다.표제작을 비롯해 ‘매일 건강과 시’, ‘11월 30일’, ‘오래 이별을 생각함’ 등 총 여덟 편의 단편소설로 이뤄진 이번 책에서는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살피는 세심한 문장과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는 고백 조의 어조를 통해 작가가 지난 4년여 의 시간 동안 고민해온 삶의 문제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수록 작품 중 다수에서 사람 사이의 시작되는 작은 변화들이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풀어내며, 개인과 타인의 문제를 각자의 삶과 연결해낸다. 더불어 조경란이 지속적으로 다뤄온 가족의 형태에 관한 문제를 섬세하게 파고드는 탐구 의식 역시 이번 소설집에서 이어진다.온전히 나로서의 나, 가족 속의 나, 혹은 사회 속의 나 등 수많은 개인 ‘나’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에게 해당할 수도 있는 소설 속 삶의 여러 모습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문학평론가 황예인은 “작가는 ‘어떻게’에 짓눌려 그 한 걸음을 망설이는 이들의 등을 가볍게 떠밀어주는 듯하다. 목적지를 떠올리며 망설이는 대신 그저 걸으라고, 이미 그것만으로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한다고. 목적지를 몰라 걸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속아왔던 과거가 떠내려간다”고 해설했다.작가는 책 말미에 수록한 ‘작가의 말‘에서 이번 소설집을 이렇게 설명했다.“소설집 제목을 ‘모르는 사람들끼리’로 하자는 말이 편집부와 오갔을 만큼 모르는 사람들, 몰랐던 사람들끼리 알아가고 이해하려는 단편들이 모였다. 많은 사건들을 통과하는 동안 인간은 이 땅 위에서 시적으로 거주한다는 횔덜린의 말을 자주 떠올렸다. 어떤 경우에도 삶이 먼저고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소설의 출발도 거기에 있으리라 믿고, 오늘은 오늘의 글을 쓰고 내일은 내일의 글을 쓸 뿐이다. 누군가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과장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고 조용한 빛을 발산시키는 그런 책을 쓸 때까지.” /윤희정기자

2018-06-22

포항 교회들, ‘보훈의 달’ 행사 풍성

포항지역 교회들이 국가유공자와 장애인들을 잇따라 초청해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대접한다.포항중앙교회(담임목사 손병렬)는 22일 오전 10시 30분 교회 본당에서 6·25 참전유공자들을 초청해 6·25 기념 예배를 드린다.6·25 기념 예배는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기까지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깨닫고 감사를 드리기 위해서다.또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6·25 참전용사들의 권익을 위해 힘쓰는 포항시 유공자회 임원과 회원들, 교회 내 유공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위로하기 위해서다.예배는 도충현 장로(지역사회위원회 위원장)의 인도, 조운희 안수집사(지역사회위원회 부장)의 기도, 이춘옥 권사(여전도회 협의회 회장)의 성경봉독, 여전도회 협의회 회장단의 특송, 이나경 선교사(탈북자)의 특강, 이영희 권사(여전도회 협의회 총무)의 봉헌기도, 이봉식 참전용사의 인사, 축도 순으로 이어진다.예배 뒤에는 푸짐한 식사를 대접하며 풍성한 교제의 시간을 갖고 준비한 선물을 나눠주며 감사한다.6·25 기념 예배는 지역사회 위원회와 여전도회협의회가 공동으로 주관한다.포항기쁨의교회(담임목사 박진석)는 23일 오후 7시부터 하영인관 브니엘홀에서 호국보훈 전쟁추모 기념 음악회를 연다.전쟁추모 기념 음악회에는 포항시립합창단, 포항시립교향악단, 다소리세오녀합창단, JYC, 해병군악대, 배아현이 출연한다.24일에는 6·25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감사예배를 드린다.20일부터 29일 사이 5회 호국보훈의달 특별집회도 진행한다.김태일 목사(미 육군 군목)와 김태식 목사(전 육군본부 군종실장), 이호상 목사(2작전사령부 군목), 이태수 목사(포항온누리교회 원로), 이정우 목사(국방부 군종과장)가 특강한다.이웃과 함께하는 맥추감사절 행사도 진행한다.포항제일교회는 30일 오전 11시 30분 교회 제2예배실과 만나홀에서 시각장애인들을 초청해 ‘2018 이웃과 함께 하는 맥추감사절 행사를 갖는다.교회는 한 해의 첫 수확물을 하나님께 드리고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와 같은 소외된 계층에게 사랑을 나누고 섬기는 맥추감사절의 정신을 살려 올래도 포항지역의 시각장애인들 중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초청해 사랑의 밥상을 나누며 실질적인 필요를 채워준다.행사는 음악공연, 선물 전달, 사랑의 밥상나눔 순으로 진횅된다.부흥사경회도 이어진다.보배로운예수교회는 23일 오후 7시 교회 본당에서 정민영 선교사를 강사로 초청해 ‘십자가의 도,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주제로 부흥사경회를 개최한다.부흥사경회는 24일 오전 11시, 오후 7시도 열린다.정 선교사는 성경번역선교회(GBT) 대표를 지냈다.보배로운예수교회는 포항장성현대아파트 정문 앞에 위치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