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문화

인생이라는 등산길에서… 일상과 신앙의 여정

우리는 인생을 때로는 등산에 비유하기도 한다. 산에 오르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공을 들여 정상에 도착하고 나서, 혹은 불가피하게 다시 뒤돌아 내려와야 하는 일련의 과정은 그래프로 표현한 삶의 곡선과 묘하게 닮아 있음을 본다. 세계적 영성가 안셀름 그륀(독일 성 베네딕도회) 신부는 ‘인생이라는 등산길에서’에서 등산을 하면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등산에서 일상과 신앙의 여정을 들여다볼 수 있음을 독자에게 상기시킨다.안셀름 그륀 신부는 자신의 경험에서 가져온 등산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상황에 비견해 이야기를 서술한다. 등산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고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산에 가기로 한 당일의 상태에 따라 주저하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계획을 철회하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이런 머뭇거림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때로는 이러한 머뭇거림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기도 한다. 머뭇거림은 숙려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 고민과 기다림의 시간은 우리가 산을 향해, 혹은 우리 삶의 목표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가도록 돕는 디딤 발이 돼 주기도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7-01

인류 역사를 뒤흔든 치명적 동반자 미생물

인류의 역사는 미생물의 진화와 함께해왔다. 변화하는 인류의 문화는 그 자체로 미생물의 진화 과정에 영향을 끼쳤고, 미생물은 수많은 질병과 감염병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좌지우지했다. 분명한 사실은, 이 치명적 동반자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는 점이다.바이러스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의학미생물학과 명예교수인 도로시 크로퍼드는 ‘치명적 동반자, 미생물’(김영사)에서 미생물학자의 관점에서 미생물과 인류가 만들어온 역사를 서술한다.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미치오 카쿠의 ‘초공간’, 닉 레인의 ‘산소’등 현대 과학저술의 이정표가 된 책들이 자리한 ‘옥스퍼드 랜드마크 사이언스 시리즈’의 한 권이기도 한 이 책은 미생물의 출현부터 사스와 코로나19까지 인간과 미생물의 치열하고 기나긴 사투, 공존의 서사를 그 뒤에 자리한 과학적·의학적 요인을 짚어가면서 흡인력 있게 풀어낸다.분자생물학부터 첨단 의학과 문화인류학적 보고까지 과학과 역사를 아우르는 방대한 자료를 섭렵해 박진감 있는 이야기로 엮어 전염병의 과학과 역사를 다룬 교양서로서는 가히 결정판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이 책이 다른 책들과 차별되는 점은 거시적인 맥락과 미시적인 사건의 균형 잡힌 서술, 과학적 관점과 역사적 관점의 조화다. 인류사 초기의 아프리카, 고대 아테네와 중세의 유럽을 거쳐 21세기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개별적 사건의 감염병을 다루면서도 그 저변의 교역과 전쟁, 불평등과 빈곤, 인구 증가 등의 공통적인 요인과 미생물의 진화 과정을 결부해 전체와 세부를 넘나드는 서술을 이어간다. 역사를 뒤흔든 주요 전염병들에 관해 최신 역학과 의학이 밝혀낸 사실들을 보여주면서 왜 그 바이러스가 출현했는지, 이로 인해 인류에게 어떤 참극이 벌어졌는지 보다 생생하게 서술한다.말라리아 원충의 생활사나 설치류와 벼룩, 사람의 몸을 오가며 페스트균이 대유행을 일으키는 과정 등 한눈에 내용을 이해하도록 수록된 다수의 그림과 도표도 효과적인 장치로 기능한다.미생물의 종류는 100만 종에 이르지만 인간에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1천415종에 불과하다. 이 책에서 다루고 언급하는 ‘미생물’은 세균, 바이러스, 원생동물, 진균(곰팡이) 등 질병을 일으키는 현미경적 생물을 가리킨다.저자는 40억 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 미생물들의 출현과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열대 우림에 도사리는 수많은 병원체로 인해 알려지지 않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에 처해 있으며, 개발도상국의 빈민가에서는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해 에이즈, 로타바이러스, 장티푸스 등이 발생하고 있다.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재유행이 초래되기도 한다. 치명적인 병원균의 공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신종 병원체의 발생 빈도는 계속해서 늘고 있으며,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머물러 있다. 병원균과 인류의 장대한 역사가 담긴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미생물의 역사가 약 40억 년에 걸쳐 있는 데 비해 인류의 역사는 고작 20만 년이다. 미생물에게 인간은 찰나의 숙주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이 장대한 미생물의 역사를 돌아보며, 우리의 행동이 아무도 예측 못 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때로는 엄청난 파국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공존의 방법을 모색할 때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7-01

친구끼리는 유전자형이 비슷하다?… 과학으로 밝힌 유대관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는 또 다른 자신’이라고 말했다. 수천 년 후 뇌과학과 유전학은 그 말에 담긴 진실을 밝혀냈다. 친구끼리는 유전자형이 비슷하며, 친구를 사귀는 성향이 유전된다는 것이다. 최신 뇌영상 기술을 봐도 친구들은 자극에 반응하는 뇌의 패턴이 비슷하고, 뇌는 사랑하는 사람을 실제로 자신의 일부로 인식한다.과학 저술가 리디아 덴워스의 ‘우정의 과학’(흐름출판)은 개인적으로는 누구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오랫동안 학문의 대상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던 우정에 주목하고 이와 관련된 학문적 결실을 집대성한 책이다.저자는 뒤르켐의 사회학 연구, 볼비의 애착이론과 로렌츠의 각인 실험, 다윈의 진화론과 윌슨의 사회생물학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정의 과학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살펴보고, 20세기 중후반부터 현재까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영장류학, 면역학, 보건학, 유전학, 사회심리학, 발달심리학, 무엇보다도 최첨단 신경과학의 성과를 결합해 우정의 기원과 진화, 인간과 사회에 갖는 의미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우정은 삶의 단계, 생애 주기에 따라 변화하지만, 늘 인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취학 전후 아이들에게는 친구를 잘 사귀는지 여부가 성공적인 사회화의 기초가 되고, 사춘기가 되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또래 친구들의 영향력이 부모를 능가하게 된다.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 시기에는 친구에게 소홀해지기 쉽지만 중년을 지나면서 다시 친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60세 이전에는 배우자 유무가 건강에 중요하지만, 이후에는 친구나 친척과의 친밀한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직업과 가족에 대한 의무가 줄어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그 일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쓸 시간이 늘어난다. 80세의 건강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는 50세 때 자신의 인간관계에 얼마나 만족하는가였다. 결국 친구는 우리가 선택한 가족이다. 이 책은 긍정적인 유대관계를 우리 삶의 중심에 놓는 일에 개인과 사회가 바로 지금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친구를 사귀고 유지하려면 그 일을 우선순위에 놓고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관계를 잘 쌓고 유지하도록 사회와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 /윤희정기자

2021-07-01

피케티는 왜 사회주의를 말하는가?

불평등을 심화하고 자연자원을 고갈하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한계에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그럼에도 왜 변화가 충분히, 그리고 필요한 만큼의 속도로 일어나지 않는 걸까.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50) 박사는 ‘사회주의가 시급하다’(은행나무)에서 그 이유를 ‘명확한 대안’의 부재에 있다고 지적한다.자신은 90년대 사회주의의 몰락을 목도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라는 용어만큼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충분히 포괄하는 표현이 없다고 말한다.트럼프의 흥망, 프랑스 마크롱 정부의 탄생, 브렉시트의 배경과 영향, 성별·사회계층·인종 등 세계 곳곳에서 격돌하는 정체성 갈등,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국가부채의 증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안을 파고드는 피케티의 논리는 생동하는 실천가로서의 면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준다.초고소득층의 자본은 그 증식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세계 각국의 경제 지표는 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짐에 따라 조세 정의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임에도 이에 역행하는 사회정치와 위정자들의 세태를 피케티는 소리 높여 비판한다. 특히 교육에서의 불평등은 곧 사회계층 간 사다리를 무너뜨리는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유세와 같이 사회 곳곳에서 권력과 자산의 순환을 가속화하는 제도가 특히 적극 시행돼야 한다고 역설한다.피케티는 전 세계의 부를 소유하고 있는 거대 기업 및 최상위 소득층이 자신들의 노력과 능력으로 부를 일군 게 아니라 단지 애초에 소유권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자연자원과 인적자원을 운 좋게 선점한 행운을 가졌던 것일 뿐이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그는 자산세와 상속세 등 누진세 제도를 강화해 80∼90% 정도의 최고 층위 부유세를 통한 재원 마련으로 전 국민에게 ‘최소자산’을 지급할 것을 제안한다.피케티는 특히 이러한 세제개혁이 주요 기업의 자국 이탈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실제 역사적 사례를 살펴보면 그러한 우려스러운 상황은 결코 일어난 적 없다고 반박한다. 피케티는 자신이 꿈꾸는 정의로운 사회란 교육·보건·주거·환경 등의 기본재화에 모든 이들이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제활동에 온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사회라고 말하면서 기본자산제가 중요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이외에도 피케티는 자본으로부터 언론이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법, 코로나 이후 산더미처럼 불어난 국가부채 문제, 인종갈등과 난민 문제에 매몰되지 않은 새로운 모습의 세계주의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실제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과거 각종 관세 철폐를 통해 자유무역만을 지향하는 경제협약의 구시대적 관점에도 일침을 가하고, 파리기후협정만 체결해놓은 채 정작 이 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세계 각국의 행태도 매섭게 비판한다.‘21세기의 마르크스’로 불려온 저자는 지난 250년간 부의 집중과 재분배, 자본주의에 내재한 경제적 불평등을 분석하고 글로벌 자본세를 대안으로 제시한 책 ‘21세기 자본’으로 세계 경제학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자본과 이데올로기’, ‘불평등 경제’, ‘세계불평등보고서’ 등도 잇달아 집필해 평등과 참여사회주의를 역설해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24

헤세와 융이 전하는 인간과 세계에 관한 지혜

“헤세와 융은 살아온 환경과 국적과 출신이 모두 달랐지만 ‘영혼의 쌍둥이’처럼 닮은 운명을 가졌다. 수많은 사람들을 영적으로 이끄는 삶, 인류의 지혜를 한 차원 높이 끌어올리는 삶, 글쓰기의 힘으로 인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지적 모험. 그들은 그렇게 닮은 운명으로써 서로의 친구가 되었다.” (정여울 작가의 추천사 중에서)‘헤세와 융’(북유럽)은 칠레 출신의 작가, 외교관, 정치가인 미구엘 세라노가 헤르만 헤세와 칼 융을 직접 만나 교류한 것을 기록한 책이다.헤세와 융은 둘 다 1870년대에 태어나 1960년대에 세상을 떠났다. 정여울 작가의 말처럼 영혼의 닮은꼴이었던 두 사람은 1917년에 처음 만나 깊게 교유했으며 서로의 작품과 학문에 영향을 끼쳤다. 헤세는 심각한 신경쇠약과 우울증을 앓았지만 융 심리학의 도움을 받아 정신적 문제를 극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실제로 융에게 직접 심리 분석을 받기도 했다.‘진정한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을 삶의 의미이자 최종 목적지로 여겼던 두 사람은 노년에 이르러 깨달은 바를 영적인 대화로 풀어낸다. 세라노와 두 사람은 수 차례의 만남과 편지를 통해 사랑, 죽음, 자기 완성, 종교, 집단 무의식 등 인간과 세계에 관한 심원한 대화와 토론을 펼친다. 두 거장의 작품이나 이론에 대한 생각을 그들의 입으로 직접 듣는 것 또한 이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다.말년의 헤세와 융이 전하는 이야기는 그 깊이와 농도만큼이나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과 세계를 관조하는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의 영혼을 돌아보게 된다.“나에게 우주나 자연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신과 같은 것입니다. 자연을 인간의 적,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우리는 자연을 어머니로 보아야 하고, 우리 자신을 신뢰하면서 자연에 맡겨야 합니다. 그런 태도를 갖게 되면 다른 존재들이나 동물, 식물처럼 우리 역시 우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전체의 작은 일부분일 뿐입니다. 거부하는 것은 의미 없습니다. 우리는 이 거대한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합니다.” (58쪽, 헤세의 말)“인간은 자신의 본성에 따라 살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자기 인식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고, 그런 뒤에는 이미 얻은 자신에 대한 진리를 따르며 살아야 합니다.”(190쪽, 융의 말)한국융연구원 이나미 상임 교수가 추천사에서 말했듯이 ‘기계와 물질지상주의, 효율성과 편의를 강조하고 보이지 않는 영혼의 가치를 외면하는’ 지금 시대에 헤세와 융의 말들이 주는 울림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 책을 통해 인간과 세계의 본질에 대해, 그리고 올바른 삶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이 책은 1965년 스페인어로 처음 출간됐으며 이듬해 영어로 번역돼 널리 읽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17

임수진 작가의 첫 소설집 ‘언니 오는 날’

수필가이자 소설가인 임수진 작가의 첫 소설집 ‘언니 오는 날’(상상마당)이 나왔다. 소설집 ‘언니 오는 날’에는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시각이 돋보이는, 그러나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삶의 소중한 진실들을 예리하게 터치한 창작 단편소설 10편이 실려 있다.임 작가는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들에 대해 “인간 본질에 충실하고 본성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내려는 인물들”이라고 소개하면서 “그들에겐 힘의 논리로 당할 수 없는 선함이 있다”고 설명한다.소설집 ‘언니 오는 날’에 실린 작품들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러나 그 내면을 쉽게 알아챌 수는 없는 진득한 인생 이야기를 소박하게 담고 있다. 다양한 소재와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읽으면서 깨달음의 향기를 느끼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보디빌딩에 온 힘을 쏟아부으며 살다가 불의의 사고로 인생을 망친 한 남자의 이야기와 자신만의 영역 안에서 특별한 일에 중독된 사람들의 일상을 적절히 교직해낸 쌉쌀한 작품(‘삼각김밥을 먹는 동안’)이 들머리를 장식하고 있다.생존의 끝자락에서 근근이 성장한 자매, 희생양으로 살아가면서도 말없이 간난을 견뎌내는 언니의 어두운 인생을 은밀한 문신처럼 살짝 들춰내는 작품(‘언니 오는 날’)은 시종일관 독자의 오감을 사로잡는다.2004년 월간 ‘수필문학’ 9월호에 수필 ‘아름다운 화석’으로 등단한 임 작가는 수필집 ‘나는 여전히 당신이 고프다’, ‘향기 도둑’ 등을 출간했고 구미문학예술상, 현진건문학상 신인상, 경북 문학대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1-06-17

조한욱 교수와 만나는 세계사 속 인물들

서양사학자 조한욱 교수가 지난 10년간 발표해온 칼럼들을 선별해 엮은 ‘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교유서가)가 출간됐다. 저자는 ‘신문화사’라는 새로운 분야를 한국 사회에 알리며 역사에서 소외된 민중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삶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이 책은 저자의 그러한 집념과 노력이 담긴 저작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사 속 인물들과 대중의 시야 밖에서 인류에 보탬이 되는 일들을 해온 동시대적 인물들을 소개함으로써 정형화된 관점을 깨부수는 통찰력을 제공한다.핍박받는 평민들의 삶을 위해 살다가 반역자로 몰린 로마의 장군 만리우스 카피톨리누스, 출판을 통해 르네상스를 이끈 알도 마누치오, 17세기에 여성 음악인으로서 성공을 거둔 카치니 자매가 그러한 역사의 주인공들이다. 이 책에 담긴 330여 개의 이야기는 날짜순으로 분류됐는데, 세계의 역사에 투영된 오늘의 우리 사회 모습이 어떠한지, 어떤 흐름을 거쳐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각 이야기 끝에 적힌 핵심 키워드는 주제와 관련된 것으로, 색인을 통해 관심 있는 주제만 골라 읽을 수도 있다. 저자는 또 당시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뒤늦게 알려진 인물의 이야기도 전한다. 로마 최고의 지배자라는 호칭을 얻은 트라야누스 황제, 아프리카의 ‘체 게바라’로 불린 토마 상카라, 고대 말 이집트 최초의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 등의 삶을 통해 베일에 싸인 역사의 이면을 안내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17

자연과 인간…생활 속 관계에서 지켜야 할 것들

“누가/산골 집값을 묻는다//값으로 칠 게 아니다 해도/굳이 알고 싶다고 조른다//주변 풍광이 집값의 반/좋은 이웃이 남은 반의반/곳곳에 묻어 있는 손때가/그 나머지라 했다”- 이광수 시 ‘산골 집값’모두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창작열을 불태우며 두 번째 시집을 낸 이광수 시인(72)이 화제가 되고 있다.1950년 대구 출신 이 시인은 최근 두 번째 시집 ‘산골 집값’(도서출판 움)을 출간했다. 이 시인은 60의 나이에 시인이 되고자 시작활동을 시작해 2019년 첫 시집 ‘제일 시원한 바람’을 출간했다. 포스코와 포스텍, 포스코교육재단에 근무하다가 퇴직 후 2009년부터 영천 별빛촌에서 자연인으로 살아가고 있다.이번 시집에는 자연 속에 녹아 살면서 마주치는 주변 풍경들이 담겼다. 여기에 더해 자연과 속세를 오가며 경험한 것들을 부드럽게 승화시켰다.또한 현대인으로 살면서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 지켜져야 할 것들을 성찰한 것을 기록했다.‘산골 집값’을 비롯해 ‘내연산 삼용추 바위에 앉아’‘태풍이 지나간 후’‘한 번 사는 인생’‘개망초 엘레지’등 79편의 시가 수록됐다. 이광수 시인 시 한 편 한 편마다 시인의 꿈과 사랑, 생의 희열과 눈물이 아름다운 시어로 점묘돼 있다. 쉽게 이해되면서도 깊이와 울림이 있다.이 시인은 시집 첫 머리에 “여전히 서툴다. 시다운 시 한 편 쓰는 게 오랜 꿈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두 번째 시집을 내기까지 따뜻한 눈길과 손길들이 있었다. 모두 고마울 뿐이다”고 말한다.차영호 시인은 시평에서 “이광수 시인은 청빈을 자락하는 바른 삶에서 자연의 협주가 주는 지혜를 공짜로 얻어 시로 승화시키고 있으니 이미 시복을 듬뿍 타고 났다. 시를 쉽게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고 난 지금부터도 이제까지의 작품에서 보여준 간결성, 투명한 이미지, 짧은 경구 같은 위트와 유머, 우리말의 소박한 운용과 같은 요소를 마음껏 살려내고 있다”고 평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17

발효의 효험과 역사 탐색… 발효를 파헤치다

발효는 세계의 식단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묘약처럼 신비한 발효음식의 힘이 인류사를 이끌어온 견인차 구실을 했다. ‘음식의 영혼, 발효의 모든 것’(글항아리)은 9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발효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채운 발효의 바이블이다. 저자 샌더 엘릭스 카츠는 미국의 발효 전문가로 2003년에 ‘천연발효’를 내놓으면서 이 분야의 권위자로 떠올랐다. 그는 2012년에 ‘음식의 영혼, 발효의 모든 것’을 출간해 음식사에 한 획을 그었다. 국내 번역된 이 책은 900여 쪽의 분량이 말해주듯, 방대하고 꼼꼼하게 발효의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책은 사워크라우트나 요구르트를 만드는 간단한 방법부터 고차원의 발효법까지 세세히 일러준다. 더불어 다양한 채소, 술, 탄산음료, 우유, 맥주, 콩, 물고기, 육고기 등의 발효과정과 기법, 곰팡이 배양과정은 물론 농업과 예술, 에너지 생산과 상거래에서 발효가 차지하는 위상까지 두루 기술해나간다. 책은 특히 발효 기법에 초점을 맞춰 서술한다. 알코올 발효(벌꿀주·포도주·사과주)에서 시작해 채소(과일)의 발효, 새콤한 건강음료, 우유의 발효, 곡물과 땅속작물의 발효, 곡물로 빚은 알코올음료, 콩류·씨앗류·견과류의 발효, 육류·어류·달걀의 발효 등을 차례로 다룬다. /윤희정기자

2021-06-10

102세 1세대 철학자의 책과 함께한 시간들

“독서는 현실에서 깊이 있는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도록 이끌어 준다”‘백년의 독서’(비전과리더십)는 반세기 이상의 세월을 책읽는 생활로 채워왔던 김형석(102) 연세대 명예교수가 책과 함께 호흡했던 사색의 시간들을 독자에게 들려준다.“지금도 독서는 내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열정과 꿈을 준다”고 고백하는 김 교수는 독서는 자신의 인생의 길이 되고, 사상의 기둥이 됐으며, 신앙과 인격이 아로새겨진 나이테가 됐다고 전한다.이 책에는 열네 살부터 지금까지 김형석 교수를 만들어 온 수많은 책이 그의 인생과 엮이어 소개돼 있다. 그는 책 중에서도 삶의 뿌리가 되는 고전 읽기를 강조한다.책은 크게 4부로 나눠져 있다. 1부에서는 중학교 2학년 때 도서관에서 ‘전쟁과 평화’를 읽으며 시작됐던 책읽기의 모습들을 담았고 2부에서는 신앙과 종교관에 큰 영향을 준 파스칼, 아우구스티누스, 키르케고르, 도스토옙스키, 토인비 등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3부에서는 어려운 철학과 친해지기 위한 독서법 등을 이야기하며 마지막 4부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설명한다.이번 책은 1995년 출간된 ‘망치 들고 철학하는 사람들’(범우사)의 개정판이라 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10

나와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일상은 소수를 위한 시간만을 허락한다.함께 사는 가족, 출퇴근 길에서 스쳐 가는 사람들, 식당에서 함께 밥 먹는 동료들, 저녁때 함께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몇몇 친구들. 이 소수의 사람들은 비슷한 직업, 비슷한 수입, 비슷한 취미를 갖고, 의심 속에서도 같은, 혹은 비슷한 정당에 투표한다.사회적 결속을 해치는 혐오와 편견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독일 언론인인 바스티안 베르브너(주간지 ‘디 차이트’ 편집장)는 저서 ‘혐오없는 삶’(판미동)에서 ‘접촉’을 제안한다.이 책이 말하는 ‘접촉’이라 함은, 우연한 ‘만남’에 다름 아니다.저자는 이 ‘접촉’을 우연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과 사회의 정책에 의해 좀 더 다채로운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무엇보다 저자는 우파와 좌파, 빈자와 부자,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젊은 이민자 여성과 늙은 백인 남성 등이 더 자주 만날 수 있도록, 그렇게 오늘날 사방으로 흩어진 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를 조직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접촉의 역효과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개별 인간이 아닌 집단으로 만날 때, 개인이 아닌 오로지 ‘우리’와 ‘그들’이라는 부족들이 만날 때 역효과는 두드러진다.저자는 부족적 사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부족에서 빠져나와 작고 비정치적 상황에서 사적으로 만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저자는 다른 정당에 투표하는 8천명 이상이 모여 함께 대화하며 각자의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독일이 말한다’ 프로젝트를 마련하기도 했다.“가장 많은 사람을 납득시키는 사람, 가장 좋은 이야기를 설명하는 사람이 승리한다. 사회와 정부는 설명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확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p.291~292)/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10

세계적 팬데믹… 대한민국 변곡점은 오는가?

베스트셀러 ‘88만원 세대’의 저자로 잘 알려진 경제학자 우석훈 성결대 교수가 새 책 ‘팬데믹 제2국면’(문예출판사)을 펴냈다. 거의 매해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주목받는 저서를 펴내온 우 교수가 생태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자로서 오랫동안 준비해온 책이다.2020년 초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팬데믹 관련 저서들이 쏟아졌지만, 백신 접종 이전에는 많은 요소가 너무나 불확실해서 논의가 피상적으로 흘러갈 위험이 컸다.이 책은 백신 이후 출간된 본격적인 경제전망서로서, 팬데믹으로 인한 전 세계적 변화의 큰 흐름을 짚어내는 동시에 대한민국이 직면한 경제적 충격을 예측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저자가 팬데믹에서 주목한 것이 바로 이것, 꼬리가 아주 길게 나타나는 롱테일(long-tail) 현상이다. 그는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새로운 균형, 즉 ‘코로나 균형’을 만나게 되는데 대략 4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코로나 팬데믹의 전체 기간을 1년씩 나눠 네 가지 국면으로 구분하면서 팬데믹에 대한 보다 장기적인 전망과 패턴 분석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우 교수는 백신이 등장하기 이전까지의 기간을 제1국면(2020년)으로 본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대처하는 시기다. 경제학자 우석훈.  /연합뉴스 선진국에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하는 기간인 현재를 제2국면(2021년)으로 보면서 백신을 확보한 나라와 확보하지 못한 나라 간 국제적 갈등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에도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를 제3국면(2022년)으로 정의하며 선진국들 사이의 여행이 부분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제4국면(2023년)은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도 백신이 어느 정도 보급되는 시기로, WHO가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선언을 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일 거라고 예상한다.우 교수는 “제4국면에서 한국 경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코로나 균형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선진국 중에서도 최상위 그룹에 속해 있을 것이고 국제적으로 더 잘 사는 나라가 돼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다만 그런 현상이 모두에게 행복한 미래를 보장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덧붙인다.우 교수는 팬데믹 충격 이후 산업의 패턴은 A형(코로나19로 인해 매우 좋아질 산업), B형(충격은 받지만, 제자리로 돌아올 산업), C형(어떻게 해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할 산업)으로 나눈다.특히 화상회의 플랫폼 ‘줌’ 등 비대면 활동 관련 인프라,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재생 에너지, 배달 증가에 따른 대형 쇼핑몰의 물류창고화, 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10대 대상 온라인 마케팅 등을 코로나 회복 후에도 꺾이지 않을 A형으로 분류한다.이 책은 보편 또는 선별 지급 방식의 손실보상 논란을 언급하며 “경제권력이 너무나 막강해졌다”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기도 한다. 우 교수는 경제부총리를 축으로 한 경제권력이 메커니즘이 아니라 추가경정예산 총액을 먼저 결정하고 돈을 어떻게 쓸지 논의하는데, 어느 분야에서 얼마나 지원이 필요한지는 먼저 조사한 적이 없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10

김현욱 두번째 동시집 ‘새우깡 먹으며’

김현욱 두번째 동시집 ‘새우깡 먹으며’ 표지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김현욱 씨가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로 두 번째 동시집 ‘새우깡 먹으며’(브로콜리숲) 를 출간했다.8일 김 씨는 이번 동시집의 출간 동기와 관련해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치유받을 수 있는 시를 소개하고자 했다”며 “시집의 제목도 읽는 독자들이 표지만 봐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문구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김 씨는 포항 출신으로 2008년 월간 ‘어린이동산’에 중편동화와 201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보이저 씨’, 동시집 ‘지각 중계석’, 동화집 ‘도서관 길고양이’‘박중령을 지켜라’등의 저서가 있으며, 초등학교 4학년 국어교과서에 동시 ‘지하 주차장’이 수록됐다. 현재 경주 황남초등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6년에 걸쳐 만들어진 이번 동시집 ‘새우깡 먹으며’는 총 4부 60편으로 구성됐다. 기존의 독특한 발성과 상상력은 유지하되 주변에서 일어난 작고 사소한 사건들을 소환해 깊은 시선으로 사물의 깊이를 더해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작품 ‘일기도문’은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을 주기도문의 형식을 빌려 서술하면서 다시금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이어 작품 ‘왜 나를 안 뽑아 줄까요?’ 에서도 반장 선거에서 한 표도 받지 못한 아이의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을 담담하게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예리하게 드러내고 있다.향후 김 씨는 세번 째 동시집 제작은 물론 내년 3월 경 자신의 세 번째 시집도 출간할 계획이다. 김 씨는 “그 동안 현장에서 오랫동안 독서 강의를 지도하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책 놀이 활동과 토론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동시를 창작했다”며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동시를 통해 인문학적 감성을 키우고 행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08

건강한 건물을 만드는 아홉가지 토대 제시

사무실, 집, 학교 등 우리가 거주하고, 일하고, 공부하고, 휴식하고, 회복하는 실내 공간은 생산성과 삶의 질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창의력, 집중력, 문제 해결력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우리를 병들게 만들어 능률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신간 ‘건강한 건물’(머스트리드북)은 병든 건물을 진단하는 저명한 과학수사관이자 하버드공중보건대학원 조지프 앨런 교수가 하버드경영대학원 도시 회복력 전문가 존 매컴버 교수와 손잡고 우리가 온종일 머무는 건물의 잠재력을 활용해 건강을 지키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한 책이다.환기, 공기질, 온열 건강성, 수질, 습기, 먼지와 해충, 조명과 전망, 음향과 소음, 안전과 보안 등 건물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법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복잡하다. 책에는 각각의 요소에 대한 꼼꼼하고 설득력 있는 권장 사항이 나와 있다.저자들은 공중보건학, 경영학, 건축학을 접목해 건물이 어떻게 우리를 병들게 하거나 건강하게 만드는지 건강한 건물의 과학을 밝히고 건강한 건물을 만드는 아홉 가지 토대를 제시한다. 실내 공간을 개선하는 일이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가져다주고 수많은 사람의 삶을 바꾼다고 설파하며, 경영 측면에서 건강한 건물 전략을 도입하고 실행에 옮기는 방법론과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윤희정기자

2021-06-03

경제 멘토 4인에게 듣는 백신 작동 이후의 세계

(주)미래엔 와이즈베리의 신간 ‘미래 시나리오 2022: 백신 작동 이후의 세계’는 지난해 출간돼 경제 분야 대표 전망서로 자리매김한 ‘미래 시나리오 2021’의 후속작이다.‘미래 시나리오 2022’는 2021년 백신이 작동하기 시작한 이후 더욱 정밀해진 예측과 함께 독자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만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한다. 경제, 산업, 기술, 정책 분야의 젊은 멘토인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 김상윤 중앙대 교수, 박정호 명지대 교수,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 등 각 분야 최고의 경제 멘토 4인이 뜻을 합쳐 집필했다.책은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별 이슈에 대해 IMF, OECD, 세계은행, UN 등 주요 국제기구 최신 보고서를 우리 관점에서 분석한다. ‘보복 소비 어디서 터지나?’, ‘기준금리 정말 오르나?’, ‘CBDC와 가상화폐 연관성 있나?’ 등 우리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주제와 변화의 단서들을 심도 있게 다뤘다.특히 매 챕터 별면으로 구성된 ‘DEBATE(토론)’ 장에서는 1차로 저자들이 각각 담당한 분야의 상황과 글로벌 보고서를 꼼꼼하게 분석해 본문에 싣고, 이를 바탕으로 4인의 저자가 의견을 주고 받으며 토론한 현장을 생생히 담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03

해탈의 길을 찾은 52명의 경험담

‘마음공부 체험기’(침묵의향기)는 재가불자 수행전문도량인 무심선원에서 해탈의 길을 체험했던 수백명 중 52명의 경험담을 글로 옮겼다.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주부, 회사원, 자영업자, 공무원, 의사 등 직업도 다양하고 나이도 2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하다. 게다가 불교계에서는 여자의 몸을 입고서는 깨달을 수 없다는 속설이 있지만, 여기 실린 사람들의 성별은 남자 20여 명, 여자 30여 명으로 여자가 오히려 더 많다.책은 52명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지만 주된 골자는 ‘이것’이다. 스승은 끊임없이 ‘이것’을 가리키고 제자는 ‘이것’에 관심을 기울이며 설법에 집중한다. 그러다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알아차린다. 체험기들은 모두 ‘이것’을 통해 알아차린 경험에 대해 말하며 알아차리기 전과 후가 달라졌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이들이 알아차린 것은 분별망상에서 해방되는 것을 말한다.“분별망상에서 해탈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다. 뜻이 있는 사람이 선지식을 믿고 그 가르침에 꾸준히 귀를 기울이면 저절로 해탈을 체험할 수 있다.”‘마음공부 체험기’는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구원은 어떻게 얻는가?’ ‘마음공부는 어떻게 하는가?’ 등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에게 바른 공부의 길잡이가 돼 줄 내용을 열 가지로 나눠 소개했다. 2부에서는 52명의 마음공부 체험기를 보여 주며, 3부에는 김태완 선원장의 공부 이야기를 덧붙였다.책은 해탈의 궁극을 밝히기보다는 새싹을 틔웠던 경험을 토대로 누구나 해탈의 길에 들어설 수 있고, 그 내면이 상상 이상으로 자유로울 수 있음을 전한다.침묵의 향기 출판사 측은 “선 공부인들이 바른 가르침을 만난 뒤 해탈의 체험에 이르는 과정, 이후의 성장과 변화 등 생생한 체험기와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스승의 지도 방식 등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내용이 가득해 마음공부에 실질적인 길잡이가 되어 줄 귀중한 책”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2021-06-03

세상의 거짓말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찾다

‘이만하면 충분한 삶’(샘터)은 미국의 저명한 TV 비평가이자 칼럼니스트인 헤더 하브릴레스키가 일상이 불충분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물질주의의 유혹, 사랑과 성공에 대한 오해 등을 주제로 혼란스러운 세상을 헤쳐나갈 방법과 만족스러운 삶에 관해 제안한 에세이다.미국 출판계 최고 권위 서평지인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올해 최고의 책,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 올해 여성 독자가 가장 좋아한 책, 버슬(BUSTLE) 올해 최고의 논픽션으로 선정된 화제의 책이다.‘뉴요커’, ‘뉴욕 타임스 매거진’, ‘에스콰이어’, ‘LA 타임스’ 등에 글을 기고하며 미국 내 가장 지적인 비평가로 주목받는 하브릴레스키는 책에서 현대사회에서 자신을 독으로 생각하는 위험성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삶에 실망하면서 사회 전체가 서로를 비난한다고 지적한다. 또 기술의 발달과 제도적 진화로 인해 안락하고 부유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내 삶에 관해선 갈피를 잡지 못한다고 덧붙인다.하브릴레스키는 “정말 이대로는 안 되는 걸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라고 조언한다. 이 질문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자기회복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고, 지금 존재하는 것과 나 자신과 친해질 수 있어 이대로도 괜찮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이 책은 모두 3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1장 ‘우리의 오해’에서는 미니멀리즘으로 대변되는 소비 트렌드와 그 이면의 과소비,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모든 것이 수치로 가시화되는 현상, 지나친 음식 추구, 자칭 전문가가 미치는 악영향 등 우리의 오해로부터 파생된 현상을 살펴본다. 2장 ‘세상의 유해’에서는 오늘날 세상이 우리에게 보내는 갖가지 유해한 메시지 가운데 심각한 것들을 꼽아 분석한다. 친절함을 강요하는 사회, 자본주의로 교묘하게 조작된 행복, 악하고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사람을 영웅시하는 미디어, 여자들의 일생을 둘러싼 암울한 환경 등을 고찰한다. 그리고 마지막 3장 ‘나와의 화해’에서 저자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나이에 대한 집착에서의 해방과 순수함의 회복, 진정한 로맨스, 나를 향한 믿음 등 우리의 오해를 풀고 세상의 유해를 넘어 나의 삶과 화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하브릴레스키는 “빛나 보이지만 절대 오지 않을 피상적인 미래를 거부하고 현재의 불완전한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의 구원은 바로 여기서, 지금, 이 불완전한 순간에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불완전하고 불확실하며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절묘한 순간들을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단순한 진실을 계속 상기하며 온몸으로 깊이 들이마시면 된다”고 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03

“처음처럼 순수한 본래의 마음을 찾는 다짐”

탄탄 스님 시집 ‘날것의 미학’깊은 역사를 지닌 포항의 천년 암자 오어사 자장암의 감원으로 있는 탄탄 스님이 최근 4번째 시집 ‘날것의 미학’(문경출판사)을 펴냈다. 스님은 시인이자 칼럼니스트 승려로 통한다. 그는 용인대 객원교수, 동국대 외래교수 등 여러 대학과 불교 교양강좌에서 다양한 강의 활동도 펼쳐 의외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지금껏 낸 시집과 수필집, 논문도 다양하다. ‘간월암’ 등 몇몇 시는 찬불가요로 작곡돼 불자가수 김란영이 불러 큰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신작 시집에서 탄탄 스님은 ‘극락조’, ‘오유지족(吾唯知足)’ 등의 시를 통해 흰 구름처럼 천촌만락을 떠돌며 때로는 절망하고 방황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길과 희망을 찾고 깨달음을 구하는 구도자의 마음을 전한다. ‘아비와 어미’, ‘고등어 다비’ 등 속가의 부모님과 주변 중생들을 향한 애정 어린 마음이 담긴 시도 함께 수록돼 있다.탄탄 스님은 “자연과 모든 대상을 마음으로 상상하고 생각하며 즐기는 여행, 물소리 바람소리 가슴으로 알아차리며 해맑은 샘물처럼 솟아 흐르는 감성의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끝없이 사유(思惟)한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로 갈 것인지 모르는 인생길을 걸으며 세상 마치는 날의 이별 인사를 미리 건네려는 듯 용맹스러운 정진으로 깨끗이 닦아내는, 처음처럼 순수한 본래의 마음을 찾는 다짐 속에 네 번째 시집 ‘날 것의 미학’을 상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탄탄 스님‘반가사유상’이란 시에서는 “생로병사 있어/고뇌하여 해탈도 있고/사문유관을 관하여/바라보고 있으려니/천년의 고뇌 그려지네/억겁을 생각하여/웃음도 울음도 속으로/삼키는 대장부”라고 묘사한다.전 조계종 교육부장 진광 스님은 발문에서 “처음 해인사 지족암에 행자로 입산했다가 속세간의 막둥이 동생 생각에 하산하면서도 평생 중노릇하리라 다짐하던 ‘옛일’이란 시가 눈물겹다”는 감상평을 밝혔다. 이어서 “캐나다 밴쿠버에서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회귀를 보며’라는 시에서 ‘먼 길을 나서보면/ 반드시 안다/ 내 돌아가야 할 길은/ 항시 그리움이 일렁인다는 사실을’이라고 깨달은 채 귀국해 청산으로 향하던 일에서 그의 수행자다운 진심과 본래면목을 엿볼 수 있다”면서 “이러한 그의 삶과 수행의 편린은 ‘불주사’와 ‘심검’ 혹은 ‘나 죽어’ 등의 시구절 곳곳에서 함께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해봉당 자승 큰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93년 수계한 탄탄 스님은 포교원 전법단 교정교화분야 지도법사를 비롯해 총무원 조사국장 및 상임감찰, 용덕사 주지를 역임했으며 현재 불교중앙박물관 관장, 조계종 종립학교관리위원, 자장암 감원을 맡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5-25

600년 전 조선의 ‘청하읍성’ 복원을 바라며

조선시대 군사기지였던 청하읍성을 역사유적으로 복원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청하읍성이 위치한 포항시 청하면과 청하읍성의 이야기를 담은 책 ‘진경산수의 고향 청하읍성’(도서출판 나루)이 출간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조선 세종때 축조된 청하읍성은 잔존율 못지않게 1733년부터 2년 간 청하현감으로 재임했던 겸재 정선(1676~1759년)이 그린 청하성읍도(淸河城邑圖)로 인해 유명하다.청하성읍도는 겸재 자신이 근무하던 읍성의 모습을 조감도처럼 세밀하게 그려 남긴 작품이다. 여기에는 읍성의 형태와 건물의 배치, 향교를 비롯한 읍성 주변의 모습이 담겨 있다. 지역 학계에서는 겸재의 이 그림 하나만으로도 청하읍성은 복원돼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포항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는 모임인 포항지역학연구회(회장 이재원)가 발간하는 포항지역한연구총서 시리즈 가운데 그 일곱 번째인 이 책은 겸재 정선이 청하현감으로 있으면서 그린 청하 그림의 배경을 비롯해 청하읍성 소개·주변 자연경관·인문 자원 등에 관한 이야기를 엮었다.책은 지금은 터만 남은 청하읍성이 600년 전의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되기를 바라는 세 명의 저자 박창원 수필가, 이재원 포항지역학연구회장, 김상백 경북생명의숲 상임대표가 옛 문헌들을 뒤져 퍼즐조각 맞추듯 청하읍성의 옛 자태를 재현해내고 있다.겸재 정선의 그림 속에서 그리고 당대의 시인묵객들의 시구에서 당시의 청하읍성과 그 마을 주민, 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주변경관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발굴, 채록해 실었다.먼 옛날 영남의 한 작은 고을이었던 청하는 “이 고을 현감으로 내정되면 위로를 받고 축하하는 것이 없다”할 만큼 하찮은 변방에 지나지 않는 고을이지만 주변 경관만큼은 어디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빼어났음을 이 책 구석구석을 통해 알게 된다.겸재 정선이 자신의 진경산수화풍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림 ‘내연삼용추도’, ‘금강전도’ 등을 나이 58세 때 청하현감으로 약 2년 남짓 재임하는 동안 그렸다는 사실은 현재 이곳에서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에게 뿌듯함을 안겨줄 만하다.또한 책에 실린 당대의 시인묵객들의 시구를 통해 자연경관과 더불어 그 지역에서 살았던 선조들의 삶의 흔적들도 엿볼 수 있게 한 것은 이 책이 하나의 역사자료 연구 결과물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박창원 수필가는 프롤로그에서 “겸재 정선과 포항시 청하면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2021년, 포항지역 사회에 던지는 ‘청하읍성 복원’이라는 화두이다”라고 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5-20

법정스님의 ‘불교의 요체’… 진리 탐구 실천 길잡이

‘진리와 자유의 길’(지식을만드는지식)은 무소유의 가르침을 전한 법정 스님의 미발표 육필원고를 묶은 책이다. 스님이 1980년부터 1991년까지 송광사 수련회에서 젊은 스님들에게 가르치려고 만들었던 수련 교재를 다듬었다.법정 스님의 맏상좌이자 ㈔맑고향기롭게 이사장 덕조 스님은 월간 ‘맑고 향기롭게’에 스승의 말씀을 실으려고 원고를 정리하다 수련교재 친필 원고를 발견했다고 한다. 소중한 자료가 그간 잊힌 채 잠들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덕조 스님은 고민 끝에 이를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기로 했다.책은 법정 스님이 생각하는 불교의 요체를 담았다. 불교 출현의 역사적 사실과 초기 불교의 특징, 보살행, 불교의 교법, 선의 역사와 사상, 좌선의 방법 등을 풀었다. 책 끝에는 원효, 야운, 지눌 스님의 글도 덧붙였다.법정 스님 입적 뒤 불일암에서 수행 중인 맏상좌 덕조 스님은 출간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불기2565년을 맞는 부처님오신날에 부처님이 어떻게 와서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 보자는 뜻입니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생로병사의 운명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하기 위해 진리의 길을 탐구했고 마침내 깨달음을 얻어 대자유인이 되었습니다. 부처님이 되신 뒤에는 모든 중생을 깨달음의 길로 안내하셨습니다. 법정 스님의 삶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유인이 되기 위해 출가한 뒤 진리를 탐구하고 실천하였습니다. 스님의 무소유는 진리를 실천해 자유인으로 사는 한 방법이었고 이 책은 모든 이웃과 함께 진리를 탐구하고 실천하기 위한 법정 스님의 길라잡이입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5-20

식객의 먹방 여행… ‘최고 중 최고 맛집’ 200곳 소개

허영만 지음·가디언 펴냄 교양·1만7천원‘식객이 뽑은 진짜 맛집-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2’은 2019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한 TV조선 프로그램‘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2주년을 기념해 식객의 먹방 여행을 소책자로 출간한 것이다.책은 식객 허영만이 지난 1년간 전국을 돌며 직접 맛 본 음식 중 ‘최고 중의 최고 맛집’ 약 200곳을 소개한다.책은 서울, 인천과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부산과 경상도, 전라도 등 총 6개 지역을 망라해 선별된 ‘맛집’을 소개하고 음식에 대한 식객의 비평을 담았다. 또 지난해 발간된 책의 기본 틀에 ‘지역별 맛집 지도’와 ‘나만의 노트’를 추가해 맛집을 빠르게 찾도록 하고 직접 평가를 기록하며 허 화백과 자신의 평가를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다.맛집의 기준은 ‘집밥 같은 백반’, ‘비싸지 않은 가격’, ‘그럼에도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맛’이다.허 화백은 머리말에서 “어머니는 있는 것들만으로도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었다. 그렇게 차려진 밥상을 찾아 떠난 백반기행은 어머니의 손맛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채반에 고봉으로 담겨 나오는 어머니의 정성을 무엇에 비기겠는가. 골골마다 집집마다 제철에 나는 것들로 차려진 밥상을 마주하면 나는 행복해진다”고 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5-20

냄새와 인간의 삶… 냄새의 중요한 역할 다뤄

30여 년 동안 후각 연구에만 몰두한 냄새 심리학자 베티나 파우제 독일 뒤셀도르프대 교수의 대중 교양서 ‘냄새의 심리학’(북라이프)이 번역 출간됐다. 저자는 30년간 냄새와 인간의 삶을 연구해 인류가 진화하고 발전하는 데 냄새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밝혀냈다.저자는 후각과 사회적 친밀함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인용하며 “사람 냄새를 비롯해 주변 냄새를 아주 정확하게 인지하는 사람들은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였고, 사회적 관계망 역시 더 단단했다”고 말한다.불행은 외로움에서 비롯하고, 행복의 필요조건은 풍요로운 인간관계라는 점에서 저자는 “일상에서 코를 좀 더 신뢰하고 냄새를 의식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분명 우리 삶이 좀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도와준다”고 역설한다. 또한 냄새를 잘 맡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아울러 책은 냄새에 관한 인간의 무관심이 어떻게 후각 연구라는 하나의 연구 분야로 자리 잡으며 체계적으로 진보해 왔는지, 인류가 진화하고 발전하는 데 냄새가 어떤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등을 다룬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5-13

탐욕의 사회를 구해낼 기독교정신을 말하다

‘탐욕사회와 기독교정신’(좁쌀한알)은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를 지낸 영국의 사상가 리처드 헨리 토니(1880∼1962)의 헨리 토니의 대표 저작 중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중요한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기독교와 자본주의의 발흥’, ‘탈취사회’, ‘평등’ 등 여러 저작을 남긴 토니는 20세기 영국 사회주의를 이끈 인물이다. 탁월한 인품과 흐트러짐 없는 헌신의 삶으로 영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사회 이론가이자 활동가이자 기독교 본연의 사랑의 정신을 현실 사회의 구조와 경제에 적용하려 평생을 바친 기독교 도덕 운동가였다. 그는 무상 중등교육과 대학 개혁, 개인교습 중심의 성인 교육을 주창했다. 아울러 자본주의가 인간을 도구로 전락시킨 세태를 한탄하면서 개인과 기업의 이익이 공동체 이익에 종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30대 청년 토니가 사회 구조의 모순에 대해 고뇌한 ‘비망록’, 더 많은 부와 권력 획득을 향한 탐욕이 산업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근본 문제를 고찰한 ‘탐욕사회’,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대해 자본주의 병폐가 종교개혁의 본질을 훼손시킨 점을 간과했음을 비판한 ‘베버의 신화에 관하여: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영문판 서문’, 공공복지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구체적 자유에 대해 논의한 ‘문제는 자유다’ 등을 실었다.오염된 기독교 도덕을 회복시킴으로써 사회를 탐욕에서 건져낼 수 있다고 본 토니는 자본주의 산업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원동력을 도덕과 기독교 본연의 사랑 정신에서 구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5-13

당신의 선택은?… 운명을 바꾼 18가지 승부수

세계적 명성의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에 150번의 선택을 한다. 점심 메뉴를 정하는 것부터 자산 투자, 건강에 관한 중대한 결정까지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결정과 마주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결정을 위한 정보는 늘 불충분하고 결정의 순간까지 언제나 시간에 쫓기기 때문이다.미국의 전설적 커뮤니케이션 전략가 로버트 딜렌슈나이더(딜렌슈나이더그룹 설립자이자 회장)는‘결정의 원칙’(인플루엔셜)에서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도 최선의 선택을 위한 불변의 원칙이 분명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결정의 원칙’은 포춘 500대 기업을 자문하고 수만 명의 리더를 만나면서 그들이 느끼는 결정의 두려움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해온 딜렌슈나이더가 역사의 판도를 바꾼 18가지 위대한 결정의 정수를 담은 책이다.율리우스 카이사르, 마르틴 루터,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등 우리에게 친숙한 역사적 인물은 물론 레이첼 카슨, 말랄라 유사프자이 등 최근 세계에 영향력을 떨친 인물들의 결정을 통해 절대고독의 순간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더 나은 인생으로 나아가는 법을 전한다. 이 책은 폭넓은 결정의 스펙트럼 속에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한 자신만의 철학과 원칙을 세우도록 돕는다.‘결정의 원칙’은 역사의 판도를 뒤흔든 인물들의 결정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23인은 결정적 순간, 운명의 승부수를 띄워 인생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흔히 결정은 ‘직감’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직감 역시 오랜 경험과 학습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직감은 무(無)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저자가 뛰어난 통찰력과 안목으로 엄선한 결정의 원칙을 삶에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훈련이 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18가지 결정의 원칙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첫째, 결국 중요한 결정은 스스로 내려야 한다. 영국 총리를 지내며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마거릿 대처는 전쟁 경험이 전무한 것에 대한 주변의 우려와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결국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깨달음에 도달했다. 저자는 대처의 굳은 소신과 냉철한 판단력, 주변의 조언을 걸러 들을 줄 아는 현명함은 탁월한 결정력과 리더십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둘째, 나를 방해하는 진짜 장애물에 집중하라. 자동차 산업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끈 헨리 포드는 포춘이 선정한 ‘비즈니스 역사상 최고의 결정’으로 유명하다. 높은 이직률을 해결하기 위해 직원들의 임금을 1일 2.5달러에서 5달러로 두 배 올린 것이다. 저자는 ‘직원들의 사기 저하’라는 장애물을 명확히 꿰뚫고 자신의 제조 공정에 대한 확신을 토대로 결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포드의 신념을 비즈니스 판도를 바꾼 결정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셋째, 결정을 위한 최고의 타이밍을 잡아라.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남북전쟁 중 북군의 전세가 유리해지는 상황에 맞춰 노예 해방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수개월 전에 작성했으나 최고의 타이밍을 위해 치밀하게 기다렸던 것이다. 저자는 “아무리 뛰어난 결정이라도 최적의 시기를 놓치면 무용지물”이라 말한다.결정에는 최고의 효과를 발휘할 타이밍이 있다.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할 수 있을 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5-13

전술에서 전략까지… 고전 속 전쟁의 원리

‘전쟁이라는 세계’(한겨레출판)는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가 군대가 어떻게 싸우는지, 전장에 선 군인이 무엇을 느끼는지, 잘 싸우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공부한 기록이다. 근현대 군사학 고전 36권을 골라서 주요 내용을 요약하고 현재에도 유익한 내용을 정리했다.저자가 20여 년 동안 전쟁사와 군사학을 공부한 끝에 내린 결론은 “공부하는 군인이 잘 싸운다”는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군대의 존재 목적은 전쟁 억지에 있다. 따라서 저자는 군대를 “거대한 학습조직”으로 정의하고, “경기 일정이 잡히지 않은 권투선수”에 비유한다. 권투선수는 언제 경기가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훈련에 매진하고, 경기가 벌어지면 최선의 기량으로 싸워 이겨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군대의 의무는 교육 훈련이고, 더 본질적으로 학습이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순간, 침략당한 나라의 군대는 실패한 것이다. 적이 공격해도 될 만큼 만만하게 보였기 때문이다.이 책은 ‘국민을 위한 안보 교양서’를 표방하면서, 총 6부로 구성돼 있다.1부 ‘전쟁이란 무엇인가’에서는 현대 전쟁의 원인과 원리를 살펴본다. 2부 ‘대전략과 전쟁 지휘’에서는 정치와 전쟁의 관계 및 상호작용에 주목한다. 3부 ‘그들은 어떻게 싸우는가’에서는 전투 과정의 실상을 상세히 살펴본다. 4부 ‘지휘관이 중요하다’에서는 지휘관의 탁월성을 탐구한다. 5부 ‘미래의 전쟁, 전쟁의 미래’과 6부 ‘전쟁의 역사’에서는 주로 전쟁사의 고전을 다룬다.저자 최진영 교수는 국방일보와 국방저널에 ‘최영진 교수의 전쟁과 미술’을 시작으로 ‘현대 군사명저를 찾아’, ‘최신 군사학 연구동향’, ‘군사고전 다시 읽기’, ‘역사 속의 군사전략’ 등의 칼럼을 연재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5-13

정치와 첫사랑까지… 코로나시대 삶 독창적 언어로 표현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한 최영미(60) 시인이 신작 시집 ‘공항철도’(이미출판사) 를 펴냈다.한국 문단의 성폭력을 고발하며 문학계 ‘미투(MeToo)운동’을 촉발한 지난 2019년 펴낸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이후 2년만이다.그는 이번 일곱 번째 시집에 시사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지부터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까지 코로나 시대의 삶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와 선명한 이미지로 표현해 낸 시 50편을 수록했다.“눈을 감았다/ 떠 보니/ 한강이/ 거꾸로 흐른다/ 뒤로 가는 열차에/ 내가 탔구나.”(‘공항철도’ 중)이 시는 1부 ‘그래도 봄은 온다’에 실린 표제작이다. 조선의 학자이자 문인이었던 김시습의 어록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최선의 정치란 훌륭한 정치를 하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최선의 정치는 순리를 따르는 데서 이루어진다.” _김시습(金時習).이 시를 쓰게 된 배경은 이렇다. “열차에 타서 눈을 감고 좋아하는 시나 마음에 드는 구절을 외우는 게 제 취미 중 하나인데, 김시습의 이 문구를 외우다가 보니 내가 역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이게 시가 되겠다 해서 메모를 했죠. 우연히 얻어진 시에요.”2부에는 두 번째 서른을 맞은 최영미가 자신에게 바치는 시를 포함해 세태를 풍자한 시들이 배치돼 있다.“어떻게 내가, 저 눈부시게 아름다운 도토리묵/ 달콤쌉싸름한 당근케이크를 입에 넣고서/ 내 관심을/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혹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집중할 수 있을까”(‘정치’ 중)최영미는 지난 4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시집은 자유롭게 나온 것이다. 내가 의식적으로 뭘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의식적으로 쓴 것은 예이츠의 정치를 패러디해 쓴 시를 포함해 서너 편 정도이다. 나머지는 내 속에서 나오는 언어를 받아쓰는 식으로 썼다”고 말했다.3부에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시인이 바라본 문학과 예술에 대한 사색이 들어있다.“인류의 가장 큰 허영은 양심./아니, 예술인가”(‘아리송한’ 중), “제가 흘린 눈물을 마시며 연명하다/”잠에서 깨어났다네(‘늙은 앨리스’ 중)마지막 4부에는 어머니를 간병하며 떠올린 삶과 죽음을 화장기 없는 언어들에 담았다.“인생,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거다”(‘면회금지’) “요양병원의 어머니에게 도시락을, 나의 죄의식을 전달하고” (‘나의 전투’) 난장판이 된 부엌, 아무데나 널브러진 포크를 집어 식탁 밑에 떨어진 음식 찌꺼기를 찍어 올리는 일상이 잔잔하게 펼쳐진다.최영미 시인은 ‘공항철도’‘시인의 말’에서 “시 속에서는 모든 게 허용되어 앞뒤가 맞지 않은 말들도 숨을 쉬고, 주소와 번지가 다른 감정들이 서로 어울리고, 나도 모르는 먼지들이 스며들어 노래가 되었다”며 “시를 버릴까, 버려야지. 버리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어이하여 지금까지 붙잡고 있는지”라고 적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