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심연’<br/><br/>프랑수아즈 사강 지음·민음사 펴냄<br/>소설·1만3천원
사강은 열아홉에 발표한 ‘슬픔이여 안녕’, 대표작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등 사랑을 앞에 둔 남녀 간의 미묘한 심리를 그려 낸 작품들로 프랑스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엄청난 양의 독서와 특유의 재기를 바탕으로 이십여 편의 소설, 에세이, 희곡, 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고, 사랑에 대한 설득력 있는 심리 지도를 완성했다. 섬세한 문체, 내밀한 심리 묘사로 특유의 문학 세계를 구축해 반세기에 걸쳐 ‘사강 신드롬’을 유지해 왔다.
사강의 어느 작품들보다 더 파격적이고 생생한 사랑을 그려 낸 ‘마음의 심연’은 열린 결말의 미완성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사강스러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음의 심연’은 사강의 아들인 드니 웨스토프가 2004년 사강의 사망 이후 발견한 원고를 십여 년간 스스로 엮고 다듬어 지난 2019년 나온 작품이다. 출간 당시 파리 책방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설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마음의 심연’은 프랑스 지방 재력가인 앙리 크레송의 저택 ‘라 크레소나드’를 배경으로 한다. 이 작품은 사강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생생하고 신랄한 풍자, 재기 넘치는 대화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갈등과 고뇌로 이뤄져 있다. 삼각관계와 나이차가 많은 연상 연하의 사랑을 다뤘다는 점에서‘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연상하게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