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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본 명단편선’ 10권 번역 완간

일본 근현대를 대표하는 명작가 42명의 명작 단편소설 127편을 번역한 ‘일본 명단편선’(지식을 만드는 지식)이 출간됐다. 우리나라 일본문학 연구자 63명이 번역해 펴낸 이번 명단편선은 127편의 작품을 인생, 재난, 근대, 동물, 광기, 남녀, 계절, 일상, 허무, 구원 등 10개의 주제로 구분해 각 권에 13편 정도씩 담았다.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비롯해 단편소설의 귀재로 통하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탐미주의의 대표 작가 다니자키 쥰이치로,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 등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작가의 작품 외에도, 일본 1천엔짜리 지폐의 초상인물인 여류작가 히구치 이치요, 신감각파의 대표작가 가지이 모토지로, ‘괴담’의 작가 고이즈미 야쿠모 등 다소 생소한 작가들의 숨은 보석 같은 명작들이 포함돼 있어 주목받고 있다.역자들은 대부분 일본근현대문학을 전공한 전문가들로서 대학원을 수료하고 국내 또는 일본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국내외 대학의 일어일문학 관련 학과 교수 및 강사로 재직중이다.공동 번역자인 위덕대 일본언어문화학과 이정희 교수는 “이번 ‘일본 명단편선’전 10권 출간을 통해 한국에서 일본문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형성될 것을 기대한다”며 “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일본인의 정서나 일본문화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기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7-22

방랑자들의 굴곡진 삶, 슬픔과 좌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V.S. 나이폴의 ‘자유 국가에서’(민음사)가 최근 국내 출간됐다. 영국령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인도 이민자 3세로 태어난 나이폴은 식민지 상황 아래서 피지배자, 주변인이 겪는 혼란을 그린다. ‘오리엔탈리즘’의 에드워드 사이드 등은 나이폴이 식민지 역사와 제3세계의 현실을 외면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나이폴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담론보다는 피지배자가 경계인으로서 겪는 인간적인 갈등에 더 주목한다.이 작품은 부랑자, 집시, 외국인 노동자, 식민지 파견 행정관 등 식민지를 둘러싼 다양한 방랑자들의 굴곡진 삶을 제시하며 정체성을 둘러싼 이방인의 고뇌를 다룬다. 네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중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모두 모국을 떠나 삶의 뿌리와 공동체를 상실한 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나이폴은 식민지에서 태어나 본국의 이민자로 살았던 개인적 경험을 확장시켜 식민과 탈식민, 유럽과 비유럽의 대립 구도, 식민지 독립 후 문화적 혼돈기의 삶을 소재로 개인의 정체성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 유럽 중심의 식민주의가 어떻게 세계사를 왜곡하고 개인의 삶과 희망을 짓밟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7-22

단편영화처럼, 삶의 단면 녹여낸 51편의 작품

“벚꽃이 전쟁처럼 흩날리는 저녁/ 바그다드 도서관이 불에 탄다/ 길 위에 사람들은/ 낡은 책 안으로 사라져가고/ 죽음은,// 검은 주머니 가득/ 모래 폭풍을 싣는다/ 어둠을 달리던 바람의 마차들/ 달빛 아래 드러나는 폐허의 이빨들/ 희망도/ 절망도/ 깨진 꽃잎을 주워 담으며 중얼거린다//…봄은,/ 학살이다// 홀쭉해진 계절을 틈타/ 별빛도 마른 티그리스 강가/ 어린 소녀들의 물동이 안에서도/ 달은 자라고/ 포탄이 떨어진 자리마다/흰 꽃이 선다//”- 최미경 시 ‘4월’ 전문포항에서 북 콘서트 ‘언니네 책다방’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미경 시인이 등단 17년 만에 첫 시집 ‘저녁 7시에 울다’(달아실출판사)를 출간했다.최미경 시인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2000년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200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했으며, 장편 동화 ‘폭풍소녀 가출기’와 청소년 성장소설 ‘너의 눈을 내 심장과 바꿀 수 있기를’을 낸 바 있다. 최미경 시인. 최 시인은 첫 시집 ‘저녁 7시에 울다’에서 “아름다운 것들은 서로 닮아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태내에 지니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정서, 곧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미화시키는 현명함을 시로 표현했다. 이 책에 실린 ‘너는 You are’ ‘나는 I am’ ‘그 혹은 그녀 He or She’라는 3개의 주제로 한 총 51편의 작품들은 감정의 근원적 주제에 대한 탐색을 보여주고 있다.그의 작품은 탄탄한 구성력과 참신성이 돋보이는 문장력을 배경으로 기민한 통찰력과 상상력을 동원해 진실하고 아름다운, 삶의 고유성을 말하고 있다. 최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누군가를 만나고 그리워하며 애증과 결별을 반복하는 과정이 삶”이라며 “그러한 단면들의 연속성을 편집하여 단편영화처럼 재구성해 시로 녹여내고자 했다”고 말한다.문학평론가 박성현 시인은 시집 ‘저녁 7시에 울다’에 대해 “이 시집은 죽음의 ‘구원’과의 양립 가능성에 대한 상상의 구체화”라며 “이에 대한 그의 생래적 감각을 만나볼 수 있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2021-07-22

중국 공산당 창당 100년 역사 대탐구

중국공산당이 지난 1일 창당 100년을 맞아 성대한 축하 행사를 열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에 올라 “중화민족이 지배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던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그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괴롭히면 강철 만리장성에 머리를 부딪혀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아편전쟁 이후 굴욕의 한 세기를 보낸 중국을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부상시켰다는 자부의 선언이다. 1921년 당원 50명으로 출발한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은 2020년 GDP는 전년대비 2.1% 성장했다. 이런 성적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모든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것이며,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경쟁에서도 꿋꿋이 버텨낼 정도로 강한 국가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대와 중국’(나무발전소)은 전 고려대 중국학연구소 연구교수였던 신봉수씨가 간결하고 명확한 방식으로 현재의 중국을 만들어낸 ‘과정’, 그리고 현재 중국 사회나 경제, 정치, 외교의 특징을 설명해준다.책은 서구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치제도, 경제제도, 국제관계 등이 중국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추적한다. 아편전쟁부터 시진핑 시대까지 기독교 문명과 유교 문명의 만남을 충돌·굴절·변용이라는 핵심어로 요약하며 냉전 후 사회주의 현대 중국을 탐색해나간다. /윤희정기자

2021-07-22

세 커플의 자발적 사랑… 현실 공감 로맨스

결혼을 기피하는 세태를 문학적으로 고찰한 ‘결혼하지 않는 도시’(마음서재)가 출간됐다.2007년 ‘슬롯’으로 제3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신경진의 네 번째 장편소설인 이 책은 로맨스 드라마이지만 단순 연애소설이 아닌 사회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 미래지향형 소설에 가깝다. 스토리가 인물들의 러브라인을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결혼이 갖는 시대상과 변화의 추이를 끊임없이 관찰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세 커플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결혼제도의 맹점을 들여다본다. 밖에서 볼 때는 단란한 가정이지만 공허함과 결핍을 느끼는 쇼윈도 부부, 사각 관계라는 위험한 실험을 시도하는 남녀, 새롭고 특별한 방식의 결합을 추구하는 커플이 등장한다. 선택적 결합으로 푸른 눈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큐레이터. 이성과 감성을 두루 갖춘 중국계 2세 출신의 성적소수자, 폴리아모리(비독점적 자유연애)를 꿈꾸는 대학원생, 서로 다른 인종과 나이 차를 극복한 커플. 저마다 편견에 시달리고 있지만 행복을 찾는 지점은 동일하다. 바로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 어쩌면 그들은 법적인 효력보다 서로의 삶을 온전히 공유하는 순간에 만족하는 연인들인지도 모른다. 남녀 간 사랑과 결혼에는 정답이 없지만 두 사람의 만남이 반드시 결혼으로 귀착해야 하는지를 작가는 넌지시 묻는다. /윤희정기자

2021-07-15

평범한 시간 속에서 배우는 삶의 아름다움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 괴테와 마주 앉는 시간’(문학동네)은 괴테 전문가 전영애(70)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가 독일 문학 거장 괴테의 세계로 친절히 안내하는 책이다.전 교수는 독일 대문호 괴테(1749∼1832)의 시 770여 편을 15년에 걸쳐 완역하고 ‘파우스트’와 ‘데미안’ 등 주옥같은 괴테 전집을 번역해 괴테 전문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2015년 ‘시인의 집’을 통해 여러 시인들과 작가들을 향해 걷는 마음의 기록을 전한 바 있는 전 교수는 이번 책에서 다시 괴테로 돌아가 ‘파우스트’‘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서·동시집’등 거대한 작품들에 담긴 아름답고 시적인 격언들을 통해 고단한 삶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눈물 젖은 빵’에 관한 이야기나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등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유명한 말들에는 괴테가 긴 생애 동안 끊임없이 꿈꾸고 사랑하며 체득한 빼어난 지혜가 담겨 있다. 전 교수가 이 모든 일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 그런 사람은 어떻게 자기를 키웠는지 알려주고 싶어서다. 그가 모델로 삼은 괴테는 살면서 위기나 시련을 겪으면 능동적인 사유와 연구, 창작으로 극복해낸 인물이다. 그는 괴테를 알게 된 것이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한다.‘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는 괴테의 작품세계가 워낙 방대해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독자들을 위해 차분히 이야기하는 말투로, 우리가 괴테에게 배울 수 있는 삶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을 찾아내어, 나지막이, 그러나 단호하게 희망에 대해서 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7-15

한국에는 과학이 존재하는가?

신간 ‘과학의 자리’(김영사)는 과학의 사회적 의미와 과학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최초의 논의이자 현장 과학자의 과학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치열한 고민이 담긴 역작이다.저자인 김우재 하얼빈공업대학교 교수는 한국 과학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과학자이자 패스파인더로 꼽힌다. 연구실이나 실험실에서 연구에만 매진하는 것이 과학자의 미덕이라 여겨지는 한국 사회에서 김우재 교수는 돌연변이 같은 존재다. 그는 인문학자들조차 압도하는 철학적, 역사적 지식으로 중무장한 채 다양한 사회적 논의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냄으로써 ‘지식인으로서의 과학자’라는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는 낯선 과학자다.김 교수는 이 책에서 “과학기술 시대, 왜 한국에는 과학이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고,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는 나라에 과학이 존재하지 않는다니 무슨 의미일까? 오늘날 한국 사회는 과학기술과 과학지식으로 가득한 공간이지만 ‘과학적 삶의 양식’과 ‘과학문화’가 정착되지 못했고, 그 결과 역설적으로 과학 부재 사회가 됐다는 것이다. 과학을 도구가 아닌 사유의 방식으로,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한국 사회는 현재의 과학 부재를 극복하고 ‘과학적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김우재 교수가 말하는 ‘과학적 삶의 양식’이 존재하는 사회는 과학자가 곧 철학자이기도 하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과학자가 사회에서 지식인으로 인정되는 공간이다.김 교수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과학은 절대적 권위를 지니지만 이는 과학지식이 가지는 권위일 뿐, 과학 그 자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에서 ‘과학’은 문화가 아니라 지식으로 통용되고, ‘과학자’는 지식인이 아니라 기술인으로 취급받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날 선 목소리로 과학을 산업발전과 권력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정치권력과 과학의 외피를 빌려 과학적 권위만을 전유하는 ‘인문 좌파’ 양쪽 모두에게 직격탄을 날린다.서구 사상사에서 과학과 인문학은 상호보완과 경쟁을 통해 진보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극단적 이분법이 통용됐고, 인문학자가 모든 사회적 논의를 독점한다. 그 결과, 왜곡된 지형도 속에서 한국 학계 특유의 비판 부재와 외국 이론에 대한 종속성, 인문학자의 반과학적 태도라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김 교수는 과학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증명하기 위해 근대과학-계몽주의-낭만주의-논리실증주의로 이어지는 서구 지성사의 상보적 계보를 치밀하게 탐구한다. 계몽주의로 뜨거웠던 17세기로 돌아가 볼테르, 칸트, 마르크스 등을 예로 들며 각자 자신의 과학의 성취를 철학적으로 변환하고자 하거나 자신의 사상을 ‘과학’으로 만들고자 했음을 설명한다. 당시 철학과 과학은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의 성과를 흡수하면서 발전해왔다는 것이다.마지막으로 저자는 이러한 ‘과정으로서의 과학’, ‘삶으로서의 과학’이 공허한 주장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이를 실행해 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과학기술정책과 거버넌스 구조를 제안한다. 한국의 상황과 제도적 맥락에 맞는 새로운 과학기술 체제에서부터 이를 이끌 리더십의 요건과 과학기술계 인사 검증 매뉴얼까지 구체적이고 상세한 대안을 보여준다. /윤희정기자

2021-07-15

박상륭 작품 집대성… 타계 4주기 맞아 전집 출간

박상륭(1940∼2017) 소설가 타계 4주기를 맞아 그의 작품을 집대성한 전집(국수출판사)이 출간됐다. 국내 관념 소설의 대명사이자, 죽음을 통한 구원이란 주제를 철학적·종교적인 사유로 풀어내 우리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박 상륭의 작품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소설뿐 아니라 산문, 서문, 후기 등 박상륭이 공개적으로 쓴 모든 글을 포함했다.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2만3천875매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국판 4권에 나눠 담았다. 현재 출간되는 평균적인 소설책으로 치면 20권 분량에 달한다. 책은 세트로만 판매한다. 중단편 소설, 장편소설-산문, 칠조어론, 주석과 바깥 글(서문/후기)로 구성됐다. 쪽수는 권마다 따로 매기지 않고 연번으로 1쪽에서 시작해 4천572쪽에서 끝난다. 1940년 전라북도 장수에서 태어난 박상륭은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에서 김동리(1913∼1995) 문하에서 수학했다. 1963년 ‘아겔다마’가 사상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1969년 간호사인 부인을 따라 1969년 캐나다로 이주해 작품 활동에 천착했다. 2017년 7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향년 77세로 별세했다. 대표작은 장편 ‘죽음의 한 연구’이다. 종교, 신화, 설화, 연금술 등 다양한 관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서른세 살의 화자가 도를 구하는 내용이다. 형이상학적이고 난해한 관념 소설로 유명하다. /윤희정기자

2021-07-15

‘잃어버린시간을 찾아서’… 성찰과 인상의 기록

불문학자인 정명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20세기 최고 역작으로 불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한 180개의 성찰과 인상의 기록인 ‘프루스트를 읽다’(현대문학)를 출간했다. 90대 노학자인 정 교수는 20세기 최고 역작으로 불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독하지 않았다는 자기반성에서 출발해 2016년 초부터 무려 5년 넘게 프루스트가 남긴 방대한 저작을 꼼꼼히 살펴 180개의 단상으로 남기는 투혼을 보였다.이 책은 작중 화자 마르셀과 작가 마르셀을 때로는 분리하고 때로는 동일시하며, 소설 속에 드러난 프루스트의 예술관과 사생관, 인간관과 세계관 및 종교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프루스트의 예리한 관찰력과 깊은 통찰력, 그것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섬세한 묘사, 해박한 지식, 감성과 지성의 관계성 등에 대한 분석은 물론 프루스트의 한계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아울러 프루스트와 여러 작가들, 특히 도스토옙스키, 에밀 졸라, 보들레르, 앙드레 말로 등과의 비교분석, 프루스트와 저자 본인의 문학적 지향에 있어서의 차이 등도 만나볼 수 있다.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한 소년이 유년기를 거쳐 사랑을 알게 되고, 예술을 향유하며 한 시대를 살아 나가는 과정을 보여 줌으로써 인간 내면과 삶의 총체적 모습을 드러내는, 전대미문의 기념비적 대하소설이라 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7-08

감정이 풍부해지면 판단이 정확해진다?

“너의 삶을 놓치지 말고 경험하라. 매 순간을 따스하고 친근한 감정으로 느끼고 기억하라. 그것이 네가 살아서 지상에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재산이다.”‘감정 연구’(글항아리)는 문학평론가이자 영문학자 권택영이 인간 감정의 의미를 규명하고자 한 기념비적 시도다. 오랜 세월 문학과 심리학, 현상학을 통해 의식과 감정을 연구해온 그는 문학과 정신분석학, 뇌과학에 기반해 ‘따뜻함’과 ‘친근함’의 힘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이 책은 사랑, 기억(회상), 감정, 느낌을 핵심적으로 다루며 문학, 정신분석학, 뇌과학 연구를 섭렵한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감정을 저장하는 편도체, 기억을 입력하고 출력하는 해마를 중심으로 점점 회상에 잠기게 된다.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에 따르면, 인간의 감정은 70퍼센트의 부정적 감흥과 30퍼센트의 긍정적 감흥으로 나뉜다고 한다. 즉 인간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소외, 분노, 절망 등 부정적 감정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데, 저자는 ‘인지’와 ‘감정’이 끊임없이 협조하도록 독려함으로써 ‘따스함’과 ‘친근함’으로 우리 삶의 서사를 써나가자고 주장한다.노년에 이르면 지나온 기억이 온통 삶을 지배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나와 타인의 뇌를 궁금해하고, 자의식도 더 파고들게 된다. 저자는 삶을 가장 충실하고도 기름지게 만들어줄 유일한 감정으로 ‘사랑’을 꼽으면서 이것이 어떻게 미학적 감상의 대상이 되는지 추적한다. 이 책은 삶의 필요들을 충족시키는 데 직선 코스로 가지 말고 에둘러 갈 것을 청하면서, 문학작품을 통해 우회적인 답변들을 찾기를 시도하고 있다.동물이면서 다른 동물과는 구별되게 진화된 기억력은 오로지 인지 기능이라기보다 ‘감정’에 의해 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게 저자의 강조점이다. 바람이 몹시 불던 날, 내가 자전거에서 떨어졌을 때 다정하게 내 손을 잡아주었던 그 사람, 아플 때마다 배려해주던 다정한 마음, 눈 오는 날 들른 카페에서 그가 했던 어떤 말…. 단순히 고마웠던 일이라면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란 이유로 반복해서 떠오른다. 감정과 기억의 아이러니다.이런 기억은 상처가 깊어지는 것이라 때로 잔인하지만, 출구는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퇴색되고 변형이 일어나며 결국 경험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만이 가진 삽화적 혹은 서사적 기억이다. 감정이 사적일수록, 남에게 말할 수 없는 것일수록 깊이 각인되고 시간에 의해 변형된다.저자는 베르그송, 윌리엄 제임스, 프로이트 등을 통해 이 기억의 문제에 천착해 들어가며, 특히 제임스에 주목한다. 제임스는 의식이 나와 타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흐른다고 말했다. 타자가 내 기억과 생각의 일부인 것은 그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제임스는 이를 인간에게만 있는 ‘이차적 기억’(삽화적 기억)이라 부른다. 이차적 기억은 내 사적 저장소에 저장됨으로써 내 감정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중 ‘따스함’과 ‘친근감’이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걸 제임스는 강조한다.여기서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기억은 마음의 재산인 까닭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끼는 사람은 결국 눈에 보이는 부분에서는 혹은 세속적으로는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괴로운 날들이 지나면 두고두고 꺼내 보는 풍성한 일기장이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저자는 조지프 르두, 안토니오 다마지오 등의 연구를 좇으면서 이 책의 주제인 ‘감정’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핵심적인 부분임을 밝혀나간다.“사랑은 자의식이고 기억하는 모든 것이다. 감정을 저장하는 편도체와 기억을 입력하고 출력하는 해마는 서로 연결되어 붙어 있기 때문에 사랑과 기억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따스하고 친밀한 감정으로 경험한 일은 오래도록 자세히 떠오른다. 감정에 깊은 상처를 남긴 말과 폭력은 트라우마가 되어 강박적,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습관과 회상을 빼면 우리는 하등 동물조차 될 수 없을 것이요 감각과 느낌을 제거하면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지 못한다”_14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7-08

공기재난시대, 호흡공동체 위한 과학·정치 제안

미세먼지, 코로나19, 폭염. 이 세가지 공기재난이 한국사회를 숨막히게 하고 있다. 당연한 삶의 배경이던 공기는 공들여 관리해야 할 삶의 조건이 됐다. ‘호흡공동체: 미세먼지, 코로나19, 폭염에 응답하는 과학과 정치’(창비)는 한국사회를 ‘호흡공동체’라는 개념으로 바라보며 이 공동체의 삶을 조율하고 회복하기 위한 공공의 과학과 정치를 제안한다.전치형 카이스트 교수를 비롯한 김성은·김희원·강미량 등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소속의 신진 연구자들인 저자들은 방대한 데이터와 자료를 바탕으로 공기재난에 맞서는 한국사회를 과학의 눈으로 해설한다.저자들은 중층의 공기재난에 휩싸인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 기업과 소비자가 추구하는 각자도생의 길 대신 과학과 정치가 협력해 공동체의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피난의 공동체’를 만들고 ‘피난민 되기’와 ‘피난민 맞이하기’를 연습하자고 말한다.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이 책은 시민의 공기연대를 통해 공기복지, 공기정의, 공기인권을 실현해야 할 당위를 설파한다. 공공과학의 참신한 스토리텔링이자, 들숨 날숨의 정치를 역설하는 예리한 사회비평서”라고 평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7-08

티타임… 세계 여러 나라의 차 문화는 어떨까?

‘차의 역사는 중국에 있다’는 말이 있다. 중국은 제일 먼저 차나무를 발견하고 차의 원산지로 찻잎을 사용한 나라다. ‘신농본초경’에 의하면 기원전 2천700년경 “신농이 백 가지의 초목을 맛보다가 72가지의 독에 중독되었는데 차를 먹고 해독하였다”고 전한다. 가장 먼저 차를 약용으로 이용했고 어린 잎은 소채로 쓰며 식용으로 발전되면서 점차 음용으로 정착했다고 할 수 있다.이처럼 차는 건강음료 또는 기호음료로 약용에서 출발하지만 기호음료로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생활 속 의례로서는 이상향의 정신세계를 지향하는 형이상학 구도의 한 방편으로서 우리생활을 유지했다.‘티타임’(따비비)은 영국의 음식 역사학자이자 음식 전문 저술가인 헬렌 세이버리가 세계 여러 나라의 차 문화를 비교한 책이다.영국의 티타임으로 시작해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을 거쳐 인도와 남아시아, 한국 등의 차와 다구, 티 푸드와 다도 문화를 보여준다.저자는 티타임 혹은 ‘티’라고 부르는 것은 차를 마시는 시간뿐만 아니라 함께 먹는 음식, 차를 보관하고 따르는 도구들, 함께 하는 사람들과 결합한, 하나의 문화라고 말한다. 문화 현상은 시대와 나라마다 다른데 서구 각국도 다 다르며, 차의 발상지 중국과 이웃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차 문화도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고 전한다.저자의 안내에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차를 마시는 문화가 세계 곳곳의 일상 속에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어 있는지 깨닫게 된다.또한 차를 준비하는 방식이나 티타임과 관련된 절차, 관습 그리고 차를 마실 때 곁들이는 음식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티타임을 더욱 우아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다구들, 다양한 티타임의 모습을 담고 있는 회화, 각 국의 대표적인 티룸들의 사진까지, 수많은 도판들이 눈을 호강하게 한다. 식사 대용으로 혹은 간식으로 차에 결들일 수 있는 다양한 티푸드의 레시피도 소개돼 있어 티타임에 관한 세계여행을 끝내고 일상에서 차를 즐겨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7-01

인생이라는 등산길에서… 일상과 신앙의 여정

우리는 인생을 때로는 등산에 비유하기도 한다. 산에 오르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공을 들여 정상에 도착하고 나서, 혹은 불가피하게 다시 뒤돌아 내려와야 하는 일련의 과정은 그래프로 표현한 삶의 곡선과 묘하게 닮아 있음을 본다. 세계적 영성가 안셀름 그륀(독일 성 베네딕도회) 신부는 ‘인생이라는 등산길에서’에서 등산을 하면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등산에서 일상과 신앙의 여정을 들여다볼 수 있음을 독자에게 상기시킨다.안셀름 그륀 신부는 자신의 경험에서 가져온 등산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상황에 비견해 이야기를 서술한다. 등산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고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산에 가기로 한 당일의 상태에 따라 주저하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계획을 철회하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이런 머뭇거림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때로는 이러한 머뭇거림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기도 한다. 머뭇거림은 숙려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 고민과 기다림의 시간은 우리가 산을 향해, 혹은 우리 삶의 목표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가도록 돕는 디딤 발이 돼 주기도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7-01

인류 역사를 뒤흔든 치명적 동반자 미생물

인류의 역사는 미생물의 진화와 함께해왔다. 변화하는 인류의 문화는 그 자체로 미생물의 진화 과정에 영향을 끼쳤고, 미생물은 수많은 질병과 감염병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좌지우지했다. 분명한 사실은, 이 치명적 동반자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는 점이다.바이러스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의학미생물학과 명예교수인 도로시 크로퍼드는 ‘치명적 동반자, 미생물’(김영사)에서 미생물학자의 관점에서 미생물과 인류가 만들어온 역사를 서술한다.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미치오 카쿠의 ‘초공간’, 닉 레인의 ‘산소’등 현대 과학저술의 이정표가 된 책들이 자리한 ‘옥스퍼드 랜드마크 사이언스 시리즈’의 한 권이기도 한 이 책은 미생물의 출현부터 사스와 코로나19까지 인간과 미생물의 치열하고 기나긴 사투, 공존의 서사를 그 뒤에 자리한 과학적·의학적 요인을 짚어가면서 흡인력 있게 풀어낸다.분자생물학부터 첨단 의학과 문화인류학적 보고까지 과학과 역사를 아우르는 방대한 자료를 섭렵해 박진감 있는 이야기로 엮어 전염병의 과학과 역사를 다룬 교양서로서는 가히 결정판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이 책이 다른 책들과 차별되는 점은 거시적인 맥락과 미시적인 사건의 균형 잡힌 서술, 과학적 관점과 역사적 관점의 조화다. 인류사 초기의 아프리카, 고대 아테네와 중세의 유럽을 거쳐 21세기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개별적 사건의 감염병을 다루면서도 그 저변의 교역과 전쟁, 불평등과 빈곤, 인구 증가 등의 공통적인 요인과 미생물의 진화 과정을 결부해 전체와 세부를 넘나드는 서술을 이어간다. 역사를 뒤흔든 주요 전염병들에 관해 최신 역학과 의학이 밝혀낸 사실들을 보여주면서 왜 그 바이러스가 출현했는지, 이로 인해 인류에게 어떤 참극이 벌어졌는지 보다 생생하게 서술한다.말라리아 원충의 생활사나 설치류와 벼룩, 사람의 몸을 오가며 페스트균이 대유행을 일으키는 과정 등 한눈에 내용을 이해하도록 수록된 다수의 그림과 도표도 효과적인 장치로 기능한다.미생물의 종류는 100만 종에 이르지만 인간에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1천415종에 불과하다. 이 책에서 다루고 언급하는 ‘미생물’은 세균, 바이러스, 원생동물, 진균(곰팡이) 등 질병을 일으키는 현미경적 생물을 가리킨다.저자는 40억 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 미생물들의 출현과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열대 우림에 도사리는 수많은 병원체로 인해 알려지지 않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에 처해 있으며, 개발도상국의 빈민가에서는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해 에이즈, 로타바이러스, 장티푸스 등이 발생하고 있다.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재유행이 초래되기도 한다. 치명적인 병원균의 공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신종 병원체의 발생 빈도는 계속해서 늘고 있으며,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머물러 있다. 병원균과 인류의 장대한 역사가 담긴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미생물의 역사가 약 40억 년에 걸쳐 있는 데 비해 인류의 역사는 고작 20만 년이다. 미생물에게 인간은 찰나의 숙주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이 장대한 미생물의 역사를 돌아보며, 우리의 행동이 아무도 예측 못 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때로는 엄청난 파국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공존의 방법을 모색할 때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7-01

친구끼리는 유전자형이 비슷하다?… 과학으로 밝힌 유대관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는 또 다른 자신’이라고 말했다. 수천 년 후 뇌과학과 유전학은 그 말에 담긴 진실을 밝혀냈다. 친구끼리는 유전자형이 비슷하며, 친구를 사귀는 성향이 유전된다는 것이다. 최신 뇌영상 기술을 봐도 친구들은 자극에 반응하는 뇌의 패턴이 비슷하고, 뇌는 사랑하는 사람을 실제로 자신의 일부로 인식한다.과학 저술가 리디아 덴워스의 ‘우정의 과학’(흐름출판)은 개인적으로는 누구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오랫동안 학문의 대상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던 우정에 주목하고 이와 관련된 학문적 결실을 집대성한 책이다.저자는 뒤르켐의 사회학 연구, 볼비의 애착이론과 로렌츠의 각인 실험, 다윈의 진화론과 윌슨의 사회생물학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정의 과학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살펴보고, 20세기 중후반부터 현재까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영장류학, 면역학, 보건학, 유전학, 사회심리학, 발달심리학, 무엇보다도 최첨단 신경과학의 성과를 결합해 우정의 기원과 진화, 인간과 사회에 갖는 의미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우정은 삶의 단계, 생애 주기에 따라 변화하지만, 늘 인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취학 전후 아이들에게는 친구를 잘 사귀는지 여부가 성공적인 사회화의 기초가 되고, 사춘기가 되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또래 친구들의 영향력이 부모를 능가하게 된다.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 시기에는 친구에게 소홀해지기 쉽지만 중년을 지나면서 다시 친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60세 이전에는 배우자 유무가 건강에 중요하지만, 이후에는 친구나 친척과의 친밀한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직업과 가족에 대한 의무가 줄어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그 일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쓸 시간이 늘어난다. 80세의 건강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는 50세 때 자신의 인간관계에 얼마나 만족하는가였다. 결국 친구는 우리가 선택한 가족이다. 이 책은 긍정적인 유대관계를 우리 삶의 중심에 놓는 일에 개인과 사회가 바로 지금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친구를 사귀고 유지하려면 그 일을 우선순위에 놓고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관계를 잘 쌓고 유지하도록 사회와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 /윤희정기자

2021-07-01

피케티는 왜 사회주의를 말하는가?

불평등을 심화하고 자연자원을 고갈하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한계에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그럼에도 왜 변화가 충분히, 그리고 필요한 만큼의 속도로 일어나지 않는 걸까.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50) 박사는 ‘사회주의가 시급하다’(은행나무)에서 그 이유를 ‘명확한 대안’의 부재에 있다고 지적한다.자신은 90년대 사회주의의 몰락을 목도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라는 용어만큼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충분히 포괄하는 표현이 없다고 말한다.트럼프의 흥망, 프랑스 마크롱 정부의 탄생, 브렉시트의 배경과 영향, 성별·사회계층·인종 등 세계 곳곳에서 격돌하는 정체성 갈등,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국가부채의 증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안을 파고드는 피케티의 논리는 생동하는 실천가로서의 면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준다.초고소득층의 자본은 그 증식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세계 각국의 경제 지표는 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짐에 따라 조세 정의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임에도 이에 역행하는 사회정치와 위정자들의 세태를 피케티는 소리 높여 비판한다. 특히 교육에서의 불평등은 곧 사회계층 간 사다리를 무너뜨리는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유세와 같이 사회 곳곳에서 권력과 자산의 순환을 가속화하는 제도가 특히 적극 시행돼야 한다고 역설한다.피케티는 전 세계의 부를 소유하고 있는 거대 기업 및 최상위 소득층이 자신들의 노력과 능력으로 부를 일군 게 아니라 단지 애초에 소유권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자연자원과 인적자원을 운 좋게 선점한 행운을 가졌던 것일 뿐이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그는 자산세와 상속세 등 누진세 제도를 강화해 80∼90% 정도의 최고 층위 부유세를 통한 재원 마련으로 전 국민에게 ‘최소자산’을 지급할 것을 제안한다.피케티는 특히 이러한 세제개혁이 주요 기업의 자국 이탈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실제 역사적 사례를 살펴보면 그러한 우려스러운 상황은 결코 일어난 적 없다고 반박한다. 피케티는 자신이 꿈꾸는 정의로운 사회란 교육·보건·주거·환경 등의 기본재화에 모든 이들이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제활동에 온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사회라고 말하면서 기본자산제가 중요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이외에도 피케티는 자본으로부터 언론이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법, 코로나 이후 산더미처럼 불어난 국가부채 문제, 인종갈등과 난민 문제에 매몰되지 않은 새로운 모습의 세계주의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실제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과거 각종 관세 철폐를 통해 자유무역만을 지향하는 경제협약의 구시대적 관점에도 일침을 가하고, 파리기후협정만 체결해놓은 채 정작 이 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세계 각국의 행태도 매섭게 비판한다.‘21세기의 마르크스’로 불려온 저자는 지난 250년간 부의 집중과 재분배, 자본주의에 내재한 경제적 불평등을 분석하고 글로벌 자본세를 대안으로 제시한 책 ‘21세기 자본’으로 세계 경제학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자본과 이데올로기’, ‘불평등 경제’, ‘세계불평등보고서’ 등도 잇달아 집필해 평등과 참여사회주의를 역설해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24

헤세와 융이 전하는 인간과 세계에 관한 지혜

“헤세와 융은 살아온 환경과 국적과 출신이 모두 달랐지만 ‘영혼의 쌍둥이’처럼 닮은 운명을 가졌다. 수많은 사람들을 영적으로 이끄는 삶, 인류의 지혜를 한 차원 높이 끌어올리는 삶, 글쓰기의 힘으로 인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지적 모험. 그들은 그렇게 닮은 운명으로써 서로의 친구가 되었다.” (정여울 작가의 추천사 중에서)‘헤세와 융’(북유럽)은 칠레 출신의 작가, 외교관, 정치가인 미구엘 세라노가 헤르만 헤세와 칼 융을 직접 만나 교류한 것을 기록한 책이다.헤세와 융은 둘 다 1870년대에 태어나 1960년대에 세상을 떠났다. 정여울 작가의 말처럼 영혼의 닮은꼴이었던 두 사람은 1917년에 처음 만나 깊게 교유했으며 서로의 작품과 학문에 영향을 끼쳤다. 헤세는 심각한 신경쇠약과 우울증을 앓았지만 융 심리학의 도움을 받아 정신적 문제를 극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실제로 융에게 직접 심리 분석을 받기도 했다.‘진정한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을 삶의 의미이자 최종 목적지로 여겼던 두 사람은 노년에 이르러 깨달은 바를 영적인 대화로 풀어낸다. 세라노와 두 사람은 수 차례의 만남과 편지를 통해 사랑, 죽음, 자기 완성, 종교, 집단 무의식 등 인간과 세계에 관한 심원한 대화와 토론을 펼친다. 두 거장의 작품이나 이론에 대한 생각을 그들의 입으로 직접 듣는 것 또한 이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다.말년의 헤세와 융이 전하는 이야기는 그 깊이와 농도만큼이나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과 세계를 관조하는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의 영혼을 돌아보게 된다.“나에게 우주나 자연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신과 같은 것입니다. 자연을 인간의 적,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우리는 자연을 어머니로 보아야 하고, 우리 자신을 신뢰하면서 자연에 맡겨야 합니다. 그런 태도를 갖게 되면 다른 존재들이나 동물, 식물처럼 우리 역시 우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전체의 작은 일부분일 뿐입니다. 거부하는 것은 의미 없습니다. 우리는 이 거대한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합니다.” (58쪽, 헤세의 말)“인간은 자신의 본성에 따라 살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자기 인식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고, 그런 뒤에는 이미 얻은 자신에 대한 진리를 따르며 살아야 합니다.”(190쪽, 융의 말)한국융연구원 이나미 상임 교수가 추천사에서 말했듯이 ‘기계와 물질지상주의, 효율성과 편의를 강조하고 보이지 않는 영혼의 가치를 외면하는’ 지금 시대에 헤세와 융의 말들이 주는 울림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 책을 통해 인간과 세계의 본질에 대해, 그리고 올바른 삶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이 책은 1965년 스페인어로 처음 출간됐으며 이듬해 영어로 번역돼 널리 읽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17

임수진 작가의 첫 소설집 ‘언니 오는 날’

수필가이자 소설가인 임수진 작가의 첫 소설집 ‘언니 오는 날’(상상마당)이 나왔다. 소설집 ‘언니 오는 날’에는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시각이 돋보이는, 그러나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삶의 소중한 진실들을 예리하게 터치한 창작 단편소설 10편이 실려 있다.임 작가는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들에 대해 “인간 본질에 충실하고 본성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내려는 인물들”이라고 소개하면서 “그들에겐 힘의 논리로 당할 수 없는 선함이 있다”고 설명한다.소설집 ‘언니 오는 날’에 실린 작품들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러나 그 내면을 쉽게 알아챌 수는 없는 진득한 인생 이야기를 소박하게 담고 있다. 다양한 소재와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읽으면서 깨달음의 향기를 느끼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보디빌딩에 온 힘을 쏟아부으며 살다가 불의의 사고로 인생을 망친 한 남자의 이야기와 자신만의 영역 안에서 특별한 일에 중독된 사람들의 일상을 적절히 교직해낸 쌉쌀한 작품(‘삼각김밥을 먹는 동안’)이 들머리를 장식하고 있다.생존의 끝자락에서 근근이 성장한 자매, 희생양으로 살아가면서도 말없이 간난을 견뎌내는 언니의 어두운 인생을 은밀한 문신처럼 살짝 들춰내는 작품(‘언니 오는 날’)은 시종일관 독자의 오감을 사로잡는다.2004년 월간 ‘수필문학’ 9월호에 수필 ‘아름다운 화석’으로 등단한 임 작가는 수필집 ‘나는 여전히 당신이 고프다’, ‘향기 도둑’ 등을 출간했고 구미문학예술상, 현진건문학상 신인상, 경북 문학대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1-06-17

조한욱 교수와 만나는 세계사 속 인물들

서양사학자 조한욱 교수가 지난 10년간 발표해온 칼럼들을 선별해 엮은 ‘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교유서가)가 출간됐다. 저자는 ‘신문화사’라는 새로운 분야를 한국 사회에 알리며 역사에서 소외된 민중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삶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이 책은 저자의 그러한 집념과 노력이 담긴 저작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사 속 인물들과 대중의 시야 밖에서 인류에 보탬이 되는 일들을 해온 동시대적 인물들을 소개함으로써 정형화된 관점을 깨부수는 통찰력을 제공한다.핍박받는 평민들의 삶을 위해 살다가 반역자로 몰린 로마의 장군 만리우스 카피톨리누스, 출판을 통해 르네상스를 이끈 알도 마누치오, 17세기에 여성 음악인으로서 성공을 거둔 카치니 자매가 그러한 역사의 주인공들이다. 이 책에 담긴 330여 개의 이야기는 날짜순으로 분류됐는데, 세계의 역사에 투영된 오늘의 우리 사회 모습이 어떠한지, 어떤 흐름을 거쳐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각 이야기 끝에 적힌 핵심 키워드는 주제와 관련된 것으로, 색인을 통해 관심 있는 주제만 골라 읽을 수도 있다. 저자는 또 당시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뒤늦게 알려진 인물의 이야기도 전한다. 로마 최고의 지배자라는 호칭을 얻은 트라야누스 황제, 아프리카의 ‘체 게바라’로 불린 토마 상카라, 고대 말 이집트 최초의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 등의 삶을 통해 베일에 싸인 역사의 이면을 안내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17

자연과 인간…생활 속 관계에서 지켜야 할 것들

“누가/산골 집값을 묻는다//값으로 칠 게 아니다 해도/굳이 알고 싶다고 조른다//주변 풍광이 집값의 반/좋은 이웃이 남은 반의반/곳곳에 묻어 있는 손때가/그 나머지라 했다”- 이광수 시 ‘산골 집값’모두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창작열을 불태우며 두 번째 시집을 낸 이광수 시인(72)이 화제가 되고 있다.1950년 대구 출신 이 시인은 최근 두 번째 시집 ‘산골 집값’(도서출판 움)을 출간했다. 이 시인은 60의 나이에 시인이 되고자 시작활동을 시작해 2019년 첫 시집 ‘제일 시원한 바람’을 출간했다. 포스코와 포스텍, 포스코교육재단에 근무하다가 퇴직 후 2009년부터 영천 별빛촌에서 자연인으로 살아가고 있다.이번 시집에는 자연 속에 녹아 살면서 마주치는 주변 풍경들이 담겼다. 여기에 더해 자연과 속세를 오가며 경험한 것들을 부드럽게 승화시켰다.또한 현대인으로 살면서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 지켜져야 할 것들을 성찰한 것을 기록했다.‘산골 집값’을 비롯해 ‘내연산 삼용추 바위에 앉아’‘태풍이 지나간 후’‘한 번 사는 인생’‘개망초 엘레지’등 79편의 시가 수록됐다. 이광수 시인 시 한 편 한 편마다 시인의 꿈과 사랑, 생의 희열과 눈물이 아름다운 시어로 점묘돼 있다. 쉽게 이해되면서도 깊이와 울림이 있다.이 시인은 시집 첫 머리에 “여전히 서툴다. 시다운 시 한 편 쓰는 게 오랜 꿈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두 번째 시집을 내기까지 따뜻한 눈길과 손길들이 있었다. 모두 고마울 뿐이다”고 말한다.차영호 시인은 시평에서 “이광수 시인은 청빈을 자락하는 바른 삶에서 자연의 협주가 주는 지혜를 공짜로 얻어 시로 승화시키고 있으니 이미 시복을 듬뿍 타고 났다. 시를 쉽게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고 난 지금부터도 이제까지의 작품에서 보여준 간결성, 투명한 이미지, 짧은 경구 같은 위트와 유머, 우리말의 소박한 운용과 같은 요소를 마음껏 살려내고 있다”고 평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17

발효의 효험과 역사 탐색… 발효를 파헤치다

발효는 세계의 식단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묘약처럼 신비한 발효음식의 힘이 인류사를 이끌어온 견인차 구실을 했다. ‘음식의 영혼, 발효의 모든 것’(글항아리)은 9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발효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채운 발효의 바이블이다. 저자 샌더 엘릭스 카츠는 미국의 발효 전문가로 2003년에 ‘천연발효’를 내놓으면서 이 분야의 권위자로 떠올랐다. 그는 2012년에 ‘음식의 영혼, 발효의 모든 것’을 출간해 음식사에 한 획을 그었다. 국내 번역된 이 책은 900여 쪽의 분량이 말해주듯, 방대하고 꼼꼼하게 발효의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책은 사워크라우트나 요구르트를 만드는 간단한 방법부터 고차원의 발효법까지 세세히 일러준다. 더불어 다양한 채소, 술, 탄산음료, 우유, 맥주, 콩, 물고기, 육고기 등의 발효과정과 기법, 곰팡이 배양과정은 물론 농업과 예술, 에너지 생산과 상거래에서 발효가 차지하는 위상까지 두루 기술해나간다. 책은 특히 발효 기법에 초점을 맞춰 서술한다. 알코올 발효(벌꿀주·포도주·사과주)에서 시작해 채소(과일)의 발효, 새콤한 건강음료, 우유의 발효, 곡물과 땅속작물의 발효, 곡물로 빚은 알코올음료, 콩류·씨앗류·견과류의 발효, 육류·어류·달걀의 발효 등을 차례로 다룬다. /윤희정기자

2021-06-10

102세 1세대 철학자의 책과 함께한 시간들

“독서는 현실에서 깊이 있는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도록 이끌어 준다”‘백년의 독서’(비전과리더십)는 반세기 이상의 세월을 책읽는 생활로 채워왔던 김형석(102) 연세대 명예교수가 책과 함께 호흡했던 사색의 시간들을 독자에게 들려준다.“지금도 독서는 내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열정과 꿈을 준다”고 고백하는 김 교수는 독서는 자신의 인생의 길이 되고, 사상의 기둥이 됐으며, 신앙과 인격이 아로새겨진 나이테가 됐다고 전한다.이 책에는 열네 살부터 지금까지 김형석 교수를 만들어 온 수많은 책이 그의 인생과 엮이어 소개돼 있다. 그는 책 중에서도 삶의 뿌리가 되는 고전 읽기를 강조한다.책은 크게 4부로 나눠져 있다. 1부에서는 중학교 2학년 때 도서관에서 ‘전쟁과 평화’를 읽으며 시작됐던 책읽기의 모습들을 담았고 2부에서는 신앙과 종교관에 큰 영향을 준 파스칼, 아우구스티누스, 키르케고르, 도스토옙스키, 토인비 등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3부에서는 어려운 철학과 친해지기 위한 독서법 등을 이야기하며 마지막 4부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설명한다.이번 책은 1995년 출간된 ‘망치 들고 철학하는 사람들’(범우사)의 개정판이라 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10

나와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일상은 소수를 위한 시간만을 허락한다.함께 사는 가족, 출퇴근 길에서 스쳐 가는 사람들, 식당에서 함께 밥 먹는 동료들, 저녁때 함께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몇몇 친구들. 이 소수의 사람들은 비슷한 직업, 비슷한 수입, 비슷한 취미를 갖고, 의심 속에서도 같은, 혹은 비슷한 정당에 투표한다.사회적 결속을 해치는 혐오와 편견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독일 언론인인 바스티안 베르브너(주간지 ‘디 차이트’ 편집장)는 저서 ‘혐오없는 삶’(판미동)에서 ‘접촉’을 제안한다.이 책이 말하는 ‘접촉’이라 함은, 우연한 ‘만남’에 다름 아니다.저자는 이 ‘접촉’을 우연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과 사회의 정책에 의해 좀 더 다채로운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무엇보다 저자는 우파와 좌파, 빈자와 부자,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젊은 이민자 여성과 늙은 백인 남성 등이 더 자주 만날 수 있도록, 그렇게 오늘날 사방으로 흩어진 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를 조직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접촉의 역효과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개별 인간이 아닌 집단으로 만날 때, 개인이 아닌 오로지 ‘우리’와 ‘그들’이라는 부족들이 만날 때 역효과는 두드러진다.저자는 부족적 사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부족에서 빠져나와 작고 비정치적 상황에서 사적으로 만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저자는 다른 정당에 투표하는 8천명 이상이 모여 함께 대화하며 각자의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독일이 말한다’ 프로젝트를 마련하기도 했다.“가장 많은 사람을 납득시키는 사람, 가장 좋은 이야기를 설명하는 사람이 승리한다. 사회와 정부는 설명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확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p.291~292)/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10

세계적 팬데믹… 대한민국 변곡점은 오는가?

베스트셀러 ‘88만원 세대’의 저자로 잘 알려진 경제학자 우석훈 성결대 교수가 새 책 ‘팬데믹 제2국면’(문예출판사)을 펴냈다. 거의 매해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주목받는 저서를 펴내온 우 교수가 생태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자로서 오랫동안 준비해온 책이다.2020년 초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팬데믹 관련 저서들이 쏟아졌지만, 백신 접종 이전에는 많은 요소가 너무나 불확실해서 논의가 피상적으로 흘러갈 위험이 컸다.이 책은 백신 이후 출간된 본격적인 경제전망서로서, 팬데믹으로 인한 전 세계적 변화의 큰 흐름을 짚어내는 동시에 대한민국이 직면한 경제적 충격을 예측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저자가 팬데믹에서 주목한 것이 바로 이것, 꼬리가 아주 길게 나타나는 롱테일(long-tail) 현상이다. 그는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새로운 균형, 즉 ‘코로나 균형’을 만나게 되는데 대략 4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코로나 팬데믹의 전체 기간을 1년씩 나눠 네 가지 국면으로 구분하면서 팬데믹에 대한 보다 장기적인 전망과 패턴 분석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우 교수는 백신이 등장하기 이전까지의 기간을 제1국면(2020년)으로 본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대처하는 시기다. 경제학자 우석훈.  /연합뉴스 선진국에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하는 기간인 현재를 제2국면(2021년)으로 보면서 백신을 확보한 나라와 확보하지 못한 나라 간 국제적 갈등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에도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를 제3국면(2022년)으로 정의하며 선진국들 사이의 여행이 부분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제4국면(2023년)은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도 백신이 어느 정도 보급되는 시기로, WHO가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선언을 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일 거라고 예상한다.우 교수는 “제4국면에서 한국 경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코로나 균형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선진국 중에서도 최상위 그룹에 속해 있을 것이고 국제적으로 더 잘 사는 나라가 돼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다만 그런 현상이 모두에게 행복한 미래를 보장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덧붙인다.우 교수는 팬데믹 충격 이후 산업의 패턴은 A형(코로나19로 인해 매우 좋아질 산업), B형(충격은 받지만, 제자리로 돌아올 산업), C형(어떻게 해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할 산업)으로 나눈다.특히 화상회의 플랫폼 ‘줌’ 등 비대면 활동 관련 인프라,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재생 에너지, 배달 증가에 따른 대형 쇼핑몰의 물류창고화, 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10대 대상 온라인 마케팅 등을 코로나 회복 후에도 꺾이지 않을 A형으로 분류한다.이 책은 보편 또는 선별 지급 방식의 손실보상 논란을 언급하며 “경제권력이 너무나 막강해졌다”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기도 한다. 우 교수는 경제부총리를 축으로 한 경제권력이 메커니즘이 아니라 추가경정예산 총액을 먼저 결정하고 돈을 어떻게 쓸지 논의하는데, 어느 분야에서 얼마나 지원이 필요한지는 먼저 조사한 적이 없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10

김현욱 두번째 동시집 ‘새우깡 먹으며’

김현욱 두번째 동시집 ‘새우깡 먹으며’ 표지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김현욱 씨가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로 두 번째 동시집 ‘새우깡 먹으며’(브로콜리숲) 를 출간했다.8일 김 씨는 이번 동시집의 출간 동기와 관련해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치유받을 수 있는 시를 소개하고자 했다”며 “시집의 제목도 읽는 독자들이 표지만 봐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문구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김 씨는 포항 출신으로 2008년 월간 ‘어린이동산’에 중편동화와 201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보이저 씨’, 동시집 ‘지각 중계석’, 동화집 ‘도서관 길고양이’‘박중령을 지켜라’등의 저서가 있으며, 초등학교 4학년 국어교과서에 동시 ‘지하 주차장’이 수록됐다. 현재 경주 황남초등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6년에 걸쳐 만들어진 이번 동시집 ‘새우깡 먹으며’는 총 4부 60편으로 구성됐다. 기존의 독특한 발성과 상상력은 유지하되 주변에서 일어난 작고 사소한 사건들을 소환해 깊은 시선으로 사물의 깊이를 더해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작품 ‘일기도문’은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을 주기도문의 형식을 빌려 서술하면서 다시금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이어 작품 ‘왜 나를 안 뽑아 줄까요?’ 에서도 반장 선거에서 한 표도 받지 못한 아이의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을 담담하게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예리하게 드러내고 있다.향후 김 씨는 세번 째 동시집 제작은 물론 내년 3월 경 자신의 세 번째 시집도 출간할 계획이다. 김 씨는 “그 동안 현장에서 오랫동안 독서 강의를 지도하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책 놀이 활동과 토론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동시를 창작했다”며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동시를 통해 인문학적 감성을 키우고 행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