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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쟁의 비극을 떠올리는 오늘

지금까지 전쟁에 대한 생각은 막연함이었다. 흔히 미래의 전쟁은 핵전쟁, 생화학 무기, 지구 멸망으로 속결되는 이미지여서 영화처럼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보면서 전쟁이 현실적으로 체감됐다.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고 개별적 인간의 가장 큰 파괴를 일으키는 전쟁이 지금 현재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인권유린과 잔인한 살육의 현장이 생중계 되고 미디어는 정제 없이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휴전의 나라,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다. 그 상처를 생생히 간직한 사람들은 이제 고령층이다. 전쟁의 기억과 상흔을 그들의 입을 통해 더 이상 직접 들을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다. 6·25전쟁 당시 안동중학교 학생이던 권상길(88) 씨의 증언이다.“1950년 7월 29일, 지금 시청 자리 향교골 친구 집에서 놀고 있는데 천주교 성당에서 방송이 나옵디다. 안동시민 여러분 3일간만 남하(南下)하십시오. 당시 안동중학교 학생이랬거든. 내가 애들한테 ‘남하가 뭐로?’ 물으이 친구들도 ‘몰따, 뭔 말인동’이래요. 하여간 뭔 급박한 일이 났는갑다 싶어 집으로 버뜩 갔어요. 가보이 아부지랑 어머니가 열심히 보따리를 싸요. 나도 옆에서 책을 싸니 아부지가 ‘야야 그건 무거워 못 가 간다. 지금 우리가 피난을 가야 하는데 우선 먹을 쌀하고 입을 옷이나 갖고 가야지 딴 건 아무것도 무거워 못 가 간다.’이캐요. 그래서 책도 내비두고 7월 29일에 피난을 나섰어요. 나이 먹은 지금, 어제 일도 잘 모르는데 그때 일만은 기억이 꽹해요.”안동시 길안면 대곡리에서 나고 자란 김연대(81) 시인도 초등학생 때 6·25를 겪었다.“우로 어깨 총 16개 동작이며 군가를 마스터 했어요. 반공 연극이며 오락도 했지요. 동란 첫해 말에 사랑하는 바로 밑 동생을 잃고 죽음에 대한 허무를 감당키 어려웠어요. 형과 함께 국민학교를 졸업했는데 사진 속 두루마기를 입은 분이 사친회장(육성회장)을 하셨던 우리 아버지세요.”전쟁은 소수의 독재자에 의해 다수의 민중이 전쟁터로 몰리고 고통 받는 것이다. 가족이 해체되고 재산을 잃고 도시가 파괴된다. 역사의 패잔병은 자신의 안위만 걱정하는 독재자들이지 국민이 아니다. 치유하기 어려운 전쟁의 상흔이 깊어만 가고 있다. 어서 빨리 이 비극의 끝나기를 기다릴 뿐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2-05-22

씨앗을 뿌렸지만 농민들은 여전히 울상이다

핸드폰이 울린다. 농협 경제부에서 오는 전화다. 올해 유박퇴비를 100포 신청했는데 47포대만 보조가 된다는 연락이다.작년에는 90포가 보조가 되었는데 농사 면적은 그대로인데 올해는 작년 절반 수준만 보조가 된단다.며칠 전 고추밭과 사과밭에 사용할 비료를 구입하러 농협에 들러 보니 복합비료가 1만7천200원 요소비료가 2만8천700월이다. 작년에 비해 복합비료는 곱절, 요소비료는 3배 가량이 올랐다.지난해 8~9만 원 정도의 여자 인건비가 올해는 10만 원 이상이고, 12만 원 정도였던 남자 인건비는 13만~15만 원으로 올랐다. 그나마 일할 사람도 없다. 물가 상승과 인력 부족, 임금 상승이라는 악재가 겹치고 있다.유박퇴비나 비료, 그리고 농약 값 인상, 인건비 상승은 농가경영을 압박하고 소비자 물가에도 영양을 미칠 수밖에 없다. 농산물 판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결정되고 농민은 농산물 가격을 정할 수가 없다.공산품은 원가에 이윤을 붙여 판매가가 정해지지만, 농산물 생산원가가 올라갔다고 생산원가에 이윤을 붙여 판매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농산물 가격은 제자리이거나 떨어지는데, 무섭게 오르는 농자재 값과 인건비는 농민이 떠안아야만 한다. 농민수당 60만 원을 지역화폐로 주고 있으나, 각종 보조가 줄어든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농업직불제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청년농 3만 육성’ 등 새 정부가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소멸 위기의 농촌 지역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에는 힘겨워 보인다.귀농귀촌 촉진으로 농촌을 살리자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농산물 생산원가가 오르고 도시의 소득수준과는 더 멀어져 가는 것이 오늘날 농촌 현실이다.농민들은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소득에 좌절하고, 자존감을 상실하기에 청년농민 유입에 결정적 걸림돌이 된다.이런 상황은 농촌지역 소멸로 이어질 것이고, 식량 자급률이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국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우리는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는 세계적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식량안보를 위해서라도 농업을 보호해야 하고, 농업소득 증가 정책이 필요하다.인건비, 생산비 상승이 겹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농가부채가 21.5%, 경영비는 9.1% 증가했다는데, 정부는 올해 비료 가격 인상분 80%를 지원한다고 해놓고 추경안에 10%만 반영했다. 들어서는 정권마다 “농촌을 살리겠다”고 구호는 외치고 있지만, 정작 농가소득은 별반 달라지는 게 없다.농업은 농촌의 기반산업이다. 소멸 위기의 지역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국민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농민을 지원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한 시기다.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비료, 사료, 농자재 값 부담이 가중돼 어려움에 직면한 농민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농촌 문제를 앞장서 해결할 것처럼 선거 구호만 소리 높여 외치는 정치인들의 말잔치가 이제는 끝나야 하지 않을까. /류중천 시민기자

2022-05-22

인지리 주민 화합마당 열렸네

동네 주민들과 어르신들을 위한 잔치가 열렸다. 몹쓸 바이러스로 인해 한동안 잊고 살았던 일이다. 동네 앞 아름다운 거랑 가에 포장을 펼치고 자리를 마련했다. 평소엔 다슬기를 잡고 더위를 식히며 물수제비를 뜨던 물가에 흥겨운 음악소리 울려 퍼진다. 노모를 부축하여 잔치에 참석하는 아들 내외의 뒷모습이 다정하다. 실로 한참 만에 만나는 살가운 풍경이다. 반가운 인사 나누는 소리며 고소한 음식 냄새 풍겨 나니 비로소 잔치 마당이 열린 것 같다. 청송군 현동면 인지리 청·장년회에서 주민 단합 및 어르신을 위한 경로 효잔치를 마련했다. 인지리는 세곡, 부곡, 도곡, 손달, 추강 이렇게 다섯 마을이 모여 이루어졌다. 산과 들과 개울이 전부인 마을에서 주민 대부분은 사과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이곳 청·장년회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마을을 위한 봉사도 한다. 농약병과 농약봉투, 폐비닐 수거는 물론 제방 풀베기 작업도 솔선해서 하는 터라 마을 산책로는 언제나 산뜻하다. 그렇게 모은 기금으로 이번 잔치를 주선했다.코로나로 인해 어르신들을 한 자리에서 뵐 수 없어 늘 안타까웠다. 수시로 닫아야 하는 경로당 문 때문에 더욱 그랬다. 잔치를 열어 그동안 움츠렸던 어르신들과 주민들을 위로하기로 했다. 사과꽃 향기 같은 마음들이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출향인과 동네 주민, 지역 농협 직원까지 약 200여 명이 잔치에 참석하니 그야말로 성황이다. 한동안 만나지 못해 소원했던 이웃들이 한데 어우러져 웃음꽃을 피운다. 오월 산천에 흐드러진 꽃보다 이들 사람꽃이 더 눈부시다.잔치에 노래가 빠지면 서운하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명창들이 마이크를 내려놓자 주민들 차지가 된다. 너나없이 그동안 참았던 흥을 아낌없이 발산하느라 거랑 물도 신이 나서 출렁거린다. 흥은 갈수록 살아나는데 어르신들은 애쓴 젊은이들을 배려하느라 살그머니 자리를 뜨신다. 이른 봄부터 사과나무 가지치기 작업하랴 방제 작업하랴 풀베기하랴 여념 없었던 청·장년들이 그제야 편하게 여흥을 즐긴다.마을 청·장년회에서 잔치에 쓰려던 예산은 그대로 남았다는 후문이다. 출향인을 비롯하여 풍성한 잔칫상에 마음 써준 분들이 한 둘이 아니었던 때문이다. 갖가지 떡을 선물한 이웃, 귀한 홍삼을 선물한 출향인 등 마을을 아끼는 이들이 제각기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느라 잔치는 더없이 풍성했다. 오래도록 있어 온 이 아름다운 풍속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몸도 마음도 건강한 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박월수 시민기자

2022-05-17

포항 용치바위 길에서 다시 새 희망을 생각하다

포항의 해안길은 ‘남파랑길’과 ‘북파랑길’로 나누어져 있다. 남파랑길은 ‘호미반도해안둘레길’과 같은 구간이며, 북파랑길은 ‘호랑이등 오름길’이라고도 하며 일부 구간은 ‘연안 녹색길’과 겹쳐진다. 같은 길에 다양한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그만큼 길에 관한 애정이 많은 까닭일 것이다. 포항은 연해주를 향해 전진하는 범을 닮은 대한민국 지형 중 범의 등과 꼬리 부분(虎尾)에 해당된다. ‘영일만 북파랑길’은 4코스로 나누어져 있는데, 1코스 영일대길, 2코스 주상절리길, 3코스 조경대길, 4코스 용치바위길이다. 각 코스마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쉰다. 용치바위길은 포항시 북구 송라면 지경리 동해대로 3356-20, 지경리 어촌계공동작업장 옆에서 시작하여 조사리 용치바위까지 6.9㎞ 약 1시간 30분정도 소요된다.호랑이바위·비석바위·고래바위가 있고, 모래가 고운 화진해수욕장과 슬프고 아름다운 전설을 간직한 ‘수용암’과 ‘용치바위’가 있는 포항시 북구 송라면 조사리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길이다.바다와 잘 어울리는 궁전 같은 카페와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범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용치바위길, 범의 해가 시작된 지 4개월이 훌쩍 지났다. 아직 7개월 남짓 남아있으니 희망이 있다. 새해 새날 다짐한 약속을 다시 되새기에 적합한 시점이다. 이제 코로나19에서 다소 자유로워졌다. 출렁이는 바다와 해안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활기찬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호랑이등오름길 용치바위 길을 거닐며 다시 새해 새날의 다짐을 가다듬으면 어떨까. /이순영 시민기자

2022-05-17

‘동양의 나폴리’ 동빈내항에 예술의 향기 물씬

어부들의 삶이 살아 숨쉬는 포항 동빈내항이 새로운 모습으로 꿈틀거리고 있다.지역 예술가들이 만든 공공미술 프로젝트 ‘생명의 물길에서 문화로(路)’ 덕분이다.옛날 어부들이 만선이 되어 돌아오던 그 어구 주변은 먹고 마시며 북적이던 시절을 뒤로 하고 항구 주변을 따라 문화예술 작품이 선보이며 젊음의 기운을 가득 품은 문화예술의 거리로 재탄생한 것이다. 내연산을 주제로 그린 겸재 정선의 ‘내연삼용추’를 현대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신내연삼용추’, 바다의 유목을 활용해 과거 어민의 생계활동의 장인 어선을 현대 시민의 문화창작활동의 장으로 표현한 ‘만선의 꿈’ 등 설치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스팟이 눈에 띈다. 그 길 따라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커리 가게, 작은 베이킹을 함께하는 까페, 글램핑을 할 수 있는 야영장, 그리고 문화를 시민들과 공유하려는 갤러리도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구 시가지를 아름답게 발전시키고 그곳에 새로운 문화를 일으키는 데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것에 중심을 이뤄야 한다.예술의 향기와 자연이 잘 어우러진 풍취를 자랑하고 있는 ‘동양의 나폴리’ 동빈내항, 지역의 관대표적인 관광명소로 가꾸자./허지은 시민기자

2022-05-17

어린이 교통안전 첫걸음 ‘불법주정차 차단’부터

어린이 교통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5월은 일 년 중 어린이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달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5월에 5천427건(10.5%)의 사고가 발생해 2월에 비해 1.7배나 높았고 어린이 사상자의 수도 6천710명으로 나타났다.포항시에서도 교통 사고방지를 위해 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등 지정구역에 횡단보도, 신호기, 과속카메라 등을 설치를 완료하고 보호구역에서의 캠페인 활동을 벌이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제 교통사고 발생률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학교 앞 불법주정차 문제다.포항시 남구 연일에서 등교하는 아이들 교통지도를 하는 전 모(43·여) 씨는 “아침에 교통지도를 하는데 얌체처럼 학교 정문 앞에 정차하는 몇몇 부모님이 있다. 내리는 차 문에 지나가는 아이가 부딪칠 뻔한 적도 있었다. 교통지도를 할 때마다 매번 학교 앞에 정차하지 말라고 얘기를 하지만 계속 이런 일이 생긴다. 큰 사고라도 날까 조마조마하다. 학교에서 안내문도 보내는데 부디 자신의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 안전도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 사는 박 모(37·여) 씨는 “남편이 출근할 때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는데 매번 같은 사람이 그러더라. 남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차에서 20분 동안 오도 가도 못한 적이 있었다. 교문 앞에서 정차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처음부터 학교 앞에 주·정차가 안 되도록 볼라드를 설치하거나 어린이 보호구역 내 불법주정차 주민신고제도도 운영하는 데 잘 활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또 하나는 등교 시간에 집중되어있는 교통지도가 아이들이 하교하는 시간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교통사고는 아침 시간보다 하교하는 오후에 더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에서는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한 400여 명의 교통안전 지도 요원이 대부분 아침 시간에 활동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하교하는 오후 시간(오후 4시~6시)에도 안전지도 요원을 활용한 어린이 교통안전 지도가 필요해 보인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05-17

“지방자치제 역행하는 정당공천제”

지방자치단체장, 의원의 정당공천제도는 무늬만 지방자치지 중앙정치에의 예속으로 ‘지방 소멸’을 가속화 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한국의 지방자치제는 1991년 지방의원 선출, 1995년부터는 완전한 지방자치제를 시행하고 있다.그러나, 정치, 경제, 문화, 일자리 등 모든 부문이 중앙에 집중돼 있어 지방자치제 자체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올해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을 앞두고 각 정당은 공천을 정당별 심사와 여론조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해 후보자를 선정하고 있다특히 경상도와 전라도는 특정 정당의 공천이 당선에 절대적으로 유리해 출마 후보자들이 공천에만 목을 맨 채 지역 정책, 유권자의 당면 민원사항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들려온다.고령군 대가야읍 주민 S씨는 “중앙과 지방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대학생 때부터 수도권으로 나가 지방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문이 고사 직전에 있다”고 말했다. 인구와 일자리 감소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우리는 지난 1995년 처음으로 정당 공천을 통한 지방치단체장, 의원 선거를 치른 바 있다이후 지방정치가 중앙에 예속된다는 비판 여론이 있어 1998년과 2002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선거 정당 무공천이 시행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2006년부터 현재까지는 정당공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여야 대선 후보인 박근혜· 문재인 후보 모두 기초단위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고, 정당공천제도는 유지되고 있다. /이경근 시민기자

2022-05-15

소리로 빚어낸 ‘사랑의 울림’

세상 사람들의 얼굴이 가지각색이듯 사랑을 빚어내는 방법도 다양하다. 각자의 위치와 재능에 맞춰 봉사와 나눔의 삶을 사는 수많은 사랑꾼들이 지역사회에는 여럿 있다. 그들 가운데 ‘소리로 사랑을 빚어내는’아름다운 사람 이진영(55)씨를 만났다.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일하는 이진영 씨는 경산에선 그가 가진 직업이나 본명보다는 ‘봉사하는 도레미 악단장’으로 더 유명하다.색소폰을 배우게 된 동기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차 갔던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만난 색소폰 봉사단을 만난 이후부터였다고 한다.그런 사연이 아니더라도 이씨가 근무하는 한국조폐공사의 적극적 사회공헌의식은 전국적으로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경산화폐본부에 있는 봉사 동아리는 공식적인 것과 비공식적인 것을 합해 10개가 넘는다. 그런 곳에 근무하고 있으니 그의 봉사정신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색소폰으로 빚어내는 재능기부 소리 봉사는 이씨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색소폰 봉사단을 만난 이후로 모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10년 동안 꾸준히 연습을 했고, 이제는 프로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사람들은 그의 연주를 좋아하고 즐긴다.걸쭉한 입담에 가수 뺨치는 가창력이 더해졌고, 여기에 행사 사회를 보는 실력까지 뛰어나 각종 봉사 현장을 누비게 된 이진영 씨.그는 정기 봉사로 경주 중앙시장을 찾아 상인과 고객들을 위해 연주를 들려주고 있고, 부정기 봉사로 경산지역 다문화가정, 탈북민가정 등을 찾아 소외된 이들의 정서 함양에도 노력하고 있다.도심 외곽 경로당을 찾아가 벌이는 흥겨운 경로잔치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모든 봉사는 자발적 무료봉사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봉사기금 마련을 위해서 때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 휴일을 모두 투자하기도 한다.“온종일 연주하고 있으면 때로는 1천 원짜리 10장도 벌고, 때로는 5만원이 모일 때도 있어요. 많이 벌어도 10만원을 넘겨 본 적은 없죠. 하지만 액수가 중요한가요? 저는 한 명의 10만원보다 마음이 모인 100명의 10만원에 의미를 둡니다.”이진영씨는 봉사문화의 확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끌어내고 참여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자원봉사가 지향해야 할 대목이다.“직장 선후배로 구성된 제자가 4명이나 생겼습니다. 혼자는 외롭지만 함께하는 동료들이 생기니 더욱 신이 납니다. 5인조 악단이 구성되면 더 다양한 활동을 할 겁니다. 5년 뒤면 퇴직을 해서 민간인으로 돌아갑니다. 그때는 시간도 넉넉할 테니 음악실을 차릴 계획입니다. 음악과 봉사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와서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이지요. 퇴직으로 인한 우울증이나 치매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 운영하려 합니다.”가정의 달 5월에 만난 도레미 악단장 이진영 씨. 세상이 어지럽고 각박하다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나눔을 삶을 실천하는 이씨 같은 이들의 헌신으로 5월이 더욱 아름답게 익어 가고 있다./민향심 시민기자

2022-05-15

붉은 작약으로 물든 서악 삼층석탑 “곱다”

초여름, 그리고 가을. 두 가지 얼굴로 변신하는 마을이 있다. 바로 서악이다. 신라문화원의 노력으로 5월엔 작약, 10월엔 구절초가 피어나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이맘때 무열왕릉 뒤를 올려다보면 붉은 작약이 피어난다. 무열왕릉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아기자기한 동네 골목길을 올라갔다. 서둘러 5분쯤 올라가니 도봉서당이 눈에 들어온다.그 너머로 알록달록한 등을 두른 서악 삼층석탑과 새색시 비단 치마 빛깔의 작약이 보인다. 올해는 부처님 오신 날이 예년보다 계절을 조금 앞서는 바람에 꽃보다 등이 먼저 달렸다.신라문화원 진병길 원장은 “석탑은 긴 시간 쉬고 있다가 2주간 연등과 꽃으로 곱게 화장하고 세상에 제 모습을 빛낸다”고 말했다. 또한 “문화재와 꽃이 만났을 때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그 기간 동안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와 3시엔 야외 음악회도 즐길 수 있다. 한 회당 대략 40분 정도로 국악과 뮤지컬까지 수준 높은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은 ‘문화재돌봄사업단’이 준비한 행사로 이는 문화재와 꽃의 만남이 불러온 결과물이다.작약이 아직 채 만개하지 않았지만 평일 오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어린 자식에게 사진을 찍어주기 위한 젊은 부모부터 노년의 커플까지. 다들 ‘인생 사진’을 남기기 위해 여념이 없다.10여 년 전만 해도 서악은 무열왕릉이 있어 수학여행 오는 학생들이 찾는 정도의 공간이었다. 길가의 몇몇 상점을 제외하고 마을과 관광은 별개로 보였다. 하지만, 10년 사이 신라문화원의 노력이 조금씩 물들어가듯 마을을 변화시켜 완성작이 되었다.대나무에 가려 보이지도 않던 서악동 삼층석탑도 그들의 노력 덕분에 온전한 존재감을 드러냈다.몇 년 전부터는 꽃이 필 무렵 주말엔 주차가 힘들 정도로 찾는 여행자들이 많아졌다. 사람의 노력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잊혀진 석탑에 생명을 불어넣고 마을을 바꾸어놓았다. /박선유 시민기자

2022-05-15

“청송1경 ‘신성계곡’ 녹색길 함께 거닐어요”

청송 8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곳이 있다. 청송군 안덕면 소재 신성계곡이다.청송은 군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에 등재됐고 특히 신성계곡은 지질명소가 밀집돼 있는 구간이다.방호 정자를 이고 있는 단애부터 공룡발자국 화석과 골부리 축제로 유명한 적벽 그리고 포트홀로 알려진 고와리 백석탄까지 한 번 와 본 이들은 꼭 다시 찾게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곳이다.신성계곡 초입부터 녹색길 탐방로가 시작되는데 총 11.3km다. 보현산이 시원인 신성계곡은 길안천 상류에 속한다.걷다 보면 맑은 물속에 찰랑찰랑 몸 헹구는 낮별도 볼 수 있고 가끔은 꺽지 사냥을 즐기는 수달도 눈에 띈다. 푹신한 오솔길과 여기저기 놓인 징검다리는 탐방객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빽빽한 숲과 기암괴석은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른 봄 암석 위 회양목 군락지에 피는 꽃은 양봉 농가의 밀원으로 소중한 자원이다.녹색길 탐방로 제1구간에 한반도 지형이 있다.공룡발자국 화석에서 한반도 지형 전망대 입구까지는 차로 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도로변에 위치해 탐방로에선 살짝 벗어나 있는 구간이다. 지면에서 전망대까지는 160미터 거리로 10분 정도 걸린다. 가벼운 산행 정도로 누구나 오를 수 있다. 탕건 바위를 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지형은 꼭대기에 백두산을 닮은 듯한 봉우리와 멀리 능선들이 펼쳐져 있어 옛 고구려 땅이었을 법한 곳까지 상상하는 재미가 좋다.전국에 한반도 지형을 닮은 곳은 총 다섯 곳이 있다. 영월 선암마을과 진천 초평저수지, 옥천 둔주봉 전망대와 동강 병방치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지형 그리고 신성리 한반도 지형이다. 둔주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지형은 오목거울로 바라봐야 한반도 모양이 제대로 보인다. 초평저수지 한반도 지형을 제외하면 모두가 감입곡류천에 형성된 지형이다. 물돌이 구간에 형성되는 하천을 감입곡류천 혹은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하다고 해서 사행천이라고도 하는데 산과 하천이 발달된 우리나라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신성리 한반도 지형은 발견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이 잦지 않은 곳이다. 호젓하게 감상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천지에 초록이 눈부시다.마음 맞는 벗들과 마스크 벗어던지고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신성계곡 녹색길 따라 맑은 공기 마시며 맘껏 이국적인 정취를 만끽해보면 어떨까 싶다. 계곡물에 빠져 노는 낮별도 구경하고 “홀딱 벗고 홀딱 벗고”하며 운다는 검은등뻐꾸기 소리 들으며 깔깔깔 웃어보는 것도 좋겠다.더불어 신성리 한반도 지형을 바라보며 그동안 움츠렸던 몸을 쫙 펴고 원대한 꿈을 설계해 본다면 더없이 멋진 여행이 되겠다./박월수 시민기자

2022-05-10

비대면시대, 늘어나는 모바일 결제

우리는 카드나 현금 없이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쇼핑, 교통, 은행 거래까지 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카드나 생체 정보를 플랫폼에 바로 등록하고 복잡한 절차 없이 빠르고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전자결제 서비스 때문이다.코로나19를 겪은 지난 2년 동안 비대면 시장이 커졌고, 모바일 간편 결제는 두 배로 늘어났다. 이용 금액은 지난해 64조 원에 이르렀다. 한 카드사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젊은 층뿐 아니라 60대 이상에서도 온라인 쇼핑몰 이용 승인 건수가 2019년보다 142%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것은 온라인상에서 스마트 폰을 이용한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의 이용 절차가 편리하고 쉬운 것이 그 이유라 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공인인증서 없이 비밀번호만으로 결제를 진행하고, 또 오프라인 매장으로 그 범위를 넓혀 앱으로 바코드나 QR코드를 매장 리더기에 스캔하여 결제하면 간단히 끝나기 때문이다. 이용 절차가 복잡하지 않은 모바일 결제는 식당이나 편의점은 물론 주유소, 백화점, 서점 등에서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포항시 북구 양덕동에 사는 주부 박수진 (44·여) 씨는 “아이가 어려서 대부분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데 간편 결제를 해서 편하기도 하고 적립도 되니까 만족한다. 코로나 시대에 사람 많은 마트에 가기가 꺼려지는 환경에서 딱 맞는 결제 방법인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우창동에 사는 직장인 정 모(36·여) 씨는 “지갑이나 카드가 필요 없다는 게 장점이다. ‘~페이’를 쓰고부터는 지갑의 필요성을 잊어버렸다. 그전까지는 카드를 폰 뒤에 꽂아서 챙겼는데 이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어제 마트에서 장 보고 페이로 결제했고 식당도 자주 이용하는데 신용카드를 쓸 수 있는 곳이면 대부분 쓸 수 있어 너무 편하다. 전통시장에서도 페이로 쉽게 결제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온라인에서 먼저 시작한 간편 결제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져 소비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포항시에서도 지역화폐인 포항사랑카드와 삼성페이를 연계해 간편 결제를 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사용하는 오 모(39·여) 씨는 “편의점은 물론 반찬 가게, 주유소에서도 결제되니 편하다”고 모바일 간편 결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05-10

시민들을 위한 공원에 청소도구만 가득

“사람이 앉아 휴식을 취해야 할 공원 벤치에 빗자루와 쓰레받기, 공용쓰레기 종량제봉투 등 청소도구가 점령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 이해하기 힘듭니다.”포항시 남구 연일읍 괴정리 대로 옆에 자리한 괴정공원은 인근 형산초등학교 학생들이 하굣길 학원가기 전 친구들과 장난치며 놀다가는 쉼터이자 이웃 어르신들이 회나무 그늘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장기와 바둑을 두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무엇보다 이 공원은 거대한 회나무 고목 그늘 아래 조선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마을 조성 유래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소공원으로 인근 주민들의 유일한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그런데 요즘 이 공원 벤치는 공원을 관리하는 각종 청소도구와 공용쓰레기 종량제봉투가 점령하고 있어 사람은 앉을 수가 없다. 특히 벤치가 달랑 세 개 밖에 없는데 빗자루, 쓰레받기 등 각종 청소도구가 널부러져 있다.주민 이모 씨(53)는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마을 쉼터인데 깨끗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당연히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감독하는 행정기관 담당부서가 있을 텐데도 사람들이 앉아 휴식을 취해야 할 벤치와 주변이 청소도구가 점령하고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주민 석모 씨(63)는 “연일읍 민원실에 전화하니 여직원이 담당자를 바꾸겠다며 전화를 돌렸고, 또 다시 연결된 새마을복지팀에서는 담당 업무가 아니라며, 가르쳐주는 전화번호를 돌리니 이번엔 포항시 공원관리과 남자직원 답변이 소공원은 읍면 관할이라고 했다”며 “네 번의 전화 끝에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이 민원전화를 핑퐁만 해대는 공무원들의 행태에 황당할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그는 또 “이것이 최일선 민초 행정의 현실인데 이런 시민들의 불편은 누가 해결해주는지, 기초의원들이 나서 청소도구함 설치 등 시급한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지방선거 후보로 나선 현역, 신인 할 것 없이 출퇴근 시간대 거리에서 홍보판을 목에 걸고 큰 절만 해대는 행위는 도대체 시민들을 뭘로 보는지 화만 난다”고 했다. /송준규 시민기자

2022-05-10

돌아온 ‘성주 참외페스티벌’

성주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은 ‘성주 참외 페스티벌’이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뜨거운 관심과 환호 속에 열려 주목받았다.3일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 이번 축제는 주요 공간인 성주성밖숲을 찾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함께 선물했다.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이전에는 ‘성주 생명문화축제’란 이름으로 참외축제와 생명문화축제를 동시에 개최하였으나, 올해부터는 독립된 참외축제로 열리게 됐다. 이는 성주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참외의 출하 시기에 맞춘 것이라는 게 성주군의 설명이다.이번 축제는 메타버스 소통, 020 소통, 온라인 소통, 참여 이벤트 등으로 이전과는 구분되는 다양화를 꾀한 것이 장점이었다. 메타버스 소통에서는 참외 키우기, 참외 따기 등 게임이 인기를 모았고, 참외 관련 상식 OX 퀴즈와 오리배 타기, 스탬프 미션도 축제 참여한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3일간 축제의 현장에서는 오이소게임 ‘참외꽃이 피었습니다’ ‘참외 당도를 맟춰라’ 등이 열렸고, 인기가수 권인하와 대금이 누나, 박서진, 엘린벤드 등이 참여한 초청 작은음악회와 공연도 진행돼 축제의 흥겨움을 더했다.‘금싸라기 속 황금 찾기’ 등 주민과 여행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돼 즐거움을 배가시켰다.라이브 커머스로 진행된 성주 참외 판매 행가는 11번가와 카카오쇼핑, N쇼핑, 오아시스쇼핑 등이 참여했다.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좋은 가격에 달콤한 성주 참외를 구매할 수 있었다. LG헬로TV 팔도상회와 코미디언 지상렬, 유튜버 한소영, 세프 오세득, 이원일, 정지선이 성주참외 농가를 소개하고 참외 요리도 선보인 것도 호평받았다. 이외에도 인스타그램 이벤트, 친구 소환 이벤트, 반려동물 이벤트, 유튜브 라이브 실시간 참여 퀴즈 등 다양한 온라인 행사도 성황리에 진행됐다.한편, 성주참외는 당도15%(브릭스) 이상으로 달콤한 것은 물론 아삭거리는 식감이 특징이다. 또한 비타민 A와 비타민C, 칼륨이 다량 함유돼 있어 건강에도 좋다.성주군은 가야산의 맑은 물과 풍부한 일조량, 깊은 토심으로 비옥한 땅에 배수가 잘 되는 토양이라 참외 재배의 적합한 지역으로 알려졌다.지난 2020년도엔 3천848농가가 3천422ha에서 참외를 재배해 18만6천500톤을 생산했다. 이를 통해 5천19억원의 조수익을 올렸다./정순오 시민기자

2022-05-08

다양한 체험 가능한 가족놀이 공간

5월에 들어서며 서서히 더워지는 주말 어느 날. 울진군에는 다른 큰 도시처럼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장소가 많이 없어 아쉽다.그나마 근남면에 위치한 왕피천공원에는 아쿠아리움, 케이블카, 동물공원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어 아이와 자주 찾는다.이곳은 유아부터 중학생까지가 소풍 및 체험 장소로 많이 활용한다. 날씨 좋은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소풍을 나오기도 한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하며 미끄럼틀을 타기도 하고, 미니 레일기차, 헬리콥터라이더, 쥬니카 등 규모는 작지만 즐겁게 놀이기구를 타기도 한다.제일 먼저 아이는 아쿠아리움을 찾는다. 동해 해양생물의 살아있는 보금자리를 1/1000로 축소하여 왕돌초를 재현했다.가오리, 상어, 거북이 등 120여 종의 해양생물을 관찰할 수 있으며 멸종위기인 물범과 수달도 볼 수 있다. 하루에 두 번 피드 타임을 맞춰 가면 수달에게 먹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육사가 주는 먹이를 먹으러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아이들은 신기한 모양인지 유리벽에 달라붙어 눈을 떼지 못한다. 마지막 코스엔 거북이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왕피천 공원의 동물농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매표소에서 구매한 당근을 가지고 일본원숭이에게 다가간다. 맨손으로 먹이를 주면 위험하므로 반드시 집게를 이용하여 당근을 준다. 당근을 받아먹는 동물들의 손놀림은 익숙한 듯 빠르다.과나코, 미니말, 토끼랑 거북이, 다람쥐, 사막여우, 조류 등 다양한 동물들이 있으며 전에 없던 새로운 라쿤 가족 5마리도 볼 수 있었다.동물농장 옆에는 토염 체험장이 있다. 동해의 깨끗한 바닷물로 만들어지는 토염의 제작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토염은 천일염과 달리 전통방식으로 제조한 염수를 뚝배기에 넣어 끓여주고 저어준다. 수분이 날아가면서 소금이 생성되는 것을 보며 소금의 중요성을 깨닫는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토염은 염도가 낮으면서 감칠맛이 나며 마그네슘 같은 무기질 영양성분이 풍부한 소금이다. 울진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토염 체험장을 가보면 어떨까.왕피천 케이블카를 타고 해맞이 공원으로 오르다보면 강과 바다의 경계선이 보이는 특이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줄의 길이가 5m 정도 되어 보이는 대형 그네가 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대형 그네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망양정 산책로와 함께 바다의 모습을 보면 마음과 몸이 평온해지는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이렇듯 왕피천 공원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생태공원으로 군민의 휴식 공간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사공은 시민기자

2022-05-08

다시 소풍의 계절이 돌아왔다

푸르른 5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해제에 학생들은 드디어 소풍을 갈 수 있게 됐다. 전쟁 때도 갔던 소풍이 21세기 역병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된 지 3년 만이다. 오래 전엔 소풍을 원족(遠足)이라고 불렀다. 안동 지역 학생들은 봉정사, 고운사, 도산서원, 영호루는 물론이고 낙동강 본류와 반변천이 합쳐서 지세가 아름다운 고장인 만큼 하회마을, 백운정, 진모래, 하이마 등 백사장이 있는 곳으로 소풍을 자주 갔다. 어른들은 계모임 계원들과 가까운 곳으로 소풍을 갔는데 교통편이 신통치 않은 그 시절,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길을 나서곤 했다.남자들은 양복, 여자들은 한복을 입고 45도 각도의 포즈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자전거에 솥단지며 술통, 각종 식기를 들고 떠났다가 빈 그릇으로 돌아올 때 각종 식기는 더러 흥을 돋우는 악기로 변신하곤 했다.비포장 길에 교통수단은 ‘도보’가 다였던 시절에도 소풍 길은 즐거웠다. 학생들은 백사장에서 팔씨름, 닭싸움, 기마전, 보물찾기, 수건돌리기를 했다. 반끼리 둘러앉아 노래 부르고 춤추고 장기자랑의 시간을 가졌다.‘가무’를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의 특성상 반에서 노래를 제일 잘하는 사람은 소풍시간이면 바쁘게 무대를 꾸며야 했다. 수건돌리기를 할 때면 혹시나 걸릴까 싶어서, 한편으론 아무도 뒤에 수건을 놔두지 않는 건 아닐까 가슴 두근거리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찰칵, 소리가 명쾌하게 들리던 필름카메라 혹은 ‘코닥’이나 ‘후지’마크가 찍힌 일회용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주던 친구들도 있었다. 소풍을 다녀온 일주일 내에 그 친구들이 인화해온 사진 뒤에는 해당 사진을 인화할 사람의 이름을 적곤 했다. 물론 장당 몇백 원의 돈을 지불해야 했다.소풍 전날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했던 천진했던 시절, 멀미가 심했던 친구의 귀 아래 붙여있던 붙이는 멀미약과 잃어버릴까봐 청바지 워치포켓에 꼬깃꼬깃하게 접어놓았던 용돈, 같은 재료가 들어가 별다를 거 없던 김밥을 친구들과 둘러앉아 나눠먹었던 소풍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더욱 일상의 소중함이 돌아오는 이 5월이 반갑기만 하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2-05-08

임보 시인 특강 ‘좋은 시 어떻게 쓸 것인가?’

포항문인협회 부설 포항문예아카데미(원장 차영호)는 최근 포은중앙도서관 어울마루에서 한국문단의 원로시인이자 국문학자인 임보 시인을 초청해 시민과 문인 대상의 특별강연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임보(83) 시인은 전남 순천 출생으로 196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1974년 첫 시집 ‘임보의 시들’ 이후 2013년 ‘자운영 꽃밭’ 등 15권의 시집과 동인지, 시론집 등을 펴냈다. 충북대학교 국문과에서 학생들에게 국문학을 가르쳤으며 윤동주 문학상, 김현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임 시인은 83세의 고령에도 불구, 이날 강연에서 ‘좋은 시 어떻게 쓸 것인가?’란 주제로 두 시간 열강을 펼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는 “시는 소통이 되는 글이어야 하고, 아름다움을 담고 있어야 하며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 감동이 있는 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시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라는 메시지를 통해 “세상에 대한 비탄을 시에 담고 싶다면 세상을 향해 철퇴를 가할 수도 있지만 풍자와 역설의 옷으로 부드럽게 포장해야 한다”며 “시는 맑은 정신을 품은 경전이며 세상에 대한 사랑이니 세상을 살찌우고 부드럽게 해야 한다”고 강조해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송준규 시민기자

2022-05-03

청송 자전거 동호회 ‘두 바퀴 여행’

“자전거를 저어서 나아갈 때 풍경은 흘러와 마음에 스민다. 스미는 풍경은 머무르지 않고 닥치고 스쳐서 불려 가는 데, 그때 풍경을 받아 내는 것이 몸인지 마음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 김훈의 ‘자전거 여행’ 중에서 흔히 시골에는 문화가 없다고들 말한다. 특히 도시에서 귀농해 시골에 정착하기 힘든 이유가 즐길만한 거리가 없는 때문이라고들 한다.처음 얼마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부족한 걸 모르고 그럭저럭 잘 지낸다. 그러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무료함을 채워줄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 다행히 본인에게 딱 맞는 취미나 놀이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도시에서 누렸던 다양한 스포츠나 사회 관계망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한 이들은 갈피를 잃고 헤매기 시작한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알코올 의존증에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청송군에는 농사를 짓거나 자영업을 하는 이들이 모여 만든 스포츠 단체가 있다. 60대 남성 14명으로 구성된 자전거 동호회 두 바퀴 여행이다. 올해로 7년 정도 되었다.이들에게 시골 살이의 무료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번개 모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농사에 관한 정보도 주고받는다.앞서거니 뒤서거니 신나게 달리다 보면 어쩌다 쌓였던 스트레스는 흔적 없이 사라진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건 물론이다.대부분 어릴 적 친구들이거나 오래 이곳에 붙박여 산 이들이어서 끈끈한 정은 말할 것도 없다.지금껏 이들은 자전거를 통해 ‘청송 황금사과’를 홍보하는 일에 앞장섰다.지역에서 나는 황금사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현수막을 들고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특히 세 번의 제주 올레 여행과 울릉도 일주도로 여행에서 ‘청송 황금사과’를 알릴 수 있어 뿌듯함을 안고 돌아왔다.자신들의 취미도 살리고 지역의 특산물도 홍보할 수 있어 모두가 만족해한다. 두 바퀴 위에서 사람과 길과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한 일이다.사과꽃 향기 천지에 가득한 4월, 이들이 석 달에 한 번 있는 정기 라이딩을 위해 모였다. 이번에는 본격적인 일철을 앞두고 강을 따라 달리는 일정을 잡았다. 바깥바람을 듬뿍 쐬고 오면 힘든 농사일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출발에 앞서 상기된 그들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았다.트럭 두 대에 나눠 실은 자전거가 이들의 마음을 대신해 빨리 달리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이번 라이딩의 첫날 일정은 창녕 함안보 인증센터에서 양산 물금 까지 64킬로미터 구간이다. 저녁은 그동안 열심히 달렸으니 편안하게 호텔에서 쉬기로 했단다.이튿날은 숙소에서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와 을숙도를 거쳐 다대포 해상공원까지 갔다가 양산 숙소까지 되돌아가는 구간이다. 약 72킬로미터 거리다. 낙오되는 사람 없이 즐겁게 라이딩하는 기쁨을 누리는 이들이 참으로 멋져 보인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산골에서 부족한 문화생활을 불편해하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서 누리는 사람들, 이들이 진정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박월수 시민기자

2022-05-03

과잣값 잇단 인상… “애들 과자값 맞나요”

최근 대부분 제과업체가 과잣값을 잇달아 인상하고 있다.농심과 롯데제과에 이어 해태제과도 5월부터 가격 인상에 동참한다. 인상 폭도 10%가 넘어 마트에서 1천 원 이하의 가격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현재 밀 소비량의 99%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물가 오름 속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밀가루, 감자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여기에 제과 업체들의 포장재 단가는 물론 물류비용 상승 부분도 추가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포항시 북구 학잠동에서 유치원 아이와 동네 마트를 자주 이용한다는 안윤미(36·여) 씨는 “아이가 하원하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과자를 사 올 때가 있는데 몇 봉지 안 골랐는데도 1만 원이 훌쩍 넘는다. 흔히 사 먹는 과잔데, 값이 다 올라서 이게 애들 과잣값이 맞나 싶다. 곧 어린이날도 다가오는데 가격 인상은 많이 부담스럽다. 과자 할인 기간에는 쟁여놓을 생각”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용흥동에 사는 주부 전서희(43·여) 씨는 “코로나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얼마 전 오랜만에 죽도시장에 들러 친구와 함께 칼국수를 먹었는데 가격이 5천 원으로 올라있었다. 3천500원이었을 때가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물가가 너무 빨리 오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과잣값도 오르니 이건 금 과자가 아닌가 한다. 아이가 과자 사 먹는 횟수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소비자들의 이런 불만과 부담에도 업체들은 이미 가격을 올린 라면과 빵값도 하반기에 한 번 더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또 식품 관계자들에 따르면 “단군 이래로 물가가 떨어진 적이 없다. 곡물 가격이 50% 이상 떨어져야 가격 인하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판매가는 단순히 원재료가격 영향만 받는 게 아니다. 유가, 물류비, 인건비, 물류 창고 임대료까지 따져서 책정되는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판매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시민들은 연초부터 터져 나온 물가 상승이 서민 가계를 심각하게 옥죄고 있음을 호소하며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물가안정 대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05-03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 힐링 명소 하양

경산엔 겹벚꽃으로 유명한 환성사가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로 경주 불국사처럼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한 곳이다.경산시 하양읍 동쪽길을 접어들면 환성사 이정표가 나오고, 그 길을 따라 6km 정도 달리면 무학산, 환성산, 초례봉이 성처럼 둘러싸인 환성사와 만날 수 있다. 밤새 비바람을 맞은 탓인지 왕벚꽃잎의 반은 울긋불긋 떨어져 융단처럼 깔려있고, 절반 정도는 아직도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천년고찰 환성사는 신라 흥덕왕 10년(835)에 심지 왕사가 처음 지었으나 고려 후기에 화재로 불타 버렸고. 조선 인조 13년(1635)에 신감대사가 다시 지었다. 이후 광무 원년(1897) 항월대사가 새로 세운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웅장한 일주문을 들어서니 오른쪽에 꽃 그림자를 담고 있는 용연이 있고, 돌계단 옆으로 세속의 아픔과 기쁨이 녹아 수백 년은 됐음직한 고목에 이끼가 피어있었다. 계단 맨 위쪽엔 물 위에 뜬 달을 바라본다는 뜻을 가진 수월관(水月觀)이 있는데, 그곳의 단청과 불화들은 단아하고 편안해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수월관 앞쪽을 바라보니 다투어 피어오르는 연녹색 나뭇잎의 천상정원과 멀리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수월관 뒤편에 위치한 대웅전 수미단(大雄殿 須彌壇)은 불상을 봉안하기 위해 만든 불단이다. 정면 12칸, 측면 4칸에 3단으로 구성된 장방형 구조로 후불벽 뒷면을 통에 수미단 내부로 진입이 가능하다. 환성사 대웅전의 중건 시기와 비슷한 수미단의 조각 기법을 볼 때, 17세기 전반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특한 의장과 조각 장식이 특이했다.잠시 예를 갖추고 나와 경내를 돌아보니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없었던 여러 가지 모양의 부도, 돌기둥이 돋보이는 일주문, 꾸미지 않은 소박한 모습을 하고 서있는 석탑, 보물563호 대웅전 감로당, 산령각, 천태각, 명부전 등이 있었고 걸음마다 사찰을 가꾸는 스님의 정성이 가득했다.사람들은 종교에서 평정을 찾고 싶어 한다. 108배를 할 때마다 나 또한 가장 바라는 것은 갈등 없는 건강한 세상이다. 타인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불기 2566년을 맞아 걸린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라는 법어가 가슴에 와닿았다.주변 탐방을 위해 환성사 근처에 차를 세워놓고 임도로 들어서서 1km 남짓의 거리를 걸어 올라갔다. 임도는 추천하고 싶은 숲길이었다. 눈부신 연녹의 나무 이파리와 새들의 청아한 노랫소리, 야생화가 뿜어내는 향기까지 어울린 그곳이 바로 해탈길(解脫路)이 아닐까 싶었다. 임도가 끝나는 곳에는 환성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는 등산길이 나온다. 정상까지 올라가면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산을 내려와서는 하양의 유명한 맛집 중남식당을 찾았다. 음식을 가르쳐준 스승 밑에서 함께하던 세 제자가 운영하는 61년 된 식당으로 반찬이 27~30가지나 된다. 가격도 저렴해 9천 원. 착한 가격에 맛있는 밥상이라고 소문이 나 손님이 많다. 상차림이 끝나면 “뭐하노? 빨리 들고 가서 먹어라”며 소리를 치는 주인의 목소리가 정겹다. 손님과 주인이 가족처럼 다정하다.마음껏 먹고난 후 바로 옆 꿈바우시장에 들렀다. 불편하고 지저분했던 상설시장을 현대식으로 탈바꿈해 먹을거리와 각종 식자재가 예쁘게 진열돼 있다.며칠 뒤 석가탄신일에는 건강을 나누고 행복한 힐링을 할 수 있는 하양의 천년고찰 환성사를 찾아가보는 게 어떨까. /민향심 시민기자

2022-05-01

봉화 사과꽃길에서 봄을 만나다

눈앞에 보이는 자연을 누군가와 함께 보고 느끼면 얼마나 좋을까. 시원한 바람과 파릇파릇한 연둣빛 자연, 이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됐다.사과꽃 피는 들녘, 맑은 개천이 흐르는 봉화 솔향길에서 봄을 만나러 걸어본다.실핏줄처럼 이어진 산과 계곡. 산골마을의 정겨운 풍경들, 맑은 공기 들여 마시면 누구도 부럽지 않을 이곳, 봉화 외씨버선길 9길 솔향길에서 사과꽃 피는 봄을 만나러 길을 나섰다.외씨버선길 9구간 춘양목 솔향길은 봉화군 춘양면사무소에서 국립백두대간 수목원 후문까지17km다. 청정 대표지역인 청송, 영양, 봉화, 영월 4개 군 13구간으로 나눠진 트레킹길 중에 9구간 봉화 춘양목 솔향길이 있다. 외씨버선을 닮았고 조지훈의 ‘승무’라는 시 중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라는 내용에서 인용해 이름 지었다.오지로 알려진 산길, 들길, 마을길을 사라져가는 옛 기억들을 모아 이어진 길이다. 생명이 탄생하는 대자연 속에서 코로나로 잃어버린 삶의 활기를 되찾는다.90여 년 전 보부상들이 만든 억지춘양시장에서는 잠시 향수에 빠져도 좋을 것 같다. “가노 가노 언제 가노 미역, 소금 어물지고 춘양장에 언제 가노”라는 보부상들의 노래가 들려올 듯하다. 이 노래는 울진에서 어물을 짊어지고 십이령을 넘어 춘양장으로 향하면서 불렀다고 한다.춘양장을 지나 읍내를 벗어나면 흙 담장에 기와를 쓴 전통한옥 만산고택에서 고풍스런 정취에 젖어보는 것도 좋다. 140여 년 된 66칸의 고택 지붕은 물 흐르듯 우아한 곡선이 돋보인다. 인근 권진사댁은 독립 유공자의 집이기도 하다. 하룻밤 머물고 싶다면 만산고택이나 권진사댁 어느 곳이든 가능하다.고택을 나와 보면 삼층석탑이 보인다. 그곳이 춘양중학교다. 탑은 서동리 삼층석탑이라 불리고, 국가보물 52호다. 이곳은 신라의 옛 사찰 남화사의 터로 알려져 있다.석탑을 지나 거포사과마을로 걷다보면 양반걸음 체험길이 있다. 한가한 들길에서 양반처럼 뒷짐 지고, 팔자걸음으로 사과꽃 향기를 느껴본다.봉화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사과의 생산지다. 운곡천을 따라 좌우로 싱그러운 사과꽃으로 가득하다. 지나는 바람 한 자락까지도 쉬어갈 수 있는 풍경, 코로나에 지친 이들에게 삶의 여유를 선물하는 공간이다. 노란 민들레도 봄의 향기를 전하고 있다. 매혹적인 사과꽃과 흐르는 물줄기가 마음 가득 봄의 기운을 가져다준다.임진왜란 때 피난 왔던 류성룡의 형 류운룡이 머물렀고 류성룡이 ‘징비록’을 쓰기 시작한 감동골을 지나 산골의 일상이 있는 황터라는 마을에는 부족국가 시절 구리왕이 살았다고 전한다. 허물어져 형체만 남은 성곽이 아직 남아있고 고려장터라 불리는 묘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햇살 따라 피어난 사과꽃과 함께 부드럽게 휘어지는 작은 능선을 오르면 백두대간수목원 뒷길 춘양목 숲길이 나온다. 솔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춘양목은 추위에도 당당하고 계절이 바뀌어도 푸른색을 잃지 않으며 척박한 땅에서도 생명을 이어간다. 그래서 예로부터 시나 그림의 소재로 사랑을 받았다. 이 길은 요란스럽거나 화려하지 않아 심심하거나 무뚝뚝하다고 말할 수 있다.여행자들은 알고 있다. 봉화는 우아한 매력과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선비들의 숨결과 역사의 흔적이 가득한 도시다. 삶의 향기가 그립고, 번잡함을 피해 호젓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봉화 솔향길에서 삶의 여유를 찾아보길 권한다./류중천 시민기자

2022-05-01

첨성대 앞에서 의미 있는 춤을…

지난 토요일 첨성대 옆 천막에서는 ‘독도홍보 캠페인’ 및 ‘태극기 바람개비 만들기’ 행사가 열렸다. 2시간으로 예정됐던 행사는 인기가 높아 1시간여 만에 재료가 떨어졌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해마다 이곳에선 태극기가 등장하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해양수산부와 함께한 이 행사의 주최자는 신라인무(신라in舞)라는 단체다. 행사를 이끄는 이영미 씨를 만나봤다.-행사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딸의 초등학교 합창단 안무인 ‘도레미송’을 재능기부 하던 중이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도레미송 스페인역 광장 영상을 우연히 마주하게 된 후 플래쉬몹의 이점과 어떤 공간을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보여 처음 기획했습니다. 첨성대 앞에서 도레미송 플래쉬몹 공연을 시도한 것이죠. 오랫동안 학원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 지인들과 몇 번의 연습 후 2017년 10월 영상촬영을 하게 됐습니다.-코로나 이전 독도 관련 퍼포먼스가 인기였지요?△영상 촬영 후 반응들이 다양했습니다. 신선하다, 보기 좋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유적지 앞에서 춤을 추는 건 잘못된 게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도 있었어요. 그러다 독도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에 신라장군 이사부도 나오고 독도가 신라의 삼국통일 시기 때 이사부 장군에 의해 우리 땅이 됐으니, 경주는 독도와 큰 인연이 있다고 생각됐어요. 독도 수호의 의지를 시민들과 함께 하고 싶어 지속적인 활동을 결심하게 됐습니다.-그동안의 활동을 평가하신다면?△2018년부터 매년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기념하는 문화공연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올해로 5회를 맞았습니다. 공연명은 ‘독도를 사랑한 소녀들’로 지역 문화예술인이 참여해 다양한 공연을 시민들과 함께 합니다. 1~2회 공연 후 후원금은 위안부 할머님들이 계시는 나눔의 집에 기부했어요. 공연 영상이나 활동 영상은 유튜브에서 ‘신라인무’를 검색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이영미 씨는 영남대에서 체육학을 전공했고, 사단법인 한국스포츠건강협회 이사와 경주시민감사관 등으로 활동했다. /박선유 시민기자

2022-05-01

차단해도 쏟아지는 선거 문자 ‘불쾌’

3월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들의 홍보를 위해 시도 때도 없이 걸려 오는 전화와 문자로 시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선거 문자는 서울, 울산, 제주도에서까지 지역을 넘나들며 보내고 있고 한 사람에게서만 오는 게 아니라 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 가릴 것 없이 날아오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포항시 남구 오천읍 문덕리에 사는 신모(39·여) 씨는 “본인 얼굴 사진까지 붙여서 계속 오는데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고 하는 건지, 여론조사 전화도 자주 오고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온다. 며칠 전에는 초등학생인 저희 딸에게도 왔다. 차단해도 또 다른 번호로 오고 정말 징글징글하다. 이런 후보는 안 찍을 것”이라며 성토했다.양덕에 사는 조모(34·여) 씨는 “선거철만 되면 반짝 나타나서, 다들 남의 개인정보를 어디서 일고 그러는지 진짜 짜증 난다. 배달업체, 기프트콘, 은행이며 이래저래 내가 흘린 정보들을 한탄하며 바로 차단하고 있다. 어제는 아기 재우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너무 불쾌했다. 이번이 특히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포항에 사는 대학생 김모(22·남) 씨는 “딱 두 번 가본 제주도에서도 자꾸 온다. 한 후보에게는 받은 지 오래되었고 며칠 전부터는 다른 후보에게서도 문자가 온다. 번호가 대체 어느 경로로 넘어간 건지. 처음엔 보이스피싱일 지도 모르고 귀찮아서 그냥 뒀는데 문자 발송 빈도도 늘어나고 계속 오던 사람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오는 걸 보니 심하다. 문자 때문에 책을 봐도 집중이 안 된다. 선거 때마다 문자 보내기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불평을 털어놓았다.시민들이 선거 홍보 문자와 전화에 불편과 불만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화번호 유출은 대부분 동호회나 동창회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거 사무소에서 전화번호 수집 출처를 제대로 못 밝힌다면 수집 과정도 불법일 가능성이 크다.쏟아지는 전화와 문자를 수신 거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중앙 선거관리 위원회 누리집에 들어가서 하단의 ‘선거 운동 기구 설치 내역’을 클릭한다. 전화나 메시지를 보낸 후 선거 사무실과 통화를 하고 개인정보 취득 방법과 출처를 문의(녹음)한다. 취득 경위에 대한 답변이 없을 시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02 2100 3043)로 고발하면 된다./허명화 시민기자

2022-04-26

청송서 퇴계 이황의 뿌리를 만나다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 ‘동방의 주자’라 일컫는 퇴계 이황이 마음의 고향으로 여겨 노년을 보내고자 했던 곳이 있다. 아귀다툼과 같은 권력쟁탈전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유교적 이상향을 실현할 실험무대로 퇴계는 청송을 택했다. 학문을 닦고 인간의 도리를 밝히려면 청송만 한 곳이 없었다. 또한 청송은 퇴계의 입향조가 가문을 시작한 곳으로 진보(진성)이씨의 본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십 년 동안 아픈 몸으로 일없이 국록만 받아 부끄러운데 / 도리어 넓은 은혜 입어 고을 원이 되게 하시네 / 청송 백학과는 비록 연분이 없어 가지 못해도 / 푸른 물 붉은 산과는 인연이 있었나 보구나 / 이제 궁궐에서 촛불 나누어주던 밤이 그리울 테고 / 독서당을 떠나려니 매화 감상하던 날들 잊을 수 없다네 / 어렵게 살아가는 백성들 돌보는 일에 심신이 지칠 때는 / 동헌에서 문득 그대들의 옛정이 생각날 것일세”-‘청송 백학’ 전문‘청송 백학’은 병약해진 마흔여덟의 퇴계가 청송으로 오고 싶어 자청했으나 단양 부사로 발령 나면서 그 아쉬움을 읊은 시다. 임금은 청송 부사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여 불허했다. 자신의 뿌리가 있고 백학이 어우러진 신선세계라 일컫는 청송으로 낙향하고 싶었으나 그의 꿈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청송 안덕에 그를 배향하는 송학 서원이 세워져 있다.청송군 파천면 신기리 가람실에는 퇴계 이황의 시조 묘가 있다. 시조 묘 아래에는 진성이씨 시조인 이석의 묘소를 관리하고 묘재를 지내기 위한 기곡 재사가 우뚝하다. 정면 5칸 측면 5칸의 ‘ㅁ’ 자형 구조로 세워진 기곡 재사는 전면 아래층은 출입구를 두고 위층은 비가 올 때 제사 지내는 곳으로 활용했다. 오른편 건물은 노년층이 사용하는 상방을 두고 왼편은 장년층이 사용하는 중방을 두어 공간을 기능에 따라 적절히 배치했다. 조선 후기 경상북도 북부지방 재사 유형을 연구하는 자료로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155호다.진성이씨 시조 묘가 이곳에 세워지게 된 데에는 유명한 전설 하나가 전해진다. 이석의 장남 이자수가 진보현의 아전으로 있을 때였다. 풍수에 밝은 현감이 아전을 대동하고 고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중 감람골의 지세를 눈여겨보고 아전에게 일렀다. “달걀을 감람골 봉우리에 묻고 자시가 되기를 기다려 닭 우는 소리가 나는지 들어보고 오너라.” 현감이 시키는 대로 했더니 역시나 닭이 울어서 아전은 그곳이 명당임을 직감하고 돌아와 거짓말로 둘러대었다.훗날 아전은 부친상을 당해 그곳에 장사 지내는데 관을 묻고 돌아서면 관이 땅 위로 솟아오르기를 반복하였다. 그제야 아전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한양의 옛 현감을 찾아가 사실대로 고하니 “그곳은 큰 벼슬을 한 이가 묻힐 자리라 당상관의 관복을 입혀서 묻으면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하며 자신이 입던 헌 관복을 내어주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5대 만에 퇴계 이황이 태어났다.퇴계의 뿌리가 있는 곳, 더 가까이 독립운동가 이육사를 배출한 진성이씨 본향이 궁금하다면 청송으로 발걸음 하시길 권한다./박월수 시민기자

2022-04-26

포항 내연산에서 찾은 ‘한흑구 문학비’

포항시 북구 송라면 내연산 등산로 초입, 왼쪽 서운암 가는 길목 솔숲에 사슴모양의 비석 한 기가 있다. 등산길로 지나다니면 잘 보이지 않지만 조금만 유심히 살피면 보인다. ‘한흑구 문학비’다. 1983년 4월 선생의 뜻을 기리고자 후학들이 건립했으며, 수필 ‘보리’의 일부분 ‘보리, 너는 항상 순박하고 억세고 참을성 많은 농부들과 함께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가 새겨져 있다.한흑구(韓黑鷗) 선생의 본명은 세광(世光)이며, 1909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 105인 사건에 연루돼 미국으로 망명간 아버지를 찾아 20세에 태평양을 건너는 배를 타고 가는데, 검은 갈매기 한 마리가 따라왔다고 한다. 선생은 조국을 잃은 슬픔과 외로움이 마치 한 마리 검은 갈매기의 처지와 흡사하여 스스로를 ‘검은 갈매기(黑鷗)’로 칭했다고 전한다.1934년 모친이 위독해서 귀국해 평양에 머물면서 시·소설·평론 등을 발표하며 미국문학 번역도 왕성하게 하였다. 1939년 ‘흥사단사건’으로 1년간 투옥됐으며, 광복 후 월남해 서울미군정청에 근무하다가 1948년 포항으로 이주해 1959년 포항수산대학(현 포항대학교 전신) 교수를 역임, 1979년 타계하실 때까지 포항에 살았다. 선생의 묘소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죽천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다.선생의 작품은 1966년 교과서 중학국어 1-1에 ‘보리’, 1975년 중학국어 1-1에 ‘닭울음’이 수록됐을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단 한 줄의 친일문장도 쓰지 않았던 독립운동가이며 훌륭한 문학가였다. 문학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포항에 문학과 예술의 정신을 뿌리 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신 한흑구 선생이 30여 년 동안 포항에 사셨으니 포항사람이나 다름없다.교과서에서 ‘닭울음’ ‘보리’란 수필을 읽은 적은 있지만 작가가 포항에 살았으며 독립운동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연산 등산로 초입 고고한 선생의 성품을 닮은 사슴 모양의 ‘한흑구 문학비’가 있는 솔숲에서 우리 민족의 강인한 생명력과 희망을 생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이순영 시민기자

2022-04-26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우리 영토 곳곳이 황홀한 꽃으로 피어나는 4월. 향기로운 꽃향기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지난주엔 계절도 시간도 가리지 않는 그 향기를 찾아 길을 나섰다.향기의 주인공은 경산시 갑제동에 거주하는 이종우(80세·남), 조호순(75·여) 부부다.조호순 씨는 성당 오빠 이종우 씨를 만나 1968년 12월 30일 결혼했다. 이후 2남1녀의 자녀를 키우면서, 가톨릭의 가르침인 사랑과 나눔, 그리고 배려를 몸소 실천하였다.그러던 어느 날 사고로 한쪽 팔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장애2급 신모(83)씨를 만나게 되었다.장애의 정도가 심하고 의지할 가족이 없어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가기에 너무나 힘들었던 신씨는 그동안의 삶을 담담히 이야기해줬다그는 “어릴 때 사고로 팔 하나를 잃었어요 제가 거리에 나가면 돌을 던지는 아이들도 있었고 외팔이라는 놀림도 많이 당했습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였어요. 그때의 고통에 비하면 지금 세월 참 좋아졌지요”라며 말을 꺼냈다.그러면서 조금은 나아진 한국의 복지 상황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초생활 수급자로 정부 지원도 받고, 복지사가 찾아와 생활 지원도 해주고 있잖아요. 하지만 30~40년 전엔 그런 게 없었습니다. 그만 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한두 번이었겠습니까? 모진 것이 사람 목숨이라고 죽으려 했지만 쉽게 죽어지지도 않더라구요”라며 말을 이어가던 신씨.그는 너무나 힘겹고 어려웠던 어느 순간 천주교라는 종교를 가지게 되었고, 삶의 희망을 준 이종우 씨 부부를 만났다.“그분들이 아니면 제가 어찌 살아왔을까요”라며 옛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한쪽 팔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신씨를 도와온 이종우-조호순 부부에게 나눔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들에겐 일상이 나눔이고, 생활이 바로 사랑의 실천이었다.특별한 음식을 하게 되면 항상 두 집 몫을 준비하는 것이 생활화되었고, 외출 도우미 역할도, 일상생활 편의 제공도 대가 없이 해야 하는 두 부부의 몫이었다. 그럼에도 부부는 항상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40년 넘게 그런 어려운 일을 하면서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어요. 그리고 그분은 이미 우리에게 가족입니다. 더구나 가톨릭의 가르침 중에서 사랑과 나눔은 가장 중요하지 않습니까. 두 팔이 있어도 힘들 때가 많은데 한 쪽 팔로 살아가기에 얼마나 불편함이 많겠습니까. 게으름 부리지 않고 한번만 더 돌아보고 도와주면 100% 만족하지 못할지라도 불편한 점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한 이종우-조호순 부부는 “물질적으로 베풀어서가 아니라 정신적인 의지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불편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아니겠어요”라며 겸손해했다. 40년 동안 이씨 부부와 신씨는 가족처럼 잘 지내왔고, 앞으로도 늙고 병들어 움직일 수 없다면 몰라도, 그 시간이 올 때까지는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갈 것이 분명해 보였다.봉사자로 부끄러움 없이 모범적인 사랑을 실천해온 조호순 씨의 선행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조씨는 극진한 효심으로 시부모님을 봉양하였고, 마을의 크고 작은 일과 이웃의 힘겨운 일에 앞장서 도움을 주는 ‘갑제동의 자랑’으로 불린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78년에는 ‘훌륭한 고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그럼에도 본인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두 분은 취재를 위해 찾아가자 “오른손이 하는 일은 왼손이 몰라야 한다”며 자신들의 사연이 드러나기를 원치 않았다. 그 바람에 삼고초려의 공을 들이고서야 겨우 만남을 허락받을 수 었다.알록달록 형형색색 꽃이 피어나듯 사랑의 꽃을 피워낸 경산의 노부부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특별히 단체에 가입하거나 지원을 받아서가 아닌 스스로 힘든 이웃을 살피며 평생을 살아온 이종우-조호순 부부.그들 부부가 피워낸 사람의 향기가 경산을 넘어 더 넓은 세상 속으로 퍼져나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민향심 시민기자

2022-04-24

안동 근현대사 함께해 온 법흥인도교 ‘추억속으로’

낙동강이 흐르는 안동에는 수많은 다리가 있다. 근·현대 시기 사람들은 다리 밑에서 휴식과 여흥을 즐겼고, 다리 위에서는 신문물의 문화를 누렸다.필름 카메라를 들고 와 기념촬영을 하고 산책을 나왔으며, 연인들은 달콘한 데이트를 즐기는 장소로 이용하기도 했다.그중 안동시내 법흥동과 용상동을 잇는 ‘법흥인도교’는 1956년 준공된 콘크리트 다리다. 법흥인도교 동쪽으로는 용상동이, 서쪽으로는 안동 시내가 위치한다. 법흥동에 자리하며 오랜 시간 이곳의 풍경이 됐던 법흥인도료.총길이 320m의 이 다리는 원래 ‘법흥교’로 불렸다. 이후 1982년 고가다리가 완공되면서 신축 다리는 차량만 다니는 ‘법흥교’가 되었고, 교량 안전상 위험시설물로 분류된 원래의 법흥교는 보행자, 자전거, 이륜자동차만 다닐 수 있는 ‘법흥인도교’가 됐다.사실 법흥교는 1934년에 준공된 목조다리다. 1950년 6·25전쟁으로 다리가 파괴되자 1956년에 콘크리트 다리로 복구하게 된 것이다.당시만 해도 안동 시내와 용상동을 잇는 유일한 다리였던 터라 교통이 불편했던 당시엔 주민들이 나룻배를 띄워서 오가곤 했다.이제는 안동 시내와 용상동을 잇는 마뜰보행교가 올 1월 1일 개통되면서 법흥인도교는 곧 철거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마뜰보행교는 2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완성된 총 연장 282m의 다리다.법흥인도교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인 보물 제182호 임청각과 통일신라시대에 건립된 국보 제16호 법흥사지칠층전탑, 고성이씨 탑동파종택을 마주하고 서 안동의 근현대사를 함께 해왔던 상징적 다리다.미국의 포크 듀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브리지 오브 트러블드 워터(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라는 제목으로 번안돼 불리기도 했다.안동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담고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낙동강을 굽어보던 법흥인도교는 곧 사라진다. 하지만 지역의 변화를 묵묵히 지켜보며 다리를 오간 이들의 기억은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2-04-24

포켓몬 빵 ‘이상열풍’… ‘노 재팬’은 벌써 잊었나

최근 포켓몬빵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삼립에서 출시해 다시 돌아온 포켓몬빵은 40일 만에 1천만 개가 팔리면서 아이들뿐 아니라 2000년 전후 학창 시절을 보낸 30대들에게도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일본기업이 저작권을 가진 포켓몬빵이 각광을 받는데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포켓몬빵 열풍은 몇 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응답하라 레트로’의 영향이 옮겨와 높은 인기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은 빵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띠부띠부씰’(붙였다 뗐다 하는 스티커)을 갖고 싶어 하는 이유가 더 크다.구매자들은 동네 편의점과 마트마다 포켓몬빵을 구하느라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는다. 1인당 한 개씩만 구입할 수 있어서 온 식구가 입고시간에 맞춰 출동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포항시 남구 효자동에 사는 학부모 정모(40·여) 씨는 “아침에 동네 편의점 갔다가 사 왔다. 며칠 전부터 아이 친구가 자랑한다고 먹고 싶다고 했는데 운이 좋은 것 같다. 1인 한 봉지라 아이랑 같이 가서 두 봉지 사서 왔는데 이게 뭐라고 신나 한다”며 기분 좋게 말했다.양덕에 사는 박모(35·여) 씨는 “포켓몬빵을 삼립 몰에서 구입하려고 저는 pc로, 남편은 휴대폰으로 했는데 남편이 구매에 성공했다. 접속자가 많아 3일 연속 품절로 실패하다가 오늘 드디어 남편이 성공했다. 온 식구가 빵 하나로 이게 뭔지…. 그래도 성공해서 좋다”고 말했다.중학생 아들을 둔 오천에 사는 전 모(43·여) 씨는 “오천지역 편의점 반은 돌아본 것 같다. 편의점에서 예약제라서 미리 말한 사람에게 줘야 한다는 편의점이 많아 몇 군데 더 돌아서 겨우 구해 집에 갔더니 아이들은 환호성으로 맞이했다”며 웃었다.포켓몬빵은 거의 20년 만에 다시 나와 추억하는 이들을 열광하게 하는데 곧 시즌 2도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켓몬스터는 일본 애니매이션으로 저작권을 일본 기업 ‘더 포켓몬 컴퍼니’가 보유하고 있어 포켓몬을 구입할 때마다 일본 기업에 적지 않은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포항시 북구 용흥동에 사는 박 모(34·여) 씨는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을 한다더니 포켓몬빵이 다시 유행하는 모습이 씁쓸하다. 한국 작가들이 만드는 인기 캐릭터들도 많은데 일본 캐릭터를 선호하고 구매한다면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한국에서 일본 제품이 팔린다고 생각할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2-04-19

꿈틀로서 미리 즐기는 아주 특별한 어린이날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하여 예술가들이 많은 시민들과 함께 예술 활동을 공유한다는 것이 힘든 시절의 연속이었다. 조금씩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따뜻한 봄을 시작하는 4월, 포항 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작가연합회가 아주 특별한 어린이날을 준비하고 있다.오는 30일 꿈틀로 일원에서 개최하는 ‘꿈틀로 298놀장’이 바로 그것이다. 주제는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해 ‘꿈틀꿈틀 우리들은 자란다’이다. 시민 공모를 통해 주제를 정했고, 꿈틀로에서 어린이들이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그들의 꿈이 꿈틀꿈틀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이번 ‘꿈틀로 298놀장’은 어린이날에 앞서 온 가족이 함께 꿈틀로로 나들이 하기 좋은 다양한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꿈틀로 작가들과 외부 셀러들의 예술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플리마켓과 아트체험을 비롯하여 특별한 이벤트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이중 연극배우들과 함께하는 ‘무엇이든 물어보살’과 어린이들을 위한 ‘칠드런 스티커 투어’가 시민들의 많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떠한 내용이라도 물어보살!’은 웃음 바이러스를 통해 마음과 몸건강을 지켜주며 ‘칠드런 스티커 투어는 페이스 페인팅과 풍선아트를 경험하며 100주년 어린이날을 기억할 수 있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와 함께 외부단체를 초청하여 인형극과 버스킹, 버블 공연 등이 펼쳐지며 포항 출신 인기 개그맨 김용현의 특별 진행으로 이루어지는 참여 시민들과의 소통 프로그램은 꿈틀로 여기저기에 시민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를 가득 울려퍼지게 할 것이다.이날 꿈틀로 298놀장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의 꿈이 꿈틀꿈틀 자라길 바란다. 미리 맞는 100주년 꿈틀로만의 어린이날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서종숙 시민기자

202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