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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보은원을 아시나요?

청하에서 경상북도수목원 가는 길에 주변풍광이 수려한 유계리를 지나게 된다. 신광과 수목원 갈림길에서 우회전하면 장수마을 유계리 입구 못 미쳐 다리가 하나 있다. 이 유계교를 건너기 전, 오른쪽 시멘트 포장 길가에 보은원(報恩苑)이란 입간판이 보인다. 그 길로 쭉 2km 가서 유계저수지 북쪽 끝에 이르면 주택 두 채 뒤편으로 작은 공원이 있으니 바로 보은원이다. 마치 전원주택의 뒷마당 같은 공원은 약 천 평의 대지에 절간처럼 고요하게 앉았다.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관목 사이로 굽은 오솔길을 걸어가면 높이 5미터가 넘는 커다란 보름달 모양의 자연석 기념비와 절 마당에나 있을 법한 석탑이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자그마한 정자가 있어 앉아서 새소리 듣기에도 좋다. 이 심플하기 그지없는 공원은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곳으로 한국불교 최고의 학승이라 일컬어지는 가산 지관 스님과 연관이 있다.지관 스님은 꼭 불교인이 아니라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음직한 분으로 불교계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최연소로 해인사의 강사(27세)가 되었고, 또한 최연소 해인사 주지(38세)를 지냈으며,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제32대)과 동국대 총장(제11대)을 역임하고 2012년 80세로 입적하였다.스님은 1932년 포항시 북구 청하면 유계리 경주이씨 집성촌에서 태어났다. 집이 가난해 겨우 간이학교에 다녀야 했다. 어린 시절 병을 앓던 중에 불교 진언을 외우며 치료하고 불문에 들어서 평생 불학에 정진했다. ‘한국불교소의경전 연구’, ‘교감역주’, ‘역대 고승비문연구’등을 저술하였고 불교대백과사전인 ‘가산불교대사림’ 편찬에 힘썼던 공으로 만해대상을 비롯하여 은관,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2010년, 60여 년 만에야 고향 유계리를 찾았던 지관 스님은 서울로 돌아가서 고향방문기를 썼다. 유계저수지 조성으로 스님의 생가터가 수몰된다는 사연에 문도들이 나서서 저수지 북쪽에 기념공원을 만들어 남기고자 했다. 스님도 이 계획을 반겨 생전에 여러 번 다녀가며 기념비제작에 의욕을 보탰다.한편, 현대 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 이 고장에서 배출되었음은 지역의 자랑이라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 기념비 뒤편에는 지관 스님 문도들의 이름과 당시 포항시장, 국회의원, 시의회의장, 지역 유지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있어 보은원 조성에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보은원 기념비 전면에는 스님이 직접 쓴 고향방문기가 한글·한자 혼용으로 새겨져 있다. 스님의 어린 시절 고향 유계리의 정경은 물론 청하를 중심으로 한 포항 인근의 산과 바다를 묘사했고 지역의 인문, 지리, 역사 등을 담고 있어 종교와 관계없이 읽어볼만하다.지관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이 되었을 때, 유계리와 청하면 주민들까지 경사스런 일이라며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기뻐했다. 보은원은 맑고 아름다운 고장에서 큰 인물이 났다는 자긍심을 일깨운다. “우리를 있게 한 산하대지(山河大地)와 선조(先朝)들의 은혜를 잊지 말라”는 뜻에서 보은원이라 부르게 된 이 기념공원을 한번쯤 찾아가 의미를 새겨보는 것도 지역사랑을 실천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윤종희 시민기자

2023-01-17

생각이 깊은 나무

며칠 비가 서성거렸다. 지독한 감기로 건물 안에만 갇혀 지내서 잠시라도 산책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산을 오르거나 숲을 거니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남편이 실내에서 자연을 즐기는 건 어떠냐고 했다. 춥지도 않고 습도도 적당해서 지금의 내게 딱인 곳이 있다고 했다. 동궁원이었다.밤 풍경이 절경인 월지와 동궁의 치미가 유리 지붕 위에 얹혔다. 옛 안압지였던 동궁과 월지에 우리 조상들이 최초로 화초와 진금이수 즉 진귀하고 기이한 새와 짐승을 길렀다는 문무왕 14년 삼국사기 기록과 신라의 관직명에 새 이름을 사용했다는 등 경주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역사적 콘텐츠를 스토리텔링해,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이었던 동궁과 월지를 지금 이곳 경주 동궁원에 현대적으로 재현했다. 보문관광단지 입구에 자리한다.동궁(東宮)은 신라왕궁의 별궁으로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베풀었던 곳으로 ‘경주 동궁원’이라는 이름은 신라의 찬란했던 영광을 다시 이곳에서 재현하고자 시민 공모를 통해 결정됐다. 경주의 역사적 배경을 스토리텔링해 ‘동궁식물원’과 새전문 동물원인 ‘경주버드파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만들었다.우리 조상들은 예전부터 딱 떨어진 이름짓기에 능한 민족이다. 배고픈 사람들 눈에 고슬고슬한 밥이 수북하게 떠 있는 듯한 이팝나무가 그렇고, 가지를 꺾으면 노오란 진액이 나는 풀꽃에는 갓난아기의 기저귀에 노오랗게 젖 내음이 나는 똥을 누는 아기를 떠올려 애기똥풀이란 이름을 만들어줬다.식물원 입구에 들어서니 겨울인데도 푸른 잎으로 가득했다. 모두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미인수, 여인초 같이 여성성을 부여한 나무들이 많았다. 미인수는 이름답게 쭉 뻗은 수형에 줄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병 모양으로 변하며 원뿔 모양의 가시로 덮인다. 꽃은 분홍빛으로 매우 화려하고, 씨앗은 쿠션을 만드는 명주 솜 같은 털로 감싸고 있다. 씨는 오일(식용, 산업용), 줄기는 카누, 종이, 로프를 만드는데 쓰이니 가족에게 꼭 필요한 우리네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한다. 소시지 모양의 열매를 맺는 소시지나무, 미키마우스 얼굴모양의 열매를 달아서 미키마우스트리, 잘린 자리에서 용의 피같은 액이 나온다 해서 용혈수, 몸피가 곤봉처럼 생겨 곤봉야자, 주병야자, 박쥐처럼 나무에 붙어 자라는 박쥐란까지 세계 여러 곳에서 사람들에게 이름을 부여받은 식물들이 한 곳에 모였다.물소리가 졸졸 나는가 싶은 곳에 수생식물과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다. 그 옆에 폭포까지 시원하게 쏟아진다. 산책로가 조금씩 경사가 지더니 잎이 큰 식물들을 위에서 전망하며 보라고 공중산책로까지 만들어놓았다. 밑에서 올려다볼 때 보이지 않던 모습까지 관찰하게 만든다.사람보다 이 지구에 먼저 태어났을 나무, 그래서인지 생각이 깊다. 건조한 땅에 자라기 위해 뿌리를 항아리처럼 넓게 만들어 물을 저장한 덕구리란, 큰 꽃에 시체 냄새를 풍겨 곤충을 유인하는 시체꽃, 파리 같은 녀석들을 잎을 닫아 천천히 소화 시키고 남은 뼈는 잎을 열어 날려 보내는 파리지옥, 현명한 나무나 풀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사람은 자신들이 먹기 위해 벼와 보리를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유목민이었던 사람들을 정착하게 만든 건 정작 벼와 보리였다. 우리가 식물에게 길들여진 것이다. 생각 깊은 식물에게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보는 건 어떨까./김순희 시민기자

2023-01-17

골목길에서 만난 반가운 눈사람

안동 운흥동 골목길에서 만난 눈사람을 보며 유년을 추억했다. 올겨울, 우리 지역 안동엔 적지 않은 눈이 내렸다. 자이언티의 노래 ‘눈’이 어울리는 계절이 되어버린 것이다.최근 눈이 흩뿌린 세상은 뮤직비디오처럼 새하얀 풍경을 만들어냈다. 안동에도 눈이 제법 내려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즐겁고도 흥미로운 일이었다.어린 시절엔 꽁꽁 언 손이 시린 줄도 모르고 집 마당에서 혹은 골목길에서 눈사람을 만들었었다. 낮은 담장 위에 쌓인 눈을 뭉치고, 옥상 기와지붕에 내린 눈을 뭉치고, 이웃과 왁자하게 떠들던 들마루에 쌓인 눈을 뭉치기도 했다. 이제는 모두 흘러간 애틋한 추억들이다. 고드름이 달린 추위에도 털모자에 털장갑, 솜파카를 입고 눈밭을 뒹굴었다. 지금 같은 롱패딩이 있었다면 하루 종일 밖에서 놀았을지도 모른다.이젠 그런 낭만이 없어졌나 싶었던 찰나, 얼마전 안동시 운흥동 골목길에서 눈사람을 만났다. 흐트러진 헤어와 선명한 눈코입, 승리의 브이(V)자를 그린 손까지….눈사람을 만들어본 어린 시절을 보낸 어른들 몇이 그 옛날을 추억하며 만들어냈다. 이 추억의 눈사람을 지나가는 이들 모두가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곤 했다.익살스런 표정의 눈사람은 한동안 골목을 지키다가 녹아 없어지거나 주차하는 옆집 아저씨 트럭 꽁무니에 치여 운명을 달리할지도 모른다.새해에도 눈은 한동안 녹지 않을 것이다. 응달진 골목길에선 빙판이 되고 그늘진 산등성이에 생크림처럼 얹혀 이 겨울을 날 것이다.눈 내린 아침이면 삽을 들고 골목길을 치우던 아빠와 빗자루로 그 뒤를 쓸어내던 엄마, 아랫목에 누워 늦잠을 자다 뛰쳐나와 눈싸움에 열중하던 유년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옛날을 행복으로 추억하게 하는 눈이, 왔다./백소애 시민기자

2023-01-15

유도 꿈나무들, 영양에 모이다

영양군이 유도 챔피언을 꿈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가득하다. 그 이유가 궁금한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영양군체육회는 지난 2일부터 오는 20일까지 ‘2023 동계 유도전지훈련’을 영양군민회관에서 개최하고 있다. 19일간 이어지는 유도 꿈나무들의 흥겨운 축제로 보인다.영양군체육회가 주최하고 영양군유도회가 주관하며, 영양군이 후원하는 이번 동계전지훈련은 대한체육회에서 관리하고 있는 꿈나무 유도 대표팀(감독 임희대) 지도자 9명과 선수 38명이 참여한다. 여기에 전국에 있는 60여 개 초중고 유도팀 700여 명도 함께 전지훈련을 진행하게 된다. 참여한 지도자는 모두 100명, 선수 600여 명이다.올 겨울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라 훈련장 입장 시 발열 체크, 손 소독 후 입장, 주기적 환기와 방역수칙 준수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전지훈련에 모인 어린 학생들을 위한 배려다.영양군에 따르면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약 5억 원의 경제 파급효과를 내 설 명절을 앞두고 지역 내 소상공인들에게 큰 명절 선물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참여한 선수와 영양군의 동시에 발전하는 모습으로 느껴진다.전지훈련에 참여한 관계자 중 한 사람은 “영양군은 훈련장 바로 옆에 119 안전센터가 있어 안전사고 발생 시 즉시 대응이 가능하고, 주변에 운동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적합하게 갖추어져 있어 전지훈련 장소로 최적”이라고 높게 평가했다.이와 관련해 박재서 영양군체육회장은 “전지훈련 방문 팀은 관내 숙박업소 장기 체류, 식당과 목욕탕 등을 이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전지훈련이 일회성 방문행사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도 다시 찾는 영양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지금 영양군에선 한국 유도 미래 유망주들의 꿈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지역민들은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김성주 시민기자

2023-01-15

숨겨진 문화 유적을 찾아… 고령 대평리 석조여래입상

한국 어느 지역을 가도 그곳엔 숨겨진 보물 같은 문화재들이 적지 않다. 지역을 대표하는 이름난 유물이나 유적도 있지만, 숨겨진 문화유적도 많은 것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나라 한국의 특징이기도 하다.시간을 내 이런 문화 유적을 찾아보는 것은 유구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애정을 마음속에 품는 행위이기에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어진다. 이는 또 다른 방식의 나라 사랑이기도 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변함없는 견해다.필자는 고령에서 살고 있다. 고령에도 적지 않은 귀한 문화유적과 유물이 지역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기다리며 조용히 숨 쉬고 있다. 그런 유적과 유물을 소개하는 것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이들의 책무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고령군 운수면 대평리에 위치한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359호 석조여래입상은 상당 부분이 땅에 묻혀 있어 전체의 형태나 규모를 자세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모습 또한 약간의 신비로움을 선사하고 있다.석조여래입상의 높이는 1m 내외로 추정된다.타원형의 광배(光背·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진리의 빛을 형상화한 것)와 부처의 몸을 같은 돌에 새긴 것이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여래입상의 머리는 둥근 편으로 왼쪽부터 앞이마까지가 다소 깎여 평평한데, 이는 조각할 당시의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눈 부위는 얕게 조각하였으며, 입가는 미소가 뚜렷하고 두 볼은 풍만하다. 몸에 걸친 법복은 통견(通肩·앞가슴을 둘러 양어깨를 덮어 입는 부처의 옷차림)으로 겨드랑이 안쪽을 가로지르는 옷이 있다.석조여래입상의 두 손은 가슴 앞에서 모은 형식이다. 이 불상은 고려시대 일반적인 불상 양식과 비슷하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그러나, 광배 앞뒷면에 조각이 없고 목 부분이 없는 것이 이 석조여래입상만의 특징이라고 해석되고 있다.이 석불은 고목 한 그루에 의지하며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원 위치에서 옮겨진 듯하다는 것이 역사학계의 이야기다. 관련된 뒷이야기도 궁금해진다.석불이 위치한 곳은 예전의 노온사(盧溫寺) 절터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나 근거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다만 주변에서 연꽃무늬가 새겨진 고려시대의 기와 조각이 발견되어 근처가 절터였음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필자가 찾아갔을 때도 석조여래입상은 오랜 세월 간직한 고고하고 평안한 모습을 숨김 없이 드러내며 보는 이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석불과 관련해 고령군 운수면 대평2리 김종태 이장은 “이 석조여래입상은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어, 연초에는 방문객들이 평소보다 많다”는 설명을 전하며 환하게 웃었다.많은 여행자들이 그곳까지 가는 방법을 궁금해 할 것 같다. 석조여래상을 찾아가려면 고령군 운수면 소재지 봉평리에서 대평리 방면으로 6.5km가량 차를 몰면 된다.여러분도 무엇이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고령 대평리 석조여래입상을 만나 2023년 계묘년에 이루고 싶은 꿈과 희망을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이경근 시민기자

2023-01-15

‘반짝 반짝’ 문화반딧불 모니터단

지난해 12월 6일 오후 7시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예술감독 겸 지휘자 임헌정의 지휘로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연주된 곡은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이었다.그 시각, 관객석에는 포항시 ‘문화반딧불 모니터단’ 단원들이 곳곳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들은 음악을 감상하면서도 무대와 연주자들, 청중들의 반응까지 꼼꼼히 살펴보느라 더욱 집중하고 있었다. 문화반딧불 모니터단은 공연장 주변과 공연 내용, 객석의 분위기를 모니터링하고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부분을 포항시청 홈페이지 온라인 설문 게시판에 의견을 올려야하기 때문이다.2016년에 발족된 문화반딧불 모니터단은 2년 주기로 약 20~40명의 단원들을 모집하여 포항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해 시립합창단, 시립연극단 공연에 참여하고 모니터링 해왔다. 단원들은 각 분야의 문화예술관련 종사자, 대학생, 일반시민으로 구성되어 있다.이제 거의 7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이 곳을 거쳐 간 사람들이 많지만 아직도 남아서 여전히 단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꽤 된다. 기수가 거듭되면서 젊은 층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코로나로 활동이 부진했던 3기, 4기는 단원들의 단합모임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1기와 2기 때는 보경사 일원과 오어지 둘레 걷기도 하고 단합모임을 여러 차례 하며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현재 제4기 문화반딧불 모니터들은 2022년에만 해도 총 21회의 문화예술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포항시는 문화반딧불이들의 생생한 모니터링 결과와 의견을 소중하게 취합한다. 이것은 더 나은 문화행사와 수준 높은 공연을 하도록 반영되어 포항시민들이 좀 더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일조한다.단원들은 모든 공연에 2매 또는 1매의 표를 미리 신청하여 무료관람 할 수 있다. 또 활동한 시간만큼 1365봉사센터에 자원봉사 점수를 올릴 수 있고, 2022년부터는 공연을 보거나 듣고 나서 설문에 답하고 의견을 올린 횟수만큼 연말에 시청에서 소정의 교통비도 지원해준다.2023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도 엔데믹으로 가고 있다. 비대면으로 하던 행사들이 속속 기재개를 켜며 대면 행사로 바뀌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행사장엔 시민들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새해 새로운 계획을 세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시에서 준비한 다양한 문화공연을 자주 챙기고 즐겨보기를 올해의 계획에 포함시키길 적극 추천한다.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수준 높은 연주와 공연들이 올해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시민들의 발걸음을 기다린다.문화반딧불 모니터단은 내년 2024년 2월에 제5기 신입 단원을 다시 모집한다. 관심이 있다면 메모해두어도 좋겠다. 문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한다./윤종희 시민기자

2023-01-10

2022 경북연극인 한마당대회

(사)한국연극협회 경북지회가 최근 경북 연극인이 1년에 함께하는 장(場)을 포항에서 마련했다. ‘2022 경북 연극인 한마당대회’는 지금까지 경북 연극인들의 화합과 소통, 연극발전을 위한 열린 대화의 장이었다. 매년 진행해오다 코로나19 동안 정지되었다 올해 새롭게 부활되었으며, 이 행사를 통해 단절된 경북 연극인들의 교류의 시간이 되었다.기존에 ‘경북 연극대상’만 수상하다 추가하여 ‘자랑스런 경북 연극인상’과 ‘젊은 연극인상’을 신설하여 경북 연극인들을 격려하였다.이날 포항을 비롯하여 경주, 영주, 상주, 김천, 청도, 구미, 안동, 영천 등 9개 지부의 87명의 경북 연극인들이 모였다. 2022년 경과 보고를 하면서 힘든 여건 중에도 각 지부는 활발한 활동을 보였으며, 경북도민들에게 많은 공연을 보여주었다. 특히 상주지부는 상주 곶감과 호랑이의 스토리로 다양한 공연을 하였으며, 경주지부는 신라 천년 문화를 알리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의 공연을 보여주었다. 각 지부의 연극의 방향성과 특징이 두드러졌으며, 경북 곳곳 지역이 가진 문화의 다양성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오랜만에 만난 지부 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안동지부 황영준 배우의 재밌는 이벤트와 게임으로 각지부의 유쾌한 대결과 맘껏 웃는 시간으로 화합의 장이 되었다.경북연극협회 백진기 지회장은 “오랜간만에 경북 연극인 한마당대회를 열게 되었다. 이번처럼 함께 웃고 화합하는 만남의 장이 없었는데 이런 유쾌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통해 경북 연극인들이 하나가 되는 장이 되었고, 특히 젊은 연극인상을 신설하여 코로나로 공연예술계의 슬럼프가 빠진 상황에 용기를 북돋워주고 사기 진작의 기회가 되었다. 앞으로 이런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경북 연극의 발전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3년 한해도 경북 연극인들의 세대 간 융합과 새로운 시도로 경북연극의 발전을 기대해본다./서종숙 시민기자

2023-01-10

50만 무너진 포항, 저출산 문제 해결해야

전국적으로 저출산이 화두다. 2021년에는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86명이라는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다. 이런 현상에 발맞추듯 경북 제1의 도시, 포항도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 50만이 무너졌다.저출산이 인구감소로 이어지자 포항시도 인구 50만을 지키고자 안간힘을 썼다. 50만을 지키고자 당면한 위기감을 갖고 2021년부터 혈세를 투입했지만 결국 1년 6개월 만에 무너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포항시 인구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49만9천854명으로 50만 아래로 떨어졌으며 다시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12월 말에는 49만6천650명으로 집계됐다. 포항시 인구는 지난 2015년 11월 52만160명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으나 그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이어오다가 2020년 12월 말 50만2916명으로 내려왔다. 이에 포항시에서는 2021년부터 ‘포항사랑 주소갖기’ 운동을 펼치며 주소이전 전입지원금 30만원을 투입했고 50만명 지키기에 안간힘을 썼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물론 실질적인 저출산 정책도 아니어서 56억원의 혈세만 낭비한 샘이다.저출산으로 출생수가 감소하니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미취학 아동과 학령인구의 감소가 가속화되는 현상이다. 지난해 경북의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2만529명이었고 2026년에는 6천845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항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0세에서 6세까지의 아동이 2만1천61명으로 전체인구의 4.2%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앞으로 3년 뒤에는 초등학생 수가 3천500명가량 예측되고 있는데 이는 한 학년이 사라지는 수치다.포항 시민 A씨는 “동네 산책길에서 유모차나 아기띠를 두른 것을 보면 아이가 탔나 싶어 가까이 가면 강아지가 타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최근 어린이집도 많이 없어진다는데 저출산이라는 현실이 심각하다 느낀다”고 말했다.한 결혼정보회사에서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출산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남녀 모두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전체 응답자 4명 중 3명이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저출산의 주요 원인은 경제적 부담(남성 36.2%, 여성 32.2%)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여성은 ‘일과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21.4%)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저출산에 가장 도움이 되는 정책은 남성은 ‘주거 지원’(36.2%), ‘보육 지원’(23.8%), ‘출산 지원’(15.6%)이고 여성은 ‘보육 지원’(29.6%), ‘경력 단절 예방 지원’(29.4%), ‘주거 지원’(22%)로 답을 했다.저출산에 관한 한 전문가는 “성평등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기혼 여성은 출산으로 멈췄던 고용률(68.1%)을 회복하기까지 21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고 이는 기혼 여성이 취업을 유지하기 가장 어려운 요인은 출산인 것을 보여준다. 결혼으로 인한 고용률 영향을 보면 미취업 남성은 자녀가 1명 있으면 24.1%가 증가하나 직장에 다니는 여성은 다른 요인이 일정하다는 전제하에 자녀가 1명 있으면 7.2%, 2명 있으면 17.2%나 취업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이 가급적 자녀 출산은 안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지난해 아이를 출산한 주부 B씨는 “아이를 낳고도 경력단절이 지속되지 않고 당당하게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아이도 부모님이 아니라 내가 사는 가까이 맘 편히 맡길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아파트 단지에서도 은퇴한 고급인력들을 활용한 아이 돌봄 같을 정책적으로 녹여내면 좋을 것 같은데, 포항시의 저출산에 대한 통합된 부서와 실질적인 정책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3-01-10

겨울별미 곰치 맛보러 울진으로 오세요

정신없이 살다보니 일 년이 훅 지나간 느낌이 든다. 바쁘게 산 평일을 보상받고자 최근 주말에 인근 지역 축제의 장을 찾았다. 얼마 전에는 죽변항에서 수산물 축제가 열렸다. 애초 지난해 12월 23일부터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한파가 지속되면서 축제일이 하루 단축돼 아쉬웠다. 광장에는 큰 크리스마스 트리가 자리 잡아 성탄절임을 알 수 있었다.성탄 전날엔 ‘죽변 해변 건강 걷기대회’가 진행돼 군민들에게 경품을 제공했다. 성탄절을 맞이해 어린 아이들에게 울진군수가 빵을 직접 나누어 주기도 했다. 개막식 식전 공연으로 맨손 활어잡기 체험 및 대방어 해체 쇼가 진행됐다. 깜짝 경매와 유랑극단의 공연 및 댄스 경연대회도 있었다.초청가수의 공연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도 하였다. 한 쪽 부스에는 어선이 가득차기를 바라는 굿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어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죽변 작은 도서관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해 책갈피, 디퓨저, 우드 손거울 만들기 체험, ‘책찾아 빙고’ 부스도 운영했다. 추운 날 차 한 잔과 함께 기부의 손길도 모아졌다. 먹거리장터도 운영됐는데 대게의 진한 맛이 우러난 따끈한 어묵 국물이 찬 몸을 녹여주기도 했다.열기, 가자미, 오징어 등 건어물 판매 장터도 눈길을 끌었다. 도민체전 추진단, 울진군 도시 재생지원센터, 울진 체험관광 사진전시회 등 여러 개의 부스가 운영됐다. 부스 반대편에는 문어, 대방어, 울진대게 등 여러 가지 수산물을 구매할 수도 있었고 겨울철 별미로 곰치국도 맛볼 수 있었다.2022년 마지막 날에는 해돋이를 보기 위해 많은 방문객들이 울진을 찾았다. 우리 가족도 죽변항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별미인 곰치국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몇 년을 울진에서 살았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음식점 여러 곳을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자리를 찾아보았지만, 사람들이 많은 탓에 일찍 점심 영업을 마감한 음식점들도 있었다. 곰치가 없어서 팔지 못하는 상인들도, 멀리서 곰치국을 먹기 위해서 몰려든 방문객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수심이 깊은 곳에 서식하고 있는 곰치는 11~1월이 산란기인데 이때 얕은 곳으로 올라와서 어획량이 많다고 한다. 지금 제철이라고 하니 한 번 맛보시길 추천해본다./사공은 시민기자

2023-01-08

청도의 즐거움 ‘얼음썰매장’과 ‘소금빵’

“딩동!” 손전화가 울려 확인해보니 ‘추위 조심하라’는 안내문자다. 진짜로 추울까? 눈은 언제 오는 거지? 눈을 기다리는 마음이 어린 시절 추억의 소환으로 이어졌다.밤새 눈이 내린 뒤 아침이 오고 발목까지 푹푹 빠지도록 쌓이면 미리 준비한 굵고 큰 대나무를 잘라 옹이를 갈아내고 앞부분을 구부려 만든 스키와 비료포대(눈썰매 대용품)를 들고 경사진 언덕길을 찾아 겨울을 즐겼다. 지나는 사람들이 넘어지기라도 하면 들리던 장난꾸러기들의 웃음이 귀에 쟁쟁하다. 지금 같은 예쁜 썰매가 아닌 송판으로 만든 투박한 모양이었지만 씽씽 달리기에 손색이 없었다.환경오염으로 지구 온도가 상승한 탓인지 연일 ‘강추위를 조심하라’는 방송을 하고 안전문자가 오지만, 그에 무색하게 놀이를 할 만큼의 눈도 오지 않고 얼음도 얼지 않아 섭섭했는데, 청도 지인의 “천연 얼음썰매장에 놀러 오라”는 전화를 받고 한달음에 달려가 보았다.지번을 딴 ‘73카페’에서 날씨와 얼음 상태를 체크해 장비를 대여해주고 있었고, 썰매를 타다 힘이 들 때는 카페에서 맛좋은 빵과 음료를 마시며 겨울 풍경을 감상하는 낭만적인 휴식이 가능하다.그곳에서 만난 젊은이는 “대구에서 왔는데 청도군민들의 지역 사랑이 대단하네요. 유명한 청도 미나리와 반시로 만든 소금빵이 맛있어요. 키즈 존을 운영하는 것도 장점이라 생각해요. 아쉬움이 있다면 주차시설이 좀 부족하네요”라고 말했다.추우니 스케이트를 그만 타는 게 어떻겠냐고 하자 한 초등학생은 “너무 재밌어서 계속 타고 싶어요. 방학이 끝날 때까지 얼음이 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썰매를 끌어주는 아빠와 연신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엄마의 모습도 보였고, 데이트 중인 젊은이들의 모습도 흐뭇했다. 이 지역에선 보기 드문 겨울 풍경이라 그럴까? 귀하고 따뜻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국민에게 자연이 준 특별한 선물 가운데 하나인 겨울 즐기기. 하지만, 추울 때 춥고 더울 때 더웠던 한반도에도 여기저기 이상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어 겨울 풍경을 머지않아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도 생긴다.환경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아파하는 지구를 살릴 처방이 내려진다면 모두가 동참해 “엄마 아빠와 함께 다시 올 수 있도록 청도천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로 남아있어 줬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꿈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민향심 시민기자

2023-01-08

토끼를 찾아 경주를 돌아보다

경주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토끼 조각상과 만날 수 있다.2023년 검은 토끼해를 맞이해 경주의 특별한 토끼들을 찾아 나섰다.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곳에 사는 다섯 마리의 토끼를 잡기로 했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외동읍 괘릉리에 위치한 원성왕릉. 시내에서 불국사 방면으로 대략 20분 남짓 차를 달리면 도착할 수 있다. 울창한 소나무 사이로 능이 보인다. 넓은 주차장을 비롯 주변 환경이 확 트여있어 평소 가족 나들이객이 많은 곳이다. 자축인묘…. 속으로 순서를 외워가며 능을 지키고 있는 십이지신상 속에서 토끼를 찾았다. 긴 세월에도 형태가 잘 보존돼 있어 첫 번째 토끼 잡기는 쉽게 성공했다.다음 목적지는 괘릉과 경주 시내 중간 지점에 위치한 성덕왕릉. 성덕왕은 토지개혁을 통한 정전제 실시, 구휼 정책 등으로 정치를 안정시켜 신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신라 천년의 역사 속 태평성대의 시기로 남아 있는 것. 네비게이션에 등록돼 있지만 큰 길에서 벗어난 다음은 길이 좁은 편이라 긴장이 되었다. 성덕왕릉은 동네 뒤편 산 쪽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첫 난관에 봉착했다. 원숭이와 닭을 제외한 나머지 십이지신상은 머리 부분이 남아 있지 않다. 순간적으로 닥친 난감함을 뒤로 하고 검색을 통해 일치하는 몸통을 찾았다. 특이한 점은 지대석 사이에 석상 형태로 세워져 있다. 그렇게 두 번째 토끼를 찾아내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세 번째로 찾아간 곳은 동천동 80번지에 위치한 헌덕왕릉. 헌덕왕의 비극적 스토리 탓일까. 관리가 잘 되어 있음에도 쓸쓸한 기운이 맴돌았다. 십이지신상 중 물에 쓸려가고 남은 건 다섯 점. 그 중 하나가 토끼상이다. 큰 귀 덕분에 쉽게 찾아냈다.네 번째로 찾은 곳은 신라 35대 경덕왕의 능. 이상하게 네비게이션에 나오지 않았다. 차선책으로 부지 2리 마을회관을 검색했다. 내남초교를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알림이 뜰 때쯤 오른쪽에 경덕왕릉 표지판이 보였다. 우측으로 차를 돌려 잠시 올라가니 공터가 나왔다. 차를 세우고 시계 한 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우거진 나무 사이로 경덕왕릉이 보였다. 불국사, 석굴암, 월정교 등 지금 경주를 상징하는 꽤 많은 문화재들이 경덕왕 재위 기간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금 한자어로 된 많은 지명들 또한 경덕왕 때 변경돼 고려와 조선을 거쳐 완성됐다. 능을 돌며 토끼상을 찾는데 익숙한 형태가 나오지 않는다. 두 바퀴를 돌고서야 찾은 토끼상은 다른 부조 형태의 토끼상들과 다르게 얼굴이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찾을 곳이 하나 더 남아 있어 다른 조각상들은 살펴보지 못하고 서둘러 내려 와야 했다.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터미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김유신 장군묘. 십이지신상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곳이다. 등산로가 이어져 있다보니 평일에도 찾는 사람이 많았다. 여느 왕릉들보다 더 화려하고 관리가 잘 돼 있다. 특히 벚꽃 피는 계절에 경주를 방문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시계 방향으로 십이지신상들이 순서대로 새겨져 있다.다섯 마리의 토끼들을 찾는데는 대략 4~5시간 정도가 걸렸다. 이외에도 진덕여왕릉, 흥덕왕릉, 낭산 일원 등에서도 토끼를 찾을 수 있다. 새해를 맞이해 아이들과 경주의 토끼를 찾아나서 보는 건 어떨까? 토끼를 찾다 보면 역사 공부는 자연스레 덤으로 주어질 것이다./박선유 시민기자

2023-01-08

‘중국발’ 코로나19 급증, 실내 마스크 해제 아직은…

최근 중국발 코로나19가 급증하고 있다. ‘제로 코로나’ 종료를 선언한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점 거세지자 2020년 코로나19 초기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현지의 감염병 전문가는 경제수도 상하이의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1천만 명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국들도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규제를 하고 나섰고 중국인 관광객 절반이 양성 반응을 보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음성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추며 중국발 모든 입국자에 대해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새해 2일부터 한 달간 중국 내 공관에서 외교나 공무 목적이 아닐 경우 우리나라로의 단기 여행 등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단기비자발급이 제한되고 코로나19 유행상황에 따라 발급제한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입국 전후에도 PCR 검사 등을 의무화한다. 중국발 항공편 편수도 추가하지 않고 현 수준을 유지하며 효율적인 입국자 검역 관리를 위해 중국발 항공편의 도착 공항도 인천, 김해, 제주, 대구에서 인천공항으로 일원화했다. 5일부터는 중국에서 국내로 출발하는 항공기에 탑승하는 모든 내·외국인은 입국 전 48시간 이내 한 PCR 검사 또는 24시간 이내 한 전문가 신속항원검사(RAT)의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정부는 이번 방역 강화 조치가 BF.7 등 중국발 신규 변이가 국내에 유입,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1월 말이나 2월 초 실내 마스크 해제에 대한 시기도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이다.이에 대해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7차 유행이 정점을 지나고, 그래서 안정적으로 유지가 되면서 우리가 이에 대한 의료대응 역량이 충분하게 구비되어 있는지가 판단기준”이라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에서의 코로나 유행상황 등이 국내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파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서 실내 마스크 해제 조정 시점은 그에 따라서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포항 시민 정 모(35·포항시 북구 두호동) 씨는 “마스크 의무 착용 때문에 큰아이가 말 배울 때 고생해서 새해에는 실내 착용이 해제되기를 기다렸다. 둘째가 말 배울 때는 좀 낫겠다 싶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더 열심히 마스크를 껴야 할 것 같다. 독감도 유행이고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여행 많이 온다는 기사를 봤는데 변이가 확산될까 더 걱정된다. 주변 지인들도 아직 코로나 확진자도 생각보다 줄지 않아 불안하고 일상이 되어버린 마스크를 계속 쓰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한참 말 배울 나이인 아이 생각하면 벗고 싶지만 새해에 건강이 우선이라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3-01-03

포항으로 노을 보러 오이소

“22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친구가 있어요. 포항에 이틀 머물 건데, 볼거리 좀 추천해주셔요.” 옆 교실에 근무하는 캘리그라피 선생님은 여수가 고향이라 포항에 대해 잘 모른다며 여행 코스를 짜 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가끔 물어오는 지인들이 있다. 포항에 대해 글을 쓰기 전에는 어디라고 콕 집어 말하기 힘들어 우물쭈물했었다. 5년간 포항 곳곳을 찾아다니며 글을 쓰다 보니 이제는 소개할 곳이 많아서 어디부터 알려주나 하며 망설이게 되었다.한겨울에 포항에 온다니 유채꽃 가득한 광장을 배경으로 한 호미곶은 보여주기 힘들고, 고슬고슬하게 핀 이팝나무 군락지도 사진으로만 소개할 뿐이다. 최근 블로거들에게 인기 있는 곳으로는 파도가 다릿발을 흔드는 짜릿함을 맛보는 이가리 닻 전망대, 근처의 곤륜산으로 가파르게 오르면 초록으로 덮인 활공장과 멀리 파란 수평선을 동그랗게 안고 있는 항구마을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어서 더 인기다.두 개의 노을 코스를 알려주었다. 첫 번째는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출발지로 잡고 거닐다 바다를 향해 자리를 잡은 카페 아무 곳이나 들어가 바다멍을 때린다. 구불구불 드라이브 삼아 해파랑길을 따라가다 해질 무렵 대동배 2리에서 일몰을 맞는다. 해파랑길 15코스는 일출 명소인 포항에서 일몰을 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모아이상바위, 용바위를 찾아 해파랑길을 걸으면 속살거리는 파도 소리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러다 문득 서쪽 하늘을 보면 뉘엿뉘엿 지는 해가 구름 사이로 빛을 쏟아 내릴 때 감동이란 환상 그 자체이다.어스름이 내려앉을 즈음,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였던 구룡포 근대 문화 역사 거리로 운전대를 잡는다. 이곳은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후로 늘 사람이 붐비는 곳이다. 하지만 저녁 무렵엔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 거리가 조용해진다. 오롯이 우리들만의 거리가 된다. 낮은 조명이 켜진 거리를 걸으면 옛사람이 된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러다 이 분위기에 어울리는 ‘여든여덟 밤’이란 전통 찻집 앞에 발길을 멈춘다. 마지막 손님으로 들어가 첫물로 따서 만든 우전을 주문한다. 은은한 차향이 주위를 맴돈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게 두런거리다 거리를 빠져나오면 하루가 저문다.두 번째 날에는 포항의 중앙상가로 나간다. 50년 넘은 빵 가게 ‘시민제과’에서 사라다빵과 밀크쉐이크로 새참을 먹는다. 포항에서 처음 로스팅을 한 나이든 신사가 내려주는 커피가 있는 아라비카에서 커피나무에 빨갛게 열매가 익어가는 것을 보다 보면 오후가 깊어진다.그때는 해맞이공원 정상에 자리 잡은 스페이스워크에 오른다. 자연스럽게 흔들리도록 디자인한 구조물을 설레듯 걷다가 서쪽으로 지는 해를 보는 건 포항이 방문객에게 안겨주는 선물이다. 넋 놓고 바라보며 인증샷도 한껏 찍어라. 내려오기엔 아쉬운 마음을 갖고 산을 내려와 여남 바닷가로 간다. 자연산 물회 전문점 대화회집에서 바삭바삭한 가자미구이로 입가심을 하고 물회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운다. 바다를 한 그릇 마시는 기분이 들 것이다.한껏 부른 배를 소화 시키려면 조금 걸어보자. 가까이에 해상스카이워크가 밤에는 화려하게 조명을 밝힌다. 가까이 가면 파도 소리가 먼저 반긴다. 어두운 밤바다라 보이는 게 없어서 섭섭할까 봐 파도가 쏴아쏴아 존재감을 과시한다. 소리멍을 때릴 차례다. 한참 듣다 보면 마음 깊은 곳까지 시원해진다. 스카이워크의 불빛 따라 거닐면 금방 소화가 다 된다. 돌아 나오며 북부 바다에 영일대 누각의 야경을 덤으로 보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포항은 일출과 노을을 함께 감상하기에 안성맞춤한 곳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3-01-03

내 마음의 성형인 셀프 이미지(self image)

자녀를 양육하면서 자주 갖게 되는 생각이 쟤는 나랑 닮았다, 배우자와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심리를 알기 위해서 심리검사를 하거나 전문가에게 자문하거나 자녀 양육에 관한 책을 구입해 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부모 자신이 자신에 대해 알려고 하는 면은 약하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모습을 중요시하며 살아간다. 호감을 주는 외모를 통하여 남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내면의 실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성형외과 의사였던 맥스웰 몰츠는 “모든 사람은 셀프이미지(self image)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내부에 있는 정신적 청사진이나 그림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서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스스로 정의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사람의 성공과 실패가 전적으로 셀프이미지에 좌우된다는 사실이다. 즉 외부적으로 보이고자 하는 셀프이미지가 아니라 내면적으로 갖고 있는 각자의 긍정적인 셀프이미지라는 것이다.자신의 감정, 행동, 능력, 활동은 셀프이미지와 정확하게 일치된다고 한다. 셀프이미지에 없는 행동이나 생각, 성과는 이루기 힘들며, 셀프이미지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한다.한 가지 놀라운 것은 우리의 셀프이미지가 주로 어린 시절에 완성된다는 점이다. 스스로 만들어온 것이 아니고 부모나 선생님, 친구들의 영향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즉 타인으로부터 주어진다는 얘기다. 다른 사람에 의해 주어진 자기 이미지를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여 생긴 것이 지금 우리의 셀프이미지인 셈이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말 중에 ‘내 마음 나도 몰라’라고 하며 은연중에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볼 때가 있다. 특히 자녀가 부모를 닮아가고 부모와 똑같은 말투와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그러면 셀프이미지는 변화될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잘못 형성된 것은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교정될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아들러가 개인심리학 이론에서 말하는 습관화된 생활양식을 변화시키는 것일 것이다. 즉 자신이 오랫동안 습관화된 행동을 변화하기 위해서 자신을 조금씩 고쳐가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서서히 개선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자신의 습관화된 생활양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자신의 멘토를 정해서 닮아가는 노력도 아주 좋은 셀프이미지의 개선 방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자신의 모델을 만들어 닮아가고자 그 사람이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을 모방하지 않나 여겨진다.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외부에 비치는 모습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외모지상주의의 탓도 있겠지만 자신보다 주변에 보이는 모습에 너무 집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외모가 변함으로써 자신감을 주기도 하고 밝은 성격으로 변화되는 효과도 있지만, 지속적인 효과는 뭐니 뭐니해도 내면의 변화일 것이다. 즉 자신의 내면을 멋지게 표현할 수 있고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이런 셀프이미지를 미술치료 작업으로 한다면 어떨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그려 보라’고 했을 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물이든, 자연물이든, 아니면 어떠한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해보고 이에 대한 느낌이 나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탐색해 봐도 좋을 것이다.여기서 필요한 것은 자기 탐색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림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그림 속에 숨겨진 의도도 알고 있어야 하는데, 특히 중요한 것은 그림은 현재상을 표현하기도 하고 자신이 바라는 미래상을 표현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느 쪽인지는 그림을 그린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에 대한 파악뿐만 아니라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자신의 삶에서 만족감이나 정서적 충족감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성찰이 중요하다. 시간이 된다면 공감과 감사함으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성형하기 위한 과정으로 셀프이미지를 작업해보는 것은 어떨까?2023년을 시작하는 이때, 이제까지 나도 모르게 습관화된 자신을 더 건강한 마음으로 성형할 수 있는 셀프이미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서종숙 시민기자

2023-01-03

내년 전기세·가스요금 대폭 오른다

올 한해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코로나 장기화 등으로 인해 서민 생활과 맞닿아 있는 공공물가가 줄줄이 인상되어 대부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에도 전기세와 가스비 등이 대폭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내년 기준연료비를 포함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kWh(킬로와트시)당 51.6원으로 산정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돼 있다.올해 전기료는 세 차례(4·7·10)에 걸쳐 kWh당 전력량요금 2.5원, 기준연료비 9.8원, 기후환경요금, 2.0원, 연료비조정요금 5.0원씩 올라 총 19.3원 인상됐다. 내년에 인상 압력을 받는 전기요금 규모는 항목별로 kWh당 기준연료비 45.3원, 기후환경요금 1.3원, 연료비 조정단가 5.0원이다. 이는 연료비 조정요금 연간 상한을 kWh당 10원으로 확대한 것을 가정한 수치다. 내년에 인상 압력을 받는 전기료(kWh당 51.6원)가 올해 인상분 (kWh당 19.3원)의 2.7배에 달하는 셈이다.산업부와 한전은 올해 요금을 약 20% 인상했음에도 3분기까지 21조8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했으며 올해 말 별도 기준으로 적자 규모가 약 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함께 한국가스공사도 경영 정상화를 위해 누적된 미수금을 조기에 회수할 필요가 있다며 인상을 추진중이다. 산업부와 가스공사는 가스요금을 내년 메가줄(MJ)당 최소 8.4원(2.1원씩 네 분기) 혹은 최대 10.4원(2.6원씩 네 분기)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 산중위에 제출했다.올해 가스요금은 주택용을 기준으로 네 차례(4·5·7·10월)에 걸쳐 5.47원 올랐다. 내년에는 가스요금이 올해 인상분의 최소 1.5배에서 최대 1.9배로 오르는 셈이다. 산업부와 한국가스공사는 내년 요금을 메가줄당 8.4원 올리면 2027년부터, 10,4원 올리면 2026년부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격히 증가한 미수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최근 추워진 날씨에 3인 가족 가스비가 10만원이 훌쩍 넘어 어질어질하다는 주부 박 모(39·포항시 북구 양덕동) 씨는 “집안에서 왠만하면 온수를 적게 사용하고 내복 후리스 입고 지내려고 하는데 내년에 가스비뿐 아니라 전기세도 오른다하니 걱정이다. 전기세와 가스비가 2배 안팎으로 인상될 전망이지만 체감적으로는 10배 가까이 오른다는 느낌이다. 계속된 금리 인상으로 이미 오른 물가로 지금도 힘든데 내년에는 공공요금의 인상이 줄줄이 예고된다하니 내년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12-27

횡계구곡 따라 모고헌과 옥간정에 빠지다

보현산 자락 깊숙이 맑게 흐르는 계곡 횡계, 이곳은 횡계구곡으로 유명하다. 영천시 화북면 횡계리에 있는 횡계구곡은 주자(朱子·중국 송나라의 유학자)가 계곡의 절경지에 구곡을 지었듯이 보현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횡계리에서 만나 아름다운 구곡(九曲)을 이루었다하여 이름 붙여졌다. 이 계곡을 지은 사람은 조선 숙종 때 남다른 우애를 보였던 성리학자 훈수 정만양(1664~1730)과 동생인 지수 정규양(1667~1732)으로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은거하며 제자들을 가르치며 길러내던 곳이다.횡계구곡 중 가장 뛰어난 곳은 3곡 모고헌과 4곡 옥간정이다. 겹겹이 쌓인 세월의 흔적과 고결함이 스스로 한 폭의 동양화처럼 서 있다. 낭떠러지 위에 멋진 누각인 모고헌(경상북도 유형문화재)은 횡계천 암반 위에 지은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이다. 아름다운 곡선미를 자랑하며 북쪽으로 횡계 서당이 있고 건물 아래는 횡계천을 내려다보며 당장이라도 날아갈 듯하다. 옥간정에서 하류로 50m 떨어져 있고 옥간정보다 15년 앞선 1701년에 지어졌다. 처음 지었을 때는 태고와라고 불렀으며 훗날 문인들이 개축과 수리를 거쳐 모고헌이라 다시 고쳐 불렀다. 모고헌은 성리가 구현되는 꿈을 이루려던 형제의 뜻을 헤아려 지수 정규양의 제자들이 지은 이름으로 ‘옛날을 사모하는 사람이 모이는 집’으로 스승을 그리워하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모고헌은 횡계 서당의 부속 건물로 서당을 엿보며 그 옛날의 학동들이 글 읽는 소리도 상상으로 느낄 수 있다. 정자 바로 뒤의 300년 된 향나무는 두 형제처럼 모고헌과 잘 어울린다.옥간정은 1716년에 지어진 정자로 가까운 곳의 모고헌과 함께 정만양, 정규양 두 형제의 강학 공간으로 건축된 건물이다. 모고헌에서 횡계천을 따라오다 보면 옥간이 위치해 있는데 잘 정비된 입구의 나무들이 오래된 정자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옥간정이 자리한 계곡은 소와 바위들의 별천지로 두 형제는 이곳을 ‘물은 조금 팬 곳이라도 가득찬 다음에야 다른 곳으로 흐른다’는 뜻의 영과담이라고 했다. 또 담장이 높지 않아서 위아래로 엿볼 수 있고 대지의 높낮이로 전면은 다락집으로 뒤쪽은 아담한 단층으로 되어있는데 자연환경에 순응한 구조다. 옥간정은 횡계천 암반 사이로 흐르는 물빛의 맑기가 옥과 같다는 의미인데 깨끗하고 아름다움을 말한다.영천으로 드라이브하다가 모고헌과 옥간정을 만난 김채연(42·포항시 북구 장성동) 씨는 “보현산은 천문대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남들이 잘 가지 않은 정자를 보아서 기쁘고 횡계구곡의 명성을 느끼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12-27

영웅을 만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김구와 안중근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분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학창시절 국사책을 달달 외운 실력으로 백범 하면 바로 김구가 떠오르는 정도로 그분을 안다고 할 순 없다. 안중근의 호가 왜 도마인지 모르니 자서전을 통해서 그의 삶에 다가가 보고자 한다.2023년 독서토론 목록에 안중근 자서전을 넣었다. 함께 하는 회원 중에 한 분이 요즘 소설과 영화로 뜨는 소재라 선택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수년 전부터 토론 모임을 하면서 외국 고전과 스테디셀러 위주로 목록을 짠 거 같아 지난해는 백석 평전을, 올해엔 ‘백범일지’를 넣었다. 그다음 순서로 안중근을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안중근의 이야기가 책, 영화, 뮤지컬 등속의 다양한 장르로 우리 곁에 와있다.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면 책만큼 감동을 주는 영화가 드물었다. 우리의 상상력을 영화가 뛰어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책을 보면 두 가지 다 만족할 수 있어서 좋았다.그래서 먼저 안중근 삶의 마지막 2년을 그린 영화 ‘영웅’을 만났다. 서른 살의 그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도 나는 알아챌 것이다. 교과서에서 신문에서 사형당하기 전 찍은 그의 모습을 여러 번 보았고 그 눈빛이 잊어버리기엔 너무나 결연하여서다. 동지들과 독립투쟁의 의지를 다지며 스스로 자른, 짧은 네 번째 손가락이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안중근은 태어날 때 등에 검은 점이 7개가 있어서 북두칠성의 기운을 응하여 태어났다고 하여 어릴 적에는 ‘응칠(應七)’이라 불렀다. 영화 속에서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일본 법정의 사형 선고에 항소하지 말라고 편지를 보내고는 응칠이라 수 놓인 배냇저고리를 안고 흐느낄 때 관객들도 따라 울었다. 안중근은 이름값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아버지 안태훈과 친분이 있었던 김구는 ‘백범일지’에서 안중근을 ‘안 씨 집안의 총 잘 쏘는 청년’으로 묘사하였다. 하얼빈 역 플랫폼에 이토히로부미가 하차했을 때 세 발을 저격했고 모두 급소를 맞혔다고 한다. 이렇게 안중근은 타고난 투사였지만 우리에게 글씨와 책을 남길 만큼 글솜씨도 남달랐다. ‘동양평화론’은 그가 사형을 기다리며 뤼순감옥에서 저술한 미완의 저서이다. 서론과 목차만 쓴 상태에서 사형이 집행되었기 때문에 완성하지 못했다.1910년 2월 14일에 일본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초콜릿을 주고받는 밸런타인데이로만 알았는데 이제부터는 안중근 의사의 이름을 되뇌는 날로 달력에 기록 해야겠다. 사형 선고에 그는 항소하지 않는 대신 ‘동양평화론’의 집필을 위한 시간을 허락해 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했고, 판사도 이에 동의했다. 안중근은 이 말을 믿고서, 자신의 자서전인 ‘안응칠 역사’를 먼저 옥중에서 쓰고서, 이후에야 ‘동양평화론’ 저술을 시작했다.그러나 일본은 안중근을 오래 살려둘수록 한반도 내부의 항일 여론과 세계적인 동정 여론이 고조될 가능성을 의식하여, 최대한 빨리 그의 사형 집행을 앞당기려 했다. 결국, 안중근은 사형이 선고된 지 40여 일 후인 3월 26일에 처형되었고, ‘동양평화론’은 초반 일부분(서론과 전감 초반)만 우리에게 남겨졌다.뮤지컬 영화의 마지막 장면, 죽음을 앞둔 안중근 의사는 어머니가 만들어준 수의를 입고 빨리 뛰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일본인들에게 들릴까 봐 걱정한다. 인간적이다. 영웅은 신처럼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자기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떨며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 말하는 듯하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2-12-27

이장 남편과 드론강사 아내의 가족 이야기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위탁 가정 등을 이제 ‘다양한 가족’이라 통칭하게 됐다.경산시 용성면 미산리에 구관서(50)씨와 김성은(50)씨 가정도 다양한 가족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젊은 이장 남편과 드론강사 아내가 5명(3남2녀)의 아이와 재밌게 그려내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찾아 그곳에 갔다.“자녀가 다섯이라니 나라에 큰 기여를 했네요”는 기자의 물음에 부인 김성은씨는 “우리는 두 가족이 하나가 된 특별한 가족”이라며 환하게 웃었다.남편과 아내는 각각 두 아이와 세 아이를 기르다가 지인의 소개로 만나 혼자 아이들을 기르는 일에 관한 어려움을 나누며 친해졌다. 이후 불완전한 가족을 완전한 가족으로 만들고, 서로 기대고 돌보면서 살아가기로 결정했다.다행히 아이들도 갈등 없이 금방 가까워졌고, 2019년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요즘 보기 드문 대가족을 이루게 됐다고 한다.김씨는 “맏이(23)부터 막내(11)까지 겹치는 나이가 없이 누나와 형, 동생의 서열에도 문제가 전혀 없었다”는 말을 덧붙였다.하지만, 특별한 가족이기에 그에 따르는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아이들은 사춘기나 진학 문제, 교우 관계 등에서 힘겨움을 겪기 마련이다. 구씨와 김씨의 자녀들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부부에게 편견의 틀을 깨는데 도움을 준 신앙이었다. 자신들의 신앙 속에서 참고 견디는 방법을 서로 배워나간 것. 이를 통해 쓸데없는 감정의 부스러기들을 다 걷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용성면민은 물론 경산시민이 다 알만큼 호탕한 성격인 남편 구관서씨는 “혼자 아들 둘을 키울 때보다 아내의 가족과 더해지니 행복이 몇 배로 커졌다”고 말한다. 일곱이나 되는 집안 구성원이 넉넉하고 여유롭게 느껴진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생각 같아선 셋을 더 낳아 10명의 가족을 이루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했다.걱정 없는 가정은 세상에 없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려는 자세와 마음가짐만 있다면 그들이 가족이 되고 서로에게 평안을 주는 일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느낀 시간이었다.올해부터 남편 구씨는 이장을 맡아 마을에 새로운 사업을 유치하고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이루려 노력 중이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해가고 있다.아내 김씨 또한 남편의 일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드론 강사 자격증을 취득해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다양한 교육생들을 지도하고 있기에 마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부부는 ‘아이들은 부모의 그림자를 따라 자란다’는 속담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 물론 자신들에게 맡겨진 마을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때로는 마을 어르신 집의 담장을 쌓고, 무거운 짐을 옮겨주기도 한다. 면과 시에 서류를 신청하는 것도 이장 몫이다. 이에 이장 부인인 김성은씨도 덩달아 바쁘다. 쓰레기봉투 배달부터 마을 실버합창단 창단 준비, 마을 신문 제작을 위한 모임 개최까지.두 사람에겐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작은 농촌카페를 만드는 것이다. 용성은 공기가 맑고,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지역. 청정 미나리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이런 장점을 살려 열린 문화공간을 만들고,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고 했다.2022년 마지막 길목에서 만난 특별한 가족과 부부 이야기. “우리가 받은 사랑을 사회에 나눠주고 싶다”는 그들의 사연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민향심 시민기자

2022-12-25

안동의 한 해를 돌아보는 ‘2022 뉴스사진전’

안동 언론인 모임인 안동언론문화연구회(회장 피현진)의 ‘2022 뉴스사진전’이 최근 열렸다. 안동언론문화연구회는 지난 2013년 지역밀착형 보도를 위해 활동해 온 일간지, 주간지, 인터넷뉴스 기자들이 공정보도와 뉴스연대를 도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한 단체다.‘뉴스사진전’은 2015년 시작해 매년 지역 언론에서 보도된 사진을 엄선해 한자리에 모아 지역민에게 선보이는 전시회다. 올해는 12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안동시 운흥동 문화광장에서 열렸으며 기자들이 1년간 지역의 현장을 누비며 보도한 사진 60여 점을 전시했다.3년간 지속된 코로나19, 뜨거운 이슈였던 6·2지방선거,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유산 발굴·육성 사업 대상에 선정된 하회선유줄불놀이, 원도심에서 처음 진행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등 우리 지역 곳곳의 행사장과 지역민의 희로애락을 담아낸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안동언론문화연구회는 “그간 풀뿌리 언론 활동을 지향해 왔으며 이번 전시가 올 한 해 안동의 역사를 돌아보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언론 활동도 함께 위축된 점이 아쉽고 지역의 많은 부분을 다양하게 담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사진은 기록이자 역사다. 앨범을 훑어보며 한 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기쁜 소식과 안타까운 사건, 감동적인 사연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 지역의 소식을 숨 가쁘게 전해온 기자들의 열정이 돋보이는 ‘2022 뉴스사진전’을 통해 지역의 한 해 앨범을 잘 갈무리하는 시간이 됐다./백소애 시민기자

2022-12-25

기찻길 따라 떠나는 봉화 겨울여행

‘겨울 명소’라 하면 태백산이나 설악산, 대관령 설경이 떠오른다. 칼바람 속 겨울의 설경을 즐기기에 엄두가 나지 않을 때, 가볍게 겨울 풍경과 정취를 즐기기 좋은 봉화 기찻길 여행을 권한다.봉화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기차역이 있다. 그래서 기찻길마다 사연도 많다. 겨울 대표 여행지로 각광받는 분천역 산타마을은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곳이다. 영화 ‘기적’의 실제 사연을 간직한 양원역과 눈 쌓인 풍경이 환상적인 승부역도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12월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크리스마스. 분천역 산타마을이 코로나19로 주춤했다가 3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 17일부터 2월 12일까지 58일간 열리는 산타마을 축제는 ‘한겨울의 레드화이트 크리스마스 파티’라는 주제로 진행된다.잘 갖추어진 프로그램 운영으로 아이에서 어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다양함이 특색이다.산과 산이 만나는 곳, 협곡을 가로질러 놓인 철길, 기차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에 광물수송용으로 만들어진 철로와 오지 기차역이 여행객을 유혹한다.자연환경이 너무나 아름다운 봉화 승부역, 비동역, 분천역, 양원역을 매일 운행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달리는 차창 밖으로 펼쳐진 색다른 정취를 자랑한다. 인고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굵은 소나무, 억겁의 세월에 쓸리고 닳은 계곡에는 기암괴석이 어우러지고, 기찻길처럼 굽이굽이 넘어온 오지의 삶들이 눅진하게 다가온다.눈 내린 풍경이 환상적인 겨울 눈꽃 명소.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이라는 시에 나오는 조그마한 간이역인 승부역, 분천 산타마을로 더 유명한 분천역, 국내에서 가장 작은 양원역은 저마다 눈꽃과 설경으로 가득하다.지난해 9월 개봉한 영화 ‘기적’은 1988년 마을 주민들 손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민자 역사 이자 가장 작은 역으로 분천역과 승부역 사이에 있는 양원역을 모티브로 제작됐다.산골 마을에 역 하나 생기는 게 염원인 주인공과 마을 주민들이 그려낸 실화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가파른 협곡을 적시던 계곡은 바위와 얼음 속으로 물길을 만들었고, 화전으로 일궈낸 비탈진 밭들도 하얀 겨울옷으로 갈아입고 가끔 오가는 기차 소리와 함께 낭만적인 겨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백두대간 협곡열차는 분천역-비동역-양원역-승부역-석포역-철암을 왕복 운행한다. 하루 두 차례 오가는 관광열차로 비동역과 양원역, 승부역 등에서 쉬어가며 편도 1시간 5분 정도 소요된다.마음까지 훈훈해지는 산골 간이역과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이 사람들의 감탄사를 부르는 곳이 바로 봉화다.기차는 복고적인 목탄난로로 난방을 한다. 터널을 지날 때마다 천장의 별처럼 빛나는 야광은 또 다른 묘미를 준다. 분천에서 강릉을 하루 한 번 오가는 동해산타열차는 2시간 40분이 소요된다.하늘과 땅에 하얗게 설국이 펼쳐지면 세상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승부역은 말 그대로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겨울 낭만여행지다. 기찻길 따라 펼쳐지는 봉화의 겨울 풍경이 더없이 근사하다. /류중천 시민기자

2022-12-25

어린 영혼의 껴묻거리

금방울 두 개가 공중에 떠 있다. 가는 줄을 팽팽하게 당겨 전시해 반짝이는 방울이 첫눈에 들어오게 만든다. 전시 동선을 디자인한 큐레이터가 누군지 몰라도 입구에서부터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금령, 어린 영혼의 길동무’.옛사람들은 주검을 묻을 때 죽은 이를 장식하거나, 사후세계에서도 살아 있을 때와 같이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물건들을 함께 묻었다. 이를 ‘껴묻거리’라고 하는데, 옷을 입히거나 장신구를 달아주고, 살아 있을 때 사용했던 것, 또는 죽은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물품들을 따로 만들어 묻었다.유물들을 돌아보다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 것이 있다. 분홍빛 배경에 황금빛 금관과 허리띠가 조명에 빛을 발하니 눈이 부셨다. 함께 간 친구를 맞은 편에 서게 하고 사진을 찍으니 영락없이 왕관을 쓴 모습이다. 목걸이며 장식품들이 지금 당장 사용하기에도 충분한 디자인이었다. 넋을 놓고 들여다보는데 딸랑딸랑 방울 소리가 들렸다. 한쪽 벽에 금령총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여주며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전시실에 나무를 켜켜이 세워 벽을 따라 두르고 조명을 발아래에만 켜 놓아서 마치 관람객이 신라 시대의 무덤에 들어온 느낌이 들게 만든다. 신라 고분에서 유물이 다량으로 출토되는 이유는 돌무지덧널무덤이라는 구조 자체가 도굴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고분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보물로 지정된 금령총 금관, 금제허리띠, 감옥팔찌 같은 장신구와 국보로 지정된 도기 기마 인물형 뿔잔, 채화칠기, 유리 용기 등 많은 유물이 있는데, 장신구가 대체로 소형인 점으로 보아 무덤의 주인은 나이 어린 왕족이라 상상한다.어린 자식을 떠나 보내는 부모의 슬픔이 고스란히 유물에서 드러난다. 먼 길 떠나는 자식의 허리춤에 부모가 마지막으로 채워준 금방울 두 개가 ‘금령총’이라 부르게 했다. 금령총은 경주시 노동동 봉황대 앞에 있다. 1924년 일본인들이 유물을 그냥 쓸어 담는 수준으로 20여 일만에 졸속으로 발굴 조사를 끝냈다고 한다. 2018년~2020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재발굴했다. 재발굴이지만 기간은 3년으로 정성을 다해 무덤과 호석 주변에서 새로운 것들을 찾아냈다.그것을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실에 전시 중이다. 바로 옆에 어린이 박물관에서 같은 주제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딸랑딸랑, 금령총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시간별로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니, 지역의 어린이를 둔 부모님들이라면 방문해봐도 좋을 것 같다.특별전시실을 나오며 안내데스크에 가서 기념품을 사고 싶다고 하니 도록뿐이라며 박물관 입구 기념품 가게에 들러보라고 했다. 거기에도 이번 특별전의 기념품은 없었다. 지난주에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으로 ‘합스부르크가 600년’ 전시를 보았다. 많은 굿즈가 있어서 한참을 둘러보고 기꺼운 마음으로 지갑을 열었다. 이젠 경주를 찾는 외국인들도 기념품 가게에 들어와 금령총의 방울 귀걸이를 사서 기마 인물형 뿔잔이 새겨진 에코백에 담아 박물관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김순희 시민기자

2022-12-20

내년부터 차 보험료 내리고 실손보험료 크게 오른다

올해는 대내외의 불확실성 확대로 고물가, 고금리 등 서민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자동차보험료를 소폭 내리고 실손보험료는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연말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료의 경우 손해율이 낮아졌음에도 인하율을 1%~2% 내로 추진하고 있다. 상위 4개(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에서 3981억 원의 흑자를 내자 정부에서 올 초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요청했다. 실손보험료는 과잉 진료(3년간 80% 증가)는 물론 진료비 증가 등 원가 상승 요인도 여전해 적자 누진으로 10%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보험연구원은 최근 세미나를 열고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올해도 130%에 육박하고 있어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향후 5년간 21%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지난 5년간 실손 위험손실액은 11조 원 이상이고 이렇게 계속된다면 향후 5년간은 위험손실액만 약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실손 보험료를 매년 13.4%씩 올려도 향후 5년(2022~2031년)간 보험사의 누적 적자는 100조 원에 이른다. 이에 손보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를 10%대 중후반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2021년 10~12%, 2022년 14.2% 인상에 이어 3년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 된다.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은 2조8천6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2조500억 원) 대비 3천600억 원이 늘었다. 지난해 손해율도 113.1%를 기록했다.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13.1원을 지급한 셈이다.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은 국민의 대부분인 2천400만과 3천900만이 가입되어 있어 그 영향이 크다. 정부에서도 인상 분위기는 허용하고 있지만 올해(14.2%)보다 낮은 10% 안팎에서 보험업계와 논의를 하는 중이다.하지만 보험업계는 정부의 요율 개입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보험업 관계자는 “당장에 보험료가 적게 오르면 소비자들에게 이로워 보일 수 있겠지만 적자 폭이 커지면 실손 가입 장벽이 높아지거나 실손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기존 30여 개에 달했던 실손 판매사가 현재는 절반가량만 남은 상태이고 일부 보험사에서든 건강 검사를 통해 이상 유무를 판단 후 가입을 결정하는 등 사실상 신규 가입이 제한이 확대되고 있다. 보험사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해 상품과 구조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2세대 실손보험을 유지 중인 직장인 최모(41·포항시 북구 양덕동) 씨는 “이번에 실비보험 인상이 너무 많아 슬슬 부담이 된다. 가입 당시는 1만 원이었는데 5만 원으로 올랐다. 갈아탈까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12-20

칼바람 녹인 제자들의 따스한 커피차

본격적인 겨울 한파가 찾아왔던 최근 포항 중앙고등학교 정문에 이런 배너가 걸렸다. “따뜻한 차 드시러 오세요^^ 강00, 조00이 쏜다.” 등교시간, 교문 안쪽에 낯선 커피차가 있어 교문을 들어서던 교사들과 학생들 모두 어리둥절했다. 그때 40대 초중반쯤으로 보이는 세 남자가 커피차 앞에 나와서 상황을 설명했다.그들은 강상균, 조재익 두 교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었다. 세 제자는 평소 두 은사님에 대한 감사함을 전달할 색다른 방법을 찾던 중 커피차를 떠올렸다. 두 교사의 이름으로 다른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에게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했던 것이다.세 제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특별한 모닝커피를 받아든 150여 명의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의 얼굴엔 밝은 웃음꽃이 번져나갔고 그 이야기는 종일 교내를 훈훈하게 떠돌았다. 제자들의 마음이 기특한 한편, 두 교사가 부러웠다고 그 자리에 있었던 몇몇 선생님들은 전했다.강 교사와 조 교사는 “이런 건 연예인들에게만 있는 행사인 줄 알았지요. 제자들의 정성이 고맙기는 하지만 올해는 특히 물가상승으로 다들 어려운 때라 즐거운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간혹 졸업한 제자들이 좋은 일이 있어 밥을 한 끼 사거나 술 한 잔 대접하겠다고 해도 망설일 때가 있는데…. 다른 오해가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습니다”라며 웃었다.마침 이날은 수능성적 통지가 있었다. 수시에 합격한 다수의 고3 학생들이 느긋한 한편 일부가 정시원서를 준비 중인 인문계 고등학교의 12월은 마지막 수확의 긴장감이 남아있다. 2학기말 시험을 앞둔 고1, 고2 학생들과 교사들은 겨울방학을 앞두고 막바지 과정을 숨차게 달리는 때이기도 하다. 제자들의 커피가 잠시나마 긴장을 푸는 시간이 되었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교권이 무너진 지 오래되었다. 심지어 교권상실의 시대라고 한다. 얼마 전, 훈계하는 담임교사의 뺨을 때린 초등학생의 뉴스는 전국의 교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던 선인들의 가르침은 오래전에 박제되어 박물관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다고 자조하는 교사들도 많다.이런 때에 세 제자의 ‘커피차 보은’미담은 그 고등학교의 울타리를 넘어서 겨울 한파를 녹이는 훈훈한 이야기로 소리 없이 퍼져나가고 있다./윤종희 시민기자

2022-12-20

동아시아 문화도시 벳부에서의 8박9일

경주에서 하시즈메상 일행을 만난 건 우연이자 운명 같았다. 그 흐름에 이끌려 필자는 최근 8박 9일간 벳부에 위치한 레지던스에 체류하며 전시와 워크샵을 진행했다. 일정은 준비에 매우 촉박했다. 평균 하루 5시간의 수면을 취하며 벳부를 화폭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그중 인상적인 기억들을 아래 기록해 보았다. 벳부는 2차대전의 피해가 없었던 곳으로 옛 건물들과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편이다.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다. 그중 대표적인 건물이 다케가라와 온천, 1879년에 만들어진 공공목욕탕이다.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보존이 쉽지 않았을 터.그것을 지켜낸 건 벳부시의 시민들이었다. 콘크리트로 변경될 뻔 했을 때 시민들의 한 목소리로 반대했고, 결국 원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근대 건물을 거의 보기 힘들어진 경주와 타 도시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 더 기억에 남는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동아시아문화도시 관련 지원금으로 많은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기츠키시 야마카 마을에서 열린 카타스미카이카이 예술제였다.사실 이 예술제는 동아시아문화도시 지원금을 받긴 했으나, 대부분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국 소도시의 인구소멸 문제가 심각하듯 이곳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해결책이자 방안으로 준비된 예술제이기도 했다.이 마을 출신의 작가가 기획한 전시로 작가들의 작품이 마을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시골마을 상점 등을 그대로 활용해 전시를 했는데, 예술이 일상이 된 모습이었다. 손으로 그려진 지도를 보며 걷다보면 뜻밖에 장소에 작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건물 내 전시장은 작품을 위해 구조나 위치를 변경하지 않고 생활하던 모습 그대로에 작품만 추가된 형태였다. 기교 없이 담백한 요리를 맛본 기분이었다.기획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기획자 역시 작가인데 그의 작품이 없는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야구나 축구에서 감독이 선수로 뛰는 경우가 있을까? 할 수는 있겠지만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다.”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답변이었다.장애인 예술문화지원센터 방문도 기억에 남는다. 오이타는 일본 내에서도 장애인 관련 시설 역사가 긴 곳이다. 담당자인 타찌바나씨가 안내를 해줬다.장애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들 중 시각장애인과 예술가의 콜라보로 탄생한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시각장애인이 느낀 점과 생각나는 부분을 설명하면 예술가가 표현하는 형식이었는데, 몽환적이며 이색적이었다. 그간 생각해보지 못한 영역에 대한 당혹감이 함께 들었다. 비 시각장애인인 필자는 그간 그들이 상상하는 세상 또한 내가 아는 세상과 별 다를 게 없다 여겼다. 어쩌면 인식조차 해오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겠다. 함께 사는 사회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말이다.귀국 전날엔 벳부 시내에 위치한 신비로운 가게에 초대를 받았다. 이곳엔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요리를 하는 주인장이 살고 있다. 매주 화요일 벳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모인다고 했다. 벳부에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로 해외뿐만 아니라 일본 내 여러 지역 작가들이 찾아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가게는 작가들의 놀이터인 셈이다. 전시 어시스턴트였던 미사키씨가 사전에 알려준 정보에 의하면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진품도 있다고 했다.필자는 긴장하고 들어섰다. 전시장에서 만났던 작가들이 꽤 보였다. 그리고 들었던 대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있었다. 다행인 건 분위기 메이커 야마모토씨와 한류의 영향으로 드라마라던가 연예인에 관해 대화를 걸어주는 일본 작가들 덕분에 어색함의 시간이 길지 않았단 사실이다. TV에선 방탄소년단이 입대한다는 NHK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경주에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벳부에서 경주와 닮은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인구소멸 문제, 외국인 학생이 5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벳부 내 대학, 보존과 개발의 문제, 그리고 예술의 활용과 역할 등 많은 숙제를 안고 돌아온 기분이다. /박선유 시민기자

2022-12-18

자립 통해 보다 나은 삶 꿈꾸는 북한이탈주민들

경산시 동부동 아파트 한쪽에 세워진 승용차 옆에서 추위도 잊은 채 사각 스티로폼 박스를 싣느라 여념이 없는 우리새싹회 윤광남 회장. 인사를 건네며 무얼 하는지 묻자 “새터민 가족들 나눠줄 김장을 옮기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회원들 다수가 고령층이거나 여성이라 힘든 일을 혼자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호탕하게 웃는 윤 회장을 보니 영락없는 ‘착한 봉사자’다.함경남도 함흥에 살던 윤 회장이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먹고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굶어 죽는 사람까지 나왔습니다. 그런 상황이니 북한을 떠날 결심을 했죠, 그게 아니면 왜 목숨을 걸고 압록강을 건너 불법체류자로 중국이나 캄보디아, 베트남 등을 오랜 시간 떠돌겠습니까. 사람답게 살려고 북한을 탈출하는 겁니다.”윤 회장은 가난을 견디지 못해 1997년 1월 여동생과 함께 압록강을 건넜다. 이후 신분을 숨기고 13년을 살다가 2010년에야 한국행을 선택했다. 지금은 동생과 부모님 모두 한국으로 왔다고 한다. 보험회사 등을 거쳐 현재는 영천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윤 회장은 “자식을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시키고, 무엇보다 통일을 바란다”고 말했다.한국에 정착한 후 그는 자신만 잘살려고 하지 않았다. 북한이탈주민들을 열심히 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사회복지관 봉사 프로그램에서 독거노인을 만나 ‘사회 곳곳에 소외되고 아픈 사람들이 많으니, 그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2013년 1월엔 우리새싹회 봉사단을 만들어 회장을 맡았고 지금까지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그렇다면 북한이탈주민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어떤 희망을 가지고 있을까?첫째는 적응 문제다. 새터민들은 외국어와 외래어 사용에 서툴러 언어장벽을 느낀다고 한다. “아름다운 우리말로 소통하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북한이탈주민들은 지나친 사교육 과열 문제도 지적한다. 어렵게 생활하면서 사교육에 투자할 형편이 안 되니 공교육 강화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 설 수 있도록 하는 자립 문제도 있다. 윤 회장은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보다는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견해를 이야기했다.2023년 1월엔 대한민국 국민이 돼 누군가를 위한 봉사를 시작한 단체 우리새싹회의 10주년이 되는 날이 있다. 그날은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준 새싹회 10년의 이야기를 기록해 함께 보고 더 나은 내일을 설계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이 꿈꾸는 온전한 자립이 실현돼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민향심 시민기자

2022-12-18

울진 해양과학관으로 초대합니다

2년 전. 울진군 죽변면 후정리에 대한민국 최초의 해양 전문과학관이 개장했다. 이런 곳이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설레었다. 개장 당시 코로나가 유행하고 있던 터라 시간대별로 적정 인원만 예약제로 무료로 신청할 수 있었다. 예약한 당일 엄청난 비가 내려 주차장에서 과학관 입구까지 우산을 쓰고 가는데 옷이 흠뻑 젖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예약을 하지 않고 방문할 수 있다.워드마크의 의미가 무엇일까? 상공에서 본 해양과학관을 모티브로 해양과학의 발전적인 미래상을 제시하고 해류 순환시스템을 표현하여 공존의 바다를 지향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음을 얼마 전 알게 되었다.해양과학관은 전시장이 10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해양과학을 연구하는 이유, 해양 생물들이 살아 숨 쉬는 바다, 다양한 해류들의 물리적 환경 원인과 해수의 화학적 성질, 다양한 생명체의 모습, 해저 바다 탐사, 바다의 오염원인 해저 쓰레기, 실시간 관측되는 바다, 지구 생태계의 탄소 순환, 지구의 변화 모습, 혹한의 극지환경에 대한 연구 등이다.특히 해류의 흐름이나 해수의 염분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실험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해저 쓰레기의 전시를 보면 지구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한다.전시관 옆에는 교육연구동이 있다. 해중전망대 주변 바닷물을 직접 채취해 플랑크톤과 같은 다양한 해저생물을 관찰해보기도 하고, 전시장에 있는 전시물 연계 교육, 북극과 남극의 차이점, 극지의 가치와 미래를 알아보는 교육 등의 단체 교육도 이루어지고 있었다.책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익히는 교육의 장이 되었다. 외부에는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도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최근에는 2주년을 맞아 체험부스, 프리마켓, 버스킹 공연, 푸드트럭, 천체 관측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해양과학에 관심 있는 성인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으니 울진을 여행할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사공은 시민기자

2022-12-18

퇴직연금, 디폴드옵션으로 수익률 높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295조6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15.7%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의 퇴직연금 최근 5년간 평균 수익률은 1.94%로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0) 수익률인 셈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대부분 실제 운용을 하지 않거나 안정성을 고려해 연금자산 대부분(지난해 말 86.4%)을 예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 맡기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중금리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가 쉽지 않은 구조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정부에서도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드옵션) 상품에 대한 정부 승인이 이끌었다. 관련 시장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증권·금융업계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총 38개 퇴직연금 가입자가 신청한 디폴드옵션 상품 220개 중 165개(75%)를 승인했다. 디폴드옵션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제도로 원리금 보장 상품에 편중된 퇴직연금 운용에 변화를 주어 노후 생활을 보장해 줄 정도의 수익률을 높여주려는 목적이 크다. 그리고 운용사가 가입자의 투자 성향 등에 맞춰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데 가입자의 의사를 확실하게 확인해 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디폴드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 가운데 DB형을 제외한 DC(확정기여)형과 개인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적용 대상이다. DB형은 적립금을 회사가 운용하고 운용 수익도 모두 회사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반드시 가입해야 하고 IRP 가입자는 원하면 가입할 수 있다.디폴드옵션에서 퇴직금의 상당수가 타깃데이트펀드(TDF)에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TDF가 투자자가 정한 은퇴 시점에 맞춰 전문가가 투자 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 주는 펀드다. TDF에 퇴직연금이 유입되는 비중도 2016년 25%에서 작년에는 70%까지 상승했다. 앞으로 TDF에 추가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전문가에 따르면 “다폴드옵션이 원리금 보장 상품이 다양한 위험 분류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안정성과 수익성의 상충이 발생하지만 디폴드옵션의 도입 취지를 고려한 후 다양한 펀드 상품의 편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직장인 신모(37·포항시 북구 두호동) 씨는 “2013년부터 근무하는 회사에서 DB형으로 가입 중인데 개인이 관리하는 DC형으로 전환하는 게 좋을지 고민했는데 원금 손실을 감안해야 하지만 내가 투자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DC형으로 노후자금도 마련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2-12-13

잘 알려지지 않은 천연기념물, 달전 주상절리

포항에서 바다가 아닌 곳에서 볼거리를 찾는다면 그중 하나가 달전리 주상절리(柱狀節理·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다. ‘달전리 주상절리’라는 표지판을 보며 마을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태고의 신비로움을 엿보듯 마주하는 우뚝 선 기둥들은 내륙의 산악지대에 있는 주상절리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달전 주상절리는 포항시 남구 연일읍 달전리 산19-3번지에 위치하며 높이 20m, 너비 100m, 전체면적 3만2천651㎡의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서로를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둥들은 수직에 가까운 80도의 경사에서 거의 수평에 가깝게 휘어져 특이한 양상을 보여주고 상태도 양호해서 절리의 방향이 특별하고 지형·지질학적 가치가 높다.이곳에 분포하는 현무암은 신생대 3기말에 분출한 현무암으로 과거에 채석장으로 사용되다가 우연히 주상절리가 드러나면서 2000년 4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415호로 지정되었다. 국내 다른 지역의 주상절리는 신생대 제4기인 30만년 전에 형성된 것을 생각하면 국내에서 엄청나게 귀한 지질구조라 여겨진다. 하지만 포항 시민들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조형적으로도 아름답고 신비로운 육각 돌기둥인 주상절리. ‘주상’(柱狀)은 기둥 모양을 말하고 ‘절리’(節理)는 암석에 나란한 결이다. 다시 말하면 주상절리는 현무암과 같은 화산암에서 형성되는 육각기둥 모양의 돌기둥을 말하는데 달전 주상절리는 5각형 내지 6각형의 감람석 현무암으로 현무암질의 용암이 흘러내리는 과정에서 빠르게 냉각되어 부피가 감소해 쪼개진 지질구조이다.걷기를 좋아한다는 박민주(44·포항시 남구 대잠동) 씨는 “며칠 전 운동 삼아 ‘포항의 걷기 좋은 길’ 지도에서 보았던 달전리 주상절리에 갔다. 유강 풋살장 뒤로 길에서 철길숲길이 새로 나면서 그 길이 자명까지 연결되어 있어 주상절리 가기에 좋았다. 주상절리는 드라이브겸해서 경주 양남 주상절리로 자주 다녔었는데 그동안 집 가까이 있어도 있는 줄 몰랐다. 포항에 주상절리가 있다는 게 반가운 일인데 한적한 시골길에 아직 안내판만 덩그러니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가끔씩 자전거 타고 오가는 사람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계속 찾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포항의 오랜 내력을 알 수 있는 장소가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서종숙 시민기자

2022-12-13

김장, 따뜻한 사랑이 되다

이달 초 겨울비가 내린 후 한파경보까지 내려지며 본격 겨울 추위가 찾아왔다. 11월이 다가도록 이상 고온을 보이더니 갑작스런 추위는 사람들의 마음부터 움츠리게 했다. 이맘때 김장철 추위는 겨울준비로 바쁜 사람들을 더 종종걸음 치게 한다. 재래시장은 김장거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두 달 전만 해도 금배추라 불리던 김장 주재료는 12월이 넘어가면서 값이 많이 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갖가지 양념과 부재료가 들어가기에 노인가구와 독거노인들은 언감생심 김장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김장의 노동도 감당하기 힘들지만 노후 생활비가 빠듯한 탓이 더 커서다.김장을 하지 않는 어르신들은 자녀들이나 친척, 이웃들로부터 몇 포기 얻어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도움마저 받을 수 없는 경우는 시장이나 마트에서 조금씩 사먹게 된다. 대부분의 물가가 부담스럽게 오른 올해는 김치값도 만만찮게 올라 부담이 더 커졌다.포항 좋은이웃노인재가통합지원센터(소장 김한나)는 노인맞춤돌봄을 시작한 2020년 이후 매년 독거노인을 위한 김장나누기 행사를 실시해오고 있다. 올해도 이 행사에 사회복지사, 생활지원사 수십 명이 직접 소매를 걷고 김장을 담았다. 김한나 소장은 “직원들이 직접 담근 김치로 어르신들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고 넉넉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정성스레 담근 김치는 흥해, 청하, 송라 지역의 김장을 못하는 약 130여 명의 독거노인들에게 전해졌다. 독거노인들을 돌봄하는 생활지원사들은 김장을 전달하고 영양교육도 했다. 김장을 전달받은 어르신들은 “겨울식탁에 빠질 수 없는 김치를 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없이 살던 시절에는 겨울 밥상에 김치가 유일한 반찬이기도 했다”며 “올해도 반찬 걱정 없이 겨울을 잘 보낼 수 있겠다”고 밝게 웃었다.김장김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따뜻한 사랑이 되어 추위와 소외로 웅크려지는 독거노인들의 마음을 겨우내 훈훈하게 덥혀줄 것이다. /윤종희 시민기자

202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