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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봉화 오지산골 까치구멍에도 따스한 봄볕이…

봄기운이 절정에 이른 4월. 겨울이 긴 봉화 오지 산골에도 화사한 야생화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산 높고 골 깊은 산골에 100여 년 전에 지어진 도토마리집과 까치구멍집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따스해진 봄날 찾아간 초가집. 옛 주인은 간 곳 없고, 빈집 용마루 까치구멍으로 한줄기 봄 기운 가득한 햇살이 비쳐든다. 봉화는 정자의 고장이요, 20여 군데의 전통마을에는 솟을대문에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많은 선비의 고장이다.면적은 서울의 두 배 크기지만 산지 면적이 83%로 쌀을 생산할 수 있는 평지는 그리 많지 않은 산간마을들이 많은 곳이다. 옛날 봉화 땅은 농토가 많은 곳은 양반들의 한옥이 자리를 잡았으나 농사를 짓기 힘든 산골 오지로 갈수록 서민들의 주택은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황목 수안골 서민들의 전통 가옥인 도토마리집과 까치구멍집을 찾아가는 길은 봄꽃들이 가득했다. 면 소재지에서 산골길을 6km는 더 들어간다.산세 따라 골을 만든 강물은 굽어 돌아가고 철길은 산이 있으면 굴속으로, 물이 있으면 우회하면서 이어진다.다리 두 개를 지나고 높은 산 아래 언저리마다 군데군데 터를 잡은 산골마을 풍경이 정겹게 다가온다. 예전에는 아무나 갈 수 없는 오지였지만, 지금은 잘 다듬어진 포장도로가 굽이굽이 잘 되어 있어 불편함은 크지 않다.봄과 함께 시원스럽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와 수줍게 미소 짓는 진달래, 까치구멍집을 찾아가는 목적을 잊을 만큼 봄기운 가득한 산골 오지의 대자연 속에 빠져 들어간다. 황목 수안골 입구에는 이끼 낀 돌담을 둘러친 서낭당과 곧게 자란 전나무, 으름덩굴 등이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으며, 100여 미터 오르면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107호 도토마리 집이 있다.도토마리는 베를 짜는 베틀의 부속이며 H형으로 생길 널판자로 실을 감는 데 사용하는데 집안 내부가 도토마리처럼 생긴 구조여서 붙여진 이름이다.도토마리집의 특징은 집안 내부에 있으며, 부엌을 중심으로 좌측에 안방과 우측으로 건너방앞으로 외양간을 붙였고, 부엌을 가운데에 둔 평면형태가 베틀의 도토마리와 유사하다고 하여 도토마리집이라 부른다.조금 더 오르면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108호 까치구멍집이 산기슭 남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19세기 말에 건축한 기역자형 초가집으로 어간의 두 짝 문을 들어서면 봉당을 사이에 두고, 뒤쪽 중앙에 마루를 두고 안방과 건넌방이 있으며, 출입문 맞은편에 작은 방이 있고, 부엌과 도출된 부분에 외양간을 두었다.까치구멍집은 집안에 연기를 빼며 부엌에 빛을 받아들이고, 습도 조절을 할 수 있는 용마루의 양쪽 끝에 구멍을 만들었다.이 구멍이 까치둥지처럼 생겼다고 까치구멍집이라 부른다.분천리 수안골 까치구멍집은 출입문을 잠그면 집안과 바깥이 단절되는 구조로 한 지붕 아래 외양간이 부엌과 터져있어 오늘을 사는 우리는 위생상 기겁을 할 일이지만 그 당시로 보아 슬기롭게 설계된 집이라 한다.이 집의 초입 좌측에는 돌담으로 두른 뒷간의 모습이 이채롭다. 입구를 제외하고는 동그랗게 돌로 쌓은 모양으로, 재미있는 옛이야기가 들리듯 정답게 다가온다. /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16

으랏차차 ‘신중년 전성시대’

지금은 100세 시대이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100세라는 장수 시대를 맞고 있다.주민등록상 지난달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는 981만 명으로 내년에는 1천만 명 시대를 앞에 두고 있다. 경북은 100세 이상의 인구 비율이 높은데 그중 포항은 100세 이상 인구수가 가장 많다. (2021년 5월 말 기준) 이들 중에는 고령화로 인한 그늘로 힘들고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며 인생 후반기를 즐기려는 고령층도 늘어나고 있다. 여행을 즐기고 자원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나이는 들었지만 젊게 사는, 늙지 않은 노년의 모습을 보여준다.노년의 즐거운 삶을 위해 포항에서는 교복을 입은 어르신들의 조금은 특별한 학교인 신중년 사관학교가 있다. 이곳을 다니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삶의 활력소를 느끼고 만족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사관학교 생도인 박 모 할머니(76)는 “평생 농사일만 하다가 학교를 가니까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거리가 한 시간 넘게 걸려도 힘든지도 모르고 다닌다. 친구와 함께 하는 등굣길은 늘 기다려진다”며 배움의 기쁨을 말했다.경북 칠곡에서는 시 쓰는 할머니는 물론 ‘수니와 칠공주’라는 평균 나이 85세의 할머니 래퍼들이 인기다. 최근에는 폴란드 출신 감독의 다큐까지 제작하게 되었는데 그 시작은 성인문해교실에서의 한글 공부였다.이렇듯 배움은 즐거운 노년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를 위해서 준비도 필요하다.먼저 건강은 활기찬 노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식단관리와 꾸준한 운동, 정기검진 등을 챙겨야 한다. 은퇴 후에는 금융 준비는 물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지역사회, 자원봉사 등 사회적 연결성을 이어나가야 한다.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새로운 목표나 취미를 갖도록 하는데 여행, 미술. 음악, 글쓰기 등이 도움이 된다. 가족과의 소통으로 추억을 쌓도록 한다.UN에서는 65세 이상을 활동력 있는 청년으로 보고 66~79세 중년, 80세 이후를 노인이라 한다. 100세 이후는 장수 노인으로 달라진 연령 구분을 하고 있다.최근 갈수록 늘어나는 100세 인구를 위한 외부 활동도 많아지고 있다. 사회에서는 이들의 활력있는 삶을 위해 질 좋은 프로그램 개발이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한다.삶이 계속되는 한 누구나 맞게 되는 노년, 은퇴 이후에도 끊임없는 배움으로 인해 삶의 질이 달라지고 이어지는 사회적 활동으로 인해 처음에 상상할 수 없었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활력있는 인생 후반전을 위해 배움이 어디서든 함께하기를 바란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16

이름을 불러주면 거기 다른 세상이 있다

시클라멘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저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시를 빌려오지 않더라도 이름을 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이다. 이름을 앎과 모름의 간극은 참으로 크다. 이미지로만 알다가 이름을 알고 나면 그때부터 그 사물과 나는 더 깊은 유대감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백과사전을 통한 앎이 아닌 시를 통한 앎이라면 더욱 그러하다.“화분에 붉은 꽃대 두 주가/ 나란히 올라와 서 있다/ 혼례를 올리는/ 신랑 신부 같다/ 신랑은 신부를, 신부는 신랑을/ 아내와 남편으로 받아들이고 영원히 사랑하겠느뇨?/ 주례목사가 되어 나는 묻고/ 눈먼 신부가 울음을 터뜨렸는지/ 꽃 이파리의/ 뒷등이 흔들렸다/ 키 작은 신랑의 어깨도 흔들렸다// 오늘은 눈이 부시게 좋은 날!/ 부케를 던지고/ 가까운 온천에 신혼여행이라도 다녀와야지// 꽃이 피었다 지는 사이/ 저 캄캄한 꽃들에게도/ 평생 지켜야 할 약속이/ 생겼다” (고영민 ‘시클라멘’ 전문)시를 읽는 순간 내게 ‘시클라멘’은 특별한 꽃이 되었다. 꽃집에서 흔하게 보는 꽃임에도 이름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를 통해 이름을 아는 순간 ‘시클라멘’은 전에 알던 그 시클라멘이 아니게 되었다. 일상적으로 보아오던 평범한 사물이 시인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아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붉은 꽃 두 송이는 막 혼례를 올리는 신랑 신부가 된 것이다. 평생 함께하겠다는 붉은 약속을 하며 봄바람에 가늘게 몸을 흔드는 꽃송이. 이것이 바로 시의 힘이지 않을까? 무심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결코 보아낼 수 없는 것을 시인이 발견해 준 것이다. 시를 통한 이런 새로운 만남은 수도 없이 많다. 그저 무심코 습관적으로 보아오던 사물과 사건에서 시인은 전혀 다른 세상을 발견한다. 그래서 우리는 시인을 보이지 않는 것도 보는 존재라고 말한다. 습작생 시절 함께 공부하는 팀원들이랑 수업 마치고 돌아오며 ‘우리가 무당인가 안 보이는 걸 어떻게 보라고 그러지’ 투덜투덜 행복한 투정도 하곤 했었다.이제 꽃집 앞을 지날 때면 시클라멘 꽃송이가 오늘도 약속을 잘 지키고 있나 하는 마음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나와 시클라멘은 암묵적인 비밀을 간직한 사이가 된 것이다. 작은 꽃을 보아도 독자에게 시큰둥한 일상이 아닌 은밀한 기대를 하게 하는 시의 힘. 소백산 주목에 관한 시를 읽으면 높은 소백산 꼭대기로 달려가고, 백령도 사곶해변 시를 읽으면 출렁이는 파도에 삶의 고통 따위 다 던져버리고 오게 하는 힘. 시공간의 제약 없이 마음을 온 세상으로 확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이 시이리라. 시클라멘은 어딘가 또 피어있을 것이고 꽃피는 일처럼 굳은 약속도 꽃잎처럼 붉으리라. /엄다경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11

봄날, 경주를 거닐다

경주는 벚꽃과 함께 봄몸살을 앓는 중이다. 벚꽃으로 좀 알려졌다 싶은 곳은 어김없이 차와 사람이 엉켜 북새통이다. 그럼에도 꽃바람은 맞고 싶어 차를 몰았다. 왼쪽으로 나서면 벚꽃이 하늘을 뒤덮는 터널이고 오른쪽은 전자만큼은 아니나 잔잔히 오래 눈에 담을 수 있어 즐겨 찾는 코스다. 오른쪽을 택했다.참고로 대구방면에서 경주로 들어올 때 아화리 쪽을 통하면 꽤 오래 벚꽃길을 볼 수 있다. 오늘의 코스는 금척리 고분군에서 박목월 생가, 무열왕릉 벚꽃 가로수 길이다. 봄을 한껏 느낄 찰나의 시간. 바람이 불 때마다 연분홍 꽃잎들은 비처럼 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척리 고분군에 도착했다.소문에 빠른 사람들 몇몇이 벌써 나무 아래 자리 잡고 사진 찍기에 한창이다. 잠시 차를 세우고 고분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산책에 나섰다. 고분 수가 많다 보니 길도 제법 길어졌다. 큰 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고목들이 나타났다. 강렬한 인상의 잿빛 고목들은 아직 잎이 나지 않아 그로테스크한 느낌마저 주고 있었다. 인근의 무열왕릉이나 다른 곳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푸른 잔디를 눈에 가득 담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3월 12일, 박목월 시인의 장남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국문학)의 자택에서 소장 중인 노트 62권과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에서 보관 중인 18권의 노트에서 박 시인의 미발표 육필 시가 다량 발견됐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 중 미발표 시는 총 290편이다. 태어나 20대까지 박 시인이 지냈다는 모량리 생가를 방문했다.금척에서 경주 시내 쪽으로 얼마가지 않아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박목월 생가터. 큰 도로에서 제법 들어가니 작은 마을과 함께 생가터 주차장이 보였다. 가는 길엔 복사꽃이 한창이다. 생가는 안채, 사랑채, 디딜방앗간, 나그네정, 우물, 목월동상, 시 낭송장, 관리사무실동, 화장실로 이루어져 있다. 동상과 관리사무실 동 앞엔 시인의 시들이 이곳 분위기에 맞게 꾸민 기와에 올려져 있다. 뜰엔 밀싹과 키 낮은 꽃들이 채워져 있었다. 안채와 사랑채엔 시인의 자필 원고들과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다. 작은 방들은 옛 느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햇볕 잘 드는 낮에 한쪽 팔을 괴고 누워 문지방 넘어 바깥 풍경을 보는 모습이 상상되었다.사랑채 앞엔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불러봤을 송아지 시가 적혀있다. 읽다보니 절로 음이 따라왔다. 마을을 둘러싼 산엔 푸른 싹을 갓 틔운 나무들 사이로 연분홍 벚꽃나무들이 어우러져 고향의 봄이 연상된다. 주변의 풍경은 절로 시상을 떠올리게 할만치 아름다웠다. 윤사월 속 주인공은 저 산 어느 즈음에 살았을까 올려다보았다. 시 ‘나그네’에서 이름을 땄다는 나그네정은 반질반질하니 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그 너머 개울가 물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돌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수선화와 제비꽃이 자리잡고 있다.봄은 벚꽃만의 계절은 아니니. 방문객이 많지 않다 보니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 그만이다. 안채 뒤 작약 꽃봉오리가 피어날 쯤 다시 오기로 하고 그곳을 나왔다. 10여 분도 되지 않아 무열왕릉이 나타났다. 해마다 자라는 나무의 키만큼 핑크빛 팝콘들도 꽤 풍성해졌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예년보다 차가 막히지 않는다. 봄바람 나들이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11

아름다운 튤립 이야기

지난 7일 ‘튤립 트래블’이 개최된 대구 이월드 튤립가든에 다녀왔다. 이월드 튤립가든은 2천 평 규모의 넓은 공간에 1천만 송이의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튤립들을 모아놓았다. 덕분에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와 인생사진을 남기기도 했다.많은 사람들이 튤립하면 네덜란드를 떠올리곤 한다. 풍차가 돌아가는 언덕 위에 피어난 알록달록 튤립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또한 매년 튤립축제가 열리는 곳과 국화가 튤립인 곳이 네덜란드이기 때문에 원산지가 네덜란드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튤립의 원산지는 네덜란드가 아닌 터키이다.터키는 국민의 99%가 이슬람 신자이다. 이슬람 신자들이 머리에 두르는 터번이 있는데, 이 터번을 ‘튤리반드’라 부른다. 튤리반드의 모양이 튤립과 유사하여 그 이름을 ‘튤립’이라 부르게 되었다.튤립은 씨앗이 없다. 땅 밑 뿌리 부분에 영양분을 보관하는 양파 모양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씨앗을 대신하는 튤립의 구근이다. 구근은 10월에서 12월의 쌀쌀해지는 가을부터 겨울에 껍질을 제거하고 배수가 잘 되는 곳에 심어주어야한다. 배수가 잘 되지 않으면 구근이 썩거나 싹이 나더라도 병들거나 약하게 자라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물을 주는 것도 지나치게 많이 주거나 주지 않아서 습하거나 건조하지 않도록 관리해주어야 한다. 재배하는 곳의 흙 표면이 말랐을 때 물을 흠뻑 주는 것이 가장 좋다.이렇게 자라난 튤립은 한 철 꽃을 피우고 진다. 재배시에 충분한 물과 비료로 관리를 잘 한다면 다음 해에도 예쁜 튤립을 다시 볼 수 있다. 튤립의 뿌리에 새로운 구근이 자라나기 때문이다. 튤립 개화 후 약 40일 동안 구근이 가장 비대해지는 시기라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 툴립 잎이 누런 빛을 띄기 시작하면 구근을 수확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가 된 것이다. 구근에 흠이 나지 않게 잘 파내어 수확해야 한다. 수확한 구근은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 한 달 정도 건조시킨 후, 신문지 등에 싸서 냉장고와 같은 서늘한 곳에 보관하였다가 10월에서 12월 경에 다시 심으면 이듬해에 새 튤립을 볼 수 있다.튤립이 가진 다양한 색깔마다 그 꽃말이 각각 다르다. 빨간 튤립은 사랑의 고백, 노란 튤립은 헛된 사랑 또는 혼자하는 사랑, 하얀 튤립은 추억, 과거의 우정, 실연, 새로운 사랑, 분홍 튤립은 애정과 배려, 주황 튤립은 매혹의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에게 튤립을 선물한다면 꽃말을 고려해서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놀랍게도 튤립은 잘린 상태에서도 자라난다. 줄기가 잘린 튤립을 물이 담긴 꽃병에 꽂아 두는 것만으로도 줄기가 물을 먹고 자라난다. 때문에 튤립을 선물 받으면 꽃병에 잘 꽂아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아름다운 튤립을 직접 눈으로 감상하고 싶다면 대구 이월드로 방문해보는 걸 추천한다. 4월 말까지 튤립 트래블이 열릴 계획이니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11

또 다른 이웃사촌, 외국인 주민

이제 외국인은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 곳곳에서 만나고 있다. 그 모습 또한 낯설지가 않다. 유명 관광지는 물론이고 TV프로그램에서도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 대해 유창한 한국말로 소개하는 외국인의 모습이 익숙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이웃사촌이 되고 있다.점점 유입되고 있는 국내 외국인 주민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2022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 발표에 따르면 역대 최대인 225만8천248명으로 나타났다. 결혼이민자로 늘어나던 외국인은 지금은 유학생들이 그 수를 넘어서고 있으며 그중 경북은 경주와 경산, 포항에서는 1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산업현장이나 거리 곳곳에서도 쉽게 마주치고 있어 그 수치를 실감하고 있다. 여기서 외국인 주민이란 국내에 거주한 지 90일을 초과한 외국인·귀화자와 그 자녀를 말한다.이처럼 국내 거주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고 외국인을 고용하고자 하는 산업현장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농촌에서는 농번기를 앞두고 일손 확보가 어려워 애를 먹는데 외국인 인력을 확대 요구하고 있으며 알바 사이트에서도 외국인 환영이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지인의 음식점에서는 중국인 부부를 수년 전부터 고용하고 있고 또 다른 사장님은 젊은 베트남 출신 외국인을 요리사로 고용해 자식처럼 여기며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국 사람들이 나간 빈자리를 이들이 채우고 있다. 자주 이직하지 않아서 좋다”고 반기며 말한다. 또 경주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다문화 학생을 비롯해 외국인 학생 비율이 50%가 넘는다”고 말했다.앞으로도 외국인 주민은 계속 늘어날 예정인데 이들을 이웃사촌으로 품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도 필요해졌다. 이를 위해 먼저, 외국인 주민들의 정착을 위한 언어와 문화는 물론 그들을 위한 개방된 인식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엔 긍정적인 것만 있지 않아서다. 그들로 인해 혹시라도 우리 삶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이런 시선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체감하는 한국에서의 생활은 차별과 인권 침해를 겪는 등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아무래도 중앙아시아나. 동남아에서 오는 외국인들이 많다 보니 가난한 나라에서 한국으로 돈 벌러 왔다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어 여기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외국인과 거주하는 내국인과의 마찰도 자연스레 발생하면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민원도 제기되고 있다. 경북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어와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교육을 실시하고 외국인이 많은 사업장에서는 차별방지교육 등. 이주민 2세를 위해 자녀 맞춤형 돌봄을 통해 이들이 한국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려고 한다.일손 부족이나 지방소멸 등의 이유로 꾸준히 외국인 유입은 자연스러워지는데 그들 중 일부는 미래의 희망을 가지고 우리의 이웃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젠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소중한 구성원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9

안동의 사전투표 풍경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지난 5, 6일 양일에 걸쳐 전국 3천565개 투표소에서 진행됐다.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안동에서도 풍산읍사전투표소를 비롯 읍면동 24개 투표소가 마련됐다.‘사전투표’는 선거일 당일 투표가 어려운 선거인이 별도의 신고 없이 사전투표 기간 동안 전국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는 제도이다. 선거일이 법정 공휴일인 만큼 미리 사전투표를 하고 선거일 당일은 나들이 계획을 가진 시민들이 많아지는 추세다.안동시 용상동 행정복지센터 3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도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입구에서 주민등록지 기준 관내, 관외 선거인을 구분하여 안동시민은 관내투표함에 투표지를 투입하고 안동시 외 거주자는 회송용 봉투에 담아 관외 투표함에 투입하면 되었다.본임임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는데 이날 신분증을 갖고 오지 않은 시민이 그냥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안동은 1948년 제헌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1950년 2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고 안동읍이 안동시로 승격된 1963년 6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원래 안동시 갑과 안동시 을로 나뉘어 있었으나 1995년 안동시군이 통합되고 2000년 16대 총선부터 안동시 전체를 관할하는 선거구로 바뀌었다. 그러다 2020년 21대 총선부터 경북도청 이전지인 안동시·예천군이 한 선거구로 통합 획정되었다.보수의 중심이라 여겨지는 안동은 예로부터 보수 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 특정 성씨 독식이 이어졌다. 보수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지역이지만 일자리는 없고 청년들은 대도시로 떠나고 인구 소멸이 계속되고 있다.고루한 ‘양반도시’의 이미지가 아닌 격조 있되 활기찬 ‘양반고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할 때이다. 후보자의 공약과 비전, 지역에 대한 이해와 지역민에 대한 애정도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9

영천 자양댐 ‘벚꽃 백리길’ 연분홍 물결 찬란하다

벚꽃이 찬란하다. 봄에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만사 제쳐두고 벚꽃을 즐겨야 한다. 피었다 지는 기간이 길어야 2주 정도면 화르륵 떨어져 그다음엔 또다시 봄을 기다려야 하니 아픈 것도 뒤로 미뤄야 할 판이다. 아침 일찍 벚꽃 투어를 떠났다. 첫 코스, 포항 장성동 떡고개, 두호고 앞에 벚꽃이 가장 먼저 꽃 문을 열었고 철길숲을 따라 유강의 가로수가 4월의 신호를 기다렸다는 듯 팝콘을 터뜨렸다. 이제는 자명으로 차를 돌려 기계면을 지나 죽장 휴게소까지 벚꽃은 쉬지 않고 이어달리기 중이다. 휴게소에서 맛있는 김밥으로 첫 끼니를 챙긴다. 주말이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꽃구경을 나올 테니 느지막하게 나가면 사람 몸살을 앓기 마련이다. 4월의 해는 아침 6시에 떠서 저녁 7시까지 서성이니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러니 조금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서는 게 좋다. 9시에 나섰는데도 죽장 휴게소 김밥집에 줄이 길다. 한 팀이 열 줄씩 사려 하니 김밥 싸는 할머니 손이 잠시도 쉬지 못한다.죽장 휴게소를 나서자마자 좌회전을 급하게 하면 영천 자양댐으로 가는 길이다. 이 길을 ‘벚꽃 백리길’이라 부른다. 벚나무가 터널을 만들어 그 밑을 지나는 자동차의 속도를 저절로 늦추게 만든다. 왼쪽은 자주 내린 봄비로 호수에 물이 가득하다. 그 물에 산 그림자, 벚꽃 터널, 늦게 핀 개나리, 그늘진 곳에 진달래까지 비친다. 물이 가까이 있어 꽃이 더 고운가, 유난히 더 빛나는 백 리 벚꽃길이다.자양면의 망향공원에 잠시 차를 내렸다. 이곳에 물이 차기 전 살았던 사람들이 고향이 그리울 때 찾도록 만든 전시관이다. 오래전에 사용하던 풍금, 농사에 사용하던 풍로 같은 것을 기증받아 전시했다. 전시관에서 내려다보는 물빛이 실향민들에게는 더 애틋하다. 전시관 앞 과수원에 배꽃과 자두꽃이 한창이다. 그 사이로 걸으니 꽃 향이 진하다. 꿀단지 뚜껑을 열어놓았나 싶다.자양면 행정복지센터 앞길부터는 산책로가 있어서 벚나무 아래를 거닐 수 있다. 이 길은 댐을 돌고 돌아 ‘영천댐 공원’까지 이어진다. 휠체어에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태우고 함께 걷는 가족, 친구와 단체 사진을 찍느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애완견과 함께 꽃길을 만끽하는 사람, 차보다 천천히 즐기는 자전거 행렬, 부릉부릉 오토바이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들로 길이 가득 차 속도는 점점 느려진다. 그래도 어차피 꽃구경이니 느릴수록 좋다.쉬엄쉬엄 달리다 보니 임고서원이다. 여기는 하얀 벚꽃에다 분홍빛 복사꽃이 더해져 눈이 더 즐겁다. 서원 앞을 흐르는 자호천 주변까지 벚꽃 가로수이다. ‘벚꽃 예쁜길’이라 이름 붙였다. 벚꽃을 즐기기 위해 이 기간에는 차량은 통제하고 사람만 걸을 수 있다. 바람이 살랑 불어서 걷는 사람들은 더 상쾌해진다. 벚꽃 터널 끝까지 다녀오니 6천 보를 채웠다.다시 포항으로 가는 길은 오래된 헌 길을 택했다. 평천초등학교를 지나자 길 양쪽은 복사꽃이 한창이다. 농번기라 길에는 경운기가 흙을 뿌리기도 한다. 마실에서 마실로 이어지는 노인보호구역이라 속도는 시속 30킬로미터 유지하며 달린다. 구불구불 달리다 사 2리 회관 앞에 다다랐다. 이곳 버스정류장이 봄에 가장 어여쁘기 때문이다. 비를 피하도록 지붕에 유리로 바람도 막아주고 앉아서 시간차를 기다릴 수 있게 벤치도 놓였다. 유리창 너머로 개나리가 환하다. 동네 주민처럼 앉아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개나리처럼 노란 행복이 묻어나는 인증샷을 건졌다.또 달려 고개를 넘으면 영천은 끝이 나고 포항 기계면 봉계리에 접어든다. 벚꽃을 보며 백 리나 달렸더니 눈이 시릴 지경이다. 주중에 가면 좀 더 조용히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애완견과 함께라면 배변 봉투 꼭 챙겨서 가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9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

이달 10일에 실시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공보물이 투표안내문과 함께 우편으로 배달되었다. 봉투 겉면에 10일에 투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전국에 설치된 사전 투표소에서 누구든지 별도의 신고 없이 4월 5일과 6일 이틀 동안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할 수 있다고 커다랗게 적혀 있었다. 다른 겉면에는 당해 정당 또는 후보자가 제출하지 아니하여 발송하지 못한 선거공보물도 있음을 알렸다. 그런데 봉투를 열자 머리가 멍해진다. 발송하지 못한 선거공보물이 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미래 녹색당·정의당 새로운미래당 개혁신당 자유통일당 조국혁신당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 국가혁명당까지 우르르 쏟아진 선거공보물. 이 많은 정당은 가지가지 색으로 당을 홍보하고, 공식 공천 받은 후보자들은 각양각색 포즈로 공약이 곧 상대 비방이라는 듯 얽히고설켜 어느 당이 어느 색인지 조차 헷갈린다. 밝은 미래를 위해 투표하고 싶은데 머리는 안개속이다.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지 않으려고 춘추전국시대 공자 맹자는 왕들을 찾아다니며 인(仁)과 덕(德)을 바탕으로 한 왕도정치를 주창하며 유세하였으나 왕들은 힘으로 백성들을 통치하는 패도정치를 즐겼다. 어느 왕도 공자 맹자 말을 듣지 않았다. 혹 들으려는 왕이 있어도 결코 실천은 하지 않았다. 정치에 대한 정의는 고대나 지금이나 백성의 안위보다는 권력 장악을 위한 투쟁에 있는 듯하다.논어 자로(子路)편에 공자의 두 제자 자장과 자하가 스승에게 “정치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 공자는 자장에게 거지무권 행지이충(居之無倦 行之以忠)이라 하고 자하에게는 무욕속 무견소리(無慾速 無見小利)하라고 답한다. 어질지 못한 자장에게는 “마음에 게으름을 없애고 행하기를 충심으로 하라” 일렀고 병통이 천근(淺近)하고 소심한 자하에게는 “속히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지 말라”고 했다. 같은 질문에도 제자 성품 따라 답을 달리했던 공자에게 일상에서 듣기 힘든 거칠고 험한 말이 난무한 지금 정치인들이 정치에 대해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까? 먼저 그 욕부터 하지 말라며 호통 치지 않을까?선거를 앞둔 총선 판에서 타 당을 향한 정치인들의 욕설은 가히 입에 올리기도 싫을 정도다. 패륜공천, 비명횡사 공천, 친일공천, 극우공천, 돈봉투공천이라 맹비난하며 “이런 패륜 정권은 몽둥이로 때려야한다”는 거친 막말쯤은 무시해도 좋으련만 또 다른 거친 막말로 대응하는 도긴개긴 정치인들을 보며 유권자들은 지지정당을 떠나 불쾌함을 넘어 불안하다.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지혜로운 사람은 생각과 말 사이에 간격을 유지 한다’라는 명언도 남겼다. 그러나 선거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초조한 후보자들의 유세에서 인격을 논하기란 어렵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대를 향한 욕만큼이나 선심성 공약도 난무한 유세는 말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후보자의 유세에 귀 기울여 본다.나름의 생각과 판단으로 지지하는 당과 후보자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각기 다른 판단의 밑바닥에는 내 삶에 안위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만큼은 같은 마음이다. 그 판단의 옳고 그름은 세월이 심판할 것이니 나라가 평안하길 진심으로 바라며 나의 소중한 한 표를 포기하지 않으련다. /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4

나도 작가, 중장년 컬처트립 포토 에세이

봄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던 삼월 중순, 대구시 북구의 카페 자작나무에서 ‘우리는 모두, 자기 인생의 여행자’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드디어 나도 작가가 되었다. 작년 11월 여행 이후 기다리던 포토에세이가 나왔다. 세상을 읽고 나를 읽는 어른의 인문 여행,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함께한 ‘스스로 공부하고 떠나는 여행’은 한차례 사전 워크숍과 영주 여행, 전주 여행 3차례 운영된 프로그램이었다. 여행 참여자들이 찍은 사진에 짧은 단상을 담아 제출했다.그 결실을 확인한 순간 모두가 “아!, 오!, 최고다!” 등 감탄사를 연발했다. 작은 책이었지만 11월 여행지의 감흥이 다시 살아났다. 중복된 사진이 있으면 내 것은 잘리는 게 아닐까 했던 염려는 기우였다. 같은 장면에 각기 다른 사연들 모두가 반짝반짝 빛이 났다.지난해에는 유독 영주 여행 일정이 많이 잡혔다. 사정이 생겨 두 번의 기회를 놓치고 실망하던 차에 소식이 왔다. 오래전에 글쓰기 카페에서 만났던 글 벗의 문자였다. 비용부담 없이 여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라는 것이었다.알려준 사이트는 ‘중장년 청춘문화 공간’이었다. 여러 프로그램이 많았지만 먼저 탐방 신청을 살펴보았다. ‘2023 어른의 컬처트립-읽다, 쓰다, 걷다’ 세상을 읽고 나를 읽는 어른의 인문여행-영주, 전주’, 영주가 눈에 들어왔다. 탐방 신청을 한 후 지인들에게도 신청하라고 링크를 보냈다.로컬의 인문 콘텐츠를 익히고, 여행을 통해 문화를 체험하고, 사진 에세이를 출판하는 과정에 지인 3명과 함께 참여했다. 첫 여행지가 영주였다. ‘오늘 하루, 선비로 살다’를 주제로 무섬마을, 무섬 다리, 소수서원과 선비마을을 둘러보는 코스였다. 가을의 끝자락 세 번째 기회로 영주 땅을 밟았다. 글 벗 둘이 서울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영주로 왔다. 무섬마을 초입에서 만난 그녀들을 안고 펄쩍펄쩍 뛰던 우리는 아직 청춘이었다.두 번째 여행지는 전주. ‘오늘 하루, 책쾌로 살다’를 주제로 연화정 도서관과 서학예술마을도서관, 전주사고와 전주향교를 둘러보고 그 소회를 나누었다. 책쾌가 서점이 귀하던 조선 시대에 책의 보급과 유통에 발 벗고 나섰던 직업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에 쫓기던 기존의 여행과는 차원이 달랐다. 여유 있게 사색하고 가져간 책으로 도서관에서 잠깐의 독서도 했다. 영주와 전주에서 찍었던 사진 중에 인상 깊었던 장면에 개인의 단상을 담은 사진을 제출했다. 포토에세이가 12월에 나온다고 했다. 주최 측의 사정으로 그 일정이 삼월까지 늦춰졌다. 오래 기다린 시간만큼 감동도 컸다. 여행자 중 사진을 낸 인원이 적어 소책자로 나온 것이 오히려 더 귀하게 느껴졌다. 여행객 모두가 작가가 되었다.‘중장년 청춘문화 공간’(https://youthculture.kr/front/)을 소개한다. 우리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중장년층 세대가 신바람 나는 인생 후반기를 설계할 수 있도록 문화관광부와 고용노동부가 조성했다. 전국 17개 지역에 ‘중장년 청춘문화 공간’을 만들고, 은퇴 전후 중장년의 인생 2막 설계를 돕는 프로그램을 작년부터 진행했다. 내가 경험한 ‘2023 어른의 컬처트립-읽다, 쓰다, 걷다’도 그 일부이다.올해도 중장년의 활력과 재도약을 위한 ‘중장년 청춘문화 공간’은 계속 운영될 것이다. 40대부터 60대의 중장년들이 지역 공간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100세 시대를 현명하게 설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손정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4

‘삼성현역사문화공원’에 다녀오다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운전연습을 하다가 어느새 바퀴는 대구에서 경산까지 닿게 되었다. 경산 남산면 어느 골목을 지나는 길에 ‘삼성현역사문화공원 가는 길’이라 적힌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나들이 삼아 방문한 이 공원은 넓은 규모와 다채로운 체험거리로 가득했다.공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전통 놀이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널뛰기, 그네, 투호, 굴렁쇠와 같은 전통놀이들을 아이들은 물론 함께 온 어른들까지 웃으며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보이는 미끄럼틀, 시소, 회전무대 등이 있는 놀이터는 아이들이 뛰거나 넘어졌을 때 큰 사고 없이 안전하도록 바닥이 고무매트로 깔려있었다. 놀이터 옆에 있는 미로찾기는 출구를 찾을 수 없어서 입구로 다시 되돌아가야할 만큼 어려웠다. 공원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는 함께 사진을 찍으며 오늘을 기억할 추억을 만드는 모습도 보였다. 5월부터 9월의 여름철에는 바닥 분수를 운영하여 시원한 여름을 날 수 있도록 해준다. 아름다운 경관 뿐만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들어가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고하니 시즌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넓게 펼쳐진 무궁화동산은 영원히 피고 지지않는 우리의 국화 무궁화를 볼 수 있다. 무궁화는 7월에서 10월 경 꽃이 피니, 개화기에 맞춰 가면 아름다운 무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애플민트, 카모마일, 레몬밤 등 11가지의 각종 허브를 볼 수 있는 허브동산과 9~10월 경에 꽃이 피는 수선화과인 꽃무릇이 있는 꽃무릇 동산도 있었다.체험시설도 다채롭게 마련되어있다. 레일썰매장, 국궁체험교실, 유아숲체험원, 국제클라이밍파크, 콘텐츠누림터가 있어 다양한 체험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다. 레일썰매장은 3월에서 11월까지 운영되며, 인원수는 회당 32명으로 제한하고 운영 전 10분간 안전교육을 실시하여 안전하게 운행된다. 국궁체험교실은 우리나라 전통무술인 국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본자세와 활쏘기 체험, 예절교육을 배울 수 있다. 유아숲체험원은 유아들이 자연을 더불어 뛰놀며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꽃들이 피어나는 따스한 봄날 아이와 함께 숲을 체험해보기를 추천한다. 콘텐츠누림터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체험할 수 있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공간이다.삼성현이란 세 명의 성현이라는 의미로, 이곳에서는 경산이 고향인 원효, 설총, 일연 세 성현의 업적을 되새길 수 있다. 삼성현역사문화관에서는 각 성현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도록 일연실, 원효실, 설총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가족들과 함께 학습하고 쉴 수 있는 온가족실도 마련돼 있다.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역사이야기를 접할 수 있으니 해설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삼성현역사문화관을 나와서 오른쪽으로 가면 원효대사 깨달음 체험장이 있다. 해골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은 원효대사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원효대사가 마신 해골물을 VR로 체험해볼 수 있다. 그리고 깨달은 바를 직접 기록해 화쟁나무에 걸어두는 것까지 완료하면 체험이 종료된다.이번 주말 경산 삼성현역사문화공원으로 나들이 가보는 건 어떨까? 놀이와 자연탐구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학습하는 것까지 한 자리에서 가능하니 아이와 함께 즐기기도 좋고, 친구와 연인과 함께 주말을 즐기기에도 아주 좋은 장소이다. /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4

봉화 산수유마을서 열린 신춘 시낭송회

봄 내음이 묻어나오는 상큼한 흙냄새가 정겹다. 며칠 전에도 눈이 내리고 미루적거리던 겨울이 산수유꽃이 피면서 물러나고 있다. 이렇듯 봉화의 봄은 더디게 온다. 지난달 30일 산수유로 유명한 띠띠미 마을에서는 산수유 신춘 시낭송회가 열렸다. 봉화 문인협회 회원들의 시 낭송과 바이올린, 퓨전 성악, 기타 등 음악이 어우러져 봄날의 포근함과 여유를 느끼게 하는 향연이 펼쳐진 것이다.토담 너머 노란 산수유꽃이 피어있는 홍의락 고택 뜰. 옛 정취 속에 낭송하는 시 구절은 일상을 정화해 주는 느낌이었다. 봄을 맞으면서 맨 처음 만나게 되는 소담스러운 꽃 산수유는 이른 봄에 피는 노란색의 다년생 꽃나무. 수백 그루가 전통마을 고택과 어울려 꽃동산을 이루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봉화의 봄은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띠띠미 마을 산수유꽃으로부터 시작된다. 짙은 꽃향기와 논밭의 흙냄새와 새움 돋은 풀냄새가 상큼한 완연한 봄날. 햇살을 포근하게 껴안고 고향 집 같은 고택 마을에서 봄의 전령사 산수유 꽃를 만나고 있는 젊은 연인들, 아이들 손잡고 나온 부부들이 호젓하게 즐기는 모습이다.마을 골목길에는 협회 회원들의 시화가 걸려있다. 노란 산수유꽃과 토담 길 따라 이어진 시구에 발걸음이 가볍다. 매년 이맘때면 산수유꽃이 뒤덮는 봉화 띠띠미 마을은 봉화 읍내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들어가는 길에는 춘양목 군락이 있다. 멋스러운 전통마을 입구를 지키는 수십 그루 노송이 군락을 이뤄 선비처럼 고고한 자태로 손님을 맞는다.노란 물결이 봄을 알리는 띠띠미 마을의 고가와 토담 너머로 가지를 늘어뜨린 산수유꽃은 조선의 청빈과 결의의 향기인 것처럼 충만하다. 문수산 끝자락 야트막한 산기슭에 산수유가 고택을 품고, 대명절의가 만들어낸 400년이나 된 원조 산수유 군락지.수령 100년이 넘은 산수유꽃들이 고즈넉한 고택들 사이로 장관을 이루고, 토담 기와 너머로 우아하고 위엄을 갖춘 한옥 풍경이 선비의 모습을 닮은 듯하다. 산수유꽃 풍경에 취해 토담길을 걷다 보면 역사와 세월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남양 홍씨 집성촌이다.병자호란의 굴욕적인 화의에 통분해 조선의 신하로 청나라를 섬길 수 없다는 ‘대명절의’로 황색 짧은 옷에 삿갓을 쓰고, 앉을 때도 북쪽을 향하지 않았다는 ‘태백오현’ 중 한 사람인 두곡 홍우정(1595~1656)이 이곳에 은거했다. 두곡은 후손들에게 벼슬길에 나가지 말고 산수유 농사를 짓고 살라며 경기도 이천에서 산수유 두 그루를 가져와 심었다고 한다.띠띠미 마을은 산수유와 더불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작은 산촌이다. 입향조 홍우정의 두곡종택, 종택 옆으로 옥같이 맑은 물이 떨어져 흐른다는 옥류암이라는 정자가 있고, 두곡의 유허비, 홍재선 고택, 홍가선 고택, 동호당, 홍승렬 고택 등이 어우러진다.이곳은 봄에는 노란 산수유꽃, 가을에는 빨간 산수유 열매와 더불어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전통마을로 봉화 8경 중 5경에 속할 정도로 아름다운 장소다. 노란 꽃과 빨간 열매라는 특징 때문에 일찍이 추사 김정희는 산수유를 가리켜 ‘황화홍실’이라 표현했다.산수유꽃은 꽃잎은 차로, 열매와 뿌리는 약재로 사용된다. 영원한 사랑, 강인한 의지와 긍정적 에너지를 상징하는 산수유꽃은 겨울의 혹독함을 견디고 봄을 맞이하는 생명력을 간직해 우리에게 희망과 위로를 선사한다. 봉화 띠띠미 마을의 산수유꽃은 3월 말부터 4월 초가 절정이다. 이 시기엔 역사의 향기 그윽한 세월의 흔적과 지천으로 핀 산수유꽃을 함께 만날 수 있다./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2

딸기의 제철은 왜 겨울이 되었을까

며칠 전 마트에서 딸기를 샀다. 최근 과일값이 크게 올라 장을 볼 때마다 머뭇거려지지만 탐스럽고 새콤달콤한 딸기는 자꾸만 손이 간다. 이 맛있는 딸기는 겨울 초입부터 사람들의 입맛을 유혹하며 언젠가부터 겨울을 대표하는 과일이 되었다. 하지만 딸기를 먹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왜 딸기의 제철이 겨울일까’하는 의문이다.그러다 문득 지구온난화로 사라지는 과일에 대한 기사를 읽은 기억을 떠올렸다. 왜냐하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가장 큰 변화를 겪는 분야가 바로 농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지역 포항에서도 바나나와 한라봉 재배가 이루어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사과의 재배지도 경북에서 강원도로 옮겨간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이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과일 중 하나가 노지 딸기다. 어릴 적 시간을 돌아보면 딸기는 겨울이 아니라 5월쯤 되어서야 맛볼 수 있는 과일이었다. 그때는 하우스가 아닌 대부분이 노지로 재배되던 시절이었다. 사실 노지 재배 딸기는 지금의 하우스 재배에 비하면 맛이 없다. 소비자는 맛없는 딸기를 원하지 않았고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보관기간의 문제도 발생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고온다습한 날씨, 초여름 태풍 등 예측할 수 없는 기후로 딸기 재배에 어려움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딸기의 노지 재배가 점점 온도 조절에 용이한 하우스재배로 옮겨갔고 그게 대중화되었다.하우스재배로 생산되는 딸기는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숙성해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하며 양분도 많아졌다. 단맛은 말할 것도 없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입맛을 찾게 되었는데 우리가 겨울에 흔히 딸기를 맛볼 수 있게 된 이유다.여기에는 기업들의 마케팅도 한몫한다. 연말과 연초에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여러 기념일과 행사에 빠지지 않는 케이크. 이 케이크는 하얀 생크림 위에다 빨간 딸기를 토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케이크는 맛까지 좋아 가게마다 가장 많이 찾는 디저트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겨울딸기의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고 공급도 많아지게 되면 식품업계에서도 딸기를 활용한 마케팅에 더 활발하게 움직일 거라 예상된다.겨울에 딸기 케이크를 사 먹으면서도 딸기는 제철이 겨울이라는 생각이 어색하기만 하다. 겨울딸기를 소비자들이 즐겨 찾게 되면서 기후 온난화에 일조를 한다는 딸기. 하우스재배로 딸기를 비롯해 여러 과일이 점점 제철을 잃어가고 이게 대세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초여름쯤에 생산되는 노지 딸기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해서 더 이상 이상하지는 않다는 거다. 사람들은 제철에 나는 딸기의 새콤함보다 당도가 높은 하우스재배 딸기를 선호할 것이기에. 딸기의 제철은 겨울이 아니라 봄과 초여름쯤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요즘 소비자의 요구도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 겨울딸기도 소비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딸기를 먹다가 제철 과일이라는 게 갈수록 무색해지고 있는 지금을 생각해본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2

유채꽃처럼 사랑한다면 지금 말하라

사랑한다면 지금 말하라, 유채꽃의 전설에 나오는 말이다. 꽃이 피면 당장 보러 가자는 좌우명에 딱 맞는 이야기라 주말 아침 일찍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에 자리한 호미곶으로 향했다. 유채꽃 축제가 지난주에 지나갔지만, 올봄 꽃들이 유난히 추운 날씨 탓에 모두 늦게 봉오리를 열어 유채꽃도 이번 주가 절정이다. 아마 한낮이면 관람객이 몰려올 것 같아 새벽부터 서둘러 찾아갔다. 역시나 꽃밭에는 아침 햇살만 일렁거렸다.10만 평이 넘는 대단지로 조성된 꽃밭이 노랗게 물들어 푸른 동해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주차장에서 꽃밭 가까이 다가갈수록 향이 진하게 풍겼다. 아직 70% 개화 상태라 4월 한 달 호미곶은 노란 유채의 바다일 것이다. 관람로를 너른 들 곳곳에 만들어 놓아 따라 걸으며 사진을 찍기에 좋았다. 코너를 돌 때마다 한흑구 작가의 글이 있어서 읽는 맛도 곁들였다.노란 물결 한가운데 소나무 한 그루가 섰다. 가로로 누운 유채의 노랑과 세로로 선 늠름한 소나무와 멀리 파랗게 뒤를 받쳐주는 바다에 유유히 떠 있는 배, 포항 호미곶에서만 찍을 수 있는 풍경이다. 노란 풍경 가장자리에 커다란 거울을 세워서 셀카봉 없이 셀카를 찍도록 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이렇게 멋진 노란 봄의 전설은 이집트에서 나왔다. 이집트 대 평원에서 수천 마리의 양을 키우는 한 청년 ‘헤잠’ 이 있었는데 어느 날 가난뱅이 아딜러라는 아가씨가 양털을 훔치려고 왔다가 양을 죽이고 말았다. 그러다가 헤잠에게 들켰고, 용서를 빌어서 헤잠은 양을 죽인 아딜러를 용서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아딜러가 시장에서 기름을 짜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는 좋은 감정이 생겼지만, 시간은 그냥 흘러가고, 아딜러는 같은 기름쟁이 무함마드로부터 청혼을 받았다. 헤잠도 그것을 알았지만, 아딜러를 잡지 못하고 그렇게 시집을 가버렸다.헤잠은 사랑 고백을 하지 못하고 아딜러를 떠나보냈다는 슬픔에 수천 마리의 양들을 모두 죽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간이 흘러 양들이 죽은 초원에는 붉은색 꽃이 피어났다. 마을 사람들은 그 꽃을 동물의 피가 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해 기름이 나올 거라고 꽃의 씨앗을 짜봤더니 역시나 많이 나왔다. 아딜러의 남편은 헤잠이 살던 집으로 이사하자 졸랐고, 아딜러가 이사를 온 후에 붉은 꽃으로 핀 유채꽃 씨앗을 받아 이듬해 몇 배나 더 많은 씨앗을 뿌려서 다시 얻은 씨앗으로 짜낸 기름을 팔아서 행복하게 살았다.이런 전설을 가지고 있는 유채꽃 꽃말은 명랑, 쾌활이다. 아름다운 전설과 꽃말을 가진 꽃 종자의 38~45%는 기름이 있는데, 최근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카놀라유가 바로 유채꽃의 열매에서 채취한 것이다. 무하마드와 아딜러 둘 다 죽을 때까지 헤잠이 왜 그렇게 죽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하는데, 둘 다 죽고 나서 수년 후에 헤잠의 일기가 발견되었다. 일기에는 ‘사랑한다면 지금 말하라. 내일이면 그 사랑이 남이 되어버릴지 모른다’라고 적혀있었다.유채는 배추(야생종)와 양배추(야생종)의 자연 교잡종이다. 이것은 우장춘 박사가 밝혀냈다. 그리고 이는 당시 생물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유채를 통해서 종의 합성과 종간 잡종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표적인 GMO 작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유채꽃이 만발한 10만 평 이상의 호미 반도 경관농업단지는 해마다 유채꽃·유색 보리·메밀꽃·해바라기 등을 계절별로 선보이며 색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유채꽃만 보기에 아쉽다면 인근 호미곶 상생의 손, 국립등대박물관, 장길리 복합낚시공원 등을 방문해 봄의 즐거움을 만끽하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2

당신 덕분에 봄이 왔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단박에 힘이 나고 긍정적으로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건 바로 ‘덕분입니다’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의 어두운 면만 바라보고 좌절하며 절망한다. 하지만 세상은 음양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어떠한 일이라도 반드시 밝은 면이 있기 마련이다. 밝음과 어둠은 종이의 앞뒷면처럼 항상 붙어 있기에 어둠 이면의 밝음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아, 이렇게 찬바람 마시며 자전거 타고 다니는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오늘도 아침에 따슨 밥을 먹고 맑은 물 마신 게/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가!// 지금도 병실에 갇혀 창밖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나는 105일 동안이나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주사만으로 버텨본 일이 있는 사람이다.’(나태주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1’ 부분)‘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시다. 시인이 105일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주사로 연명했을 때는 분명 불행한 사건이라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살아있는 순간 순간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심각한 건강의 위기를 겪어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니 그 일이 다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다.이렇게 그 어떤 일에도 희망의 줄기는 있는 법이다. 아침에 눈을 뜬 것이 이미 기적이란 말도 있다. 삶과 죽음의 차이가 눈 뜸과 눈 감음의 차이일 뿐이라는 말이다. 뱉은 한 호흡이 다시 들어오지 않으면 그것이 죽음이라고 했다. 아침마다 눈을 뜨고 숨이 들어오고 나가고 있음은 굉장한 일인 것이다. 유명 스님은 강연에서 왜 꼭 50명이 버스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가 나서 다 죽고 나 혼자 살아야만 기적이라고 생각하느냐 지금 살아 있는 것이 그 기적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며 우리의 어리석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오늘 아침 눈을 뜨고 숨을 쉬고 맑은 물을 마셨으니 오늘이 바로 기적의 날이라는 것이다.봄이다. 봄빛이 부챗살처럼 내린다. 먼 들판에서 희망처럼 흰 연기 한 자락도 솟아오른다. 우리를 단박에 행복하게 해 주는 말을 지금 당장 써 보자. 공기 덕분에 숨 쉬고 있고 태양 덕분에 얼어죽지 않고 땅 덕분에 음식을 먹고 물 덕분에 몸을 유지하고 겨울 덕분에 봄이 더 눈부시다. 부모님 덕분에 이 세상에 태어났고 스승 덕분에 배우고 동료 덕분에 힘을 얻고 라이벌 덕분에 성장한다. 모두가 나 아닌 이들의 덕분이니 그저 감사할 일만 남는다. 이 글을 읽어주는 바로 당신 덕분에 나 또한 이토록 아름다운 봄을 맞이했다. /엄다경 시민기자

2024-03-28

달팽이 책방의 작은 전시회

포항 효리단길에 있는 달팽이 책방에서 야생초를 사랑하는 정현주 작가가 소담스럽게 준비한 그림과 글 그리고 꽃 사진이 오는 4월 3일부터 5월 31일까지 전시된다.해당 전시가 열리는 달팽이 책방은 독립 서점이다. 독립서점이란 도서관이나 대형서점에서 책을 분류할 때 쓰는 한국 십진분류법(KDC)의 표준체계를 사용하지 않고 서점 주인의 취향에 맞게 도서를 구비 하는 작은 서점을 말한다. 대형 서점과 달리 고객이 구매한 서적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음료와 다과, 소품 등의 판매로 부가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달팽이 책방의 한쪽 모퉁이에는 이 서점만의 감성이 담겨있는 작품들이 항시 전시되어 있다. 서점 주인의 감성에 맞는 작품이라면 작가가 프로든 아마추어든 상관하지 않는다. 이처럼 독립서점은 고객들을 위한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위해 작품 전시 및 도서에 대한 토론 장소로 제공되기도 한다.온라인 서점의 성장으로 오프라인 서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지금, 대형서점과의 차별화로 2000년 대 후반부터 코로나 불황 속에서도 개체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지역마다 개성 있는 매력을 어필하는 독립서점을 찾아 감성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생겨났다.4월 3일부터 달팽이 책방에 작품을 전시 할 정현주 작가는 전혀 유명하지 않다. 그는 자연을 아끼고 야생초를 사랑하며 방송대 농학과 졸업 후 경주에 위치한 경북산림환경연구원에서 숲 해설가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러나 그녀의 꽃 사진은 유명작가들의 사진 이상으로 사랑과 정성, 그리고 무엇보다 진실한 감성을 담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고요를 자아낸다. 달팽이 책방 주인의 권유로 혼자 두고 보기 아까운 작품들을 공유하기 위해 전시를 준비하면서도 ‘유명작가도 아닌데….’ 라며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에서 ‘유럽 어느 술집의 한 바텐더는 여행자에게 자신을 시인이라고 소개했다. 여행자가 “당신 이름으로 나온 시집이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바텐더는 “‘아뇨. 시집을 낸 적은 없지만, 시를 쓰기 때문에 시인이죠’라고 답했다”라고 했다. 이는 문화의 차이다. 우리는 문단에 등단을 하며 타인에게 인증을 받아야만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우리는 유독 타인의 삶에 관심이 많다. SNS(Social Network Service)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화려한 삶을 호기심으로 들여다보며 얻는 것은 사실 위로보다 비교로 인한 비참함이다. 경제 수준은 높지만 행복도가 낮은 한국은 집단주의 사회가 주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 속에 있다. 이제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참견을 버리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인정하는 ‘자존감’을 가지는 사회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다. 유명한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를 쓰기에 시인이듯,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만으로 정현주 작가는 유, 무명을 떠나 작가로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봄, 자신의 작품을 처음으로 펼쳐내는 정현주 ‘작가’의 전시를 관람하러 달팽이 책방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정현주 작가의 맑은 기운이 담긴 소박한 글과 그림과 꽃 사진이 전시되는 동안 달팽이 책방을 찾는 모든 이에게 평온한 기운이 전해지기를 기대해본다. 작가의 작품을 엮은 책 ‘木·花 숨결’과 엽서도 판매한다. /박귀상 시민기자

2024-03-28

경주 시내의 유적지를 산책하며

경주는 통상 신라의 수도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신라에서 현재로 곧장 타임슬립을 하지 않은 이상 그 사이 역사가 없을 리 만무하다. 박물관, 천마총, 첨성대가 아닌 시내권에 위치한 유적지들은 앞선 유산들의 위용에 가려져 관광객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크게 인지되지 못하고 있다. 몇 년 전 복원된 경주읍성 근처엔 새로 들어선 식음료 가게들로 늦은 밤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경주읍성은 고려시대 처음 축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성곽 둘레가 2km가 넘었으나 대부분 소실되었다. 최근 동쪽성벽을 중심으로 복원이 진행되어 동쪽성벽과 옹성, 향일문 등이 복원되었다. 달이 뜬 밤에 보는 읍성이 특히 아름답다.읍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동경관이 위치하고 있다. 동경관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로 1985년 8월5일에 지정되었다. 영조시대 최석신이 쓴 ‘동경관’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신라 왕실에서 사용하던 집기 등을 보관하던 곳이었으나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외국 손님이나 중앙 관리들이 경주지방을 방문했을 때 머물거나 대기하던 객사로 이용되었다,동경이란 명칭은 경주의 옛 지명이 동경이었기 때문이다. 고려시대 개경, 서경, 동경의 고려 3경 중 하나였다. 해방 후에 3동 건물 중 서헌만 현재 자리로 옮겨졌다. 골목을 돌아나오자 노란색 페인트가 인상적인 옛 야마구찌 병원이 있다.1925년경에 지어진 경주 최초의 신식의료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양식의 고풍스런 느낌이 든다. 2005년 이후 경주경찰서 화랑수련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근현대기 건축물 변화의 과도기적 건축기법이 남아있는 중요한 근대건축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 외에도 이 병원은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와 인연이 있다.골동품상에서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를 구입해 일본으로 반출했다 1972년 10월 국내에 반환한 다나카 도시노부가 근무했던 병원이다. 길을 건너면 경주 사람들에겐 경주문화원 건물 혹은 옛 박물관 자리로 알려진 경주부 관아건물이 보인다.경주부 관아건물은 2020년 2월 17일 경상북도의 기념물 제 177호로 지정되었다.총 3동의 건물로 현재 경주문화원에서 향토사료관, 도서실, 수장고로 활용하고 있다. 조선 중기~후기의 건축물.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18세기 말에 제작된 경주 지역 전도에서 확인되는 바 그 이전으로 추정된다. 수령 500년에 달하는 보호수 은행나무가 있다.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건축물로 추정되며 일제 강점기 이래 1975년까지 경주박물관 건물로 활용되었다. 향토사료관에 좀 전에 들린 동경관 사진이 걸려있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건물 사진을 보는 뒤로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들렸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농장물이 자라고 있던 자리에 원래 건물이 있었다고 한다.그리고 곧이어 만난 곳은 집경전터다. 경주 평생 학습관 옆에 위치하고 있다.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인 어진을 봉안하기 위해 지은 전각이다. 어용전이라 불리다 세종 때부터 집경전이라 고쳐 불렀다. 임진왜란 이후 소실되어 현재는 터만 남아있다. 경주 평생 학습관 뜰에는 하마비와 집경적 구기가 남아있다. 다 봤다 싶으나 또 볼 것 많이 남은 곳이 경주다. 벚꽃 흩날리는 봄, 신라의 경주를 충분히 보았다면 상대적으로 한산한 시내권 유적지 방문을 추천 한다./박선유 시민기자

2024-03-28

동네 사랑방 같은 작은 도서관의 매력

지난 19일 오랜만에 작은 도서관 독서 모임에 참석했다. 오랜만이어도 오래된 회원들이 반기는 소리와 각자가 쏟아내는 이야기는 언제나 도서관을 가득 메운다. 동네 사랑방 같은 작은 도서관만의 매력이다.작지만 작지 않은 작은 도서관을 십여 년 전부터 즐겨 찾았다. 그즈음 교육학 공부를 하고 있기도 했고 유아기인 아이들에게도 책과 가까이할 수 있는 일상이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작은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그림책 강좌와 책을 사랑하는 성인들에게도 작가 강연회는 물론이고 책을 넘어 역사와 문화, 미술 등을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까지, 작은 도서관만의 알찬 프로그램들을 꾸리고 있어 내게는 당연히 자주 찾는 곳이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는 온라인을 통한 수업으로 이어져 하루하루를 답답한 일상으로 흘려보내지 않을 수 있었다.이처럼 영유아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여러 연령층의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고 때론 도시의 소음과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책의 세계로 푹 빠질 수 있게 여유를 가져다주는 조금은 특별한 도서관이 내 동네 가까이에 있다면 매력적일 거라 생각한다.먼저 작은 도서관은 무엇보다 접근성이 중앙도서관에 비해서 좋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어 도서관을 갈 때 주차를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아이들이 학원을 오가는 사이에 시간 활용하기도 좋다. 특히 방학 때는 아이들이나 부모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또 문화센터처럼 비용을 들이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이용할 수 있다. 작은 도서관을 찾는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고 때로는 아이를 키우며 고민하는 육아에 대한 여러 생각들도 나눌 수 있다. 또 사랑방처럼 언제든지 오고 갈 수 있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소통과 공감을 하는 커뮤니티도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다.‘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고 하는 빌 게이츠처럼 포항에도 스마트 도서관을 포함에서 51곳의 작은 도서관이 동네 가까운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작은 도서관을 살펴보면 포항에서 유일하게 그림책 전문 도서관인 그림책마을 도서관이 있다. 이용자들은 “어린 아이들에게 딱 맞는 적절한 크기의 도서관이기도 하고 너무 조용히 안 해도 되는 편안함이 있어서 좋다”고 입을 모은다. 또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작은 도서관인 죽장 선바위 작은 도서관은 독서회원들이 대부분 농사를 지으면서도 자발적으로 독서 모임을 결성해 책을 가까이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서 이웃과 책을 통해 유대감을 갖고 공동체 의식을 키운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동네마다 특색을 살려 작은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용할 수 있는 요일과 시간은 작은 도서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장량참사랑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홍은미 사서는 “작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대출하는 곳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할 여러 프로그램으로 만나고 있다. 아직 이런 프로그램들이 도서관에서 운영되는지 모르시는 분들도 계신다. 작은 도서관이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위해 재능을 기부할 강사들도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4-03-26

종착역은 서울역입니다

1930년 만주사변이 발발하던 해 경북안동역은 준공됐다. 이듬해 경북선이 개통되고 1936년 중앙선 노선이 확정됐다. 1949년 안동역으로 개칭되고 이후 한국전쟁으로 안동역사(驛舍)는 파괴된 후 복구됐다. 안동시 운흥동 원도심에 자리해 근현대사를 함께했던 안동역은 9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복선전철화 시대를 맞아 2021년 송현동 현 안동역으로 이전했다. 기차는 많은 사람을 실어나르며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깃든 이동 수단이다. 안동역은 철도 중심의 신문화와 다양한 풍속이 들어오는 통로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지역사회 여러 영역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안동 원도심에 자리한 터라 안동 역광장은 역대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의 유세 현장이자 농민과 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진 참여와 저항의 공간, 시민 연대의 공간이었다. 역전 시계탑 앞에서 연인들은 약속을 하고 군입대를 하는 아들과 연인과 이별을 했던 공간이다. 학생들은 기차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고 주말과 명절이면 입석표를 끊어 몇 시간을 내내 서서 왔던 추억이 가득한 곳이다. 새마을호, 무궁화호, 통일호, 비둘기호를 탔던 기억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안동역은 안동시내의 중심이자 상징이었다. 늦은 밤, 청량리발 기차를 타고 안동역에 내려본 사람은 알 것이다. 역 앞 홀로 불 켜진 역전 파출소와 승공탑 교차로 뒤로 어둑한 시내, 기차 도착 시간에 맞춰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풍기와 영주를 지나 한적해진 객차에서 옹천쯤 오면 가방을 한번 점검하고 임청각을 지날 때면 선반 위 가방을 내렸던 추억. 일정한 반복음을 내며 달렸던 아날로그 감성 가득했던 기억을 말이다.송현동으로 이전하고도 중앙선 기차의 상행선 종착역은 언제나 청량리역이었다. 갓 상경한 경상도 촌놈들이 ‘서울 드림’을 꿈꾸었던 종착역 청량리는 서울에서의 첫발을 내디뎠던 지역민들의 상경을 향한 상징적 공간이다.2021년 송현동으로 안동역 이전 후 KTX-이음 안동-청량리 중앙선 구간이 개통된 이래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서울역 연장 운행(하루 4차례)이 이뤄졌다. 연장된 구간의 시간은 안동에서 청량리역까지 2시간 10분, 여기에 서울역까지는 25분 정도 더 소요된다.그 옛날 홍익회 스낵카의 추억과 삶은 계란, 사이다의 추억은 없어진 대신 스마트한 이동 시간과 공간이 주어졌다. 티켓에 구멍을 뚫으며 승차권을 확인했던 시절에서 모바일 승차권의 시대에 지역민의 상행선 종착역은 청량리역 혹은 서울역이 되겠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4-03-26

곤륜산 풍경

포항에 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곤륜산을 꼽는다. 정상은 넓은 평지에 인조 잔디가 깔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정상까지는 약 20분 정도(평소 운동 부족이라면 더 걸릴 수 있다.) 소요가 된다. 최근 포항의 핫플레이스로 이곳에서 탁 트인 경치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어떤 이는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오르고, 또 다른 시선을 가진 분이라면 서해가 아닌 동해의 노을을 보려 해질무렵 가파른 길을 오른다. 우리는 날이 그리 춥지도 덥지도 않은 포근한 봄을 기다려 올랐다. 활공장으로 올라가는 진입로는 경사가 급해 오르기 시작하면서 숨을 헐떡이게 만든다. 땀이 나니 대부분 이쯤에서 겉옷을 벗는다. 따뜻한 햇살이 막 떠오른 오전이라 소나무 사이로 비끼는 햇살에 막 피어난 분홍빛 진달래가 더 찐분홍으로 반짝였다. 쉬엄쉬엄 진달래 사진을 찍어가며 천천히 올랐다.조금 더 오르니 노란 생강나무가 길 안내를 맡는다. 뜯어 향을 맡으면 알싸한 생강 향이 나서 생강나무지만 산수유와 구별하기 좋은 방법은 정원 울타리 안에 피면 산수유, 이렇게 야산에 핀 것이면 대부분 생강나무겠지 하면 쉽다.진달래와 생강나무 사진을 찍으며 가파른 길을 몇 번 돌다 보면 어느덧 저 멀리 아파트 숲이 내려다보인다. SNS에서 뷰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인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 배경으로 나와서인지 찾는 이가 많아졌다. 특히 강아지를 데리고 오르는 가족이 더 늘었다. 사람도 힘들어하는 길이라 강아지도 숨을 헐떡인다.푸른 인조 잔디가 보이면 정상이다. 경사 급한 길을 오르며 뜨거워진 몸을 시원한 바람이 식혀준다. 그보다 눈이 먼저 시원해진다. 힘들게 올라온 다리에게 탁 트인 경치를 상으로 떠안긴다. 잠시 멈춰 멀리 칠포항부터 칠포해수욕장을 지나 용한리 바닷가까지 휘이 둘러본다. 가쁜 숨도 고르고 등에 흐른 땀도 식히기에 충분한 뷰다. 날이 좋은 날은 멀리 포스코와 구룡포도 보인다니 잘 살펴보아야 한다.가족끼리 한쪽에 돗자리를 펴 망중한을 즐기거나 삼각대를 놓고 추억을 저장하는 연인들, 바다 앞으로 좀 더 내려서는 아빠를 걱정하는 남자아이의 목소리에 까르르 웃는 엄마와 누나의 모습이 그림 같은 풍경이 된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온 아저씨는 누군가 영상통화로 좋은 경치를 나눈다. 우리도 바다인지 하늘인지 경계를 가늠하기 힘든 푸르름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다.이곳은 활공장이다. 패러글라이딩을 타려고 마련한 곳이다. 주말이면 차로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하려는 사람들을 태우고 차가 올라온다. 지난해 70이 넘은 지인 부부가 하늘을 날았다며 체험담을 이야기할 때 무척 부러웠다. 고소공포증이 심한 사람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체험이다. 바람을 타고 새처럼 활강하는 느낌은 타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산 정상을 달려 바다 위를 유유히 떠가는 비행, 하늘에서 느끼는 바람과 풍경은 땅에 발을 딛고 보는 그것과 차원이 다를 것이다.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산을 내려간다. 워낙 가파른 길이라 내려갈 때도 주의해야 한다. 반드시 발이 편한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고 오르길 권한다. 야영, 취사 행위, 인화성 물질 등의 사용을 금하고 있으니 가벼운 마음, 몸으로 오르길. 정상에는 간이 화장실조차 없으니 오르기 전 화장실을 다녀올 것, 올라가는 길은 그늘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햇살을 피하려면 선글래스나 양산을 들고 가면 좋다.이렇게 경치가 좋은 곳을 보니 다리가 불편한 부모님이 떠올랐다. 문경처럼 산악 모노레일이 있다면 함께 볼 수 있을 텐데, 산밑에 주창도 넓고 화장실도 깔끔해서 이용하기 편하다. 봄바람 살랑이니 포항시 흥해읍 암각화길에 자리한 활공장으로 나들이 가보길 권한다./김순희 시민기자

2024-03-26

청년 취업 성공을 함께하는 희망옷장

코로나 팬데믹은 국내외 경제에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9년 이후 4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국내의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고용율은 낮다. 지난해 한국 경제의 성장은 1.4%로 코로나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이에 따라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막 졸업하거나 졸업 예정인 청년들은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끼고 있다. 특히 첫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경제적인 지원이 없다면 면접 때 입을 정장도 마련하기 어렵다. 면접 한 번을 위해 몇 십 만원이나 하는 정장을 구매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이 크다.이러한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구광역시는 지역 취업 준비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희망옷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희망옷장은 대구시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무료 정장대여 서비스로,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부터 39세의 청년 구직자들 중 면접에 응시하는 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대여 기간은 3박 4일이며, 년 최대 3회까지 대여가 가능하다. 동일 회사에 면접을 보는 경우 3차까지를 1회로 인정한다.신청은 희망옷장 홈페이지(fulldress.deagu.go.kr)를 통해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대여를 희망하는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고 대구거주를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 등, 초본과 면접 증빙서류(이메일, 문자내역 등)을 사진 파일로 업로드하여 사전예약을 할 수 있다. 예약신청시 평일 18시 이후나 주말은 승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평일 18시 이전에 예약신청을 권한다. 사전예약이 원칙이기 때문에 면접 당일 대여는 불가능하다. 승인 후 예약한 시간에 맞춰 대구행복기숙사 1층(중구 서성로20길 25)에 방문하면 된다. 방문시 세탁비 7천 원만 부담하면 이용이 가능하다.희망옷장에서는 정장뿐만 아니라 구두와 넥타이 그리고 벨트까지도 대여 가능하다. 세탁비는 대여 전에 납부해야 하며, 계좌이체만 가능하다.희망옷장은 서비스가 시작되었던 2017년 5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용자가 늘고있으며, 만족도 조사에서는 5점 만점에 4.9점 이상의 높은 점수로 평가받았다.희망옷장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앞으로도 많은 청년들의 취업 성공 소식이 들려오길 바란다. 더불어 청년 취업에 관련된 더 많은 지원이 아낌없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김소라 시민기자

2024-03-21

봄보다 더 큰 기적은 없다

드디어 봄이 왔다. 긴긴 겨울을 지나 마침내 봄이 왔다. 눈매 고운 매화가 피어나고 노오란 산수유꽃이 깨어났다. 바깥세상은 봄소식으로 분주한데 이상하게 주변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 어느 누가 상처 없이 사는 사람 있으랴마는 가까이 연을 맺고 사는 이들의 상처에 덩달아 생각이 많다. 돈 때문에, 사랑 때문에, 가족 때문에, 자식 때문에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속울음을 우는 사람들. 그들의 아픔에 동화되어선지 꽃샘추위 같은 몸살을 몇 날 앓기도 했다. 지난날 돌아보면 난 나만 상처투성이 어린 짐승인 줄 알았다. 혼자 웅크리고 누가 살짝만 건드려도 죽을 듯이 끙끙 앓았다. 몸에 병이 들고 나서야 그게 전부 스스로 만든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나보다 더 아픈 이들이 많은 것도 알았고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뀜을 비로소 알아챘다. 그래서 달라지고자 마음 먹었고 달라졌다. 내가 달라지자 가족이 바뀌고 주변이 바뀌었다.“당신이 누구든, /외롭든 그렇지 않든,/그건/중요하지 않아.//중요한 것은/단 하나/당신과 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 것,//봄 나무들이 어린잎들을 내고/가을 곰들이 살을 찌우며 겨울잠을 준비한다는 것,//칠흑 같은 천 개의 밤을 혼자 견딘다 해도/당신, 울지 마!/천 개의 밤에 기댈 곳이 오직 차가운 벽일지라도/당신, 울지 마!//결국 새 날들이 올 테니,/웃어 봐!/춤추고 노래를 해 봐! (장석주 ‘당신,울지 마!’)칠흑 같은 천 개의 밤을 혼자 견딘다 해도, 차가운 벽만이 의지할 곳이라도 살아있음을 감사하라고 시인은 말한다. 살아있음에 고통도 있는 것이고 살아 있음에 그 고통을 재료로 영혼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어떤 과제가 주어졌던 결국 새날은 올 것이고 내일의 태양은 떠오르게 마련이다.어떤 명상가는 말했다. 먹구름이 모이면 비가 오는 게 당연하고, 쓰레기가 있으면 파리가 오고, 짜증내고 있으면 나쁜 기운이 모이는 것이라고. 어려움이 왔을 때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왔는지 돌아보라는 말이다. 그 말은 즐거움이 있는 곳에는 불행이 오지 않는다는 말일 수도 있고, 우리가 느끼는 어려움이 꼭 불행만은 아니라는 말일 것이다. 삶에서 어떤 일이 안 일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우리 삶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는 말이리라.그대 오늘 마음이 괴롭다면 즐거운 음악을 듣고, 마음을 잡아당기는 시를 읽어라! 울면서 세상을 한탄하는 것보다 그대를 백 배는 더 행복하게 하리라. 그리고 눈을 들어 막 번져가는 봄을 느껴 보시라. 점점 부드럽게 변해가는 바람의 촉감과 따스함이 묻어나는 햇살, 잠 깨는 꽃들을 바라보라. 봄만큼 큰 기적이 어디 있으랴. 울지 마시라, 세상의 모든 당신들! 세상은 지금 봄이다./엄다경 시민기자

2024-03-21

‘봄의 전령사’ 쑥 이야기

지난 10일은 음력 2월 초하루인 이월 명절로 쑥떡을 먹는 날이었다. 겨우내 고요하던 대지에 봄 햇살로 분주해진 냉이, 달래, 돌나물, 봄동, 쑥 등 많은 봄나물이 산과 들에서 자리다툼으로 와글와글한 음력 2월 초하루가 되면 아직 여린 쑥을 뜯어 떡을 만들어 먹는다. 이 날 쑥떡을 먹으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쑥이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기운을 돋게 해주어 아무 탈 없이 일 년을 보내며 그 해 농사도 풍년이 들게 한다고 믿었다. 동월(蕫越)의 ‘조선부(朝鮮賦)’에 의하면 3월 3일 쑥 잎을 따서 찹쌀가루에 섞어 쪄서 떡을 만드는데, 이것을 쑥떡이라고 하였으며, 중국에는 없는 것이라 하였다.이월 초하루는 바람을 관장하는 신인 영등할머니가 천계에서 인간세상으로 내려오는 날이다. 풍신(風神)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의 삶과 연계시킨 영등할미가 스무날 머물다 천계로 올라가는 날 어머니들은 부엌이나 장독대에서 소지를 올리며 가정의 안위와 소박한 우리네 삶이 평안하길 빌었다. 경북 일원은 영등할미에 기원해서 풍신제(風神祭)를 지내며 액운을 면하고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 떡과 과일을 볏짚에 올려놓기도 했다.음력 2월 초하루에 쑥떡을 먹는 또 다른 유래로는 겨우내 농한기가 끝나고 봄을 맞아 이제 일을 시작해야하는 머슴들과 노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상 차려 먹이며 기운을 돋게 하는 쑥으로 떡을 만들어 함께 먹게 했다.쑥떡은 액땜의 의미도 가진다. 동국여지승람과 중국 송사(宋史)를 보면 고려에서는 상사일(上巳日)에 쑥떡을 먹는다고 했다. 삼짇날 쑥떡을 먹는 것은 옛날 사람들은 상사일에 겨울잠을 자던 뱀이 깨어난다고 생각했다. 뱀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마당 곳곳에 뱀이 싫어하는 말린 쑥을 널어놓곤 했는데 상사일에 쑥떡을 먹는 것도 이런 풍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옷날 쑥떡을 먹는 것도 액땜을 의미한다. 6세기 풍속서인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5월은 나쁜 기운이 넘치는 악월(惡月)이라 금기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5월 5일 단옷날은 다섯 가지 독이 뿜어져 나오는 날이라고 풀이했다. 오독(五毒)이란 봄이 완연해지는 단오 무렵 독이 잔뜩 오른 해충을 두고 말한 것으로 전갈, 뱀, 지네, 거미, 두꺼비 독을 말한다. 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벌레와 해충을 쫒는 약초로 쓰였으며 악령이나 귀신을 몰아내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신령한 약초로 여겼다. 진나라 때 역사책인 여씨춘추(呂氏春秋)전에도 단오절에 창포와 쑥으로 목욕을 해서 나쁜 기운과 액운을 쫒는다고 했다. 고문헌에서 쑥이 부정한 기운을 몰아낸다고 한 것을 현대적인 관점으로 보면 해충들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어떻게든 해충들을 쫒아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오늘날에도 봄이면 쑥떡은 제철 음식으로 사랑받는다. 환웅이 곰과 호랑이에게 마늘과 쑥을 주며 100일을 버티라고 하는 단군신화를 읽으며 우리는 이미 쑥과 친숙하다. 따뜻한 성질을 가진 쑥은 동의보감에서 위장과 간장 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하고 뜸이나 찜질 등의 약재로도 쓰이며 지혈에도 효과가 있다. ‘7년 된 병을 3년 묵은 쑥을 먹고 고쳤다’는 속담도 있다. 그러나 쑥은 뿌리를 이용해 토양 속의 중금속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으므로 조금이라도 오염이 의심되는 곳에 난 쑥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봄철 보양식으로 쑥떡만큼이나 도다리 쑥국도 별미다. /박귀상 시민기자

2024-03-21

황터마을 부녀회, 재활용품을 수거하다

봉화군 춘양면 황터마을 부녀회에서는 매년 3월 초 재활용 자원 모으기를 진행하고 있다. 농약용기, 비료포대 등 영농폐기물과 농가에서 나오는 헌옷, 고철, 빈병, 박스 등 재활용품을 수거해 농경지 오염을 방지하고, 청정 마을 환경 조성에 앞장서 나가고 있는 것.50여 가구의 작은 산골 마을인 이곳은 급속한 고령화로 부녀회도 대부분 60대 이상이지만, 올해도 지난 11일 부녀회 회원과 노인회 등 남녀노소 모두가 오전 6시부터 재활용품 수거를 시작하였다.이 마을에서는 평소 헌옷이나 빈병 고철 등을 1년 동안 가정이나 부녀회 창고에 모아두었다가 재활용 수거하는 날을 정해 판매하고 있다. 우수와 경칩이 지났지만 아직 날씨가 차가운데 마을 어르신들도 소주병 농약병 비료포대 등을 힘들게 들고 나오고 그나마 젊은 부녀회 회원들은 분리작업에 바쁘게 움직인다.이 마을 부녀회 회원들은 평소에 농경지나 마을 주변에 농약 빈병이나 비료포대, 빈병 등 재활용품이 보이면 부녀회 창고로 수거해 보관한다. 영농폐기물은 자연을 오염시키고, 불법 소각 등으로 인한 산불 발생, 지하수 오염 등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마을부녀회의 수거 활동은 깨끗한 마을을 가꾸는 데 작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또한 영농폐기물과 재활용품 판매 수익금은 부녀회 기금과 마을 대소사에 보탬을 주고 있다. 영농폐기물 가운데 발생량이 가장 많은 폐비닐과 농약용기는 수거 체계가 갖추어져 있다.영농폐기물은 수거보상제를 통해 일정액의 보상금이 나오고 있고, 폐비닐은 마을 집화장에 보관했다가 출하한다. 농약용기 중 제초제 병과 살충제, 살균제 농약병은 분리해 보내야 한다. 제초제 병뚜껑은 노란색, 살충제는 녹색, 살균제는 분홍색으로 분리하기 편리하도록 농약 제조회사에서 만들어져 나온다. 다만 농약과 혼합 사용하는 영양제 병은 농약병과는 구분이 돼 일반 재활용으로 분리해야 한다.폐비닐은 농가에서 마을 공동 집화장에 보관하고, 농약 용기는 농가에서 보관하다가 수거일에 수집해 한국환경공단 수거사업소로 이송한다. 일반 소주병, 맥주병 등 빈병과 헌옷 비료포대. 고철, 박스 등은 일반고물상으로 이송 판매를 하고 있다.농사 후 발생하는 폐비닐과 농약 빈병을 제외한 것 외에는 폐기물이다. 토양피복용 부직포, 과수원에 사용하는 반사필름 등은 군 쓰레기장까지 농민 스스로 이송해야 하는데, 고령화로 처리하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안용대 노인회장은 말한다.이날 황터마을 부녀회에서는 농약 빈병 3천여 개, 소주, 맥주 빈병 2천500여 개 고철 2t, 헌옷과 박스, 비료포대 등 모두 3t을 수거해 판매했다.언제나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깨끗한 마을 환경을 위해 앞장서는 이정이 부녀회장은 “재활용품을 수거하고 분류, 선별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마을 주민 모두가 동참해 주었기에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또한 “버리면 쓰레기가 되지만 그것을 모으면 자원이 되고 부녀회 기금을 마련하니 1석3조의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류중천 시민기자

2024-03-19

사교육 부추기는 사회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 이상 사교육(학원, 과외 및 개인 교습 등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안 시킬 수도 없는 사교육, 부모들의 이런 고민과는 상관없다는 듯, 해마다 사교육비(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27조1천억원)는 고공행진 중이다. 또 사교육 참여율 또한 계속 높아지고 있고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5.8%(43만4천원) 늘어났다.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사교육비는 증가했는데 대구는 6대 광역시 중에서 참여율도 80%가 넘었고 경북은 31만5천원(전년도 보다 7.1% 증가)으로 광역도 중 3번째로 사교육비가 많았다.이렇듯 사교육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는 아이들 대다수가 접하고 있는 현실이다. 영유아 사교육비가 대학 등록금을 훌쩍 넘는다는 이야기와 유아가 3개 이상 사교육을 받는다는 등의 이야기는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아이들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사교육비 지출은 해마다 꺾이지 않고 있다. 형편이 어려워도 아이들 교육비는 맨 마지막에 줄인다는 말처럼 아이 교육은 늘 화두인데 누군가는 저출산에 가장 심각한 것 중 하나가 사교육비라고도 한다.지역 엄마들의 커뮤니티에서도 사교육을 얼마나 시켜야 하고, 또한 그에 대한 비용은 늘 관심거리다. 주변의 엄마들 이야기기에 괜히 아무것도 안하는 자신의 아이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러다 자존감까지 떨어질까 걱정 된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렇다.한 부모는 “저희 아이는 아직 어리지만 주위 지인들을 보니 초등학생인데도 100만 원 가까이 들고 있다. 또 아이 학원비 때문에 대출까지 받는다는 이야기는 충격이다. 친구가 하기 때문에 따라 하는 경우도 많고 비용 때문에 아이에게 테스트 해보기도 겁나는데 앞으로 나도 고민될 것 같다”고 말했다.이제는 부모뿐 아니라 아이의 하굣길에 모인 할머니들의 이야기도 손자·손녀의 학원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장면도 자주 눈에 띈다. ‘아이가 집에서만 놀아 걱정되고 힘들다고’. 이처럼 사교육이 전 세대에 걸쳐 여러 가지 문제를 포함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부모의 경제 상황에 따라 자녀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가정형편이 좋을수록 사교육비와 참여율은 높게 나타났다.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보일 때가 많지만 선행을 요하는 분위기에서 확실히 사교육을 벗어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긴 하다. 사교육에도 분명 정답은 없어 보이는데 맹목적이고 싶지 않아 책이나 교육 강사 이야기도 들어보지만 무언가 확실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한편으로는 사교육이 비용은 들지만 편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은 사교육. 현실이 어렵기는 하지만 이럴수록 아이와 기준을 잘 잡아야 할 것 같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4-03-19

경주 최부자댁의 봄을 만나다

경주 최부잣집 사랑채 앞에 산수유가 활짝 피어 있다.봄은 노랑이로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하는 시인 이장희의 시 ‘봄은 고양이로다’ 제목을 따라 해 보았다. 따스한 햇살에 온몸이 나른해져 오는 봄을 색으로 표현하면 노란빛이다. 개나리, 민들레, 노란 병아리, 봄을 상징하는 것들의 색깔이다. 그중에 이번 주가 절정인 꽃이 산수유다.경주 최부잣집 사랑채 앞에 키가 높은 산수유 한 그루가 관람객을 반긴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는 사람마다 금방 산수유 아래로 쪼르르 달려가 사진을 찍는다. 노란 꽃잎을 가득 맺은 가지가 기와지붕과 어우러져 더 환하다. 하늘은 파랗게 꽃의 배경을 담당한다. 사랑채 앞으로 늘어진 산수유 가지가 창호지와 문살에 어른거려 이곳에 살았던 후손들의 봄이 얼마나 고왔을까 짐작되었다.안채로 들어가는 문턱은 옹이가 그대로 있는 울퉁불퉁한 나무로 마감했다. 들어서자마자 마당 가운데 집안 살림살이를 담당한 안주인이 머무는 곳이라 단지가 가득한 장독대가 놓였다. 문살의 모양도 방마다 다양해 잘 가꾼 살림집의 모습이다. 높이 솟은 붉은 벽돌의 굴뚝이 흔한 가정집의 굴뚝과 달랐다. 궁궐이나 큰 절에서 봄직한 크기와 모양새다.비가 오면 처마 아래로 다니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드나드는 손님을 배려하는 것은 이 집안의 전통이다. 툇마루 밑에 물그릇을 놓아둔 것은 동네에 오가는 길냥이들 목을 축이라는 뜻일 게다. 사람뿐 아니라 이 집에 들어오는 동물 한 마리도 보살피는 모습에 고개가 끄덕여졌다.최부잣집은 경주 최씨 가문이 17세기 초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약 300년 간 부를 이어왔다. 12대로 대대손손 가훈을 지켜가며 부를 쌓았고, 나그네나 거지들에게 돈을 나누어 주고 밥을 먹여주는 좋은 선행을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이다. 소작료를 수확한 곡식의 반만 받고 중간 관리자인 마름도 두지 않았다.거름을 쓰는 시비법과 모내기를 하는 이앙법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수확량을 크게 늘렸다. 최국선이 대를 이었을 땐 이미 최부잣집은 조선 최고의 부자였다. 흉년이 들어 농민들이 쌀을 빌려 간 것을 못 갚게 되자 안타까워하며, 아들 최의기 앞에서 담보문서를 모두 불살랐다. 소작 수입의 1/3을 빈민구제로 쓰는 풍습이 생기면서 200년 후인 최준 대에까지 이어진다. 해방 후엔 전 재산을 모두 털어 대구대학(현재의 영남대학교)과 계림학숙을 세웠다.바로 옆은 350년 역사의 교동법주이다. 국가 무형문화재 제 86-3호 국주(國酒) 중 하나라고 하니 더 의미가 있어 보였다. 경주 교동법주는 유통기한이 한 달 채 되지 않는다. 전통 국주이기에,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아 유통기한이 길지 않다. 찹쌀로 죽을 쑤고 누룩을 섞어 오랫동안 발효시켜 밑술을 만든다. 이 밑술에 찹쌀 고두밥과 생수를 혼합해 본 술을 담근 후 찌꺼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무려 50일이라는 시간 동안 독을 바꿔가며 숙성시킨다. 모두 다섯 개의 독을 거치면서 술을 담는 방법으로 백일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 마실 수 있다.이렇게 400년 가까이 이어온 가문의 소장 자료가 국사편찬위와 경주최부자민족정신선양회가 자료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을사늑약 이후 일본에서 도입한 차관을 국민 모금으로 갚고자 했던 국채보상운동 관련 자료를 비롯해 근현대 문서도 포함됐다. 자료는 추후 국사편찬위 전자 사료관 시스템 등을 통해 일반 시민이 볼 수 있도록 한다고 하니 봄꽃처럼 반갑다.경주 최부자댁 관람 시간은 오전 9시 30~오후 5시 30분이며 매월 마지막 월요일과 명절 당일엔 휴관이다./김순희 시민기자

2024-03-19

인생 최고의 기회 ‘한국방송대’

2월 말 한국방송통신대학 대구·경북지역 신·편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다녀왔다. 졸업생 자격으로 새로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성공담을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방송대와의 인연은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고를 졸업하기 전 취업에 성공한 나는 졸업 후 바로 은행에 출근했다. 대부분 상고 출신인 은행원 다수가 못다 한 공부를 위해서 야간 대학에 진학했다. 업무를 마치고 서둘러 학교로 가는 그들이 부러웠지만, 일찍 혼자되신 엄마가 가끔 눈물 흘리는 모습을 봐 왔기에 공부하고 싶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야간 대학에 비교해 등록금이 싸고 학교에 나가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 방송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입학 원서를 썼다. 당시만 해도 방송대는 졸업도 입학도 모두 어려웠던 터라 입학 통지가 오자 안도했다. 그렇게 86학번 영어영문학과 학생이 되었다.그해 서예도 시작했는데 학원에서 남편을 만났다. 연애를 시작하자 공부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당시만 해도 열악했던 방송대 학업 환경에 혼자 공부하기도 어려웠고, 연애하느라 공부할 시간을 내지도 못했다. 결국 1학기 기말시험을 치고는 포기하고 말았다.남편과는 그해 말 결혼했다. 아이들을 낳고 육아에 신경 쓰느라 공부에 대한 열망과 나의 꿈과 이상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작은 아이가 중학교에 2학년 때였다. 생활도 안정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다시 부족했던 공부에 대한 그리움이 찾아왔다. 아이들에게도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방송대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혼자라 쉽게 포기한 것 같아 친구와 함께 지난번과 같은 학과에 등록했다. 이번에는 꼭 졸업까지 가리라 친구와 손을 걸었지만 환경은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아들의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엄마의 부재에 힘들어하던 아이가 ‘엄마도 할머니와 똑같네. 내 말은 들어 보지도 않고’라고 말하곤 했다. 아들의 방황이 시작되자 온통 아들에게만 집중했다. 더 이상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다.힘들었던 일들이 정리되고 생활이 안정되자 조금씩 취미 활동을 시작했다. 귀농한 남편을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고 SNS를 시작하면서 글의 부족을 느꼈다.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의 수필 강좌를 기웃거렸다. 남편이 방송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정식으로 배워보기를 권했다.2019년 드디어 세 번째로 방송대와 인연을 맺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학년 대표를 맡게 되면서 적극적으로 학생회 활동을 했다. 학우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부지런히 자료도 찾았다. 학창 시절 어떤 직책도 맡은 적 없었던 내가 학년 대표로 2년, 학생회장으로 2년 맡았다. 전국연합회에서 대구·경북 국어국문학과를 대표해서 활동했다.그렇게 세 번째 도전에서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적극적인 학생회 활동과 가족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 이미 60세가 넘은 나이였지만 배움의 시간은 많은 변화를 주었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대학 영어를 맛보고, 대학 도서관에서 논문도 찾아보는 학생으로서의 4년은 세상을 읽는 눈을 달라지게 했다.올해도 방송대에는 많은 사람이 지원했다. 못다 한 학업에 대한 미련으로 또는 궁금했던 학문을 위해 2차 3차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저마다 각기 다른 사정으로 방송대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 새로운 시작의 자리, 학과 오리엔테이션에서 후배들에게 들려줄 성공담을 준비하면서 지난날을 돌아보았다. 첫 번째, 아니 두 번째 도전에서 성공했더라면 나의 진로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본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목표한 바를 이루고 다시 공부하는 노후의 삶을 시작할 수가 있어서 기쁘다.졸업식에서 백발의 아들이 아버지의 졸업을 축하하며 사진을 찍어주던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70대 중반의 동기 큰언니는 입학 후 불면증과 우울증이 단번에 사라졌다고 했다. 고령의 나이에도 4년 만에 졸업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방송대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2024년 현재 방송대는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 국어국문학과를 비롯한 총 24개 학과의 4년제 대학으로 손색없는 위치에 당당히 선 한국방송통신대학, 관심 있으신 분들, 잘 살펴서 망설임 없이 도전해 보시길 빈다./손정희 시민기자

2024-03-14

‘코로나19’… 그 후 4년

4년 전인 2020년, 1월 20일에 첫 국내 확진자가 나오고 2월에 대구지역 첫 확진지가 나오면서 코로나19는 급속도로 퍼졌다. 긴 역사 속에서, 전쟁에도 장은 열리고 학교를 갔지만 코로나19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식당은 문을 닫고 방학 중이던 학교도 개학을 미뤘다. 초·중·고 개학은 연기를 거듭하다 그해 4월 9일부터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했다. 학생들은 졸업식도 못한 채 헤어지고 입학식도 못한 채 신입생이 됐다. 축제 취소에도 관광객이 몰릴까 염려한 지자체가 꽃을 자르고 축제장을 폐쇄하는 등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루어졌다.코로나19 이전에도 마스크는 우리에게 익숙한 물건이었다. 황사와 잦은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쓰다가 코로나19로 정점을 찍게 됐다. 처음엔 약국마다 길게 줄을 서 마스크 대란이 일었다. 제주도의 어느 가게에서는 마스크로 대신 결제가 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귀한 몸이었고 거리에는 마스크를 기부 받는 구세군이 등장할 정도였다. 이후 2월 27일부터 우체국, 농협, 약국을 통해 정부가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주민등록번호 끝자리로 5부제를 시행해 1천500원짜리 마스크를 일주일에 2매씩 구입이 가능했다.다가올 4월 10일에는 22대 총선이 치러진다. 4년 전 코로나 팬데믹 시기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 투표장에 발열 체크 후 입장해 신분증 확인 때 마스크를 잠깐 벗었다가 다시 쓴 후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를 했다.후보자와는 악수 대신 주먹을 맞대고 인사를 했고 대기 시에는 앞뒤 사람과 일정 간격을 유지했다.4년의 세월이 흘러 코로나19 엔데믹 시대를 맞았다. 몰랐을 때 두려웠던 코로나19는 이제 감기 정도의 취급을 받는다. 사람들은 미뤄뒀던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마스크 없는 일상에 복귀했다.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자유와 여유가 있는 소중한 일상이 돌아온 것이다. 꽃샘추위가 찾아왔지만 경칩이 지났으니 조용히 봄을 기다려본다./백소애 시민기자

2024-03-14

마음까지 산뜻해지는 불법 전단지 부착방지시트

알록달록한 색감과 따뜻한 글귀가 골목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주는 글귀, 지쳐있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귀, 웃음을 선사하는 재미있는 글귀 등 다채로운 감정을 일으키며 사람들의 마음을 오색빛깔 색칠한다.불법 전단지 부착방지시트는 불쾌감이 드는 경고문구 대신 아름다운 그림과 띠뜻한 글귀로 깨끗한 거리 환경과 아름다운 경관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참신한 발상으로 설치되었다. 특수 소재로 만든 이 시트는 전신주나 가로등, 신호등 등에 설치되어 테이프나 풀 등의 접착제가 붙지 않아 이와 같은 효과를 낸다. 이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불법 깨끗한 골목을 만들어주었다. 이전에 CCTV나 양심거울 설치, 법적 처벌 경고판까지 설치하여도 줄지 않던 전단지와 쓰레기들이 예쁜 장식 하나로 해결된 것이다. 그야말로 ‘깨진 유리창 이론’을 떠올리게 하는 사례이다. 떼어내고 떼어내도 자꾸만 늘어나던 불법 전단지로 골머리를 앓던 공무원들에게도, 불법 전단지로 지저분해진 거리를 다니는 주민들에게도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반짝이는 무지개 같은 존재이다.어린이보호구역 인근에는 노란색 바탕에 까만색의 큰 글씨로 ‘어린이보호구역’이라 표기되어 있어, 운전자들이 한 눈에 인지하여 속도를 조절하기 쉽다. 때문에 초등학생들에게는 등하교를 돕는 보디가드 역할을 한다.실제로 불법 전단지 방지시트가 설치된 대구 서구 비산동 일대 골목은 설치 이전에 비해 전단지 뿐만 아니라 불법 쓰레기 투기도 줄고 골목 분위기도 바뀌어 늦은 밤 귀갓길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불법 전단지 방지시트의 표면이 비나 햇빛에 약해 시간이 지나면 그 효과가 떨어져서 실효성이 없으니 예산 낭비라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점을 역이용한다면, 표면에 닳아 효과가 떨어진 시기를 예상하여 주기적으로 새로운 이미지와 문구로 재탄생 시키는 것은 어떨까? 지역 관광지 홍보, 관광 안내 큐알코드 등으로 지역의 관광명소를 홍보할 수도 있고, 지역주민들의 행복한 모습을 직접 담거나 시나 소설의 전문이나 좋은 부분을 일부 발췌하여 기록해두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늘 같은 길도 지루하지 않게 매번 새로운 길을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이전 돌기형 불법 전단지 부착방지판은 저렴하고 절연효과도 있지만, 스템플러나 청테이프는 막을 수 없었고 쉽게 더러워지며 여름철과 겨울철에는 늘어나거나 터지는 문제가 발생했었다. 그리고 뾰족한 요철에 부딪혀 지역 주민들이 다치는 일도 빈번했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지금 설치된 불법 전단지 부착방지시트가 더 경제적이고 실용성 있다고 볼 수 있다.앞으로도 불법 전단지 방지시트가 아름다운 거리를 위한 다양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지기를 바란다./김소라 시민기자

2024-03-14

묵계서원에 홍매화 향 분분하다

봄은 매화와 함께 찾아온다. 남쪽 나라에 일찍부터 매향이 그윽하다는 소식을 듣고 안동으로 향했다. 은은한 향내에 붉은빛을 더해 사람들을 부르는 홍매화를 알현하기 위해서이다.영덕IC에서 차를 올려 동안동에서 내린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안동 시내 방향이 아니라 다시 영덕 방향 국도로 차를 돌려 10여 분을 달리면 길안면 묵계리에 도착한다.강 건너 만휴정으로 많은 이들이 향할 때 우리는 언덕으로 오른다. 좁은 길이라 이런 곳에 조선시대 교육기관인 서원이 있을까 싶지만 금방 오랜 세월을 간직한 건물이 나타난다.묵계서원은 응계 옥고(1382∼1436) 선생과 보백당 김계행(1431∼1517) 선생을 모시고 제사 지내는 곳이다. 숙종 13년에 지었으나, 고종 6년 서원철폐령 때 사당은 없어지고 강당만 남아 있다가 최근에 복원하였다.서원 마당 가에 홍매화가 그득하다. 지난밤 꽃샘추위에 소스라치게 놀랐는지 붉은색이 살짝 바랬다.그러함에도 며칠 봄비에 흐리던 하늘이 오늘은 파랗게 깊어 홍매화의 배경으로 그저 그만이다. 파란 화면에 꽃을 가득 피운 반 고흐의 그림을 닮았다. ‘아몬드꽃이 피는 나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동양이 매화 향기 속에서 봄을 느끼듯 서양에선 아몬드꽃에서 봄을 찾고 희망과 생명력을 느낀다고 한다.고흐는 이 그림을 조카를 위해 그렸다. 그의 편지를 엮은 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 따르면 고흐는 “그 애를 위해 침실에 걸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아몬드꽃이 만발한 커다란 나뭇가지 그림이랍니다”라고 적고 있다.고흐는 프로방스의 아를을 정말 사랑했다. 따뜻한 기후도 그렇지만 풍경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파란 배경에 아몬드꽃을 그리고, 붉은 배경에 아몬드, 또 복숭아꽃, 살구꽃을 연작으로 남겼다. 이탈리아나 남프랑스에서는 2월 정도에, 영국은 4월 정도에 아몬드꽃을 만난다고 한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에도 아몬드를 담아낼 정도로 서양의 예술가들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그런데 아몬드 나무는 더 오래전 기록으로 남아 있다. B.C. 2000년부터 재배해 투탕카멘의 무덤 속에 왕의 사후 세계를 위한 물품 중에 포함됐고, 이집트뿐이 아니라 성경에도 자주 언급된다.창세기에는 야곱이 “이 땅에서 나는 가장 좋은 토산물을 가지고 가서 곡식을 얻어 오라며 아들들을 이집트로 보낼 때 아몬드와 피스타치오를 담았다”라고 기록했다.아몬드는 건강과 행복, 행운, 생명의 부활과 풍요를 상징한다. 특히 단맛을 더한 설탕에 절인 아몬드는 더 그렇다. 결혼식에서 설탕 입힌 아몬드를 나눠주는 까닭도 이런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아몬드처럼 매화도 사군자로 추앙받아 선비들에게 사랑받아 집집마다 뜰 안에 심었다. 가진 것은 청렴밖에 없다던 김계행의 뜻인지 서원 마당에 한 그루의 매화뿐이다. 가까이 가니 향이 은은하다. 혼자여도 아름다움을 채우기에는 부족하지 않다고 가지 끝까지 꽃을 피웠다. 기와를 얹은 담장 너머로 홍매화의 가지가 뻗은 모습에 상춘객들이 카메라를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홍매화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바로 옆 카페 만휴정에서 차를 사서 마루나 계단을 올라 강당에 올라도 좋다. 서원 곳곳에 찻상과 방석이 놓여있어 취향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새소리, 꽃에 날아드는 꿀벌 소리까지 음미하며 시간을 낚아도 좋다. 종택에 하루 방을 얻어 밤을 보낸 후 새벽녘에 사람들이 아직 찾지 않을 시간에 오롯이 혼자서 갓 꽃문을 여는 매화의 향을 독차지할 수도 있다. 봄이 더 깊어지기 전에 아를의 고흐처럼 묵계서원에서 홍매화의 자태를 마음에 담아가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4-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