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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산수유마을서 열린 신춘 시낭송회

류중천 시민기자
등록일 2024-04-02 18:05 게재일 2024-04-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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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역사 숨쉬는 띠띠미 마을<br/>고택과 꽃, 시와 음악 ‘봄의 향연’
봉화 띠띠미마을에서 신춘 시낭송회가 열리고 있다.
봄 내음이 묻어나오는 상큼한 흙냄새가 정겹다. 며칠 전에도 눈이 내리고 미루적거리던 겨울이 산수유꽃이 피면서 물러나고 있다. 이렇듯 봉화의 봄은 더디게 온다.

지난달 30일 산수유로 유명한 띠띠미 마을에서는 산수유 신춘 시낭송회가 열렸다. 봉화 문인협회 회원들의 시 낭송과 바이올린, 퓨전 성악, 기타 등 음악이 어우러져 봄날의 포근함과 여유를 느끼게 하는 향연이 펼쳐진 것이다.


토담 너머 노란 산수유꽃이 피어있는 홍의락 고택 뜰. 옛 정취 속에 낭송하는 시 구절은 일상을 정화해 주는 느낌이었다. 봄을 맞으면서 맨 처음 만나게 되는 소담스러운 꽃 산수유는 이른 봄에 피는 노란색의 다년생 꽃나무. 수백 그루가 전통마을 고택과 어울려 꽃동산을 이루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봉화의 봄은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띠띠미 마을 산수유꽃으로부터 시작된다. 짙은 꽃향기와 논밭의 흙냄새와 새움 돋은 풀냄새가 상큼한 완연한 봄날. 햇살을 포근하게 껴안고 고향 집 같은 고택 마을에서 봄의 전령사 산수유 꽃를 만나고 있는 젊은 연인들, 아이들 손잡고 나온 부부들이 호젓하게 즐기는 모습이다.


마을 골목길에는 협회 회원들의 시화가 걸려있다. 노란 산수유꽃과 토담 길 따라 이어진 시구에 발걸음이 가볍다. 매년 이맘때면 산수유꽃이 뒤덮는 봉화 띠띠미 마을은 봉화 읍내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들어가는 길에는 춘양목 군락이 있다. 멋스러운 전통마을 입구를 지키는 수십 그루 노송이 군락을 이뤄 선비처럼 고고한 자태로 손님을 맞는다.


노란 물결이 봄을 알리는 띠띠미 마을의 고가와 토담 너머로 가지를 늘어뜨린 산수유꽃은 조선의 청빈과 결의의 향기인 것처럼 충만하다. 문수산 끝자락 야트막한 산기슭에 산수유가 고택을 품고, 대명절의가 만들어낸 400년이나 된 원조 산수유 군락지.


수령 100년이 넘은 산수유꽃들이 고즈넉한 고택들 사이로 장관을 이루고, 토담 기와 너머로 우아하고 위엄을 갖춘 한옥 풍경이 선비의 모습을 닮은 듯하다. 산수유꽃 풍경에 취해 토담길을 걷다 보면 역사와 세월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남양 홍씨 집성촌이다.


병자호란의 굴욕적인 화의에 통분해 조선의 신하로 청나라를 섬길 수 없다는 ‘대명절의’로 황색 짧은 옷에 삿갓을 쓰고, 앉을 때도 북쪽을 향하지 않았다는 ‘태백오현’ 중 한 사람인 두곡 홍우정(1595~1656)이 이곳에 은거했다. 두곡은 후손들에게 벼슬길에 나가지 말고 산수유 농사를 짓고 살라며 경기도 이천에서 산수유 두 그루를 가져와 심었다고 한다.


띠띠미 마을은 산수유와 더불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작은 산촌이다. 입향조 홍우정의 두곡종택, 종택 옆으로 옥같이 맑은 물이 떨어져 흐른다는 옥류암이라는 정자가 있고, 두곡의 유허비, 홍재선 고택, 홍가선 고택, 동호당, 홍승렬 고택 등이 어우러진다.


이곳은 봄에는 노란 산수유꽃, 가을에는 빨간 산수유 열매와 더불어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전통마을로 봉화 8경 중 5경에 속할 정도로 아름다운 장소다. 노란 꽃과 빨간 열매라는 특징 때문에 일찍이 추사 김정희는 산수유를 가리켜 ‘황화홍실’이라 표현했다.


산수유꽃은 꽃잎은 차로, 열매와 뿌리는 약재로 사용된다. 영원한 사랑, 강인한 의지와 긍정적 에너지를 상징하는 산수유꽃은 겨울의 혹독함을 견디고 봄을 맞이하는 생명력을 간직해 우리에게 희망과 위로를 선사한다. 봉화 띠띠미 마을의 산수유꽃은 3월 말부터 4월 초가 절정이다. 이 시기엔 역사의 향기 그윽한 세월의 흔적과 지천으로 핀 산수유꽃을 함께 만날 수 있다.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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